강유진은 안하무인으로 하문석과 유희정 개 같은 연놈들을 바라보며 눈빛은 혐오로 가득 찼다.그녀는 싸늘하게 말했다.“당신들이 사과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한준우야!”강유진의 말을 들은 하문석은 그제야 문득 깨닫고 재빨리 한준우의 앞에 무릎을 꿇은 채 기어가 말했다.“형씨, 제발 강 대표님 좀 설득해 줘. 난 정말 유희정이 남자 친구가 있단 사실을 몰랐어. 그녀는 내 앞에서 자기가 솔로인 척했단 말이야. 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왜 미쳤다고 그녀에게 그렇게 많은 돈을 썼겠어.”한준우는 하문석에게 눈길 한번 돌리지 않고 복잡한 눈빛으로 오직 유희정만을 바라보고 있었다.유희정은 난처한 상황에 부닥치자, 모든 죄를 자신에게 덮어씌우는 하문석을 증오가 서린 눈으로 흘겨봤다.“하하...”그녀는 자기 자신이 너무 우스웠다.이 순간에서야 그녀는 한준우가 자신이 제일 필요로 하는 사람이었고 그만이 자신을 진심으로 아껴주는 사람이었음을 알았고, 하문석은 그저 더러운 돈 몇 푼 써가며 자신을 가지고 놀고 싶었을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정신을 차린 유희정은 한준우 앞에 무릎을 꿇고 애걸복걸하였다.“준우 씨,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나 정말 귀신한테 홀렸었나 봐. 아니면 정말 미쳤었나 봐. 제발 용서해 줘. 앞으로 다시 안 그럴게. 영원히 준우 씨만 사랑할게. 우리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면 안 돼? 응? 자기 나랑 결혼할 거라고 했잖아. 날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 줄 거라고 했잖아. 설마 다 거짓말이야?”그녀의 말에 한준우는 마음이 조금씩 동요되고 있었다. 그는 두 주먹을 꽉 움켜쥐고 자신의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썼다.옆에 있던 강유진은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분노했다.“유희정, 당신 낯짝이 왜 이렇게 두꺼워? 이제 와서 그런 염치없는 생각을 해? 제정신이야? 당장 꿈 깨!”강유진은 그녀의 말을 듣고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염치없는 사람을 많이 본 그녀였지만 유희정처럼 염치없는 년은 또 처음 본다. 도대체 한준우를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 자
한준우는 한 마디 한 마디 똑똑히 말했다.그는 헤어짐에 있어 상대방에게 무조건 말해 줘야 할 뿐만 아니라 돌이킬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니면 서로에게 단 3일만 이라도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게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유희정은 한 마디 이별 통보도 없이 하문석이랑 바람을 피웠고 이는 한준우에게 마치 수많은 화살이 가슴을 관통하는 듯한 고통을 안겨주었다.하지만 유희정은 그의 고통을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자기 할 말만 해댔다.“준우 씨, 나 그냥 몸뚱이만 바람났을 뿐이지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준우 씨를 사랑하고 있단 말이야. 우리가 함께한 시간이 얼만데. 그리고 지금 무슨 세상인데... 몸뚱이가 바람 난 게 뭐가 대수라고 그래. 그냥 우리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준우 씨가 날 알았을 때 난 이미 다른 사람과 사귄 적이 있었다고 생각하면 되잖아? 안 그래?”강유진과 진도하는 유희정의 어처구니없는 말에 그야말로 정신이 붕괴해 가는 것 같았다.한준우 역시 믿을 수 없는 눈초리로 유희정을 바라보며 그녀가 이런 말을 꺼낼 수 있다는 사실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고 얼떨떨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희정은 그런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살가운 눈빛으로 한준우를 보며 말했다.“준우 씨, 진짜 이럴 거야?”한준우는 침묵했고 유희정이 계속 지껄였다.“한준우, 나 이 사람이랑 그냥 원나잇이란 말이야. 별 다른 일 없었다고 나 용서해 줄 거지? 나 앞으로 진짜 잘할게.”한준우는 여전히 침묵했고 유희정은 그가 계속 말이 없자 마지못해 말했다.“나 앞으로 준우 씨 괴롭히지 않는다고 맹세할게. 그리고 소파에서 자라고도 안 할게.”한준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마침내 입을 열었다.“유희정, 너 그만 가.”유희정은 한준우의 말에 얼이 빠져 있었다. 그녀는 한준우가 자신과 헤어지리라 굳게 마음먹은 것을 알고 후회가 밀물처럼 밀려왔다.하문석은 그 말을 듣고 바로 일어서서 유희정을 잡아끌었고 그녀는 마치 걸어 다니
강유진의 말을 들은 유희정은 마치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것 같았다.그녀는 복잡한 마음으로 강유진을 쳐다보았다.글쎄 한준우가 해성그룹 대표와도 잘 알고 있는 사이인데 그가 해성그룹 고위 임원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가 아닐까? 설사 고위 임원이 못되더라도 강유진 같은 인맥을 알고 있다면 뭘 해도 성공하겠지.생각을 마친 그녀는 벌써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했다.만약 자신이 조금만 일찍 한준우가 해성그룹 대표와 이렇게 친분이 두터운 사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절대 하문석 같은 인간과 엮이지 않았을 것이다.지금, 이 순간 그녀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한준우의 자비를 구하고 싶었으나 여러 사람 앞에서 한준우가 체면을 구기지 못할 거로 생각하고 조용히 하문석을 따라 그의 차 옆으로 향했다.하문석이 차에 올라타자, 유희정은 몸을 돌려 다른 곳으로 향했다.하문석은 그런 그녀를 보고 창문을 내리고 물었다.“유희정 너 어디가? 나와 같이 안 갈 거야?”그녀는 잠시 발걸음을 멈칫하다가 고개를 돌리지 않고 그대로 앞으로 걸었다.하문석은 그녀가 바로 전 일 때문에 자신에게 앙심을 품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더 이상 그녀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는 한시라도 빨리 집으로 돌아가 아버지에게 이 일을 말씀드리고 대처할 방법을 찾는 게 우선이었다.생각을 마친 그는 바로 시동을 걸어 차를 몰고 그 장소를 떠났다.그러나 한준우는 여전히 제자리에 멍하니 서서 유희정의 뒷모습을 바라보았고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진도하는 그의 곁으로 다가가 그를 위로했다.“한준우, 이제 됐어. 그만 내려놔.”한준우는 진도하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나도 알아... 그냥 조금 슬플 뿐이야.”진도하는 한준우의 심정을 당연히 알고 있었고 지금 그를 위로해 봤자 아무 소용이 없을 거로 생각하고는 그저 힘껏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한준우는 진도하를 향해 애써 웃어 보이며 말했다.“오늘일 둘 다 정말 고마워.”“괜찮아요. 저희가 뭘 한 게 있다고요.”강유진이 말했다.한준
진도하와 강유진이 먹고 있을 때 한준우는 묵묵히 옆에 앉아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준우의 그런 모습을 본 강유진은 걱정되는 마음에 테이블 아래로 진도하의 발을 툭툭 건드렸다.진도하는 그런 강유진을 보고 고개를 저었고 그녀더러 걱정하지 말라는 눈치였다. 한준우를 조용히 내버려 두고 혼자 생각할 시간을 갖게 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었다.한준우는 한동안 침묵하더니 그들이 자신을 걱정하는 게 신경 쓰여 예의상으로 젓가락을 들었지만 결국 음식을 입에 대지 않았다.셋이 밥을 다 먹고 음식점에서 나온 뒤 강유진은 한준우를 데리고 놀러 가서 마음을 풀어주려 했지만 그는 그저 조금 걷고 싶다고 했다. 진도하와 강유진은 두말없이 그의 제안을 따랐다.한준우가 말했다.“난 괜찮으니까 걱정 말고 먼저 돌아들 가. 그냥 혼자 조금 걷고 싶어.”“우리도 딱히 할 일이 없어. 그냥 같이 좀 걷자.”진도하가 말했다.한준우도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그저 그들과 조금 떨어져 혼자 앞으로 걸어갔고 진도하와 강유진도 그를 뒤따랐다.강유진은 진도하의 팔을 흔들며 말했다.“어쩌면 좋아요? 준우 씨 이별의 아픔에서 벗어나는 게 너무 힘든가 봐요.”진도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래요. 준우처럼 감정에 진심인 사람이 이별의 아픔을 극복하기란 쉽지 않겠죠. 그래도 하루빨리 그 감정에서 벗어나야죠.”강유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럴 땐 옆에서 아무리 뭐라 설득해도 도움이 안 돼요. 그저 혼자 하루빨리 마음을 정리하는 게 최선인 것 같아요.”“맞아요.”진도하는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한준우를 지켜보며 강유진과 말했다.“이 녀석 이번일을 혼자 잘 이겨낼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이겨 낼 거예요.”강유진이 말했다.이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한참이 지나서야 진도하가 물었다.“유진 씨, 준우를 도와줄 만한 방법이 없을까요? 만약 돈을 쥐어 준다거나 일자리를 찾아 준다면 준우는 분명 거절할 거예요. 이 자식 고집이 센 것만 빼면 아무런 단점이 없
진도하는 잠시 멈칫하더니 바로 무슨 일인지 물었다.“내가 뭘 도와주면 되는데, 말만 해!”한준우는 고개를 숙인 채 주머니에서 자기 집 키를 꺼내 진도하에게 건네며 말했다.“나 대신 이 키를 유희정에게 전해줘.”“뭐?”진도하는 미간을 찌푸리며 한준우를 쳐다봤다.한준우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로 말했다.“희정이는 키를 두고 다니는 버릇이 있어. 아마 하문석 그자와 헤어지고 성운시로 돌아가면 마땅히 지낼 곳도 없을 거야. 네가 이 키를 희정이에게 전해줘. 그리고 희정이더러 마음 편히 그 집에 있으라고 해. 난 안 돌아갈 거니까.”진도하는 그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이 녀석 정말 착해도 너무 착하잖아. 일이 이 지경까지 왔는데 아직도 유희정을 신경 쓰다니. 유희정 그 여자도 정말 눈이 삐었지. 어떻게 이런 좋은 남자를 내버려두고 그깟 돈이 뭐라고 이런 짓을 벌이고 이 난리를 쳐대냐는 말이다.진도하는 그에게 키를 건네받고 한준우를 보며 의아해서 물었다.“넌? 안 돌아가면 어디로 갈 건데?”한준우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난 이제 성운시로 돌아가지 않으려고. 지금까지 쭉 몇 년 동안은 열심히 일해서 유희정에게 좋은 미래를 안겨 주는 게 내 목표였어. 하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잖아. 더 이상 아껴 쓰고 아껴 먹으며 악착같이 살 이유가 없어. 나도 밖에 나가 돌아다니며 세상 물정도 구경하고 내 미래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싶어.”말을 마친 한준우는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진도하는 알고 있었다. 한준우가 지금까지 자기 자신을 억누르고 참고 견디며 열심히 돈을 번 목적은 오직 유희정과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서였지만 유희정의 외도를 목격한 뒤 한준우는 자기 삶의 목표를 잃어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을.한준우의 이러한 모습을 지켜보던 진도하는 한준우가 극단적인 선택이라도 할까 봐 마음을 졸이며 한준우를 설득하려 했다.“내 생각엔 먼 곳보다는 그냥 성운시 혹은 기주에 남아 있는 게 좋을 것 같아. 여기도 발전 가능성이 충분하잖아
“그래. 그럼 조심히 가.”진도하의 말에 한준우도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등을 돌려 터벅터벅 걸어 자리를 떠났다. 진도하와 강유진은 그 자리에 서서 한준우의 멀어지는 모습을 지켜봤다.10m쯤 걸었을 때 한준우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다시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내가 희정이의 휴대전화 번호를 보내 줄 테니 전화해서 집 키를 받아가라고 얘기해줘.”“걱정하지 마.”한준우의 말에 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진도하는 유희정을 싫어하지만 한준우가 꼭 하겠다고 고집을 피우기에 아무리 말려도 소용이 없을 거라는 것을 알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준우가 떠난 후 진도하는 유희정에게 전화를 걸어 그녀가 있는 곳을 물어본 뒤 강유진과 같이 그곳으로 향했다.유희정을 만났을 때 그녀는 한창 성운시로 돌아갈 택시를 잡고 있었다.진도하는 집 키를 그녀에게 건네주고 한마디 말도 없이 바로 뒤돌아섰다. “잠깐만요.”유희정이 뒤돌아 서 있는 진도하를 불러세웠다.진도하는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또 무슨 일이 있어요?”“준우 씨... 지금 어디 있어요?”진도하는 퉁명스러운 얼굴로 말했다.“그게 당신과 무슨 상관이죠?”유희정은 진도하가 자신을 거들떠보지도 않자 이를 악물며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성운시로 돌아가는 택시를 탔다.진도하도 차를 몰고 강유진을 따라 강씨 저택으로 돌아갔다.방으로 돌아온 강유진은 씻은 후, 진도하 맞은편에 앉아 걱정하는 얼굴로 물었다.“준우 씨가 설마 이상한 생각은 안 하겠죠?”“그러지는 않을 거예요.”강유진의 물음에 진도하가 대답했다.한준우가 정말로 극단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다면 조금 전의 그런 대화들이 오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준우가 그렇게까지 말한 이상, 분명 다른 계획이 있을 것이라 진도하는 생각했다.강유진도 진도하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저도 빨리 준우 씨를 도울 방법을 생각해 볼게요. 다시 돌아올 때는 바로 새 출발 할 수 있을 거예요.”“네. 잘 생각해 봐줘요.”
자양파 노조와의 전화가 끝나자마자 강유진이 물었다.“자양파 노조가 도하 씨를 갑자기 왜 찾는 거예요?”그 물음에 진도하는 방금 자양파 노조가 했던 말을 그대로 강유진에게 알려줬다.강유진은 그 말에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내일 기주에서 경매 행사가 있다고요?”“네, 자양파 노조가 그렇게 얘기하네요.” 진도하가 웃으며 대답하자 강유진이 되물었다.“도하 씨도 참가하려고요?”“네, 한 번 가보고 싶어요.”진도하가 대답했다.“그럼 나도 같이 가요.”진도하는 강유진을 한 번 보더니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유진 씨가 이 집에서 나갈 수 있을까요?”강유진은 진도하를 초롱초롱 쳐다보며 대답했다.“나에게 도하 씨가 있잖아요!”“저요?” 진도하는 손가락으로 자기 얼굴을 가리키며 물었다.“네. 무술 고수 출신인 도하 씨가 저 한 명쯤은 쉽게 데리고 나가겠죠?”강유진이 진도하를 아래위로 흘겨보며 말하자 진도하가 웃으며 대답했다.“데리고 나갈 수야 있죠. 하지만 아무 대가도 없이 공짜로 부탁하는 건 아니죠?”강유진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무슨 대가요?”“예를 들어... 나에게 30초를 더 준다든지.”말을 하고 있는 진도하는 강유진이 무조건 화낼 거로 생각해 도망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강유진은 전혀 화를 내지 않았고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자신 있으면 한 번 해봐요. 준비됐으니까.”말을 마치자마자 강유진은 눈을 감았다. 그런 강유진을 바라보고 있는 진도하는 저도 모르게 마음이 흔들렸다.그는 강유진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지만, 자신이 없어 그저 자리에 선 채 그녀의 얼굴만 뚫어지게 바라봤다.잠깐의 시간이 흐른 후, 강유진이 다시 눈을 뜨며 말했다.“왜요? 자신 없어요?” 진도하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웃었다.그러자 강유진이 뾰로통한 얼굴로 진도하를 보며 말했다.“도하 씨는 남자 아니에요? 늑대 같은 마음을 감추고만 있으면 어떡해요.”강유진의 말에 진도하는 말문이 막혔고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봤다. ·
‘감히 내 앞에서 폼 좀 잡아보려고? 어림도 없지!’강유진은 속으로 중얼거렸다....두 사람은 재빨리 주차장으로 달려간 뒤, 차에 시동을 걸고 경매장으로 향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그곳에 도착했다.경매장 입구에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수많은 고급 차들이 주차장에 세워져 있었다.굳이 차 주가 누군지 확인하지 않아도 기주 전체에 내로라하는 인물들이 다 온 것을 알 수 있었다.차를 세운 뒤 강유진과 함께 차에서 내린 진도하는 자양파 노조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윽고 자양파 노조와 허 장로가 진도하 앞에 나타났다.몇 마디 인사를 나눈 후, 자양파 노조와 허 장로는 진도하와 강유진을 데리고 경매장으로 들어갔다.경매장에 들어온 후, 그들은 2층의 한 VIP룸에 도착했다.룸에 앉으니 회의장 전체가 한눈에 훤히 보였다. 자양파 노조가 진도하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것임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진도하도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진도하가 물었다. “제가 말한 것들은 몇 번째로 나오나요?”“아마 열 번째 물건이 나온 후에 나올 거예요. 이 경매행사는 싼 것부터 점차 비싼 것까지 하나씩 경매를 진행해요.”자양파 노조가 진도하의 물음에 대답하자 그도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급한 일이 없기에 천천히 기다리면서 혹시 마음에 드는 물건이라도 발견하면 사려고 생각했다.경매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한둘씩 경매장에 들어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매장 안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경매도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북적거리던 경매장 안도 점차 조용해졌다.경매사는 무대에 올라 긴 설명을 한 후 첫 번째 경매품을 꺼냈다.첫 번째 경매품은 한 폭의 서화인데, 경매 시작가는 1억이었고 2억 4천만 원에 낙찰되었다.두 번째 경매품은 고대 꽃병인데, 1억2천만 원에 시작해 3억8천만 원에 낙찰되었다.진도하는 두 경매품에 관심이 없어 눈여겨보지 않았다. 곧이어 경매사는 세 번째 경매품을 내놓았고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이것은 청동 비녀입니다. 디자인이
“선우 씨가요? 내 이름을 걸고 말이에요?”진도하는 주선우를 흘겨보았다.주선우가 두 눈을 반짝이며 열정 가득한 모습을 보니 이 일에 꽤나 열을 올리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맞아요. 형님은 형님 할 일을 계속하면 되고 상고성의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주선우가 말했다.“어쨌든 이곳은 항상 형님이 말하는 대로 될 거예요.”진도하는 그 말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무엇보다도 그는 문득 자신의 조상, 진씨 가문의 창시자를 떠올렸다.스승님이 말하길 진씨 가문의 창시자는 원래 세계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문파를 세웠고 그들이 이 세계에 도착했을 때 머무를 곳과 수련 자원을 마련해 놓았다고 했다.지금 비록 자신이 조상처럼 높은 경지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이 작은 상고성에서라면 문파를 세우고 보호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그러면 이주안, 현지수, 강고수 같은 사람들이 이 세계로 오게 될 경우 바로 상고성으로 올 수 있을 것이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일은 조금 더 생각해보도록 하죠.”그러자 주선우는 안절부절못한 듯 서둘러 말했다.“형님, 생각할 것도 없어요! 지금 형님의 대부경 5단계 실력으로 문파를 세우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더구나 이미 대부경 7단계 두 명을 넘어섰잖아요!”“하지만 수련 자원과 공법은 어디서 구할 수 있죠?”진도하가 물었다.문파를 세운다고 해도 중요한 건 공법과 자원이다. 이런 것들이 없다면 문파는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그러자 주선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그건 다 준비돼 있잖아요.”그러고는 고문파의 대문을 향해 입술을 쓱 내밀었다.진도하는 그제야 주선우의 뜻을 알아차렸다.그는 고문파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침 단전이 파괴된 고문파 사람들은 자신들의 짐을 챙겨 들고 차례차례 걸어나오고 있었다.주선우는 그들을 향해 외쳤다.“짐만 챙겨 나가. 공법과 자원은 모두 두고 가야 해. 알았어? 만약 몰래 가지고 나가는 걸 나한테 들키면 그땐
그 말을 들은 열몇 명의 수련자들은 더욱 두려워졌다.이때 문 밖에서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수련자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문 쪽을 바라보았다.곧 그들 앞에 나타난 사람들은 다름 아닌 같은 문파의 동료들이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놀란 표정이 가득했다.“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일흔 명이 넘는 동료들이 입가에 피를 흘리고 창백한 얼굴로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었다.“너희 단전이 파괴된 거야?”금세 누군가가 상황을 깨닫고는 두려움에 떨며 물었다.하지만 그 수련자들은 아무 말 없이 진도하와 은소혜를 비켜 지나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이 광경을 목격한 나머지 수련자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비록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들은 동료들의 단전이 파괴된 것이 바로 진도하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진도하는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10!”“9!”“8!”세 개의 숫자가 떨어지자마자 그중 한 명이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가격했다.첫 번째로 나선 사람이 나오자 두 번째, 세 번째로 자진해서 단전을 파괴하는 이들이 연달아 나왔다.결국 열몇 명 모두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그제야 진도하는 만족한 듯 몸을 돌려 문을 나섰고 은소혜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은 독고 청의와 주선우가 기다리고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독고 청의가 물었다.“다 해결된 거죠?”“네, 해결됐어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주선우가 물었다.“그럼 저들을 그냥 이렇게 놔둬도 되는 거예요?”진도하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그냥 두죠.”비록 그들이 고천혁과 함께 악행을 저질렀지만 이제 그들은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굳이 끝까지 몰아붙일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때로는 살아 있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때도 있으니까.주선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갑자기 흥분한 듯 진도하에게 말했다.“형님! 고천혁도 죽고 고문파도 거의 전멸했으니 이제 상고성에는 더 이상 문파가 없어졌어요.”“네?”진
그 한 마디가 마치 천둥소리처럼 크게 울려 퍼졌다.은소혜는 귀를 문지르며 속으로 생각했다.‘도하의 실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구나.’문 앞에 있던 독고 청의와 주선우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도 본능적으로 귀를 막았다.진도하의 목소리는 고문파의 본거지에 울려 퍼졌고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들었을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1분도 지나지 않아 십여 명의 수련자들이 장검을 들고 진도하 앞에 분노에 찬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그들 중 선두에 선 마흔 즈음의 중년 남자가 화난 표정으로 진도하를 노려보며 말했다.“우리 고문파 앞에서 감히 고함을 치다니, 너 죽고 싶어?”그러자 진도하는 무표정하게 대답했다.“고천혁은 이미 죽었어. 너희도 단전을 스스로 파괴하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는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야.”그 중년 남자는 갑자기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너희 둘 미쳤어? 여기가 어딘 줄이나 알아? 감히 여기서 그런 허튼 소리를 하다니,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에 그는 고천혁이 죽었다는 사실도, 다른 수련자들이 이미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그는 진도하를 분노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며 바로 칼을 뽑을 듯한 기세였다.진도하는 화를 내지 않았고 그저 웃으며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너희 고문파 사람들은 모두 여기에 있어?”그와 동시에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넓혀 주변을 탐지했다.중년 남자는 대답 대신 화를 내며 소리쳤다.“어서 나가! 안 그러면 우리 세 개 주성의 수장님이 돌아오시면 넌 반드시 죽을 거야!”그는 진도하와 은소혜가 풍기는 강력한 기운을 느끼고 자신이 그들을 상대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그러나 평소 상고성에서 악명을 떨치며 권력을 휘두르던 그는 이들을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세 개 주성의 수장을 언급하며 그들을 위협하고 쫓아내려고 했다.이때 은소혜가 칼을 들고 중년 남자 옆으로 성큼 다가가며 말했다.“네가 말하는 ‘세 개 주성의 수장’이 고
그때 백발의 노인이 말했다.“길을 안내해드릴까요?”“좋습니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고천혁을 제거한 이상 고문파의 나머지 사람들도 빨리 처리해야 했다. 그들을 놓쳐서 도망가게 한다면 더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 분명했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말했다.“어르신, 젊은 분 한 분만 보내주세요. 어르신께서 굳이 함께 가실 필요는 없습니다.”백발의 노인은 진도하의 뜻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철수야, 네가 발도 빠르고 민첩하니 진 대사님을 안내해드려라.”“알겠습니다!”철수는 사람들 속에서 뛰어나와 신나게 말했다.“진 대사님, 저를 따라오시죠!”“가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철수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철수 씨는 방향만 알려주면 돼요.”“알겠습니다!”철수는 곧장 대답했다.“이 길 끝까지 가서 왼쪽으로 꺾으면 됩니다!”철수가 방향을 알려주자 진도하는 환허보를 발휘해 고문파 본거지로 빠르게 향했다. 가는 동안 철수는 입을 틀어막고 있었고 언제든지 토할 것처럼 보였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은소혜와 독고 청의 일행도 그 뒤를 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진도하의 눈에 들어왔다.그들도 진도하를 보자마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우린 이미 단전을 끊었는데 왜 또 우리를 죽이려는 거야?”그들은 진도하를 두려워하며 물었다.그러자 진도하는 냉담하게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나는 약속은 꼭 지켜.”“그런데 왜...”그들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진도하는 대답하지 않고 철수에게 다시 방향을 물었다. 철수가 또 다른 방향을 가리키자 진도하는 곧바로 그 자리를 떠났다.단전이 파괴된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사라지자 그제야 긴장을 풀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그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얼굴에는 씁쓸한 표정만 남아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상고성에서 위세를 떨치던 수련자들이 이제는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당연히 감
그 수련자는 눈빛이 흔들리며 혼란스러워졌다.진도하는 분노에 차 소리쳤다.“설마 나를 직접 나서게 만들 생각이야?”고문파의 수련자들이 자진하여 단전을 끊고 있을 때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모두 풀어놓았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거짓으로 단전을 끊는 척할까 염려했기 때문이다.지금 진도하 앞에 있는 이 수련자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그는 자신의 단전을 때리는 시늉만 했을 뿐 실제로는 기운을 모으지 않았고 피를 뱉는 척까지 했다. 그의 단전은 멀쩡했다.그 수련자는 복잡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더니 침을 몇 번 삼키며 눈을 감았다. 이어서 그는 제대로 자신의 단전을 향해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번엔 진짜로 선홍빛의 피가 튀어나왔다.그제야 진도하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꺼져!”그 수련자는 단전이 파괴된 고통을 억지로 참고 비틀거리면서 자리를 떠났다.곧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단전을 스스로 끊고 떠났다. 그제야 진도하는 용음검을 거두었다.그는 뒤돌아 은소혜와 그녀 뒤에 있는 수련자들을 보며 물었다.“우리는 사상자가 있어?”“사상자는 없지만 부상자는 몇 명 있어.”은소혜가 대답했다.조금 전 그들이 고문파의 수련자들과 싸울 때 은소혜는 계속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고 위험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바로 달려갔기 때문에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고 몇 명의 부상자만 나왔을 뿐이었다.“그래도 부상 당한 사람들은 이미 치료를 받았어. 지금 다들 몸 상태가 좀 허약할 뿐이지 큰 문제는 없어.”은소혜가 덧붙였다.그러자 진도하는 안도하며 품에서 약병을 꺼냈다.“이 약들은 내가 직접 만든 거예요. 수련에 큰 도움이 될 테니 모두 한 알씩 가져가요.”이들은 진도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그를 도왔기에 진도하는 그들에게 깊은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그는 수련자들에게 보답하고 싶어 이 약을 내놓은 것이었다.진도하는 약병을 가장 가까이 있던 수련자에게 건네주었고 그 수련자는 약을 하나 꺼낸 다음 옆 사람에게 다시 약병을 넘겼다.바로 그
진도하는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한번 용음검을 뽑아들고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검 끝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살기가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압도했고 이에 모두가 침묵 속에 휩싸였다.‘어떻게 해야 하지?’아무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그들이 망설이는 사이 은소혜와 독고 청의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이 모두 다가와 고문파 수련자들을 포위했다.그들의 숫자는 고문파보다 적었지만 그들의 전의와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그들은 무기를 움켜쥔 채로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차가운 눈빛으로 응시했으나 말은 하지 않았다. 그들의 의도는 명확했다. 시간이 다 되면 진도하와 함께 일제히 달려들겠다는 것이다.“남은 시간은 50초.”진도하의 냉혹한 목소리가 울렸다.고문파의 수련자들은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 누구도 진도하의 검을 견딜 자신이 없었고 죽고 싶지도 않았다.“내가 단전을 끊으면 정말로 날 살려줄 거야?”갑자기 누군가가 물었다.진도하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대부경 1단계의 수련자였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스스로 단전을 끊는 자는 살려 보낼 거야.”“그 말 꼭 지켜.”그 남자는 그렇게 말한 뒤 손에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향해 내리쳤다.퍽.남자는 입에서 피를 뿜어내며 단전의 파괴로 인한 고통을 억지로 참아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난 가도 되는 거지?”“가.”진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첫 번째로 단전을 끊은 자는 몸을 돌려 휘청거리며 멀리 걸어갔다. 10미터쯤 걸어간 뒤 누구도 그를 쫓지 않자 그는 단전을 움켜쥐고 빠르게 거리 끝으로 도망쳤다.이 광경을 본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정말로 그 남자를 놓아주었다는 사실에 더욱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다시 한번 말했다.“남은 시간은 이제 30초.”이 말을 듣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당황했다.퍽.또 한 명의 수련자가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내리쳤다.“푸우...”그는 피를 뱉어내고 몸을 돌려 떠나갔다.진도하는
진도하의 영적 기운이 섞인 외침은 천지를 진동시키는 것 같았다.은소혜와 다른 일행들, 그리고 고문파의 수련자들까지도 순간 멈칫하며 진도하를 바라보았다.진도하가 어깨에 메고 있는 고천혁을 보자 은소혜 일행은 놀라움과 기쁨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진도하가 또다시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를 처치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진도하는 대부경 7단계가 아니었지만 그 이상의 실력을 보였다.반면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당황스러워했다.“우리 문주님이 죽었어?”“어떻게 문주님이 저놈을 이기지 못할 수 있어?”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고천혁이 다른 수련자들과 겨루는 모습을 여러 번 봐왔고 고천혁이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 앞에서조차도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을 목격했었기 때문이다.상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고천혁이 옥판을 꺼내 들면 그 즉시 상대는 가루가 되어 사라지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고천혁이 실패했다니.그들은 마음이 혼란과 두려움으로 가득 찼고 더 싸워야 할지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고천혁의 시체를 땅에 던지고 고문파 수련자들을 향해 냉정하게 말했다.“고문파의 수련자들, 잘 들어라! 고천혁은 죽었어! 너희가 자진해서 단전을 끊는다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를 맞이할 건 죽음뿐이니까 각오해!”진도하의 말이 떨어지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침묵에 잠겼다.그들의 얼굴에는 망설임이 드러났다. 단전을 자진해서 끊어야 할지, 아니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지 갈등에 빠진 것이다.그때 누군가 외쳤다.“우리를 속이려 해도 소용없어! 단전을 끊으면 결국 죽을 운명 아니야?”진도하는 그 말을 한 이를 바라보았다.“음? 대부경 4단계군.”그 대부경 4단계의 남자는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을 향해 돌아서더니 외쳤다.“모두 속지 마요! 죽을 각오로 싸우면 어쩌면 살 수 있는 길이 있을지도 몰라요! 단전을 끊는다는 건 우리 목숨을 칼 위에 올려놓는 거나 다름없어요. 저놈들이 우리를 살려줄지 죽일지는
쿵.거대한 굉음이 울렸지만 이번에는 피가 튀지 않았다.고천혁은 순간 멍해졌다.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설마 진도하 몸에 또 무슨 비장의 무기가 있단 말이야?’그는 재빨리 진도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그 순간 진도하가 크게 외쳤다.“아아아!”이 외침은 매우 고통스럽게 들렸고 천지를 뒤흔들 듯했다. 고천혁은 그 외침에 영혼마저 뽑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다음 순간 한 줄기 빛이 진도하의 어깨뼈에서 튀어나왔다.퍽.그 빛줄기는 바로 고천혁의 가슴 앞에 닿았다.크게 놀란 고천혁은 생각했다.‘이건 또 뭐야?’그는 서둘러 옥판을 조종해 방어하려 했다.그리고 그제야 공격해 온 것이 뼈 한 조각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곧바로 그 뼈 조각이 옥판과 충돌했다.쾅.두 물체가 부딪히며 엄청난 에너지가 폭발했다.끼익.옥판은 깨졌고 수많은 조각으로 부서져 주변으로 흩어졌다.“젠장!”고천혁은 차가운 숨을 내뱉었다.옥판을 소유한 이후 그는 거의 무적이었는데 귀일경 이하에서는 그와 맞설 자가 없었다.옥판 덕분에 그는 상고성과 다른 두 주성의 문파를 멸망시키고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의 비장의 무기가 산산조각이 났다니?고천혁은 얼어붙은 채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의 어두운 눈빛 속에 갑작스럽게 빛이 스쳤다.‘뭐지?’뼈 조각은 옥판을 부순 후 고천혁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눈 깜짝할 사이였다.“오지 마!”고천혁의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졌다. 그는 급히 몸을 뒤로 뺐지만 그의 속도는 뼈의 속도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쉭.뼈 조각은 고천혁의 호신 영기에 부딪혔다.쾅.고천혁의 호신 영기는 산산조각이 났다.“뭐야?”고천혁의 눈이 커졌다.뼈 조각은 여전히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고천혁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고천혁은 움직임을 멈췄고 얼굴에 당혹감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가슴에는 축구공만 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그는 그 자세를 유지한 채 3초간 서 있다가 결국 땅
고천혁은 말을 마치자마자 손에 들고 있던 옥판을 던졌다.옥판은 빠르게 회전하며 진도하와 고천혁 사이에 자리 잡았다.하지만 진도하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가 있으니 이 목걸이는 귀일경의 전력을 막아낼 수 있었다.그러니 옥판의 힘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것이 진도하가 가진 자신감이었다.진도하는 마음을 굳혔다. 만약 옥판의 공격을 막지 못한다면 바로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를 꺼낼 생각이었다.하지만 그 순간 옥판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슝.옥판에서 수많은 빛줄기가 쏟아져 나왔고 곧이어 검기와 영기가 진도하를 완전히 뒤덮었다.진도하는 반응할 틈도 없이 공격을 당했다.따다다다.그 빛줄기들이 빗방울처럼 진도하의 몸을 강타했고 그의 몸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고천혁은 잔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야!”옥판은 여전히 회전 중이었고 진도하의 호신 영기는 이미 산산조각이 났다. 그의 몸에는 상처가 끊임없이 늘어났다.진도하는 저항하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상처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죽음의 기운이 그의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진도하는 자신의 수명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음을 느꼈다. 피가 다 흘러나가기도 전에 그의 수명은 모두 사라질 듯했다.“아아아!”진도하는 크게 소리치며 억지로 체내의 영기를 끌어모았다.다시 한번 호신 영기를 형성했지만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고민했다.그러나 죽음의 기운에 압도당해 비취색 목걸이조차 꺼낼 수 없었다.이것이 옥판의 무서움인가? 고천혁이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건가?수많은 수련자들이 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그 순간 호신 영기는 다시 산산조각이 났다.끝없이 쏟아지는 빛줄기들이 진도하를 향해 끊임없이 날아왔다.푹. 푹. 푹.진도하의 몸은 점점 더 많은 상처로 가득 찼고 그의 영기도 계속 소모되었다.결국 진도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