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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화

진도하는 잠시 멈칫하더니 바로 무슨 일인지 물었다.

“내가 뭘 도와주면 되는데, 말만 해!”

한준우는 고개를 숙인 채 주머니에서 자기 집 키를 꺼내 진도하에게 건네며 말했다.

“나 대신 이 키를 유희정에게 전해줘.”

“뭐?”

진도하는 미간을 찌푸리며 한준우를 쳐다봤다.

한준우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로 말했다.

“희정이는 키를 두고 다니는 버릇이 있어. 아마 하문석 그자와 헤어지고 성운시로 돌아가면 마땅히 지낼 곳도 없을 거야. 네가 이 키를 희정이에게 전해줘. 그리고 희정이더러 마음 편히 그 집에 있으라고 해. 난 안 돌아갈 거니까.”

진도하는 그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이 녀석 정말 착해도 너무 착하잖아. 일이 이 지경까지 왔는데 아직도 유희정을 신경 쓰다니. 유희정 그 여자도 정말 눈이 삐었지. 어떻게 이런 좋은 남자를 내버려두고 그깟 돈이 뭐라고 이런 짓을 벌이고 이 난리를 쳐대냐는 말이다.

진도하는 그에게 키를 건네받고 한준우를 보며 의아해서 물었다.

“넌? 안 돌아가면 어디로 갈 건데?”

한준우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난 이제 성운시로 돌아가지 않으려고. 지금까지 쭉 몇 년 동안은 열심히 일해서 유희정에게 좋은 미래를 안겨 주는 게 내 목표였어. 하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잖아. 더 이상 아껴 쓰고 아껴 먹으며 악착같이 살 이유가 없어. 나도 밖에 나가 돌아다니며 세상 물정도 구경하고 내 미래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싶어.”

말을 마친 한준우는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진도하는 알고 있었다. 한준우가 지금까지 자기 자신을 억누르고 참고 견디며 열심히 돈을 번 목적은 오직 유희정과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서였지만 유희정의 외도를 목격한 뒤 한준우는 자기 삶의 목표를 잃어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을.

한준우의 이러한 모습을 지켜보던 진도하는 한준우가 극단적인 선택이라도 할까 봐 마음을 졸이며 한준우를 설득하려 했다.

“내 생각엔 먼 곳보다는 그냥 성운시 혹은 기주에 남아 있는 게 좋을 것 같아. 여기도 발전 가능성이 충분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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