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양파, 이 세 글자를 들은 유현빈은 눈빛이 흔들렸다. “무술 고수 경기장에서 우승했다고 우리 유씨 가문이 너희들을 무서워할 거라 생각해? 여기는 경매장이야, 무술 고수 경기장이 아니라고! 계속 값을 불러!”유현빈은 포효하며 울부짖었다.“70억!”이 말에 사람들은 경매장이 떠나갈 듯 소리쳤다.70억, 이번 경매에서의 최고가이다.경매사조차 다소 설레는 듯한 얼굴로 멈칫하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70억, 한 번.”“70억, 두 번.”이때 5번 VIP룸에서 다시 한번 소리가 들렸다.“80억.”경매장 안이 다시 한 번 술렁이었다.청상검 하나가 80억까지 갈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 답답한 얼굴을 하며 말했다.“이 사람들은 언제 이렇게 많은 돈을 모았대요? 1억씩 호가하는 게 우리가 만원 쓰는 것과 같네요.”“이 검이 진짜로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요?” 자양파 노조도 의아한 얼굴로 진도하를 보며 물었다.“수장, 이 검도 특별한 곳이 있나요?” 그 말에 진도하는 웃으며 대답했다.“아니요.” “그럼 가격을 왜 이렇게 높이 불러요?”옆에 있는 강유진이 진도하를 바라보며 물었다.진도하는 손으로 콧등을 한 번 만지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심심해서 한번 불러보고 싶었어요. 어차피 좀 이따 저보다 더 높은 가격을 부를 사람이 있을 텐데.”그 말에 강유진, 허 장로 그리고 자양파 노조까지 모두 할 말을 잃었다. 그들 세 사람은 진도하가 계속 입찰에 참여하자 이 검도 분명 특별하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진도하의 그저 심심해서 한 거라고 한 말에 모두들 어이가 없어 말을 잇지 못했다.진도하는 조금 억울하다고 생각했다. 난생처음 참가한 경매인데 너무 심심해서 별로 할 일도 없고 그렇다고 앉아서 휴대전화 게임이나 하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입찰에 참여하고 싶었다.게다가 이 검은 고대의 명검을 80억으로 산다고 해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다.만약 진도하가 심심해서 입찰에 참여한 것을 알게
진도하는 소파에 기대어 있다가 이내 자세를 바로잡았고, 자양파 노조와 허 장로도 경매사의 말에 주의력을 기울였다.그들은 오늘 이 약초를 위해 경매에 참여한 것이기에 절대 놓칠 수 없었다.경매사는 약초를 들고 소개하기 시작했다.“이것은 수선아라는 약재로 최소 100년간 자랐습니다. 몇 달 전 우연히 벼랑에서 발견되었는데...”경매사는 한참이나 이 약초를 소개했다. 사실 그가 소개하지 않아도 단약을 제련하는 사람이거나 무술 고수들이라면 수선아라는 약초의 가치를 너무 잘 알고 있다. 경매사도 몇 마디 더 하다가 분위기를 파악하고 하던 설명을 멈췄다. 그리고 이내 다시 입을 열어 경매 가격에 대해 말했다.“이 수선아의 경매 시작가는 10억입니다. 그리고 매번 1억씩 값을 부르실 수 있습니다.”이 말이 끝나자마자 누군가가 바로 외쳤다.“12억.” 룸에 앉아 있는 진도하는 값을 부르지 않고 아무 말도 없이 가만히 앉아있었다. 어차피 지금 부른 가격들이 절대 끝까지 갈 수 없기도 하고 계속 가격을 부르는 게 귀찮기도 했다.수선아는 일반 사람들에게 큰 작용이 없지만 무술 고수와 단약 제련사에게는 아주 유용하게 쓰인다.차라리 가격을 부르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먼저 경매에 참여하고 나서 분위기가 잠잠해질 때쯤 나서도 늦지 않다.이 약초는 진도하가 경지를 올리기 위해 꼭 필요한 중요한 약초 중의 하나이다. 그래서 진도하는 수선아를 꼭 손에 넣어야 한다.수선아의 효능은 기를 모으는 것으로 진도하가 다음 경지를 돌파하는 데 무척이나 중요하다.따라서 진도하는 경매장 사람들이 부르는 가격에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또한, 누가 이 수선아를 원하는지도 관찰하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선아는 30억으로 호가되었다. 그리고 이제 몇 개의 VIP룸에서만 가격을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VIP 룸에서는 30억부터 위로 부르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유현빈이 50억을 불렀을 때 더 이상 아무도 호가하지 않았다. 유현빈은 이미 수선아를 손에 넣은 듯 득의양양해 있었
이것이 바로 유현빈 지금의 생각이다.아무도 가격을 부르지 않자 진도하도 어리둥절했다.수선아는 중요한 약초 중의 하나로 그 어떤 약초도 수선아를 대체할 수 없다. 그래서 이 수선아를 어떻게든 손에 넣는 게 그의 목표였다. 그러나 70억으로 바로 그 목표를 이룰 줄은 몰랐다. 경매사도 더 이상 가격을 부르는 사람이 없는 것을 보고 낙찰봉을 쳤다. 이렇게 수선아 약초는 70억이라는 의외의 가격에 진도하의 손에 들어갔다. 이 가격은 더할 나위 없이 이득을 본 가격이다.이어서 몇 개의 경매품은 유씨 가문, 오씨 가문, 주씨 가문, 그리고 홀에 있는 몇몇 사람들에게 낙찰되었다. 물론 그들 모두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으로 낙찰받았다.예를 들면 무술 고수와 관련된 책은 시가 20억이었지만 40억에 낙찰되었고 목걸이도 20억으로 시작해 30억에 낙찰되었다. 또 어떤 단약은 사실 40억에 충분히 낙찰받을 수 있었지만 결국에는 60억까지 가격이 올라갔다.이 모든 것은 모두 진도하 때문이다.그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계속 경매에 참여해 가격을 높이 불렀고 일단 그가 부르면 사람들은 계속 참여할지 말지 망설였다. 만약 사람들이 계속 참여하면 진도하도 계속 가격을 불렀다. 그러다가 사람들이 참여하지 않으면 진도하는 적당한 시기를 봐가며 경매를 멈췄다. 이런 행동에 적잖은 사람이 골머리를 앓았고 그들은 5번 룸 사람이 무례하다며 비난하고 있었다. 그사이 사람들은 5번 룸에서는 딱 세 번만 가격을 부른다는 규칙을 발견했다. 그러다가 낙찰을 받지 못하면 5번 룸에서도 더 이상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이에 사람들은 머리를 맞대어 대책을 생각해냈다.그들은 매번 가격을 올릴 때마다 경매장에서 정한 호가 기준으로 가격을 불렀다. 예를 들어 경매 시작가가 2억이고 최저 호가 가격이 4천만 원일 경우 그들은 2억 4천, 2억 8천씩 호가했다. 이렇게 되면 5번 룸의 사람은 미안해서라도 가격을 많이 올리지 못할 것이다.만약 진도하가 그들의 생각을 알게 된다면 분명
경매사는 너무 많은 소개를 하지 않았고, 경매 시작과 함께 더 이상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경매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누군가가 외쳤다.“20억!”경매장 안이 다시 술렁거리기 시작했다.이 소리는 1층 홀에서 누군가가 외친 소리다. 사실 그들은 마지막 경매품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기에 호기심에 외친 것이다.경매사는 아무런 소개도 전시도 없이 바로 시작을 알렸다. 다행히 마지막 경매품이 무엇인지 아는 1층 홀에 있던 사람이 입을 열었다. “마지막 경매품은 봉황의 눈물이에요. 봉황이 다시 부활해 남긴 것으로 이걸 복용한 사람은 환골탈태할 수 있어요.”이 말에 많은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진짜 봉황의 눈물인가요?”그러자 누군가가 설명했다.“저도 잘 모르지만 이번 경매행사 시작전에 들은 정보예요. 아마 대부분 사람이 모르는 이유는 이번 경매행사의 VIP가 아니기에 정보가 공유되지 않은 거예요. 게다가 이런 경매품은 신비로운 물건이라 경매사가 보통 소개하지 않아요.”이 사람의 설명을 듣고서야 1층 로비에서도 마지막 경매품이 무엇인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들은 더 이상 가격을 부를 엄두를 내지 못했다.아무래도 봉황의 눈물이라는 것은 환상적이라 일반인인 자신들에게 그리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2층 룸에 있는 사람들보다 더 높은 가격을 부를 자신이 없었다.만약 그들이 정말로 그만한 재력을 갖추고 있다면 1층 홀에 있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어쨌든 이 경매는 굉장히 현실적이었고 돈 많은 사람들은 앉고 싶은데 앉고 돈이 없는 사람들은 1층 홀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마지막 경매품의 호가는 계속되고 있다.이윽고 봉황의 눈물은 백억을 넘는 가격까지 갔다. 오늘 경매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이고 유일하게 몇백 억대에 달하는 경매품이다.하지만 호가는 여전히 미친 듯이 계속되고 있었다.확실히 모든 사람들이 이 봉황의 눈물을 노리고 있었다.오씨 가문이 있는 룸에서 오수하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 꼭
그때가 되면 무성 방천후도 유씨 가문 편을 들 것이며, 그들을 위해 또 한 명의 괴물을 배양해 낼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한 유현빈은 바로 단숨에 가격을 높여 불렀다.“400억!”이 말에 경매장 내가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유씨 가문이 미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로 단숨에 200억이나 올렸기 때문이다. 유현빈이 일부러 이렇게 한 이유는 첫 번째로 사람들에게 유씨 가문이 봉황의 눈물을 꼭 낙찰받을 것이라는 결심을 보여주기 위해서이고 두 번째로 유씨 가문과 재력을 겨눌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경고이기도 했다. 어찌 되었든 유현빈은 반드시 강한 기세로 사람들에게 압박을 주는 게 목적이었다.특히 5번 룸에 있는 사람에게 똑똑히 알려주고 싶었다.오수하와 주천록도 유현빈의 경매가에 깜짝 놀라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유씨 가문이 이 정도로 높은 가격을 부를 줄 몰랐다.하지만 그들도 포기할 수 없었다.곧이어 봉황의 눈물은 600억에 입찰되었다. 진도하는 계속 입찰에 참여하지 않고 묵묵히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호가하는 사람이 점점 적어질 때 가격을 부르면 그들에게 심리적 압박을 훨씬 더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유씨, 오씨, 그리고 주씨 가문은 아직도 계속 가격 부르는 것에 정열을 다하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봉황의 눈물은 2천억을 호가했다. 경매장 분위기 또한 최고조를 달리고 있었다. 봉황의 눈물이 2천억이라는 가격에 도달했을 뿐만 아니라 지금도 계속 올라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유현빈도 점차 한계를 느꼈다. “2천2백억!”유현빈의 높은 가격을 들은 오수하는 바로 휴대전화를 집어 들고 전화를 걸었다. 통화가 되자마자 그는 수화기에 대고 포효했다.“어르신, 저에게 추가로 2천억을 준비해 주세요!” 오씨 가문의 주인은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이내 대답했다.“알겠어. 바로 준비하지. 걱정하지 말고 값을 불러.”오씨 가문의 주인은 굳이 계산하지 않아도 바로 알 수 있었다. 만약 이 봉황의 눈물을 얻게 되면 오수하는 무성의 경
순간 장내가 떠들썩해졌다.사람들은 모두 더 이상 아무도 입찰하지 않을 것이고 마지막 경매품은 무조건 유씨 가문에서 낙찰받을 거라 생각했다. 심지어 경매사조차도 그렇게 생각해 낙찰봉을 치려고 할 때 누군가가 가격을 부른 것이다. 게다가 부른 가격은 천억이나 추가되었다. 이렇게 큰 금액은 다름 아닌 5번 방에서 부른 것이다. 유현빈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외쳤다.“또 자양파야? 또 나에게 태클을 걸어? 5천억이 애 이름도 아니고 그렇게 쉽게 불러져? 자양파가 유씨 가문도 아니고 그 많은 돈이 어떻게 있을 수 있어!” 하인들은 화가 난 유현빈을 보며 꼼짝도 하지 못한 채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그들은 서로 눈을 한 번 마주치더니 조심스럽게 유현빈에게 물었다. “현빈 도련님, 우리도 계속 가격을 올릴까요?”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무능한 하인을 본 유현빈은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 “올리긴 뭘 올려! 우리 유씨 가문도 이 정도의 현금밖에 없는데 자양파가 어떻게 가지고 있어?”하인들은 유현빈의 포효에 놀라 모두 고개를 숙이고 숨을 죽였다.조금 전 유현빈 옆에 있던 두 여자들도 유현빈의 주의를 끌까 두려워 룸 구석에 조용히 선 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유씨 가문의 룸의 분위기와 달리 1층은 더없이 조용했다. 모두들 가격을 올릴 사람이 없는지 두리번거렸고 마지막 경매품이 누구에게 낙찰되는지 기대하고 있었다. 경매사는 경매대 위에 서서 감격에 겨운 듯 높은 소리로 외쳤다.“5천억, 한 번!”“5천억, 두 번!”...회의장 안의 사람들도 이제는 아무도 가격을 인상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5천억은 매우 큰 돈이다. 일반인에게는 절대 이렇게 많은 유동 자금이 없다. 심지어 기주의 4대 가문과 무술 고수 파벌들도 마찬가지이다.모두들 경매사가 들고 있는 망치에 시선이 쏠렸고 최종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경매사가 낙찰봉을 든 순간 누군가가 큰소리로 외쳤다.“잠깐만요!”모두들 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고, 그 외침은 다름 아닌 2번
모든 사람들은 유현빈의 말뜻을 바로 알아챘다.유현빈은 5번 룸의 재력을 의심하고 있었다. 곧 경매장이 소란스러워졌다. 그들은 사실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유현빈의 말을 듣고는 뭔가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유빈 도련님 말이 일리가 있어요.”“당신들은 5번 룸이 자격이 되는지 확인했나요?”“5번 룸의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이렇게 많은 현금을 갖고 있고 마지막 경매품에 5천억을 부르나요?” 반면 다른 의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꽤 많은 사람들이 5번 룸을 지지하고 있었고 그 사람들은 서로 앞다투어 한마디씩 했다. “경매장에서 그들을 제지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들이 5천억을 부를만한 실력이 된다는 거 아닐까요?”“경매하는 사람들이 바보도 아니고 자격이 없는 사람더러 함부로 가격을 부르게 하겠어요?”“경매도 규칙이 있는데 만약 낙찰받고 돈을 낼 능력이 없으면 그들이 행사장에 들어오면서 낸 보증금은 압류당할 거예요. 예를 들어 1층 로비의 입장 보증금은 2억이지만 2층 VIP룸 보증금은 20억이에요. 5번 룸 고객이 20억을 내면서 이런 장난을 칠까요?”5번 룸을 지지하는 자들의 목소리를 들은 반대편 사람들은 더욱 큰 목소리로 비난했다.“5번 룸의 사람이 60억으로 청동 비녀를 산 거로 봐서 20억으로 장난을 치려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요?” “내 생각에 저 청동 비녀도 저 사람들은 돈을 내지 않을 거예요. 경매행사를 방해하러 온 것이 틀림없어요.” 이렇게 두 가지 의견을 갖고 있는 사람은 서로 물러날 기미가 없이 점점 더 격렬하게 자기의 생각을 말하고 있었고 격앙된 분위기는 당장이라도 싸움으로 번질 것 같았다. 격이 높은 경매행사가 순식간에 시장바닥보다 더 시끄러워졌다. 경매사는 이 상황을 보고 다급히 사람들을 타일렀다.“모두 조용히 해주세요.” “모두 조용히 해주세요.”경매사가 같은 말을 두 번 반복하자 경매장 안도 어느 정도 조용해졌고, 다들 고개를 들어 경매사를 쳐다보았다. “우리 천우 경매는
유현빈은 콧방귀를 뀌더니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당신이 수사했다고 하면 진짜로 수사한 건가요? 당신들이 재력이 있다고 하면 그 사람은 재력을 갖고 있는 거고요? 내가 봤을 때 이 경매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어요!”경매사도 관리자의 지시를 받았는지 냉랭한 얼굴로 2번 룸을 바라보며 말했다.“현빈 도련님께서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네요.”유현빈은 계속 말을 이었다.“내 추측이 맞았다면 5번 룸은 자양파 사람이죠? 자양파라고 하면 모두들 알겠지만 이제 점점 몰락하는 파벌에 불과하죠. 물론 우리 4대 가문과 풍뢰파, 소혈파와 함께 이름이 거론되기는 하지만 실력이나 재력 면에서 절대 우리와 비교할 수 없어요. 오씨 가문과 주씨 가문도 더 이상 호가하지 않는데 일개 자양파가 돈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유현빈의 이 말 한마디에 경매장 내부는 다시 떠들썩해졌다.사람들은 그제야 5번 룸에 있던 사람이 자양파라는 것을 알았고 유현빈의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 물론 자양파가 최근 무술 고수대회에서 우승했지만 전체적인 실력이나 재력으로 볼 때 4대 가문과 절대 비교할 수 없다. 유현빈의 말에 홀려 경매장 내의 사람들은 자양파가 진짜로 이렇게 많은 돈을 낼 수 있는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오씨 가문의 룸에 있던 오수하도, 주씨 가문의 룸에 있던 주천록도 유현빈의 말을 듣고 화가 나 얼굴이 점점 시뻘게졌지만 최대한 화를 억누르고 있었다. 그들은 자양파가 5천억이라는 거금을 진짜로 낼 수 있는지 궁금했다. 이 금액은 오씨 가문과 주씨 가문에게 있어서 보유한 자산을 팔아 버리지 않는 이상 마련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보유한 자산을 파는 것도 시간이 걸리고 경매행사에서 산 물품의 금액은 바로 내야 했기에 하루 사이에 이렇게 큰 금액을 준비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했다. 경매장 안이 점점 통제 불능이 되자 경매사는 즉시 관리자에게 이곳의 상황을 보고했다. 그러나 관리자는 한 마디만 하고 더 이상 아무런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가만히 지켜보세요.”경매사는 이 답변에
“선우 씨가요? 내 이름을 걸고 말이에요?”진도하는 주선우를 흘겨보았다.주선우가 두 눈을 반짝이며 열정 가득한 모습을 보니 이 일에 꽤나 열을 올리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맞아요. 형님은 형님 할 일을 계속하면 되고 상고성의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주선우가 말했다.“어쨌든 이곳은 항상 형님이 말하는 대로 될 거예요.”진도하는 그 말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무엇보다도 그는 문득 자신의 조상, 진씨 가문의 창시자를 떠올렸다.스승님이 말하길 진씨 가문의 창시자는 원래 세계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문파를 세웠고 그들이 이 세계에 도착했을 때 머무를 곳과 수련 자원을 마련해 놓았다고 했다.지금 비록 자신이 조상처럼 높은 경지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이 작은 상고성에서라면 문파를 세우고 보호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그러면 이주안, 현지수, 강고수 같은 사람들이 이 세계로 오게 될 경우 바로 상고성으로 올 수 있을 것이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일은 조금 더 생각해보도록 하죠.”그러자 주선우는 안절부절못한 듯 서둘러 말했다.“형님, 생각할 것도 없어요! 지금 형님의 대부경 5단계 실력으로 문파를 세우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더구나 이미 대부경 7단계 두 명을 넘어섰잖아요!”“하지만 수련 자원과 공법은 어디서 구할 수 있죠?”진도하가 물었다.문파를 세운다고 해도 중요한 건 공법과 자원이다. 이런 것들이 없다면 문파는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그러자 주선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그건 다 준비돼 있잖아요.”그러고는 고문파의 대문을 향해 입술을 쓱 내밀었다.진도하는 그제야 주선우의 뜻을 알아차렸다.그는 고문파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침 단전이 파괴된 고문파 사람들은 자신들의 짐을 챙겨 들고 차례차례 걸어나오고 있었다.주선우는 그들을 향해 외쳤다.“짐만 챙겨 나가. 공법과 자원은 모두 두고 가야 해. 알았어? 만약 몰래 가지고 나가는 걸 나한테 들키면 그땐
그 말을 들은 열몇 명의 수련자들은 더욱 두려워졌다.이때 문 밖에서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수련자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문 쪽을 바라보았다.곧 그들 앞에 나타난 사람들은 다름 아닌 같은 문파의 동료들이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놀란 표정이 가득했다.“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일흔 명이 넘는 동료들이 입가에 피를 흘리고 창백한 얼굴로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었다.“너희 단전이 파괴된 거야?”금세 누군가가 상황을 깨닫고는 두려움에 떨며 물었다.하지만 그 수련자들은 아무 말 없이 진도하와 은소혜를 비켜 지나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이 광경을 목격한 나머지 수련자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비록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들은 동료들의 단전이 파괴된 것이 바로 진도하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진도하는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10!”“9!”“8!”세 개의 숫자가 떨어지자마자 그중 한 명이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가격했다.첫 번째로 나선 사람이 나오자 두 번째, 세 번째로 자진해서 단전을 파괴하는 이들이 연달아 나왔다.결국 열몇 명 모두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그제야 진도하는 만족한 듯 몸을 돌려 문을 나섰고 은소혜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은 독고 청의와 주선우가 기다리고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독고 청의가 물었다.“다 해결된 거죠?”“네, 해결됐어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주선우가 물었다.“그럼 저들을 그냥 이렇게 놔둬도 되는 거예요?”진도하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그냥 두죠.”비록 그들이 고천혁과 함께 악행을 저질렀지만 이제 그들은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굳이 끝까지 몰아붙일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때로는 살아 있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때도 있으니까.주선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갑자기 흥분한 듯 진도하에게 말했다.“형님! 고천혁도 죽고 고문파도 거의 전멸했으니 이제 상고성에는 더 이상 문파가 없어졌어요.”“네?”진
그 한 마디가 마치 천둥소리처럼 크게 울려 퍼졌다.은소혜는 귀를 문지르며 속으로 생각했다.‘도하의 실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구나.’문 앞에 있던 독고 청의와 주선우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도 본능적으로 귀를 막았다.진도하의 목소리는 고문파의 본거지에 울려 퍼졌고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들었을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1분도 지나지 않아 십여 명의 수련자들이 장검을 들고 진도하 앞에 분노에 찬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그들 중 선두에 선 마흔 즈음의 중년 남자가 화난 표정으로 진도하를 노려보며 말했다.“우리 고문파 앞에서 감히 고함을 치다니, 너 죽고 싶어?”그러자 진도하는 무표정하게 대답했다.“고천혁은 이미 죽었어. 너희도 단전을 스스로 파괴하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는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야.”그 중년 남자는 갑자기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너희 둘 미쳤어? 여기가 어딘 줄이나 알아? 감히 여기서 그런 허튼 소리를 하다니,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에 그는 고천혁이 죽었다는 사실도, 다른 수련자들이 이미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그는 진도하를 분노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며 바로 칼을 뽑을 듯한 기세였다.진도하는 화를 내지 않았고 그저 웃으며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너희 고문파 사람들은 모두 여기에 있어?”그와 동시에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넓혀 주변을 탐지했다.중년 남자는 대답 대신 화를 내며 소리쳤다.“어서 나가! 안 그러면 우리 세 개 주성의 수장님이 돌아오시면 넌 반드시 죽을 거야!”그는 진도하와 은소혜가 풍기는 강력한 기운을 느끼고 자신이 그들을 상대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그러나 평소 상고성에서 악명을 떨치며 권력을 휘두르던 그는 이들을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세 개 주성의 수장을 언급하며 그들을 위협하고 쫓아내려고 했다.이때 은소혜가 칼을 들고 중년 남자 옆으로 성큼 다가가며 말했다.“네가 말하는 ‘세 개 주성의 수장’이 고
그때 백발의 노인이 말했다.“길을 안내해드릴까요?”“좋습니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고천혁을 제거한 이상 고문파의 나머지 사람들도 빨리 처리해야 했다. 그들을 놓쳐서 도망가게 한다면 더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 분명했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말했다.“어르신, 젊은 분 한 분만 보내주세요. 어르신께서 굳이 함께 가실 필요는 없습니다.”백발의 노인은 진도하의 뜻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철수야, 네가 발도 빠르고 민첩하니 진 대사님을 안내해드려라.”“알겠습니다!”철수는 사람들 속에서 뛰어나와 신나게 말했다.“진 대사님, 저를 따라오시죠!”“가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철수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철수 씨는 방향만 알려주면 돼요.”“알겠습니다!”철수는 곧장 대답했다.“이 길 끝까지 가서 왼쪽으로 꺾으면 됩니다!”철수가 방향을 알려주자 진도하는 환허보를 발휘해 고문파 본거지로 빠르게 향했다. 가는 동안 철수는 입을 틀어막고 있었고 언제든지 토할 것처럼 보였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은소혜와 독고 청의 일행도 그 뒤를 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진도하의 눈에 들어왔다.그들도 진도하를 보자마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우린 이미 단전을 끊었는데 왜 또 우리를 죽이려는 거야?”그들은 진도하를 두려워하며 물었다.그러자 진도하는 냉담하게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나는 약속은 꼭 지켜.”“그런데 왜...”그들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진도하는 대답하지 않고 철수에게 다시 방향을 물었다. 철수가 또 다른 방향을 가리키자 진도하는 곧바로 그 자리를 떠났다.단전이 파괴된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사라지자 그제야 긴장을 풀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그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얼굴에는 씁쓸한 표정만 남아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상고성에서 위세를 떨치던 수련자들이 이제는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당연히 감
그 수련자는 눈빛이 흔들리며 혼란스러워졌다.진도하는 분노에 차 소리쳤다.“설마 나를 직접 나서게 만들 생각이야?”고문파의 수련자들이 자진하여 단전을 끊고 있을 때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모두 풀어놓았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거짓으로 단전을 끊는 척할까 염려했기 때문이다.지금 진도하 앞에 있는 이 수련자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그는 자신의 단전을 때리는 시늉만 했을 뿐 실제로는 기운을 모으지 않았고 피를 뱉는 척까지 했다. 그의 단전은 멀쩡했다.그 수련자는 복잡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더니 침을 몇 번 삼키며 눈을 감았다. 이어서 그는 제대로 자신의 단전을 향해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번엔 진짜로 선홍빛의 피가 튀어나왔다.그제야 진도하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꺼져!”그 수련자는 단전이 파괴된 고통을 억지로 참고 비틀거리면서 자리를 떠났다.곧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단전을 스스로 끊고 떠났다. 그제야 진도하는 용음검을 거두었다.그는 뒤돌아 은소혜와 그녀 뒤에 있는 수련자들을 보며 물었다.“우리는 사상자가 있어?”“사상자는 없지만 부상자는 몇 명 있어.”은소혜가 대답했다.조금 전 그들이 고문파의 수련자들과 싸울 때 은소혜는 계속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고 위험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바로 달려갔기 때문에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고 몇 명의 부상자만 나왔을 뿐이었다.“그래도 부상 당한 사람들은 이미 치료를 받았어. 지금 다들 몸 상태가 좀 허약할 뿐이지 큰 문제는 없어.”은소혜가 덧붙였다.그러자 진도하는 안도하며 품에서 약병을 꺼냈다.“이 약들은 내가 직접 만든 거예요. 수련에 큰 도움이 될 테니 모두 한 알씩 가져가요.”이들은 진도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그를 도왔기에 진도하는 그들에게 깊은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그는 수련자들에게 보답하고 싶어 이 약을 내놓은 것이었다.진도하는 약병을 가장 가까이 있던 수련자에게 건네주었고 그 수련자는 약을 하나 꺼낸 다음 옆 사람에게 다시 약병을 넘겼다.바로 그
진도하는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한번 용음검을 뽑아들고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검 끝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살기가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압도했고 이에 모두가 침묵 속에 휩싸였다.‘어떻게 해야 하지?’아무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그들이 망설이는 사이 은소혜와 독고 청의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이 모두 다가와 고문파 수련자들을 포위했다.그들의 숫자는 고문파보다 적었지만 그들의 전의와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그들은 무기를 움켜쥔 채로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차가운 눈빛으로 응시했으나 말은 하지 않았다. 그들의 의도는 명확했다. 시간이 다 되면 진도하와 함께 일제히 달려들겠다는 것이다.“남은 시간은 50초.”진도하의 냉혹한 목소리가 울렸다.고문파의 수련자들은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 누구도 진도하의 검을 견딜 자신이 없었고 죽고 싶지도 않았다.“내가 단전을 끊으면 정말로 날 살려줄 거야?”갑자기 누군가가 물었다.진도하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대부경 1단계의 수련자였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스스로 단전을 끊는 자는 살려 보낼 거야.”“그 말 꼭 지켜.”그 남자는 그렇게 말한 뒤 손에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향해 내리쳤다.퍽.남자는 입에서 피를 뿜어내며 단전의 파괴로 인한 고통을 억지로 참아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난 가도 되는 거지?”“가.”진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첫 번째로 단전을 끊은 자는 몸을 돌려 휘청거리며 멀리 걸어갔다. 10미터쯤 걸어간 뒤 누구도 그를 쫓지 않자 그는 단전을 움켜쥐고 빠르게 거리 끝으로 도망쳤다.이 광경을 본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정말로 그 남자를 놓아주었다는 사실에 더욱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다시 한번 말했다.“남은 시간은 이제 30초.”이 말을 듣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당황했다.퍽.또 한 명의 수련자가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내리쳤다.“푸우...”그는 피를 뱉어내고 몸을 돌려 떠나갔다.진도하는
진도하의 영적 기운이 섞인 외침은 천지를 진동시키는 것 같았다.은소혜와 다른 일행들, 그리고 고문파의 수련자들까지도 순간 멈칫하며 진도하를 바라보았다.진도하가 어깨에 메고 있는 고천혁을 보자 은소혜 일행은 놀라움과 기쁨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진도하가 또다시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를 처치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진도하는 대부경 7단계가 아니었지만 그 이상의 실력을 보였다.반면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당황스러워했다.“우리 문주님이 죽었어?”“어떻게 문주님이 저놈을 이기지 못할 수 있어?”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고천혁이 다른 수련자들과 겨루는 모습을 여러 번 봐왔고 고천혁이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 앞에서조차도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을 목격했었기 때문이다.상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고천혁이 옥판을 꺼내 들면 그 즉시 상대는 가루가 되어 사라지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고천혁이 실패했다니.그들은 마음이 혼란과 두려움으로 가득 찼고 더 싸워야 할지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고천혁의 시체를 땅에 던지고 고문파 수련자들을 향해 냉정하게 말했다.“고문파의 수련자들, 잘 들어라! 고천혁은 죽었어! 너희가 자진해서 단전을 끊는다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를 맞이할 건 죽음뿐이니까 각오해!”진도하의 말이 떨어지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침묵에 잠겼다.그들의 얼굴에는 망설임이 드러났다. 단전을 자진해서 끊어야 할지, 아니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지 갈등에 빠진 것이다.그때 누군가 외쳤다.“우리를 속이려 해도 소용없어! 단전을 끊으면 결국 죽을 운명 아니야?”진도하는 그 말을 한 이를 바라보았다.“음? 대부경 4단계군.”그 대부경 4단계의 남자는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을 향해 돌아서더니 외쳤다.“모두 속지 마요! 죽을 각오로 싸우면 어쩌면 살 수 있는 길이 있을지도 몰라요! 단전을 끊는다는 건 우리 목숨을 칼 위에 올려놓는 거나 다름없어요. 저놈들이 우리를 살려줄지 죽일지는
쿵.거대한 굉음이 울렸지만 이번에는 피가 튀지 않았다.고천혁은 순간 멍해졌다.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설마 진도하 몸에 또 무슨 비장의 무기가 있단 말이야?’그는 재빨리 진도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그 순간 진도하가 크게 외쳤다.“아아아!”이 외침은 매우 고통스럽게 들렸고 천지를 뒤흔들 듯했다. 고천혁은 그 외침에 영혼마저 뽑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다음 순간 한 줄기 빛이 진도하의 어깨뼈에서 튀어나왔다.퍽.그 빛줄기는 바로 고천혁의 가슴 앞에 닿았다.크게 놀란 고천혁은 생각했다.‘이건 또 뭐야?’그는 서둘러 옥판을 조종해 방어하려 했다.그리고 그제야 공격해 온 것이 뼈 한 조각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곧바로 그 뼈 조각이 옥판과 충돌했다.쾅.두 물체가 부딪히며 엄청난 에너지가 폭발했다.끼익.옥판은 깨졌고 수많은 조각으로 부서져 주변으로 흩어졌다.“젠장!”고천혁은 차가운 숨을 내뱉었다.옥판을 소유한 이후 그는 거의 무적이었는데 귀일경 이하에서는 그와 맞설 자가 없었다.옥판 덕분에 그는 상고성과 다른 두 주성의 문파를 멸망시키고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의 비장의 무기가 산산조각이 났다니?고천혁은 얼어붙은 채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의 어두운 눈빛 속에 갑작스럽게 빛이 스쳤다.‘뭐지?’뼈 조각은 옥판을 부순 후 고천혁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눈 깜짝할 사이였다.“오지 마!”고천혁의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졌다. 그는 급히 몸을 뒤로 뺐지만 그의 속도는 뼈의 속도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쉭.뼈 조각은 고천혁의 호신 영기에 부딪혔다.쾅.고천혁의 호신 영기는 산산조각이 났다.“뭐야?”고천혁의 눈이 커졌다.뼈 조각은 여전히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고천혁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고천혁은 움직임을 멈췄고 얼굴에 당혹감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가슴에는 축구공만 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그는 그 자세를 유지한 채 3초간 서 있다가 결국 땅
고천혁은 말을 마치자마자 손에 들고 있던 옥판을 던졌다.옥판은 빠르게 회전하며 진도하와 고천혁 사이에 자리 잡았다.하지만 진도하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가 있으니 이 목걸이는 귀일경의 전력을 막아낼 수 있었다.그러니 옥판의 힘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것이 진도하가 가진 자신감이었다.진도하는 마음을 굳혔다. 만약 옥판의 공격을 막지 못한다면 바로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를 꺼낼 생각이었다.하지만 그 순간 옥판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슝.옥판에서 수많은 빛줄기가 쏟아져 나왔고 곧이어 검기와 영기가 진도하를 완전히 뒤덮었다.진도하는 반응할 틈도 없이 공격을 당했다.따다다다.그 빛줄기들이 빗방울처럼 진도하의 몸을 강타했고 그의 몸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고천혁은 잔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야!”옥판은 여전히 회전 중이었고 진도하의 호신 영기는 이미 산산조각이 났다. 그의 몸에는 상처가 끊임없이 늘어났다.진도하는 저항하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상처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죽음의 기운이 그의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진도하는 자신의 수명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음을 느꼈다. 피가 다 흘러나가기도 전에 그의 수명은 모두 사라질 듯했다.“아아아!”진도하는 크게 소리치며 억지로 체내의 영기를 끌어모았다.다시 한번 호신 영기를 형성했지만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고민했다.그러나 죽음의 기운에 압도당해 비취색 목걸이조차 꺼낼 수 없었다.이것이 옥판의 무서움인가? 고천혁이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건가?수많은 수련자들이 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그 순간 호신 영기는 다시 산산조각이 났다.끝없이 쏟아지는 빛줄기들이 진도하를 향해 끊임없이 날아왔다.푹. 푹. 푹.진도하의 몸은 점점 더 많은 상처로 가득 찼고 그의 영기도 계속 소모되었다.결국 진도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