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옆에 놓은 후, 진석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그리고 도우미 아주머니에게 당부했다.“별일 없으면 자주 들어가서 하영이 상태 좀 살펴봐. 만약 깨어났다면, 꼭 죽을 마신 후 약을 먹으라고 하고.”아주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선생님.”다음날, 하영은 아침 일찍 일어나서 화장을 했다.그리고 짙은 화장을 한 후에야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아래층에 있던 앨리는 하영이 평소보다 훨씬 더 짙은 화장을 한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은근히 비웃었다.‘안색이 너무 보기 흉해서 숨길 수 없는 건가? 그래서 자신을 이렇게 만든 거야?’하영이 그녀의 곁을 지날 때, 앨리가 비아냥거렸다.“오늘은 왜 이렇게 차려입었는데요? 평소의 자신의 모습을 보니 자존심이 꺾인 거예요?”하영은 발걸음을 멈추더니 다음 순간 몸을 돌려 앨리의 얼굴에 따귀를 날렸다.앨리는 멈칫하더니 눈을 크게 뜨며 하영을 바라보았다.“지금 날 때린 거야?!”“그래, 어쩔 건데?” 하영은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넌 단지 문을 지키는 개일 뿐이잖아! 그런데 그 입을 잘 단속하지 못한다면, 내가 네 주인을 대신해서 혼내줄 수밖에 없겠지!”앨리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지금 당장 널 죽여버릴 거야!”하영은 휴대전화의 카메라를 켜더니 앨리를 찍으며 말했다.“날 죽이고 싶다고? 그래, 지금 당장 내 목숨 가져가! 마침 나도 부진석에게 그가 기른 개가 도대체 얼마나 말을 안 듣는지 똑똑히 보여주겠어.”앨리는 긴장해지더니 하영의 핸드폰을 바라보았다.“선생님에게 보내지 마요!”하영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너도 무서운 게 없는 건 아니구나!”“선생님을 이용하려 하지 마요!”앨리가 반박했다.하영은 입술을 구부리며 비웃었다.“와, 지금 네 주인을 건드렸다고 나한테 으르렁거리는 것 좀 봐.”말이 끝나자, 하영은 몸을 돌려 별장을 떠났다.미처 반응하지 못한 앨리는 여전히 제자리에 서서 멍을 때리고 있었다.30분 후, 하영은 회사에 도착했다.사무실에 들어가자, 하영은 주강에게
전화를 끊은 후, 염주강은 관심에 젖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왜 그래요? 표정이 좀 좋지 않은데.”하영은 힘없이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유준 씨의 친구가 유준 씨 휴대전화를 찾았다고 하네요.”주강은 잘생긴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다른 소식은 없나요?”“없어요.” 하영은 고개를 저으며 코를 훌쩍였다.“그동안 유준 씨에 관한 소식이 조금도 없었어요.”주강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나도 이런 일에 경험이 없어서 어떻게 하영 씨를 위로해야 할지 모르겠네요.”하영은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괜찮아요, 이제 차츰 정신을 차려야죠.”“그래요.”30분 후, 현욱이 Tyc에 도착했다.주강이 떠나려할 때, 현욱이 마침 문을 밀고 들어왔다.두 사람은 문앞에서 눈을 마주쳤고, 주강을 보자 현욱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염주강이 왜 여기에 있지?’‘고작 하영 씨와 비즈니스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이렇게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이곳에 온 건가?’생각하면서 현욱은 또 의혹의 시선을 하영에게 떨어뜨렸다.하영의 눈시울이 붉어진 것을 보고 현욱의 의아함은 더욱 커졌다.주강은 겸손하게 손을 내밀었다.“안녕하세요, 배 사장님.”현욱은 시선을 거두며 손을 내밀었다.“염 대표님, 멀리서 오신 이유가 우리 강 사장님과 비즈니스에 대해 상담을 하려고 오신 건지 아니면...”주강은 담담하게 웃었다.“그럼 배 사장님은 내가 무엇을 하러 왔다고 생각하는 거죠?”“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 현욱의 말투는 상냥하지 않았다.‘유준이 세상을 뜨자마자 하영 씨는 염주강과 만나기 시작한 건가?’‘이건 진도가 너무 빠르잖아!’현욱의 말투가 좋지 않은 것을 알아차린 하영은 일어서서 말했다.“현욱 씨, 일단 문부터 닫고 이야기해요.”현욱은 문을 닫은 후, 문 앞에 서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하영은 한숨을 내쉬었다.“염 대표님, 사실 우리가 상의한 일을 현욱 씨에게 말해도 돼요.”주강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강 사장님이 직접 말해요.”하영은 두 사람에
“됐어요.” 현욱은 짜증을 내며 말했다.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죠! 하영 씨, 핸드폰 받아요.”말하면서 현욱은 비행기에서 추락하여 변형된 유준의 핸드폰을 꺼내 하영에게 건넸다.하영은 산산조각이 나지 않은 핸드폰을 본 후 또 멍하니 현욱을 바라보았다.현욱이 생각했다.“핸드폰이 산산조각 나지 않은 이유는 그 아래가 모래밭이기 때문이에요. 희민과 세준 그들은 틀림없이 유준 핸드폰의 내용을 도출할 수 있을 거예요. 그래서 난 도출을 시도하지 않았어요. 경찰 측은 안의 칩이 손상되지 않았다고 말했고요.하영은 시선이 다시 핸드폰에 떨어지더니 가볍게 떨리는 손으로 조심스럽게 핸드폰을 들었다.전원을 켤 수 없는 핸드폰에는 심지어 깨끗이 닦이지 않은 먼지가 묻어 있었다.하영은 숨이 막힐 정도로 가슴이 아팠고 떨리는 입술로 말했다.“고마워요, 현욱 씨. 그이의 핸드폰을 이렇게 가져다줘서.”“그게 뭐라고요. 이 핸드폰을 유준의 미망인인 하영 씨에게 주는 게 마땅하죠.”현욱은 미망인이라는 세 글자에 힘을 주었다.주강은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웃었다.하영이 입술을 오므리며 비통한 감정에 빠지자, 현욱은 말을 돌렸다.“참, 그 일은 지금 어디까지 진행했죠?”주강이 나서서 설명했다.“이제 부진석과 정창만 두 사람의 DNA를 감정해 보려고요.”현욱은 어리둥절했다.“그 두 사람에게 친자확인검사를 한다고요? 부진석이 어르신과 혈연관계가 있는 거예요?!”주강은 알게 된 정보를 현욱에게 알렸다.현욱은 놀라서 눈알조차 튀어나올 지경이었다.“그러니까...”현욱은 침을 삼켰다.“부진석은 어르신의 사생아일 가능성이 있다는 거네요?!”주강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부진석이 이렇게 순조롭게 MK 회장 자리에 앉은 거죠.”현욱이 답했다.“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두 사람 앞으로 어떡할 건가요?”하영은 유준의 핸드폰을 꽉 쥐며 새빨개진 눈시울을 치켜들었다.“난 먼저 방법을 생각해서 앨리를 제거할 거예요!”현욱은 영문을 몰랐다.하영은 하는 수없이 현욱에게
“배씨 가문은...”진석은 입술을 살짝 구부렸다.“아무것도 아닌데.”이렇게 날뛰는 진석의 대답에 현욱은 화가 나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하영은 진석의 담담한 말투를 들으면서 가슴이 떨렸다.그녀는 현욱을 바라보며 외쳤다.“현욱 씨, 그만해요!”현욱은 노기등등하게 하영에게 말했다.“하영 씨는 참을 수 있지만 난 참을 수 없어요!!”“그만하라고요!!” 하영은 큰 소리로 외쳤다.“지금 그 사람과 맞선다 하더라도 유준 씨는 더 이상 돌아올 수 없어요!”현욱은 의아해하며 하영을 노려보았다.주강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정유준은 머리가 엄청 좋은 사람인데, 어쩜 친구는 이렇게 충동적인 거지?’주강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며 하영을 바라보았다.“강 사장님, 지금 다른 일 있는 것 같으니 다음에 같이 식사하죠.”하영은 주강의 뜻을 잘 알고 있었다.주강은 지금 진석의 주의를 끌지 않도록 조심하게 움직여야 했다.하영은 미안한 마음을 안고 고개를 끄덕였다.“죄송해요, 염 대표님. 후속 계약은 제가 변호사더러 정리하라고 한 다음 바로 보내드리라고 할 테니까 다음에 제가 다시 밥 살게요.”주강은 간단하게 응답한 다음, 몸을 돌려 떠났다.주강이 떠나자, 하영은 현욱의 곁으로 걸어가더니 진석을 바라보았다.그녀의 말투는 차갑고 매서웠다. “여긴 뭐 하러 왔어요?”진석은 손에 든 봉투를 들며 말했다.“약 좀 챙겨주려고.”현욱은 차갑게 비웃었다.“하영 씨가 어떻게 감히 먹겠어?! 네가 독을 넣었는지 안 넣었는지 누가 알겠냐고!”하영은 현욱을 힐끗 바라보았다.현욱은 불쾌함을 느끼며 고개를 획 돌리더니 일부러 보지 못한 척했다.하영은 머리가 아팠다.‘현욱 씨는 화가 나면 아는 정보를 한꺼번에 털어낼 것 같은데.’진석은 현욱을 무시하며 약을 하영의 손에 놓았다.“제때에 밥 먹고, 약도 꼭 챙겨 먹어.”말이 끝나자, 진석은 현욱을 바라본 뒤, 차에 타고 떠났다.차가 움직이자, 현욱은 하영이 들고 있던 약을 빼앗더니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스테이크가 올라오자, 주민은 웃으며 진석을 바라보았다.“무슨 할 말 있어서 날 이렇게 불러낸 건가요?”진석은 눈을 드리운 채 스테이크를 썰며 물었다.“배씨 가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죠?”배씨 가문을 언급하자, 나이프와 포크를 들던 주민의 손은 가볍게 떨렸다.그녀는 실망을 금치 못했고, 말투도 따라서 냉담해졌다.“우리 두 가문은 사이가 좋았으니 나름 잘 알고 있죠. 그런데 갑자기 배씨 가문은 왜요?”“아무것도 아니에요. 나 오늘 배현욱 봤거든요.”주민은 눈빛이 흔들렸다.“두 사람 얘기 나눴어요?”“음, 그 사람 하영과 함께 있었어요.”말하면서 진석은 눈을 들었다.“만약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면, 그들은 유인나의 일로 만났을 거예요.”스테이크를 썰던 주민은 갑자기 칼로 접시를 긋더니 귀를 찌르는 소리를 냈다.진석은 주민의 뻣뻣한 동작을 힐끗 바라보았다.“주민 씨, 당신은 오히려 좋아할 가치가 없는 사람을 좋아하게 되었군요. 그동안 자신의 모든 감정을 바쳤지만 오히려 감옥에 들어갔다니.”나이프와 포크를 잡고 있던 주민의 손가락은 뼈마디가 점점 하얘졌다.“배씨 가문도 당신을 위해 해명조차 하지 않았는데, 당신은 그런 자신이 슬프지도 않은 거예요?”주민은 이를 악물며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지난 일을 꺼내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진석은 나이프와 포크를 내려놓더니 커피를 들고 가볍게 한 모금 마셨다.“그때의 일을 잊을 수 없는 이상, 참을 필요도 없겠죠.”주민은 눈을 들어 진석을 바라보았다.“그게 무슨 뜻이죠?”진석은 일부러 담담하게 창밖을 바라보았다.“당신은 지금 내가 당신의 의지가 될 수 있다는 것만 알면 충분해요.”이 말을 들은 주민은 눈빛이 번쩍였다.‘지금 내가 복수할 수 있다고 암시하는 건가?’‘어떤 결과에 직면하든 진석 씨는 내 편에 설 테니 난 아무런 걱정 할 필요가 없는 건가?’주민은 묵묵히 탁자 위의 레몬물을 들고 한 모금 마셨다.자신이 20여 년이나 사랑한 사람이 직접 그녀를 감옥에 보냈으니
이 말을 들은 김서현은 고개를 획 돌리며 옆에 앉아 있는 배정일을 바라보았다.배정일의 표정도 점점 굳어졌다.MK가 그들에게 임대한 그 땅은 현재 배씨 가문의 가장 큰 기계 생산 공장으로 되었다.지금 회수를 한다면 그들은 또 어디에 가서 그렇게 큰 땅을 찾겠는가?!배정일은 얼른 웃으며 말했다.“주민아, 우리는 MK와 50년을 계약했으니 지금 적어도 십여 년이 남았을 거야.”“위약금은 계약서대로 배상할 거예요.”주민이 말했다.“심지어 3일 안으로 두 분의 계좌로 입금해 드릴 수 있는데. 하지만 지금은 즉시 모든 설비를 철수해 주셨으면 좋겠어요.”배정일의 안색은 점점 어두워졌다.“부 회장의 뜻인가?”주민은 웃으며 말했다. “제 뜻이 바로 진석 씨 뜻이 아니겠어요?”배정일은 웃음을 거두었다.“이렇게 하는 이유가 뭐지? 우리는 너를 박대하지 않는데, 대체 왜 이러는 거지?”“절 박대하지 않았다고요?”주민은 무슨 농담이라도 들은 듯 피식 웃었다.“제가 감옥에 그렇게 오랫동안 갇혔는데, 두 분은 나서셔서 현욱 오빠를 말린 적이 없었잖아요. 이게 절 박대하지 않았단 건가요?”“그건 너와 현욱 사이의 일이야!”배정일이 말했다.“심지어 너 자신 때문에 그렇게 된 거지.”주민은 웃으며 김서현을 바라보았다.“아버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 이상, 저도 어머님께 여쭤볼 게 있네요. 어머님, 그때 왜 유인나에게 손대지 말라고 절 말리지 않으셨어요? 그때 분명히 저를 어머님의 며느리로 삼겠다고 말씀하시지 않았나요? 저에게 용기를 주신 분이 왜 제 곁에 서 있지 않은 거죠?”김서현은 표정이 굳어졌다.배정일은 김서현을 바라보더니 엄하게 소리쳤다. “당신은 주민에게 뭐라고 말한 거야?!”김서현은 온몸이 굳어졌다.“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주민은 일부러 놀란 척했다.“아, 이제야 알겠네요. 저를 이용해서 유인나를 해결하고 싶었던 거네요? 그리고 일이 끝났으니 바로 절 걷어차버렸고요. 어머님, 정말 대단한 사람이시네요?”김서현은 주민을 보며
현욱은 어안이 벙벙했다.“제가 왜요??”김서현은 벌떡 일어서더니 울부짖으며 현욱을 가리키며 말했다.“네가 그 여자를 위해 주민을 감옥에 넣지만 않았어도 주민은 지금 우리를 이렇게 미워하지 않았을 거야?!”현욱은 멈칫했다.“그게 무슨 말씀이세요??”김서현은 울면서 주민이 방금 한 말을 다시 한번 말했다.말을 마치자, 현욱은 등골이 오싹해졌다.그의 머릿속에 진석의 모습이 떠올랐다.‘부진석, 지금 주민을 이용해서 우리 가문에 손을 대려는 건가?!’‘어제 금방 부진석을 마주쳤는데, 오늘 바로 이런 일이 일어났다니!’‘부진석... 넌 받은 것을 그대로 갚아주는 성격이구나?!’“당장 꺼져!!”배정일은 현욱을 향해 소리쳤다.“당장!! 우리 집안에서 꺼지라고!!”집에서 나온 뒤, 현욱은 과속 운전을 하며 MK에 도착했다.그리고 야구 방망이를 들고 차에서 내리려고 할 때, 그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현욱은 핸드폰을 들었는데, 인나의 전화인 것을 보고 성질을 꾹 참았다.현욱은 숨을 깊게 들이마신 후, 수신 버튼을 눌렀다.“여보세요?” 현욱은 분노를 참으며 입을 열었다.전화에서 인나는 현욱의 기분이 이상한 것을 알아차리고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목소리가 왜 이래요? 무슨 일 있어요?”인나의 관심에 현욱은 눈시울이 뜨거워졌다.그는 야구 방망이를 꽉 잡으며 말했다.“인나 씨, 우리 집에 큰일 생겼어요...”10여 분을 걸친 설명에 인나는 마침내 현욱의 집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었다.“됐어요! 사내자식이 울긴 왜 울어요! 일이 일어난 이상 어떻게든 해결해야죠!”“지금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어요!”현욱이 말했다.“주민은 이미 우리 집의 약점을 꼭 쥐고 있단 말이에요!”“그 여자가 현욱 씨를 협박하고 있는 이상, 현욱 씨도 주민을 협박할 수 있지 않나요?”인나가 반문했다.현욱은 멈칫했다.“그게 무슨 뜻이죠?”인나는 한숨을 내쉬었다.“현욱 씨, 내가 그때 주민이 나왔단 것을 알았을 때, 어떻게 말했
“그게 무슨 뜻이야?” 현욱은 멍해졌다.기범이 말했다.“우리 집에 공장이 하나 비어 있거든. 네 아버지께 말씀 드려. 일단 우리 공장으로 옮기라고. 비록 유준이 빌려준 만큼 크진 않지만, 그래도 충분할 거야.”현욱은 감지덕지했다.“기범아, 정말 고마워! 내가 술 살게!”“그런 말 좀 하지 마라. 친구가 어려움이 처해있으면 당연히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니야?”저녁, 하영은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인나의 문자를 받았다.[하영아, 나 돌아갈 준비하려고.]이 문자를 보자, 하영의 눈빛에 기쁨이 번쩍였다.그러나 곧 그녀는 웃음을 거두었다. ‘인나가 갑자기 돌아오려 하다니, 틀림없이 무슨 일 있을 거야.’하영이 물었다.[왜 갑자기 돌아올 생각을 한 거야?]인나는 현욱의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하영은 한숨을 쉬었다.[어제 현욱 씨가 충동적으로 움직여서 일이 이렇게 될 줄 알았어. 그러나 부진석이 이렇게 빨리 움직일 줄은 몰랐는데.][현욱 씨가 충동적인 건 아니지. 나라도 부진석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을 거야.][이 두 사람은 언젠간 해결해야 하지. 하영아, 나 비행기에 탑승해야 하니까 내일 저녁에 보자.]‘현욱 씨에게 이런 일 생겼다고 인나가 재빨리 달려오다니.’‘하긴, 인나는 현욱 씨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으니까.’배씨 가문.현욱은 기범의 제안을 배정일에게 알렸다.배정일은 비록 안색이 여전히 보기 흉했지만 전보다 많이 누그러졌다.현욱은 울어서 눈이 부은 김서현을 보았다.“어머니, 아버지, 말씀 드릴 일이 하나 더 있어요.”두 사람은 현욱을 바라보았다.“인나 씨가 돌아올 거예요. 그래서 전 사람을 안배해서 인나 씨를 보호하고 싶어요.”“넌 아직도 그 여자에게 미련이 남은 거야?! 그 여자는 에이즈 환자잖아!!”김서현은 화가 나서 온몸을 떨었다.“다 그 여자 때문에 우리 집안이 이렇게 된 거야!”현욱은 눈살을 찌푸렸다.“인나 씨 때문이라고요? 인나 씨가 두 분더러 영수증을 위조하라고 강요했나요? 그리고 두 분은
시현은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알았어, 알았어. 공주님 제발 살려주세요!!”세희는 그제야 흐뭇하게 손을 거두었다.“참, 지난번에 말한 그 사건 말이에요, 언제 해결하러 갈 거예요?”“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시현이 말했다. “네 몸은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으니까, 지금 계속 바쁘게 움직이면 안 돼. 만약에 저쪽에도 이런 악독한 귀신이 있다면, 너 또 상처를 입을지 몰라. 난 이미 죄책감 때문에 너와 결혼을 해서 평생 챙겨주고 싶으니까,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 정말 방법이 없어.”세희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시현 오빠와 결혼한다고 했어요?”“쳇.” 시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가 어때서? 나도 어깨가 넓고 근육이 있는 미남이라고!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세희는 말문이 막혔다.‘정말 뻔뻔하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칭찬하다니.’세희는 숨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시현 오빠.”“응?”“내가 지금 귀신을 잡는 일을 종사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난 사실 아주 좋은 신붓감은 아니에요. 눈치 없는 귀신들이 가끔 날 찾아와서 귀찮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난 인우와 반대로, 팔자에 음기가 가득 찼거든요.”“그러면 어떻게 되는데?”“7월 중순이 되면 많은 귀신들이 날 찾아올 거예요. 그럼 난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심지어 다칠 수도 있거든요.”“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만약 우리가 함께 한다면, 그 귀신들은 심지어 시현 오빠를 귀찮게 할 거예요.”“그래서, 이것 때문에 네가 최고의 신붓감이 아니란 거야?” 시현은 말을 마치고 웃으며 말했다. “이까짓 일로 내가 물러설 수 있을 것 같아? 세희야, 너도 날 너무 얕본 것 같아.”“그때 가면 나 때문에 모든 일이 잘 안 풀릴 텐데, 그게 두렵지도 않아요?” 세희는 시현에게 물었다.시현은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넌 우빈이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우빈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은 거야? 세희야, 넌 날 뭘로 보고.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난 두렵지
시현과 인우는 비록 귀신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검은 연기가 자신의 앞에서 천천히 흩어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인우는 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누나, 지금 어떻게 된 일이에요?”세희는 몸을 돌려 말했다.“그 귀신은 환생하고 싶지 않아서 이미 죽었어.”“귀신이 죽었다고?” 시현이 물었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뜻이야?”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을 바라보았다.“캐리 아저씨, 이제 그 여섯 명의 귀신을 좀 잡아주세요.”캐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불과 몇 분 만에 겁에 질린 그 귀신들을 세희의 앞으로 데려왔다.세희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들은 그 처녀귀신과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아니면 나와 같이 서낭당에 갈 건가요?”“서낭당에 갈래요!”“우리는 그 여자의 협박을 받아서 여기에 갇힌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벌써 떠났을 텐데!”“죽어도 우리를 괴롭히려 하다니!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이 귀신들은 그 처녀귀신이 사라진 후, 불평하기 시작했다.세희는 그들의 원망을 듣고,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지금 그 처녀귀신을 비난할 면목이 있는 거예요?!”세희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당신들을 죽인 것은 그 여자의 잘못일지라도. 당신들은 자신에게 그 어떤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만약 당신들이 그 여자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귀신으로 되어 이곳에 갇히지 않았겠죠!”“풉.” 한 여자 귀신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요? 그 여자는 늘 자신의 성적을 가지고 남을 비웃었어요. 그러지만 않았어도 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세희는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남의 성적이 우수해서, 당신들은 또 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그걸 자랑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정말 불쌍하네요! 이 세상에 당신들 같은 질투심이 강한 쓰레기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심해요, 당신들은 다음 생에도 이번 생에 지은 죗값을 치러야 하니까!”귀신들은 세희가 한 말에 화가 났지만, 캐리와 인우 때문에 화가
“말이 쉽지!” 처녀귀신은 화가 나서 말했다.“날 죽인 그 사람들은 비록 귀신이 되었지만, 나도 그들이 환생하지 못하게 붙잡아둬야 한단 말이에요!”세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 여섯 명의 학생들이 당신을 죽인 사람이었어요?”“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그들을 죽였을 것 같아요??”“그 사람들 찾아 복수를 한 이상, 이제 그만 그들을 놓아줘요. 이렇게 자신을 괴롭혀가며 그들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더 있을까요?”“그럴 순 없어요! 이렇게 쉽게 환생을 하라고 하는 건 너무 말이 안 되니까!!”처녀귀신이 노발대발했다.세희는 웃었다.“당신은 집념이 너무 커서 줄곧 이곳에 갇혀 있는 거예요. 영원히 자신의 고통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잖아요. 만약 내려가서 벌을 받고 환생하여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난다면, 이것 또한 자신의 과거를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어요?”“이렇게까지 날 가르칠 필요 없어요!”처녀귀신이 말했다.“오늘 당신들이 죽든지, 아니면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하자고요!”말을 마치자, 처녀귀신은 세희를 향해 공격하려 했다.세희는 바로 인우를 부르려고 했고, 이때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빠른 속도로 달려온 캐리는 즉시 그 처녀귀신을 먼 곳으로 밀어냈다.“좋은 말로 타일러도 듣지 않고, 심지어 세희에게 손을 대려고 하다니. 오늘 사라질 준비를 하는 게 좋겠어!”캐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붉은 옷을 입은 처녀귀신에게 말했다.“그게 뭐가 무섭다고.” 처녀귀신이 소리를 질렀다. “나도 이젠 지긋지긋해요! 이 더없이 더러운 세상! 내 부모님은 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들의 돈을 받고 바로 이 일이 없던 걸로 하자고 했어요. 내 오빠는 심지어 그들이 부자라는 것을 알고, 그들을 친구로 여겼고요! 환생할 게 뭐가 더 있겠어요? 환생해도 이렇게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마주해야 하니까, 차라리 날 죽여요. 더 이상 이 징그러운 세상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처녀귀신의 말을 듣고, 캐리는 바로 손을 써서
세희가 이렇게 말하자, 세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저녁 무렵, 인우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세희가 이미 집에 있는 것을 보았고, 무척 흥분해하며 달려갔다.“누나, 돌아왔어요?” 인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때요, 다 나은 거예요?”세희는 의미심장하게 인우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인우야, 오늘 저녁에 나 좀 도와줘.”“그래요.” 인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학교에 가는 거 맞죠?”세희는 의아하게 인우를 바라보았다.“뭐야? 너 이제 무섭지도 않는 거야?”인우는 미소를 천천히 거두었다.“누나, 귀신은 무섭지만, 난 누나가 더 이상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때 누나가 그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난 그날 정말 학교로 달려가서 그 귀신들을 죽이고 싶었어요. 그러나 시현 형이 누나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억지로 참고 가지 않았던 거예요.”세희는 뿌듯해하며 인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우리 인우 다 컸네. 누나를 걱정할 줄 다 알고.”인우는 세희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누나, 난 줄곧 누나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다음에 이런 위험한 일을 하러 간다면, 꼭 나 데리고 가면 안 돼요? 난 누나를 지켜주고 싶어요.”“그래! 저녁에 우리 가족들 함께 밥을 먹은 후에 바로 출발하자!”“좋아요!”저녁에 하영과 유준 그리고 희민이 돌아왔다. 세희가 이미 퇴원한 것을 보고, 세 사람은 기뻐해하며 그녀를 에워싸고 수다를 떨었다.저녁을 먹은 다음, 하영은 세희를 데리고 위층에 가서 간단하게 몸을 씻어주고서야 세희를 보냈다.문을 나서자마자, 세희는 시현이 그의 포르쉐와 함께 집 앞 정원에 있는 것을 보았다.세희와 인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시현을 쳐다보았다.세희가 먼저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에요?”시현은 별장을 바라보았다.“세준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나한테 연락했지 뭐. 네 기사 되어 달라고.”“우리 집에 기사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시현 오빠가 너
“그래, 우빈아, 넌 15년 동안 세희를 좋아했고, 또 세희를 위해 많은 것을 바쳤지. 하지만 그거 알아? 세희는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야. 세희가 만약 무슨 일을 알고 싶다면, 바로 감정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호흡이 흐트러진 우빈은 시현을 바라보며 다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알아요.” 우빈이 대답했다.“세희는 그 누구보다도 감성적이고 또 이성적이죠.”“그럼 만약 세희가 정말 날 선택한다면, 넌 어쩔 계획이야?”“그런 건 없어요.”우빈은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난 세희의 모든 선택을 존중할 거라고. 마찬가지로 다른 걱정 할 필요 없어요. 세희에게 거절을 당했다고 복수를 할 정도는 아니니까요.”시현은 계속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세희와 함께 하더라도 넌 세희와 계속 친구를 하겠다는 말이야?”우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나와 세희는 줄곧 친구였어요. 우리 두 사람이 사귀지 않아도, 앞으로 여전히 사이가 좋은 친구예요. 고 과장님, 세희를 좋아해도 되지만, 내가 세희와 계속 친구로 되는 것을 막을 순 없어요.”시현은 갑자기 웃었다.“그럼 됐어!”우빈은 시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시현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버튼을 눌렀다.“난 내가 세희와 사귀면, 넌 불편해서 세희와 연락 끊을 줄 알았거든.”우빈은 말문이 막혔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이제 세희를 포기하자고. 넌 정말 세희가 필요한 것 같으니까...”말을 하다 시현은 우빈을 힐끗 바라보았다.“네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들은 하지 않겠어. 아무튼 후에 생각해 봤는데, 만약 널 향한 내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세희를 포기한다면, 그건 널 무시하는 것과 같잖아.”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시현은 안으로 들어갔고 우빈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서자, 우빈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어요. 난 확실히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그래도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이런 상황이 아니잖아
시현은 말을 이어받으며 오른손을 들었다.“그때 내 오른손에 피가 가득 묻은 거 있지? 심지어 의사가 네 등의 썩은 살을 모두 베어낸 것을 직접 봤는데, 며칠째 잠을 못 잤어.”“에이, 그건 간단하죠!” 세희는 히죽거리며 말했다.“수면제 처방받으면 편안하게 잘 수 있지 않겠어요?”시현은 웃으며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세희야, 날 원망하고 싶지 않아?”“원망이요?” 세희는 시현의 뜻을 잘 몰랐다.“내가 왜요?”시현은 콧등을 긁적였다.“내가 널 데리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너도 이렇게 다치지 않았을 거야.”세희는 눈을 부라리며 시현을 바라보았다.“그건 시현 오빠 탓이 아니에요. 그 귀신들이 겁도 없이 나한테 덤빈 것뿐이니까요. 다 회복되면 그 귀신들 전부 잡아버릴 거예요!”“또 그곳에 가려고?” 시현은 경악하며 물었다.“그럼요!” 세희는 손을 내밀었다.“일곱 명의 귀신을 전부 다 데려갈 수 있다면, 염라대왕님은 좋다고 박수를 치실지도 몰라요.”시현은 세희의 얼굴에 나타난 즐거운 미소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난 오히려 네가 날 욕하면서 분풀이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홀가분한 말투로 말하는 거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그럼 너무 재미없죠! 난 시현 오빠 돈 뜯어먹는 게 더 좋은 거 같은데? 내가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으면, 날 데리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오케이!” 시현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참, 세준 오빠가 그러던데, 미정 할머니를 찾아갔다면서요?”시현은 숨김없이 대답했다.“응, 가서 어떻게 해야 널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쭤봤어.”“하하하.” 세희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날 보호한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리고 시현 오빠는 귀신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귀신과 싸우려는 거예요? 정의감과 용기로 귀신을 제압하려고요?”“내가 만약 내 정의감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엔 귀신이 없을 거야?”세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냥
시현은 세준 그들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한 다음, 혼자 의자에 앉아 멀리서 세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주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었고,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이때 간호사가 걸어왔다. 시현은 그녀를 보며 얼른 일어나 물었다.“선생님.”간호사는 그를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시죠?”“세희는 언제 중환자실에서 나올 수 있는 거죠?”“이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요 며칠 더 관찰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가씨는 제가 본 여자아이들 중에서 가장 엄중한 상처를 입으신 환자라서요. 잘못하면 흉터가 남을 텐데... 어휴...”말이 끝나자, 간호사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시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이번 생은 철저히 세희에게 빚진 셈이네.’사흘 후, 세희는 중환자실에서 나왔고, 이 일을 알게 된 하영과 유준도 얼른 병원에 찾아왔다.세희가 침대에 엎드려 멍을 때리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가슴이 아팠다.하영은 허리를 굽혀 세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세희야, 미안해. 네 오빠들이 아침에 금방 이 일을 알려줘서, 엄마와 아빠도 이제야 달려온 거야.”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괜찮아요, 엄마. 이거 봐요, 나 아직 멀쩡하잖아요?”하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걱정 마. 무슨 방법을 써서더라도 네 등의 흉터를 치료할 테니까.”“사실 난 이런 거 신경 안 써요. 등일 뿐이니, 평소에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 자신도 볼 수 없으니까,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없어요.”“네가 꾸미길 좋아한다는 거, 여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세준은 벽에 기대며 말했다.세희는 고개를 돌려 세준을 보려 했지만, 상처가 땅기는 바람에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세준은 마음이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다.“좀 움직이지 마. 나도 안 비웃을게.”유준은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너희들은 외국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좋은 성형과 의사를 찾아. 세희의 등에 절대로 흉터 남지 않게.”세준은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오자, 시현은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눈을 뜨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난 세희가 하는 일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데. 그럼 세희를 보호하려면 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지?’생각하다 시현은 핸드폰을 꺼내 세준에게 톡을 보냈다.[그 할머니 지금 어느 호텔에 계시는 거지?]얼마 지나지 않아, 세준은 시현에게 나미정이 지내고 있는 호텔 주소와 방번호를 보냈다.[고마워, 세준아.]세준은 이 문자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세희의 일, 난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야.][날 때리고 싶든, 죽이고 싶든 네 마음대로 해. 다 내 잘못이니 나도 변명할 말이 없어.]이 문자를 보낸 후, 더 이상 답장이 들어오지 않았다.시현도 더 이상 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어 호텔로 갔다.30분 후, 시현은 나미정이 있는 룸 앞에 도착했는데, 잠시 심사숙고한 다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곧 안에서 나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기다려.”문을 열자, 시현이 문밖에 서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약간 의아해했다.“네가 바로 병원에 있었던 그 총각인가?”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 저와 잠깐 얘기를 좀 나누시면 안 될까요?”“그래.” 나미정은 몸을 비키며 말했다. “들어와서 말하자꾸나.”시현은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고, 나미정은 그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무슨 일로 날 찾는 거지?”시현은 긴장이 돼서 두 손을 비볐다.“할머니, 저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해야 세희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평범한 사람이라...”나미정은 웃기 시작했다.“왜, 네가 보기에 우리와 같은 무당은 평범하지 않은 건가?”시현은 멈칫하더니 얼른 설명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아무튼 저희보다 강하고 특수한 능력이 있으시잖아요.”“그것도 다 하늘이 내려준 신기일 뿐이지.”나미정이 말했다.“그러나 우리도 평범한 사람들이야. 밥을 먹어야 하고, 또 때가 되면 죽는 법이니
세희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부적은 비록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여전히 강렬한 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세희는 숨을 들이마신 다음 천천히 일어섰다. 그 순간, 옆에서 놀던 그 귀신들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모두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들의 시선을 알아챈 세희도 눈을 돌려 귀신들을 보았다.‘또 이런 느낌이야! 이곳을 못 나가게 하는 그런 느낌!’세희는 밀려오는 공포를 참으며 용기를 내어 문 앞으로 걸어갔다.문과 가까워질수록 주위의 음기는 더욱 강렬해졌다. 심지어 세희는 자신의 영혼이 억압된 느낌을 받았다.“누나, 무서워하지 마요!!”“세희야! 용기를 내서 그곳에서 나와! 그 귀신들은 널 건드리지도, 널 다치게 하지도 못할 거야!”“누나! 나랑 형들이랑 그리고 고 과장님이 여기서 누나를 기다리고 있어요!”인우와 나미정의 목소리를 듣고, 세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가깝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다가갈 수 없는 문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세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부적이 그려진 손을 들어 다시 시도했다.이번에 그 귀신들은 섬뜩하게 웃기 시작했다. 세희가 문손잡이에 손을 얹으려 하자, 그들은 재빨리 앞으로 돌진했다.이때, 매몰찬 음기가 덮쳐왔고, 세희는 부적이 있는 그 손을 들고 돌아섰다.그 귀신들은 하마터면 세희의 영혼과 닿을 뻔했다. 그러나 세희의 손에서 나는 강렬한 양기가 서려 있는 부적을 감지한 그들은 표정이 돌변했다.세희는 뒤로 물러섰고, 등이 문에 닿는 순간, 재빨리 몸을 돌려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연 후, 그녀는 즉시 뛰쳐나갔다.이때, 줄곧 병상에 누워있던 세희는 눈을 번쩍 뜨더니 숨을 들이마셨다.세희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인우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누나! 왜 이제야 깨어난 거예요!!”그러나 세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눈을 천천히 감았다.인우는 완전히 멍해지더니 당황해진 표정으로 나미정을 바라보았다.나미정은 아주 침착하게 대답했다.“별일 아니야, 피곤해서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