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먹은 후, 하영과 유준은 여전히 방에서 나오지 않았고, 오히려 캐리가 먼저 일어났다.세 아이가 거실에 앉아 놀고 있는 것을 보고 캐리는 사방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너희 엄마는?”세준은 표정이 어두워졌다.“지금 그 남자 우리 엄마 안고 자고 있어요.”이 말을 듣자 캐리는 고개를 홱 돌렸다.“정유준이?! 지금 여기에 있다고?! 언제 왔는데? 난 왜 몰랐지?!”일련의 질문에 세준의 작은 얼굴은 더욱 어두워졌다.“우리도 모르니 어떻게 대답하겠어요?”희민이 물었다.“세준아, 너 지금 아빠가 여기에 있어서 화난 거야?”“당연하지.” 세준은 답답한 마음으로 대답했다.희민은 한숨을 쉬며 세준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도리어 캐리가 먼저 반응하더니 그들 옆에 앉아 세준의 작은 어깨를 안았다.“세준아, 네 엄마도 지금 네 아빠랑 연애하고 있을 뿐이야.” 캐리는 슬쩍 웃으며 설명했고, 세준은 캐리의 팔을 뿌리쳤다.“내가 두 사람 무엇을 했는지 모른다고 생각하지 마요!”“야야, 어린아이가 너무 성숙해도 탈이야!”캐리가 엄숙하게 말했다.세준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흥.”“이렇게 생각해 봐, 정유준이 없으면 너도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겠지, 그렇지? 게다가 아무리 그래도 그 남자는 네 친아버지야!”“친아버지면 뭐가 어때서요?” 세준은 비아냥거렸다.“아버지로서의 책임을 다한 적이 있나요?”그도 자신이 왜 그런지 몰랐다. 아무튼 유준이 자신의 엄마를 강요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는 화가 났고 초조해졌다.“그런 적은 없지만, 네 엄마의 마음속에 그 남자는 아주 중요할 거야, 확신해!”캐리가 단호하게 말했다.“그런 거 확신하면 또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세준은 반박했다.“아이고, 세준아, 그만해. 너희 엄마도 정유준을 좋아하고 있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왜 아직도 일어나지 않았겠어!”세준은 작은 입술을 오므리며 어두운 표정으로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원래 상쾌한 기분도 지금 완전히 사라졌다.“세준아, 네
두 사람이 세수를 마치고 나가려 할 때, 유준이 갑자기 물었다.“옆의 그 별장, 아직 팔리지 않았지?”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가격이 좀 높아서 아직 보러 온 사람이 없어요.”“그래.” 유준은 담담하게 대답한 후 방문을 열며 말했다.“가자.”하영도 그의 질문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고, 유준과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아래층에서.계단에서 누군가 내려오는 소리를 듣고, 세 아이와 캐리는 일제히 유준과 하영을 바라보았다.모퉁이에 이를 때, 하영은 순식간에 여러 갈래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앞에 있던 유준은 오히려 적의를 느꼈다.그것은 세준의 적의였다.하영은 마음이 찔려서 감히 아이들을 보지 못했다. 그녀는 늦게 일어났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그들에게 유준이 왔고, 어젯밤 이곳에서 잤다는 사실조차 미리 알리지 않았다.유준은 담담하게 그들 앞으로 걸어갔다.“같이 나가서 밥 먹자.”“좋아요!” 세희는 얼른 바닥에서 일어났다.“지난번에 나 데리고 갔던 그곳에 가면 안 돼요?”세준은 분노에 찬 눈빛으로 세희를 바라보았다.“정말 못났어!”세희는 똑똑히 들었고, 얼른 고개를 돌려 세준을 노려보았다.“오빠, 이제 좀 그만해! 무슨 어린애도 아니고!”하영은 금방 그들의 곁으로 걸어갔는데, 세희의 말을 듣고 기분이 안 좋은 세준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세준아?” 하영이 입을 열었다.세준은 곧장 일어서서 그녀의 곁으로 가더니 하영의 손을 덥석 잡고 한쪽으로 끌어당겼다.“엄마, 나 엄마한테 따로 할 말이 좀 있어요!”하영은 유준을 바라보며 남은 두 아이를 먼저 챙기라고 했다. 그러나 유준은 하영을 아랑곳하지 않았고, 즉시 손을 뻗어 그녀의 팔을 잡더니 화가 난 세준을 향해 말했다.“할 말 있으면 나한테 해.”세준은 고개를 홱 돌리며 유준을 노려보았다.“내가 왜 아저씨와 이야기해야 하죠?”“너 사나이 아니었어?” 유준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그렇다면 나와 이야기해!”“유준 씨.” 하영은 옆에서 안달이
세준은 입술을 오므리더니 고개를 홱 돌렸다.“대답 못하겠어? 아니면 이것만으로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거야?”“이건 설득력이 좀 있지만, 아저씨가 우리 엄마를 사랑한다는 것을 증명하기엔 많이 부족해요!”세준은 승복하지 않았다.“그럼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세준은 잠시 생각했다.“난 남녀 사이의 감정을 잘 이해하지 못하지만, 엄마가 매일 즐겁고 행복하고 또 아저씨 때문에 울지 않는 게 바로 사랑이라고 생각해요!”유준은 세준을 바라보며 뿌듯함을 느꼈다.“네 말이 맞지만, 어른들 사이에 갈등이 있는 것은 정상이라는 것도 알아야 해. 나와 네 엄마는 예전에 많은 오해가 있었고, 그 오해를 하나하나 풀면 더 이상 말다툼과 충돌이 없을 거야.”“그럼 이제 우리 엄마와 오해를 다 풀었다는 거예요?”“거의 다 풀어가고 있어.”유준이 말했다.“그리고 맹세할 수 있지.”“무슨 맹세요?”“네가 우리 두 사람 사귀는 것을 동의하기만 한다면, 난 네 엄마를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로 만들 거야.”세준은 눈을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정말이에요?”유준은 진지하게 대답했다.“응.”세준은 일어서더니 유준의 앞에 가서 작은 주먹을 내밀었다.“남자라면 주먹을 쳐서 맹세해요! 거짓말하는 사람은 오래 살지 못할 거예요!”유준은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표정은 엄숙해졌다.“누가 이런 말 가르쳐 줬지?”“이런 맹세도 감히 못하는 사람의 말을 더 믿을 필요가 있을까요?”유준은 눈을 가늘게 떴다.“이번엔 넘어가 주겠지만, 다음에 또 이런 말을 한다면, 난 엄격하게 네 잘못을 바로잡을 거야!”“그래요!”유준은 손을 내밀어 세준의 작은 주먹과 맞붙었다.세준은 비록 아는 건 많지만 여전히 어린아이에 불과했다. 그와 약속을 하기만 하면 세준도 더 이상 유준에게 화를 내지 않을 것이다.아이는 무척 단순했지만, 그의 맹세도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이었다.‘난 하영에게 행복을 가져다줄 거야. 내 모든 죄책감을 하나하나 메울 거라고.’두 사람이 아래층으로 내려
희민은 바로 하영의 뜻을 깨달았다.“엄마, 앞으로 많이 바쁜 거예요?”하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럽게 웃었다.“그래, 다음 주에 또 출장 가야 하거든. 지금 큰 주문이 들어왔어.”희민은 실의에 빠져 눈을 드리웠다.“그럼 언제 돌아와요?”하영은 생각하다 말했다.“2, 3일 정도? 아직은 잘 모르겠어.”“혼자 가는 거예요?”“그래.”하영은 한숨을 내쉬었다.“다른 일 때문에 캐리 아저씨는 공장에 있어야 하거든. 하지만 난 미리 아저씨에게 말할 거야. 주희 누나도 곧 돌아올 거고. 그들이 엄마를 대신해서 너희들을 돌볼 거야.”말이 떨어지자, 하영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그녀는 핸드폰을 꺼냈는데, 주희의 문자인 것을 보고 얼른 확인했다.[하영 언니, 미안해요. 앞으로 계속 휴가를 내야 할 것 같아요. 예준 오빠 지금 죄책감 때문에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어요.]하영은 근심을 하며 답장을 보냈다.[우리 오빠에게 무슨 일 있었어?][두 분 아버지의 일 때문에 그래요. 전에 언니더러 정 대표님을 찾아가라고 했다고 오빠로서 미안함을 느끼는 모양이에요.][난 그런 거 신경 쓰지도 않았는데, 우리 오빠 지금 곁에 있어?]주희는 소파에서 다시 잠든 예준을 바라보았다.그녀는 과일을 탁자 위에 가볍게 올려놓더니 하영에게 답장했다.[지금 몸에 서류 한가득 쌓아둔 채 소파에서 자고 있어요. 요 며칠 줄곧 그래왔고요.]그녀는 사진까지 찍어 보냈다.예준의 눈 밑에는 선명한 다크서클이 있었고, 푸른 수염까지 튀어나왔다.하영은 한숨을 쉬며 답장했다.[우리 오빠 돌보느라 수고했어.][수고는 무슨, 다 내가 원해서 하는 일인 걸요. 앞으로 내가 새언니 되면 절대로 나 괴롭히지 마요!]하영은 웃었다.[그래.]핸드폰을 내려놓은 후, 하영은 저녁에 예준을 찾아가려고 했다.전에 그녀더러 유준을 찾아가라고 한 일에 대해 사실 하영은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예준이 이렇게 신경 쓸 줄이야.오후.하영과 희민은 함께 학교에 가서 세준
저녁 먹은 후, 하영은 서재로 가서 예준에게 전화를 걸었다.연결음이 울리자마자 예준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오빠?” 하영이 말했다.“지금 어디예요?”예준은 목소리를 가다듬었다.“좀 피곤해서 오후에 잠깐 눈 좀 붙였는데, 왜 그래?”“오빠, 사실대로 말해봐요. 도대체 무슨 일 있는 거예요?”예준은 일부러 홀가분하게 웃었다.“쓸데없는 생각하네, 오빠한테 무슨 일 있겠어?”“오빠가 날 속일 수 있을 것 같아요?”“주희가 무슨 얘기 했니?”“무슨 일 있으면 우리 다 같이 해결하면 안 돼요? 왜 꼭 혼자서 감당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난 이 일을 마음에 두지도 않았는데, 오빠 왜 자책하고 그래요?”“내가 무능하면 그만이지만, 너까지 끌어들인 것 같아서.”예준이 말했다.“계속 이렇게 생각한다면 나도 정말 오빠한테 실망할 거예요. 이건 결코 큰 일이 아니고, 게다가 나도 유준 씨에게 부탁할 필요가 없었거든요.”예준은 멈칫했다.“정유준과 이미 만난 거야?”“네.” 하영이 대답했다.“그리고 유준 씨의 대답도 정말 날 놀라게 했고요...”하영은 유준이 한 말을 한 번 더 반복했다.“난 정유준이 승낙할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가 이렇게 시원하게 대답할 줄은 몰랐어.”“그러니까 오빠도 이제 너무 신경 쓰지 마요. 소진 그룹으로 돌아간 거예요?”“준비하고 있어.”“좋아요.” 하영은 웃으며 말했다.“더 이상 이 일로 괴로워하지 마요.”“알았어.”일주일 후, 월요일.캐리는 하영을 공항으로 데려다주었고, 대합실에서 캐리는 핸드폰으로 하영에게 약 이름을 한가득 보냈다.하영은 어이가 없었다.“왜 약 이름을 이렇게 많이 보내는 거야? 김제에서 다 살 수 있잖아?”“나한테 사주라는 게 아니라,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스스로 사러 가라고. 네가 그곳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아플까 봐 걱정돼서 그래.”“그래도 이렇게 많은 약을 먹을 필요는 없잖아.”“아이고, 약명 뒤에 설명이 다 쓰여 있잖아? 어젯밤에 내가 진석한테 물어봐서 정리한 건데.”
유준은 잘생긴 얼굴에 점차 짙은 짜증을 드러냈다.[다음에 또 나한테 이런 거 보낸다면, 바로 네 번호 차단할 거야!][알았어.]정씨 가문 본가.양다인은 목에 쇠사슬이 걸려 있었는데 그녀는 지금 침대 다리에 묶여 있었다. 그리고 헝클어진 머리카락은 얻어맞아 멍든 그 가증스러운 얼굴을 덮고 있었다.어젯밤, 양다인이 정창만 서재 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정주원에게 딱 걸렸다.정주원은 그녀에게 무엇을 하냐고 물었고, 양다인은 죽어도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얻어맞은 것이었다!정주원은 심지어 양다인의 핸드폰까지 압수했다. 만약 그녀에게 또 다른 핸드폰이 없었다면 지금은 증거조차 저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막 생각하던 참에 문 앞에서 갑자기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양다인은 몸을 떨더니 즉시 핸드폰을 매트리스 안으로 밀어 넣었다.문이 열리자, 양다인은 경직한 몸으로 문 앞을 바라보았다.그러나 들어온 사람은 집사였고 정주원이 아니었다.양다인은 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눈을 들어 집사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뭐 하러 들어온 거죠?!”집사는 라면 한 그릇을 들고 앞으로 다가오더니 허리를 굽혀 바닥에 내려놓았다.“아가씨, 식사하셔야죠.”양다인은 고개를 숙이며 확인했고, 그릇에는 맹물로 끓인 라면 말고 다른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는 두 손을 꼭 쥐더니 원한을 가득 품으며 말했다.“이게 사람이 먹는 거예요?!”“아가씨, 이건 큰 도련님께서 시킨 일이라 우리도 어쩔 수 없어요.” 집사는 억울하게 말했다. “그런데 어르신께서 말씀하셨죠. 아가씨 지금 확실히 좀 불쌍하시다고.”“할 말 있으면 똑똑히 해요!” 양다인은 으르렁거리며 말했다. “여기서 뜸 들이지 말고!”집사는 일어서더니 무릎을 꿇고 앉아 개와 다를 바 없는 양다인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그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아가씨, 어르신께서 지금 당신에게 본가에 계속 남을 수 있는 기회를 주려고 하는데. 그러나 당신은 어르신을 위해 한 가지 해야 할 일이 있어요.”“무슨 일인데요?” 양다
주희는 예준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그를 바라보았다.“예준 오빠, 가요!”“어.”두 사람이 차에 타자 기사는 운전을 하기 시작했고, 예준은 양다인에게 답장을 보냈다.[어르신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거지?][저더러 당신을 죽이기를 원하거든요!]예준의 잘생긴 얼굴은 순간 어두워졌다.‘벌써 조급해지기 시작한 건가?’[또 너에게 무슨 말을 했지?][다른 건 말하지 않았지만, 당신이 분명 그의 비밀을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 당신을 제거하고 싶은 거겠죠.][그럼 나와 무엇을 상의하고 싶은 거지?][지금 말하기가 많이 불편해요. 정주원 씨가 곧 돌아올 테니 나중에 시간 찾아 알려줄게요!]예준은 더 이상 답장을 하지 않았고, 멍하니 휴대전화를 주시했다.주희는 걱정을 금치 못한 채 예준을 바라보았다.“예준 오빠, 안색이 또 많이 안 좋아진 것 같은데, 무슨 일 생겼어요?”예준은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정창만 어르신이 양다인을 찾아 날 죽이려 하고 있어.”“양다인이요?” 주희는 경악했다.“바로 하영 언니를 사칭한 그 사람이요?”“맞아.”“그러니까 이 일은 그 양다인 씨가 알려준 건가요?”예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응, 날 찾아 도움을 청하고 싶은 것 같아.”말을 마치자마자 예준은 무슨 생각이 났는지 전화 한통을 걸었다. 그리고 곧 유준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슨 일이지?”예준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양다인 말이야, 혹시 최근에 너한테 연락한 적 있어?”유준은 잠시 침묵했다.“하영이 알려준 거야?”예준은 잠시 멈칫했다.“양다인이 널 찾은 일을, 하영에게 말했다고?”“그렇지 않으면?” 유준은 가볍게 웃었다.“더 이상 하영에게 아무것도 숨기고 싶지 않아서 그래.”예준은 입가를 살짝 오므렸다.“너희들 이미 화해한 것 같군.”유준은 화제를 돌렸다.“용건이 뭐야.”예준은 방금 양다인이 보낸 문자를 유준에게 알려주었다.“허.” 유준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인맥이 꽤 넓군.”“그게 무슨 뜻이야?” 예준은
30분 후.차는 정교한 일식집 앞에서 멈추었다.차에서 내리자, 기사는 하영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고 바로 2층으로 올라갔다.예약한 룸에 도착하자, 기사는 발걸음을 멈추더니 하영에게 말했다.“대표님은 이미 안에 계십니다. 그럼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하영은 담담하게 웃으며 대답했다.“그래요, 고마워요.”기사가 떠나자, 옆에 있던 종업원이 웃으며 하영에게 말했다.“제가 문 열어드릴게요.”하영은 고개를 끄덕였고, 종업원은 즉시 문을 열었다.하영은 안에 두 사람이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남자는 아주 잘 생겼고, 차분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조용하고 깜찍하며 이목구비가 매우 정교한 소녀가 앉아 있었다.소녀는 옅은 색의 원피스를 입고 있었고, 연분홍색의 숄을 걸치고 있었는데, 긴 생머리는 허리춤에 떨어졌고 눈동자는 마치 잔잔한 호수처럼 맑았다.소녀는 비록 집에 있는 세 아이와 나이가 비슷해 보이지만 그런 차분한 기질은 오히려 희민과 매우 비슷했다.문이 열리자, 두 사람은 잇달아 고개를 들어 하영을 바라보았다.그리고 하영은 두 사람을 향해 살짝 웃으며 인사를 했다.“염 대표님, 안녕하세요.”염주강은 웃으며 일어섰다.“강 사장, 그동안 말씀 많이 들었는데.”하영은 주강 앞으로 가서 그와 악수했다.이때 주강이 소개했다.“강 사장, 초면에 내 딸을 데리고 와서 정말 미안하군요. 오늘 몸이 아파서 학교에 가지 않았는데, 집에 있으면 내가 또 마음이 놓이지 않아 이렇게 데리고 왔네요.”말이 끝나자 주강은 조용히 앉아 있는 어린 소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수지야, 인사해야지.”수지는 가볍고 우아하게 일어서더니 예의 있게 하영을 향해 허리를 굽혔다.“안녕하세요, 저는 염수지라고 합니다.”수지의 목소리를 듣자, 하영은 문득 세희를 떠올렸다. 만약 세희의 목소리가 애교 넘치고 활발하다면, 수지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다정했다.그리고 동작 하나하나에 재벌 집 아가씨의 기질을 풍기고 있었는데, 예의 바르고 또 얌전해서 보기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