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나는 놀라서 목까지 움츠러들었다.그녀는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현욱에게 대들지 못했다. 그래서 인나는 몸을 돌려 그를 달랬다.“현욱 씨, 친구를 데리고 왔으니 그만해요. 이 일은 저녁에 다시 얘기해요, 먼저 친구 접대해야죠!”“기범이 상관할 필요 없어. 혼자 알아서 하겠지!”“그럼 내 체면을 봐서라도 그만하라고요!” 인나는 중얼거렸다.“친구 앞에서 어쩜 딸을 혼내는 것처럼 날 혼내냐고요.”기범도 현욱을 말렸다.“그래, 현욱아, 네 와이프랑 싸우지 마. 아이스크림 하나 가지고...”“닥쳐!” 현욱은 더 이상 참지 못했다.“아이가 아직 발육되지도 않았는데, 아이스크림 때문에 문제 생기면 네가 책임질 거야??”기범은 남의 아이를 키우고 싶지 않았다.현욱은 화가 나서 쓰레기통을 내려놓더니, 주방에 들어가 인나에게 뜨거운 물 한 잔을 따라주었고, 그제야 기범을 바라보았다.“이리 와서 앉아. 집이 그리 크지 않으니까 좀 참고.”“괜찮아.” 기범은 인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 “이건 네 와이프가 산 집이야?”“아니에요!”인나가 말했다.“이건 내가 세 들어 사는 집인데.”기범은 말문이 막혔다.“현욱아, 넌 네 와이프에게 집도 하나 안 사준 거야?”“그런 게 아니에요.”인나는 찻잔을 들고 말했다.“내가 이사하고 싶지 않아서 그래요. 그리고 현욱 씨는 직접 3년의 집세를 대신 내줬고요.”“그렇군요.”기범이 말했다.“인나 씨는 강하영 씨의 절친 맞죠? 사이가 많이 좋아 보이는데.”인나는 듣는 순간 경계하기 했다.“갑자기 하영이 얘긴 왜 하는 거예요?”“아, 그런 게 아니에요.” 기범은 급히 설명했다.“강하영 씨가 지금 유준에 대해 아직 감정이 있는지가 궁금해서요.”인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시선은 기범에게서 현욱에게 떨어졌다.“현욱 씨가 나한테 물어보라고 시킨 거예요?”현욱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이 녀석이 기어코 따라오겠다고 했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야.”인나는 헛웃음을 지었다.“미안
현욱은 얼른 인나를 달랬다.“흥분하지 마. 아이 놀라겠다. 나도 유준에게서 들었는데, 최근 이 일을 처리하고 있는 것 같아.”“어떻게 처리하려는 거죠? 설마 자신의 아버지를 도와 죄를 씻어내려고요?!”인나는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물었다.“아니야 그런 거, 지금 무슨 생각하는 거야.” 현욱이 설명했다. “유준은 지금 어르신으로 하여금 마땅한 처분을 받게 하려고 하고 있어.”이 말을 듣자 인나는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정유준 씨가 하영을 위해 이 정도까지 할 줄은 몰랐어요.”인나는 감탄했다.기범은 기회가 온 것을 보고 얼른 입을 열었다.“그러니까 우리도 유준을 위해 뭔가 해야 하지 않겠어요?”인나는 잠시 생각하다 결국 입을 열었다.“그럼 이렇게 해요, 내가 먼저 하영이에게 물어볼게요, 어때요?”“지금 물어보는 건 어떤가요?”인나는 어이가 없었다. 만약 지금 기범의 말에 응답하지 않는다면, 그는 아마 끊임없이 그녀에게 매달릴 것이다.그래서 인나는 탁자 위의 핸드폰을 들어 하영에게 전화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영은 전화를 받았다.“인나야, 무슨 일이야?”“하영아, 너 지금 뭐해?”하영 쪽에서 물소리가 들려왔다. “세수하고 있어.”인나는 한숨을 쉬며 하영을 떠보왔다.“하영아, 나 현욱 씨에게 들었는데, 네 아버지가...”하영은 잠시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응, 이 일로 정유준 씨와 이미 상의 마쳤어.”“어?” 인나는 일부러 놀란 척했다. “이미 정 대표님 찾아간 거야? 그 사람 뭐래?”“현욱 씨가 말 안 했어?” 하영은 의문이 들었고, 인나는 현욱을 한 번 보았다.“아니, 뭐라고 했는데?”“날 위해서 해결할 거라 말했어. 동시에 그의 어머니를 위해서이기도 해.”“대표님 정말 그렇게 말했어? 자신의 친아버지와 맞서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그래.” 하영은 감탄했다. “나도 그 남자의 태도가 이렇게 확고할 줄은 몰랐어.”인나는 다리로 현욱을 걷어차며 탁자 위의 물을 건네달라고 했고, 현욱
하영은 유준의 답장을 기다렸다.그러나 한참이 지나도 유준은 여전히 답장을 하지 않았고, 하영은 문득 그가 지금 무엇을 망설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할 말이 있으면 솔직하게 말해요]유준은 하영이 보낸 문자를 주시하며 또 생각에 잠겼다.‘어쩌면 숨기지 않는 게 맞을지도 몰라.’유준은 고민 끝에 문자를 보냈다.[양다인이 오늘 나한테 전화했는데, 그녀를 구해달라고 부탁했어.][???]‘양다인이 정유준 씨에게 자신을 구해달라고 하다니? 그게 무슨 뜻이지?’유준은 간단하게 설명했다.[정주원이 자신을 학대했다며 나한테 구해달라고 애원했어. 그리고 우리 아버지의 상황을 대신 알아볼 수 있다고 했고.]하영은 얼떨떨해졌다.[양다인이 뭘 알아냈죠?]유준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타자하는 게 번거로워서 핸드폰으로 얘기하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그는 생각을 하다 휴대전화를 접더니 외투를 들고 성큼성큼 서재를 나섰다.하영은 앉아서 한참을 기다렸지만 결국 유준의 문자를 기다리지 못했다.원래 좀 졸렸던 그녀는 유준의 이 말 때문에 졸음마저 사라졌다.그녀는 이불을 젖히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과일을 좀 먹으면서 답장을 기다리려고 했다. 그러나 슬리퍼를 신자마자 아래층에서 답답한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하영은 멍해졌다.‘이 늦은 밤에 대체 누가?’그녀는 창가로 걸어가 아래층을 살펴보니 유준의 차라는 것을 발견했다.하영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이 남자가 왜 갑자기 왔지??]유준이 차에서 내리자, 하영은 재빨리 고개를 돌려 소파 위에 던진 속옷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얼굴을 붉히더니 얼른 속옷을 드레스룸에 던졌다.그렇게 허둥지둥 정리를 마치자, 문밖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하영은 즉시 가서 문을 열었고, 유준의 잘생긴 얼굴이 눈앞에 나타나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물었다.“추운데 뭐 하러 나왔어요?”하영이 자신을 관심하는 것을 보고, 유준은 담담하게 미소를 지었다.“계속 날 이렇게 벌 세울 거야?”하영은 몸을 비키더니 유준더러 들어가게
유준은 천천히 손을 내밀더니 하영의 이마에 흩어진 잔머리를 정리해 주었고, 부드럽고 약간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난 네가 모든 방비를 내려놓고 나와 담담하게 말할 수 있는 모습이 좋아.”하영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고, 그의 말에 심장이 맹렬하게 뛰고 있었다.유준의 차가운 손가락이 하영의 피부에 떨어지자, 그 순간 그녀의 모든 이성을 휩쓸었다.하영은 이 어색함을 깨뜨리려고 입술을 움직였지만 목구멍은 솜으로 가득 찬 듯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그녀가 차마 이 분위기를 깨뜨리고 싶지 않아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유준의 시선은 하영의 붉고 윤기가 번지르르한 입술에 떨어졌다, 그의 손도 따라서 하영의 턱을 매만졌다. 점점 다가가는 동시에 그는 길쭉한 손가락에 힘을 주며 하영의 얼굴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익숙한 기운이 덮쳐오자, 하영의 숨결도 따라서 가빠졌다.유준의 입술이 가볍게 그녀의 입술에 떨어진 순간, 모든 오해와 미움은 마치 이 순간 사라진 것 같았다.가벼우면서도 진한 키스였다.애매한 감정이 감돌기 시작하자, 유준은 한 손으로 하영의 몸을 받치더니 자신의 다리 위에 올려놓았다.그는 고개를 약간 기울였고, 입술은 하영의 귓가에 떨어졌다. 잠기고 나지막한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울렸다.“하영아, 다신 내 곁을 떠나지 마.”다음날.주희가 집에 없었기 때문에 모두들 해가 중천에 뜰 때에야 일어났다.아이들은 잠에서 깨어나 세수를 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갔지만, 서재와 거실에서 하영을 보지 못했다.세희는 꼬르륵꼬르륵 소리가 나는 배를 주물렀다.“엄만 어디 갔지? 나 너무 배고픈데...”세준은 하품을 하며 말했다.“아직도 자고 있겠지, 우리 얼른 올라가보자.”희민과 세희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세준과 다시 위층으로 되돌아갔다.하영의 방 앞에 도착한 다음, 세준은 문을 두드렸다.“엄마, 깨어났어요?”잠시 기다렸지만 아이들은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했다. 세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손잡이를 덥석 잡고 방문을 열었다.그는 고개를 내밀었는데,
아침을 먹은 후, 하영과 유준은 여전히 방에서 나오지 않았고, 오히려 캐리가 먼저 일어났다.세 아이가 거실에 앉아 놀고 있는 것을 보고 캐리는 사방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너희 엄마는?”세준은 표정이 어두워졌다.“지금 그 남자 우리 엄마 안고 자고 있어요.”이 말을 듣자 캐리는 고개를 홱 돌렸다.“정유준이?! 지금 여기에 있다고?! 언제 왔는데? 난 왜 몰랐지?!”일련의 질문에 세준의 작은 얼굴은 더욱 어두워졌다.“우리도 모르니 어떻게 대답하겠어요?”희민이 물었다.“세준아, 너 지금 아빠가 여기에 있어서 화난 거야?”“당연하지.” 세준은 답답한 마음으로 대답했다.희민은 한숨을 쉬며 세준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도리어 캐리가 먼저 반응하더니 그들 옆에 앉아 세준의 작은 어깨를 안았다.“세준아, 네 엄마도 지금 네 아빠랑 연애하고 있을 뿐이야.” 캐리는 슬쩍 웃으며 설명했고, 세준은 캐리의 팔을 뿌리쳤다.“내가 두 사람 무엇을 했는지 모른다고 생각하지 마요!”“야야, 어린아이가 너무 성숙해도 탈이야!”캐리가 엄숙하게 말했다.세준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흥.”“이렇게 생각해 봐, 정유준이 없으면 너도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겠지, 그렇지? 게다가 아무리 그래도 그 남자는 네 친아버지야!”“친아버지면 뭐가 어때서요?” 세준은 비아냥거렸다.“아버지로서의 책임을 다한 적이 있나요?”그도 자신이 왜 그런지 몰랐다. 아무튼 유준이 자신의 엄마를 강요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는 화가 났고 초조해졌다.“그런 적은 없지만, 네 엄마의 마음속에 그 남자는 아주 중요할 거야, 확신해!”캐리가 단호하게 말했다.“그런 거 확신하면 또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세준은 반박했다.“아이고, 세준아, 그만해. 너희 엄마도 정유준을 좋아하고 있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왜 아직도 일어나지 않았겠어!”세준은 작은 입술을 오므리며 어두운 표정으로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원래 상쾌한 기분도 지금 완전히 사라졌다.“세준아, 네
두 사람이 세수를 마치고 나가려 할 때, 유준이 갑자기 물었다.“옆의 그 별장, 아직 팔리지 않았지?”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가격이 좀 높아서 아직 보러 온 사람이 없어요.”“그래.” 유준은 담담하게 대답한 후 방문을 열며 말했다.“가자.”하영도 그의 질문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고, 유준과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아래층에서.계단에서 누군가 내려오는 소리를 듣고, 세 아이와 캐리는 일제히 유준과 하영을 바라보았다.모퉁이에 이를 때, 하영은 순식간에 여러 갈래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앞에 있던 유준은 오히려 적의를 느꼈다.그것은 세준의 적의였다.하영은 마음이 찔려서 감히 아이들을 보지 못했다. 그녀는 늦게 일어났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그들에게 유준이 왔고, 어젯밤 이곳에서 잤다는 사실조차 미리 알리지 않았다.유준은 담담하게 그들 앞으로 걸어갔다.“같이 나가서 밥 먹자.”“좋아요!” 세희는 얼른 바닥에서 일어났다.“지난번에 나 데리고 갔던 그곳에 가면 안 돼요?”세준은 분노에 찬 눈빛으로 세희를 바라보았다.“정말 못났어!”세희는 똑똑히 들었고, 얼른 고개를 돌려 세준을 노려보았다.“오빠, 이제 좀 그만해! 무슨 어린애도 아니고!”하영은 금방 그들의 곁으로 걸어갔는데, 세희의 말을 듣고 기분이 안 좋은 세준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세준아?” 하영이 입을 열었다.세준은 곧장 일어서서 그녀의 곁으로 가더니 하영의 손을 덥석 잡고 한쪽으로 끌어당겼다.“엄마, 나 엄마한테 따로 할 말이 좀 있어요!”하영은 유준을 바라보며 남은 두 아이를 먼저 챙기라고 했다. 그러나 유준은 하영을 아랑곳하지 않았고, 즉시 손을 뻗어 그녀의 팔을 잡더니 화가 난 세준을 향해 말했다.“할 말 있으면 나한테 해.”세준은 고개를 홱 돌리며 유준을 노려보았다.“내가 왜 아저씨와 이야기해야 하죠?”“너 사나이 아니었어?” 유준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그렇다면 나와 이야기해!”“유준 씨.” 하영은 옆에서 안달이
세준은 입술을 오므리더니 고개를 홱 돌렸다.“대답 못하겠어? 아니면 이것만으로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거야?”“이건 설득력이 좀 있지만, 아저씨가 우리 엄마를 사랑한다는 것을 증명하기엔 많이 부족해요!”세준은 승복하지 않았다.“그럼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세준은 잠시 생각했다.“난 남녀 사이의 감정을 잘 이해하지 못하지만, 엄마가 매일 즐겁고 행복하고 또 아저씨 때문에 울지 않는 게 바로 사랑이라고 생각해요!”유준은 세준을 바라보며 뿌듯함을 느꼈다.“네 말이 맞지만, 어른들 사이에 갈등이 있는 것은 정상이라는 것도 알아야 해. 나와 네 엄마는 예전에 많은 오해가 있었고, 그 오해를 하나하나 풀면 더 이상 말다툼과 충돌이 없을 거야.”“그럼 이제 우리 엄마와 오해를 다 풀었다는 거예요?”“거의 다 풀어가고 있어.”유준이 말했다.“그리고 맹세할 수 있지.”“무슨 맹세요?”“네가 우리 두 사람 사귀는 것을 동의하기만 한다면, 난 네 엄마를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로 만들 거야.”세준은 눈을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정말이에요?”유준은 진지하게 대답했다.“응.”세준은 일어서더니 유준의 앞에 가서 작은 주먹을 내밀었다.“남자라면 주먹을 쳐서 맹세해요! 거짓말하는 사람은 오래 살지 못할 거예요!”유준은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표정은 엄숙해졌다.“누가 이런 말 가르쳐 줬지?”“이런 맹세도 감히 못하는 사람의 말을 더 믿을 필요가 있을까요?”유준은 눈을 가늘게 떴다.“이번엔 넘어가 주겠지만, 다음에 또 이런 말을 한다면, 난 엄격하게 네 잘못을 바로잡을 거야!”“그래요!”유준은 손을 내밀어 세준의 작은 주먹과 맞붙었다.세준은 비록 아는 건 많지만 여전히 어린아이에 불과했다. 그와 약속을 하기만 하면 세준도 더 이상 유준에게 화를 내지 않을 것이다.아이는 무척 단순했지만, 그의 맹세도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이었다.‘난 하영에게 행복을 가져다줄 거야. 내 모든 죄책감을 하나하나 메울 거라고.’두 사람이 아래층으로 내려
희민은 바로 하영의 뜻을 깨달았다.“엄마, 앞으로 많이 바쁜 거예요?”하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럽게 웃었다.“그래, 다음 주에 또 출장 가야 하거든. 지금 큰 주문이 들어왔어.”희민은 실의에 빠져 눈을 드리웠다.“그럼 언제 돌아와요?”하영은 생각하다 말했다.“2, 3일 정도? 아직은 잘 모르겠어.”“혼자 가는 거예요?”“그래.”하영은 한숨을 내쉬었다.“다른 일 때문에 캐리 아저씨는 공장에 있어야 하거든. 하지만 난 미리 아저씨에게 말할 거야. 주희 누나도 곧 돌아올 거고. 그들이 엄마를 대신해서 너희들을 돌볼 거야.”말이 떨어지자, 하영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그녀는 핸드폰을 꺼냈는데, 주희의 문자인 것을 보고 얼른 확인했다.[하영 언니, 미안해요. 앞으로 계속 휴가를 내야 할 것 같아요. 예준 오빠 지금 죄책감 때문에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어요.]하영은 근심을 하며 답장을 보냈다.[우리 오빠에게 무슨 일 있었어?][두 분 아버지의 일 때문에 그래요. 전에 언니더러 정 대표님을 찾아가라고 했다고 오빠로서 미안함을 느끼는 모양이에요.][난 그런 거 신경 쓰지도 않았는데, 우리 오빠 지금 곁에 있어?]주희는 소파에서 다시 잠든 예준을 바라보았다.그녀는 과일을 탁자 위에 가볍게 올려놓더니 하영에게 답장했다.[지금 몸에 서류 한가득 쌓아둔 채 소파에서 자고 있어요. 요 며칠 줄곧 그래왔고요.]그녀는 사진까지 찍어 보냈다.예준의 눈 밑에는 선명한 다크서클이 있었고, 푸른 수염까지 튀어나왔다.하영은 한숨을 쉬며 답장했다.[우리 오빠 돌보느라 수고했어.][수고는 무슨, 다 내가 원해서 하는 일인 걸요. 앞으로 내가 새언니 되면 절대로 나 괴롭히지 마요!]하영은 웃었다.[그래.]핸드폰을 내려놓은 후, 하영은 저녁에 예준을 찾아가려고 했다.전에 그녀더러 유준을 찾아가라고 한 일에 대해 사실 하영은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예준이 이렇게 신경 쓸 줄이야.오후.하영과 희민은 함께 학교에 가서 세준
시현은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알았어, 알았어. 공주님 제발 살려주세요!!”세희는 그제야 흐뭇하게 손을 거두었다.“참, 지난번에 말한 그 사건 말이에요, 언제 해결하러 갈 거예요?”“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시현이 말했다. “네 몸은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으니까, 지금 계속 바쁘게 움직이면 안 돼. 만약에 저쪽에도 이런 악독한 귀신이 있다면, 너 또 상처를 입을지 몰라. 난 이미 죄책감 때문에 너와 결혼을 해서 평생 챙겨주고 싶으니까,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 정말 방법이 없어.”세희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시현 오빠와 결혼한다고 했어요?”“쳇.” 시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가 어때서? 나도 어깨가 넓고 근육이 있는 미남이라고!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세희는 말문이 막혔다.‘정말 뻔뻔하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칭찬하다니.’세희는 숨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시현 오빠.”“응?”“내가 지금 귀신을 잡는 일을 종사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난 사실 아주 좋은 신붓감은 아니에요. 눈치 없는 귀신들이 가끔 날 찾아와서 귀찮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난 인우와 반대로, 팔자에 음기가 가득 찼거든요.”“그러면 어떻게 되는데?”“7월 중순이 되면 많은 귀신들이 날 찾아올 거예요. 그럼 난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심지어 다칠 수도 있거든요.”“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만약 우리가 함께 한다면, 그 귀신들은 심지어 시현 오빠를 귀찮게 할 거예요.”“그래서, 이것 때문에 네가 최고의 신붓감이 아니란 거야?” 시현은 말을 마치고 웃으며 말했다. “이까짓 일로 내가 물러설 수 있을 것 같아? 세희야, 너도 날 너무 얕본 것 같아.”“그때 가면 나 때문에 모든 일이 잘 안 풀릴 텐데, 그게 두렵지도 않아요?” 세희는 시현에게 물었다.시현은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넌 우빈이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우빈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은 거야? 세희야, 넌 날 뭘로 보고.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난 두렵지
시현과 인우는 비록 귀신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검은 연기가 자신의 앞에서 천천히 흩어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인우는 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누나, 지금 어떻게 된 일이에요?”세희는 몸을 돌려 말했다.“그 귀신은 환생하고 싶지 않아서 이미 죽었어.”“귀신이 죽었다고?” 시현이 물었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뜻이야?”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을 바라보았다.“캐리 아저씨, 이제 그 여섯 명의 귀신을 좀 잡아주세요.”캐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불과 몇 분 만에 겁에 질린 그 귀신들을 세희의 앞으로 데려왔다.세희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들은 그 처녀귀신과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아니면 나와 같이 서낭당에 갈 건가요?”“서낭당에 갈래요!”“우리는 그 여자의 협박을 받아서 여기에 갇힌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벌써 떠났을 텐데!”“죽어도 우리를 괴롭히려 하다니!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이 귀신들은 그 처녀귀신이 사라진 후, 불평하기 시작했다.세희는 그들의 원망을 듣고,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지금 그 처녀귀신을 비난할 면목이 있는 거예요?!”세희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당신들을 죽인 것은 그 여자의 잘못일지라도. 당신들은 자신에게 그 어떤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만약 당신들이 그 여자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귀신으로 되어 이곳에 갇히지 않았겠죠!”“풉.” 한 여자 귀신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요? 그 여자는 늘 자신의 성적을 가지고 남을 비웃었어요. 그러지만 않았어도 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세희는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남의 성적이 우수해서, 당신들은 또 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그걸 자랑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정말 불쌍하네요! 이 세상에 당신들 같은 질투심이 강한 쓰레기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심해요, 당신들은 다음 생에도 이번 생에 지은 죗값을 치러야 하니까!”귀신들은 세희가 한 말에 화가 났지만, 캐리와 인우 때문에 화가
“말이 쉽지!” 처녀귀신은 화가 나서 말했다.“날 죽인 그 사람들은 비록 귀신이 되었지만, 나도 그들이 환생하지 못하게 붙잡아둬야 한단 말이에요!”세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 여섯 명의 학생들이 당신을 죽인 사람이었어요?”“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그들을 죽였을 것 같아요??”“그 사람들 찾아 복수를 한 이상, 이제 그만 그들을 놓아줘요. 이렇게 자신을 괴롭혀가며 그들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더 있을까요?”“그럴 순 없어요! 이렇게 쉽게 환생을 하라고 하는 건 너무 말이 안 되니까!!”처녀귀신이 노발대발했다.세희는 웃었다.“당신은 집념이 너무 커서 줄곧 이곳에 갇혀 있는 거예요. 영원히 자신의 고통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잖아요. 만약 내려가서 벌을 받고 환생하여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난다면, 이것 또한 자신의 과거를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어요?”“이렇게까지 날 가르칠 필요 없어요!”처녀귀신이 말했다.“오늘 당신들이 죽든지, 아니면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하자고요!”말을 마치자, 처녀귀신은 세희를 향해 공격하려 했다.세희는 바로 인우를 부르려고 했고, 이때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빠른 속도로 달려온 캐리는 즉시 그 처녀귀신을 먼 곳으로 밀어냈다.“좋은 말로 타일러도 듣지 않고, 심지어 세희에게 손을 대려고 하다니. 오늘 사라질 준비를 하는 게 좋겠어!”캐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붉은 옷을 입은 처녀귀신에게 말했다.“그게 뭐가 무섭다고.” 처녀귀신이 소리를 질렀다. “나도 이젠 지긋지긋해요! 이 더없이 더러운 세상! 내 부모님은 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들의 돈을 받고 바로 이 일이 없던 걸로 하자고 했어요. 내 오빠는 심지어 그들이 부자라는 것을 알고, 그들을 친구로 여겼고요! 환생할 게 뭐가 더 있겠어요? 환생해도 이렇게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마주해야 하니까, 차라리 날 죽여요. 더 이상 이 징그러운 세상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처녀귀신의 말을 듣고, 캐리는 바로 손을 써서
세희가 이렇게 말하자, 세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저녁 무렵, 인우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세희가 이미 집에 있는 것을 보았고, 무척 흥분해하며 달려갔다.“누나, 돌아왔어요?” 인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때요, 다 나은 거예요?”세희는 의미심장하게 인우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인우야, 오늘 저녁에 나 좀 도와줘.”“그래요.” 인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학교에 가는 거 맞죠?”세희는 의아하게 인우를 바라보았다.“뭐야? 너 이제 무섭지도 않는 거야?”인우는 미소를 천천히 거두었다.“누나, 귀신은 무섭지만, 난 누나가 더 이상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때 누나가 그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난 그날 정말 학교로 달려가서 그 귀신들을 죽이고 싶었어요. 그러나 시현 형이 누나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억지로 참고 가지 않았던 거예요.”세희는 뿌듯해하며 인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우리 인우 다 컸네. 누나를 걱정할 줄 다 알고.”인우는 세희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누나, 난 줄곧 누나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다음에 이런 위험한 일을 하러 간다면, 꼭 나 데리고 가면 안 돼요? 난 누나를 지켜주고 싶어요.”“그래! 저녁에 우리 가족들 함께 밥을 먹은 후에 바로 출발하자!”“좋아요!”저녁에 하영과 유준 그리고 희민이 돌아왔다. 세희가 이미 퇴원한 것을 보고, 세 사람은 기뻐해하며 그녀를 에워싸고 수다를 떨었다.저녁을 먹은 다음, 하영은 세희를 데리고 위층에 가서 간단하게 몸을 씻어주고서야 세희를 보냈다.문을 나서자마자, 세희는 시현이 그의 포르쉐와 함께 집 앞 정원에 있는 것을 보았다.세희와 인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시현을 쳐다보았다.세희가 먼저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에요?”시현은 별장을 바라보았다.“세준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나한테 연락했지 뭐. 네 기사 되어 달라고.”“우리 집에 기사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시현 오빠가 너
“그래, 우빈아, 넌 15년 동안 세희를 좋아했고, 또 세희를 위해 많은 것을 바쳤지. 하지만 그거 알아? 세희는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야. 세희가 만약 무슨 일을 알고 싶다면, 바로 감정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호흡이 흐트러진 우빈은 시현을 바라보며 다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알아요.” 우빈이 대답했다.“세희는 그 누구보다도 감성적이고 또 이성적이죠.”“그럼 만약 세희가 정말 날 선택한다면, 넌 어쩔 계획이야?”“그런 건 없어요.”우빈은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난 세희의 모든 선택을 존중할 거라고. 마찬가지로 다른 걱정 할 필요 없어요. 세희에게 거절을 당했다고 복수를 할 정도는 아니니까요.”시현은 계속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세희와 함께 하더라도 넌 세희와 계속 친구를 하겠다는 말이야?”우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나와 세희는 줄곧 친구였어요. 우리 두 사람이 사귀지 않아도, 앞으로 여전히 사이가 좋은 친구예요. 고 과장님, 세희를 좋아해도 되지만, 내가 세희와 계속 친구로 되는 것을 막을 순 없어요.”시현은 갑자기 웃었다.“그럼 됐어!”우빈은 시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시현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버튼을 눌렀다.“난 내가 세희와 사귀면, 넌 불편해서 세희와 연락 끊을 줄 알았거든.”우빈은 말문이 막혔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이제 세희를 포기하자고. 넌 정말 세희가 필요한 것 같으니까...”말을 하다 시현은 우빈을 힐끗 바라보았다.“네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들은 하지 않겠어. 아무튼 후에 생각해 봤는데, 만약 널 향한 내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세희를 포기한다면, 그건 널 무시하는 것과 같잖아.”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시현은 안으로 들어갔고 우빈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서자, 우빈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어요. 난 확실히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그래도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이런 상황이 아니잖아
시현은 말을 이어받으며 오른손을 들었다.“그때 내 오른손에 피가 가득 묻은 거 있지? 심지어 의사가 네 등의 썩은 살을 모두 베어낸 것을 직접 봤는데, 며칠째 잠을 못 잤어.”“에이, 그건 간단하죠!” 세희는 히죽거리며 말했다.“수면제 처방받으면 편안하게 잘 수 있지 않겠어요?”시현은 웃으며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세희야, 날 원망하고 싶지 않아?”“원망이요?” 세희는 시현의 뜻을 잘 몰랐다.“내가 왜요?”시현은 콧등을 긁적였다.“내가 널 데리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너도 이렇게 다치지 않았을 거야.”세희는 눈을 부라리며 시현을 바라보았다.“그건 시현 오빠 탓이 아니에요. 그 귀신들이 겁도 없이 나한테 덤빈 것뿐이니까요. 다 회복되면 그 귀신들 전부 잡아버릴 거예요!”“또 그곳에 가려고?” 시현은 경악하며 물었다.“그럼요!” 세희는 손을 내밀었다.“일곱 명의 귀신을 전부 다 데려갈 수 있다면, 염라대왕님은 좋다고 박수를 치실지도 몰라요.”시현은 세희의 얼굴에 나타난 즐거운 미소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난 오히려 네가 날 욕하면서 분풀이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홀가분한 말투로 말하는 거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그럼 너무 재미없죠! 난 시현 오빠 돈 뜯어먹는 게 더 좋은 거 같은데? 내가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으면, 날 데리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오케이!” 시현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참, 세준 오빠가 그러던데, 미정 할머니를 찾아갔다면서요?”시현은 숨김없이 대답했다.“응, 가서 어떻게 해야 널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쭤봤어.”“하하하.” 세희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날 보호한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리고 시현 오빠는 귀신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귀신과 싸우려는 거예요? 정의감과 용기로 귀신을 제압하려고요?”“내가 만약 내 정의감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엔 귀신이 없을 거야?”세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냥
시현은 세준 그들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한 다음, 혼자 의자에 앉아 멀리서 세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주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었고,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이때 간호사가 걸어왔다. 시현은 그녀를 보며 얼른 일어나 물었다.“선생님.”간호사는 그를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시죠?”“세희는 언제 중환자실에서 나올 수 있는 거죠?”“이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요 며칠 더 관찰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가씨는 제가 본 여자아이들 중에서 가장 엄중한 상처를 입으신 환자라서요. 잘못하면 흉터가 남을 텐데... 어휴...”말이 끝나자, 간호사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시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이번 생은 철저히 세희에게 빚진 셈이네.’사흘 후, 세희는 중환자실에서 나왔고, 이 일을 알게 된 하영과 유준도 얼른 병원에 찾아왔다.세희가 침대에 엎드려 멍을 때리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가슴이 아팠다.하영은 허리를 굽혀 세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세희야, 미안해. 네 오빠들이 아침에 금방 이 일을 알려줘서, 엄마와 아빠도 이제야 달려온 거야.”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괜찮아요, 엄마. 이거 봐요, 나 아직 멀쩡하잖아요?”하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걱정 마. 무슨 방법을 써서더라도 네 등의 흉터를 치료할 테니까.”“사실 난 이런 거 신경 안 써요. 등일 뿐이니, 평소에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 자신도 볼 수 없으니까,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없어요.”“네가 꾸미길 좋아한다는 거, 여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세준은 벽에 기대며 말했다.세희는 고개를 돌려 세준을 보려 했지만, 상처가 땅기는 바람에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세준은 마음이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다.“좀 움직이지 마. 나도 안 비웃을게.”유준은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너희들은 외국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좋은 성형과 의사를 찾아. 세희의 등에 절대로 흉터 남지 않게.”세준은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오자, 시현은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눈을 뜨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난 세희가 하는 일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데. 그럼 세희를 보호하려면 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지?’생각하다 시현은 핸드폰을 꺼내 세준에게 톡을 보냈다.[그 할머니 지금 어느 호텔에 계시는 거지?]얼마 지나지 않아, 세준은 시현에게 나미정이 지내고 있는 호텔 주소와 방번호를 보냈다.[고마워, 세준아.]세준은 이 문자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세희의 일, 난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야.][날 때리고 싶든, 죽이고 싶든 네 마음대로 해. 다 내 잘못이니 나도 변명할 말이 없어.]이 문자를 보낸 후, 더 이상 답장이 들어오지 않았다.시현도 더 이상 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어 호텔로 갔다.30분 후, 시현은 나미정이 있는 룸 앞에 도착했는데, 잠시 심사숙고한 다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곧 안에서 나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기다려.”문을 열자, 시현이 문밖에 서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약간 의아해했다.“네가 바로 병원에 있었던 그 총각인가?”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 저와 잠깐 얘기를 좀 나누시면 안 될까요?”“그래.” 나미정은 몸을 비키며 말했다. “들어와서 말하자꾸나.”시현은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고, 나미정은 그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무슨 일로 날 찾는 거지?”시현은 긴장이 돼서 두 손을 비볐다.“할머니, 저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해야 세희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평범한 사람이라...”나미정은 웃기 시작했다.“왜, 네가 보기에 우리와 같은 무당은 평범하지 않은 건가?”시현은 멈칫하더니 얼른 설명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아무튼 저희보다 강하고 특수한 능력이 있으시잖아요.”“그것도 다 하늘이 내려준 신기일 뿐이지.”나미정이 말했다.“그러나 우리도 평범한 사람들이야. 밥을 먹어야 하고, 또 때가 되면 죽는 법이니
세희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부적은 비록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여전히 강렬한 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세희는 숨을 들이마신 다음 천천히 일어섰다. 그 순간, 옆에서 놀던 그 귀신들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모두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들의 시선을 알아챈 세희도 눈을 돌려 귀신들을 보았다.‘또 이런 느낌이야! 이곳을 못 나가게 하는 그런 느낌!’세희는 밀려오는 공포를 참으며 용기를 내어 문 앞으로 걸어갔다.문과 가까워질수록 주위의 음기는 더욱 강렬해졌다. 심지어 세희는 자신의 영혼이 억압된 느낌을 받았다.“누나, 무서워하지 마요!!”“세희야! 용기를 내서 그곳에서 나와! 그 귀신들은 널 건드리지도, 널 다치게 하지도 못할 거야!”“누나! 나랑 형들이랑 그리고 고 과장님이 여기서 누나를 기다리고 있어요!”인우와 나미정의 목소리를 듣고, 세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가깝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다가갈 수 없는 문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세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부적이 그려진 손을 들어 다시 시도했다.이번에 그 귀신들은 섬뜩하게 웃기 시작했다. 세희가 문손잡이에 손을 얹으려 하자, 그들은 재빨리 앞으로 돌진했다.이때, 매몰찬 음기가 덮쳐왔고, 세희는 부적이 있는 그 손을 들고 돌아섰다.그 귀신들은 하마터면 세희의 영혼과 닿을 뻔했다. 그러나 세희의 손에서 나는 강렬한 양기가 서려 있는 부적을 감지한 그들은 표정이 돌변했다.세희는 뒤로 물러섰고, 등이 문에 닿는 순간, 재빨리 몸을 돌려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연 후, 그녀는 즉시 뛰쳐나갔다.이때, 줄곧 병상에 누워있던 세희는 눈을 번쩍 뜨더니 숨을 들이마셨다.세희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인우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누나! 왜 이제야 깨어난 거예요!!”그러나 세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눈을 천천히 감았다.인우는 완전히 멍해지더니 당황해진 표정으로 나미정을 바라보았다.나미정은 아주 침착하게 대답했다.“별일 아니야, 피곤해서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