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는 고개를 저었다.“됐어, 너희 셋 데리고 노는 것도 좋은 것 같아. 결혼은 생각해 본 적이 없어.”“그럼 늙어서도 솔로로 지낼 거예요?” 세준이 물었다.캐리는 입술을 내밀더니 잠시 생각했다.“아마도. 너희들 크는 거 지켜볼 수만 있어도 매우 행복하거든!”“헉! 캐리 아저씨, 얼른 오빠 때려요! 그리고 희준 오빠도! 빨리 쏴요!!”세희는 갑자기 잠꼬대를 했고, 캐리는 얼른 아이를 껴안고 한바탕 달랬다.그의 푸른 눈빛에 부드러움이 스쳤다.“그래, 아저씨가 때려줄게.”저녁.하영이 집에 돌아왔다. 그녀는 문에 들어서자 캐리가 잠든 세희를 안고 소파에 앉아 휴대전화를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았다.하영은 캐리 곁에 가서 앉았다.“왜 세희를 내려놓지 않는 거야?”“난 힘들지 않거든. 그리고 세희도 이렇게 자야 편한 것 같아서. 넌 저녁 먹었어?”“정유준 씨랑 같이 먹었어. 너희들은?”캐리는 하양을 바라보더니 씩 웃었다.“이제 저녁까지 함께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사이가 좋아진 거야?”하영은 시선을 피했다.“뭔 생각이 그렇게 많아! 오늘 그 사진은 뭐야? 아이들한테 뭘 씌운 거야?”“백화점에서 산 건데!”캐리가 말했다.“아이가 잃어버리지 않도록 씌워주는 밧줄. 5만 원이나 썼어.”하영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어쩐지 아이들 얼굴에 원망이 가득 차 있더라니.”캐리가 흥얼거리며 말했다.“흥, 어차피 난 그들을 잃어버릴 엄두가 없거든. 그렇지 않으면 넌 나를 죽여버릴지도 몰라.”하영은 휴대전화를 들었다.“오늘 고생했어. 뭐 먹을래? 내가 배달시켜줄게.”“G, 너와 상의하고 싶은 게 있어.”캐리가 진지하게 말했다.하영은 의문을 느끼며 그를 바라보았다.“뭔데?”“만약에, 내 말은 만약에 말이야, 내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다면, 세희를 나한테 주면 안 돼?”하영은 멍해졌다.“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결혼을 안 한다는 건 또 무슨 뜻이고?”“난 결혼하고 싶지 않아.”캐리의 눈빛이 어두워졌다.“너도 알다시피
“예준 오빠, 내가 와서 부담이라도 느끼는 거예요?” 주희는 예준을 쳐다보았고 예준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그런 거. 난 단지 네가 이렇게 헛되이 시간을 낭비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서 그래.”“내가 그러고 싶어서 그래요!” 주희는 계속 패스트푸드 포장을 뜯었다.“나도 오빠가 내 고백을 받아줄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어요!”예준은 그녀를 바라보았다.“나한테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하면 너도 남자친구를 찾을 수 없을 거야.”“필요 없어요!”주희는 씩씩거리며 말했다.“오빠가 어디에 있으면 나도 따라갈 거예요. 다른 사람은 필요도 없어요!”예준은 멍하니 있다가 곧 눈 밑에 가벼운 웃음이 나타났다.“네 외할아버지가 알면 아마 나 찾아올걸.”주희는 동작을 멈추었다.“왜 갑자기 우리 외할아버지 얘기 꺼내는 거예요. 오빠도 참....”“넌 그래도 장군 가문 출신이니, 줄곧 내 곁에 있는 건 말이 안 되잖아.”“아이고.” 주희는 불쾌해하며 예준을 바라보았다.“이건 오빠랑 상관없는 일이라고 했잖아요! 이제 그만 말해요!”예준은 입을 다물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주희는 포장을 뜯은 다음 예준에게 젓가락을 건네줄 때에야 다시 입을 열었다.“요즘 어려움에 부딪쳤죠? 왜 나한테 말 안 했어요?”“아무것도 아니야.” 예준은 화제를 돌렸다.“이 일에 관여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예준 오빠...”“밥 먹자!” 예준은 그녀의 말을 끊었다.“배고프네.”‘예준 오빠는 여전히 나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고 싶지 않은 것 같은데, 설마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가?’‘하영 언니에게 며칠 더 휴가를 내야겠어, 오빠와 줄곧 함께 있으면 나에게 말해주겠지.’다음날.하영이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임수진이 찾아왔다.임수진은 하영의 테이블 앞에 서서 말했다.“사장님, 비서들은 오늘 오후 훈련을 받으러 갈 것입니다.”하영은 서류를 처리하느라 바빠서 고개를 들 시간이 없었다.“응, 알았어. 앞으로 2주 동안 잘 부탁할게. 정 바쁘다면 다
“G! 일 그만 내려놔! 나한테 좋은 소식이 있어!!!” 캐리는 흥분한 표정으로 하영에게 다가갔다.그러나 캐리의 목소리는 문 밖의 임수진에게 전해졌다. 그녀는 발걸음을 멈추더니 다시 문 앞으로 걸어가 자세히 듣기 시작했다.사무실 안.하영은 머리를 안으며 캐리를 바라보았다.“깜짝이야, 너 때문에 놀라죽을 뻔했네.”캐리는 하영의 물컵을 들고 꿀꺽꿀꺽 마셨다.“G, 주강 그룹의 대표님이 널 만나고 싶대!!”“주강 그룹?” 하영은 자세히 생각하다 놀라움을 금치 못한 채 캐리를 바라보았다.“주강 석유를 말하는 거야?!” 하영은 놀라서 물었다.캐리는 흥분해서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바로 이거야!! 지금 우리를 찾아 대량의 복장을 주문하고 싶대! G! 우리 이제 대박 났어! 대박 났다고!”하영은 멈칫하더니 테이블 위에 놓은 손까지 떨렸다.그녀는 주강 그룹이 뜻밖에도 자신을 찾아와 합작할 줄은 몰랐다.주강 그룹은 비록 김제의 회사가 아니지만, 그것은 아시아 석유계를 횡령하는 존재였다. 그들의 공장 직원까지 모두 합치면 족히 수백만 명에 달했다. 게다가 주강 그룹 대표님의 재력은 심지어 유준과 맞설 수 있었다.유준의 명의로 된 분야는 비록 넓지만 유독 석유 업계가 없었다. 그리고 염주강은 석유 만으로 재벌로 거듭난 것이었다.하영은 놀라서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고, 잠시 후 캐리를 쳐다보았다.“너... 확실해? 정말이야?”“정말이라고!” 캐리는 감격에 겨워 눈시울을 붉혔다.“G, 우리 이제 대박 난 거야!! 어마어마한 주문이 들어왔는데, 우리 회사 설립 이래 가장 큰 주문이라고!! 앞으로 모든 주문은 이것보다 더 클 순 없을 거야!! 장기적인 협력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면, G! 우리 진짜 큰돈을 벌 수 있다고!!!”하영도 따라서 코가 시큰거렸다.“응! 나도 알아! 그럼 넌 염 대표님의 비서와 만날 시간부터 상의해 봐!”“다음 주 월요일이래!”캐리가 말했다. “이미 상의 끝냈어! 넌 일요일에 출발하면 돼!”하영
MK 그룹.유준은 컴퓨터 앞에 앉아 예준이 보낸 영상을 여러 번 재생하고 있었는데, 그는 눈을 가늘게 뜨며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었다.‘이 증거들을 그냥 경찰에게 넘기는 것은 효과가 없을 것 같아. 범인이 직접 자신이 이 일을 했다고 인정하면 좋을 텐데.’그러나 이것은 무척 어려웠다.그렇게 생각하던 차에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유준은 테이블 위에 놓인 핸드폰을 바라보았는데, 양다인에게 걸려온 전화인 것을 보고, 그의 눈 밑에 갑자기 혐오감이 스며들었다. 그리고 핸드폰을 든 순간, 유준은 바로 끊으려고 했다.하지만 양다인이 본가에 있다는 것을 생각하자, 그는 또 전화를 받았다.유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무슨 일이야?”양다인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유준 씨, 제발 나 살려줘...”유준은 무덤덤하게 말했다.“사람 잘못 찾은 것 같은데!”“아니야!” 양다인은 급히 대답했다.“지금 날 구할 수 있는 사람은 너뿐이야. 정주원 그 사람은 완전히 사이코패스라고...”양다인은 어젯밤에 발생한 일을 유준에게 말했다.그녀는 지금 도움이 필요했고, 그 사람이 누군든, 그녀에게 무슨 일을 시키든, 정주원의 손에서 자신을 구할 수만 있으면 됐다. 유준은 눈빛이 차가워졌다.“이것도 다 네가 스스로 선택한 것이니 나와 아무런 관계도 없어!”“그럼 넌 자신의 아버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지 않아?!” 양다인은 유준이 전화를 끊을까 봐 얼른 본론을 얘기했다.아니나 다를까, 유준은 멈칫했다.“그게 무슨 뜻이야?”양다인은 숨을 들이마시며 조심스럽게 방문을 바라보았다.“나도 아직 잘 모르겠어... 그런데 집사가 어젯밤 어르신에게 무슨 말을 했는데, 안색이 싹 변한 거 있지! 유준 씨, 어르신은 널 어떻게 대했는데, 넌 어르신이 밉지도 않는 거야? 그리고 정주원 씨는 네 어머니를 그렇게 괴롭혔는데, 넌 아무런 느낌도 없는 거냐고?!”유준은 코웃음을 쳤다.“지금 나 부추기려고?”“아니야!”양다인은 부인했다.“난 단지 네가
양다인이 반박하려 하자 정창만은 계속해서 말했다.“만약 나가고 싶다면 앞으로 다시 돌아올 생각하지 마라. 물론 네가 나간 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나도 장담할 수 없거든.”정창만은 양다인이 스스로 나가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그녀가 만약 나간다면, 그는 양다인이 사람을 죽인 그 일을 기자들에게 털어놓을지도 모른다.정창만이 지금 이 사실을 밝히지 않는 것은 양다인이 아직 정주원의 장남감이기 때문이다. 정주원이 만약 기분이 좋다면, 그녀를 바로 풀어줄지도 모른다.양만인은 두 눈에 한이 가득 맺혔지만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이를 악물며 방으로 돌아갔다.마네폴리 별장.주희는 오늘도 많은 물건을 사서 예준을 보러 왔다.별장에 들어오자, 그녀는 예준이 소파에 누워 자고 있는 것을 발견했고, 팔은 두 눈을 가리고 있었다. 그의 몸, 그리고 바닥에는 심지어 많은 종이와 사진이 있었다.‘자료를 보다 잠들었구나.’주희는 예준의 곁에 걸어가서 정리해 주려 했지만, 예준이 갑자기 손을 내려놓더니 눈을 떴다.주희를 보자, 예준은 얼른 일어나 몸에 떨어진 자료를 한데 모아 뒤로 숨겼다.“왜 말도 하지 않고 찾아온 거야.” 예준은 다시 바닥에 있는 자료들을 치우기 시작했다.주희는 침묵하며 예준을 바라보다가 그가 물건을 모두 숨긴 후에야 비로소 입을 열었다.“예준 오빠, 왜 날 이토록 경계하는 거예요?” 주희는 이해가 안 가서 그에게 물었다.예준은 담담하게 말했다.“어젯밤에 이미 말했잖아. 널 이런 일에 참여시키고 싶지 않다고.”“도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요?” 주희는 더 이상 참지 못했다.“전에 회사를 이전한 일까지 내 도움이 필요했으면서, 이번에는 왜 나에게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 거죠? 난 오빠의 적이 아니란 말이에요! 나한테 말하면 나도 같이 해결할 방법을 생각해 줄 수 있잖아요? 오빠 지금 얼마나 힘들어 보이는지 알아요?”예준은 주희의 손에 든 도시락을 바라보며 말했다.“먹을 거 가지고 왔어? 나 배고프니까 얼른 밥 먹자.
“아니야.” 예준은 씁쓸한 웃음을 머금었다. “내가 너무 쓸모없어서 그래. 그 사람을 어떻게 할 수가 없거든. 심지어 하영이 이 일로 유준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난 복수를 위해 하영더러 유준을 찾아가라고 했어. 따지고 보면 내가 너무 병신이라서 그래.”“아니에요.” 주희는 생각하다 말했다. “정 대표님과 하영 언니는 정말 천생연분 같지 않나요?”예준은 약간 멈칫했다.“넌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오빠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거예요?”주희는 그에게 물었다.“난 이렇게 생각해요. 오빠는 하영 언니의 마음속에 여전히 정 대표님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언니더러 정 대표님을 찾아가라고 한 거예요. 그나저나 오빠는 줄곧 하영 언니의 생각을 물어봤겠죠? 조금도 강요하지 않았잖아요?”예준은 눈을 드리웠다.“너 지금 날 위해 변명을 하고 있는 것 같아.”“그런 게 아니에요.”주희가 말했다.“오빠는 정 대표님이 하영 언니에게 잘해 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또 정 대표님이 하영 언니를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거예요. 게다가... 오빠도 은근히 그들을 떠보고 싶은 거겠죠?”예준은 여전히 자신이 그때 도대체 어떤 심정으로 하영에게 그런 말을 했는지 몰랐다.“이제야 알겠네요. 오빠는 정창만 어르신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하영 언니에게 미안해서 그런 거예요!”주희는 일어서더니 우유를 예준에게 건네주었다.예준은 침묵했다. 그는 확실히 하영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꼈고, 그래서 요 며칠 줄곧 자신을 집에 가두며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하여 이 일을 해결하려 했다.예준이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주희는 계속 말했다.“예준 오빠, 사실 오빠는 하영 언니에게 미안할 필요가 없어요. 오빠는 단지 언니에게 미래를 선택할 권리를 주었을 뿐이니까요.”예준은 여전히 침묵했고, 주희는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자, 이 일은 언젠가 해결될 테니까 이제 우리 나가서 밥 먹어요!”예준은 멍해졌다.“먹을 거 가득 사지 않았어
인나는 놀라서 목까지 움츠러들었다.그녀는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현욱에게 대들지 못했다. 그래서 인나는 몸을 돌려 그를 달랬다.“현욱 씨, 친구를 데리고 왔으니 그만해요. 이 일은 저녁에 다시 얘기해요, 먼저 친구 접대해야죠!”“기범이 상관할 필요 없어. 혼자 알아서 하겠지!”“그럼 내 체면을 봐서라도 그만하라고요!” 인나는 중얼거렸다.“친구 앞에서 어쩜 딸을 혼내는 것처럼 날 혼내냐고요.”기범도 현욱을 말렸다.“그래, 현욱아, 네 와이프랑 싸우지 마. 아이스크림 하나 가지고...”“닥쳐!” 현욱은 더 이상 참지 못했다.“아이가 아직 발육되지도 않았는데, 아이스크림 때문에 문제 생기면 네가 책임질 거야??”기범은 남의 아이를 키우고 싶지 않았다.현욱은 화가 나서 쓰레기통을 내려놓더니, 주방에 들어가 인나에게 뜨거운 물 한 잔을 따라주었고, 그제야 기범을 바라보았다.“이리 와서 앉아. 집이 그리 크지 않으니까 좀 참고.”“괜찮아.” 기범은 인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 “이건 네 와이프가 산 집이야?”“아니에요!”인나가 말했다.“이건 내가 세 들어 사는 집인데.”기범은 말문이 막혔다.“현욱아, 넌 네 와이프에게 집도 하나 안 사준 거야?”“그런 게 아니에요.”인나는 찻잔을 들고 말했다.“내가 이사하고 싶지 않아서 그래요. 그리고 현욱 씨는 직접 3년의 집세를 대신 내줬고요.”“그렇군요.”기범이 말했다.“인나 씨는 강하영 씨의 절친 맞죠? 사이가 많이 좋아 보이는데.”인나는 듣는 순간 경계하기 했다.“갑자기 하영이 얘긴 왜 하는 거예요?”“아, 그런 게 아니에요.” 기범은 급히 설명했다.“강하영 씨가 지금 유준에 대해 아직 감정이 있는지가 궁금해서요.”인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시선은 기범에게서 현욱에게 떨어졌다.“현욱 씨가 나한테 물어보라고 시킨 거예요?”현욱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이 녀석이 기어코 따라오겠다고 했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야.”인나는 헛웃음을 지었다.“미안
현욱은 얼른 인나를 달랬다.“흥분하지 마. 아이 놀라겠다. 나도 유준에게서 들었는데, 최근 이 일을 처리하고 있는 것 같아.”“어떻게 처리하려는 거죠? 설마 자신의 아버지를 도와 죄를 씻어내려고요?!”인나는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물었다.“아니야 그런 거, 지금 무슨 생각하는 거야.” 현욱이 설명했다. “유준은 지금 어르신으로 하여금 마땅한 처분을 받게 하려고 하고 있어.”이 말을 듣자 인나는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정유준 씨가 하영을 위해 이 정도까지 할 줄은 몰랐어요.”인나는 감탄했다.기범은 기회가 온 것을 보고 얼른 입을 열었다.“그러니까 우리도 유준을 위해 뭔가 해야 하지 않겠어요?”인나는 잠시 생각하다 결국 입을 열었다.“그럼 이렇게 해요, 내가 먼저 하영이에게 물어볼게요, 어때요?”“지금 물어보는 건 어떤가요?”인나는 어이가 없었다. 만약 지금 기범의 말에 응답하지 않는다면, 그는 아마 끊임없이 그녀에게 매달릴 것이다.그래서 인나는 탁자 위의 핸드폰을 들어 하영에게 전화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영은 전화를 받았다.“인나야, 무슨 일이야?”“하영아, 너 지금 뭐해?”하영 쪽에서 물소리가 들려왔다. “세수하고 있어.”인나는 한숨을 쉬며 하영을 떠보왔다.“하영아, 나 현욱 씨에게 들었는데, 네 아버지가...”하영은 잠시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응, 이 일로 정유준 씨와 이미 상의 마쳤어.”“어?” 인나는 일부러 놀란 척했다. “이미 정 대표님 찾아간 거야? 그 사람 뭐래?”“현욱 씨가 말 안 했어?” 하영은 의문이 들었고, 인나는 현욱을 한 번 보았다.“아니, 뭐라고 했는데?”“날 위해서 해결할 거라 말했어. 동시에 그의 어머니를 위해서이기도 해.”“대표님 정말 그렇게 말했어? 자신의 친아버지와 맞서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그래.” 하영은 감탄했다. “나도 그 남자의 태도가 이렇게 확고할 줄은 몰랐어.”인나는 다리로 현욱을 걷어차며 탁자 위의 물을 건네달라고 했고, 현욱
시현은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알았어, 알았어. 공주님 제발 살려주세요!!”세희는 그제야 흐뭇하게 손을 거두었다.“참, 지난번에 말한 그 사건 말이에요, 언제 해결하러 갈 거예요?”“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시현이 말했다. “네 몸은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으니까, 지금 계속 바쁘게 움직이면 안 돼. 만약에 저쪽에도 이런 악독한 귀신이 있다면, 너 또 상처를 입을지 몰라. 난 이미 죄책감 때문에 너와 결혼을 해서 평생 챙겨주고 싶으니까,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 정말 방법이 없어.”세희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시현 오빠와 결혼한다고 했어요?”“쳇.” 시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가 어때서? 나도 어깨가 넓고 근육이 있는 미남이라고!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세희는 말문이 막혔다.‘정말 뻔뻔하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칭찬하다니.’세희는 숨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시현 오빠.”“응?”“내가 지금 귀신을 잡는 일을 종사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난 사실 아주 좋은 신붓감은 아니에요. 눈치 없는 귀신들이 가끔 날 찾아와서 귀찮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난 인우와 반대로, 팔자에 음기가 가득 찼거든요.”“그러면 어떻게 되는데?”“7월 중순이 되면 많은 귀신들이 날 찾아올 거예요. 그럼 난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심지어 다칠 수도 있거든요.”“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만약 우리가 함께 한다면, 그 귀신들은 심지어 시현 오빠를 귀찮게 할 거예요.”“그래서, 이것 때문에 네가 최고의 신붓감이 아니란 거야?” 시현은 말을 마치고 웃으며 말했다. “이까짓 일로 내가 물러설 수 있을 것 같아? 세희야, 너도 날 너무 얕본 것 같아.”“그때 가면 나 때문에 모든 일이 잘 안 풀릴 텐데, 그게 두렵지도 않아요?” 세희는 시현에게 물었다.시현은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넌 우빈이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우빈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은 거야? 세희야, 넌 날 뭘로 보고.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난 두렵지
시현과 인우는 비록 귀신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검은 연기가 자신의 앞에서 천천히 흩어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인우는 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누나, 지금 어떻게 된 일이에요?”세희는 몸을 돌려 말했다.“그 귀신은 환생하고 싶지 않아서 이미 죽었어.”“귀신이 죽었다고?” 시현이 물었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뜻이야?”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을 바라보았다.“캐리 아저씨, 이제 그 여섯 명의 귀신을 좀 잡아주세요.”캐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불과 몇 분 만에 겁에 질린 그 귀신들을 세희의 앞으로 데려왔다.세희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들은 그 처녀귀신과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아니면 나와 같이 서낭당에 갈 건가요?”“서낭당에 갈래요!”“우리는 그 여자의 협박을 받아서 여기에 갇힌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벌써 떠났을 텐데!”“죽어도 우리를 괴롭히려 하다니!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이 귀신들은 그 처녀귀신이 사라진 후, 불평하기 시작했다.세희는 그들의 원망을 듣고,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지금 그 처녀귀신을 비난할 면목이 있는 거예요?!”세희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당신들을 죽인 것은 그 여자의 잘못일지라도. 당신들은 자신에게 그 어떤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만약 당신들이 그 여자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귀신으로 되어 이곳에 갇히지 않았겠죠!”“풉.” 한 여자 귀신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요? 그 여자는 늘 자신의 성적을 가지고 남을 비웃었어요. 그러지만 않았어도 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세희는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남의 성적이 우수해서, 당신들은 또 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그걸 자랑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정말 불쌍하네요! 이 세상에 당신들 같은 질투심이 강한 쓰레기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심해요, 당신들은 다음 생에도 이번 생에 지은 죗값을 치러야 하니까!”귀신들은 세희가 한 말에 화가 났지만, 캐리와 인우 때문에 화가
“말이 쉽지!” 처녀귀신은 화가 나서 말했다.“날 죽인 그 사람들은 비록 귀신이 되었지만, 나도 그들이 환생하지 못하게 붙잡아둬야 한단 말이에요!”세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 여섯 명의 학생들이 당신을 죽인 사람이었어요?”“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그들을 죽였을 것 같아요??”“그 사람들 찾아 복수를 한 이상, 이제 그만 그들을 놓아줘요. 이렇게 자신을 괴롭혀가며 그들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더 있을까요?”“그럴 순 없어요! 이렇게 쉽게 환생을 하라고 하는 건 너무 말이 안 되니까!!”처녀귀신이 노발대발했다.세희는 웃었다.“당신은 집념이 너무 커서 줄곧 이곳에 갇혀 있는 거예요. 영원히 자신의 고통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잖아요. 만약 내려가서 벌을 받고 환생하여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난다면, 이것 또한 자신의 과거를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어요?”“이렇게까지 날 가르칠 필요 없어요!”처녀귀신이 말했다.“오늘 당신들이 죽든지, 아니면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하자고요!”말을 마치자, 처녀귀신은 세희를 향해 공격하려 했다.세희는 바로 인우를 부르려고 했고, 이때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빠른 속도로 달려온 캐리는 즉시 그 처녀귀신을 먼 곳으로 밀어냈다.“좋은 말로 타일러도 듣지 않고, 심지어 세희에게 손을 대려고 하다니. 오늘 사라질 준비를 하는 게 좋겠어!”캐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붉은 옷을 입은 처녀귀신에게 말했다.“그게 뭐가 무섭다고.” 처녀귀신이 소리를 질렀다. “나도 이젠 지긋지긋해요! 이 더없이 더러운 세상! 내 부모님은 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들의 돈을 받고 바로 이 일이 없던 걸로 하자고 했어요. 내 오빠는 심지어 그들이 부자라는 것을 알고, 그들을 친구로 여겼고요! 환생할 게 뭐가 더 있겠어요? 환생해도 이렇게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마주해야 하니까, 차라리 날 죽여요. 더 이상 이 징그러운 세상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처녀귀신의 말을 듣고, 캐리는 바로 손을 써서
세희가 이렇게 말하자, 세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저녁 무렵, 인우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세희가 이미 집에 있는 것을 보았고, 무척 흥분해하며 달려갔다.“누나, 돌아왔어요?” 인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때요, 다 나은 거예요?”세희는 의미심장하게 인우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인우야, 오늘 저녁에 나 좀 도와줘.”“그래요.” 인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학교에 가는 거 맞죠?”세희는 의아하게 인우를 바라보았다.“뭐야? 너 이제 무섭지도 않는 거야?”인우는 미소를 천천히 거두었다.“누나, 귀신은 무섭지만, 난 누나가 더 이상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때 누나가 그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난 그날 정말 학교로 달려가서 그 귀신들을 죽이고 싶었어요. 그러나 시현 형이 누나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억지로 참고 가지 않았던 거예요.”세희는 뿌듯해하며 인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우리 인우 다 컸네. 누나를 걱정할 줄 다 알고.”인우는 세희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누나, 난 줄곧 누나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다음에 이런 위험한 일을 하러 간다면, 꼭 나 데리고 가면 안 돼요? 난 누나를 지켜주고 싶어요.”“그래! 저녁에 우리 가족들 함께 밥을 먹은 후에 바로 출발하자!”“좋아요!”저녁에 하영과 유준 그리고 희민이 돌아왔다. 세희가 이미 퇴원한 것을 보고, 세 사람은 기뻐해하며 그녀를 에워싸고 수다를 떨었다.저녁을 먹은 다음, 하영은 세희를 데리고 위층에 가서 간단하게 몸을 씻어주고서야 세희를 보냈다.문을 나서자마자, 세희는 시현이 그의 포르쉐와 함께 집 앞 정원에 있는 것을 보았다.세희와 인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시현을 쳐다보았다.세희가 먼저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에요?”시현은 별장을 바라보았다.“세준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나한테 연락했지 뭐. 네 기사 되어 달라고.”“우리 집에 기사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시현 오빠가 너
“그래, 우빈아, 넌 15년 동안 세희를 좋아했고, 또 세희를 위해 많은 것을 바쳤지. 하지만 그거 알아? 세희는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야. 세희가 만약 무슨 일을 알고 싶다면, 바로 감정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호흡이 흐트러진 우빈은 시현을 바라보며 다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알아요.” 우빈이 대답했다.“세희는 그 누구보다도 감성적이고 또 이성적이죠.”“그럼 만약 세희가 정말 날 선택한다면, 넌 어쩔 계획이야?”“그런 건 없어요.”우빈은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난 세희의 모든 선택을 존중할 거라고. 마찬가지로 다른 걱정 할 필요 없어요. 세희에게 거절을 당했다고 복수를 할 정도는 아니니까요.”시현은 계속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세희와 함께 하더라도 넌 세희와 계속 친구를 하겠다는 말이야?”우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나와 세희는 줄곧 친구였어요. 우리 두 사람이 사귀지 않아도, 앞으로 여전히 사이가 좋은 친구예요. 고 과장님, 세희를 좋아해도 되지만, 내가 세희와 계속 친구로 되는 것을 막을 순 없어요.”시현은 갑자기 웃었다.“그럼 됐어!”우빈은 시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시현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버튼을 눌렀다.“난 내가 세희와 사귀면, 넌 불편해서 세희와 연락 끊을 줄 알았거든.”우빈은 말문이 막혔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이제 세희를 포기하자고. 넌 정말 세희가 필요한 것 같으니까...”말을 하다 시현은 우빈을 힐끗 바라보았다.“네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들은 하지 않겠어. 아무튼 후에 생각해 봤는데, 만약 널 향한 내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세희를 포기한다면, 그건 널 무시하는 것과 같잖아.”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시현은 안으로 들어갔고 우빈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서자, 우빈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어요. 난 확실히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그래도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이런 상황이 아니잖아
시현은 말을 이어받으며 오른손을 들었다.“그때 내 오른손에 피가 가득 묻은 거 있지? 심지어 의사가 네 등의 썩은 살을 모두 베어낸 것을 직접 봤는데, 며칠째 잠을 못 잤어.”“에이, 그건 간단하죠!” 세희는 히죽거리며 말했다.“수면제 처방받으면 편안하게 잘 수 있지 않겠어요?”시현은 웃으며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세희야, 날 원망하고 싶지 않아?”“원망이요?” 세희는 시현의 뜻을 잘 몰랐다.“내가 왜요?”시현은 콧등을 긁적였다.“내가 널 데리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너도 이렇게 다치지 않았을 거야.”세희는 눈을 부라리며 시현을 바라보았다.“그건 시현 오빠 탓이 아니에요. 그 귀신들이 겁도 없이 나한테 덤빈 것뿐이니까요. 다 회복되면 그 귀신들 전부 잡아버릴 거예요!”“또 그곳에 가려고?” 시현은 경악하며 물었다.“그럼요!” 세희는 손을 내밀었다.“일곱 명의 귀신을 전부 다 데려갈 수 있다면, 염라대왕님은 좋다고 박수를 치실지도 몰라요.”시현은 세희의 얼굴에 나타난 즐거운 미소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난 오히려 네가 날 욕하면서 분풀이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홀가분한 말투로 말하는 거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그럼 너무 재미없죠! 난 시현 오빠 돈 뜯어먹는 게 더 좋은 거 같은데? 내가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으면, 날 데리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오케이!” 시현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참, 세준 오빠가 그러던데, 미정 할머니를 찾아갔다면서요?”시현은 숨김없이 대답했다.“응, 가서 어떻게 해야 널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쭤봤어.”“하하하.” 세희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날 보호한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리고 시현 오빠는 귀신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귀신과 싸우려는 거예요? 정의감과 용기로 귀신을 제압하려고요?”“내가 만약 내 정의감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엔 귀신이 없을 거야?”세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냥
시현은 세준 그들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한 다음, 혼자 의자에 앉아 멀리서 세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주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었고,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이때 간호사가 걸어왔다. 시현은 그녀를 보며 얼른 일어나 물었다.“선생님.”간호사는 그를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시죠?”“세희는 언제 중환자실에서 나올 수 있는 거죠?”“이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요 며칠 더 관찰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가씨는 제가 본 여자아이들 중에서 가장 엄중한 상처를 입으신 환자라서요. 잘못하면 흉터가 남을 텐데... 어휴...”말이 끝나자, 간호사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시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이번 생은 철저히 세희에게 빚진 셈이네.’사흘 후, 세희는 중환자실에서 나왔고, 이 일을 알게 된 하영과 유준도 얼른 병원에 찾아왔다.세희가 침대에 엎드려 멍을 때리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가슴이 아팠다.하영은 허리를 굽혀 세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세희야, 미안해. 네 오빠들이 아침에 금방 이 일을 알려줘서, 엄마와 아빠도 이제야 달려온 거야.”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괜찮아요, 엄마. 이거 봐요, 나 아직 멀쩡하잖아요?”하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걱정 마. 무슨 방법을 써서더라도 네 등의 흉터를 치료할 테니까.”“사실 난 이런 거 신경 안 써요. 등일 뿐이니, 평소에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 자신도 볼 수 없으니까,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없어요.”“네가 꾸미길 좋아한다는 거, 여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세준은 벽에 기대며 말했다.세희는 고개를 돌려 세준을 보려 했지만, 상처가 땅기는 바람에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세준은 마음이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다.“좀 움직이지 마. 나도 안 비웃을게.”유준은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너희들은 외국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좋은 성형과 의사를 찾아. 세희의 등에 절대로 흉터 남지 않게.”세준은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오자, 시현은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눈을 뜨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난 세희가 하는 일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데. 그럼 세희를 보호하려면 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지?’생각하다 시현은 핸드폰을 꺼내 세준에게 톡을 보냈다.[그 할머니 지금 어느 호텔에 계시는 거지?]얼마 지나지 않아, 세준은 시현에게 나미정이 지내고 있는 호텔 주소와 방번호를 보냈다.[고마워, 세준아.]세준은 이 문자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세희의 일, 난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야.][날 때리고 싶든, 죽이고 싶든 네 마음대로 해. 다 내 잘못이니 나도 변명할 말이 없어.]이 문자를 보낸 후, 더 이상 답장이 들어오지 않았다.시현도 더 이상 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어 호텔로 갔다.30분 후, 시현은 나미정이 있는 룸 앞에 도착했는데, 잠시 심사숙고한 다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곧 안에서 나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기다려.”문을 열자, 시현이 문밖에 서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약간 의아해했다.“네가 바로 병원에 있었던 그 총각인가?”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 저와 잠깐 얘기를 좀 나누시면 안 될까요?”“그래.” 나미정은 몸을 비키며 말했다. “들어와서 말하자꾸나.”시현은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고, 나미정은 그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무슨 일로 날 찾는 거지?”시현은 긴장이 돼서 두 손을 비볐다.“할머니, 저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해야 세희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평범한 사람이라...”나미정은 웃기 시작했다.“왜, 네가 보기에 우리와 같은 무당은 평범하지 않은 건가?”시현은 멈칫하더니 얼른 설명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아무튼 저희보다 강하고 특수한 능력이 있으시잖아요.”“그것도 다 하늘이 내려준 신기일 뿐이지.”나미정이 말했다.“그러나 우리도 평범한 사람들이야. 밥을 먹어야 하고, 또 때가 되면 죽는 법이니
세희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부적은 비록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여전히 강렬한 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세희는 숨을 들이마신 다음 천천히 일어섰다. 그 순간, 옆에서 놀던 그 귀신들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모두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들의 시선을 알아챈 세희도 눈을 돌려 귀신들을 보았다.‘또 이런 느낌이야! 이곳을 못 나가게 하는 그런 느낌!’세희는 밀려오는 공포를 참으며 용기를 내어 문 앞으로 걸어갔다.문과 가까워질수록 주위의 음기는 더욱 강렬해졌다. 심지어 세희는 자신의 영혼이 억압된 느낌을 받았다.“누나, 무서워하지 마요!!”“세희야! 용기를 내서 그곳에서 나와! 그 귀신들은 널 건드리지도, 널 다치게 하지도 못할 거야!”“누나! 나랑 형들이랑 그리고 고 과장님이 여기서 누나를 기다리고 있어요!”인우와 나미정의 목소리를 듣고, 세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가깝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다가갈 수 없는 문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세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부적이 그려진 손을 들어 다시 시도했다.이번에 그 귀신들은 섬뜩하게 웃기 시작했다. 세희가 문손잡이에 손을 얹으려 하자, 그들은 재빨리 앞으로 돌진했다.이때, 매몰찬 음기가 덮쳐왔고, 세희는 부적이 있는 그 손을 들고 돌아섰다.그 귀신들은 하마터면 세희의 영혼과 닿을 뻔했다. 그러나 세희의 손에서 나는 강렬한 양기가 서려 있는 부적을 감지한 그들은 표정이 돌변했다.세희는 뒤로 물러섰고, 등이 문에 닿는 순간, 재빨리 몸을 돌려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연 후, 그녀는 즉시 뛰쳐나갔다.이때, 줄곧 병상에 누워있던 세희는 눈을 번쩍 뜨더니 숨을 들이마셨다.세희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인우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누나! 왜 이제야 깨어난 거예요!!”그러나 세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눈을 천천히 감았다.인우는 완전히 멍해지더니 당황해진 표정으로 나미정을 바라보았다.나미정은 아주 침착하게 대답했다.“별일 아니야, 피곤해서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