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유준은 몸을 돌리더니 하영의 손을 잡고 위층으로 올라갔다.하영은 힘껏 발버둥 치며 말했다.“정유준 씨, 할 말 있으면 아래층에서 해요! 위층으로 올라갈 필요 없다고요!”그러나 유준은 그녀를 놓아줄 의사가 조금도 없었고, 곧바로 하영의 방에 들어갔다.문이 닫히자, 유준은 하영을 바라보았다.“네가 나에게 설명해야 하지 않겠어? 왜 아이가 어릴 때부터 이런 쓸데없는 것을 믿게 하는 거지?”하영은 아픈 손목을 비비며 말했다.“난 당신에게 설명할 필요가 없어요!”유준은 눈살을 찌푸렸다.“강하영, 나에게 화풀이하고 싶어도 아이의 일생을 가지고 장난치지 마!”“내가 세희의 일생을 가지고 장난을 칠 것 같아요?”하영은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당신은 그날 묘지에서 돌아온 후, 세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모르잖아요!”유준은 바로 물었다.“무슨 일 일어났는데?”하영은 유준이 끝까지 캐묻는 것을 보고 그저 그 며칠 세희에게 일어난 일을 말해줄 수밖에 없었다.처음에 유준은 멈칫하더니 뒤이어 엄숙한 말투로 물었다.“왜 진작에 나에게 말하지 않았어?”“당신에게 말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하영은 코웃음을 쳤다.“아마 오늘처럼 날 의심하겠죠! 심지어 세희의 병을 질질 끌 수도 있고!”유준은 잠시 침묵했다.“이런 일들은 확실히 말로 설명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희를 그곳에 보낼 순 없어.”“내가 그러고 싶은 줄 알아요?” 하영은 저도 모르게 대답했지만, 문득 이상함을 알아차렸다.“당신 지금 왜 내 아이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거죠?”유준은 시선을 옮겼다.“그런 거 아니야!”하영은 어이가 없었다.“그럼 이제 그만 돌아가요!”유준은 또다시 하영을 바라보았다.“아직도 화가 안 풀린 거야?”하영은 웃으며 말했다.“내가 당신이 나를 강제로 병원에 끌고 간 일을 잊을 수 있을 것 같아요?”“내가 사과할게, 미안해!”유준이 나지막이 말했다.“나에게 상처를 준 후에야 사과하다니, 내가 당신을 용서할 것 같아요?”
한밤중에, 그것도 큰비를 무릅쓰고 한강공원에 들어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예준은 휴대전화를 꽉 쥐며 눈빛에는 끝없는 한기를 뿜어냈다.‘범인은 정창만 그 사람이 틀림없어!!’‘이제 증거가 생겼으니 인증이 부족하군!’‘무슨 수를 쓰든 난 그 인증을 찾아낼 거야!’3일 후, 토요일.인나는 아침 일찍 하영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과 함께 출산검사를 하러 가자고 했다.하영은 아이들을 주희에게 맡긴 다음, 인나를 데리러 갔다. 인나는 차에 오르자마자 중얼거리기 시작했다.“하영아, 나 정말 화나 죽겠어! 현욱 씨는 평소에 날 엄청 잘 챙겨주었는데, 지금 자신의 친구가 돌아왔다면서 날이 밝기도 전에 외출을 한 거야!”하영은 시끄러운 분위기 속에서 정신을 좀 차렸다.“무슨 친구라고 말 안 했어?”인나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말한 것 같지만, 난 잘 듣지 못했어. 무슨 기범이라고 한 것 같아.”하영의 머릿속에 바로 한 사람이 떠올랐다.“육기범.”“맞아!”인나가 말했다.“바로 육기범이야. 외국에서 금방 돌아왔다고 들었어.”하영은 유준의 친구에게 관심이 없었다.“그럼 그냥 현욱 씨가 바람 좀 쐬러 나갔다고 생각해. 병원은 내가 같이 가주면 되니까.”인나는 하영의 팔을 껴안았다.“역시 우리 하영이 제일 좋다니깐!”하영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빨리 이 손 놔, 나 지금 운전하고 있잖아.”10분 뒤.하영과 인나 두 사람은 병원에 도착했다.그러나 공교롭게도 그녀들은 접수처에서 양다인을 만났다.인나는 그녀를 보자마자 눈을 부라리기 시작했다.“정말 짜증 나. 왜 아침부터 이 재수 없는 여자를 만난 거지!”“그 여자 상관하지 말고 우리의 일만 잘 처리하면 돼.”인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배를 만졌다.“아기야, 보지 마. 그런 사람 보면 눈이 더러워질 거야!”하영은 참지 못하고 웃었다.“아기가 뱃속에 있는데 어떻게 볼 수가 있겠어.”“그래도 나의 분노와 역겨움을 느낄 수 있겠지!”두 사람이 줄을 서자, 양다인은 마침 몸을 돌렸다.
기범은 머리를 뒤로 넘기며 말했다.“당연하지, 내가 외국에서 강제로 얼마나 많은 예의를 배웠는데!”말이 끝나자 기범은 유준을 바라보았고, 또 고개를 숙여 사방을 둘러봤다.“유준아, 내 양아들은?!”“네 양아들?” 현욱은 항의했다.“희민인 내 양아들이야!”“뭐?!” 기범은 콧방귀를 뀌었다.“희민이의 이름은 내가 지어준 것인데, 너와 무슨 관계가 있는 거지?”현욱은 앞으로 다가가더니 기범의 목을 졸랐다.“나와 싸우고 싶은 거야?!”기범은 큰소리치며 말했다.“덤벼 봐! 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잘생긴 얼굴을 가진 유준은 안색이 어두웠다.‘공항에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이 두 사람은 대체 뭐 하자는 거야??’유준은 창피함에 몸을 돌려 입구로 걸어갔고, 기범과 현욱 두 사람은 얼른 소리를 질렀다.“유준아, 어디 가!”그러나 유준의 발걸음은 갈수록 빨라졌다.점심, 레스토랑에서.유준은 기범을 환영하기 위해 특별히 룸 하나를 예약했다.몇 사람은 술을 좀 마시자,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유준이, 강하영이 돌아왔다며? 심지어 네가 그녀를 쫓고 있다고 들었는데. 정말이야?”유준은 현욱을 쏘아보았다.“얘가 말한 거지?”기범은 고개를 끄덕였다.“넌 채팅도 하지 않으니 현욱 말고 또 누가 있겠어.”현욱은 기범을 향해 눈짓을 하더니 더 이상 묻지 말라고 표시했다.그러나 기범은 현욱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영문을 몰랐다.“현욱아, 너 눈이 왜 그래? 먼지라도 들어갔어?”‘이 자식은 어쩜 이리 호흡을 맞출 줄 몰라!’‘출국을 했더니 완전히 바보가 괬어!’유준은 현욱을 힐끗 바라보았다.“넌 매일 아주 한가한 것 같아.”현욱은 헤헤 웃으며 말했다.“아이고, 유준아, 난 딱 그 말밖에 안 했어. 다른 것은 말한 적이 없다고.”기범은 계속해서 물었다.“유준아, 그럼 지금 강하영 씨와 다시 사귀기 시작한 거야? 언제 같이 모이자…”“풉-”기범이 말을 마치자, 현욱은 금방 마신 술을 바로 뿜어냈다.유준은 이마에 핏줄이 드러나더니 현
유준이 돌아오지 않은 틈을 타서 현욱은 나팔처럼 기범에게 많은 것을 설명했다.그것을 들은 기범은 놀라움에 입이 쩍 벌어졌다.“유준이가 그렇게 고통스러웠는데, 넌 왜 나한테 아무 말도 안 한 거야!” 기범은 현욱을 원망했다.“너 휴대폰을 볼 수 있긴 한 거야? 갇혀서 매일 예절 훈련이나 받는 사람이.”기범은 머리를 긁적였다.“이런, 전에는 내가 철이 없었어. 이제 우리 같이 유준이 좀 돕자!”“넌 하영 씨의 두 아이에게서 손을 쓸 수 있어.”“뭐? 강하영에게 아이가 있다니?!”현욱은 기침을 했다.“희민이는 하영 씨의 아들이고, 세희와 세준도 유준의 아이들이야…”현욱은 그들의 관계를 대충 설명했다.“맙소사!” 기범은 혀를 찼다.“내가 그렇게 많은 소식을 놓쳤다니!!”‘안 돼!’‘난 친구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을 거야!’‘절대로 친구의 아이들과 아내를 밖에 내버려 둘 순 없어!’아크로빌.세준은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는데, 분명히 짜증을 내고 있었다.“젠장!” 세준은 작은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쳤다.“이 사람 도대체 누구야?! 왜 이렇게 교활한 거지?!”희민은 가슴이 떨리더니 담담하게 말했다.“세준아, 욕하면 안 돼.”세준의 작은 얼굴이 어두워졌다.“반나절 만에 또 그렇게 많은 가짜 ip주소가 나왔어! 이건 전혀 한 사람이 조종할 수 있는 게 아니야!”희민은 그를 위로했다.“조급해하지 마. 아마 상대방도 우리를 따돌리려고 애가 타고 있을 거야.”“난 국내에서 이렇게 대단한 해커를 본 적이 없어!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도대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전혀 모른단 말이야! 넌 방화벽을 몇 번이나 회복했지? 하지만 그는 한방에 돌파하지 않았고, 마치 고의로 우리를 놀리는 것 같아.”“요 며칠 더 이상 조사하지 마.” 희민의 눈동자가 약간 어두워졌다.“왜?”세준은 납득이 가지 않았다.“넌 설마 이 사람을 하루라도 빨리 찾아내고 싶지 않은 거야?”희민이 분석했다.“우리가 조급해해도 소용없어. 상대방은 충분히 많은 일
진석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하영 앞으로 다가갔다.인나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부진석 씨? 당신도 여기에 있었어요?!”진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세준과 세희 그리고 희민이도 곧 개학하잖아요, 그래서 아이들 개학 선물 좀 사주려고요.”“고마워요.”하영은 일어서며 말했다. “진석 씨, 여기 앉아요.”“좋아요.”하영은 계단에서 내려와 진석더러 들어가게 했다. 그러나 이때, 그녀의 뒤에서 마침 종업원이 커피를 들고 걸어왔다.하영이 갑자기 나타난 것을 보고 종업원은 다급하게 소리쳤다.“조심하세요!”진석은 즉시 고개를 들더니, 발걸음을 멈추지 못하는 하영을 향해 얼른 손을 내밀어 그녀의 팔을 잡아당겼다.곧이어 그는 하영을 자신의 품속으로 잡아당겼다.귓가에는 쟁반과 컵이 땅에 떨어지는 소리가 울렸다.진석은 고개를 숙여 품속의 하영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하영 씨, 괜찮아요?”하영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자, 진석의 갈색 눈동자와 눈을 마주쳤다.그녀는 한순간 멈칫하다 재빨리 진석의 품에서 벗어나더니 당황해하며 입을 열었다.“괜, 괜찮아요.”말을 마치자, 하영은 종업원을 바라보았다.“미안해요, 이 커피는 내가 배상할게요.”맥도날드 안.진석을 미행하던 소희원은 이 장면을 찍었다.그녀는 진석이 하영을 안고 있는 사진을 뚫어져라 바라보았고, 마음속에서 점치 분노가 치솟았다.‘강하영과 부진석 사이에 분명히 무언가 있어!’‘안 그러면 강하영이 위험에 빠질 때, 부진석은 무엇 때문에 그렇게 긴장한 것일까?!’소희원은 잠시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바로 이 사진을 유준에게 보냈다. 그리고 문자까지 덧붙였다.[이 여자는 당신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어요!]난원.유준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낯선 번호에서 온 문자를 받았다.그는 사진을 클릭했는데, 하영과 진석이 서로 껴안고 있는 모습을 보았고, 순간 검은 눈동자에 분노가 묻어났다.옆에 슬리퍼를 갈아 신고 따라들어온 현욱이 물었다.“유준아, 왜 여기에 멍하니 서 있는 거야?
인나는 진석을 바라보다 또 하영을 바라보았다.‘두 사람 참 잘 어울리는데. 아쉽게도 진석 씨는 정유준을 따라잡을 수가 없지.’중간에 하영은 화장실에 갔고, 인나는 볼을 받쳐 진석을 바라보며 물었다.“진석 씨, 도대체 하영이 얼마나 좋은 거예요?”진석은 담담하게 웃었다.“왜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하는 거죠?”인나는 슬쩍 떠보았다. “혹시 전에 무슨 일이라도 겪은 거예요? 표정 관리를 너무 잘 하는 것 같아서요.”진석은 한순간 표정이 굳어졌다.“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요.”인나는 진지하게 말했다.“난 당신이 하영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어서요. 진석 씨의 눈에는 하영을 향한 사랑이 없거든요.”진석은 인나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반문했다.“마음속에 숨긴 감정을 왜 꼭 표현해야 하죠?”인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진석과 계속 눈을 마주쳤다.그러나 잠시 후, 인나는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어머, 나도 그냥 농담한 것뿐인데, 진석 씨가 정말 믿을 줄은 몰랐어요!”이 순간, 진석은 웃음을 거두더니 눈빛 속의 부드러움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점차 차가움으로 물들기 시작했다.“재밌어요?”인나는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동작이 굳어졌고, 눈빛은 멍하니 진석을 쳐다보았다.‘어떻게 갑자기 이런 소름 끼치는 표정을 짓는 거지?’“진석 씨…”인나는 놀라서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지… 지금…”“훗.” 진석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인나 씨도 놀랐죠?”인나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네???”진석은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만지며 말했다.“나도 배우가 될 수 있는 것 같은데요?”인나는 몸의 소름이 아직 가시지 않아 어색하게 웃었다.“정, 정말이네요.”그리고 하영이 곧 돌아왔다.인나가 약간 정신을 딴 데 팔고 있는 모습을 보고, 그녀는 걱정하며 물었다.“인나야, 너 왜 그래?”“어?” 인나는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나 괜찮아…”“아마 나 때문에 많이 놀랐나 봐요.”진석이 설명했고 하영은 영문 모른 채 그를
인나가 이렇게 흥분해하는 것을 보고 하영은 그녀를 위로했다.“그래, 알겠어. 진석 씨는 정말 배우가 될 잠재력이 있나 봐.”인나는 힘이 빠졌다.“너 아직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아. 만약 날 믿는다면, 내 말 듣고 그 남자 좀 떨어져!”말이 끝나자마자, 하영은 또 문자를 받았다.이번에 인나는 막지 않았고, 하영은 핸드폰을 확인했다.문자를 클릭하니, 사진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방금 진석이 그녀를 안고 있던 사진이었다.하영은 영문을 몰랐다. ‘정유준에게 어떻게 이 사진이 있는 거지?!’곧이어 유준의 문자가 들어왔다.[어디야?]비록 문자였지만 하영은 유준의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인나와 난 백화점에 있어요. 이 사진을 보내 준 이유가 뭐죠?][부진석이 왜 너를 안고 있었지?][사실도 모르면서 다짜고짜 날 찾아와서 따지려는 거예요?]문자를 보내자마자 유준의 전화가 들어왔다.하영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더니 불쾌하게 전화를 받았다.“정유준 씨! 도대체 뭘 하려는 거예요??”인나는 놀라움을 느끼며 하영을 바라보았다.“어떻게 된 거야?”하영은 고개를 저으며 인나에게 먼저 말하지 말라고 표시했다.유준은 휴대폰 너머로 말했다.“우인나 씨는 아직도 너와 함께 있는 거야?”“그래요! 만약 나와 진석 씨 사이를 의심한다면 먼저 인나에게 상황을 물어보는 건 어때요?”유준은 냉정하게 거절했다.“됐어!”하영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싶지 않아 계속 설명했다.“대체 누가 그렇게 심심해서 당신에게 사진을 찍어 보냈는지 모르겠네요. 아니면, 당신은 줄곧 날 감시하고 있었나요? 하지만 나도 분명히 말하는데, 진석 씨는 단지 나를 잡아당겼을 뿐이에요. 그렇지 않으면 종업원의 손에 있던 커피가 내 몸에 쏟아졌을지도 모르니까!”유준은 목소리를 낮추었다.“내가 사람 시켜 널 미행했다고 생각하는 거야?”하영은 싸늘하게 웃었다.“그렇지 않으면 당신이 어떻게 이 사진을 가질 수 있겠어요? 이런 수단 정말 너무 저질해서 구역질이 나네요!”“네 눈에
“우리 부모님 때문에 날 봐준다고?? 네가 뭔데?” 소희원이 웃었다.“넌 그냥 남자를 꼬시기 좋아하는 여자일 뿐이잖아! 착한 척, 순진한 척해가며 그들 모두를 속였고!”“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하영이 남자를 꼬시다니? 네가 찍은 그 사진이 증거라도 된다 이거야?!” 인나는 순식간에 폭발했다.“이 사진 한 장이면 충분히 증명할 수 있잖아?”“이 사진은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어. 넌 사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니까.”“그 남자가 널 안은 건 사실이지 않나?”소희원이 되물었다.“헐.” 인나는 얼굴이 새빨개졌다.“어쩜 너 같은 시비를 가리지 않고 함부로 남을 모욕하는 사람이 있을 수가 있지!”하영은 인나를 달랬다.“화내지 마, 그러다 애 떨어질라.”인나는 배를 만지며 의자에 기대어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의 눈빛은 소희원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하영은 고개를 돌려 소희원을 마주했다.“소희원, 우리 사이에 무슨 오해가 있는 거 아니야?”“당연히 있지!” 소희원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넌 유준 오빠를 배신했잖아!”“나와 정유준 씨는 지금 사귀는 사이가 아니고. 아마 앞으로도 함께 하지 않을 거야.”하영은 진지하게 말했다.그러나 소희원은 멍해졌다. “그, 그게 무슨 뜻이야?”“넌 이것만 알고 있으면 돼. 만약 내가 정말 정유준 씨와 사귀었다면 절대로 그를 배신하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난 지금 솔로이니, 나에게도 선택할 권리가 있는 거 아닌가?”소희원은 입술을 오므리며 달갑지 않게 말했다.“그래! 하지만 유준 오빠는 널 좋아한단 말이야!”“그 남자가 나를 좋아한다고 해서 난 다른 남성 친구와 접촉할 수 없는 거야? 누가 이런 규정을 내린 거지?”하영이 그녀에게 물었고, 소희원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럼 만약 너라면, 한 남자가 널 무척 좋아하고 또 너와 사귀고 싶은데, 넌 그의 고백을 받아들이지 않았어. 그럼 그게 바람둥이인 거야?”소희원은 입을 삐죽거렸다.“날 좋아하는 것은 그
시현은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알았어, 알았어. 공주님 제발 살려주세요!!”세희는 그제야 흐뭇하게 손을 거두었다.“참, 지난번에 말한 그 사건 말이에요, 언제 해결하러 갈 거예요?”“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시현이 말했다. “네 몸은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으니까, 지금 계속 바쁘게 움직이면 안 돼. 만약에 저쪽에도 이런 악독한 귀신이 있다면, 너 또 상처를 입을지 몰라. 난 이미 죄책감 때문에 너와 결혼을 해서 평생 챙겨주고 싶으니까,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 정말 방법이 없어.”세희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시현 오빠와 결혼한다고 했어요?”“쳇.” 시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가 어때서? 나도 어깨가 넓고 근육이 있는 미남이라고!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세희는 말문이 막혔다.‘정말 뻔뻔하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칭찬하다니.’세희는 숨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시현 오빠.”“응?”“내가 지금 귀신을 잡는 일을 종사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난 사실 아주 좋은 신붓감은 아니에요. 눈치 없는 귀신들이 가끔 날 찾아와서 귀찮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난 인우와 반대로, 팔자에 음기가 가득 찼거든요.”“그러면 어떻게 되는데?”“7월 중순이 되면 많은 귀신들이 날 찾아올 거예요. 그럼 난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심지어 다칠 수도 있거든요.”“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만약 우리가 함께 한다면, 그 귀신들은 심지어 시현 오빠를 귀찮게 할 거예요.”“그래서, 이것 때문에 네가 최고의 신붓감이 아니란 거야?” 시현은 말을 마치고 웃으며 말했다. “이까짓 일로 내가 물러설 수 있을 것 같아? 세희야, 너도 날 너무 얕본 것 같아.”“그때 가면 나 때문에 모든 일이 잘 안 풀릴 텐데, 그게 두렵지도 않아요?” 세희는 시현에게 물었다.시현은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넌 우빈이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우빈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은 거야? 세희야, 넌 날 뭘로 보고.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난 두렵지
시현과 인우는 비록 귀신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검은 연기가 자신의 앞에서 천천히 흩어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인우는 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누나, 지금 어떻게 된 일이에요?”세희는 몸을 돌려 말했다.“그 귀신은 환생하고 싶지 않아서 이미 죽었어.”“귀신이 죽었다고?” 시현이 물었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뜻이야?”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을 바라보았다.“캐리 아저씨, 이제 그 여섯 명의 귀신을 좀 잡아주세요.”캐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불과 몇 분 만에 겁에 질린 그 귀신들을 세희의 앞으로 데려왔다.세희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들은 그 처녀귀신과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아니면 나와 같이 서낭당에 갈 건가요?”“서낭당에 갈래요!”“우리는 그 여자의 협박을 받아서 여기에 갇힌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벌써 떠났을 텐데!”“죽어도 우리를 괴롭히려 하다니!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이 귀신들은 그 처녀귀신이 사라진 후, 불평하기 시작했다.세희는 그들의 원망을 듣고,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지금 그 처녀귀신을 비난할 면목이 있는 거예요?!”세희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당신들을 죽인 것은 그 여자의 잘못일지라도. 당신들은 자신에게 그 어떤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만약 당신들이 그 여자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귀신으로 되어 이곳에 갇히지 않았겠죠!”“풉.” 한 여자 귀신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요? 그 여자는 늘 자신의 성적을 가지고 남을 비웃었어요. 그러지만 않았어도 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세희는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남의 성적이 우수해서, 당신들은 또 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그걸 자랑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정말 불쌍하네요! 이 세상에 당신들 같은 질투심이 강한 쓰레기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심해요, 당신들은 다음 생에도 이번 생에 지은 죗값을 치러야 하니까!”귀신들은 세희가 한 말에 화가 났지만, 캐리와 인우 때문에 화가
“말이 쉽지!” 처녀귀신은 화가 나서 말했다.“날 죽인 그 사람들은 비록 귀신이 되었지만, 나도 그들이 환생하지 못하게 붙잡아둬야 한단 말이에요!”세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 여섯 명의 학생들이 당신을 죽인 사람이었어요?”“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그들을 죽였을 것 같아요??”“그 사람들 찾아 복수를 한 이상, 이제 그만 그들을 놓아줘요. 이렇게 자신을 괴롭혀가며 그들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더 있을까요?”“그럴 순 없어요! 이렇게 쉽게 환생을 하라고 하는 건 너무 말이 안 되니까!!”처녀귀신이 노발대발했다.세희는 웃었다.“당신은 집념이 너무 커서 줄곧 이곳에 갇혀 있는 거예요. 영원히 자신의 고통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잖아요. 만약 내려가서 벌을 받고 환생하여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난다면, 이것 또한 자신의 과거를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어요?”“이렇게까지 날 가르칠 필요 없어요!”처녀귀신이 말했다.“오늘 당신들이 죽든지, 아니면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하자고요!”말을 마치자, 처녀귀신은 세희를 향해 공격하려 했다.세희는 바로 인우를 부르려고 했고, 이때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빠른 속도로 달려온 캐리는 즉시 그 처녀귀신을 먼 곳으로 밀어냈다.“좋은 말로 타일러도 듣지 않고, 심지어 세희에게 손을 대려고 하다니. 오늘 사라질 준비를 하는 게 좋겠어!”캐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붉은 옷을 입은 처녀귀신에게 말했다.“그게 뭐가 무섭다고.” 처녀귀신이 소리를 질렀다. “나도 이젠 지긋지긋해요! 이 더없이 더러운 세상! 내 부모님은 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들의 돈을 받고 바로 이 일이 없던 걸로 하자고 했어요. 내 오빠는 심지어 그들이 부자라는 것을 알고, 그들을 친구로 여겼고요! 환생할 게 뭐가 더 있겠어요? 환생해도 이렇게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마주해야 하니까, 차라리 날 죽여요. 더 이상 이 징그러운 세상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처녀귀신의 말을 듣고, 캐리는 바로 손을 써서
세희가 이렇게 말하자, 세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저녁 무렵, 인우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세희가 이미 집에 있는 것을 보았고, 무척 흥분해하며 달려갔다.“누나, 돌아왔어요?” 인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때요, 다 나은 거예요?”세희는 의미심장하게 인우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인우야, 오늘 저녁에 나 좀 도와줘.”“그래요.” 인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학교에 가는 거 맞죠?”세희는 의아하게 인우를 바라보았다.“뭐야? 너 이제 무섭지도 않는 거야?”인우는 미소를 천천히 거두었다.“누나, 귀신은 무섭지만, 난 누나가 더 이상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때 누나가 그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난 그날 정말 학교로 달려가서 그 귀신들을 죽이고 싶었어요. 그러나 시현 형이 누나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억지로 참고 가지 않았던 거예요.”세희는 뿌듯해하며 인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우리 인우 다 컸네. 누나를 걱정할 줄 다 알고.”인우는 세희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누나, 난 줄곧 누나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다음에 이런 위험한 일을 하러 간다면, 꼭 나 데리고 가면 안 돼요? 난 누나를 지켜주고 싶어요.”“그래! 저녁에 우리 가족들 함께 밥을 먹은 후에 바로 출발하자!”“좋아요!”저녁에 하영과 유준 그리고 희민이 돌아왔다. 세희가 이미 퇴원한 것을 보고, 세 사람은 기뻐해하며 그녀를 에워싸고 수다를 떨었다.저녁을 먹은 다음, 하영은 세희를 데리고 위층에 가서 간단하게 몸을 씻어주고서야 세희를 보냈다.문을 나서자마자, 세희는 시현이 그의 포르쉐와 함께 집 앞 정원에 있는 것을 보았다.세희와 인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시현을 쳐다보았다.세희가 먼저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에요?”시현은 별장을 바라보았다.“세준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나한테 연락했지 뭐. 네 기사 되어 달라고.”“우리 집에 기사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시현 오빠가 너
“그래, 우빈아, 넌 15년 동안 세희를 좋아했고, 또 세희를 위해 많은 것을 바쳤지. 하지만 그거 알아? 세희는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야. 세희가 만약 무슨 일을 알고 싶다면, 바로 감정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호흡이 흐트러진 우빈은 시현을 바라보며 다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알아요.” 우빈이 대답했다.“세희는 그 누구보다도 감성적이고 또 이성적이죠.”“그럼 만약 세희가 정말 날 선택한다면, 넌 어쩔 계획이야?”“그런 건 없어요.”우빈은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난 세희의 모든 선택을 존중할 거라고. 마찬가지로 다른 걱정 할 필요 없어요. 세희에게 거절을 당했다고 복수를 할 정도는 아니니까요.”시현은 계속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세희와 함께 하더라도 넌 세희와 계속 친구를 하겠다는 말이야?”우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나와 세희는 줄곧 친구였어요. 우리 두 사람이 사귀지 않아도, 앞으로 여전히 사이가 좋은 친구예요. 고 과장님, 세희를 좋아해도 되지만, 내가 세희와 계속 친구로 되는 것을 막을 순 없어요.”시현은 갑자기 웃었다.“그럼 됐어!”우빈은 시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시현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버튼을 눌렀다.“난 내가 세희와 사귀면, 넌 불편해서 세희와 연락 끊을 줄 알았거든.”우빈은 말문이 막혔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이제 세희를 포기하자고. 넌 정말 세희가 필요한 것 같으니까...”말을 하다 시현은 우빈을 힐끗 바라보았다.“네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들은 하지 않겠어. 아무튼 후에 생각해 봤는데, 만약 널 향한 내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세희를 포기한다면, 그건 널 무시하는 것과 같잖아.”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시현은 안으로 들어갔고 우빈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서자, 우빈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어요. 난 확실히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그래도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이런 상황이 아니잖아
시현은 말을 이어받으며 오른손을 들었다.“그때 내 오른손에 피가 가득 묻은 거 있지? 심지어 의사가 네 등의 썩은 살을 모두 베어낸 것을 직접 봤는데, 며칠째 잠을 못 잤어.”“에이, 그건 간단하죠!” 세희는 히죽거리며 말했다.“수면제 처방받으면 편안하게 잘 수 있지 않겠어요?”시현은 웃으며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세희야, 날 원망하고 싶지 않아?”“원망이요?” 세희는 시현의 뜻을 잘 몰랐다.“내가 왜요?”시현은 콧등을 긁적였다.“내가 널 데리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너도 이렇게 다치지 않았을 거야.”세희는 눈을 부라리며 시현을 바라보았다.“그건 시현 오빠 탓이 아니에요. 그 귀신들이 겁도 없이 나한테 덤빈 것뿐이니까요. 다 회복되면 그 귀신들 전부 잡아버릴 거예요!”“또 그곳에 가려고?” 시현은 경악하며 물었다.“그럼요!” 세희는 손을 내밀었다.“일곱 명의 귀신을 전부 다 데려갈 수 있다면, 염라대왕님은 좋다고 박수를 치실지도 몰라요.”시현은 세희의 얼굴에 나타난 즐거운 미소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난 오히려 네가 날 욕하면서 분풀이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홀가분한 말투로 말하는 거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그럼 너무 재미없죠! 난 시현 오빠 돈 뜯어먹는 게 더 좋은 거 같은데? 내가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으면, 날 데리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오케이!” 시현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참, 세준 오빠가 그러던데, 미정 할머니를 찾아갔다면서요?”시현은 숨김없이 대답했다.“응, 가서 어떻게 해야 널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쭤봤어.”“하하하.” 세희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날 보호한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리고 시현 오빠는 귀신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귀신과 싸우려는 거예요? 정의감과 용기로 귀신을 제압하려고요?”“내가 만약 내 정의감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엔 귀신이 없을 거야?”세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냥
시현은 세준 그들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한 다음, 혼자 의자에 앉아 멀리서 세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주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었고,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이때 간호사가 걸어왔다. 시현은 그녀를 보며 얼른 일어나 물었다.“선생님.”간호사는 그를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시죠?”“세희는 언제 중환자실에서 나올 수 있는 거죠?”“이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요 며칠 더 관찰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가씨는 제가 본 여자아이들 중에서 가장 엄중한 상처를 입으신 환자라서요. 잘못하면 흉터가 남을 텐데... 어휴...”말이 끝나자, 간호사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시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이번 생은 철저히 세희에게 빚진 셈이네.’사흘 후, 세희는 중환자실에서 나왔고, 이 일을 알게 된 하영과 유준도 얼른 병원에 찾아왔다.세희가 침대에 엎드려 멍을 때리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가슴이 아팠다.하영은 허리를 굽혀 세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세희야, 미안해. 네 오빠들이 아침에 금방 이 일을 알려줘서, 엄마와 아빠도 이제야 달려온 거야.”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괜찮아요, 엄마. 이거 봐요, 나 아직 멀쩡하잖아요?”하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걱정 마. 무슨 방법을 써서더라도 네 등의 흉터를 치료할 테니까.”“사실 난 이런 거 신경 안 써요. 등일 뿐이니, 평소에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 자신도 볼 수 없으니까,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없어요.”“네가 꾸미길 좋아한다는 거, 여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세준은 벽에 기대며 말했다.세희는 고개를 돌려 세준을 보려 했지만, 상처가 땅기는 바람에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세준은 마음이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다.“좀 움직이지 마. 나도 안 비웃을게.”유준은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너희들은 외국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좋은 성형과 의사를 찾아. 세희의 등에 절대로 흉터 남지 않게.”세준은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오자, 시현은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눈을 뜨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난 세희가 하는 일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데. 그럼 세희를 보호하려면 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지?’생각하다 시현은 핸드폰을 꺼내 세준에게 톡을 보냈다.[그 할머니 지금 어느 호텔에 계시는 거지?]얼마 지나지 않아, 세준은 시현에게 나미정이 지내고 있는 호텔 주소와 방번호를 보냈다.[고마워, 세준아.]세준은 이 문자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세희의 일, 난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야.][날 때리고 싶든, 죽이고 싶든 네 마음대로 해. 다 내 잘못이니 나도 변명할 말이 없어.]이 문자를 보낸 후, 더 이상 답장이 들어오지 않았다.시현도 더 이상 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어 호텔로 갔다.30분 후, 시현은 나미정이 있는 룸 앞에 도착했는데, 잠시 심사숙고한 다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곧 안에서 나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기다려.”문을 열자, 시현이 문밖에 서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약간 의아해했다.“네가 바로 병원에 있었던 그 총각인가?”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 저와 잠깐 얘기를 좀 나누시면 안 될까요?”“그래.” 나미정은 몸을 비키며 말했다. “들어와서 말하자꾸나.”시현은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고, 나미정은 그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무슨 일로 날 찾는 거지?”시현은 긴장이 돼서 두 손을 비볐다.“할머니, 저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해야 세희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평범한 사람이라...”나미정은 웃기 시작했다.“왜, 네가 보기에 우리와 같은 무당은 평범하지 않은 건가?”시현은 멈칫하더니 얼른 설명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아무튼 저희보다 강하고 특수한 능력이 있으시잖아요.”“그것도 다 하늘이 내려준 신기일 뿐이지.”나미정이 말했다.“그러나 우리도 평범한 사람들이야. 밥을 먹어야 하고, 또 때가 되면 죽는 법이니
세희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부적은 비록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여전히 강렬한 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세희는 숨을 들이마신 다음 천천히 일어섰다. 그 순간, 옆에서 놀던 그 귀신들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모두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들의 시선을 알아챈 세희도 눈을 돌려 귀신들을 보았다.‘또 이런 느낌이야! 이곳을 못 나가게 하는 그런 느낌!’세희는 밀려오는 공포를 참으며 용기를 내어 문 앞으로 걸어갔다.문과 가까워질수록 주위의 음기는 더욱 강렬해졌다. 심지어 세희는 자신의 영혼이 억압된 느낌을 받았다.“누나, 무서워하지 마요!!”“세희야! 용기를 내서 그곳에서 나와! 그 귀신들은 널 건드리지도, 널 다치게 하지도 못할 거야!”“누나! 나랑 형들이랑 그리고 고 과장님이 여기서 누나를 기다리고 있어요!”인우와 나미정의 목소리를 듣고, 세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가깝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다가갈 수 없는 문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세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부적이 그려진 손을 들어 다시 시도했다.이번에 그 귀신들은 섬뜩하게 웃기 시작했다. 세희가 문손잡이에 손을 얹으려 하자, 그들은 재빨리 앞으로 돌진했다.이때, 매몰찬 음기가 덮쳐왔고, 세희는 부적이 있는 그 손을 들고 돌아섰다.그 귀신들은 하마터면 세희의 영혼과 닿을 뻔했다. 그러나 세희의 손에서 나는 강렬한 양기가 서려 있는 부적을 감지한 그들은 표정이 돌변했다.세희는 뒤로 물러섰고, 등이 문에 닿는 순간, 재빨리 몸을 돌려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연 후, 그녀는 즉시 뛰쳐나갔다.이때, 줄곧 병상에 누워있던 세희는 눈을 번쩍 뜨더니 숨을 들이마셨다.세희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인우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누나! 왜 이제야 깨어난 거예요!!”그러나 세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눈을 천천히 감았다.인우는 완전히 멍해지더니 당황해진 표정으로 나미정을 바라보았다.나미정은 아주 침착하게 대답했다.“별일 아니야, 피곤해서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