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의 IP 주소를 정확하게 찾아낼 방법이 없어. 이 사람 매우 교활하거든.”세준은 이렇게 말했지만 무척 흥분해했다.“세준아, 내가 할게.” 희민은 세준의 어깨를 두드렸다.“너 그럼 너무 피곤하잖아.”“아니야. 이렇게 대단한 사람 정말 드물거든!”희민은 잠시 세준을 응시했다.“너, 아빠에 대한 태도가 확연히 달라진 것 같아.”세준은 작은 손을 멈추더니 희민을 바라보았다.“왜?”“MK의 방화벽이 공격을 당하자마자 넌 그 사람을 조사하기 위해 지금까지 바쁘게 돌아쳤잖아.”희민이 말했다. 그 말에 세준은 가볍게 웃었다.“난 MK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 난 단지 이 사람이 도대체 누구인지 궁금해서 그래!”희민은 어쩔 수 없단 듯이 세준을 바라보았다. 그가 인정하지 않은 이상, 희민도 굳이 들춰내지 않을 것이다.그는 아버지에 대한 세준의 태도가 바뀌었단 것을 똑똑히 알기만 하면 됐다.희민은 세준 옆에 서서 스크린에서 반짝이는 몇 곳을 주시했다.‘그나저나, 이 사람은 도대체 누구일까?’‘왜 MK의 방화벽을 공격한 거지?’‘대체 무슨 기밀을 얻으려고?’“세준아, 이 일은 아빠한테 말하지 마.”세준은 컴퓨터 화면을 쳐다보았다.“이유는? 그 사람은 회사 대표님인데, 왜 알려주지 않는 거야?”“아빠는 내가 방화벽 안에 내 전속 경보를 설치한 것을 몰라.”희민이 말했다.“만약 알게 된다면 아빠는 더 이상 이 일에 참여하게 하지 못하게 할 거야.”세준은 그를 바라보더니 잠시 침묵했다.“넌 확실히 참여해서는 안 됐어.”희민은 입술을 오므렸다.“나도 내 몸 상태로 이런 일에 시간을 낭비하면 안 된다는 거 잘 알지만, MK를 위기에 빠뜨리고 싶지 않아.”세준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렇게 많은 생각하지 마. 여긴 내가 있으니까. 방화벽은 너에게 맡길게. 그리고 난 상대방을 추적하고…….”말을 하다 세준은 갑자기 호기심에 찬 눈빛으로 희민을 바라보았다.“희민아, 너 예전과 좀 달라진 것 같아.”“뭐가?”“말이 많아졌어.”
오후.하영은 수영복으로 갈아입을 때, 송유라의 문자를 받았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인나에게 말했다.“인나야, 너 먼저 아이들 데리고 현욱 씨랑 유준 씨 찾아가. 난 전화 좀 하고 올게.”인나는 ok라는 손짓을 한 후, 또 세희의 작은 손을 잡았다.“가자, 세희야, 네 오빠들 옷 다 갈아입었는지 보자고.”그렇게 세희는 인나를 따라 탈의실을 나섰고, 하영은 송유라에게 전화를 했다.“하영아, 재미있게 놀고 있는 거야?” 연결이 되자 송유라가 물었다.하영은 부드러운 의자에 앉으며 대답했다.“네, 숙모는 지금 무엇을 하고 계세요?”“병원에 가서 네 외할아버지에게 먹을 것 좀 보내려고. 요즘 몸이 매우 좋지 않거든.”하영은 잠시 침묵했다. “숙모, 제가 폐를 끼쳤네요.”송유라는 부드럽게 말했다.“얘도 참, 가족들끼리 그런 말하는 거 아니야. 네 외할아버지가 저지른 잘못은 너와 상관이 없어.”“오늘 저를 찾으신 이유가 뭐예요?”송유라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네 오빠 외출했다. 네 외삼촌의 말을 들어보니, 예전에 입찰에 참여한 사람을 찾으러 간 것 같아.”하영은 멈칫하다 다급히 소리쳤다.“오빠 혼자 갔어요?”“그래.” 송유라는 걱정이 섞인 말투로 말했다.“나도 이 일에 대해 좀 들어봤는데, 정씨 집안의 그 사람과 관계가 있는 것 같아.”하영은 멍해졌다.“정창만 어르신과 관계가 있다고요? 확실해요?”“아직은, 그래서 네 오빠가 물어보려고 직접 찾아갔어.”“간 지 얼마나 되었어요?” 하영이 물었다.“어젯밤에 갔는데, 아직 전화를 받지 않네. 하영아, 넌 네 오빠와 연락할 수 있는 다른 방법 없니?”“숙모, 제가 바로 오빠에게 전화할 테니까 너무 조급해하지 마세요.”“미안해, 하영아. 나도 네 오빠가 너무 걱정돼서.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너에게 전화를 하지 않았을 거야.”“숙모, 저도 알아요. 이따 다시 전화드릴게요.”“그래.”전화를 끊은 후, 하영은 급히 예준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 하영은 다
“그 사람들 억지로 오빠에게 술 먹였어요?”“아니, 내가 그들에게 술을 먹였어.”하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럼 뭐 좀 알아냈어요?”“하영아, 이 일은 내가 돌아간 다음 다시 이야기하자. 너 요 며칠 재밌게 놀고 있어.”예준의 말투는 약간 무거웠고 하영은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그녀는 의자 가장자리를 꽉 잡으며 목소리가 약간 떨렸다.“오빠, 정창만 그 사람이 한 짓이죠?”“하영아, 긴장하지 마.” 예준은 목소리를 가다듬었다.“그 사람들이 모두 정창만에게 협박을 당했다고 해도 우리 아버지가 그 때문에 죽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없어.”“협박한 적이 있다뇨?”하영은 놀라서 물었다.“당시 입찰을 할 때, 그 사람들은 정창만이 그들을 협박하여 퇴출시켰다고 말했어.”‘협박이라…….’하영은 바로 어떤 협박을 말하는 건지 짐작할 수 있었다.침묵도 잠시, 하영은 계속해서 물었다.“오빠도 나와 같은 생각이죠? 이 일이 정창만 그 사람과 관련이 있을 거라고.”“하영아, 우리는 지금 증거가 없고, 그들도 증인이 아니니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어.”하영은 입술을 오므리며 숨을 내쉬었다.“알았어요, 그럼 오빠 기다릴게요.”“음.”전화를 끊은 후, 하영은 힘없이 푹신한 의자에 앉아 있었다.정창만과 그들의 아버지가 참여한 입찰은 군안 그 지역이었다.그곳은 일찍이 부자 동네여서 권세가 있는 사람이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그래서 정창만은 인맥을 다지기 위해서 그 구역의 프로젝트를 개축하려 했다.‘자신의 야심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정말 그 어떤 악독한 일이든 해낼 수 있군!’그녀는 지금 마음속에 단 한 가지 생각밖에 없었다.‘정창만이 아버지를 죽인 게 틀림없어!’‘그 사람 말고 또 누가 있겠어!’생각하던 중, 갑자기 울리는 휴대전화 벨 소리가 탈의실의 조용함을 깨뜨렸다.하영은 멈칫하더니 눈을 돌려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유준에게서 걸려온 전화인 것을 보고 하영은 잠시 망설이다가 받았다.“왜 아직 안 나오는 거야?” 유준의 따뜻하고
“만약 증거가 확실하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건가요?”“경찰에게 맡기겠지.” 유준이 말했다.“그런데 만약 이 일로 나를 거절한다면, 그건 나에게 너무 불공평한 게 아닌가?”“그럼 뭐가 공평한 거죠?” 하영은 그에게 반문했다.“원수의 아들을 받아들이라는 말인가요?! 내 심정을 생각해 본 적이 있긴 한 거냐고요?!”이성을 잃은 하영을 보며 유준은 표정이 약간 차가웠다.“진정 좀 해!”“그럴 수가 없단 말이에요!”하영은 계속 말했다.“사실이 바로 눈앞에 있는데, 당신이라면 냉정할 수 있겠어요?”유준이 침묵하자 하영은 싸늘하게 웃었다.“봐요, 아무도 받아들일 수 없다니까요! 이제 돌아갈래요!”말이 끝나자 하영은 일어나 온천 구역으로 걸어갔다.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유준은 어두운 표정으로 허시원에게 전화를 걸었고, 전화는 곧 연결되었다.유준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강하영 아버지의 일, 어떻게 됐어?”“대표님, 마침 이 일을 보고하려고 했습니다. 그 당시 입찰한 사람을 찾던 중, 소예준 대표님의 부하를 만났습니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강하영 아가씨의 아버지는 어르신 때문에 죽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유준의 눈빛에 차가운 기운이 스쳤다.“계속 조사해, 난 확실한 증거를 원한다고!”“네, 대표님.”정씨 집안 본가.정창만은 점심을 먹은 후, 한창 휴식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낯선 번호인 것을 보고, 그는 영문 모른 채 전화를 받았다.“누구지?”“접니다.”상대방이 입을 열었다.“정 회장님, 저 홍지명인데, 그 당시 군안 시 입찰에서 물러나게 하려고 많은 돈을 주셨잖아요.”“홍지명?” 정창만은 눈을 가늘게 뜨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생각났다.“그래, 자네군. 그런데 무슨 일이지?”“회장님도 참, 나이가 드셔서 기억이 많이 안 좋은 모양이네요. 그때 저에게 그렇게 당부하셨잖아요.만약 누군가가 입찰에 관한 일을 묻는다면, 꼭 회장님에게 알려드리라고요.”이 말을 듣고, 정창만은 놀라서 벌떡
정창만은 이를 악물었다.“만약 정말 누군가 조사한다면, 틀림없이 소씨 집안과 관계가 있을 거야!”“설마 소예준이 뭐라도 눈치챈 것일까요??”정창만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소예준은 전에 조사해 본 적이 없는데, 왜 이제야 조사를 하겠어?”집사는 갑자기 눈을 크게 떴다.“설마, 강하영 씨?!”집사의 말에 정창만 역시 정신을 차렸다.“강하영? 흥, 그 아이가 나타난 후부터 난 편안한 나날을 보낸 적이 없었지!”“어르신, 이 사람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어르신에게 영향을 끼칠 것 같습니다.” 집사는 엄숙하게 주의를 주었다.“그런 사람 하나 때문에 내가 직접 손을 쓸 필요없어. 나 말고도 강하영 죽이고 싶은 사람 충분히 있으니까.”집사가 웃으며 말했다.“어르신, 이미 마땅한 인선이 생긴 거죠?”그는 집사와 눈을 마주쳤다.“이제 네가 가서 양다인 그 계집에게 귀띔 좀 해줘.”집사는 정창만의 뜻을 알고 일어나 침실을 나섰다. 문이 닫힌 순간, 어르신은 음흉하게 웃었다.‘그들이 굳이 조사하려고 한다면, 나도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침실 안.양다인은 아직도 낮잠을 자고 있었는데, 집사의 노크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그녀는 어렴풋이 눈을 뜨며 잠긴 목소리로 대답했다.“누구야?”“아가씨.” 집사가 밖에서 소리쳤다. “일어나세요. 어르신께서 차 따르는 예절을 계속 배우라고 하셨어요.”양다인은 놀라서 바로 정신이 들더니 문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나 오늘 몸이 좀 불편해서!”“아가씨.” 집사는 계속 말했다. “정씨 가문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공짜로 밥을 먹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양다인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더니 음침한 눈빛으로 말했다.“도대체 어떻게 해야 날 내버려둘 수 있는 거야?!”“아가씨, 자신의 처지를 잘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저도 세 번이나 일깨워 주고 싶지 않으니까요.”양다인은 화가 나서 이불을 젖히고 일어나더니 세겨 문을 열었다.그녀는 거즈를 싸맨 두 손을 집사 앞에 내밀었다
경호원은 하영 앞에 가서 말했다.“아가씨, 문 밖에 임수진이라는 사람이 찾아왔어요.”하영은 멍해졌다.‘임수진이 왜 왔지?’하영은 일어서서 말했다.“들어오라고 해.”말이 끝나자 하영은 주방으로 걸어가 주스 한 잔을 따랐고, 돌아왔을 때, 임수진은 이미 아이들과 인사를 하고 있었다.하영은 주스를 들고 앞으로 다가갔다.“임 비서, 여긴 어쩐 일이야?”임수진은 손에 선물세트를 등 채 몸을 돌려 하영을 바라보았다.“사장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건 오는 길에 산 거예요.”임수진이 손에 들고 있는 물건을 보며 하영은 웃음을 금치 못했다.“선물은 무슨. 빈손으로 놀러 오면 되는데.”임수진은 담담하게 말했다.“사장님, 다른 사람을 방문할 때 선물을 사가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예절이죠.”하영은 임수진의 성격을 알고 있었다. 그녀가 만약 사양한다면 임수진은 계속 이렇게 서 있을 것이다.하영은 과일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그럼 고마워.”“아니에요.” 임수진이 말했다. “사장님 덕분에 저도 많은 돈을 벌었거든요.”주스를 건네던 하영은 멈칫했다.“말을 정말 직설적으로 하는 사람이군.”“칭찬으로 들을게요.” 임수진은 담담했다.“어서 앉아.”“네.”임수진이 앉자, 하영은 주스를 그녀 앞에 놓았다.“임 비서도 새해 복 많이 받고.”임수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주스를 들고 천천히 마셨다. 가뜩이나 말수가 적은 임수진은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었다.하영도 어색해서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을 때, 캐리가 마침 문밖에서 걸어 들어왔다.임수진이 앉아 있는 것을 보고 그는 멍해졌다.“임 비서가 웬일이야!”그녀는 일어서서 캐리에게 인사를 했다.“부 사장님 안녕하세요.”캐리는 상냥하게 손을 흔들었다.“집에서는 그렇게 부를 필요 없어. 어서 앉아. 냉장고에 내가 아이들에게 사준 케이크가 있을 거야. 내가 가져다줄게!”말이 끝나자 캐리는 주방으로 향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먹을 거 가득 안고 나와 임수진 앞에 놓았다.그녀는 살짝 놀랐
임수진은 길가에 차를 세웠다.“다인 씨, 난 이미 네가 시킨 대로 다 했어.”“아직 부족하단 말이야!!”양다인이 울부짖었다.“난 강하영이 큰 망신 당하게 할 거야! 네가 말한 그깟 정보가 무슨 소용이 있지?!”“꼭 다른 남자를 그 집에 들여보내야 해? 그렇게 복수를 해야 하겠어?”“맞아!” 양다인은 표정이 일그러졌다.“그래야 그 여자를 쓰러뜨릴 수 있으니까!”“그럼 네 계획은 허사가 될 것 같아.”임수진이 말했다.“다른 사람이라면 강 사장님의 집으로 들어갈 기회가 전혀 없거든.”양다인은 가까스로 진정을 되찾았다.“앞으로 강하영 주시하고 있어. 너도 이제 연휴 끝났지?”“응.”“그럼 방법을 생각해서 매일 강하영을 미행해, 그래야 난 손을 댈 기회를 찾을 수 있으니까!”“알았어.”전화를 끊은 후, 양다인은 휴대전화를 꼭 쥐더니 두 눈은 더없이 음험했다.다행히 외국에 있을 때, 그녀는 임수진을 도와준 적이 있어서 임수진은 지금 그 은혜를 갚아야 했다.‘이제 임수진이 강하영 곁에 있는 한, 난 틀림없이 그 여자가 내 앞에서 고통스럽게 죽는 것을 지켜볼 수 있을 거야!’나흘 후.하영은 내일 회사로 돌아가서 할 일을 캐리와 상의하려 했다.방에서 나오자마자 하영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그녀는 낯선 번호인 것을 보고 호기심에 전화를 받았다.“누구세요?” 하영이 물었다.“강하영 씨.”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병원으로 오시죠. 어르신께서 부르십니다.”“안 가요!” 하영은 생각지도 않고 바로 거절했고 남자는 냉담하게 말했다.“강하영 씨, 우리가 직접 가서 당신을 납치해도 된다면, 계속 거절할 수 있어요.”하영은 멍해졌다.오늘은 주말이라 아이들 모두 집에 있었으니, 그 사람들이 갑자기 들이닥친다면 아이들은 틀림없이 두려워할 것이다. 그래서 하영은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알았어요! 주소 보내줘요, 나 혼자 갈게요!”30분 후.하영은 김제병원에 도착했고, 소백중이 있는 병실로 찾아갔다.하영을 보자 경호원은
하영은 그에게 물었다.“도대체 뭘 원하시는 거죠?”“아주 간단해.” 소백중은 숨을 돌리며 말했다.“예준을 돌아오게 하면 집으로 보내주지.”“오빠가 한 결정은 결코 제가 바꿀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제가 돌아오라고 말하면 오빠가 순순히 돌아올 것 같아요?” 하영은 그저 웃기기만 했다.이 말을 듣고 소백중은 안색이 어두워졌다.“만약 네가 예준을 설득할 수 없다면 아무도 그를 설득할 수 없어! 너 설마 내가 네 오빠를 감옥으로 보내는 것을 이대로 지켜볼 거야? 강하영, 네가 예준을 이렇게 만들었으니 넌 그를 설득할 책임이 있어!”“그럼 그렇게 하세요.” 하영은 비꼬았다. “만약 오빠의 인생을 망치고 싶으시다면, 만약 죽기 전에 오빠를 보고 싶지 않으시다면 그렇게 하시라고요!”소백중은 실눈을 뜨더니 하영 앞으로 걸어갔다.“내가 예준을 망쳤다고? 가소롭군! 만약 네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예준은 여전히 내 곁에 멀쩡하게 있었을 거야! 너만 아니었다면, 다인도 지금 내 곁에 있을 것이고! 너만 아니었다면 내가 어떻게 남의 웃음거리로 될 수 있었겠어?! 너만 없으면 이 모든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야! 재수 없는 것! 네 부모님은 너 때문에 죽었는데, 지금 또 예준과 나를 해치려 하다니!! 넌 도대체 우리 집안을 어디까지 망쳐 놓을 작정이야?!”이 말을 듣고 하영은 더 이상 냉정함을 유지하지 못했다.“이 모든 것은 다 당신 스스로 저지른 일이잖아요? 우리 아빠가 못마땅해서 쫓아내지만 않았어도 아빠랑 엄마는 돌아가지 않았을 거예요! 당신이 그 짐승 같은 여자를 손녀로 인정하지 않았다면, 오빠가 실망을 느끼고 집에서 나갔을 거 같아요? 당신이 너무 잘난 체해서 그래요! 자신의 잘못을 감히 인정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을 나한테 뒤집어쓰고 있는 거잖아요! 당신은 그 누구의 존중도 받을 자격이 없어요. 지금 이렇게 된 것을 보니 속이 다 시원하네요!”소백중은 하영의 말에 발걸음이 약간 흔들렸다.그는 하영이 분노하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고, 그
시현은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알았어, 알았어. 공주님 제발 살려주세요!!”세희는 그제야 흐뭇하게 손을 거두었다.“참, 지난번에 말한 그 사건 말이에요, 언제 해결하러 갈 거예요?”“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시현이 말했다. “네 몸은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으니까, 지금 계속 바쁘게 움직이면 안 돼. 만약에 저쪽에도 이런 악독한 귀신이 있다면, 너 또 상처를 입을지 몰라. 난 이미 죄책감 때문에 너와 결혼을 해서 평생 챙겨주고 싶으니까,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 정말 방법이 없어.”세희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시현 오빠와 결혼한다고 했어요?”“쳇.” 시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가 어때서? 나도 어깨가 넓고 근육이 있는 미남이라고!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세희는 말문이 막혔다.‘정말 뻔뻔하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칭찬하다니.’세희는 숨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시현 오빠.”“응?”“내가 지금 귀신을 잡는 일을 종사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난 사실 아주 좋은 신붓감은 아니에요. 눈치 없는 귀신들이 가끔 날 찾아와서 귀찮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난 인우와 반대로, 팔자에 음기가 가득 찼거든요.”“그러면 어떻게 되는데?”“7월 중순이 되면 많은 귀신들이 날 찾아올 거예요. 그럼 난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심지어 다칠 수도 있거든요.”“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만약 우리가 함께 한다면, 그 귀신들은 심지어 시현 오빠를 귀찮게 할 거예요.”“그래서, 이것 때문에 네가 최고의 신붓감이 아니란 거야?” 시현은 말을 마치고 웃으며 말했다. “이까짓 일로 내가 물러설 수 있을 것 같아? 세희야, 너도 날 너무 얕본 것 같아.”“그때 가면 나 때문에 모든 일이 잘 안 풀릴 텐데, 그게 두렵지도 않아요?” 세희는 시현에게 물었다.시현은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넌 우빈이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우빈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은 거야? 세희야, 넌 날 뭘로 보고.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난 두렵지
시현과 인우는 비록 귀신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검은 연기가 자신의 앞에서 천천히 흩어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인우는 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누나, 지금 어떻게 된 일이에요?”세희는 몸을 돌려 말했다.“그 귀신은 환생하고 싶지 않아서 이미 죽었어.”“귀신이 죽었다고?” 시현이 물었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뜻이야?”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을 바라보았다.“캐리 아저씨, 이제 그 여섯 명의 귀신을 좀 잡아주세요.”캐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불과 몇 분 만에 겁에 질린 그 귀신들을 세희의 앞으로 데려왔다.세희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들은 그 처녀귀신과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아니면 나와 같이 서낭당에 갈 건가요?”“서낭당에 갈래요!”“우리는 그 여자의 협박을 받아서 여기에 갇힌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벌써 떠났을 텐데!”“죽어도 우리를 괴롭히려 하다니!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이 귀신들은 그 처녀귀신이 사라진 후, 불평하기 시작했다.세희는 그들의 원망을 듣고,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지금 그 처녀귀신을 비난할 면목이 있는 거예요?!”세희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당신들을 죽인 것은 그 여자의 잘못일지라도. 당신들은 자신에게 그 어떤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만약 당신들이 그 여자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귀신으로 되어 이곳에 갇히지 않았겠죠!”“풉.” 한 여자 귀신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요? 그 여자는 늘 자신의 성적을 가지고 남을 비웃었어요. 그러지만 않았어도 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세희는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남의 성적이 우수해서, 당신들은 또 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그걸 자랑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정말 불쌍하네요! 이 세상에 당신들 같은 질투심이 강한 쓰레기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심해요, 당신들은 다음 생에도 이번 생에 지은 죗값을 치러야 하니까!”귀신들은 세희가 한 말에 화가 났지만, 캐리와 인우 때문에 화가
“말이 쉽지!” 처녀귀신은 화가 나서 말했다.“날 죽인 그 사람들은 비록 귀신이 되었지만, 나도 그들이 환생하지 못하게 붙잡아둬야 한단 말이에요!”세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 여섯 명의 학생들이 당신을 죽인 사람이었어요?”“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그들을 죽였을 것 같아요??”“그 사람들 찾아 복수를 한 이상, 이제 그만 그들을 놓아줘요. 이렇게 자신을 괴롭혀가며 그들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더 있을까요?”“그럴 순 없어요! 이렇게 쉽게 환생을 하라고 하는 건 너무 말이 안 되니까!!”처녀귀신이 노발대발했다.세희는 웃었다.“당신은 집념이 너무 커서 줄곧 이곳에 갇혀 있는 거예요. 영원히 자신의 고통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잖아요. 만약 내려가서 벌을 받고 환생하여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난다면, 이것 또한 자신의 과거를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어요?”“이렇게까지 날 가르칠 필요 없어요!”처녀귀신이 말했다.“오늘 당신들이 죽든지, 아니면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하자고요!”말을 마치자, 처녀귀신은 세희를 향해 공격하려 했다.세희는 바로 인우를 부르려고 했고, 이때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빠른 속도로 달려온 캐리는 즉시 그 처녀귀신을 먼 곳으로 밀어냈다.“좋은 말로 타일러도 듣지 않고, 심지어 세희에게 손을 대려고 하다니. 오늘 사라질 준비를 하는 게 좋겠어!”캐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붉은 옷을 입은 처녀귀신에게 말했다.“그게 뭐가 무섭다고.” 처녀귀신이 소리를 질렀다. “나도 이젠 지긋지긋해요! 이 더없이 더러운 세상! 내 부모님은 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들의 돈을 받고 바로 이 일이 없던 걸로 하자고 했어요. 내 오빠는 심지어 그들이 부자라는 것을 알고, 그들을 친구로 여겼고요! 환생할 게 뭐가 더 있겠어요? 환생해도 이렇게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마주해야 하니까, 차라리 날 죽여요. 더 이상 이 징그러운 세상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처녀귀신의 말을 듣고, 캐리는 바로 손을 써서
세희가 이렇게 말하자, 세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저녁 무렵, 인우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세희가 이미 집에 있는 것을 보았고, 무척 흥분해하며 달려갔다.“누나, 돌아왔어요?” 인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때요, 다 나은 거예요?”세희는 의미심장하게 인우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인우야, 오늘 저녁에 나 좀 도와줘.”“그래요.” 인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학교에 가는 거 맞죠?”세희는 의아하게 인우를 바라보았다.“뭐야? 너 이제 무섭지도 않는 거야?”인우는 미소를 천천히 거두었다.“누나, 귀신은 무섭지만, 난 누나가 더 이상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때 누나가 그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난 그날 정말 학교로 달려가서 그 귀신들을 죽이고 싶었어요. 그러나 시현 형이 누나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억지로 참고 가지 않았던 거예요.”세희는 뿌듯해하며 인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우리 인우 다 컸네. 누나를 걱정할 줄 다 알고.”인우는 세희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누나, 난 줄곧 누나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다음에 이런 위험한 일을 하러 간다면, 꼭 나 데리고 가면 안 돼요? 난 누나를 지켜주고 싶어요.”“그래! 저녁에 우리 가족들 함께 밥을 먹은 후에 바로 출발하자!”“좋아요!”저녁에 하영과 유준 그리고 희민이 돌아왔다. 세희가 이미 퇴원한 것을 보고, 세 사람은 기뻐해하며 그녀를 에워싸고 수다를 떨었다.저녁을 먹은 다음, 하영은 세희를 데리고 위층에 가서 간단하게 몸을 씻어주고서야 세희를 보냈다.문을 나서자마자, 세희는 시현이 그의 포르쉐와 함께 집 앞 정원에 있는 것을 보았다.세희와 인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시현을 쳐다보았다.세희가 먼저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에요?”시현은 별장을 바라보았다.“세준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나한테 연락했지 뭐. 네 기사 되어 달라고.”“우리 집에 기사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시현 오빠가 너
“그래, 우빈아, 넌 15년 동안 세희를 좋아했고, 또 세희를 위해 많은 것을 바쳤지. 하지만 그거 알아? 세희는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야. 세희가 만약 무슨 일을 알고 싶다면, 바로 감정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호흡이 흐트러진 우빈은 시현을 바라보며 다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알아요.” 우빈이 대답했다.“세희는 그 누구보다도 감성적이고 또 이성적이죠.”“그럼 만약 세희가 정말 날 선택한다면, 넌 어쩔 계획이야?”“그런 건 없어요.”우빈은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난 세희의 모든 선택을 존중할 거라고. 마찬가지로 다른 걱정 할 필요 없어요. 세희에게 거절을 당했다고 복수를 할 정도는 아니니까요.”시현은 계속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세희와 함께 하더라도 넌 세희와 계속 친구를 하겠다는 말이야?”우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나와 세희는 줄곧 친구였어요. 우리 두 사람이 사귀지 않아도, 앞으로 여전히 사이가 좋은 친구예요. 고 과장님, 세희를 좋아해도 되지만, 내가 세희와 계속 친구로 되는 것을 막을 순 없어요.”시현은 갑자기 웃었다.“그럼 됐어!”우빈은 시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시현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버튼을 눌렀다.“난 내가 세희와 사귀면, 넌 불편해서 세희와 연락 끊을 줄 알았거든.”우빈은 말문이 막혔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이제 세희를 포기하자고. 넌 정말 세희가 필요한 것 같으니까...”말을 하다 시현은 우빈을 힐끗 바라보았다.“네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들은 하지 않겠어. 아무튼 후에 생각해 봤는데, 만약 널 향한 내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세희를 포기한다면, 그건 널 무시하는 것과 같잖아.”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시현은 안으로 들어갔고 우빈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서자, 우빈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어요. 난 확실히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그래도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이런 상황이 아니잖아
시현은 말을 이어받으며 오른손을 들었다.“그때 내 오른손에 피가 가득 묻은 거 있지? 심지어 의사가 네 등의 썩은 살을 모두 베어낸 것을 직접 봤는데, 며칠째 잠을 못 잤어.”“에이, 그건 간단하죠!” 세희는 히죽거리며 말했다.“수면제 처방받으면 편안하게 잘 수 있지 않겠어요?”시현은 웃으며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세희야, 날 원망하고 싶지 않아?”“원망이요?” 세희는 시현의 뜻을 잘 몰랐다.“내가 왜요?”시현은 콧등을 긁적였다.“내가 널 데리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너도 이렇게 다치지 않았을 거야.”세희는 눈을 부라리며 시현을 바라보았다.“그건 시현 오빠 탓이 아니에요. 그 귀신들이 겁도 없이 나한테 덤빈 것뿐이니까요. 다 회복되면 그 귀신들 전부 잡아버릴 거예요!”“또 그곳에 가려고?” 시현은 경악하며 물었다.“그럼요!” 세희는 손을 내밀었다.“일곱 명의 귀신을 전부 다 데려갈 수 있다면, 염라대왕님은 좋다고 박수를 치실지도 몰라요.”시현은 세희의 얼굴에 나타난 즐거운 미소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난 오히려 네가 날 욕하면서 분풀이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홀가분한 말투로 말하는 거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그럼 너무 재미없죠! 난 시현 오빠 돈 뜯어먹는 게 더 좋은 거 같은데? 내가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으면, 날 데리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오케이!” 시현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참, 세준 오빠가 그러던데, 미정 할머니를 찾아갔다면서요?”시현은 숨김없이 대답했다.“응, 가서 어떻게 해야 널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쭤봤어.”“하하하.” 세희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날 보호한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리고 시현 오빠는 귀신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귀신과 싸우려는 거예요? 정의감과 용기로 귀신을 제압하려고요?”“내가 만약 내 정의감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엔 귀신이 없을 거야?”세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냥
시현은 세준 그들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한 다음, 혼자 의자에 앉아 멀리서 세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주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었고,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이때 간호사가 걸어왔다. 시현은 그녀를 보며 얼른 일어나 물었다.“선생님.”간호사는 그를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시죠?”“세희는 언제 중환자실에서 나올 수 있는 거죠?”“이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요 며칠 더 관찰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가씨는 제가 본 여자아이들 중에서 가장 엄중한 상처를 입으신 환자라서요. 잘못하면 흉터가 남을 텐데... 어휴...”말이 끝나자, 간호사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시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이번 생은 철저히 세희에게 빚진 셈이네.’사흘 후, 세희는 중환자실에서 나왔고, 이 일을 알게 된 하영과 유준도 얼른 병원에 찾아왔다.세희가 침대에 엎드려 멍을 때리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가슴이 아팠다.하영은 허리를 굽혀 세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세희야, 미안해. 네 오빠들이 아침에 금방 이 일을 알려줘서, 엄마와 아빠도 이제야 달려온 거야.”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괜찮아요, 엄마. 이거 봐요, 나 아직 멀쩡하잖아요?”하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걱정 마. 무슨 방법을 써서더라도 네 등의 흉터를 치료할 테니까.”“사실 난 이런 거 신경 안 써요. 등일 뿐이니, 평소에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 자신도 볼 수 없으니까,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없어요.”“네가 꾸미길 좋아한다는 거, 여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세준은 벽에 기대며 말했다.세희는 고개를 돌려 세준을 보려 했지만, 상처가 땅기는 바람에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세준은 마음이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다.“좀 움직이지 마. 나도 안 비웃을게.”유준은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너희들은 외국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좋은 성형과 의사를 찾아. 세희의 등에 절대로 흉터 남지 않게.”세준은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오자, 시현은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눈을 뜨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난 세희가 하는 일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데. 그럼 세희를 보호하려면 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지?’생각하다 시현은 핸드폰을 꺼내 세준에게 톡을 보냈다.[그 할머니 지금 어느 호텔에 계시는 거지?]얼마 지나지 않아, 세준은 시현에게 나미정이 지내고 있는 호텔 주소와 방번호를 보냈다.[고마워, 세준아.]세준은 이 문자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세희의 일, 난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야.][날 때리고 싶든, 죽이고 싶든 네 마음대로 해. 다 내 잘못이니 나도 변명할 말이 없어.]이 문자를 보낸 후, 더 이상 답장이 들어오지 않았다.시현도 더 이상 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어 호텔로 갔다.30분 후, 시현은 나미정이 있는 룸 앞에 도착했는데, 잠시 심사숙고한 다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곧 안에서 나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기다려.”문을 열자, 시현이 문밖에 서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약간 의아해했다.“네가 바로 병원에 있었던 그 총각인가?”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 저와 잠깐 얘기를 좀 나누시면 안 될까요?”“그래.” 나미정은 몸을 비키며 말했다. “들어와서 말하자꾸나.”시현은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고, 나미정은 그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무슨 일로 날 찾는 거지?”시현은 긴장이 돼서 두 손을 비볐다.“할머니, 저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해야 세희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평범한 사람이라...”나미정은 웃기 시작했다.“왜, 네가 보기에 우리와 같은 무당은 평범하지 않은 건가?”시현은 멈칫하더니 얼른 설명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아무튼 저희보다 강하고 특수한 능력이 있으시잖아요.”“그것도 다 하늘이 내려준 신기일 뿐이지.”나미정이 말했다.“그러나 우리도 평범한 사람들이야. 밥을 먹어야 하고, 또 때가 되면 죽는 법이니
세희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부적은 비록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여전히 강렬한 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세희는 숨을 들이마신 다음 천천히 일어섰다. 그 순간, 옆에서 놀던 그 귀신들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모두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들의 시선을 알아챈 세희도 눈을 돌려 귀신들을 보았다.‘또 이런 느낌이야! 이곳을 못 나가게 하는 그런 느낌!’세희는 밀려오는 공포를 참으며 용기를 내어 문 앞으로 걸어갔다.문과 가까워질수록 주위의 음기는 더욱 강렬해졌다. 심지어 세희는 자신의 영혼이 억압된 느낌을 받았다.“누나, 무서워하지 마요!!”“세희야! 용기를 내서 그곳에서 나와! 그 귀신들은 널 건드리지도, 널 다치게 하지도 못할 거야!”“누나! 나랑 형들이랑 그리고 고 과장님이 여기서 누나를 기다리고 있어요!”인우와 나미정의 목소리를 듣고, 세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가깝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다가갈 수 없는 문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세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부적이 그려진 손을 들어 다시 시도했다.이번에 그 귀신들은 섬뜩하게 웃기 시작했다. 세희가 문손잡이에 손을 얹으려 하자, 그들은 재빨리 앞으로 돌진했다.이때, 매몰찬 음기가 덮쳐왔고, 세희는 부적이 있는 그 손을 들고 돌아섰다.그 귀신들은 하마터면 세희의 영혼과 닿을 뻔했다. 그러나 세희의 손에서 나는 강렬한 양기가 서려 있는 부적을 감지한 그들은 표정이 돌변했다.세희는 뒤로 물러섰고, 등이 문에 닿는 순간, 재빨리 몸을 돌려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연 후, 그녀는 즉시 뛰쳐나갔다.이때, 줄곧 병상에 누워있던 세희는 눈을 번쩍 뜨더니 숨을 들이마셨다.세희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인우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누나! 왜 이제야 깨어난 거예요!!”그러나 세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눈을 천천히 감았다.인우는 완전히 멍해지더니 당황해진 표정으로 나미정을 바라보았다.나미정은 아주 침착하게 대답했다.“별일 아니야, 피곤해서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