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이 난다고?”하영은 얼른 다가가 세희의 얼굴을 만져보다가, 혹시 몰라서 세준에게 얼른 체온계를 가져오라고 했다.재보니 체온이 39도에 달한 걸 보고, 하영은 얼른 세희를 안아 들었다.“주희 씨, 얼른 가서 차 가져와요. 지금 바로 병원으로 가야겠어요.”“병원?”그때 위층에서 캐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설 이튿날 부터 병원에 간다고? 누가 아픈데?”하영이 다급하게 캐리를 보며 대답했다.“세희가 열이 나서 지금 병원에 가 보려고.”“뭐?”캐리는 급하게 계단에서 뛰어내려오다가 그대로 계단에서 넘어져 굴러 떨어졌다.모두가 그의 모습에 깜짝 놀랐지만, 캐리는 아픈 것도 무시하고 뛰어와 세희를 안았다.“세희는 내가 안을게. 주희 씨는 가서 운전해.”“네!”병원에 도착한 뒤에도 세희는 계속해서 하영이 알아들을 수 없는 헛소리를 했다.하영이 의사를 찾가아 세희의 상황을 설명하자, 의사는 먼저 혈액 검사를 받아 보라고 했다.30분 후, 하영은 검사 결과를 건네자, 결과를 살펴보던 의사는 미간을 찌푸렸다.“염증도 없고, 모든 수치가 정상입니다.”그 말에 하영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그럼 대체 무슨 원인이죠?”“이런 상황은 저희도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우선 해열제 주사를 맞고 상황을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네요.”하영은 알겠다고 하고 세희를 데리고 수액 맞으러 갔다.응급실에서 수액이 떨어지는 것을 지켜보며, 하영은 초조한 마음으로 세희의 곁을 지켰다.캐리가 물을 사서 하영에게 건네주었다.“G, 너무 급해하지 말고 너도 좀 쉬어야지. 열은 금방 내릴 거야.”하영은 물을 받으며 대답했다.“밤 늦게 나랑 병원에 오느라 고생했어.”“우리 사이에 그게 무슨 말이야!”캐리는 물을 한모금 마시고 하영의 곁에 앉았다.“다 아이를 위해서 하는 일이지.”하영은 말없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세희를 응시했다.수액을 맞는 중에도 때때로 세희의 열을 체크했는데, 체온은 계속 38도에서 더는 내리지 않았다.수액을 다 맞은 뒤에야 하영은 다시 세
“그래.”하영은 희민이에게 계란을 까주었다.“희민아, 엄마는 세희를 돌봐줘야 할 것 같으니까, 혼자서라도 약 잘 챙겨 먹어. 알겠지?”희민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엄마. 지금 중요한 건 세희니까요.”세준은 우유를 마시고 입을 열었다.“엄마, 정 안되면 병원에 가요.”“그래.”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오후에도 열이 안 내리면 세희 데리고 병원에 가야겠어.”……시간은 어느새 오후 1시가 되었고, 세희는 열이 내리기는커녕 40도까지 올라갔다.하영은 더는 기다릴 수 없어 캐리한테 세희를 안기고 함께 병원으로 출발할 준비를 했다.두 사람이 외출하는 것을 보고 잠시 생각에 잠기던 주희가 나서며 입을 열었다.“하영 언니, 저도 같이 가요. 사람이 많으면 돌보기도 편하잖아요.”하영은 집에 있는 두 아이를 보며 대답했다.“주희 씨도 집에 없으면 희민이와 세준이 걱정돼서 안 될 것 같아.”“예준 오빠가 오는 길이에요.”주희가 코트를 입으며 입을 열었다.“주희 씨가 얘기했어요?”하영의 물음에 주희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아무래도 세희가 걱정이 되어서 예준 오빠한테 도와달라고 부탁했어요.”“그래.”하영은 차 키를 캐리에게 건네주었다.“캐리, 운전은 네가 해.”20분 후.하영은 다시 병원을 찾았고, 의사는 하영에게 약처방을 지어준 뒤 수액을 놔주었다.세희가 조용히 수액을 맞을 수 있게 하영은 간호사한테 얘기해서 1인 병실을 요구했다.세희를 병실 침대에 눕힌 후 세 사람은 병실에서 묵묵히 기다렸다.“하영 언니.”주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하영을 보며 입을 열었다.“잠시 소파에서라도 눈 좀 붙여요. 안색이 너무 안 좋아요.”하영은 고개를 저으며 입을 떼려는 순간, 세희가 갑자기 아무 징조도 없이 눈을 떴다.하영은 깜짝 놀라 얼른 앞으로 다가갔다.“세희야.”세희는 눈을 깜빡이면서, 어딘가 공허한 눈빛으로 하영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엄마, 누가 자꾸 말을 걸어요.”“말을 건다고?”하영은 의아한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리
“설명하자면 길어!”하영은 주희를 향해 입을 열었다.“나랑 캐리가 다녀올 테니까, 주희 씨는 일단 집에 가 있어.”“네, 얼른 가요!”……묘지로 향하는 도중 하영은 마트에 들러 우유 두 박스와 담배 두 보루, 그리고 술 두병을 샀다.장소에 도착하자 그 작은 오두막 창문 틈으로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는 것을 보았다.세희를 안고 차에서 내린 캐리는 주변의 적막한 풍경과 산 중턱에 늘어선 무덤들을 보고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G, 그 아저씨는 어디 있는데?”캐리가 경계하듯 주의를 둘러보았고, 하영은 트렁크에서 선물을 챙겼다.“따라와.”두 사람은 오두막 앞에 도착해서 하영이 집안을 향해 노지철을 불렀다.“지철 아저씨, 계세요?”“문이 열려 있으니까 들어오세요.”노지철의 목소리가 안에서 들려왔다.하영이 어깨로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식탁에는 노지철 혼자 앉아 있었는데, 식탁 위에는 네 개의 그릇과 젓가락이 놓여 있었다.난방이 켜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작은 집 안에는 서늘한 공기로 휩싸였다.하영은 잠시 멈칫하다가 미안한 기색을 내비치며 입을 열었다.“아저씨, 혹시 손님이 계시면 저희는 이만 가 볼게요.”하영은 물건을 내려 놓은 뒤 다시 나가려 했다.“그럴 필요 없어요.”노지철은 손에 들고 있던 젓가락을 내려 놓고 몸을 일으켰다.“그들도 이제 다 먹었습니다.”‘다, 다 먹었다고?’놀란 얼굴로 방안을 둘러보던 하영은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아무도 없는데?’노지철의 말에 캐리도 소름이 돋았다.‘이 늙은이가 지금 이 밤중에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이상한 사람이야!’캐리가 하영한테 그만 가자고 얘기하려던 찰나 세희가 또 갑자기 소리질렀고, 하영과 캐리는 깜짝 놀라 얼굴이 창백해졌다.노지철은 그들을 힐끔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수납장으로 다가가더니 서랍을 열었다.“애를 데리고 들어오세요.”하영은 얼른 캐리를 보며 입을 열었다.“캐리, 얼른 세희를 침대에 눕혀.”캐리는 더러운 침대를 보고 미간을 좁히더니 입을 삐죽
하영은 얼른 앞으로 다가가 세희를 일으켜 자기 품에 기대게 했다.“입을 벌려서 부적을 태운 물을 마시게 해요.”하영은 말대로 했고, 노지철은 그 물을 천천히 세희의 입에 부어넣었다.그런데 두 모금도 채 마시지 않았을 때 세희는 사레에 걸렸는지 눈을 떴고, 눈앞에 노지철을 보자마자 물을 뿜었다.그리고 비명을 지르며 재빨리 하영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엄마!”세희가 울면서 소리쳤다.“엄마 안아 줘요. 나 안아 줘요!”세희의 모습을 보자 하영의 가슴을 짓누르던 커다란 바위가 떨어져 나간 것 같았다.하영은 얼른 세희를 안고 노지철을 바라보았다.“죄송해요, 아저씨. 아이가…….”“괜찮습니다.”노지철은 그릇을 들고 일어서더니 멍하니 서 있는 캐리를 쳐다보았고, 캐리도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려 노지철을 응시했다.“저……, 제 몸에도 이상한 게 붙었나요?”캐리가 창백한 얼굴로 물었다.“아니요. 다만 올해는 차에 타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운전도 하지 말고 물이 있는 곳을 멀리하세요.”“네?”캐리는 그 말에 어리둥절해졌고, 하영이 헛기침을 했다.“캐리, 더 캐묻지 말고 아저씨한테 고맙다고 해.”캐리는 그제야 노지철을 향해 연신 인사를 전했다.“감사합니다, 아저씨. 꼭 명심해서 운전도 하지 않고, 앞으로 자전로 출근할게요!”‘비록 거리가 좀 멀긴 하지만…….’그래도 이상한 것이 몸에 달라붙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 캐리는 혀로 입술을 훑었다.‘너무 무서워!’노지철이 바삐 돌아치고 있을 때 캐리가 하영의 곁으로 다가왔다.“G, 한국에선 이런 선술을 뭐라고 하는 거야? 너무 신기하네!”하영은 고개를 저었다.“나도 몰라.”“열은 다 내렸죠?”노지철이 의자에 앉으며 하영에게 묻자, 하영은 얼른 손을 뻗어 세희의 이마를 짚어 보고는 충격에 빠진 얼굴로 대답했다.“여, 열이 안 나요!”“네.”노지철은 하영에게 물을 따라주었다.“이 아이는 팔자가 세긴 하지만 유독 기가 다른 사람보다 많이 약하거든요. 자기 몸을 지키기 위해
세희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그 할아버지 눈이 무서워요…….”하영은 세희의 등을 가볍게 다독였다.“세희야, 모든 사람이 완벽한 건 아니란다. 세상에 불쌍한 장애인들도 많이 있잖아.”“네…….”세희는 하영의 가슴에 머리를 대고 얘기했다.“그 사람들도 분명 평범한 사람처럼 변하고 싶겠네요.”“그렇지. 그러니까 방금 세희가 보인 행동에 그 할아버지가 속상하지 않았을까? 세희야, 우리는 입장을 바꿔서 다른 사람의 감정도 생각해 봐야 하잖아.”세희는 시선을 아래로 떨구었다.“방금 제가 잘못한 것 같아요. 엄마, 다음부턴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요.”“그래.”하영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우리 세희는 누구보다 착한 아이란 걸 잘 알고 있으니까.”다음날.세희를 안고 자던 하영은 전화벨 소리에 잠을 깼고, 침대맡에 놓인 핸드폰을 더듬어 잠이 떨 깬 상태로 전화를 받았다.“강하영!”인나의 목청이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자 하영은 깜짝 놀라 잠이 달아나고 말았다.“우인나, 데시벨이 너무 높잖아!”인나는 씩씩거리며 입을 열었다.“지금 몇신 줄 알아? 놀러 안 갈 거야?”“지금 몇 시야?”하영은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10시!”하영은 눈을 뜨고 휴대폰 시계를 확인했다.“미안, 어제 일이 좀 있어서 늦게 잠들었거든.”인나는 한숨을 내쉬었다.“짐은 다 정리했고?”하영은 이불을 젖히고 침대에서 내려왔다.“지금 정리할게. 네가 도착했을 때면 거의 다 끝날 것 같아.”“지금 너희 집 앞이야! 시원 씨가 큰 캠핑카를 몰고 왔으니까 얼른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전화를 끊은 뒤 하영은 아직도 자고 있는 세희를 깨워서 대충 씻긴 다음, 옷 몇 벌을 챙기고 세준이와 희민이를 깨우러 갔다.방문을 열었을 때 두 녀석은 이미 책상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는데, 하영이 들어오자 얼른 노트북을 닫아버렸다.하영은 문어구에 기댄 채 어이없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두 사람, 지나치게 부지런하다는 생각이 안 들어?”세준은 의자에서 내려오며
하영은 고개를 저었다.“모처럼 회사에 안 나가도 된다고 그냥 집에서 자고 싶대.”“그래.”인나는 하영의 팔에 팔짱을 끼며 입을 열었다.“그럼 우리 이제 출발하자.”하영은 주변을 살피더니 물었다.“유준 씨는?”“현욱 씨가 그러는데 처리할 일이 좀 남아서 조금 늦게 온다고 우리한테 먼저 출발하라고 했대.”“그래, 잠깐만 기다려. 주희 씨한테 얘기하고 올 테니까.”하영은 주희를 찾으러 주방에 들어가 몇 마디 얘기를 나누고, 애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이제 출발하자!”위층에 있던 캐리는 맨발로 창가에 서서 아래층 상황을 살폈다.그리고 하영과 사람들이 출발하자마자 얼른 옷을 갈아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는데, 주방 정리를 마치고 나오던 주희와 딱 마주치고 말았다.캐리는 주희를 붙잡고 물었다.“다들 확실히 출발했지?”주희는 의아한 표정으로 캐리를 쳐다보았다.“뭘 그리 긴장하고 그래요? 혹시 하영 언니 몰래 딴짓하러 가려는 건 아니죠?”“몰래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캐리가 중얼거리듯 한마디 했다.“내가 남자친구도 아닌데, 그래도 알게 하고 싶지 않아.”주희가 눈을 가늘게 떴다.“캐리, 뭔가 수상한데요.”“애들은 몰라도 돼.”케리는 주희의 머리를 헝클었다.“나 먼저 나갈게! 이따 집에 올 때 맛있는 거 사 올게.”“저 오늘 집에 없으니까 사 올 필요 없어요!”캐리가 손을 흔들었다.“그래, 알았어.”집에서 나와 차에 오른 캐리는 어딘가 전화를 걸었고, 상대방이 전화를 받자 이내 웃으며 입을 열었다.“지금 어디야? 데리러 갈게!”15분 뒤 캐리는 보기에 평범해 보이는 라면 가게에 도착했다. 캐리는 가게를 한 번 둘러보고 미간을 찌푸리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자신을 등지고 앉아있는 한 여자를 발견하고 나서야 표정을 풀고 다가가 맞은편에 앉아서 여자에게 물었다.“맛있는 거 사준다고 했는데, 왜 이런 곳에서 만나자고 했어?”“내가 좋아하는 곳이야.”여자는 천천히 젓가락을 내려놓더니 고개를 들어 캐리를 보며 입을 열었다.
“부진석이랑 이상한 사이라고? 잘 들어 부진석이 도와주려고 했을 때 하영은 거절했어! 24시간 항상 하영의 곁을 지켰는 줄 알아? 그 사람도 해외에서 연수 때무에 바쁘게 보내면서 가끔 하영이 사는 곳에 찾아와 먹을 것을 사주는 정도였다고, 강하영은 혼자 고생하더라도 남의 도움은 받으려 하지 않는 긍지가 있는 사람이란 거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야!”“희원 씨는 재벌집 딸이지만 하영은 아니야. 예전에 정유준이랑 만났던 것도 양아치같은 아버지와 병원에 입원한 엄마 때무이었어! 나는 당신들 같은 사람을 이해할 수 없어. 조금만 소문이 돌면 뒤에서 뭐라고 수군대잖아. 그럴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해?”할 말을 마친 캐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할 말은 여기까지야. 내가 희원 씨랑 연애할 생각을 하다니 눈이 삐었나 봐. 여기까지 하자. 멍청한 여자!”한바탕 욕을 들은 희원의 안색이 굳어졌다.‘강하영이 정말 그런 사람이라고?’희원은 믿을 수 없었다.‘만약 정말 그런 긍지가 있었다면 애초에 왜 유준 오빠의 잠자리 파트너가 된 건데?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웃기지 말라고 그래! 수석 비서자리까지 올라갈 정도로 능력이 있었잖아! 그 정도 월급이면 생활비로 부족했을까?’희원은 생각할 수록 역겨웠다.‘착한 척하는 그 연기력으로 배우가 되지 않은 게 안타까울 정도네! 그런 사람을 절대 우리 집안으로 돌아오게 할 수 없지! 그건 집안의 수치이자 돌아가신 고모를 욕보이게 하는 거야!”‘그리고 강하영은 절대 유준 오빠랑 같이 있을 자격 없어!’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희원은 휴대폰에서 유준의 전화번호를 찾아 한참 생각하더니, 문자를 입력하기 시작했다.그리고 전송 버튼을 누르려다가 다시 멈췄다.‘아직 증거도 부족한데 강하영이 여기저기 남자를 홀리고 다닌다는 걸 어떻게 밝히지?’강하영을 노리기보단 부진석한테서 증거를 찾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 희원은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씨 집안.송유라는 거실에 앉아 희원이 밥 먹으러 집으로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한참이 지나도 희원은
희원이 위치를 보내왔을 때, 예준도 텍스트 변환을 거의 마쳤고, 대충 훑어보던 예준의 시선은 김형욱이라는 세글자에 고정되었다.양다인의 녹음 파일에서 몇 번이고 강하영과 정유준을 상대하기 위해 도움을 청한 적이 있었다.‘김형욱이란 사람은 누구지? 양다인과는 언제부터 알고 지낸 거야? 하영과 정유준 그 두 사람에게 원한이라도 갖고 있는 걸까?’예준은 음성을 파일 안에 옮기고 암호를 설정한 뒤 휴대폰을 챙겨 희원을 만나러 갔다.20분 후, 목적지에 도착한 예준은 희원이 혼자 길가에서 휴대폰을 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차에서 내리며 물었다.“네 친구는?”희원은 진작에 생각해 둔 핑계를 댔다.“먼저 가서 놀라고 했어.”예준은 더 묻지 않고 희원을 데리고 아이스크림 가게로 향했다.입춘에 들어선 날씨는 살을 에이듯 추웠지만, 아이스크림 가게는 여전히 사람들로 붐볐다.예준과 희원은 잠시 대기하고 나서야 종업원이 자리로 안내했고, 예준은 희원에게 망고 빙수와 여러가지 디저트를 주문해 주고 입을 열었다.“희원아, 왜 출근할 생각 없어?”“지금은 아직 출근하고 싶지 않아.”희원은 말을 이었다.“아직 해야 할 일이 조금 남았거든.”예준은 끝까지 따져 물으면 희원이 입을 꾹 다무는 성격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냥 알았다고 대답했다.그러자 희원이 먼저 참지 못하고 물었다.“오빠는 내가 요즘 뭘 하는지 궁금하지 않아?”“얘기하고 싶었으면 먼저 얘기했겠지.”예준이 웃으며 얘기하자 희원은 입술을 오므리고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오빠는 왜 굳이 강하영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려는 거야?”그러자 예준의 입가의 미소가 사라졌다.“희원아, 너는 하영이를 미워하지 마.”그 말에 희원은 격분하고 말았다.“나는 몸을 함부로 굴리는 여자는 우리 집안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 그 순진한 척하는 얼굴 뒤에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누가 알아?”“너는 나도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해?”예준이 희원을 응시하며 물었다.“당연히 아니지!”희원은 고민도 하지 않고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