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아래에서 술렁이는 얘기를 들은 소백중은 하영을 노려봤다.“대체 누구시죠? 왜 저의 연회를 망치려는 겁니까?”하영은 소백중을 향해 다가갔다.“회장님께서 나이가 드셔서 어떤 일은 조작이 가능하다는 걸 모르시는 것 같은데, 양다인은 회장님 외손녀가 아니에요. 그런 정말 모든 주식을 외분인에게 넘길 생각입니까?”“그게 무슨 헛소리야?”양다인은 하영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경호원 어디있어? 당장 이 미친 여자를 끌어내!”경호원이 꼼짝도하지 않는 것을 보자 양다인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소예준……, 소예준이 배치한 경호원들이구나! 지금 여기서 내 정체를 밝힐 생각이야?’양다인은 온몸을 덜덜 떨며 겁에 질린 표정으로 하영을 응시했다.“안 내려가?”하영은 피식 웃으며 비웃었다.“뭐가 겁나서 그래? 내가 증거라도 내 놓을까 봐?”양다인의 호흡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내, 내가 할아버지 손녀가 아니라는 증거 있어? 만약 거짓말이면 소진 그룹을 적으로 돌리자는 거지!”하영은 양다인에게 바싹 다가가 입을 열었다.“어떤게 바로 증거인지 다 같이 한번 볼까?”말을 마친 하영은 CCTV를 쳐다보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무대 아래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숨을 죽인 채, 꼼짝도 하지 않고 무대 위 상황을 지켜보았다.시간은 1분 1초가 흘러가고 있지만 뒤에 있는 스크린에는 아무 변화도 없었다.그러자 하영의 표정도 점점 굳어가기 시작했다.‘캐리와 오빠는 대체 뭐 하는 거야?’“웃겨 죽겠네! 지금 정신병자가 여기서 미친 짓하고 있었던 거네.”갑자기 무대 아래서 누군가 비웃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난 또 무슨 큰 일이라도 난 줄 알았는데, 그냥 소란이였어?”“빨리 꺼져! 쪽팔리지도 않아?”“자기가 뭐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아? 여기가 어딘줄 알고 소란을 피워?”“소진 그룹을 적으로 돌리다니, 이제 넌 죽었어!”무대 아래에서 사람들이 떠들어대는 소리와, 안색이 점점 하얗게 질리는 하영을 보고, 양다인은 순간 불안했던 마음이 싹 가셨다.‘정말 증거
“안녕하세요, 아아, 마이크 테스트. 제 말 들려요?”그때 갑자기 앳되고 익숙한 목소리가 하영의 귀로 흘러들었다.연회장은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모두가 일제히 스크린으로 시선을 돌렸다.눈을 번쩍 뜬 하영이 스크린에 나타난 세준의 모습을 보고 그대로 몸이 굳어져버렸다.‘세준이?’“다들 말씀이 없는 걸 보니 제 말 들리시는 거죠?”세준의 우아한 얼굴엔 미소가 떠올랐다.“저 꼬마는 누구죠?”“외모가 정유준 대표를 닮았네요! 정유준 대표님 아드님 아니에요?”“대표님 아드님 본 적 있는데, 아들이었던 것 같아요.”“그럼 틀림없겠죠. 그런데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거죠?”“모르죠. 일단 조용히 있어 봐요!”세준이 목청을 가다듬었다.“일단 제 소개부터 할게요. 저는 강세준이라고 합니다. 갑작스레 발생한 사건 때문에 저도 어쩔 수 없이 여러분 앞에 나타나게 됐네요. 솔직히 말씀드려서 우리 엄마를 괴롭히는 게 뭐 그렇게 대단한 일이에요? 정말 너무 저급하네요!”세준의 비웃음에 사람들은 술렁이기 시작했고, 그 사이에 앉아 있는 유준은 슬며시 입꼬리를 올렸다.‘상류층 사람들에게 시원하게 욕을 해주다니, 역시 내 아들이야! 배짱도 두둑하고, 카리스마 넘치네!’세준이 계속 말을 이었다.“저기 이름이 양 뭐라고 했지? 함부로 우리 엄마 비난하지 마시죠? 그때 당시 엄마가 살인을 저지른 게 확실해요? 그쪽도 현장에 같이 있었잖아요. 만약 반박하고 싶다면 그 전에 이 영상부터 확인해 보시죠!”갑자기 화면이 바뀌면서 하영과 양다인이 카페에 앉아있는 장면이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소리는 없었지만 뒤에 보면 종업원이 건넨 레몬티를 마신 하영이 쓰러졌고, 그때 화면이 다시 바뀌었다.두 경호원이 쓰러진 하영을 한 아파트로 끌고가기 시작했고, 양다인이 그 뒤를 따랐다. 곧 이어 노란 머리 남자도 그 아파트로 들어갔다.“과정이 좀 길어서 여기서부터 제가 빨리 감기로 보여드릴게요.”말을 마친 세준은 영상을 배속으로 보여줬고, 한참 뒤에 피를 뒤집어쓴 양다인이 아파트에서
얼굴이 파랗게 질려버린 양다인은 불안한 눈빛으로 지금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던 소백중을 쳐다보았다.“할아버지…….”양다인은 얼른 소백중 곁으로 기어갔다.“할아버지,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저 정말 그런 일은 한 적 없어요!”소백중은 생기 없는 눈빛으로 양다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의 귀에는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들이 들려왔고, 가슴은 실망감으로 가득 찼다.‘5년이나 내가 아끼던 외손녀가 가짜라니…….’소백중은 비참한 마음으로 눈을 감고 숨을 들이마셨다.“그만 가거라.”그 말에 양다인의 눈빛이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하, 할아버지…….”“나는 네 할아버지 아니다.”소백중은 힘없이 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우리 집안 체면이 정말 말이 아니게 됐구나.”“할아버지!”양다인은 소백중을 향해 울부짖었다.“강하영 말을 믿으시면 안 돼요. 거짓말이에요, 분명 거짓말하고 있는 게 틀림없어요!”하영이 앞으로 다가갔지만, 소백중은 차마 고개를 들어 하영의 시선을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소백중은 양다인이 억장이 무너진 듯 울어대며 절망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더는 그녀를 상대하지 않았다.잠시 후 소예준이 서둘러 무대 위로 올라왔고, 하영과 시선이 마주치자 살짝 고개를 끄덕인 뒤 양다인 앞으로 다가가 싸늘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이제 진실이 밝혀졌으니, 너도 여기 남아있을 이유 없잖아.”양다인은 양손으로 주먹을 꽉 쥔 채, 매서운 눈빛으로 예준을 노려보았다.“너희 둘이 한통속이 되어 꾸민 짓이지? 할아버지가 나를 내쫓게 하려고 그런 거잖아! 소예준, 나야말로 진짜 너의 동생인데, 대체 왜 남을 돕는 건데?”“드디어 미쳤구나.”예준이 작은 소리로 양다인을 비웃었다.“경호원! 당장 이 여자를 끌어내!”예준의 말에 꼼짝도 안 하던 경호원들이 전부 무대 위로 올라와 양다인을 끌어내기 시작했고, 그녀는 거의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러댔다.“너희들 분명 후회할 거야! 후회할 거라고! 나야말로 진짜 소진 그룹 손녀야. 내가 진
정원에는 쓰레기와 오물로 가득 쌓여 있어, 차에서 내리자마자 코를 찌르는 악취가 풍겨왔다.하영은 코를 막고 깨진 창문과 얼굴에 생채기가 난 채로 대문을 지키고 있는 경호원을 바라보았다.하영은 경호원들에게 다가가 입을 열었다.“오늘은 돌아가서 씻고 푹 쉬고 있어요. 그동안 고생 많았어요.”“강하영 씨, 저희가 청소부한테 연락했으니 곧 도착할 겁니다.”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고마워요.”말을 마친 하영은 별장에 들어섰고, 인기척을 느낀 인나와 주희가 얼른 아래층으로 뛰어내려왔다.인나는 하영을 보자마자 순간 뜨거운 눈물이 앞을 가렸다.“하영아…….”인나는 빠르게 앞으로 달려와 하영을 덥석 껴안았다.“뉴스 봤어! 양다인이 드디어 벌을 받게 됐네!”하영은 그런 인나의 등을 토닥이며 작은 소리로 달래줬다.“그동안 많이 무서웠지?”인나는 고개를 저었다.“네가 해결할 줄 알았어! 하영아, 이제 드디어 5년 동안 짊어진 원한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됐네.”하영은 인나에게 아직 양다인을 돕고 있는 배후가 있다는 얘기를 차마 할 수 없었고, 그저 웃으며 대답했다.“그래, 이제 모든 게 다 끝났어.”인나는 하영을 놓아주고, 들뜬 표정으로 주희를 보며 입을 열었다.“주희 씨, 얼른 그거 줘요!”주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손에 쥐고 있던 종이를 건넸고, 인나는 그걸 다시 하영에게 전해줬다.“하영아, 이거 오늘 별장에서 소동 피우던 사람들 명단이야.”하영은 종이를 받아 힐끔 보더니, 인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이 일은 이제 중요하지 않아.”“뭐?”인나는 눈을 크게 떴다.“내일 아침 일찍 병원에 검사받으러 가자.”“…….”난원. 유준이 별장에 도착했을 때 경호원이 막 두 아이를 데리고 들어왔고, 세준은 턱을 살짝 쳐들고 유준을 보며 입을 열었다.“저한테 보상을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유준의 눈썹이 살짝 치켜 올라갔다.“결국은 너의 엄마를 위한 일인데, 보상 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세준은 유준을 똑바로 직시했다.“엄마를 위한
“데리러 오라고 얘기할게.”유준은 우유를 들어 세희에게 건네 주었다.“이거 마시고 씻어야지.”“네!”다음 날.하영은 잠에서 깨자마자 휴대폰을 들어 실검을 확인했고, 하룻밤 사이에 반전된 호평과 사과의 댓긍르 보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웃었다.그리고 휴대폰을 다시 내려놓으려 할 때 소정에게서 전화가 걸려왔고, 하영은 곁에서 곤히 잠든 인나를 보고 욕실로 들어가 전화를 받았다.“소정 씨, 아침 일찍부터 무슨 일이야?”“대표님!”소정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대표님! 회, 회사가……, 콜록, 콜록…….”말을 꺼내기도 전에 소정은 자기 침에 사레가 들렸고, 하영은 웃음을 터뜨렸다.“예매가 다시 급상승 했지?”“네!”소정은 숨을 고르고 다시 말을 이었다.“지난번에 예매 발표 때보다 세 배나 올랐어요! 대표님, 우리가 드디어 해냈어요!”“이게 모두 직원들이 포기하지 않고 응원해준 결과야.”소정이 울먹이며 입을 열었다.“대표님, 그래서 송년회는 계획대로 개최할 거예요?”“아니. 이따가 다들 어디 놀러 가고 싶은지 통계 내 봐. 여행 비용은 내가 전부 책임질게.”그 말에 소정은 멍해지고 말았다.“지, 진짜요? 대표님!”하영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래, 오늘까지 통계 내서 나한테 보내줘.”“네, 대표님! 감사합니다, 대표님! 대표님이 세상에서 제일 멋져요!”소정은 감격에 휩싸여 외쳤다.전화를 끊은 뒤 하영은 씻을 준비를 했고, 인나가 문을 열고 들어와 눈을 비비며 물었다.“하영아, 아침부터 누구랑 통화한 거야…….”“비서 전화야.”하영은 휴대폰을 세면대 위에 올려 놓았다.“어서 일어나. 병원에 가서 혈액 검사 받아야 하니까, 아침 먹으면 안 돼.”“그래, 알았어.”오전 8시.하영은 인나와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병원에 도착한 후, 여러 검사를 마친 인나가 의사에게 검사 결과를 보여주니, 의사가 몇 번 살펴보더니 입을 열었다.“임신하셨네요.”“그래서 요즘 자꾸 피곤하고, 식욕이 강해졌네요.”인나가 중얼거렸다.
인나는 입술을 적시고 긴장된 마음을 억눌렀다.“네, 지금 시간 괜찮으면 잠깐 만날 수 있어요?”“물론이죠!”현욱은 1초의 고민도 없이 바로 대답했다.“지금 어디에요? 데리러 갈게요!”“집에 있어요.”“10분만 기다려요!”10분 후, 인나는 아파트 아래에서 현욱을 만나 차에 올랐고, 두 사람 사이에 긴장된 기류가 흐르면서 아무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반쯤 운전했을 때, 현욱이 더는 참을 수 없었던지 핸들을 꽉 잡고 먼저 입을 열었다.“나한테 할 얘기 있어서 만나자고 했어요?”인나는 마른침을 삼키고 창밖을 바라보며 대답했다.“커피……, 아니 밀크티 마시러 가요.”그 말에 현욱은 깜짝 놀랐다.‘인나 씨가 밀크티 마시는 건 한 번도 본 적 없는데, 오늘 왜 갑자기 밀크티를 찾지?’밀크티 가게에 도착하자, 현욱은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밀크티 두 잔을 주문하고 한 잔은 인나에게 건넸다.“고마워요.”인나가 밀크티를 받으며 인사를 전하자, 현욱은 맞은편에 앉아 인나의 안색을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다.그리고 약간 피곤해 보이는 인나를 보며 물었다.“요즘 제대로 휴식하지 못했어요?”인나는 밀크티 한모금 마시고 대답했다.“네, 하영이한테 일이 좀 생겨서 제대로 쉬지 못했어요.”“고생 많았겠네요.”현욱이 낮은 소리로 말을 이었다.“혹시 무슨 어려운 일이라도 생겼어요?”인나는 밀크티를 내려 놓은 뒤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가방에서 초음파 사진을 꺼내 현욱의 앞에 내밀었다.“확인해 봐요.”멍한 눈빛으로 인나를 바라보던 현욱은 앞에 있는 종이를 펼쳤고, 보자마자 표정이 굳어졌다.“이거 인나 씨 거예요?”현욱이 놀란 표정으로 눈을 크게 뜨자, 인나는 그런 반응에 화가 났다.“눈이 삐었어요? 거기 분명하게 내 이름이 적혀 있잖아요.”그러자 현욱은 서둘러 설명했다.“아, 아니, 인나 씨가 내 아이를 가졌다는 게……, 믿어지지 않아서 그랬어요.”인나는 화를 내며 초음파 사진을 도로 빼앗았다.“책임지고 싶지 않으면 내일 당장이라도 수술
차의 흔들림이 멈추자 하영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몸을 일으켜 앉으며 입을 열었다.“나 괜찮아요.”하영은 경호원을 보며 물었다.“어떻게 된 일이죠?”경호원이 고개를 돌려 대답했다.“타이어가 터진 것 같은데, 제가 내려가서 살펴보고 오겠습니다.”“네.”하영은 고개를 끄덕이고, 유준과 통화를 계속했다.“타이어가 터진 것 같은데, 이따가 애들을 데리고 집으로 와줄 수 있어요?”“지금 어딘데?”유준이 말투에는 긴장감이 섞여 있었다.“회사 근처에 있어요.”“알았어.”말을 마친 유준은 전화를 끊었고, 하영은 휴대폰을 넣은 뒤 차에서 내려 타이어 앞에 웅크리고 있는 경호원 곁으로 다가가 물었다.“타이어가 터졌어요?”하영의 물음에 경호원이 몸을 일으키며 대답했다.“네, 견인차 불러야 할 것 같은데, 잠시 차에서 기다리고 계세요.”“경고 표지판 세워두는 거 잊지 마세요.”“네.”다시 차에 오른 하영은 견인차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때 진석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하영이 전화를 받자 진석의 부드러운 어조가 흘러나왔다.“하영아, 축하해.”하영은 웃으며 일부러 농담을 던졌다.“진석 씨한테 소식이 느리게 도착하나 봐.”그러자 진석이 웃으며 대답했다.“미안, 나 실검 잘 확인 안 하는 거 알잖아. 병원에서 복직해도 된다는 전화를 받지 않았으면 몰랐을 거야.”“이제 복귀하는 거야?”하영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그래. 내가 전화한 건 일단 어려운 일에서 벗어난 거 축하해 주기 위해서고, 두 번째는 나한테 보상할 필요 없다는 걸 얘기해 주기 위해서 전화했어.”하영은 얼굴을 붉히며 약간 어색하게 입을 열었다.“진석 씨가 병원에 복직할 수 있는 거랑 보상은 별개의 일이지.”“그래도 네 덕분에 이틀 동안 쉴 수 있었잖아.”진석의 목소리는 홀가분해 보였다.“세준이 영상 봤어. 이번에 크게 도움이 됐네.”하영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맞아. 하지만 이번 일은 정유준이 나서서 도와줬어. 그가 세준한테 얘기하지 않았으면 그렇게 순조
유준은 하영을 보며 입을 열었다.“소백중 회장님이 입원하셨다고 들었어.”하영은 입술을 깨물고 대답했다.“자업자득이죠.”“너 그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유준이 떠보듯 묻자 하영은 쓴웃음을 지었다.“내가 왜 돌아가요? 그때 하마터면 나 죽일 뻔한 사실 잊은 건 아니죠?”유준의 입꼬리가 약간 올라갔다.“그것도 좋은 생각이지. 소예준도 회사 그만뒀으니까, 앞으로 소진 그룹이 어떻게 될 지 모르니까.”하영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회사를 그만 둬요?”“몰랐어?”유준의 눈썹이 살짝 치켜 올라갔다.“네 오빠가 얘기하지 않은 모양이네.”“그게 무슨 뜻이에요?”하영이 미간을 찌푸리고 추궁했다.“소예준이 몰래 중요한 프로젝트만 빼돌렸거든. 그래서 지금 소진 그룹은 그저 빈껍데기에 불과할 거야.”하영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소백중의 성격에 예준 오빠가 그런 행동을 했다는 걸 알면 크게 화내실 텐데. 말로만 꾸짖는다면 괜찮겠지만, 만약 고소한다면 감옥에 갈지도 몰라.’하영은 얼른 휴대폰을 꺼내 예준에게 연락하려고 했고, 유준은 그런 하영을 보며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소예준이 회장님한테 고소당해서 옥살이라고 하게 될까 봐 전화해 보려고?”“네!”하영이 심각한 어조로 대답했다.“쓸데없는 걱정이야.”유준이 낮게 깔린 어조로 얘기했다.“지금 소백중 회장님이 기댈 수 있는 건 소예준밖에 없어. 그런데 그를 감옥에 보내면, 곁에는 소진 그룹을 지탱할 만한 사람이 없거든.”“하지만 오빠는 회사를 그만뒀잖아요!”하영이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그런데 어떻게 오빠한테 기댈 수 있죠?”유준이 코웃음쳤다.“소백중 회장이 어떤 사람인지 몰라? 만약 이런 일로 혼란이 생긴다면, 어떻게 김제에 3대 기업으로 살아 남았겠어?”“그럼 방금 소진 그룹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얘기는 무슨 뜻이에요?”하영의 물음에 유준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했다.“만약 소백중 회장님이 너를 찾아온다면 얘기가 달라지지.”“무슨 뜻인지 모르겠네요.”하
시현은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알았어, 알았어. 공주님 제발 살려주세요!!”세희는 그제야 흐뭇하게 손을 거두었다.“참, 지난번에 말한 그 사건 말이에요, 언제 해결하러 갈 거예요?”“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시현이 말했다. “네 몸은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으니까, 지금 계속 바쁘게 움직이면 안 돼. 만약에 저쪽에도 이런 악독한 귀신이 있다면, 너 또 상처를 입을지 몰라. 난 이미 죄책감 때문에 너와 결혼을 해서 평생 챙겨주고 싶으니까,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 정말 방법이 없어.”세희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시현 오빠와 결혼한다고 했어요?”“쳇.” 시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가 어때서? 나도 어깨가 넓고 근육이 있는 미남이라고!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세희는 말문이 막혔다.‘정말 뻔뻔하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칭찬하다니.’세희는 숨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시현 오빠.”“응?”“내가 지금 귀신을 잡는 일을 종사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난 사실 아주 좋은 신붓감은 아니에요. 눈치 없는 귀신들이 가끔 날 찾아와서 귀찮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난 인우와 반대로, 팔자에 음기가 가득 찼거든요.”“그러면 어떻게 되는데?”“7월 중순이 되면 많은 귀신들이 날 찾아올 거예요. 그럼 난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심지어 다칠 수도 있거든요.”“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만약 우리가 함께 한다면, 그 귀신들은 심지어 시현 오빠를 귀찮게 할 거예요.”“그래서, 이것 때문에 네가 최고의 신붓감이 아니란 거야?” 시현은 말을 마치고 웃으며 말했다. “이까짓 일로 내가 물러설 수 있을 것 같아? 세희야, 너도 날 너무 얕본 것 같아.”“그때 가면 나 때문에 모든 일이 잘 안 풀릴 텐데, 그게 두렵지도 않아요?” 세희는 시현에게 물었다.시현은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넌 우빈이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우빈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은 거야? 세희야, 넌 날 뭘로 보고.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난 두렵지
시현과 인우는 비록 귀신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검은 연기가 자신의 앞에서 천천히 흩어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인우는 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누나, 지금 어떻게 된 일이에요?”세희는 몸을 돌려 말했다.“그 귀신은 환생하고 싶지 않아서 이미 죽었어.”“귀신이 죽었다고?” 시현이 물었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뜻이야?”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을 바라보았다.“캐리 아저씨, 이제 그 여섯 명의 귀신을 좀 잡아주세요.”캐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불과 몇 분 만에 겁에 질린 그 귀신들을 세희의 앞으로 데려왔다.세희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들은 그 처녀귀신과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아니면 나와 같이 서낭당에 갈 건가요?”“서낭당에 갈래요!”“우리는 그 여자의 협박을 받아서 여기에 갇힌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벌써 떠났을 텐데!”“죽어도 우리를 괴롭히려 하다니!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이 귀신들은 그 처녀귀신이 사라진 후, 불평하기 시작했다.세희는 그들의 원망을 듣고,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지금 그 처녀귀신을 비난할 면목이 있는 거예요?!”세희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당신들을 죽인 것은 그 여자의 잘못일지라도. 당신들은 자신에게 그 어떤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만약 당신들이 그 여자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귀신으로 되어 이곳에 갇히지 않았겠죠!”“풉.” 한 여자 귀신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요? 그 여자는 늘 자신의 성적을 가지고 남을 비웃었어요. 그러지만 않았어도 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세희는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남의 성적이 우수해서, 당신들은 또 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그걸 자랑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정말 불쌍하네요! 이 세상에 당신들 같은 질투심이 강한 쓰레기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심해요, 당신들은 다음 생에도 이번 생에 지은 죗값을 치러야 하니까!”귀신들은 세희가 한 말에 화가 났지만, 캐리와 인우 때문에 화가
“말이 쉽지!” 처녀귀신은 화가 나서 말했다.“날 죽인 그 사람들은 비록 귀신이 되었지만, 나도 그들이 환생하지 못하게 붙잡아둬야 한단 말이에요!”세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 여섯 명의 학생들이 당신을 죽인 사람이었어요?”“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그들을 죽였을 것 같아요??”“그 사람들 찾아 복수를 한 이상, 이제 그만 그들을 놓아줘요. 이렇게 자신을 괴롭혀가며 그들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더 있을까요?”“그럴 순 없어요! 이렇게 쉽게 환생을 하라고 하는 건 너무 말이 안 되니까!!”처녀귀신이 노발대발했다.세희는 웃었다.“당신은 집념이 너무 커서 줄곧 이곳에 갇혀 있는 거예요. 영원히 자신의 고통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잖아요. 만약 내려가서 벌을 받고 환생하여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난다면, 이것 또한 자신의 과거를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어요?”“이렇게까지 날 가르칠 필요 없어요!”처녀귀신이 말했다.“오늘 당신들이 죽든지, 아니면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하자고요!”말을 마치자, 처녀귀신은 세희를 향해 공격하려 했다.세희는 바로 인우를 부르려고 했고, 이때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빠른 속도로 달려온 캐리는 즉시 그 처녀귀신을 먼 곳으로 밀어냈다.“좋은 말로 타일러도 듣지 않고, 심지어 세희에게 손을 대려고 하다니. 오늘 사라질 준비를 하는 게 좋겠어!”캐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붉은 옷을 입은 처녀귀신에게 말했다.“그게 뭐가 무섭다고.” 처녀귀신이 소리를 질렀다. “나도 이젠 지긋지긋해요! 이 더없이 더러운 세상! 내 부모님은 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들의 돈을 받고 바로 이 일이 없던 걸로 하자고 했어요. 내 오빠는 심지어 그들이 부자라는 것을 알고, 그들을 친구로 여겼고요! 환생할 게 뭐가 더 있겠어요? 환생해도 이렇게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마주해야 하니까, 차라리 날 죽여요. 더 이상 이 징그러운 세상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처녀귀신의 말을 듣고, 캐리는 바로 손을 써서
세희가 이렇게 말하자, 세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저녁 무렵, 인우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세희가 이미 집에 있는 것을 보았고, 무척 흥분해하며 달려갔다.“누나, 돌아왔어요?” 인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때요, 다 나은 거예요?”세희는 의미심장하게 인우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인우야, 오늘 저녁에 나 좀 도와줘.”“그래요.” 인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학교에 가는 거 맞죠?”세희는 의아하게 인우를 바라보았다.“뭐야? 너 이제 무섭지도 않는 거야?”인우는 미소를 천천히 거두었다.“누나, 귀신은 무섭지만, 난 누나가 더 이상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때 누나가 그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난 그날 정말 학교로 달려가서 그 귀신들을 죽이고 싶었어요. 그러나 시현 형이 누나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억지로 참고 가지 않았던 거예요.”세희는 뿌듯해하며 인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우리 인우 다 컸네. 누나를 걱정할 줄 다 알고.”인우는 세희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누나, 난 줄곧 누나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다음에 이런 위험한 일을 하러 간다면, 꼭 나 데리고 가면 안 돼요? 난 누나를 지켜주고 싶어요.”“그래! 저녁에 우리 가족들 함께 밥을 먹은 후에 바로 출발하자!”“좋아요!”저녁에 하영과 유준 그리고 희민이 돌아왔다. 세희가 이미 퇴원한 것을 보고, 세 사람은 기뻐해하며 그녀를 에워싸고 수다를 떨었다.저녁을 먹은 다음, 하영은 세희를 데리고 위층에 가서 간단하게 몸을 씻어주고서야 세희를 보냈다.문을 나서자마자, 세희는 시현이 그의 포르쉐와 함께 집 앞 정원에 있는 것을 보았다.세희와 인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시현을 쳐다보았다.세희가 먼저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에요?”시현은 별장을 바라보았다.“세준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나한테 연락했지 뭐. 네 기사 되어 달라고.”“우리 집에 기사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시현 오빠가 너
“그래, 우빈아, 넌 15년 동안 세희를 좋아했고, 또 세희를 위해 많은 것을 바쳤지. 하지만 그거 알아? 세희는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야. 세희가 만약 무슨 일을 알고 싶다면, 바로 감정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호흡이 흐트러진 우빈은 시현을 바라보며 다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알아요.” 우빈이 대답했다.“세희는 그 누구보다도 감성적이고 또 이성적이죠.”“그럼 만약 세희가 정말 날 선택한다면, 넌 어쩔 계획이야?”“그런 건 없어요.”우빈은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난 세희의 모든 선택을 존중할 거라고. 마찬가지로 다른 걱정 할 필요 없어요. 세희에게 거절을 당했다고 복수를 할 정도는 아니니까요.”시현은 계속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세희와 함께 하더라도 넌 세희와 계속 친구를 하겠다는 말이야?”우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나와 세희는 줄곧 친구였어요. 우리 두 사람이 사귀지 않아도, 앞으로 여전히 사이가 좋은 친구예요. 고 과장님, 세희를 좋아해도 되지만, 내가 세희와 계속 친구로 되는 것을 막을 순 없어요.”시현은 갑자기 웃었다.“그럼 됐어!”우빈은 시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시현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버튼을 눌렀다.“난 내가 세희와 사귀면, 넌 불편해서 세희와 연락 끊을 줄 알았거든.”우빈은 말문이 막혔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이제 세희를 포기하자고. 넌 정말 세희가 필요한 것 같으니까...”말을 하다 시현은 우빈을 힐끗 바라보았다.“네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들은 하지 않겠어. 아무튼 후에 생각해 봤는데, 만약 널 향한 내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세희를 포기한다면, 그건 널 무시하는 것과 같잖아.”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시현은 안으로 들어갔고 우빈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서자, 우빈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어요. 난 확실히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그래도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이런 상황이 아니잖아
시현은 말을 이어받으며 오른손을 들었다.“그때 내 오른손에 피가 가득 묻은 거 있지? 심지어 의사가 네 등의 썩은 살을 모두 베어낸 것을 직접 봤는데, 며칠째 잠을 못 잤어.”“에이, 그건 간단하죠!” 세희는 히죽거리며 말했다.“수면제 처방받으면 편안하게 잘 수 있지 않겠어요?”시현은 웃으며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세희야, 날 원망하고 싶지 않아?”“원망이요?” 세희는 시현의 뜻을 잘 몰랐다.“내가 왜요?”시현은 콧등을 긁적였다.“내가 널 데리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너도 이렇게 다치지 않았을 거야.”세희는 눈을 부라리며 시현을 바라보았다.“그건 시현 오빠 탓이 아니에요. 그 귀신들이 겁도 없이 나한테 덤빈 것뿐이니까요. 다 회복되면 그 귀신들 전부 잡아버릴 거예요!”“또 그곳에 가려고?” 시현은 경악하며 물었다.“그럼요!” 세희는 손을 내밀었다.“일곱 명의 귀신을 전부 다 데려갈 수 있다면, 염라대왕님은 좋다고 박수를 치실지도 몰라요.”시현은 세희의 얼굴에 나타난 즐거운 미소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난 오히려 네가 날 욕하면서 분풀이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홀가분한 말투로 말하는 거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그럼 너무 재미없죠! 난 시현 오빠 돈 뜯어먹는 게 더 좋은 거 같은데? 내가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으면, 날 데리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오케이!” 시현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참, 세준 오빠가 그러던데, 미정 할머니를 찾아갔다면서요?”시현은 숨김없이 대답했다.“응, 가서 어떻게 해야 널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쭤봤어.”“하하하.” 세희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날 보호한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리고 시현 오빠는 귀신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귀신과 싸우려는 거예요? 정의감과 용기로 귀신을 제압하려고요?”“내가 만약 내 정의감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엔 귀신이 없을 거야?”세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냥
시현은 세준 그들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한 다음, 혼자 의자에 앉아 멀리서 세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주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었고,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이때 간호사가 걸어왔다. 시현은 그녀를 보며 얼른 일어나 물었다.“선생님.”간호사는 그를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시죠?”“세희는 언제 중환자실에서 나올 수 있는 거죠?”“이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요 며칠 더 관찰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가씨는 제가 본 여자아이들 중에서 가장 엄중한 상처를 입으신 환자라서요. 잘못하면 흉터가 남을 텐데... 어휴...”말이 끝나자, 간호사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시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이번 생은 철저히 세희에게 빚진 셈이네.’사흘 후, 세희는 중환자실에서 나왔고, 이 일을 알게 된 하영과 유준도 얼른 병원에 찾아왔다.세희가 침대에 엎드려 멍을 때리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가슴이 아팠다.하영은 허리를 굽혀 세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세희야, 미안해. 네 오빠들이 아침에 금방 이 일을 알려줘서, 엄마와 아빠도 이제야 달려온 거야.”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괜찮아요, 엄마. 이거 봐요, 나 아직 멀쩡하잖아요?”하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걱정 마. 무슨 방법을 써서더라도 네 등의 흉터를 치료할 테니까.”“사실 난 이런 거 신경 안 써요. 등일 뿐이니, 평소에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 자신도 볼 수 없으니까,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없어요.”“네가 꾸미길 좋아한다는 거, 여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세준은 벽에 기대며 말했다.세희는 고개를 돌려 세준을 보려 했지만, 상처가 땅기는 바람에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세준은 마음이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다.“좀 움직이지 마. 나도 안 비웃을게.”유준은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너희들은 외국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좋은 성형과 의사를 찾아. 세희의 등에 절대로 흉터 남지 않게.”세준은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오자, 시현은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눈을 뜨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난 세희가 하는 일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데. 그럼 세희를 보호하려면 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지?’생각하다 시현은 핸드폰을 꺼내 세준에게 톡을 보냈다.[그 할머니 지금 어느 호텔에 계시는 거지?]얼마 지나지 않아, 세준은 시현에게 나미정이 지내고 있는 호텔 주소와 방번호를 보냈다.[고마워, 세준아.]세준은 이 문자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세희의 일, 난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야.][날 때리고 싶든, 죽이고 싶든 네 마음대로 해. 다 내 잘못이니 나도 변명할 말이 없어.]이 문자를 보낸 후, 더 이상 답장이 들어오지 않았다.시현도 더 이상 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어 호텔로 갔다.30분 후, 시현은 나미정이 있는 룸 앞에 도착했는데, 잠시 심사숙고한 다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곧 안에서 나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기다려.”문을 열자, 시현이 문밖에 서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약간 의아해했다.“네가 바로 병원에 있었던 그 총각인가?”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 저와 잠깐 얘기를 좀 나누시면 안 될까요?”“그래.” 나미정은 몸을 비키며 말했다. “들어와서 말하자꾸나.”시현은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고, 나미정은 그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무슨 일로 날 찾는 거지?”시현은 긴장이 돼서 두 손을 비볐다.“할머니, 저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해야 세희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평범한 사람이라...”나미정은 웃기 시작했다.“왜, 네가 보기에 우리와 같은 무당은 평범하지 않은 건가?”시현은 멈칫하더니 얼른 설명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아무튼 저희보다 강하고 특수한 능력이 있으시잖아요.”“그것도 다 하늘이 내려준 신기일 뿐이지.”나미정이 말했다.“그러나 우리도 평범한 사람들이야. 밥을 먹어야 하고, 또 때가 되면 죽는 법이니
세희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부적은 비록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여전히 강렬한 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세희는 숨을 들이마신 다음 천천히 일어섰다. 그 순간, 옆에서 놀던 그 귀신들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모두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들의 시선을 알아챈 세희도 눈을 돌려 귀신들을 보았다.‘또 이런 느낌이야! 이곳을 못 나가게 하는 그런 느낌!’세희는 밀려오는 공포를 참으며 용기를 내어 문 앞으로 걸어갔다.문과 가까워질수록 주위의 음기는 더욱 강렬해졌다. 심지어 세희는 자신의 영혼이 억압된 느낌을 받았다.“누나, 무서워하지 마요!!”“세희야! 용기를 내서 그곳에서 나와! 그 귀신들은 널 건드리지도, 널 다치게 하지도 못할 거야!”“누나! 나랑 형들이랑 그리고 고 과장님이 여기서 누나를 기다리고 있어요!”인우와 나미정의 목소리를 듣고, 세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가깝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다가갈 수 없는 문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세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부적이 그려진 손을 들어 다시 시도했다.이번에 그 귀신들은 섬뜩하게 웃기 시작했다. 세희가 문손잡이에 손을 얹으려 하자, 그들은 재빨리 앞으로 돌진했다.이때, 매몰찬 음기가 덮쳐왔고, 세희는 부적이 있는 그 손을 들고 돌아섰다.그 귀신들은 하마터면 세희의 영혼과 닿을 뻔했다. 그러나 세희의 손에서 나는 강렬한 양기가 서려 있는 부적을 감지한 그들은 표정이 돌변했다.세희는 뒤로 물러섰고, 등이 문에 닿는 순간, 재빨리 몸을 돌려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연 후, 그녀는 즉시 뛰쳐나갔다.이때, 줄곧 병상에 누워있던 세희는 눈을 번쩍 뜨더니 숨을 들이마셨다.세희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인우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누나! 왜 이제야 깨어난 거예요!!”그러나 세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눈을 천천히 감았다.인우는 완전히 멍해지더니 당황해진 표정으로 나미정을 바라보았다.나미정은 아주 침착하게 대답했다.“별일 아니야, 피곤해서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