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정을 화를 내며 주전자를 내려놓았다.“사실이 아니니까요! 대표님은 그런 분이 아니란 걸 믿으니까요!”“소정 씨가 믿어서 무슨 소용입니까?”남자 직원은 분개하며 입을 열었다.“믿음이 밥 먹여 줍니까? 일개 비서가 우리 영업팀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나 합니까? 대표님 때문에 우리도 덩달아 욕먹는 건 알아요? 그래도 굽신대면서 답장 보내야 하는 우리 고충을 알기나 하냐구요!”소정은 남자 직원을 노려보며 쏘아붙였다.“이 정도 힘든 것도 견딜 수 없어요? 대표님은 얼마나 많은 비난을 감수하는지 몰라요?”“난 모르겠습니다! 더 이상 못 견디겠어요!”남자 직원은 거칠게 자기 머리를 쓸어올렸다.“대표님한테 분명 문제가 있는 게 틀림없어요. 이대로 가다가 회사가 망하는 것도 시간문제일 겁니다!”“못 견디겠으면 나가세요!”소정이 쏘아보며 말을 이었다.“대표님이 불쌍하네요. 며칠 동안 이런 배은망덕한 자식한테 그렇게 잘 대해 주셨으니 말이에요!”“뭐? 지금 누구한테 배은망덕한 자식이래?”“바로 당신 같은 사람을 얘기하는 겁니다!”소정은 화를 참지 못하고, 앞으로 달려가 남자 직원의 뺨을 때렸다.“씨X, 지금 나 쳤어?”남자 직원도 씩씩대며 소정의 뺨을 때리려고 할 때, 다른 직원들이 얼른 앞으로 나서 두 사람을 말렸다.회의실 앞을 지나가던 하영과 캐리는 시끄러운 소리에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고, 빠르게 회의실로 향했다.캐리가 회의실 문을 여니 소란스러운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고, 캐리는 직원들을 훑어보더니 얼굴에 분노가 떠올랐다.“점심시간에 쉬지는 않고 왜 싸움질입니까?”그중 한 직원이 캐리한테 다가가 방금 있었던 상황들을 설명해 줬고, 얘기를 듣고 있던 캐리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캐리는 화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하영을 보며 입을 열었다.“이 직원을 해고할지 아닌지 네가 결정해.”고개를 끄덕이고 회의실로 들어간 하영은 천천히 직원들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지금 어떤 마음일지 잘 알고 있어요. 제가 나서서 해명하지도 않고, 맞서 싸우
캐리는 잠시 굳은 표정으로 뻘쭘한지 코를 매만졌다.“그러게 왜 수상하게 굴어?”하영은 코코넛 주스를 내려놓고 입꼬리를 올렸다.“캐리, 나 옷 세 벌만 준비해 줘.”캐리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어떤 스타일로?”“캐쥬얼로 두 벌, 그리고 예복 한 벌. 예복은 화려한 레드일 수록 좋아. 그리고 메이크업아티스트 한 명 붙여줘.”하영의 말에 캐리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뭐 하려고?”하영은 시간을 확인하고 대답했다.“내일 소진 그룹 10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려고.”“너 미쳤어? 지금이 어떤 시기인데 10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아주 뭇매를 맞으려고 작정했어?”캐리가 째려보자, 하영은 말없이 웃기만 했고, 그 표정에서 캐리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너 설마…….”“맞아.”하영은 캐리의 말을 끊었다.“이제 판을 뒤집을 때가 온 거야!”……섣달그믐날.소진 그룹 100주년 기념행사.초대를 받은 유명인들은 오후 5시까지 김제에서 제일 호화로운 호텔로 향했다. 호텔 밖에는 경호원들이 양쪽으로 줄을 쫙 지어 서 있었고, 다수의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고 와서 연회에 참석한 재벌가들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그런데 아쉽게도 그들은 모두 얼굴에 가면을 쓰고 있었다.호텔 파우더룸.스타일리스트가 양다인에게 꼼꼼하게 메이크업을 해주고 있었고, 화려한 예복은 눈부신 미모를 돋보이게 해주었다.그때 소백중이 환하게 웃는 얼굴로 파우더룸에 들어서더니, 갓 피어난 꽃처럼 아름다운 양다인의 모습을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다.“우리 다인이, 오늘 정말 예쁘구나.”그 말에 양다인은 고개를 돌려 소백중을 발견하고,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웃으며 다가갔다.“할아버지, 그런 칭찬은 안 하셔도 돼요.”소백중은 양다인의 손을 잡으며 입을 열었다.“우리 다인이 이렇게 어떻게 칭찬을 안 할 수 있어?”양다인은 쑥스러운 표정으로 소백중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할아버지, 잃어버린 저를 찾아 주시고, 또 이렇게 좋은 것만 주셔서 정말 고마워요.”소백중은 흐뭇한 표정으로 양
캐리는 하영에게 얼굴을 닦으라고 물티슈를 건넸다.“네가 나한테 미리 큰 모자를 준비하라고 해서 정말 다행이야. 아니면 머리가 아주 엉망이 됐겠네.”하영은 티슈를 받으며 입을 열었다.“실검 1위에 올랐는지 확인해 봐.”“지금 실검 확인할 기분이 들어?”캐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일단 너부터 좀 챙기는 게 어때?”하영은 그런 캐리를 무시하고 휴대폰을 꺼내 실검을 확인하더니, 1위를 차지한 것을 보고 입꼬리를 올렸다.‘100주년? 절대 쉽게 열리게 할 수는 없지.’하영은 또 예준에게 문자를 보냈다.[내가 얘기한 물건 전부 분비했지?]그러자 예준에게서 빠르게 답장이 날아왔다.[걱정 마. 네가 오기만 기다리고 있으니까.]하영의 눈가에 어둠이 비쳤다.[오빠, 이번 일이 지나면 소백중도 아마 큰 충격을 받게 될 거야.][할아버지도 자기가 얼마나 어리석은 행동을 했는지 아셔야지.]하영은 입술을 깨물고 휴대폰을 내려놓은 뒤 창밖을 바라보았다.‘이번엔 꼭 성공해야 돼!’20분 뒤, 하영은 캐리가 통째로 빌린 호텔 바로 옆에 있는 의류 매장에 들어가, 10분 만에 드레스를 갈아입고 메이크업을 마쳤다.파우더룸에서 나오는 하영을 발견한 캐리는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강하영은 원래도 예뻤지만, 오늘 붉은 립스틱을 칠한 그녀의 모습은 카리스마를 더해주고 있었고, 빨간색 드레스는 눈처럼 새하얀 피부를 더욱 빛나게 하고 있었다.캐리는 저도 모르게 감탄을 연발했다.“G, 앞으로 빨간색만 입어! 오늘 완전 멋있어! 마치 복수의 여왕 같다니까!”하영은 캐리를 흘기며 물었다.“가면은?”캐리는 얼른 손에 들고 있던 반쯤 얼굴을 가릴 수 있는 검은 색 가면을 건넸고, 가면을 쓴 하영은 캐리에게 팔짱을 끼고 입을 열었다.“이제 가자.”캐리는 고개를 끄덕이고 얼굴에 가면을 쓴 뒤 하영과 함께 매장을 나서서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경호원들을 거느리고 호텔로 향했다.소예준이 준 초대장이 있었기 때문에 하영과 캐리는 순조롭게 호텔로 들어
“너 미쳤어?”유준은 가면을 벗고 하영을 향해 소리쳤다.“지금 어떤 일이 벌어졌는데, 지금 여기서 다른 남자와 춤추고 있어?”하영은 유준에게 잡혀 빨갛게 부은 손목을 문지르며 입을 열었다.“유준 씨랑 무슨 상관이죠?”유준도 화가 치밀어 올랐다.“왜 상관없어? 그래도 한때 너의 상사였는데, 이렇게 스스로 망가지는 걸 두고 보란 얘기야?”‘내가 망가졌다고?’정유준의 눈에 고작 그런 모습으로 보였다는 생각에 하영은 눈시울을 붉혔다.그동안 억눌러왔던 고통이 유준의 한 마디에 완전 폭발하고 말았다.“오늘은 양다인이 주인공인데, 주인공한테 가면 되잖아요!”하영은 유준을 향해 바락바락 소리 질렀다.“왜 나한테 와서 귀찮게 굴어요?”말을 마친 하영이 자리를 뜨려 하자 유준은 다시 그녀의 팔을 잡았다.“대체 뭘 하려는 건지 얘기해 봐. 또 그 남자랑 춤이나 출 거야? 남자 손길이 그렇게도 좋아? 그 자식 손이 어디 있었는지 알기나 해?”그 말에 하영은 멍해지고 말았다.‘내가 남자 손길을 좋아한다고? 그럼 양다인이랑 계속 만나는 건 뭔데?’하영은 유준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당신이랑 상관없어요! 알아들었어요?”하영이 다시 춤을 추러 간다는 생각에 유준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고, 바로 그녀를 품으로 끌어당겨 머리를 잡고 입을 맞췄다.그러자 하영의 눈이 커지기 시작했다.“읍……, 당신…….”유준은 놔줄 생각이 없는지 하영의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고, 하영은 고통이 밀려왔지만 활활 불타오르고 있는 눈앞에 있는 남자를 밀어내지 못했다.유준은 계속해서 입술을 탐했고, 하영이 더 이상 저항하지 않는 것을 느끼고 나서야 천천히 그녀의 입술을 놔주고, 어두운 눈빛으로 물었다.“대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 얘기해 줘. 내가 얼마나 도와주고 싶은지 알아? 그런데 혹시 실수라도 해서 너한테 방해만 될까 봐 그렇게 하지 못했어!”유준의 말에 하영의 눈빛이 흔들렸다. 만약 얘기해 주지 않으면, 복수는커녕 이 휴게실을 나서지도 못할 것 같았다.하영
10분 뒤 악단의 연주가 멈추고, 가면을 쓴 사회자가 무대에 올라 소진 그룹의 눈부신 행적을 얘기했다.“이어서 우리 소진 그룹 회장님의 연설이 있겠습니다!”그러자 무대 아래에서 우렁찬 박수갈채가 이어졌고, 검은 양복을 차려입은 소백중이 웃으며 무대에 올랐다.마이크 앞에 선 소백중은 오늘 연회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오늘은 소진 그룹이 10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이렇게 기쁜 날에 저는 중대한 사안을 발표하고자 합니다!”소백중은 무대 아래를 사랑스럽게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이제부터 저의 외손녀를 무대에 모시겠습니다.”그때 하영의 곁에 앉은 사람들이 수군대기 시작했다.“회장님께서 설마 지분을 손녀한테 넘기는 건 아니겠지?”“그럴 것 같은데? 소문에 회장님이 외손녀를 끔찍하게 아낀다고 하잖아.”“…….”사람들이 수군대는 소리를 듣고 하영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니, 주위 사람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하영에게 시선을 던졌다.유준의 시선도 하영을 뚫어져라 응시하더니, 잠시 뒤 스크린 쪽으로 시선을 옮기고 눈을 가늘게 떴다.‘이제 곧 강하영이 찾은 증거들이 화면이 나타나겠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유준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성공의 여부를 떠나서 하영을 위해 마지막 히든카드는 남겨둬야겠다고 생각했다.하영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가는 것을 그저 지켜만 볼 수 없었기에, 유준은 휴대폰을 꺼내 어딘가로 빠르게 문자를 보냈다.“저 여자는 누구죠?”“몰리요. 가면을 쓰고 있는데 누가 알아보겠어요?”“뭐 하려는 거죠? 지금 무대로 올라가는 거 아니에요?”“지금 소진 그룹 외손녀가 무대에 오르는 순서인데, 대체 어쩌려고 저러지?”“어디서 온 미친X인지 모르겠지만, 이따가 곧 끌려나갈 거예요.”하지만 아쉽게도 경호원들은 하영을 보고 막아설 의사가 전혀 없어 보였다.양다인은 드레스 자락을 들고 천천히 무대로 올라가 곁에 서더니 소백중과 포옹하더니, 이내 몸을 돌려 마이크에 대고 입을 열었다.“오늘 소진 그룹 100
무대 아래에서 술렁이는 얘기를 들은 소백중은 하영을 노려봤다.“대체 누구시죠? 왜 저의 연회를 망치려는 겁니까?”하영은 소백중을 향해 다가갔다.“회장님께서 나이가 드셔서 어떤 일은 조작이 가능하다는 걸 모르시는 것 같은데, 양다인은 회장님 외손녀가 아니에요. 그런 정말 모든 주식을 외분인에게 넘길 생각입니까?”“그게 무슨 헛소리야?”양다인은 하영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경호원 어디있어? 당장 이 미친 여자를 끌어내!”경호원이 꼼짝도하지 않는 것을 보자 양다인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소예준……, 소예준이 배치한 경호원들이구나! 지금 여기서 내 정체를 밝힐 생각이야?’양다인은 온몸을 덜덜 떨며 겁에 질린 표정으로 하영을 응시했다.“안 내려가?”하영은 피식 웃으며 비웃었다.“뭐가 겁나서 그래? 내가 증거라도 내 놓을까 봐?”양다인의 호흡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내, 내가 할아버지 손녀가 아니라는 증거 있어? 만약 거짓말이면 소진 그룹을 적으로 돌리자는 거지!”하영은 양다인에게 바싹 다가가 입을 열었다.“어떤게 바로 증거인지 다 같이 한번 볼까?”말을 마친 하영은 CCTV를 쳐다보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무대 아래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숨을 죽인 채, 꼼짝도 하지 않고 무대 위 상황을 지켜보았다.시간은 1분 1초가 흘러가고 있지만 뒤에 있는 스크린에는 아무 변화도 없었다.그러자 하영의 표정도 점점 굳어가기 시작했다.‘캐리와 오빠는 대체 뭐 하는 거야?’“웃겨 죽겠네! 지금 정신병자가 여기서 미친 짓하고 있었던 거네.”갑자기 무대 아래서 누군가 비웃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난 또 무슨 큰 일이라도 난 줄 알았는데, 그냥 소란이였어?”“빨리 꺼져! 쪽팔리지도 않아?”“자기가 뭐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아? 여기가 어딘줄 알고 소란을 피워?”“소진 그룹을 적으로 돌리다니, 이제 넌 죽었어!”무대 아래에서 사람들이 떠들어대는 소리와, 안색이 점점 하얗게 질리는 하영을 보고, 양다인은 순간 불안했던 마음이 싹 가셨다.‘정말 증거
“안녕하세요, 아아, 마이크 테스트. 제 말 들려요?”그때 갑자기 앳되고 익숙한 목소리가 하영의 귀로 흘러들었다.연회장은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모두가 일제히 스크린으로 시선을 돌렸다.눈을 번쩍 뜬 하영이 스크린에 나타난 세준의 모습을 보고 그대로 몸이 굳어져버렸다.‘세준이?’“다들 말씀이 없는 걸 보니 제 말 들리시는 거죠?”세준의 우아한 얼굴엔 미소가 떠올랐다.“저 꼬마는 누구죠?”“외모가 정유준 대표를 닮았네요! 정유준 대표님 아드님 아니에요?”“대표님 아드님 본 적 있는데, 아들이었던 것 같아요.”“그럼 틀림없겠죠. 그런데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거죠?”“모르죠. 일단 조용히 있어 봐요!”세준이 목청을 가다듬었다.“일단 제 소개부터 할게요. 저는 강세준이라고 합니다. 갑작스레 발생한 사건 때문에 저도 어쩔 수 없이 여러분 앞에 나타나게 됐네요. 솔직히 말씀드려서 우리 엄마를 괴롭히는 게 뭐 그렇게 대단한 일이에요? 정말 너무 저급하네요!”세준의 비웃음에 사람들은 술렁이기 시작했고, 그 사이에 앉아 있는 유준은 슬며시 입꼬리를 올렸다.‘상류층 사람들에게 시원하게 욕을 해주다니, 역시 내 아들이야! 배짱도 두둑하고, 카리스마 넘치네!’세준이 계속 말을 이었다.“저기 이름이 양 뭐라고 했지? 함부로 우리 엄마 비난하지 마시죠? 그때 당시 엄마가 살인을 저지른 게 확실해요? 그쪽도 현장에 같이 있었잖아요. 만약 반박하고 싶다면 그 전에 이 영상부터 확인해 보시죠!”갑자기 화면이 바뀌면서 하영과 양다인이 카페에 앉아있는 장면이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소리는 없었지만 뒤에 보면 종업원이 건넨 레몬티를 마신 하영이 쓰러졌고, 그때 화면이 다시 바뀌었다.두 경호원이 쓰러진 하영을 한 아파트로 끌고가기 시작했고, 양다인이 그 뒤를 따랐다. 곧 이어 노란 머리 남자도 그 아파트로 들어갔다.“과정이 좀 길어서 여기서부터 제가 빨리 감기로 보여드릴게요.”말을 마친 세준은 영상을 배속으로 보여줬고, 한참 뒤에 피를 뒤집어쓴 양다인이 아파트에서
얼굴이 파랗게 질려버린 양다인은 불안한 눈빛으로 지금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던 소백중을 쳐다보았다.“할아버지…….”양다인은 얼른 소백중 곁으로 기어갔다.“할아버지,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저 정말 그런 일은 한 적 없어요!”소백중은 생기 없는 눈빛으로 양다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의 귀에는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들이 들려왔고, 가슴은 실망감으로 가득 찼다.‘5년이나 내가 아끼던 외손녀가 가짜라니…….’소백중은 비참한 마음으로 눈을 감고 숨을 들이마셨다.“그만 가거라.”그 말에 양다인의 눈빛이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하, 할아버지…….”“나는 네 할아버지 아니다.”소백중은 힘없이 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우리 집안 체면이 정말 말이 아니게 됐구나.”“할아버지!”양다인은 소백중을 향해 울부짖었다.“강하영 말을 믿으시면 안 돼요. 거짓말이에요, 분명 거짓말하고 있는 게 틀림없어요!”하영이 앞으로 다가갔지만, 소백중은 차마 고개를 들어 하영의 시선을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소백중은 양다인이 억장이 무너진 듯 울어대며 절망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더는 그녀를 상대하지 않았다.잠시 후 소예준이 서둘러 무대 위로 올라왔고, 하영과 시선이 마주치자 살짝 고개를 끄덕인 뒤 양다인 앞으로 다가가 싸늘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이제 진실이 밝혀졌으니, 너도 여기 남아있을 이유 없잖아.”양다인은 양손으로 주먹을 꽉 쥔 채, 매서운 눈빛으로 예준을 노려보았다.“너희 둘이 한통속이 되어 꾸민 짓이지? 할아버지가 나를 내쫓게 하려고 그런 거잖아! 소예준, 나야말로 진짜 너의 동생인데, 대체 왜 남을 돕는 건데?”“드디어 미쳤구나.”예준이 작은 소리로 양다인을 비웃었다.“경호원! 당장 이 여자를 끌어내!”예준의 말에 꼼짝도 안 하던 경호원들이 전부 무대 위로 올라와 양다인을 끌어내기 시작했고, 그녀는 거의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러댔다.“너희들 분명 후회할 거야! 후회할 거라고! 나야말로 진짜 소진 그룹 손녀야. 내가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