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을 꺾을 수 없었던 하영은 예준이 떠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때 유준이 곁으로 다가와 물었다.“저녁은 먹었어?”하영이 대답하려 할 때 캐리가 말을 가로챘다.“아직 안 먹었어요. 집에 갔을 때 먹을 준비하고 있었거든요.”하영은 캐리를 힘껏 째려본 뒤 유준을 향해 입을 열었다.“주희 씨가 저녁 차려놨어요. 정유준 씨, 대체 왜 오빠랑 싸운 거죠?”“누가 먼저 때렸는지 물어보지 그래?”유준이 미간을 찌푸렸다.“양다인과 만나고 있는 걸 오빠가 보고 싸운 거 아니에요?”하영이 따지듯 물었다.“저녁에 영상에서 똑똑히 봤어요.”유준은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꼈다.“나랑 양다인이 만난 건 설명할 수 있어!”“듣고싶지 않아요!”하영은 싸늘한 어조로 거절했다. CCTV를 확인했을 때 양다인이 유준의 손을 잡는 걸 분명히 봤기 때문이다.그런데 무슨 변명이 더 필요하겠는가?유준은 그래도 계속 설명하려고 입을 열려는데, 캐리가 말을 가로챘다.“정유준 대표님, 우리 하영이 듣고 싶지 않다는데, 왜 굳이 설명하려는 거죠? 지금 머리 상처도 다 낫지 않았는데, 더는 골치 아픈 일 만들지 마세요.”유준의 서늘한 눈빛에 캐리는 등골이 서늘해졌고, 다시 시선을 거두었다.확실히 하영은 지금 유준의 말을 거부하고 있었고, 머리에 붕대까지 감고 있어 더 화나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유준은 가슴에서 밀려오는 불쾌한 감정을 꾹 누르며 차가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며칠 뒤에 몸이 많이 회복되면 다시 설명할게.”말을 마친 유준은 차에 올라 떠나갔다.아크로빌.하영과 캐리는 별장으로 돌아오자, 진석은 블록 더미에서 일어서며 물었다.“어떻게 됐어?”하영은 조심스레 외투에서 오른손을 빼내며 대답했다.“오빠 얼굴에 멍이 들었어.”진석은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정유준이 그렇게 잘 싸울 줄은 몰랐네.”“싸움을 배운 적은 없어.”하영은 거실로 향하며 말을 이었다“오빠가 아마 얼굴은 피해서 때렸을 거야.”하영은 애들 곁에 앉았고, 세희가 커다란
“알았어! 오빠, 나 절대 얘기하지 않으니까 걱정하지 마.”이른 아침.주희는 5시 30분에 운동하러 가자고 애들을 깨우러 왔는데, 세준과 세희는 나란히 침대에 누워 꼼짝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주희는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뭐야? 오늘 뭔가 이상한데, 설마 게으름 피우는 건 아니지?”세희가 눈을 비비며 대답했다.“주희 언니, 저 배탈 난 것 같아요.”“저도 배탈 났어요.”세준도 일부러 힘없이 대답했다. 한 사람이 배탈난 것도 심각한데, 두 사람 전부 배탈났다는 얘기에 주희는 깜짝 놀랐다.‘잠깐, 뭔가 이상한데…….’주희는 방에 들어와 문을 닫은 뒤, 양손으로 팔짱을 끼고 두 녀석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얘기해 봐. 또 무슨 꿍꿍이를 꾸미는 거야?”세희는 무고하다는 듯 두 눈을 반짝이며 얘기했다.“주희 언니, 저 정말 오늘 몸이 안 좋아서 그래요.”주희가 앞으로 다가가 세희의 이마를 짚으며 얘기했다.“열은 없는 것 같은데, 혀 내밀어 봐.”세희는 저도모르게 혀를 내밀어 보여줬고, 주희는 한 번 살펴본 뒤 피식 웃으며 얘기했다.“꾀병부린다 이거지? 이런 얕은꾀는 언제 배웠어? 세준이까지 따라서 터무니없이 굴다니.”꾀병이 들통나자 두 녀석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고, 주희도 소파에 앉으며 강하게 나왔다.“무슨 이유인지 얘기해 봐.”세희와 세준은 얌전히 침대에서 일어나 단정히 앉았고, 세희는 고개를 숙이고 입을 열었다.“주희 언니, 제가 아빠 보러 가고 싶다고 얘기해서 그런 거니까, 오빠는 탓하지 마세요. 다 제가 생각해 냈어요.”그 말에 주희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혹시 아빠랑 삼촌이 싸운 것 때문에 보러 가고 싶은 거야?”주희의 물음에 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주희 언니, 엄마가 아시면 분명 속상해할 것 같아서 몰래 가보려고 했던 거예요.”주희는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두 녀석들만이 아니라 주희도 어제 계속 예준의 상황을 물었다.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는 건 드문 일이라는 생각에 주희가 입을 열었다.“그래
“뭐야?”현욱은 전화기 너머로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나 혼자만 이런 곳에 남겨두고 다들 먼저 가버린 거야?”“밤낮으로 술집에 드나드는데 언제 너 신경 쓰겠어?”“정유준! 너는 양심도 없냐?”현욱의 말에 유준은 무덤덤한 어조로 대답했다.“없으니까 끊어.”말을 마친 유준은 전화를 끊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휴대폰이 울렸다.“무슨 일이야?”그러자 프런트 데스크 직원의 공손한 대답이 들려왔다.“대표님, 아래층에서 두 꼬마가……, 대표님을 만나고 싶다고 합니다.”‘두 꼬마?’유준의 머릿속에는 순간 세준과 세희의 얼굴이 떠올랐다.‘그 애들이 왜 나를 찾으러 MK로 온 거지?’“데리고 올라와.”말을 마친 유준은 또 비서에게 전화를 걸어 최대한 빨리 애들이 좋아할 만한 간식을 사 올라고 전했다.5분 뒤, 세준과 세희가 사무실 앞에 나타났고, 밖에서는 비서들이 마치 만화책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두 꼬마를 바라보며 수군거렸다.“저 두 꼬마는 누구죠?”“저도 모르죠! 그런데 한 꼬마는 대표님을 닮은 것 같네요!”“에이, 대표님한텐 아들이 한 명 있잖아요.”“해외에서 돌아온 아이들은 아닐까요?”“세상에, 주머니에 넣어서 데려가고 싶어요. 너무 귀엽지 않아요?”“…….”수군대는 말을 들은 세준과 세희는 일제히 고개를 돌려 창문에 바싹 붙어 자신들을 지켜보는 직원들을 바라보았다.눈이 마주친지 1초도 되지않아 비서들은 부리나케 자기 자리로 돌아가 앉자, 세준과 세희는 할 말을 잃었다.시선을 거둔 세준이 세희를 향해 입을 열었다.“쓸데없는 얘기 하지 마.”세희는 불쾌한 표정으로 세준을 바라보았다.“오는 내내 그 얘기만 했잖아. 주희 언니랑 내 귀에 딱지 앉을 정도야!”세준의 눈가에 경련이 일었다.“됐어. 나 이제 문 열 거야.”문이 열리자, 창가에 서 있는 유준의 곧은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독특한 재단의 양복이 그의 완벽한 몸매를 돋보여 주고 있었는데, 햇살이 쏟아져 들어와 마치 온몸에 금빛을 두른 것 같았다.유준의 뒷모
세준은 당장 이마를 부여잡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지금 세희의 모습은 완전 바보 같았기 때문이다.그러자 세준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다친 곳은 없으니까 괜찮아.”그 말에 세희는 의아한 표정으로 세준을 바라보았다.“정말 괜찮아요? 삼촌보다 싸움 잘해요?”유준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S 국에서 학교 다닐 때 외국인들이 한국인을 많이 괴롭혔는데, 그도 그중의 한 명이었다. 매번 싸우면서 상대를 쓰러뜨릴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었다.지난 일들을 떠올리던 유준은 잠긴 어조로 대답했다.“그렇다고 할 수 있겠지.”조심스레 유준의 기분을 살피던 세희는, 그에게서 약간의 씁쓸한 눈빛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세희뿐만 아니라 세준도 그것을 느끼고 미간을 찌푸렸다.‘설마 할머니 사건 외에 다른 괴로운 과거가 있는 건가?’그때 갑자기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들어와.”문을 열고 들어온 비서가 간식을 한 가득 들고 숨을 헐떡였다.“대표님, 간식 사 왔습니다.”유준이 애들 앞에 놔두라고 턱짓을 하자 비서는 간식을 애들 앞에 하나씩 꺼내놓았고, 테이블에 한가득 쌓인 간식을 본 세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맛있겠다!”세희가 침을 꿀꺽 삼키자, 유준의 눈빛이 부드러워졌다.“좋아하면 많이 먹어. 점심에 맛있는 거 사 줄게.”말을 마친 유준이 비서를 향해 입을 열었다.“오늘 점심 약속 나중으로 밀어.”그러자 비서가 깜짝 놀랐다.“대표님, 그 프로젝트는…….”유준의 눈빛이 어두워지며 불쾌한 어조로 되물었다.“내 얘기 못 들었어?”비서는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알겠습니다, 대표님. 그럼 이만 나가볼게요.”‘프로젝트? 설마 중요한 프로젝트를 미루고 우리를 데리고 밥 먹으러 간다고?’그 프로젝트가 얼마짜린지 약간 궁금해진 세준은 곁에서 다리를 흔들며 신나게 간식을 먹고 있는 세희를 보며 얘기했다.“나 화장실 다녀올게.”세희는 입 안에 젤리를 한가득 넣은 채 고개를 끄덕이며 웅얼거렸다.“그래, 알았어.”세희는 소파에서 내려와 유준을 향해 고개를
순간 유준은 참지 못하고 세희를 안아 올려 다리 위에 앉혔다.“아이스크림은 안 먹어도 되니까, 같이 가도 돼.”유준이 부드러운 어조로 대답했다.‘아빠가 나를 무릎에 앉혔어!’세희는 귀까지 빨갛게 물들이며 대답했다.“감사합니다…….”“휴대폰 있어?”갑작스런 유준의 물음에 세희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없어요. 엄마가 오빠한테만 사 줬거든요.”유준은 미간을 찌푸렸다.‘왜 아들만 편애하고 그래?’“너는 갖고 싶지 않아?”유준의 물음에 세희는 고개를 저었다.“오빠가 대신 전화하고 문자 보내주거든요.”“내가 하나 사 줄까?”유준이 빙긋 웃으며 물었다.“그러면 연락 주고받을 수 있잖아.”물론 단순히 연락만 주고받는 게 아니라, 더 중요한 건 오랫동안 곁을 지켜주지 못한 아이와 친해지는 게 목적이었다.세희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그럼 이건 우리 두 사람만의 비밀인가요?”유준은 세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그렇다고 할 수 있지.”세희는 바로 예쁜 눈웃음을 지으며 새끼 손가락을 내밀었다.“좋아요! 그럼 약속해요!”명품 그랜드 캐슬.어두운 방안에서 천천히 눈을 뜬 주원은 손으로 자기 목을 만지자, 욱신욱신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쑤셔왔다.이불을 젖히고 겨우 몸을 일으켜 힘없이 일어섰는데 머리가 어지러웠다.‘젠장, 또 이 빌어먹을 느낌이네!’주원은 초조한 마음에 서랍을 열어 체온계를 꺼내 체온을 쟀고, 이내 삐빅 하는 소리와 함께 39도라는 숫자가 나타났다.그때 침대에서 자고 있던 양다인이 그 소리에 잠이 깼는지, 몸을 돌려 흐릿한 눈으로 주원을 바라보며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주원 씨, 깼어요?”주원은 싸늘한 눈빛을 숨기고 양다인을 보며 대답했다.“네, 좀 더 자요.”양다인은 체온계에 나타난 붉은 빛을 보고 얼른 몸을 일으켰다.“주원 씨, 지금 열이 나요?”주원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얘기했다.“괜찮아요. 피곤하면 열이 나는 체질이라 그래요.”양다인도 얼른 침대에서 내려와 옷을 입었다.“열이 나는데 그냥 넘
주원은 퇴원하기 전에 의사가 처방한 비타민이 생각났다.[요즘은 안 먹었어요.][지금은 그 약을 끊으시면 안 됩니다. 도련님 체질에는 꼭 장기간 비타민을 복용해야 하거든요.][그러니까 이건 그냥 알레르기인 겁니까?][네, 도련님]주원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열이 나는 것 같은데, 오늘 시간 되면 저희 집으로 오세요.][네, 그럼 점심 때 들러서 수액 놔드릴게요.]양다인은 세수를 마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밥을 먹었는데, 갑자기 변한 주원의 태도에 마음이 불안해졌다.‘혹시 최대한 빠르게 MK에 들어갈 방법을 생각해 내지 못해서 나를 탓하는 건가?’양다인은 정신이 딴 데 팔린 채 죽을 먹다가, 주원이 검은색 하이칼라 웨이터를 입고 식탁으로 다가오자 얼른 웃는 얼굴로 반겼다.“주원 씨, 제가 죽을 담아올게요.”주원은 고개를 끄덕이고 식탁에 앉았고, 양다인은 그의 앞에 죽을 내려놓았다.“저 어제 주원 씨 아버지를 찾아갔어요.”“우리 아버지는 왜 찾아갔어요?”주원의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양다인은 정창만과의 협상을 전부 얘기해 줬고, 그 얘기를 다 들은 주원은 입꼬리를 올렸다.“그래서 내가 어떻게 강하영을 위협하면 되죠?”양다인은 묵묵히 휴대폰을 들어 사진 한 장을 찾아 주원에게 보여주었다.“이걸 봐요. 강하영의 두 아이와 정유준의 혈연관계 증명이에요.”주원은 그 사진을 힐끗 보더니 피식 웃으며 물었다.“이 검사 결과는 어떻게 얻었어요?”양다인은 웃으며 휴대폰을 도로 넣었다.“강하영에 대한 일을 제가 뭘 모르겠어요?”“그러니까 이 검사 결과로 강하영에게 협조하라고 위협하라는 거죠?”주원이 양다인에게 물었다.“네, 이것만 있으면 분명 고분고분해질 거예요.”강하영이라면 분명히 협조할 거라는 걸 주원도 잘 알고 있었다. 그도 이 사실로 협박한 적이 있으니까.주원은 양다인도 꽤 이용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며,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입을 열었다.“다인 씨는 나랑 강하영이 가깝게 지내면 신경 쓰이지 않아요?”“당
하영의 말에 패션팀 팀장이 대답했다.“걱정마세요, 대표님! 디테일 부분까지 전부 확실하게 처리하겠습니다! 이건 우리 TYC의 싸움이니까요!”하영은 팀장의 말에 울지도 웃을 수도 없었다.점심.유준은 아이들을 데리고 밥 먹으러 중국집으로 향했다.주희는 다른 일 때문에 같이 밥 먹으러 가지 않았고, 아이들과 함께 룸으로 들어간 유준은 잠시 화장실에 갔고, 그때 세희가 세준을 보며 물었다.“오빠, 화장실에 왜 그렇게 오래 있었어? 빠진 줄 알았잖아!”세준은 화장실 문을 보더니 대답했다.“그 비서한테 슬쩍 물어보러 갔거든.”“뭘?”세희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뭘 물어보러 갔는데?”세준은 손으로 턱을 받치고 웃으며 세희를 바라보았다.“아빠가 점심에 얼마짜리 식사 약속을 취소했는지 알아?”세희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말 빙빙 돌리지 마, 하나도 재미없으니까.”세준은 눈썹을 치켜 올리며 다섯 손가락을 쫙 펴 보였다.“이 정도 숫자야.”“5천만 원?”세희의 대답에 세준은 어이가 없었다. 그 정도 돈은 자신도 벌 수 있었기 때문이다.“포부를 좀 더 크게 가지는 게 어때?”“그럼 50억?”“더.”“500억?”세희가 질겁하며 묻자 세준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아빠가 우리 때문에 그렇게 큰 계약을 취소할 줄 몰랐어. 그래서 조금 달리 보이기도 하고.”“우리가 아빠 일에 방해가 된 건 아니겠지?”세희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나도 몰라.”세준은 천천히 물잔을 들어 물을 마셨다. 비서가 계약에 대해 얘기한 건 비밀이었기 때문이다.“우와…….”세희는 놀란 얼굴로 두 손을 들었다.“500억이면 대체 0이 몇 개야…….”“11개.”세준이 말을 이었다.“하지만 그 정도 돈은 아빠한테는 그저 작은 숫자일 거야.”세희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작은 숫자라고? 왜? 500억이잖아! 나는 그렇게 많은 돈을 본 적도 없는데!”세준은 어깨를 으쓱했다.“아시아를 주름잡을 정도인데 그 몸값을 우리가 상상이나 할 수 있겠어
인나의 말에 하영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정유준이 뭔가 눈치챈 건가? 그건 안 돼……. 그 사실은 절대 알면 안 돼. 이대로 양육권을 빼앗길 수는 없어!’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하영은 바로 집으로 돌아가 유준이 아이들을 데려다주길 기다렸다.시간이 거의 1시가 되었을 때, 유준은 오후에 있는 회의 때문에 아이들을 아크로빌로 데려다줬다.아크로빌에 도착했을 때, 마당에 차 한 대가 금방 멈춰 섰고 부진석이 차에서 내렸다.진석을 발견한 순간 유준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고, 운전기사가 차 문을 열어주자 유준은 아이들을 데리고 차에서 내렸다.그때 정원에 있던 진석도 그들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유준과 애들을 발견한 순간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세희가 중얼거리듯 진석을 불렀다.“진석 아빠…….”세희의 호칭에 유준의 표정은 더욱 어둡게 굳어졌다.‘내 아이들이 왜 다른 사람을 아빠라고 불러?’유준이 애들을 데리고 다가가자, 진석이 담담한 표정으로 유준을 바라보았다.“정 대표님, 오랜만입니다.”유준의 말투는 싸늘하기 그지없었다.“친한 사이도 아닌데, 오랜만일 것도 없죠!”그 말에 진석이 미소를 지었다.“애들을 데려오느라 수고했어요. 세준아, 세희야, 나랑 같이 들어갈까?”“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군요.”유준이 싸늘한 어조로 거절했다.“정 대표님.”진석은 여전히 표정변화 없이 입을 열었다.“대표님이 애들을 데리고 간 사실을 하영은 아직 모르고 있죠? 이렇게 불쑥 찾아오면 기분 안 좋아할 것 같은데요.”유준이 미간을 찌푸렸다.‘강하영이 집으로 돌아왔다고?’유준이 마당을 둘러봤지만 평소에 하영이 타고 다니던 차는 보이지 않았다.‘주차장에 세운 건가?’유준은 시선을 거두고 입을 열었다.“돌아왔으면 뭐가 달라집니까? 그러는 그쪽은 무슨 자격으로 계속 얼쩡거리는 거죠?”“딱히 자격이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진석은 차분한 표정으로 유준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그건 대표님도 마찬가지 아닌가요?”“어떻게 제가 자격이 없다고 확신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