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라가 수심에 잠긴 얼굴로 입을 열었다.“그래. 예준이가 우리한테 알려줬어. 다만 하영이는 아직 그 사실을 모르고 있어.”소진호는 정유준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며, 눈가에 불쾌한 빛을 띠고 얘기했다.“정 대표는 많이 바쁠 것 같은데 먼저 김제로 돌아가는 게 어때? 우리만으로 충분히 하영을 돌볼 수 있으니까.”유준은 시선을 돌려 소진호를 보며 입을 열었다.“강하영이 깨어날 때까지 아무 데도 가지 않을 겁니다.”“정 대표가 여기 남는다고 무슨 소용이 있나?”소진호는 약간 화난 어조로 말을 이었다.“하영이 깨어나도 정 대표 얼굴은 보고 싶지 않을 것 같은데.”송유라가 얼른 소진호를 잡아당겼다.“여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내가 틀린 말 했어? 저놈이 우리 하영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본인이 제일 잘 알 거야!”소진호는 정유준의 권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전혀 겁내지 않았다.단지 자기 조카인 하영만 눈에 보였고, 자기 조카가 다른 남자의 정부로 살아갔다는 사실을 두고 볼 수 없었다.유준은 입을 다물고, 소진호의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여보.”송유라가 눈시울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오늘은 하영이 보러 왔잖아요.”소진호는 화가 치밀어 올라 시퍼래진 얼굴로 계속해서 정유준을 비난했다.“우리가 잘 모르는 일도 있겠지만, 남자로서 끝까지 책임은 져야지! 여자의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고 방치하는 게 아니라! 책임이라는 책자도 모르는 놈이 짐승이랑 다를 게 뭐가 있어?”허시원은 더는 지켜볼 수 없어 얼른 나서서 한마디 했다.“소진호 대표님, 저희 대표님도 감정이 없는 사람은 아닙니다. 예전에 몇 번이고 강하영 씨를 도와…….”“허시원!”유준이 날카로운 어조로 시원의 말을 자르고 소진호를 보며 입을 열었다.“이전에 범한 실수는 앞으로 어떻게든 갚을 생각입니다.”소진호는 코웃음을 쳤다.“그럴 필요 없어!”“여보!”송유라가 엄숙하게 소진호를 불렀다.“잠시 저랑 얘기 좀 해요!”소진호는 눈에 힘을 줘서 유준을 노려보고 송
양다인은 슬리퍼를 갈아 신으며 생각했다.‘주원 씨 혹시 MK로 들어가려는 건가?’양다인은 주원이 통화를 끝내고 나서야 거실로 다가가 달콤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주원 씨, 저 왔어요.”주원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웃으며 반겼다.“벌써 병원에 다녀오는 길이에요?”양다인은 주원의 곁에 앉았다.“정희민이 지금 무균실에 있어서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없으니 그냥 물어보고 왔죠.”“좀 어때요?”“괜찮은 것 같았어요.”주원의 물음에 양다인은 대충 대답하고 주제를 바꿨다.“주원 씨는 MK로 돌아갈 생각 없어요?”주원은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돌아가고 싶긴 하지만, 내가 가면 누가 환영해 주지 않을 것 같아서요.”“주원 씨, 그건 너무 소극적이잖아요.”양다인이 말을 이었다.“원래 주원 씨 회사인데 정유준이 끼어들었을 뿐이에요.”주원은 한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그 말은 정유준이 내가 회사로 돌아가는 걸 동의하는 방법이 있다는 뜻인가요?”양다인의 주원의 품이 기대며 말했다.“주원 씨만 원하면 도와줄 수 있어요.”주원은 양다인의 어깨를 감싸며 입을 열었다.“다인 씨가 생각하는 것만큼 간단한 일이 아니에요.”양다인은 천천히 눈을 깜빡이며 얘기했다.“사람이라면 누구나 약점이 있기 마련이니까요.”“정희민으로 정유준을 협박하라는 말인가요?”주원이 물었다.“그건 다인 씨가 자폭하는 것과 뭐가 달라요? 바보.”양다인은 피식 웃었다.‘내가 멍청이도 아니고 그렇게 쉽게 나를 들어낼 리 없잖아.’정유준의 약점은 애들 외에 하영도 있었다. 그녀에게 일이 생기자마자 유준이 그 먼 곳까지 날아간 것을 보면 하영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으니까.양다인은 고개를 들어 주원을 바라보았다.“주원 씨, 돌아가고 싶은지 아닌지만 얘기해줘요.”주원은 양다인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했다.“물론 돌아가고 싶죠.”주원은 유준이 자신을 원망하면서도 아무것도 못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제가 만약 주원 씨가 MK로 돌아갈 수 있게 도와준다면, 앞
“하영아.”유준의 입술이 열렸다.“언제 일어날 거야? 희민이가 너 기다리고 있어…….”유준은 말을 하며 면봉에 물을 묻혀 하영의 갈라진 입술을 닦아 주었다.“앞으로 다시는 오해하지 않고, 네 얘기부터 잘 들을게.”유준의 목소리는 점점 울먹임이 섞이기 시작했다.“네가 깨어난다면 말이야.”“예전에 내가 얼마나 잘못했는지 이제야 알았어. 계속 의심을 했던 건 결국 네가 내 곁을 떠날까 봐 겁이 나서 그런 거야. 소예준과 결혼한 사이라고 오해했을 때 나 정말 힘들었어. 그래서 다시는 너를 귀찮게 하지 않을 거란 말을 했던 거야. 우리 예전으로 돌아가면 안 될까? 너만 내 곁에 있어 준다면, 모든 걸 너한테 맡기고 싶어…….”뜨거운 눈물이 하영의 손등 위로 떨어졌고, 그 순간 하영의 손이 미세하게 움직였지만, 유준은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다.하고 싶은 말을 마친 유준은 다시 하영의 곁에 앉아 있었고, 시원이 돌아와 주주들이 영상회의를 해야 한다고 얘기한 뒤에야 자리에서 일어났다.유준은 병실을 나서기 전에 하영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를 남겼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시원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제삼자인 내가 봐도 대표님이 얼마나 하영 씨를 사랑하는지 알 수 있는데, 왜 하영 씨는 모를까?’아크로빌.진석은 9시까지 애들이랑 놀아주다가 집을 떠났고, 아래층에서 시동이 걸리는 소리에 세준과 세희는 눈을 번쩍 떴다.두 사람은 창가에 서서 진석의 차가 떠나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빠르게 방을 나와서 주희를 찾으러 갔다.3층.방에 앉아 문자를 보내던 주희는 갑자기 쳐들어온 두 녀석을 보고 깜짝 놀랐다.“주희 언니!”세희가 주희 곁으로 다가와 다급하게 물었다.“언니가 저랑 오빠를 데리고 엄마 보러 가면 안 돼요?”세준도 도와달라는 눈빛으로 주희를 바라보자, 두 녀석의 단순한 집요함에 두 손을 들었다.“왜 진석 씨한테 얘기하지 않아?”세준이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진석 아빠는 우리가 엄마 보러 가는 걸 동의하지 않아요.”세희도 뾰로통한 표정으
그때 예준은 호텔에서 삼촌 부부와 회사 일로 얘기를 나누던 중이었는데, 세준의 전화에 대화가 끊겼다.세준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고 전화를 받았다.“세준아, 무슨 일이야? 왜 이 시간에 전화했어?”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던 소진호와 송유라의 눈가에 기쁨이 흘렀고, 두 사람의 시선을 느낀 예준은 할 수 없이 스피커폰으로 전화를 받았다.그때 차분하고 앙증맞은 세희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삼촌, 우리 엄마 보러 가고 싶어요.”“거리가 너무 멀어…….”“주희 언니가 있잖아요!”세희가 예준의 말을 끊었고, 예준은 울지도 웃을 수도 없었다.“이 시간까지 안 자고 있던 게 그 일 때문이야? 너희 엄마 지금 괜찮아…….”“괜찮다면서 왜 우리 전화를 안 받아요?”세희가 되묻자 예준은 한숨을 내쉬었다.“아직 깨어나지 못했어.”“그래서 삼촌은 지금 우리를 속이고 있는 거죠?”세희가 인정사정없이 속속히 파헤치자, 예준은 말문이 막혔다.“그래, 오고 싶으면 와도 돼. 시간 맞춰 공항으로 나갈게.”“네!”세희가 대답했다.“주희 언니, 지금 티켓 사 주세요.”“티켓은 내가 살게. 제일 빠른 항공편이면 되지?”“좋아요!”예준의 물음에 세희가 흥분하며 대답했다.“고마워요 삼촌, 사랑해요!”예준이 웃으며 전화를 끊었고, 애들과 주희 티켓을 구매했다. 그러자 송유라가 격동된 표정으로 예준을 바라보았다.“하영이 애들을 우리가 좀 만나볼 수 있을까?”“좋아요. 여기 있으면 두 분이 좀 보살펴 주세요.”“그래, 그래.”송유라는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었다.“우리가 애들을 봐줄게!”소진호도 덩달아 기뻤다.“예준아, 진작에 우리를 만나게 해줬어야지.”“갑자기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영의 의견에 따랐을 겁니다.”“정말 삼촌을 똑 닮았다니까, 늘 동생 의견이 제일 먼저라니까…….”송유라가 웃으며 얘기하자, 예준의 눈빛이 갑자기 어두워졌다.“어머니가 돌아가신 건…….”“이미 오래전에 지나간 일이니까, 너도 이제 그만 내려놓을 때도 됐어.”소진호
송유라가 또 뭔가 물어보려 할 때, 예준이 말을 끊었다.“일단 차로 갈까?”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고 예준을 따라 차에 오른 뒤, 병원으로 향했다.가는 길에 예준이 설명했다.“세희야, 세준아, 너희들 아빠도 지금 병원에 있어. 하지만 엄마랑 비밀 지키기로 약속했던 거 잊지 마.”세희는 아래를 쳐다보며 쓸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아빠라고 부르면 안 된다는 거 알아요.”“저도 얘기하지 않아요.”세준도 대답했지만 예준은 그래도 시름이 놓이지 않았다.“내가 너희들 삼촌이란 사실을 알아버렸어. 만약 정유준이 너희한테 자기 자식이냐고 물어보면 어떻게 대답할 거야?”세희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아빠가 다 아셨어요? 그럼 저를 알아보지 않을까요?”“바보야!”세준은 세희의 머리를 콩 하고 내리쳤다.“얘기하면 안 된다고 몇 번을 얘기했어? 만약 그렇게 물어보면 당연히 모른다고 해야지!”세희는 억울한 표정으로 머리를 감싸 안고, 미처 불만을 털어놓기 전에 송유라가 세희를 품에 안고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세희야, 할머니가 안아도 괜찮지?”세희는 발을 흔들며 웃는 얼굴로 송유라를 바라보았다.“괜찮아요! 할머니 정말 예쁘시네요! 피부 관리는 어떻게 하셨어요?”송유라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세희는 이렇게 어린 나이에 벌써 피부 관리라는 것도 알아?”세희는 헤헤 웃었다.“제가 아는 게 얼마나 많은데요!”소진호는 송유라가 세희와 놀아주는 것을 보고, 세준에게 말을 건넸다.“세준아.”소진호가 애정섞인 어조로 부르자, 세준은 소진호를 바라보며 우아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할아버지.”“세준이는 평소에 뭘 좋아해? 오늘 처음으로 만나는데 선물을 안 가져와서 그러는데, 이따가 같이 사러 갈까?”세준은 웃으며 거절했다.“아니에요. 장난감이라면 집에 많이 있어요. 엄마가 물건은 필요한 만큼 사용하는게 좋다고 하셨거든요. 낭비하면 안 된다고.”“애들이 어쩜 너무 사랑스럽네!”송유라는 참지 못하고 칭찬을 아
그 말은 유준이 하고 싶었던 말이기도 했지만, 결국엔 한 마디도 내뱉지 못했다. 아직 자기가 두 아이 아빠라고 밝힌 건 아니었으니까.세희는 하영의 손을 꼭 잡고 울었다.“엄마, 저랑 오빠 여기 있으니까 얼른 일어나세요.”송유라는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들어 가방에서 티슈를 꺼내 세희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얘들아 울지 마. 급히 오느라 아직 밥도 못 먹었을 텐데 할머니랑 같이 밥먹으러 갈까?”흐느끼는 세희의 작은 몸이 끊임없이 들썩였다.“엄마 곧 깨어나시는 거죠?”“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꼭 깨어날 거야.”세희는 힘껏 고개를 끄덕였고, 세준은 눈이 붉게 충혈된 유준을 보며 물었다.“계속 엄마 곁에 계셨어요?”갑작스러운 질문에 유준은 어쩐지 기쁜 마음이 들었다. 특히 두 아이가 어쩌면 자기 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부터, 애들이 잠시라도 눈길을 주면 가라앉았던 기분마저 좋아지는 것 같았다.“그래. 병원은 깨끗하지 않으니까 얼른 가.”그 말을 내 뱉고 유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마음속으로 후회하기 시작했다. 왠지 그 말투가 마치 그들을 반기지 않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아서 다시 해명하려고 할 때, 세희가 입을 열었다.“엄마가 걱정돼서 보러 왔을 뿐이에요.”유준은 시선을 피하며 얘기했다.“그래, 알아. 얼른 밥 먹으러 가.”“엄마 잘 지켜줘요!”세준은 진지한 얼굴과 말투로 얘기했다.“저희도 금방 올 거예요!”“그래.”유준의 대답에 안심한 세준은 세희의 손을 잡고 소진호와 송유라, 그리고 예준을 따라 아쉬운 마음을 안고 병실을 나섰다.조용히 문이 닫기고나자 침대에 누워있던 하영의 눈초리가 파르르 떨렸다. 그 미세한 동작을 캐치한 유준은 얼른 몸을 일으켜 침대 옆으로 다가갔다.“하영아.”유준이 긴장된 마음으로 하영을 부르자, 그녀는 마치 부름에 대답이라도 하듯 미간을 약간 움찔했다.유준은 바로 침대 맡에 있는 호출벨을 눌렀고, 곧 간호사들이 들어왔다.“방금 반응을 보였는데 곧 깨어날 수 있는 겁니까?”간호사가 앞
“그런 말이 무슨 소용이야?”유준은 싸늘한 눈빛으로 인나에게 물었다.“조용히 해요!”인나가 불만섞인 어조로 유준의 말을 끊었다.“그럼 대표님이 직접 얘기하지 그래요?”유준이 막 반박하려고 할 때, 인나가 또 입을 열었다.“지금은 근무시간이 아니니까, 상사가 부하직원 대하듯 하지 말아주세요. 대표님보다 제가 더 하영을 잘 알아요!”유준은 서슬퍼런 얼굴로 인나를 노려보며 얘기했다.“그럼 얼른 깨어나게 해 봐!”인나는 입을 약간 삐죽이고 다시 하영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하영아, 너 계속 그렇게 일어나지 않으면 너의 세쌍둥이가 고아가 되잖아!”그 말에 유준의 이마에 핏줄이 섰다.‘지금 나를 죽은사람 취급하는 거야?’“하영아, 세준이와 세희, 그리고 희민이까지 너 때문에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이루는 모습을 보고 싶어?”인나의 말이 끝난 순간, 강하영의 눈꺼플이 눈에 띄게 움직였다. 유준과 인나는 갑자기 숨을 죽인 채 조용히 하영의 반응을 살폈다.드디어 산소마스크 아래로 하영의 입술이 약간 움직였고, 천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인나는 얼른 하영의 눈 앞에 손을 흔들어보였다.“하영아! 일어났어?”하영은 눈을 깜빡이며 인나를 향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자, 인나는 그제서야 시름을 놓았고, 침대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아 눈시울을 붉혔다.“세상에, 드디어 일어났구나!”유준도 안도의 한숨을 돌리며 부드러운 눈빛으로 물었다.“아직도 많이 아파?”“대표님.”인나는 유준을 흘겨보았다.“뭘 쓸데없는 걸 묻고 그래요? 몸이 이 지경이 됐는데 당연히 아프죠!”유준은 인나를 무시하고 계속 물었다.“물 마실래?”하영은 앞에 있는 많이 지쳐보이는 남자의 모습을 바라보더니, 눈빛이 복잡해졌다.눈을 뜨지 못했던 이틀 동안, 하영은 흐릿한 의식 속에서 유준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그의 참회에 마음이 복잡해졌고, 한동안 그것들을 직시하기 어려웠다.하영은 눈을 감고 손을 들어 올리려 애썼지만 힘이 없었고, 목구멍은 메말라 버려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
존슨은 현욱을 몰랐지만, 그는 존슨의 사진을 본 적이 있었기에 그녀를 보자마자 이름을 불렀다.“존슨?”자료를 들고 있던 존슨은 고개를 돌려 현욱을 위아래로 살펴봤다.“누구?”현욱은 앞으로 다가가며 얘기했다.“저 유준이 친구이자 예전에 인나 씨 의상 디자인을 맡겼던 사람이기도 하죠. 현욱이라고 합니다.”존슨은 비로소 현욱을 알아봤다.“그렇군요! 그런데 무슨 일로 불렀죠?”“유준을 찾으러 왔나요?”존슨은 손에 든 서류를 흔들어 보였다.“새 디자인의 디테일 부분을 디자인 팀과 상의해 보고, 견본을 만들 때 조심하라고 얘기해 주러 왔죠.”“유준은 지금 자리에 없는데, 전화해 보지 않았어요?”그러자 존슨이 웃으며 대답했다.“정유준에 관한 연락처는 하나도 저장한 적 없다고 하면 믿겠어요?”‘그걸 누가 믿어?’하지만 견본을 만드는 일이라면 현욱도 잘 알고 있었다. 그건 인나가 책임지던 일이었기 때문이다.현욱은 이것도 인나를 찾아갈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혹시 저를 믿으신다면 주의 사항들을 저한테 얘기하면 제가 전달해 드릴게요. 왜냐하면 두 사람 지금 같이 있거든요.”현욱의 말에 존슨은 깜짝 놀랐다.“정유준은 분명 내 제자랑…….”“하영 씨가 사고를 당해 입원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어요?”현욱은 충격받은 표정을 지었다.‘스승이라는 사람이 뭐 이래? 이렇게 떠들썩한 기사도 보지 못 했다고?’“입원? 어느 병원인데요? 많이 다쳤어요? 심각해요? 지금은 어때요?”존슨은 질문공세를 퍼부었고 현욱은 하나하나 대답해 줬고, 그제야 긴장된 안색이 풀리기 시작했다.“그럼 괜찮네요. 간호할 사람도 많으니 내가 없어도 되네요.”“…….”‘참 진부하지 않은 사람이네.’존슨은 디자인 원고를 들어 현욱의 품에 안겨줬다.“그럼 현욱 씨가 대신 전해줘요. 번호 남기면 주의사항은 문자로 보내줄게요.”“네.”현욱은 부리나케 F시 F구에 있는 병원에 도착해 유준에게 전화를 걸었고, 곧 유준의 잠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무슨 일이야?”현욱은 입원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