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준이 포스트잇을 넘겨받았다.[세희야, 네가 이번에 힘든 고비를 넘어야 한다는 거 알아. 하지만 우리 세희는 세상에서 제일 용감한 어린이잖아. 다른 사람은 평생 겪지 못할 모험을 겪게 됐지만, 엄마가 돌아왔을 때 우리 세희가 다시 예전처럼 톡톡 튀는 성격으로 돌아왔으면 좋겠어.]세준이 쪽지를 읽어주자 세희는 그 쪽지를 품에 꼭 껴안고 구슬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오빠, 나 절대 엄마한테 걱정 끼쳐드리지 않을 거야. 꼭.”세준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우리 세희가 세상에서 제일 대단해!”하영과 캐리는 F 시에 도착했고, 직원들이 물건을 전부 화물차에 실은 뒤 F 구로 향했다.차에 앉자마자 하영은 제일 먼저 애들에게 전화를 걸었고, 이내 전화기 너머로 세준과 세희의 숨 가쁜 소리가 들려왔다.“엄마, 비행기 내렸어요?”다른 때와 다른 세희의 목소리에 하영은 소리 내 웃었다.“두 사람 왜 그래? 뛰고 있었어?”“맞아요, 엄마!”세희가 얼른 대답했다.“주희 언니랑 뛰고 있었어요!”하영이 한시름 놓으며 입을 열었다.“우리 세희 참 대단하네. 엄마 이미 F시에 도착했으니까 물건만 전달하고 바로 돌아갈게.”“네! 오빠랑 기다리고 있을게요.”몇 마디 안부를 전한 뒤 하영은 전화를 끊었고, 운전 기사가 하영을 쳐다보며 말을 건넸다.“아직 젊어 보이는데 벌써 아이가 있네요.”하영은 자기 얼굴을 만지며 물었다.“그래 보이지 않아요?”“전혀요. 도시에서 오신 거죠?”운전기사의 물음에 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확실히 짧은 거리는 아니네요.”“이런 산길은 처음이죠?”“네, 기사님은 이 고장 사람이에요?”“저는 자양산에서 내려왔어요. 거기가 제 고향이거든요!”하영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그래요? 거기 상황에 대해 얘기해 줄 수 있어요?”“힘들죠.”운전기사는 한숨을 내쉬었다.“힘들다는 말 외에 뭐라 해줄 얘기가 없네요. 제가 글을 배운 적이 없어서 표현을 잘 못합니다…….”“괜찮아요.”하영은 얘기하며 맑은 하늘을 바라보았
“캐리, 무슨 일이야?”“G, 지금 비가 와서 기사님이 너무 위험하다고 하는데, 거기 상황은 어때?”하영이 위로의 말을 건넸다.“기사님보고 조심해서 운전하라고 해. 한 시간 반이면 도착하니까 조금만 참아. 여기서 멈추면 안 되거든.”“난 괜찮아! 그런데 너는 무섭지 않아?”캐리의 물음에 하영이 대답했다.“나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알았어.”캐리가 전화를 끊으려 할 때, 곁에 있던 운전기사가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큰일 났습니다!”운전기사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앞을 보며 입을 열었다.“비가 너무 많이 와서 산사태가 일어났어요!”캐리가 운전기사의 시선을 따라 바라보니, 대량의 흙이 빗물에 씻겨 흘러내리고 있었다.이어서 전화기 너머로 하영의 비명이 들려왔고, 캐리는 얼른 휴대폰에 대고 큰 소리로 얘기했다.“G, 산사태가 발생해서 대량의 흙이 아래로 떠밀려오고 있어!”말이 끝나기 바쁘게 커다란 소리가 귀에 전해졌고, 캐리가 소리를 따라가 보니 앞에는 사람 키의 반이나 되는 바위가 굴러 떨어지고 있었다.게다가 바위가 굴러떨어지는 방향은 바로 앞에 있는 하영이 앉은 차가 있는 위치였다.캐리의 눈이 커졌다.“G! 바위가 떨어지고 있어!”말이 끝나자마자 바위는 순식간에 아래로 떨어졌고, 캐리의 눈이 점점 커지더니 격노하기 시작했다.“강하영!”MK.시원이 태블릿을 들고 회의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그때 주주들과 프로젝트에 대해 상의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쳐들어온 시원 때문에 대화가 끊겼다.유준은 미간을 찌푸리고 경솔하게 회의실에 쳐들어온 시원을 보고 화난 어조로 꾸짖었다.“허시원, 제대로 하고 싶지 않으면 당장 그만둬!”그러자 시원이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대표님, 강하영 씨한테 사고가 났습니다! 산사태가 발생했는데 커다란 바위가 강하영 씨가 앉은 화물차에 떨어졌다고 합니다!”그 말에 온몸이 굳어져 버린 유준의 눈이 점점 커지기 시작하며 머리가 텅 비어버렸다.“뭐라고?”허시원은 태블릿을 유준에게 건네주었다.“대표님,
전화를 끊은 예준은 바로 헬기를 보내달라고 연락했다.F구.하영은 구조대원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고, 캐리는 구조대원과 함께 침대를 밀며 응급실로 향했다.“보호자는 여기서 기다려 주세요!”간호사가 몸을 돌려 캐리를 막았고, 그는 눈물범벅이 된 채 간호사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제발 우리 하영이 좀 살려주세요. 꼭 살려주셔야 해요!”“최선을 다하겠으니 부디 침착해 주세요.”말을 마친 간호사는 캐리의 손을 뿌리치고 응급실로 들어갔고, 문이 닫히고 캐리는 하영의 피로 얼룩진 손을 내려다보며 머리를 움켜잡았다.‘직접 가지 말라고 끝까지 말렸어야 했는데! 내가 왜 좀 더 강하게 밀어붙이지 못했을까? 내가 말렸으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 거야!’하영한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캐리는 자신을 용서하지 못할 것 같았다.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고, 캐리는 벌벌 떨리는 손으로 몇 번이나 화면을 터치해서야 전화를 받았다.그리고 울음이 터져 나오는 것을 꾹 참고 입을 열었다.“여보세요.”“정유준입니다!”유준의 차가운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흘러나오자 캐리는 깜짝 놀랐다.“어떻게 우인나 폰으로 저한테 전화하는 거죠?”그때 유준의 불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지금 하영이 상황은 어떻습니까?”그 얘기에 캐리는 또 울음이 터져 나왔다.“정말 많이 다쳤어요. 온몸에 피를 뒤집어썼는데 지금 수술실에 들어가서 자세한 건 저도 몰라요.”캐리의 말에 유준은 누군가 심장을 도려낸 것처럼 아팠고 눈앞이 캄캄해졌다.“의사한테 반드시 살려내라고 하세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꼭 살려내야 합니다!”유준이 이를 악물고 얘기했다.“저도 알아요!”“금방 갈 테니까 곁에 있어 주세요.”“네, 기다릴게요.”오후 3시 30분.유준과 인나는 제일 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해서 차에서 내렸을 때, 옆에 또 다른 차량이 멈춰 섰다.다급하게 차에서 내린 예준이 응급실 쪽으로 뛰어가고 갔는데, 유준과 인나를 발견하지 못한 것 같았다.그걸 본
“대표님, 하영은…….”“지금 왜 또 하영과 예준 형의 관계를 신경 쓰는 거죠?”우인나가 말을 하려고 할 때, 캐리의 잠긴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는데, 분노한 그가 유준을 노려보며 소리 질렀다.“하영은 지금 저기 누워서 생사를 알 수 없는데, 여기서 그딴 것을 신경 써서 무슨 소용입니까? 예준 형의 행동을 보고도 아직도 모르겠어요? 남매니까 수혈이 가능한 거잖아요!”인나는 얼른 캐리의 입을 틀어막았다.“지금 무슨 헛소릴 하는 거야?”캐리는 인나의 손을 떼버리고 계속 말을 이었다.“나 헛소리한 적 없어! 하영은 예준 형의 친동생 맞잖아!”인나는 골치가 아팠다.‘캐리 이 자식은 화만 나면 전부 불어버리는 게 문제야.’인나는 고개를 돌려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제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유준을 보고 조심스레 물었다.“대표님, 이제 사실을 다 알게 됐는데, 더 묻고 싶은 게 있나요?”유준은 침을 꿀꺽 삼키고 어두운 눈빛으로 물었다.“그런데 왜 나한테 숨긴 거지?”“그걸 몰라서 묻습니까?”캐리가 참지 못하고 유준을 비웃었다.“다 당신이 저지른 잘난 행동 때문이잖아요!”“캐리!”인나가 화를 내며 캐리의 말을 잘랐다.“이제 그만하면 안 돼? 이건 두 사람 일이니까 우리가 함부로 떠들어 댈 자격 없어!”“아무튼 쌤통이야! 속이는 게 당연하지!”정유준은 수술실을 바라보았다.‘내가 그렇게 못난 놈이었나? 5년이나 찾아다녔는데, 그래도 나쁜 놈인 건가?’유준은 질식할 정도로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끼며 눈시울을 붉혔다.‘어쩌면 그럴지도.’하영이 유준을 피해 김제를 떠나서 5년이나 종적을 감췄다가 다시 돌아왔을 때, 유준에게 좋은 말 한마디 한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면, 유준도 자신을 믿지 않는 사람에게 그 어떤 정보도 말해주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이제 와서 어떻게 보상할 수 있을까?’곁에 있는 인나가 책망하는 눈빛으로 캐리를 바라봤고, 캐리는 다른 사람 생각 따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인나는 한숨
예준은 머리가 어지럽고 힘이 없는 것 외에 별다른 문제는 없었고, 인나는 예준의 병실 침대 옆에 앉았다.“예준 오빠, 정유준이 오빠랑 하영이 관계를 다 알았어요.”예준이 쓴웃음을 지으며 얘기했다.“괜찮아, 어차피 알게 될 사실이야.”“그럼 아이들은…….”“하영이 깨어나면 직접 얘기하라고 해야지. 캐리가 얘기한 거지?”인나의 물음에 예준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캐리가 얘기하지 않았어도 정유준이 눈치챘을 거야.”예준은 고개를 끄덕이고 지그시 눈을 감았다.“하영이 돌봐주러 갔지?”인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쫓아버릴 생각이에요?”“그럴 필요 없어. 하고싶은 대로 하게 내버려 둬. 한 사람이라도 더 하영을 돌봐줄 수 있다면 좋은 일이지.”“의사한테 가서 보혈약을 처방해 달라고 할게요.”“그래, 수고 해줘.”“저한테 너무 그러실 필요 없어요.”같은 시각.유준은 병원비를 지불한 뒤 중환자실로 왔고, 캐리는 담담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저는 할 일이 있어서 이제부터 하영을 잘 부탁해요.”유준과 캐리는 유리를 사이에 두고 호흡기를 달고 있는 하영을 바라보았고, 유준은 남몰래 한숨을 돌렸다.“도와줄 사람을 불러오겠습니다.”“그럴 필요 없어요!”캐리가 유준을 노려보았다.“우리 회사 일에 상관하지 마시고 하영이나 잘 돌봐줘요. 아니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유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겉옷을 집어 들고 병원을 나서려던 캐리가 내키지 않은지 다시 돌아왔다.“하영은 대체 그쪽이 뭐가 좋다고 그러는지 이해가 안 가네요!”유준은 눈을 들어 의아한 표정으로 캐리를 바라보며 물었다.“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죠?”“하영이 그쪽 때문에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알아요?”캐리가 약간 떨리는 입술로 얘기했다.“5년 간 S국에 있을 때도 TV에 그쪽 얼굴만 나와도 몰래 눈물을 훔쳤어요! 술에 취하면 그쪽 얘기만 했어요. 며칠 전에도 울면서 집에 돌아왔는데, 제가 하영의 모든 주변사람을 대신해서 부탁하는데, 제발 우리 하영이한테 상처주지
“아닙니다. 환자와는 어떤 관계죠?”유준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 입을 열었다.“애들 아빠입니다.”말을 마친 유준은 속으로 스스로를 비웃었다. 그 외에 어떻게 자신을 소개해야 할 지 몰랐기 때문이다.“알겠습니다. 환자가 병원에 실려온 원인은 무엇이죠?”……아크로빌.세준과 세희는 불안한 마음으로 휴대폰으로 기사를 보고 있었고, 세희가 울먹이며 물었다.“어떡하지? 엄마가 많이 다쳤을까?”“나도 몰라.”세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내가 삼촌한테 전화해서 물어볼게.”하영은 고개를 끄덕이고 세준이 전화하는 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신호음이 한참 울리고나서야 세준의 피곤에 젖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세준아.”“삼촌, 지금 어디세요?”세준이 다급하게 물었고, 예준은 애들이 전화해서 물어볼 것을 예상한 듯 솔직하게 얘기했다.“지금 병원이야.”“엄마는 어때요? 혹시 다쳤어요?”“그래, 조금 다치긴 했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아니야. 그러니까 집에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그때 세희가 휴대폰을 뺏아들었다.“삼촌, 엄마랑 얘기하고 싶은데, 엄마가 전화를 받지 않아요.”“세희야, 엄마는 지금 휴식이 필요해.”예준이 부드러운 어조로 다독이자, 세희가 의아한듯 물었다.“엄마 지금 잠들었어요?”“그래, 깨어나면 제일 먼저 너희들한테 전화하라고 할게.”“네, 삼촌도 푹 쉬세요.”“그럴게.”전화를 끊은 위에도 두 녀석은 시름이 놓이지 않았다.“세희야!”그때 아래층에서 주희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세희는 얼른 슬리퍼를 신고 방을 나섰다.“주희 언니, 무슨 일이에요?”“너희들 진석 아빠가 오셨어.”“진석 아빠가 오셨대!”세희가 고개를 돌려 세준을 바라보았다.“오빠, 진적 아빠한테 엄마가 있는 곳으로 데려달라고 얘기해 볼까?”그 말에 세준의 눈이 반짝였다.“좋은 생각이야!”상의를 마친 두 녀석은 1층으로 내려가 진석을 찾았다.만나자 마자 세희는 진석의 품으로 뛰어들어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부탁했다.“진석 아빠, 부탁이 있어요!”진
주희는 머리를 긁적이며 뻘쭘하게 웃으며 설명했다.“내가 게으름 좀 피우려고 그래. 올라 갈때 너희들 마실 것도 챙겨가라고 말이야.”세준과 세희는 “네.”라고 대답하고 방으로 올라갔고, 진석은 남아서 주희를 따라 주방으로 들어갔다.주희는 미간을 찌푸리고 진석을 향해 입을 열었다.“부진석 씨, 그렇게 얘기하면 애들이 많이 놀라잖아요.”진석은 담담한 눈빛으로 주희를 바라보았다.“어떤 얘기요?”“위험기요!”진석은 우유를 들어 천천히 컵에 따르며 대답했다.“사실을 얘기했다고 생각해요.”“사실이긴 하지만 그런 식으로 얘기하면 애들은 걱정 때문에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잖아요!”주희가 격앙된 어조로 얘기하자, 진석은 고개를 살짝 돌려 주희를 보며 입을 열었다.“모든 사람은 현식을 직시해야 하죠. 그건 아이들이라고 해도 예외는 아닙니다. 언제까지 온실 안의 꽃처럼 살 수는 없으니까요.”주희는 말문이 막혔지만, 그래도 애들한테 그런 얘기는 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다.나중에 알게 되더라도 지금처럼 밤낮으로 소식을 기다리는 것보다 나으니까.그리고 주희는 하영이 얼마나 다쳤는지 알고 있었다.우유를 전부 따른 진석이 주희를 보며 미소 띈 얼굴로 입을 열었다.“애들 곁에 있어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이상한 사람이야.’주희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어디가 이상한지 설명할 수 없었다.소백중네 집.하영이 다쳤다는 소식을 접한 송유라가 소진호더러 얼른 예준한테 전화해 보라고 재촉했다.그리고 하영의 상황을 전부 전해듣게 된 송유라는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았고, 소진호가 면을 끓여 송유라 곁으로 다가갔다.“여보, 뭐라도 조금 먹어.”송유라는 손을 내려놓고 고개를 저었다.“저는 입맛이 없으니까 여보가 먹어요.”소진호는 그릇을 옆에 내려놓고 송유라 옆에 앉았다.“당신이 그렇게 자책한다고 해서 병원에 누워있는 하영이 깨어나는 건 아니잖아.”말이 끝나자마자 희원이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엄마, 강하영이 사고를 당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양다인은 곁에 앉아 소백중의 팔에 팔짱을 꼈다.“제가 보러 오지 않으면 할아버지가 많이 외로워하시잖아요. 삼촌은 회사 일로 바쁘고, 외숙모도 지금 집안에 크고 작은 일을 처리하느라 바쁘잖아요. 희원은 요새 연애 중인지 할아버지 뵈러 올 시간이 없나 봐요.”말을 마친 양다인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저는 할아버지가 너무 안쓰러워요.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다들 외롭게 지내야 해요?”소백중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그가 입원해 있는 동안 나머지 사람들이 몇 번 찾아왔는지 손에 꼽을 정도였기 때문이다.소백중은 참지 못하고 양다인에게 물었다.“네 오빠는 어디 갔어? 시간을 보니까 며칠이나 안 온 것 같은데.”양다인은 일부러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할아버지 아직 그 사실을 모르세요? 강하영이 하마터면 바위에 깔려 죽을 뻔했어요!”잠시 놀란 표정을 짓던 소백중이 분노하며 물었다.“그래서 지금 그X한테 갔다는 얘기야?”양다인은 얼른 입을 틀어막고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할아버지, 저도 모르겠어요. 오빠가 회사 일도 바쁠 수도 있잖아요.”“사람을 보내서 행적을 알아봐야겠구나!”소백중은 크게 화를 냈고, 양다인은 얼른 소백중의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할아버지, 지금 화내시면 안 돼요. 할아버지를 화나게 하는 말을 해서 제가 죄송해요.”소백중은 양다인의 손을 잡으며 입을 열었다.“다인아, 이 집에서 나를 생각해 주는 건 너밖에 없다는 걸 잘 안다. 양심없는 놈들이 나를 보러 오는 것도 싫어하는 것 같은데, 우리 집에서 살 필요도 없겠으니까 다 쫓아내 버려야겠다!”양다인의 눈가에 교활한 빛이 스쳤다.“할아버지, 그러면 삼촌이 화내지 않겠어요? 아무리 그래도 최선을 다해 회사 일을 돕고 있잖아요.”“지금은 그냥 배은망덕한 놈이다!”소백중이 말을 이었다.“다인아, 이제 그만 놀고 할아버지가 지분을 넘겨줄 테니까, 주주로서 회사를 돌보는 게 어때?”그 말에 양다인은 깜짝 놀랐다.‘이 영감탱이가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