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색도 안 좋고, 누렇게 변한 얼굴을 보면 엄마가 많이 놀라시겠네.’희민은 손을 내리고 세면대에 기댔다.‘대체 언제면 완치될 수 있을까? 언제까지 기다려야 골수 이식을 받을 수 있지?’희민은 엄마가 보고 싶었다. 그리고 매일 너무 힘들다고 얘기해 주고 싶었다.약물 치료로 인해 아무 것도 넘기지 못 하고 저녁에는 의식마저 흐릿해지는 것 같았다.그래도 유준이 걱정할까 봐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사실은 너무 힘들었다.희민의 눈에 뿌옇게 물안개가 차오르고 손을 들어 화장실 문을 열었다.문을 조금 열었을 때 의사 선생님의 말이 들려왔다.“대표님, 백혈구 수치가 많이 올랐으니 너무 조급해하지 마세요. 골수 이식만 하면 금방 나을 겁니다.”“골수를 이식하고 약물 치료는 계속 받아야 합니까?”“아니요. 하지만 골수 이식을 받기 전까지는 계속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과정이 많이 고통스럽고 꼭 완치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거든요.”유준은 침묵을 지켰다.“네, 일단 나가보세요.”의사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인 뒤 병실을 나섰고, 희민은 벽에 기댄 채 언제 나갈지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지금은 유준의 얼굴을 마주하기 어려웠다. 이미 바쁜데, 희민 때문에 더욱 힘들어 보였기 때문이다.한참 뒤에 희민은 휴대폰 벨소리를 듣게 되었다. 곧이어 희민의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목소리가 전해졌다.“유준 씨, 드디어 나한테 전화를 주네요.”유준이 차가운 목소리로 얘기했다.“만나서 얘기해.”“괜찮으면 오늘 저녁에 만나는 건 어때요?”“좋아, 내가 위치 보내줄게.”“네, 기다릴게요.”희민은 고통스운 표정으로 눈을 감았는데 온몸이 부들부들 떨려왔다.그는 그 여자가 골수를 내놓을 때까지 꾹 참아야 했다.건강해진 몸으로 엄마를 다시 만나고 싶으니까.저녁.송유라가 레스토랑 위치를 보내왔다. 하영은 애들을 집에 데려다준 뒤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레스토랑으로 향했다.20분 뒤 하영은 레스토랑 앞에 주차를 마치고 들어가려 할 때 뒤에서 양다
하영은 어깨 위에 올려진 양다인의 손을 뿌리쳤다.“여기서 가식 떨지 말고 할 말 있으면 알아듣게 얘기해!”“내가 할 얘기가 뭐가 있겠어?”양다인은 손을 거두고 하영에게 뿌리쳐져 얼얼한 손등을 매만졌다.“그냥 정유준 씨는 평생 내 남자라고 얘기해 주는 거야. 너는 유준 씨뿐만 아니라 주원 씨도 얻지 못할 거야!”하영은 피식 웃었다.“사랑이 참 넘치시네. 넌 아무나 올라탈 수 있는 대중교통이냐?”그 말에 양다인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강하영, 나한테 예의를 갖춰. 아니면 네 아들도 잘 지내지 못할 거니까!”“맞는 게 겁나지 않으면 어디 마음대로 해 봐.”양다인의 눈가에 공포감이 스치더니 몸을 곧게 펴고 하영을 향해 코웃음을 쳤다.“너랑 쓸데없는 얘기하고 싶지 않아!”말을 마친 양다인은 그대로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갔고, 그녀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하영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하영은 정유준이 왜 또 양다인을 만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희민이가 받은 고통이 아직도 부족해?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데? 만약 양다인이랑 다시 만날 생각이면 아들을 내게 돌려줘야지!’하영은 화를 꾹 억누르고 몇 번 심호흡을 한 뒤에야 레스토랑에 들어섰다.3012 룸.하영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룸에는 중년 부부가 앉아 있었다.하영은 송유라를 한 번 바라보고 곁에 있는 남자 얼굴에 시선을 돌렸는데, 어딘지 소예준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온화해 보이는 겉모습은 친해지기 쉬운 사람처럼 보였다.송유라는 하영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얼른 자리에서 일어섰다.“강하영 대표님, 오셨네요.”하영도 웃으며 대답했다.“오래 기다리셨죠?”문을 닫고 하영은 유라 곁에 앉았다.“이렇게 초대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송유라는 우아한 동작으로 하영에게 물을 따라주었다.“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추가 비용을 더 받지 않은 것만으로도 우리가 고맙죠. 소개할게요, 곁에 있는 이 사람은 제 남편이에요.”하영은 남자를 바라보며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넸다.“안녕하세요
정유준의 눈이 가늘어졌다.“그게 꼭 내 아이라는 보장은 없잖아. 나랑 만날 때 다른 남자랑 관계를 가졌던 거 잊은 건 아니지?”유준의 말에 양다인은 얼굴이 굳어진 채 말까지 더듬었다.“유준 씨, 미, 미안해요.”“사과받으러 온 거 아니야.”유준의 미간에 약간 짜증이 묻어났다.“네 요구 들어줄게.”그 말에 양다인은 두 눈을 빛냈다.“정말요? 정말 내가 희민이를 돌봐도 돼요?”유준은 계속 양다인을 살폈다.‘대체 원하는 게 뭘까?’유준은 차가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변호사를 통해 계약서 작성해서 보낼게. 희민이가 완쾌되는 동안 네가 약간이라도 불리한 행동을 한다면, 내 손으로 직접 너를 경찰서로 끌고 갈 테니까!”양다인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절대 그럴 일 없어요. 정말이에요…….”그러면서 퉁퉁 부은 눈으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나 정말 후회 많이 했으니까, 이번에 반드시 제대로 희민이를 돌볼게요.”양다인의 그런 모습에도 유준은 그저 혐오감만 느꼈다.하지만 지금 유준은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양다인이 유일한 골수를 내주지 않을 거니까.“나도 조건이 있어요.”양다인은 눈물을 훔치며 낮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희민이가 완쾌될 때까지 나 쫓아내지 마세요.”“난원에 들어올 생각이야?”유준이 미간을 찌푸리며 묻자 양다인은 입술을 깨물었다.“아니에요. 유준 씨도 원하지 않는다는 거 알아요. 그저 희민이가 완쾌될 때까지만 나 쫓아내지 않으면 안 돼요?”양다인이 알아본 결과 골수 이식 후 적어도 한 달 동안은 무균실에 머물러야 했다.나중에 상황이 좋아지면 빨리 퇴원할 수 있지만, 퇴원 후에도 약물 치료를 받게 되면 적어도 반년은 걸릴 것이다.반년 동안 성심성의껏 희민을 보살피면 유준의 신뢰를 얻는 데 충분한 시간이다.‘그때 주원 씨를 도와 정유준을 쓰러뜨리면 사모님 자리는 바로 내 것이 되겠지.’유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계약서에 사인하면 1년 뒤에는 반드시 희민이 곁을 떠나야 할 거야. 내가 변호사한테 계약
“내가 언제 양다인이랑 재결합한다고 했어?”유준이 불쾌한 표정으로 되물었다.“두 사람 일엔 끼어들고 싶지 않아요! 나는 그저 양다인은 내 아들을 학대한 여자라는 것만 알고 있으니까요!”유준이 싸늘한 어조로 설명했다.“나는 양다인이랑 재결합할 마음 없어. 마찬가지로 내 아들을 너한테 보내는 일도 없을 거야.”“밥까지 같이 먹는 사이인데 그래도 만나는 게 아니라고?”양다인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꼭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자야 만나는 사이인가요? 나는 정유준 씨처럼 마음이 넓은 편이 아니라서, 내 아들을 학대한 인간과는 같이 밥도 먹을 수 없거든요!”“사정이 있어서 만난 거야.”“그럼 무슨 사정인지 얘기해 봐요.”하영의 말에 유준은 말문이 막혔다.유준은 괜히 하영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은 얘기해 줄 수 없었다.하영은 유준이 시선을 피하는 것을 보고 비웃음을 날렸다.“오늘 확실하게 얘기할게요. 만약 양다인과 다시 만날 생각이라면 내 아들을 내게 보내주세요! 안 그러면 변호사를 찾아 소송 걸어서 양육권을 되찾을 거예요!”말을 마친 하영은 화를 내며 유준을 피해 다시 방으로 들어갔고, 문이 닫히는 순간 유준은 룸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그 순간 유준의 눈가에 의아함이 스쳤다.‘소씨네 사람들이 왜 강하영과 밥을 먹는 거지? 설마 소예준과 결혼이라도 하는 건가? 그런데 할아버지와 소예준은 왜 자리에 없지?’저녁 식사를 마치고, 하영은 두 사람을 차가 있는 곳까지 배웅했다. 떠나기 전에 송유라는 하영의 손을 잡고 입을 열었다.“앞으로 하영이라고 불러도 괜찮죠?”송유라가 웃으며 물었다.“우리 딸이랑 나이가 비슷해서 그래요.”그러자 하영이 웃으며 답했다.“물론이죠. 앞으로 말씀 편하게 하세요.”하영은 정말 상관없었다. 한 시간 반 동안의 소통을 통해 어쩐지 그들과 가깝게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하영도 그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었다.하영의 말에 송유라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웃었다.“그래, 그럼 우리
변호사의 두 마디만으로 하영의 마음은 반쯤 무거워졌다.“다른 방법은 없을까요?”하영이 마음이 내키지 않은지 다시 물었다.“방법 정말 하나도 없을까요?”“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얘기해 보세요.”“정유준 대표님과 결혼해서 아이를 학대하는 증거를 확보하시면 됩니다.”“…….”정유준이 아이를 학대할 가능성은 없다. 그저 무뚝뚝한 태도로 아이에게 엄격하게 구는 게 전부일 거다.‘그리고 정유준과 결혼하라고?’하영이 만 번을 양보해서 결혼하기로 마음먹어도, 정유준과 정창만이 동의할 리 없었다.어떤 방법이든 선택하기 어려웠던 하영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주 변호사님.”하영이 피곤한 언조로 입을 열었다.“일단 생각해 볼게요. 고마워요.”“아닙니다.”지금은 별다른 방법이 없으니, 하영은 이 문제를 나중에 처리하기로 했다.그리고 부진석의 연락처를 찾아 톡을 보냈다.[자? 오늘은 좀 어때? 너무 바빠서 병문안 갈 시간이 없었어.]곧 진석에게서 답장이 왔다.[이제 많이 괜찮으니까 내 걱정은 하지 마.][그럼 다행이고, 내일 죽이라도 끓여서 가져갈게.][괜히 번거롭게 여기까지 올 필요 없어. 병원에도 밥 잘 나오니까 며칠 뒤에 나 퇴원하면 데리러 와줘.]진석이 거듭 거절하자 하영도 어쩔 수 없었다.같은 시각, 소씨 집안.집에 돌아온 양다인은 소백중이 거실에 앉아 티브이를 시청하는 것을 보고, 간단히 인사를 건넨 뒤 방으로 올라갔다.소백중이 막 입을 열어 양다인을 부르려 했지만, 그녀는 이미 계단에서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그 모습에 소백중은 미간을 찌푸렸다.‘저 아이가 요즘 왜 이렇게 허둥대는 거지? 말을 붙이려 해도 어느새 사라져 보이지도 않고.’소백중은 도우미에게 티비를 끄라고 얘기한 뒤, 양다인을 찾아 얘기라도 나눠봐야겠다고 생각하고 몸을 일으켰다.그때 방으로 돌아온 양다인은 제일 먼저 주원에게 전화를 걸었다.한참 뒤에야 주원이 전화를 받았고, 양다인은 약간 투정 부리듯 입을 열었다.“전 또 주원
소백중은 화난 얼굴로 양다인을 밀어냈다.“네가 회사를 차리고 싶다고 해서 너한테 돈까지 주며 회사까지 차려줬는데, 개업하고 나서 지금까지 한 번도 안 갔잖아! 그런데 지금 또 다른 사람 자식까지 돌봐주겠다고?”양다인은 억울한 듯 눈시울을 붉혔다.“할아버지, 내일 출근할게요. 그러니까 너무 화내지 마세요…….”“정희민이 백혈병에 걸려 죽든 살든 너랑은 전혀 상관없는 일이야!”“아니에요, 할아버지. 제 손으로 키운 아이가 이렇게 죽는 걸 그냥 지켜볼 수 없어서 그래요.”소백중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아무리 그래도 네 아들이 될 수 없어!”“할아버지.”양다인은 눈물을 흘렸다.“할아버지, 제발 희민이를 보러 가게 해 주세요. 정말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그래요.”“안 돼!”소백중은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으니까 그런 줄 알아! 내일부터 제대로 회사 운영할 생각이나 하고 다시는 그 자식 만나지 마라!”말을 마친 소백중은 자리에서 일어나 분노에 찬 모습으로 양다인의 방을 떠났다.문이 쾅 하고 닫히는 순간 양다인의 얼굴은 험악하게 일그러졌다.‘망할 영감탱이, 거의 죽을 목숨이면서 왜 자꾸 이래라저래라 간섭질이야? 왜 아직도 안 죽어? 아무리 반대해도 나는 꼭 갈 거야! 그딴 회사가 뭐라고, 어려운 일도 아닌 걸 가지고. 영감이 죽어버리기만 하면 당장 팔아버려야지!’두 사람의 대화를 전부 듣고 있었던 유준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양다인은 연기 하나는 정말 잘한다니까. 겉과 속이 다른 여자는 곁에 둬도 말썽만 생길 거야.’정주원은 전화를 끊은 뒤 품에 안긴 여자를 어루만지자 여자는 소스라치게 놀랐다.“주원 씨, 아파요.”주원은 여자를 힐끗 쳐다보더니 여자를 어루만지던 손에 힘을 주면서, 무덤덤한 어조로 물었다.“아프다고?”그러자 여자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연신 고개를 저었다.“아, 아니에요, 유준 씨. 제가 잘못했어요!”주원은 여자의 머리채를 잡아 그대로 바닥에 던졌다.바닥에 쓰러진 여자는 온몸에 고
소백중의 안색이 바로 변했다.“방금 너한테 정유준을 만나러 간다고 했어?”희원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아버지. 정유준이 다인 언니한테 어떻게 대했는지 다 아는데, 이대로 언니가 또 불구덩이에 몸을 던지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어요.”희원은 할아버지가 양다인이 정유준에게 접근하는 것을 막아주길 바라며 끊임없이 거짓말을 했다.예전에 희원은 양다인이 정주원에게 접근하면서, 왜 굳이 희민의 골수를 찾았는지 알아보라고 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제야 알 수 있었다.아마 양다인 손에 정희민과 일치한 골수가 있을 것이고, 그녀는 골수를 이용해 정유준에게 접근하려는 것을 눈치챘다.‘뻔뻔한 X, 이런 식으로 나를 이용했는데 내가 왜 가만히 있어야 해?’소백중은 어두운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문 앞에 있는 경호원을 향해 입을 열었다.“차 대기시켜!”청담 국제 학교.하영은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떠나기 전에 당부했다.“오늘 오후도 주희 씨가 너희들 데리러 올 거야.”“네…….”세희는 기분이 안 좋은지 입을 삐죽였다.“엄마, 저녁에 또 어디 가요?”하영은 허리를 숙여 세희의 얼굴을 살짝 꼬집었다.“바쁜 일이 있어서 그래. 대신 내일 오후엔 꼭 데리러 온다고 약속할게. 응?”세준이 세희의 손을 잡고, 작은 머리를 쳐들며 입을 열었다.“엄마, 세희가 주희 누나랑 아주 잘 놀고 있으니까 우리 걱정은 하지 마세요.”세희는 씩씩거리며 세준을 째려보았다.“주희 언니랑 재밌게 노는 건 내가 아니라 오빠잖아!”하영은 놀라운 표정으로 세준을 보며 짐짓 질투하는 척했다.“그래? 보아하니 이제 주희 누나가 엄마보다 더 중요한가 봐?”“그렇다니까요!”세희는 오만한 표정으로 더욱 부추겼다.“오빠가 매일 밤 주희 언니랑 방수벽으로 싸우고 그래요!”‘방, 방수벽?’세준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세희를 바라보았다.“그건 방화벽이야.”세희는 멍한 표정으로 눈을 깜빡이더니 얼굴이 빨갛게 물들기 시작했다.“아무튼 벽은 맞잖아! 오빠는 꼭 그렇게 따져야겠어
“2,000만 원?”하영은 그저 웃었다.“좋아. 그럼 네가 2,000만 원을 주면 되겠네.”그러자 양다인의 안색이 변했다.“내가 왜 너한테 2,000만 원을 줘? 네가 함부로 차를 세운 탓에 내가 부딪힌 거잖아. 똑바로 보고 얘기해!”하영은 턱으로 CCTV를 가리켰다.“저기 CCTV 있는 거 보이지? 내가 직진하고 있는데, 네가 코너를 돌다가 내 차를 박았잖아. 그리고 이곳은 원래 주차가 가능한 곳이야. 양다인, 얘기하기 전에 생각이란 걸 좀 해보는 게 어때?”“생각이라니? 지금 정부 따위가 무슨 자격으로 내 손녀한테 그딴 식으로 얘기하는 거야?”갑자기 곁에서 누군가의 호통이 들려왔고, 양다인과 하영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짜악!상대방이 누군지 미처 확인하기 전에 누군가의 그림자가 앞에 나타났고, 뺨 때리는 소리와 함께 하영의 고개가 돌아갔다.뺨에 얼얼한 고통이 전해져 왔고, 경호원은 얼른 하영을 뒤로 보호하며 앞으로 나섰다.순간 깜짝 놀란 하영은 얼얼한 뺨을 매만지며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하영은 고개를 들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소백중을 보고 싸늘한 어조로 비웃었다.“보아하니 양다인이 이렇게 오만한 건 전부 할아버지 덕분이네요.”그 말에 소백중의 눈가에 분노가 차올랐다.“지금 무슨 배짱으로 내 앞에서 그딴 식으로 얘기해?”하영은 피식 웃었다.“할아버지도 예의를 지키지 않는데 제가 왜 예의를 차려야 하죠?”“너!”소백중은 화가 치밀어 올라 손으로 하영을 가리키며 말을 잇지 못했고, 하영은 전혀 굴하지 않는다는 듯 말을 이었다.“체면이 깎이는 게 두렵지 않으시면 계속 저한테 손대 보시죠.”소백중의 경호원이 곁으로 다가가 귀띔해 줬다.“어르신, 여기 CCTV가 너무 많습니다.”그러자 소백중은 억지로 화를 꾹 참았다.“이번 일은 이만 봐주도록 하마! 다음에도 또 내 손녀한테 무례한 말을 하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지 너도 잘 알겠지!”“차 가지고 그만 가자!”소백중이 아직도 제자리에 서 있는 양다인을 보며 소리치자 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