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가 끊어지자 정유준의 얼굴은 혐오감으로 물들었다.“사장님.”차를 운전하던 허시원이 말했다.“왜?”정유준이 미간을 비비며 물었다.“다인 씨의 양부모와 확인했습니다. 다인 씨의 증상과 같습니다. 양부모가 그러는데 다인 씨가 어릴 적에 입양하고 나서 대표님을 구해준 일을 자주 언급했다고 말했습니다.”이 말을 들은 정유준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답은 정해졌지만 양다인이 주는 느낌은 은근히 수상했다.정유준은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는 허시원을 보며 말했다.“병원으로 가자.”허시원은 잠시 어리둥절해졌다.“대표님, 오후에 화상회의가 있습니다.”“저녁으로 미뤄.”정유준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허시원은 더는 말을 하지 않고 병원으로 운전했다. 병원 앞에 도착하여 정유준이 차에서 내리자 허시원이 그를 불렀다.“대표님. 다인 씨께서 자살시도를 하였습니다. 손목을 베였습니다.”정유준은 발검음을 주춤하며 미간을 찌푸리고 돌아서서 허시원을 바라보았다.“지금 어디에 있지?”“병원에 거의 다 왔습니다.”허시원이 대답했다.응급실에서 강하영은 기계 소리에 잠이 깼다.그녀는 무거운 눈꺼풀을 벌리고 커튼이 쳐진 환경을 힘없이 바라보았다.짙은 소독수 냄새가 끊임없이 코안을 파고들자 익숙한 냄새 때문에 코끝이 찡해졌다.갑자기 커튼이 열리며 부진석이 도시락을 들고 나타났다.강하영이 깨어난 것을 보고 온화한 목소리로 물었다.“하영 씨, 어디 아픈 데 없어요?”강하영은 메말라서 아픈 목을 참으며 쉰 목소리로 대답했다. “없어요.”부진석은 도시락을 침대 머리맡에 놓고 옆에 앉았다.“하영씨도 참. 쉬라고 해도 말을 안 듣더니. 보세요. 울화가 치밀어 피를 토했잖아요.”강하영은 눈을 내리깔았다. 그녀는 쓰러지기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두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양다인과의 원한은 그녀가 조만간 갚을 것이지만, 지금은 아니다. 어머니의 장례식이 끝난 후 서서히 증거를 찾을 것이다.강하영은 숨을 돌리며 물었다.“어머니 빈소는 ……”부진석은 조용히
캐리어를 끌고 나가는 순간 마이바흐가 들어왔다.정유준은 차 안에서 짐을 들고 문 앞에 멈춰 선 강하영을 한눈에 보았다.그는 차에서 내려 강하영에게 다가가 물었다.“뭐 하러 가?”강하영은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정 사장님께서 이미 결정을 내리셨으니 제 입장도 고려해 주세요.”정유준은 짐을 훑어보고 찬웃음을 띄우며 물었다.“너를 보내주게?”강하영은 평온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네!”정유준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의사 선생님과 함께 있으려고? 이렇게 급해?”정유준이 화가 나서 짐을 찰까 봐 강하영은 두 캐리어를 몸 뒤로 합쳤다.“정 사장님께서 원하는 대로 생각하세요. 제가 이전에 말한 것처럼 저는 다른 사람의 감정에 개입하는 제3자 노릇을 하지 않아요. 정 사장님께서 한 달 후에 약혼한다 해도 저는 애인 노릇을 하지 않습니다.”그녀가 이렇게 말하자 정유준은 온몸에 찬 기운이 흘렀다.“내가 한 달 후에 약혼하는 것을 어떻게 알았지?”강하영은 입가에 찬 웃음을 지었다.“직접 한 말도 잊으셨나요? 시간과 장소를 제공해 회억해 드릴까요?”강하영의 말속엔 가시가 박혀있었다. 정유준 뿐만 아니라 그녀도 이 가시에 찔렸다.정유준의 얼굴은 어두워졌다. 이 여자는 다른 남자 앞에서 모든 감정을 드러내더니 유독 자신 앞에서만 늘 화나고 싶을 정도로 냉랭한 태도를 보인다. 그에게만 가시 박힌 말을 하는 습관을 길러놓았다.정유준의 두 눈은 얼음이 진 것처럼 차가웠다. 그는 강하영을 향해 한 걸음 다가섰다.“계약을 끝낸다? 강하영, 그 대가를 감당할 수 있어?”“감당하기 어려워요. 그래도 난…….”강하영이 대답했다.“강하영! 마지막 한 달이야. 한 달 후 계약을 끝내!”정유준은 반항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게 말했다. 한 달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그러나 강하영은 어머니의 임종 유언을 어기고 싶지 않았다.“정 사장님, 제가 감당해 볼게요.”말이 떨어지자 남자는 한참 동안 침묵했다.이젠 정유준이 승낙하겠지 하고 생각하고 있을
이때 강성문은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수염이 덥수룩 한 채 우뚝 솟은 빌딩을 보고 있었다.나쁜 계집애, 감히 그 허름한 곳에 보내 많은 고생을 시키다니.오늘 꼭 이 년에게 업보가 무엇인지 톡톡히 알게 해야 한다!강성문은 생각에 잠겼다가 갑자기 목청을 돋우며 소리쳤다.“강하영! 이 빌어먹을! 내려오지 못해!”빌딩 내의 경비원은 일찍이 강성문을 주의해 보았지만 그가 빌딩만 쳐다보기에 쫓아내지 않았다. 지금 이렇게 외치면 회사 이미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급히 뛰어나와 제지했다.“이보세요. 회사 밖에서 소리 지르지 마세요.”강성문은 바닥에 대고 침을 뱉으며 소리쳤다.“너희들이 뭔데 나를 막아! 내가 내 딸을 찾는데 너희들이 무슨 상관이야?”경비원은 눈살을 찌푸렸다.“가족을 찾는 거면 전화하세요.”강성문은 노발대발했다.“배터리가 없어서 그래! 너희들이 불러와!”“딸 이름이 뭐예요?”경비가 물었다.“강하영! 강하영이라고 해!”이 말을 듣고 막 차에서 내린 양다인은 몸을 멈추었다. 양다인은 교활한 눈빛을 반짝이며 앞으로 다가갔다.“아저씨, 강하영의 아버지세요?”“넌 누구야?”강성문은 고개를 돌려 의아하게 바라보았다.“저는 강하영의 동료예요. 무슨 일로 강하영을 찾으세요?”양다인은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강성문은 눈썹을 치켜세웠다.“내가 이 계집애를 찾아 결판을 낼 거야! 돈을 받아야 해! 감히 이 아비를 경찰서에 보내다니! 이 빌어먹을!”양다인은 일부러 충격적인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어머나 세상에. 강하영이 이런 짓을 하다니?”강성문은 노발대발했다.“다 키우니 젠장!”“화나실 만하네요. 이렇게 할까요? 돈은 제가 드릴 테니 전화번호를 주세요.”양다인이 말했다.“일이 있으면 저에게 메시지를 보내세요. 제가 전해드릴게요. 회사 아래층에서 소란을 피우면 아저씨의 체면에 손상이 올 수 도 있어요. 그렇죠?”강성문은 돈을 준다니 눈이 밝아졌다. 그는 급히 전화번호를 주었다.양다인은 웃으면서 10만 원을 꺼내어 강성
강하영은 전화를 끊고 실검을 보니 인기 검색어가 보였다.[모 유명 기업의 수석 비서가 뜻밖에도 대의멸친하여 그의 아버지를 감옥에 보냈다!]강하영은 얼굴색이 창백해지며 떨리는 손가락으로 댓글을 눌렀다.[세상에나! 이런 사람이 있다니. 어떻게 유명 기업의 비서를 하지?][이 회사에서 출근하는 내 친구가 그러는데 이 여자가 정부래!][이런 사람은 상장회사에 들어갈 자격이 없다. 신입사원한테 나쁜 본보기가 되어주니 망치는 짓이다!] [쓰레기! 나쁜 년! 구역질 나!]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악플들이 끊임없이 눈에 들어왔고 강하영은 마치 얼음창고에 빠진 것 같았다. 여론이 한 사람에 대한 파괴력이 얼마나 강한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우인나는 강하영의 안색이 달라지자 황급히 물었다.“왜 그래? 어디 아파?”강하영은 당황하여 침을 삼키며 휴대폰을 우인나에게 넘겨주었다.화면에 뜬 내용을 보더니 우인나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누가 함부로 기사를 썼어?”강하영은 손바닥을 조르며 자신을 진정시켰다.당시 아버지를 체포하려고 경찰을 불렀을 때 병원의 많은 환자가 목격했다.그런데 왜 이 뉴스가 진작에 나온 것이 아니라 이제 와서 터졌을까?강하영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또 휴대폰을 들고 검색해 보았지만 동영상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마음속으로 잠시 병원 안의 가족과 환자를 배제하였다.강하영은 고개를 들어 우인나를 바라보았다.“우인나, 이 뉴스를 처음 발표한 블로거와 시간을 찾아줘.”우인나도 걱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하지만 넌 일단 먼저 돌아가야 해. 그 사람이 널 괴롭히려고 하니 지금도 어딘가에서 주시하고 있을 거야. 일찍 떠나지 않으면 더 많은 사람을 불러 못살게 굴 가봐 두려워.”우인나의 말이 끝나자마자 허시원의 전화가 들어왔다. 강하영은 전화를 받으며 우인나와 함께 밖으로 나와 익숙한 차를 보자마자 함께 차에 탔다.차에 앉자 허시원의 목소리가 울렸다.“강 비서. 사장님께서 이미 실검을 내렸어요. 요 며칠 난원에서 나가지 마세요. 며
강성문은 문을 열면서 복도를 힐끗 보더니 다른 사람이 따라오지 않자 그제야 강하영을 들어오게 했다.강하영이 의자에 앉자 강성문은 그녀를 한 바퀴 훑어보며 물었다.“나한테 뭘 가져 왔는데? 물건은?”“어, 차 안에 놓고 가져오는 걸 깜빡했네요.”강하영은 헛소리했다.“그럼 돈은?”강성문은 반신반의하며 물었다.“돈은 줄 수 있어. 하지만 이 일은 나에게 진실을 말하길 바래요.”강하영은 강성문을 바라보았다.강성문은 안색이 어두워지며 말투도 거칠어졌다.“나는 아무것도 모르니 나에게 묻지 마!”강하영의 눈에는 분노가 이글거렸다.“다른 사람과 짜고 나를 헐뜯지 않았다고 감히 하늘에 계신 엄마에게 맹세할 수 있어요? 맹세할 수 있으면 오늘 당신에게 500만을 줄 테고 아니면 이 일은 당신이 한 짓이야!”강성문은 이 말을 듣고 눈을 번쩍 뜨며 노발대발했다.“강하영! 감히 나와 이렇게 말하다니! 네가 염치가 없이 다른 사람의 애인 노릇을 하니 내 체면도 다 구겨졌어! 다른 사람이 말한 것이 다 사실이야! 매춘부 같으니라고!”강하영은 가슴이 떨릴 정도로 추웠다. 그는 친아버지로부터 이렇게 험한 말을 들을 줄 생각지도 못했다.그는 아버지가 이런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요행을 바라기도 했다.강하영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저한테 이렇게 대하면 많이 챙겨주시던가요?”강성문은 목에 핏대를 세우며 말했다.“맞아! 돈을 받고 했어! 너 어찌할 건데? 너는 나한테 돈을 줬니?”“내가 돈을 안 줬어요? 이 말을 할 때 양심을 더듬어 보세요!”강하영은 화가 나서 눈시울을 붉혔다.“양심?! 그래, 좋아. 네가 양심이라고 하니 내가 양심이 무엇인지 보여 줄게.”강성문이 손찌검을 하려고 하자 강하영은 가슴이 벌컥 내려앉았다.강하영은 얼른 일어나 문 옆으로 다가가며 경고했다.“손찌검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죠?”강성문은 전혀 듣지 않고 탁자 위의 재떨이를 집어 던졌다.강하영은 재떨이를 피할 수 있었는데 쏜살같이 달려들어 그녀의 머리를 잡고 주먹을
정유준은 찬웃음을 날렸다.“팔아?”강성문은 헤헤거리며 웃었다.“돈을 좀 주고 나를 놔주면 당신에게 말할게요.”정유준의 눈 밑에는 조소하는 기색이 떠올랐다.“말해봐, 생각해볼게.”“강하영은 내 아이가 아니라 양운희가 입양했어. 당시 나는 양운희와 사귀기 위해 함께 강하영을 키우겠다고 약속했어.”강하영이 입양된 아이라고?강하영도 고아였어?정유준은 눈썹을 찌푸리다가 갑자기 갑자기 이상한 부분이 떠올라 물어보았다.“어디서 입양했어?”강성문은 고개를 저었다.“이 부분은 몰라요. 그러나 양운희에게 입양증이 있는데 거기엔 적었을 거요.”“입양증이 어디에 있어?”정유준이 물었다.강성문은 긴장한 지 침을 삼키며 대답했다.“집을 팔 때 분리수거해서 처리한 듯…….”잠시 생각에 잠기던 정유준이 또 물었다.“질문이 하나 더 있어. 강하영이 왜 당신을 구치소에 보냈지?”“양심이 없어서지.”이 물음에 강성문은 화가 났다.“또 맞고 싶어?”정유준은 불쾌한지 눈살을 찌푸렸다.강성문은 얼른 진실을 말할 수밖에 없었다.“내가 걔 엄마를 때렸기 때문일 수도 있고, 아니면 더는 나의 빚을 갚지 않으려고 그럴 수도 있지.”정유준은 눈빛이 어두워지며 경호원에게 지시했다.“이 녹음을 처리한 후 각 언론사에 보내.”다음날. 강하영은 이마가 아파 잠에서 깼다. 눈을 뜨자 정유준이 소파에 앉아 서류를 보는 모습이 보였다.강하영은 혼수상태에 빠지기 전에 정유준이 나타나 구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정유준은 또 생명을 구해주었다.정유준은 항상 그녀의 위급한 순간에 나타나 구해주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 강하영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따라서 그에 대한 감정을 떨쳐 버리고 싶을 때마다 하지 말아야 할 기대를 하게 된다.마음은 따뜻해졌지만 강하영은 감정을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강하영은 입을 오므리다가 손에 꽂힌 주삿바늘을 보더니 갑자기 눈살을 찌푸렸다. 정유준이 데려왔으니 자신이 임신한 사실을……강하영은 얼른 낮은 목소리로 정유준을 불렀다.“사장님.”정
강하영은 멍해져 양다인을 노려보며 말했다.“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양다인은 웃으며 말했다.“왜 긴장해? 당신이 긴장해야 할 일이야?”말을 마치자 양다인은 얼굴의 웃음기를 싹 거두었고 눈 밑에는 음산한 기운이 떠올랐다.“네가 이렇게 뻔뻔스럽게 내 남자친구의 아이를 뱄으니 실검은 너에 대한 첫 번째 벌칙에 불과해!”강하영은 마음속의 증오를 주체할 수 없었다.“양다인! 당신은 업보가 두렵지도 않아? 밤에 눈을 감으면 꿈에 나의 어머니가 찾아와 목숨을 내놓으라고 할까 봐 무섭지 않아?”양다인은 눈썹을 치켜세웠다.“목숨을 바친다고? 살아서 나를 이기지 못하였는데 하물며 죽었는데 별수가 있어?”강하영은 머리가 찢어질 듯이 아파 났다. 당장 양다인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으나 이성이 그녀를 제지했다.양다인을 건드리기만 하면 이 여자는 즉시 고개를 돌려 정유준을 찾아 하소연할 것이다.고의로 화나게 해서 함정에 빠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강하영은 심호흡하며 분노를 억눌렀다.“양다인, 정유준과 명분이 있어?”양다인은 오만하게 대답했다.“이제 20일 후면 난 유준 씨의 약혼녀가 될 거야.”강하영이 또 물었다.“그럼 지금은 무슨 관계지?”양다인이 말했다.“당연히 남녀 친구 사이지.”강하영은 비웃으며 물었다.“자칭한 거야? 그러나 그는 나에게 너희들은 지금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말했어.”양다인의 얼굴빛이 변했다.“나를 속일 생각 하지 마!”“나는 아직 그이랑 함께 살고 있어. 이것이 가장 좋은 증명이 아닌가?”강하영은 웃는 듯 마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양다인의 눈빛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지금은 아니더라도 나중에는 그럴 거야. 그러는 넌? 우리 앞으로 함께 있을 줄 뻔히 알면서도 그를 붙잡고 있으니 도대체 누굴 비굴하게 구는 거야?!”강하영이 말했다.“미혼남과 미혼녀가 각자 필요한 것을 취하는 것뿐인데 무슨 잘못이 있어?”“너!!”양다인은 강하영을 노려보았다. 잠시 후, 그녀는 웃기 시작했다.“강하영, 넌 얼마 정도
남자의 진중하고 냉엄한 얼굴을 보면서 강하영의 머릿속에는 그와 양다인이 함께 자는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가슴이 쓰라리게 아팠지만 또 메스꺼워졌다.강하영은 손을 들어 정유준의 손을 밀치면서 비꼬아 말했다.“정 사장님! 제가 어떻게 도발했어요?”정유준은 차가운 웃음을 날렸다.“막 출장을 다녀왔는데 너는 나한테 큰 선물을 주었어.”큰 선물……강하영의 가슴속에 냉기가 차올랐다. 양다인은 그녀가 임신한 사실을 정유준에게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이렇게 하는 것은 그녀에게 아무런 이익이 없기 때문이다.“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돼요.”강하영은 시선을 피했다.“불안해?”강하영의 혼란스러움을 본 정유준은 눈빛이 더 차가워졌다.“이젠 남자를 집 앞까지 데려와 썸을 타?”강하영은 부진석이 난원 입구에서 한 행동을 생각하자 냉소를 금치 못했다.。이러면 썸? 그럼 그는?강하영의 눈 밑에는 분노의 불씨가 타올랐다. 그는 고개를 들어 정유준을 바라보았다.“정유준, 당신은 양다인을 제외하고 모든 사람이 더러워 보이나요? 그럼 당신은요? 양다인랑 자고도 저를 건드린 건 또 뭐죠? 나는 남겠다고 약속을 했지만 다른 여자와 한 남자를 공유할 순 없어요. 당신이 함부로 하는데 왜 나는 안되죠? 나한테 돈을 주기 때문인가요?”강하영은 깊은숨을 쉬더니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그럼 당신과 함께 보낸 3년이라는 시간은 뭐가 되죠? 정유준! 나는 처음으로 사람이 이렇게 이기적일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저는 당신이 저에게 가장 기본적인 공평과 존중을 주기를 바라요! 다른 건 저는 지금까지 아무것도 요구한 적이 없어요.”울먹이며 소리를 지른 강하영은 정유준을 밀치고 방을 뛰쳐나갔다.정유준은 제자리에 멍해 서 있는 채 준수한 얼굴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나타났다. 그는 강하영이 자신을 보고 이런 표정을 짓는 것을 처음 보았다. 혐오, 반감, 그리고 실망이 더 많았다.여태껏 약함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강한 강하영이 처음으로 그의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심장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