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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그만 해요。

캐리어를 끌고 나가는 순간 마이바흐가 들어왔다.

정유준은 차 안에서 짐을 들고 문 앞에 멈춰 선 강하영을 한눈에 보았다.

그는 차에서 내려 강하영에게 다가가 물었다.

“뭐 하러 가?”

강하영은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정 사장님께서 이미 결정을 내리셨으니 제 입장도 고려해 주세요.”

정유준은 짐을 훑어보고 찬웃음을 띄우며 물었다.

“너를 보내주게?”

강하영은 평온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네!”

정유준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의사 선생님과 함께 있으려고? 이렇게 급해?”

정유준이 화가 나서 짐을 찰까 봐 강하영은 두 캐리어를 몸 뒤로 합쳤다.

“정 사장님께서 원하는 대로 생각하세요. 제가 이전에 말한 것처럼 저는 다른 사람의 감정에 개입하는 제3자 노릇을 하지 않아요. 정 사장님께서 한 달 후에 약혼한다 해도 저는 애인 노릇을 하지 않습니다.”

그녀가 이렇게 말하자 정유준은 온몸에 찬 기운이 흘렀다.

“내가 한 달 후에 약혼하는 것을 어떻게 알았지?”

강하영은 입가에 찬 웃음을 지었다.

“직접 한 말도 잊으셨나요? 시간과 장소를 제공해 회억해 드릴까요?”

강하영의 말속엔 가시가 박혀있었다. 정유준 뿐만 아니라 그녀도 이 가시에 찔렸다.

정유준의 얼굴은 어두워졌다. 이 여자는 다른 남자 앞에서 모든 감정을 드러내더니 유독 자신 앞에서만 늘 화나고 싶을 정도로 냉랭한 태도를 보인다. 그에게만 가시 박힌 말을 하는 습관을 길러놓았다.

정유준의 두 눈은 얼음이 진 것처럼 차가웠다. 그는 강하영을 향해 한 걸음 다가섰다.

“계약을 끝낸다? 강하영, 그 대가를 감당할 수 있어?”

“감당하기 어려워요. 그래도 난…….”

강하영이 대답했다.

“강하영! 마지막 한 달이야. 한 달 후 계약을 끝내!”

정유준은 반항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게 말했다. 한 달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

그러나 강하영은 어머니의 임종 유언을 어기고 싶지 않았다.

“정 사장님, 제가 감당해 볼게요.”

말이 떨어지자 남자는 한참 동안 침묵했다.

이젠 정유준이 승낙하겠지 하고 생각하고 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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