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영은 잠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녀는 별장에 발을 들여놓은 후 소예준이 우울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이런 보일 듯 말듯 하는 슬픈 정서가 사람의 가슴을 억누르니 숨이 막히게 했다.“저의 아버지, 어머니는 이미 돌아가셨어요. 누이동생만 남았는데 행방이 묘연해요.”소예준은 말을 마치고는 또 진열대에 있는 앨범을 펼쳐서 강하영에게 건네주었다.“이 사진들을 보고 나면 나를 오해하거나 적대시하지 않을 거예요.”강하영이 사진첩을 펼쳐보니 여자와 어린 여자아이의 사진이 수두룩했다. 몇 페이지를 넘기자 강하영은 미안해졌다. 소예준이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었다. 그의 눈매는 소예준의 어머니뿐만 아니라 여자애와도 비슷했다.다만, 그녀는 어머니가 있었다.강하영은 사진첩을 소예준에게 돌려주었다."지난번에 내가 오해해서 미안해요. 빨리 여동생을 찾길 바래요.”소예준은 물끄러미 강하영을 바라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머리를 끄덕였다.“만약 어디로 갈지 모르겠으면 여기서 주무세요.”강하영은 잘 모르는 사람의 집에 사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소 사장님, 핸드폰을 빌려주시겠어요?”소예준은 핸드폰을 건네주며 말했다.“그렇게 부르지 마세요. 그냥 이름을 부르면 돼요.”강하영은 잔잔한 미소를 띠며 우인나에게 전화했다.간단한 대화를 하고는 이내 휴대폰을 소예준에게 돌려주었다.“제 친구가 데리러 올 거예요. 고마워요.”우인나는 십여 분 만에 소예준의 집 앞에 도착했다.강하영은 작별인사를 하고 우인나의 차를 탔다.“하영아, 이 잘 생간 사람은 누구야?”우인나의 두 눈이 빛났다.“소 씨네 사장님, 소예준이야.”강하영이 대답했다.3대가 문의 사람이라는 말을 듣자 우인나는 더 묻지 않았다.우인나는 차에 시동을 걸며 물었다.“어떻게 된 일이야? 핸드폰은?”강하영도 자신이 한심했다.“정유준과 싸우고 뛰쳐나왔는데 핸드폰을 깜빡했어.”우인나도 멍해졌다.“한번 임신하면 3년은 멍청해진다고 하더니, 너 혹시 벌써 멍해진 거야?”강하영은 우인나를
원한을 언급하자 강하영은 마음이 아프기 시작했다.그녀는 여태껏 원한을 내려놓은 적이 없는데, 그가 또 무슨 행동을 했을까?그가 무슨 속임수를 알아냈는지 모르지만, 또 양다인을 보호하기 위해 숨기지 않았을까?강하영은 더는 견딜 수 없었다. 마음속의 괴로움을 참으며 언제 될지 모르는 답안을 기다릴 수 없었다.강하영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정유준을 바라보았다.“정 사장님께서 편한 대로 생각하세요. 하지만 정 사장님. 좋은 일이 코앞인데 양 팀장이 저의 일 때문에 신경 쓰게 하는 건 불공평하지 않나요?”정유준의 얼굴은 찬 바람이 부는 것처럼 끔찍했다. “강하영. MK를 나가면 다시 돌아올 기회가 없어!”정유준이 이렇게 말하자 강하영은 오히려 한시름 놓았다. 강하영은 여전히 미소를 지었다.“정 사장님. 3년 동안 보살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양 팀장님과 백년해로하시기 바랍니다. 축복합니다.”강하영은 사직서를 정유준의 손에 넣어준 후 몸을 돌려 쿨하게 떠났다.문이 닫힌 순간 정유준의 음산한 기운이 순식간에 사무실을 채웠다.강하영이 사직했다는 소식을 듣고 우인나도 따라서 휴가를 냈다.강하영과 함께 난원에 가서 짐 정리도 하고 또 교외에 가서 집을 찾았다.파출부를 불러 꼼꼼하게 청소를 시킨 후에야 소파에 주저앉았다.우인나는 발끝으로 강하영의 종아리를 가볍게 차며 말했다.“강하영, 너는 나를 지쳐 죽게 할 뿐만 아니라 굶어 죽게 할 거야.”강하영은 실실 웃으며 물었다.“뭐 먹고 싶어?”우인나는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샤브샤브? 시내에 샤브샤브 가게가 새로 생겼는데 가격이 좀 비싸. 열 시 반, 지금 가면 야식을 먹을 수 있어.”강하영은 물을 한잔 들이켰다.“좋아. 지금 바로 가자.”이렇게 두 사람은 샤브샤브 가게로 달려갔다.신설한 샤브샤브 가게는 김제국제아파트 근처에 있었다.강하영은 어이가 없어 우인나를 바라보았다.“나를 여기에 데려온 건 밥을 먹으려고 온 거야 아니면 기분을 망치기 위해서야?”우인나는 음식을 주문하며 대수롭지 않
아직 임신하지 않았는데 그가 오지 않으면 안 된다.바다 오빠의 눈빛은 잔인해졌다.“정유준의 사람들이 나의 단서를 알아냈으니 들킬까 봐 그래.”양다인은 놀래서 물었다.“아직도 추적 중이야?”바다 오빠는 머리를 끄덕였다.“그뿐만 아니라 내가 오늘 저녁에 올 때 누군가가 나를 미행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어.”양다인 놀라서 펄쩍 뛰었다.“그럼 왜 왔어요?”“더 떠들래? 죽고 싶어? 넌 내가 살리면 사는 거고 아님 죽었어.”바다 오빠는 양다인을 째려보았다.양다인도 노하여 이가 근질거렸지만 하필 바다 오빠와 맞설 수 없었다. 적어도 임신하기 전에는 고분고분 그의 말을 들어야 했다. 그러나 임신하면 그녀는 반드시 영원히 입을 다물게 할 것이다. 필경 자기의 비밀을 너무 많이 아는 사람을 곁에 내버려 둘 수 없다.양다인은 심호흡을 하며 물었다.“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죠?”:바다 오빠는 입꼬리를 실룩거렸다.“난 정유준이 알지 못하는 틈을 타서 나를 미행하는 사람을 잡아야 해!”수요일.강하영이 교외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는 날 이였다.아기가 건강하다는 것을 알게 되자 강하영의 기분도 따라서 많이 좋아졌다.돌아가는 길에 강하영은 낯선 사람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연결되자마자 상대방이 물었다.“안녕하세요. 강하영 씨입니까?”“누구세요?”강하영은 조심스럽게 물었다.“안녕하세요. 저는 당신 어머니의 위탁인 입니다. 지금 시간이 있으신지 모르겠지만 당신에게 전해 드릴 편지가 있습니다.”강하영은 눈살을 찌푸렸다. 위탁인? 엄마가 언제 위탁인을 찾으셨지?“네, 어디에 계세요?”“이렇게 합시다. 오전 열 시 반, 북해거리 스타 커피숍에서 만나도 될까요?”강하영은 손목시계를 보며 대답했다.“네. 지금 갈게요.”도착하니 마침 열 시 반이었다.강하영이 문을 밀고 들어가자 안경을 쓴 중년 남자가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낯선 중년 남자를 보더니 경계심이 섰다.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알아보다니?하지만 카페에 많은 사람이 앉아 있는 것을 보고
황진은 티슈를 뽑아 강하영에게 건넸다.“네가 이 일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을 알지만 지금 울어도 소용없어.”황진이 티슈를 건네주지 않았으면 강하영은 자신이 눈물을 흘린 것도 모르고 있었다.강하영은 고개를 숙이고 티슈를 받았다. 그는 나지막하게 말했다.“죄송해요.”“인지상정이죠.”황진은 차분한 표정으로 말했다.강하영은 정서를 조절한 후 고개를 들었다."아저씨, 엄마가 편지에서 당신이 나를 도와줄 수 있다고 했어요.”황진은 가방 안에서 자료 하나를 꺼내 강하영에게 건네주었다.“돈만 있으면 도울 수 있죠. 우리 업계는 정이 통하지 않아요. 우리도 살아야 하니까요. 이해해 주세요.”강하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료를 받았는데, 위에 업무 견적서가 있었다. 쉽게 말하자면, 그들은 회사는 탐정과 비슷한 업무를 위주로 한다.강하영은 빠르게 견적서를 스캔했다. 다행히 위의 가격은 감당이 가능할 수 있는 범위였다.“돈은 문제가 아니에요. 난 효율성과 신뢰도를 봐요.”황진은 서류를 하나 더 꺼내 강하영에게 건네주며 말했다.“이걸 보면 당신은 우리를 믿을 수 있을 거예요.”강하영이 자세히 살펴보니 위에 있는 것들은 모두 요 몇 년 사이 사무소가 성공한 사례들이다.보고 난 후 강하영은 황진에 대한 믿음이 더해졌다.“그렇다면 언제 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까요?”강하영이 물었다.“무엇을 알아봐 드릴까요? 먼저 어떤 것을 조사하고 싶은지 알려주세요.”강하영은 편지를 주시하며 말했다.“제가 어느 보육원에서 어머니께 입양되었는지 알고 싶어요.”MK, 사장님 사무실.한 비서가 서류를 안고 눈시울을 붉히며 정유준의 사무실에서 뛰어나왔다.그녀가 고개를 숙이고 있었기 때문에 마침 걸어오는 양다인과 부딪쳤다.양다인의 눈 밑에는 노기가 번쩍였지만 꾹 참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아?”비서는 다가온 사람을 보더니 급히 허리를 굽혀 사과했다.“양 팀장님, 죄송해요. 길을 잘 보지 못한 저의 잘못이에요!”“네 문제가 아니야. 또 혼났어?”양다인은
강하영은 소희원의 손아귀에서 손을 뺐다.“희원 씨, 소식이 늦네요. 지금 정유준 옆에 있는 여자는 내가 아니라 디자인팀 팀장인 양다인이야. 나랑 싱갱이질 하지 말고 양다인을 찾아가.”소희원은 놀랬다.“누구라고?”강하영은 자신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기 위해 다시 한번 말했다.“양다인.”소희원의 얼굴은 금세 일그러졌다.“이럴 수가? 유준 오빠는 왜 또 다른 여자를 찾았어?”중얼중얼하던 소희원은 고개를 번쩍 들어 강하영을 째려보았다.“이 천한 놈아. 네가 날 속인 거 아니야? 유준 오빠는 그럴 리가 없어!”강하영은 할 말을 잃었다. 입만 열면 천하고 입만 열면 놈이라고 욕한다. 그녀가 고분고분한 줄 안다.강하영은 웃음을 거두었다.“희원 씨, 정유준이 그렇게 좋으면 차라리 양다인을 찾아가서 그녀를 떠나보내는 게 어때요? 아, 참, 양다인의 인품이 별로 좋지 않으니 찾아가더라도 괴롭힘을 당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요.”소희원은 의문이 갔다.“나를 속이는 게 아니야? 속이면 어떡해?”강하영이 남은 날짜를 세어 보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약혼할 거니 내가 속이는지 지켜봐도 돼.”“약혼? 그 인품이 나쁜 여자가 유준 오빠와 약혼한다고.?”소희원은 날카로운 소리로 외쳤다.소희원의 몸에서 치솟는 분노를 느끼고 강하영은 비아냥거리며 입술을 실룩거렸다.소희원이 적대감을 양다인에게 돌리기만 하면 그는 안전하게 자기 일을 조사할 수 있었다.소희원이 한눈을 파는 틈을 타서 강하영은 자리를 떴다.택시에 앉아서야 그녀는 완전히 긴장이 풀렸다.휴대폰을 꺼내 우인나에게 문자를 보냈다.[그쪽에서 조사 중이야?]몇 분도 지나지 않아 우인나가 답장을 보내왔다.[어제부터 시작했는데 아쉽게도 그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어.]강하영은 미간을 찌푸렸다. 과연 쉽지 않았다.핸드폰을 끄려는데 갑자기 낯선 문자가 하나 더 들어왔다.[하영 씨, 죄송해요. 내 사촌 여동생이 또 폐를 끼쳤어요.]강하영은 전화번호를 보며 어리둥절해 하다가 잠시 생각한 후에야 자신이
그녀의 이 한마디 때문에 간단한 식사는 데이트가 되었다!강하영은 차갑게 그녀를 바라보며 아직 말을 하지 않았는데, 옆의 소예준이 입을 열었다.“유준아, 오랜만이야.”그의 차분한 목소리는 마치 봄바람과 같았고, 강하영의 약간 불안한 마음을 점차 안정시켰다.하긴, 그녀와 정유준은 이미 상관이 없는 사이니 그가 오해할지 걱정할 필요가 어딨겠는가.정유준의 미간에 차가운 기운이 어려 있었다.“분위기도 참 좋아.”소예준은 웃으며 말했다.“그럭저럭이지.”양다인은 눈을 들어 정유준을 바라보았다.“유준 씨, 강하영 씨와 이분 함께 서 있으니까 엄청 잘 어울린다, 그지?”정유준의 그윽한 눈동자에는 아무런 정서도 보이지 않았고 그는 입술을 오므리고 가볍게 “응”하고 말했다.소예준은 양다인을 힐끗 보더니 시선을 돌려 강하영에게 말했다.“갈까요? 내가 데려다 줄게요.”강하영은 입을 벌렸지만 필요 없다는 말을 채 하기도 전에 소예준은 또 한마디 덧붙였다.“그쪽은 저녁에 위험해서요.”뱃속의 아이를 생각하니 강하영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정유준과 어깨를 스치고 지나갈 때, 강하영은 남자의 입가에 맺힌 차가운 웃음을 보았다.돌아가는 길.소예준은 가볍게 웃으며 물었다.“내가 설명을 하지 않았는데, 화 나진 않겠죠?”강하영은 차분한 얼굴로 대답했다.“이미 내려놓았으면 화가 날 필요도 없겠죠.”“나는 오히려 하영 씨가 갈수록 우리 어머니와 닮았다고 생각해요.” 소예준은 입가의 웃음을 살짝 거두었다.강하영은 그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결국 그녀도 그의 어머니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몰랐으니까.하지만 그녀는 그저 간단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그럼 난 예준 씨가 날 여동생으로 여기고 있다고 생각해도 되는 거예요?”소예준은 멍하니 있다가 웃었다.“확실히 그렇게 이해할 수 있죠.”……집에 돌아온 강하영은 씻은 다음 컴퓨터 앞에 앉아 원고를 그리기 시작했다.그녀는 디자인 원고를 깔끔하게 마무리한 다음 또 자세히 한 번 검사하고 나서야 침
강하영은 몸을 돌려 핸드폰을 확인했다.낯선 전화인 것을 보고 그녀는 눈살을 찌푸렸다.한밤중에 누가 그녀에게 전화를 할까?강하영은 이불을 젖히고 살금살금 방에서 나와 전화를 받았고, 상대방이 먼저 말을 하기를 조용히 기다렸다.“여보세요? 혹시 강하영 씨인가요? 여기는 도성 감옥입니다.”감옥?강하영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무슨 일이죠?”“당신의 아버지는 3시 52분, 감옥에서 돌아가셨고, 내일 와서 시신을 찾아가세요.”쿵 하는 소리와 함께 강하영의 머리는 순식간에 하얗게 변했다.강성문이…….죽었다니??강하영은 휴대전화를 천천히 내려놓았고, 눈빛은 믿을 수 없는 놀라움으로 가득 찼다.그녀는 비록 강성문에 대해 원한이 있었지만, 어렸을 때 강성문도 열심히 일해서 그들 일가를 먹여 살렸다.가슴이 아파서 강하영은 힘없이 소파에 주저앉았다.왜 이 모든 것은 이렇게 갑작스럽게 일어났을까?……다음날.마찬가지로 이 일을 알게 된 정유준은 아침 일찍 강하영을 데리고 감옥으로 달려갔다.교도관은 강하영을 데리고 강성문의 시신을 찾으러 갔다.강성문의 얼굴에 상처투성이인 것을 보고 강하영의 눈물은 결국 참지 못하고 쏟아졌다.정유준은 문 밖에 서서 강하영을 바라보며 마음은 무척 무거웠다.그는 고개를 돌려 교도관을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누가 한 짓이지?”교도관은 한숨을 내쉬었다.“감방에서 다투다가 두 범인에게 폭행을 당해 숨졌습니다.” 정유준은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은 목숨을 갚는다고 말을 해도 의미가 없었다.잠시 기다렸다가 강하영이 걸어 나왔다.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정유준 앞으로 걸어가서 담담하게 말했다.“날 데리고 와줘서 고마워요.”정유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보았는데, 그녀의 눈빛이 너무 평온한 것을 보고 안색이 갑자기 무거워졌다.“강하영…….”정유준이 그녀를 불렀다.“고마워요. 얼른 돌아가요.” 강하영은 그의 말을 끊고 입술을 오므렸다.“내가 처리할 수 있어요.”정유준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는 멍하니 있다가 자신이 뜻밖에도 정유준의 침실에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강하영은 이마를 비볐는데, 그녀는 정유준이 어떻게 자신을 데리고 돌아왔는지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발자국 소리가 들려오자 남자의 어둡지만 잘생긴 얼굴이 나타났다.그는 침대 옆으로 걸어가서 강하영을 내려다보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깼어?”강하영은 어이 없어 하며 그를 바라보았는데, 이건 또 무슨 쓸데없는 질문인가?강하영이 자신을 비웃고 있는 것을 보고 정유준은 얼굴이 어두워졌다.“양심도 없는 거야? 너를 데리고 왔으면 적어도 고맙다는 말은 해야 하는 거 아니야?”“고마워요.” 강하영은 눈을 드리우며 대답했다.그러나 말투는 전혀 감사의 뜻이 없었고 무척 차분했다.정유준은 침을 삼켰다.이 여자는 항상 그를 화나게 할 방법이 있었다!잠시 후, 그는 또 물었다.“왜 밥을 잘 먹지 않는 거야? 영양실조에 걸리는 게 좋은가 봐?”강하영은 입술을 오므리며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어지럼증을 참으며 앉아 이불을 젖혀 침대에서 내려오려 했다.“강하영!”정유준은 그녀의 어깨를 누르고 눈빛에 분노를 띠고 있었다.“내가 밧줄로 널 침대에 묶도록 강요하지 마!”강하영은 차갑게 눈을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당신은 지금 나를 계속 가둘 권리가 없어요!”정유준은 멈칫하다 눈 밑에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더니 곧 눈살을 찌푸렸다.“체력을 회복하고 나면 그때 가.”어젯밤에 일어난 일을 떠올리면 강하영은 그의 말을 믿고 싶지 않았다.그가 또 짐승 같이 굴며 그녀를 깨끗이 잡아먹을지 누가 알겠는가!강하영은 슬리퍼를 신고 밖으로 나갔다.“만약 이렇게 외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나도 널 막지 않을 거야.” 정유준은 제자리에 서서 가볍게 키득거렸다.강하영은 멈칫하다 고개를 숙이고 지금 입은 옷을 바라보았다.정유준의 셔츠인 것을 보고 그녀의 얼굴은 순식간에 붉어졌다.그녀는 분노에 그를 노려보았다.“내 옷은요?”강하영이 사자처럼 화가 난 것을 보고 정유준은 입술을 구부리고 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