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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0화 영혼을 바치다

“아버지가 죽고 싶으면 깔끔하게 죽으라고 하더라. 나중에 또 나타나서 마지막 남은 호감마저 사라지게 하지 말라면서. 어머니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지는 못하셨어. 어머니가 떠나게 되면 내가 혼자 남을 걸 잘 아니까. 그런데 나중에는 결국 떨쳐버리지 못하고 아버지가 남긴 돈으로 술과 담배를 시작하셨거든. 매번 술만 마시면 자해한 탓에 손목이랑 다리는 2년 내내 성한 곳이 없으셨어.”

“그때 나는 집에 가는 게 가장 두려웠어. 혹시라도 어머니가 집에서 죽어 있을까 봐. 더욱이 어머니 울음소리를 듣는 것이 두려웠어. 그런 고통스러운 시간은 5년 동안 지속되었고, 결국 어머니는 악성 종양에 걸리셨지.”

“제발 병원에 가서 치료받으라고 말씀드렸지만 마르고 상처투성이가 된 손으로 내 손을 꽉 잡더니 더 이상 내게 짐이 디고 싶지 않다고 하시면서 남은 돈을 내게 남겨주시면서 좋은 어린이 되길 바란다고 하셨어. 그리고 아버지를 원망하지도, 찾아가지도 말라고 하셨어. 아버지는 악마라고 하시면서.”

“어머니는 내가 내면이 순수한 천사가 되기를 바라셨어. 그 고통스러운 시간 속에서 내가 유일한 빛이었기 때문이야.”

진석은 간단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끝마쳤고, 하영의 얼굴은 이미 눈물범벅이 되었다.

“아버지 원망하지 않아?”

하영의 물음에 진석은 물컵을 건네주었다.

“원망하면 무슨 소용이야? 그저 자기 마음만 괴롭지.”

하영은 진석의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아버지가 아니라면 진석 씨와 어머니도 그 지경이 되지 않았을 거잖아. 안 그래?”

“원망한 적도 있었어.”

진석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찾아간 적도 있는데, 생각보다 별로 잘 지내지 못하더라고.”

하영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잘 지내지 못한다는 게 무슨 뜻이야?”

진석은 맑은 눈동자로 하영을 응시하며 부드러운 어조로 얘기했다.

“곁에 진심인 사람이 하나도 없었거든.”

“그렇다고 행복하지 않은 건 아니잖아.”

하영이 말을 이었다.

“진석 씨랑 어머니한테 5년 동안 생활할 수 있는 돈을 남겼다는 건 상당히 부유하다는 얘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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