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준이 한참 두리번거리며 찾고 있을 때 한 종업원이 음식을 들고 룸으로 들어가는 것을 발견했다.그 안에는 바로 강하영과 정주원이 앉아있었다.유준이 어두운 표정으로 들어가려 할 때, 허시원이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대표님, 저런 인간 때문에 상처받으실 필요 없잖아요!”유준은 그런 시원을 무시하고 방금 종업원이 닫아버린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룸으로 들어가는 순간 하영과 정주원이 고개를 들어 유준을 바라보았다.하영은 약간 놀란 표정으로 유준을 바라보았다.‘벌써 찾아왔다고?’유준의 등장에 정주원의 눈가에 좋은 생각이 스쳤다.‘역시 정유준은 올 줄 알았다니까.’정유준의 분노에 찬 표정에 주원의 기분은 감출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유준이 왔구나…….”주원이 웃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그런데 말이 끝나기 전에 유준이 주원의 멱살을 잡고 들어 올렸다.“정주원, 너 죽고 싶냐?”유준이 붉게 충혈된 눈으로 주원에게 주먹을 휘두르려 하자,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하영이 바로 그를 제지했다.“정유준 씨, 멈춰요!”유준의 주먹은 하영의 말에 허공에 멈추고 말았다. 그리고 싸늘한 눈빛으로 하영을 돌아봤다.“너는 입 닥쳐!”유준의 이성을 잃은 모습에 하영은 가슴이 답답했다.하영은 주먹을 꽉 쥐고 손톱으로 손바닥을 찌르며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다짐했다.‘지금 정유준 기분을 신경 쓸 때가 아니야. 연기하기로 했으면 끝까지 해야 해!’“제가 왜 닥치고 있어야 하죠?”하영은 일부러 화가 난 말투로 입을 열었다.“우리 식사를 망친 사람은 당신인데, 저한테도 얘기할 권리는 있어요!”주먹을 꽉 쥐고 있던 유준의 분노에 찬 눈빛엔 실망감이 드러났다.“지금 저 자식을 돕는 거야?”“맞아요! 제 친구예요!”하영의 확고한 말투에 유준은 상처받은 눈빛을 하고 있었다.‘지금 정주원을 지키는 거야?’‘여러 차례 경고하고 어머니가 처한 불행한 상황도 얘기해 줬는데 저런 더러운 놈이랑 친구를 한다고?’“유준아, 너무 그러지 마. 강하영 씨가 무서워하잖아.”유준이
이레스시 밖.유준은 하영을 끌고 밖으로 나와 차 안에 집어 던졌다.차에 던져지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 난 하영이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그때 유준의 서늘한 기운이 그녀를 덮쳤다.유준은 하영의 팔을 잡아 자리에 똑바로 앉힌 뒤 완전히 이성을 잃은 모습으로 소리 질렀다.“대체 왜 이런 짓을 하는 건데?”팔에 전해지는 고통에 하영의 분노도 끓어오르기 시작했다.“정유준 씨, 이러는 거 재밌어요? 제가 분명히 제 일에 신경 쓰지 말라고 했잖아요!”“왜 이런 짓을 하냐고 묻잖아!”유준은 하영의 옷깃을 움켜잡아 자신에게 가깝게 끌어당겼다.“이유가 뭔데?”“아무 이유 없어요.”하영은 싸늘한 표정으로 유준을 노려보았다.“그리고 당신한테 설명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요!”“설명할 필요 없다고?”유준이 이를 악물고 다시 물었다.“네!”하영도 질세라 대답했다.“설명하고 싶지 않아요! 정주원이랑 친구 하기로 한 것도 설명하기 싫고, 그 사람과 데이트하는 것도 더 설명하고 싶지 않아요!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긴다고 해도 설명하지 않을 거예요!”“허시원!”유준이 화난 목소리로 시원의 이름을 불렀다.“당장 차에서 내려!”그러자 허시원은 황급히 차 문을 열고 내렸다.깜짝 놀란 하영은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정유준, 지금 뭐 하자는 건데요? 읍…….”유준은 하영의 턱을 잡고 그대로 몸을 숙여 입을 맞췄다.그는 마치 분노를 표출하듯 하영이 고통 섞인 신음을 흘릴 정도로 입술을 탐했다.찌익-그 사이 욕망에 사로잡힌 그가 하영의 옷을 찢어버렸다.“정유준! 그만해! 멈추라고!”하영은 겁에 질려 정유준을 밀어냈다.“너 남자 좋아하잖아!”유준은 거칠게 하영의 몸 위에 올라탔다.“강하영, 내가 오늘 네 소원대로 해줄게!”하영은 지금 눈앞에서 미쳐 날뛰고 있는 남자를 아무리 밀어내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유준의 강압적인 행동에 눈물이 하영의 두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호텔.양다인은 주원을 호텔 방으로 데려가 침대에 눕히는 순간 주
10분 뒤 양다인은 욕실에서 나왔다.그리고 정주원 곁으로 다가가 입가에 짧은 입맞춤을 했다.“주원 씨, 먼저 갈게요.”주원의 미간이 부드럽게 펴졌다.“조심해서 가요. 기사가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네.”몇 분 뒤, 운전기사가 양다인이 이미 차에 탔다고 문자를 보내왔다.그와 동시에 누군가 방문을 두드렸다.주원이 문을 열자 밖에는 섹시한 원피스 차림에 빨간 립스틱을 바른 여자가 애교스럽게 물었다.“사장님이 저 지명하셨죠?”“들어와.”주원이 몸을 돌리자 여자는 높은 구두를 또각거리며 방 안으로 들어왔다.몇 걸음 걷지도 못했는데 주원이 여자의 머리채를 잡아 소파 위로 힘껏 던져버렸다.여자는 머리르 부여잡고 겁에 질린 눈빛으로 고개를 돌렸다.“아니, 지금…….”주원의 눈가엔 그동안 억눌러 왔던 광기가 떠올랐고, 그의 몸 안에서 마치 한 마리 짐승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그는 여자에게 다가가 입을 열었다.“몸 돌려!”여자는 부들부들 떨며 몸을 일으켜 도망치려 했고, 주원은 또다시 그녀의 머리채를 잡았다.그리고 뒤에서 여자의 목을 조르면서 온몸으로 독사와도 같은 차가운 기운을 내뿜었다.“내 말 무슨 뜻인지 몰라?”여자는 목이 졸려 숨을 쉴 수 없어 겨우 한 마디를 짜냈다.“아, 알았어요…….”말을 마친 여자는 얼른 소파 위에 엎드렸고, 주원은 그대로 앞으로 다가가 부드러운 몸을 잡고 그대로 자신을 밀어 넣었다.이때 정주원의 모습은 방금 양다인과 함께 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해있었다.그의 오관은 흥분으로 인해 점점 일그러졌고 목구멍에서는 만족스러운 낮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몸 다시 돌려!”여자는 몸을 흠칫 떨더니 공포에 질린 얼굴로 몸을 돌렸다.하지만 여자가 몸을 돌리자마자 정주원이 그녀의 뺨을 때릴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여자는 멍한 표정을 지었고 주원은 그녀의 머리채를 잡아 테이블에 박아버리기 시작했다.“사장님! 제발 때리지 마세요! 제가 잘못했어요!”여자가 사정할수록 주원은 점점 흥분했다
“정유준한테 하영이랑 같이 있는지 전화 좀 해 봐요.”인나의 말에 현욱은 알았다고 대답하고는 휴대폰을 꺼내 유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기가 꺼져있다는 응답만 들려왔다.현욱은 휴대폰을 인나에게 건넸다.“휴대폰 꺼져있는데요? 무슨 일 있어요?”“그렇게 돼지처럼 자고 있는데 무슨 일 생겼는지 어떻게 알겠어요?”인나는 현욱을 흘기자 그는 억울했다.“인나 씨가 잠든 모습을 보고 혹시라도 깨울까 봐 나도 잠든 거잖아요.”인나는 콧방귀를 뀌었다.“둘 다 전화기가 꺼져있는데 하영이가 정유준과 같이 있는 거 아닐까요?”‘강하영 씨가 연락이 안 된다고?’현욱은 그제야 퍼뜩 정신이 들었다.“하영 씨도 전화기 꺼져 있어요?”인나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허 비서님 연락처 있죠? 얼른 전화해서 물어봐요.”“네, 지금 물어볼게요.”현욱은 바로 허시원에게 전화를 걸었고, 몇 번 연결음이 울리더니 시원이 전화를 받자마자 물었다.“허 비서님, 유준이 지금 하영 씨랑 같이 있어요?”허시원은 어색한 표정으로 차를 힐끔 쳐다보고는 다시 머쓱한 눈길로 끊임없이 시선을 던지는 행인들을 쳐다보았다.“같이 있기는 합니다만…….”허시원은 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이미 한참이나 민망한 시선을 받으며 그 자리에 서 있었다.현욱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둘이 대체 뭐 하고 있는데요? 둘 다 전화기가 꺼져 있던데.”시원은 대답하기 난처했다.“배 대표님, 저도 설명하기 힘듭니다. 아무튼 아시잖아요…….”그 말을 듣고 현욱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인나를 바라봤고, 인나는 너무 놀라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현욱은 시원과 몇 마디 나눈 뒤 전화를 끊었고, 곁에 있던 인나는 혀를 내둘렀다.“하영이 왜 또 정유준이랑 같이 있는 거예요?”그러자 현욱은 손을 뻗어 인나를 감싸 안았다.“둘이 다시 잘 되면 좋은 일이잖아요. 앞으로 우리 넷이 다 결혼해서 짝을 이루면 얼마나 좋아요?”인나는 주먹으로 현욱의 가슴을 때렸다.“뻔뻔하긴, 누가 현욱 씨랑 짝을 이
인나는 현욱이 전화를 끊고 방으로 돌아오는 것을 보고 얼른 침대에 누워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면서 눈을 감았다.‘내일 몰래 따라가서 대체 뭘 하는지 봐야겠어!’저녁 11시.하영은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다.2층에 있는 화장실로 올라가 불을 켜는 순간 거울에 비친 모습이 보였다.흐트러진 머리에 퉁퉁 부은 두 눈, 그리고 목에 선명하게 찍힌 키스 마크.하영은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 유준의 무지막지한 행동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정주원과 만나면 정유준이 화를 낼 건 알고 있었지만 이런 결과일 줄은 몰랐다.하영이 차에서 내리기 전에 유준이 그녀에게 다시는 정주원과 만나지 말라고 경고했다.그렇지 않으면 오늘과 똑같은 결과일 것이라고 말이다.그런데 이미 시작을 해버렸는데 어떻게 물러날 수 있단 말인가?지영 이모를 해친 사람도 아직 찾아내지 못했고, 자신의 결백을 증명할 증거도 찾지 못했는데 이런 일 때문에 물러설 수는 없었다.“G, 왔어? 야식은 언제 사줄 건데?”갑자기 캐리의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오자 하영은 당황한 표정으로 얼른 수건으로 목을 가렸다.화장실 쪽으로 다가오던 캐리는 하영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소리 질렀다.“뭐야, 꼴이 왜 그래?”하영은 불쾌한 시선으로 캐리를 바라보았다.“괜히 애들 깨우지 말고 조용히 해.”“대체 무슨 일인데?”캐리는 의아한 표정으로 하영을 훑어보더니 잠시 뒤 눈을 크게 떴다.“설마 정유준 그 자식이 너 괴롭혔어?”“캐리!”하영이 그의 말을 끊었다.“야식 주문해 줄 테니까, 그만 얘기해.”캐리는 순간 폭발하고 말았다.“젠장! 역시 그럴 줄 알았어! 내가 두 사람 같이 있다고 할 때부터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는데, 설마 너 때렸어? 아니면 억지로 너한테 무슨 짓 했어? 이 자식을 진짜!”하영은 머리가 지끈거렸다.“좀 조용히 해주면 안 돼?”“알았어. 아무리 그래도 네가 이런 꼴로 돌아왔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어?”“찾아가서 뭘 어쩌려고? 어차피 일어난 일이잖아!”하영은
오전 10시 30분.복도에서 걸어 나오던 현욱은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었다.차에 시동을 걸자 인나도 바로 현욱이 떠난 방향으로 따라갔고, 한참 달리던 차는 회사 근처에 있는 카페 앞에서 멈췄다.현욱이 차에서 내렸고 인나는 차에 앉아 그가 카페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봤다.그리고 한 여자가 다가와 현욱의 앞에 앉자 인나는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지금 나 몰래 다른 여자와 데이트하는 거야? 지금 나를 뭘로 보고!’인나는 다급히 모자를 꾹 눌러쓴 뒤 마스크까지 착용하고 차에서 내렸다.카페로 들어가 두 사람과 가까운 곳에 자리 잡으니 두 사람의 대화가 똑똑히 들려왔다.여자는 조금 쑥스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사진보다 훨씬 잘 생기셨네요.”현욱도 조금 격동된 어조로 입을 열었다.“보아하니 이런 외모를 좋아하시나 봐요. 영광입니다.”여자가 웃었다.“네, 저희 집 상황은 어머님께 다 들으셨죠? 일단 알아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해요?”“전혀 문제 될 게 없죠. 24시간 항상 언제든 대기 중이거든요.”‘24시간 언제나 대기 중?’인나는 화가 치밀어 올라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내 곁에서 24시간 대기하는 건 한 번도 못 봤는데. 예쁜 여자만 보면 본성이 나오는 거야? 아부를 떠는 꼴을 못 봐주겠네.’“24시간까지는 필요 없어요. 이제 처음 만났는데 가끔 연락하는 정도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좋은 인연이 딱 나타났는데 제대로 얘기해보지 않으면 누가 빼앗아 가면 어떡해요?”“현욱 씨…….”주연희가 얼굴을 붉혔다.“그렇게 급할 것 없잖아요. 출근은 안 하세요?”“가족기업이니까 결혼하면 먹고살기 충분해요. 그러니 그 시간에 연희 씨를 더 알아가고 싶거든요…….”현욱의 화려한 말솜씨에 인나는 온몸이 부들부들 떨려왔다.‘하긴, 현욱 씨가 어떤 신분이고 내가 어떤 신분인데. 집안끼리 어울리지도 않는데 어떻게 함께 할 수 있겠어?’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인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현욱의 곁으로 성
인나가 손을 뿌리치자 현욱은 다시 잡았다.지금 놓치게 되면 이번에는 정말 놓쳐버릴 것 같아 감히 손을 놓을 수 없었다.인나가 전혀 들으려 하지 않으니 현욱은 주연희를 향해 입을 열었다.“주연희 시, 이 여자 제 여자친구입니다! 오늘 선보러 나온 것도 제가 원한 게 아니라 어머니가 억지로 나가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나왔어요. 방금 한 얘기들도 일부러 저 싫어하라고 한 얘기고 다른 뜻은 없어요. 그럼 먼저 일어날게요!”“당신 정말 역겨워!”인나는 억제로 해명하는 현욱을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몸을 돌렸고, 현욱은 황급히 인나의 뒤를 따라 카페를 나섰다.인나가 처음 보는 차에 올라타는 것을 보고 현욱은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지금 다른 차로 나 미행한 거야?’현욱은 다른 생각할 겨를도 없이 보조석 문을 열고 차에 앉았고, 인나는 싸늘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내려요.”현욱은 미간을 찌푸렸다.“일단 마음 좀 가라앉히고 내 얘기 좀 들어주면 안 돼요?”인나는 고개를 돌려 현욱을 쳐다봤다.“지금 충분히 차분하거든요? 기어이 얼굴에 물 뿌리고 뺨을 때려야 차분하다고 생각해요?”“그게 아니라 내 얘기 끝까지 좀 들어봐요. 어젯밤에 어머니 전화 때문에 오늘 어쩔 수 없이 나오게 됐어요.”인나는 피식 웃었다.“그래요. 그런데 말을 뱉을 땐 생각이란 걸 하긴 해요? 지난번에 누가 나한테 옷을 디자인해 주겠다고 했죠? 참, 이제 알겠네. 내가 또 현욱 씨 부모님을 뵙는 줄 알고 김칫국부터 마셨네요. 나만 혼자서 들떴고 당신은 늘 나의 믿음을 배신했어요.”“인나 씨, 그게 아니에요. 나 정말 인나 씨를 집에 소개해 주고 싶어요. 그전에 미리 얘기할 시간은 줘야죠.”“시간이요? 왜, 집안끼리 어울리지 않는다고 반대라도 하실까 봐 걱정 돼요?”“우리 어머니가 그런 분인 건 사실이지만…….”“그럼 더 이상 할 얘기 없겠네요. 축하받지 못하는 결혼은 행복하지 않아요. 배현욱 씨, 지금 정중하게 말씀드리는데 우리 이만 헤어져요.”“싫어요. 나는
하영은 시계를 확인했다.“그래, 30분 안에 갈 테니까 기다려.”“응, 기다릴게.”전화를 끊고 하영은 인나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20분 후.달밤 파스타 가게로 도착한 하영은 인나가 퉁퉁 부은 눈으로 밥을 먹고 있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하영은 얼른 문을 닫고 인나의 앞으로 다가가 자리에 앉았다.“무슨 일이야? 누가 너 괴롭혔어?”인나는 숟가락을 내려놓고 입안에 있는 음식을 천천히 씹어서 삼킨 뒤 울먹이는 소리고 입을 열었다.“나 헤어졌어.”“왜 헤어졌어?”하영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요즘 두 사람 잘 지내고 있었잖아.”인나의 입술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울음을 터트렸다.그리고 울먹이면서 현욱이 몰래 선보러 나간 사실을 전부 얘기했다.“하영아, 나 정말 참으려고 노력해 봤어. 밖에서 최대한 화도 안 내려고 했고. 나도 사랑이라는 감정 때문에 막돼먹은 여자로 변하는 게 싫거든. 그런데 마음이 너무 아파. 마치 누가 가슴을 파먹는 것 같아서 한동안 너무 힘들 것 같아…….”말을 마친 인나는 다시 숟가락을 들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눈물범벅이 된 채 음식을 입에 쑤셔 넣던 인나는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하영의 눈시울도 따라 붉어졌다. 한 번도 인나가 이렇게까지 힘들어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인나는 남자친구를 사귄 적이 없었다. 기껏해야 남자들이랑 허물없이 지내며 놀았을 뿐이지 사실은 뼛속까지 보수적인 사람이었다.그리고 처음으로 마음을 준 사람이 배현욱인 것이다.하영은 저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 올랐다.‘선보기 싫다면서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 있어? 게다가 인나한테 숨기기까지 했으니. 아무리 선의의 거짓말이라고 해도 어떻게 그럴 수 있어?’인나가 제일 싫어하는 게 거짓말과 배신이라는 것을 하영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하영은 인나를 품에 안았다.“인나야. 이번엔 현욱 씨가 잘못했어. 그런데 이번 일만 놓고 그 사람이 바람둥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인나는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을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