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 얼른 오빠를 혼내 줘요. 이모를 잠들지 못하게 하려고 일부러 얼굴을 꼬집은 거예요!”세희가 세준이를 덥석 잡으며 못되게 웃어 보였는데, 드러난 송곳니가 꽤 사랑스러웠다.우인나가 깜짝 놀라 물었다.“내가 잠들었어?”그 말에 세희와 세준은 이상한 눈빛으로 인나를 바라보더니 세희가 먼저 입을 열었다.“이모, 벌써 사흘째 우리한테 동화책 읽어주다가 잠들었어요.”세준도 우아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보통 돼지들이 본인이 잠든 줄도 모르고 있다죠.”인나는 이를 악물고 세준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이게 다 너희 둘 때문이잖아.”말을 마친 인나는 침대에 벌러덩 누워 하품을 했다.“애들을 보는 게 이렇게 힘든 줄 몰랐지. 하영이는 그동안 어떻게 버텼는지 참 대단해.”하영의 말이 나오자 두 녀석은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엄마는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네요. 상처는 많이 좋아졌을까요?”세희의 목소리가 침울해 보였다.세준은 세희의 머리에 손을 올려 다독여 줬다.“조급해해도 소용없어. 그저 얌전히 집에서 엄마가 돌아오실 때까지 기다리면 돼.”세희는 고사리 같은 손을 들어 세준의 손을 껴안았다.“오빠, 나 엄마 보고 싶어.”“보고 싶으면 전화하면 되지!”세준이 입을 열기 전에 인나가 미리 허락한 뒤, 침대맡에서 휴대폰을 들어 하영의 연락처를 찾아 음성 버튼을 눌러 세희에게 건네주었다.“엄마한테 하고 싶은 말 해서 보내.”세희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얼른 휴대폰을 잡고 입을 열었다.“엄마, 자요?”세준도 휴대폰을 가져와 한마디 했다.“엄마, 이모 너무 재미없어요. 우리한테 동화책 읽어준다고 했으면서 혼자서 잠든다니까요.”화장실에서 세수를 마치고 나오던 하영은 문자음이 두 번 울리는 것을 듣고 휴대폰을 확인하니 인나가 음성 메시지를 보내왔다.음성 메시지를 클릭하니 이내 두 아이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두 아이의 귀여운 목소리에 하영의 얼굴에 웃음꽃이 번지기 시작하면서 이제 애들한테도 휴대폰을 사줘야겠다고 생각했다.“엄마 아직 안
하영은 무덤덤하게 대답했다.“괜찮으면 됐어. 계약금은 네가 알아서 해. 얼마 안 가 MK에서 위약금을 보내올 거니까.”공장에 관한 일을 이미 인나한테서 전해 들은 캐리는 불만을 토로했다.“네가 찾은 남자들은 하나같이 왜 다 그 모양이야? 며칠 전에 모처럼 정유준 그 자식을 달리 보게 됐는데, 이제 보니 역시 쓰레기잖아…….”캐리의 불평이 시작되기만 하면 끝이 없었다.캐리가 요즘 정신없이 바삐 보냈다는 걸 하영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말을 끊지 않고 실컷 욕하게 내버려뒀다.한참 욕을 퍼붓던 캐리가 지쳐갈 때쯤에야 하영이 입을 열었다.“내일 비서한테 얘기해서 애들한테 휴대폰 좀 가져다주라고 해.”“뭐? 드디어 애들한테 휴대폰 사 주는 거야? 그런 일은 나한테 맡겨! 내가 알아서 할게!”“요즘 바빠서 집에 갈 시간도 없다며?”“맞아! 요즘 이틀 동안 회사에서 잤거든. 마침 내일 나도 옷 갈아입으로 집에 가봐야 하니까 이만 끊을게. 이따가 공장 가서 물건 옮기는 거 지켜봐야 하거든.”“자기 자신과 직원들을 너무 혹사하지 마. 시간이라면 아직 며칠 남았잖아.”“고객들은 기다려 주지 않아! 쉬고 있어, 이만 끊을게! 밖에서 싸돌아다니지 말고 일찍 돌아와!”“알았어.”다음날.아침 일찍 일어난 양다인은 씻고 나서 어젯밤 신중히 고른 옷을 입고, 예쁘게 화장까지 마쳤다.거울 속에 우아하고 부드러워 보이는 모습을 바라보며 양다인은 만족스럽다는 듯 핸드백을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소백중은 그때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아침 일찍 일어난 다인을 보고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다인아, 지금 6시인데 벌써 일어난 거냐?”순간 양다인의 얼굴에 쑥스러운 빛이 스쳤다.“할아버지, 오늘 약속이 있어서 나가봐야 하거든요.”소백중은 양다인을 훑어보더니 입을 열었다.“다인아, 너 설마 정유준 그놈 만나러 가는 건 아니겠지?”그러자 양다인은 얼른 부인하기 시작했다.“절대 아니에요. 친구가 입원했는데 다른 애들이랑 다 같이 병문안 가기로 했어요.”
하영도 주원을 발견하고 담담하게 웃었다.“이번에도 우연은 아니겠죠?”“그건 확실히 아닌 것 같네요. 하영 씨가 내려온 것을 보고 저도 내려왔어요.”주원이 웃으며 인정하자 하영은 벤치에 몸을 기대며 침착한 표정으로 주원을 주시했다.“혹시 무슨 목적이라도 있나요? 아니면 그저 저랑 얘기를 나누고 싶어서?”주원은 휠체어 방향을 돌려 하영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후자라고 해두죠.”하영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와 거리를 두었다.“저한테 할 얘기가 있으시면 바로 하시죠.”“하영 씨는 유준이를 많이 미워하죠?”주원이 기회를 찾아 입을 열자 하영은 보온병 뚜껑을 열며 입을 열었다.“별로 대답하고 싶지 않네요.”“그럼 제가 알아맞혀 볼까요? 하영 씨가 이렇게까지 다쳤는데도 유준이가 보러오지 않는 걸 보면 두 사람 사이에 분명 문제가 생겼을 겁니다.”하영은 주원의 분석 따위 듣고 싶지 않았다.“그렇다고 해도 그쪽과는 상관없는 것 같네요.”“이대로 이용만 당하고 버림받으면 받아들일 수 있어요?”주원은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하영에게 물었다.“제가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해서 복수할 방법이나 있겠어요?”“왜 없다고 생각해요?”정주원이 되묻는 물음에 하영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정주원 씨, 어제 방송에서는 지금 이런 태도가 아니라 분명 자책하고 계셨잖아요.”“지금 저의 태도는 어떤데요?”“지금 저더러 정유준 씨한테 복수하라고 부추기고 있잖아요. 아닌가요?”주원의 물음에 하영은 싸늘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어제 방송에서 보인 태도라면 지금쯤 저한테 그만 내려놓으라고 설득해야죠.”주원은 하영이 이 정도로 직접적일 줄은 예상치 못했다.“하영 씨와 저는 입장이 다르죠.”“하지만 정주원 씨 말을 들어보면 제가 당신의 칼잡이가 돼주길 바라는 것 같아서요. 제가 정유준한테 복수를 하면 정주원 씨도 이득을 얻는 것처럼 말이죠.”“강하영 씨는 정말 똑똑한 여성이에요. 강하영 씨 같은 여자는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생각해요.”“그래서 정주원 씨
‘강하영, 또 나랑 같은 남자를 놓고 빼앗을 셈이야? 감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주원 씨랑 알고 지냈었다니!’양다인은 방근 정주원이 하영의 손목을 잡은 것을 똑똑히 보았다.‘대체 언제부터 저렇게 친해진 거지? 여자가 지조도 없이! 정유준한테 접근하더니 이제는 정주원과도 만나는 거야? 그딴 짓을 하고도 벼락 맞을까 봐 두렵지도 않은가 봐?’‘안 돼, 절대 이대로 가만있을 수는 없어. 어떻게든 주원 씨의 마음을 완전히 나한테 돌려야 해!’양다인이 한참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정주원의 휠체어가 이쪽으로 향하는 것을 발견하고는 빠르게 질투심을 감추고, 억지로 환히 웃으며 기둥 뒤에서 걸어 나왔다.“정주원 씨!”양다인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주원의 이름을 부르자, 그가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양다인을 발견한 주원은 별로 놀라는 기색이 없었고, 눈가엔 약간 경멸의 빛이 스쳤다.사실 방금 그가 하영의 손목을 잡을 때부터 이미 양다인이 나타난 것을 발견하고 일부러 그런 행동을 했던 것이다.양다인처럼 욕망이 넘치는 여자라면 그 광경을 보고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주원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양다인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다인 씨가 여긴 어쩐 일이에요?”양다인은 이를 악물었다.‘내가 방금 이 자리에 없었다면 그런 광경도 보지 못했겠지!’양다인은 과일바구니와 품에 안고 있던 꽃다발을 들어 보였다.“어젯밤엔 쉬고 있을 것 같아서 오늘에야 찾아왔어요.”그리고 정주원 앞으로 가까이 다가갔다.“정주원 씨, 얼른 쾌차하길 바랄게요.”주원은 웃는 얼굴로 곁에 서 있는 경호원에게 물건을 받으라고 눈치 줬다.경호원이 다가와 선물을 받은 뒤 입을 열었다.“도련님, 병실로 돌아가시겠습니까?”“그래.”그리고 주원은 양다인을 바라보며 물었다.“다인 씨도 나랑 같이 올라가요.”“네.”병실에 도착하자 양다인은 주원을 부축해 소파에 앉았다.경호원이 다인과 주원에게 물을 따라준 뒤 병실을 나가며 문을 닫았다.그때 정주원이 부드러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왜 자꾸 내 앞에서 얼쩡대는 거야! 네가 원하던 정유준을 돌려줬잖아. 그런데 왜 또 주원 씨한테 집적대는 거야?”양다인은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마구 소리 지르기 시작했고, 양다인이 화나서 씩씩대는 모습을 보고 하영은 자신의 짐작에 확신을 갖기 시작했다.지영 이모의 신분을 폭로한 사람은 바로 양다인이 틀림없었다.하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양다인을 향해 천천히 다가가기 시작했다.“나한테 돌려줘?”하영은 웃음을 터뜨리더니 말을 이었다.“유준 씨가 너한테는 그저 물건이었나 봐?”그 말에 양다인은 멈칫했다.“내가 언제 그렇게 얘기했어?”“아니야?”하영은 양다인을 위아래로 훑어봤다.“너는 이용 가치가 없으면 버리는 사람이잖아. 그래서 이번엔 정주원이랑 어울리는 거야?”“나랑 정유준은 이미 끝난 사이인 거 몰라?”양다인은 앙칼진 목소리로 소리 질렀다.“이제 솔로니까 나한테도 남자를 선택할 권리는 있어!”강하영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래. 정주원에게 잘 보이려고 정유준의 어머니까지 구렁텅이에 밀어 넣은 거야?”충격에 빠진 눈빛으로 하영을 쳐다보던 양다인의 눈빛은 크게 당황하는 것 같았다.“그, 그게 무슨 허튼소리야?”“허튼소리인지 아닌지는 네가 제일 잘 알겠지!”하영은 눈을 가늘게 뜨기 시작했다.“양다인, 그런 무서운 짓을 저지르고 그 사람들이 너 찾아올까 봐 겁나지도 않아? 혹시 꿈속에서 눈을 떴을 때 뒤돌아본 적 있어? 그들은 어쩌면 항상 네 주변에 있다가 네 목숨을 앗아갈 기회만 노리고 있을지도 몰라!”양다인은 하영의 눈빛에 겁을 먹고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양다인의 얼굴은 이미 창백해졌고 호흡마저 거칠어졌다.“괜히 이상한 말로 겁주려 하지 마!”하영은 웃는 얼굴로 시선을 거두었다.“보아하니 정주원이 너한테 꽤 중요한가 봐?”양다인은 주먹을 꽉 쥐고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하영을 째려봤다.“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하영은 다시 침대로 돌아가 앉았다.“네가 내 병실에 찾아온 이유는 두 가지뿐이겠지. 정주원 곁
하영은 이마를 짚었다.“스승님, 제가 실수로…….”“실수로 넷째를 가졌다고?”존슨은 더욱 흥분에 겨워 들떴다.“안 되겠어. 이번에야말로 내가 제대로 돌봐줘야지.”“넘어졌어요! 스승님! 제가 실수로 넘어졌다고요!”하영의 말이 끝나자 존슨은 한참 침묵을 지키다가 이내 실망한 듯 한 마디 던졌다.“쳇, 난 또 네가 임신한 줄 알았네. 재미없게.”하영의 눈썹이 꿈틀거렸다.“제가 다친 건 중요하지 않아요?”“그게 뭐가 중요해? 사람이라면 넘어져서 좀 다칠 때도 있잖아. 어느 병원인지 얘기해 봐. 지금 갈게.”하영은 병원 주소와 병실을 알려줬고, 한 시간쯤 지나자 존슨이 도착했다. 병실 문이 열리는 순간 하영은 온몸에 화려한 빨간색을 두른 존슨이 높은 구두를 신고 들어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존슨은 오래 마흔이 되었지만, 철저한 관리를 통해 25세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남자처럼 짧게 자른 머리 스타일은 용감하면서도 자유분방한 매력을 보여줬다.존슨은 장미 꽃다발을 들고 병실에 들어서더니, 하영의 두 팔과 이마에 감은 붕대를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맙소사, 한동안 만나지 않았더니 이런 식으로 자해하고 있었던 거야?”‘자……, 자해?’하영은 어이가 없었다.존슨이 소리를 지르며 병실에 들어서더니 발로 문을 걷어차 닫은 뒤 하영의 곁에 앉았다.그리고 꽃다발을 하영의 품에 안겨준 뒤에 그녀의 팔을 잡아 상처를 살펴보기 시작했다.존슨의 행동은 다소 거칠었고, 상처를 건드린 탓에 하영은 그만 참지 못하고 신음을 흘렸다.“아파요.”존슨은 하영의 팔에 감긴 붕대를 한 번에 찢어버리고 상처를 꿰맨 자국을 유심히 지켜보더니 경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이거 누가 봉합한 거야?”“의사 선생님이요.”존슨의 질문에 하영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진작에 다쳤다고 얘기했으면 바로 날아와서 내가 직접 봉합해 줬을 텐데. 이건 너무 못생겼잖아. 흉터로 남을 거야.”“괜찮아요. 흉터 제거술을 받으면 돼요.”하영은 팔을 뺐다.비록 스승님의 봉합
현욱은 유준의 말이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그리고 한참만에야 그 말뜻을 알아차리고 눈을 크게 뜨며 입을 열었다.“설마 지금 나더러 댓글 알바를 시켜 투표하게 하란 거야?”‘세상에! 내 친구가 언제부터 이렇게 파렴치한 인간이 됐지?’“우인나가 네 미래의 배우자라며?”유준이 비꼬기 시작했다.“그런데 그정도도 못 해 주겠어?”현욱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게 지금 왜 이렇게 되는 건데? 아무리 봐도 이건 인나 씨랑 전혀 상관없는 일인데, 게다가 지금 나를 끌어들이는 입장이면서 돈까지 내가 대야 한다고?’유준은 미련을 버린듯 뒤로 벌러덩 누웠다.“유준아, 너 비겁하다고 얘기하는 사람 없었어?”유준이 불쾌한 표정으로 피식 웃었다.“사업가들은 그저 이익만 따질 뿐이거든.”현욱은 이를 악물고 눈을 흘겼다.“좋아. 내가 내 돈으로 댓글 알바를 살게.”“그래, 일이 성사되면 내가 슬쩍 우인나의 신분을 밝힐 거야. 우인나가 얻은 투표수만큼 디자이너로서의 몸값도 오르겠지. 이 일은 우인나한테도 좋은 일이잖아.”현욱은 유준이 거기까지 생각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확실히 유준의 말대로 우인나가 경쟁에서 이겼다는 게 밝혀지고, 상대방 신분까지 알려지면 인나의 가치는 상황에 따라 변하게 되겠지.게다가 강하영 쪽도 상황을 알아봤자 할 말이 없을 것이다.어쨌든 우인나와 관련 된 일이니 양쪽 어느 편에 서서 얘기하기도 난처하게 된다.그 중의 모든 이해관계를 대충 알게 된 현욱은 혀를 내둘렀다.“이건 정말 반칙이잖아.”“반칙?”유준이 피식 웃었다.“존슨은 세계에서 유명한 디자이너야. 내가 이길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고 생각해?”“하긴 없으니까 존슨을 MK로 영입할 생각을 했겠지.”현욱이 분석하기 시작했다.“그런데 하영 씨한테 그렇게 대해도 정말 괜찮겠어?”유준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어머니 때문에라도 강하영과는 이제 가능성이 없어.”현욱은 고개를 돌려 딱딱하게 굳은 표정을 하고 있는 유준을 바라보았다.“유준아,
양다인은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누군 잡고 싶어서 그러는 줄 알아?”“대체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건데?”“나 하나만 더 도와줘.”양다인의 말에 희원은 미간을 찌푸렸다.“또 도와달라고?”그러자 양다인이 슬며시 입꼬리를 올렸다.“아직 한 주가 지나지 않았다는 거 잊지 마. 네 아빠 아직은 집에서 기다리고 계시잖아.”소희원의 안색이 바로 변했다.“그 일로 자꾸 협박할 생각하지 마!”예전에 정주원을 도와준 것도 유준한테 미안해 죽을 것 같은데, 양다인이 만약 이번에도 유준한테 불리한 일을 시킨다면 절대로 들어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내가 내 동생을 협박할 리 없잖아.”양다인은 희원의 어깨를 툭툭 치며 입을 열었다.“나는 그냥 어떻게 하면 정주원을 내 남자로 만들 수 있는지 몰라서, 대신 좋은 방법 좀 생각해 달라고 부탁하려던 거였어.”희원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유준 오빠를 상대하려는 게 아니고?”“지난번에도 유준 씨한테 불리한 일은 안 했잖아. 나는 그저 주원 씨를 돕고 싶을 뿐이야.”양다인의 말에 희원이는 그제야 적개심을 내려놓았다.“정주원한테 뭘 하려고?”“너 어차피 지금 출근하는 것도 아니니까 나 좀 도와서 정주원과 강하영의 관계를 알아봐 줘.”“강하영?”희원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강하영은 이미 죽었잖아?”희원은 분명 사촌오빠한테서 하영이 죽었다고 들은 적이 있었다.“안 죽었어. 죽은 척한 거지!”희원은 어리둥절해지고 말았다.‘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희원이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보고 양다인이 또 말을 이었다.“정주원과 강하영이 지금 엄청 가깝게 지내는 것 같은데, 네가 나 좀 도와서 둘이 무슨 얘기를 나누는지 지켜봐 줘.”양다인이 직접 나서는 건 너무 눈에 띄기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게다가 정주원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어쩌면 그녀를 싫어하게 될지도 모르니, 지금 가장 적합한 사람은 소희원밖에 없었다.희원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유명한 여성 기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