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아침 식사를 마치고 학교 갈 준비를 하던 애들은 유준을 발견하고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고, 인나도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다는 듯 눈을 깜빡였다.“정 대표님.”인나의 부름에 유준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고 고개를 끄덕인 다음 다시 희민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희민아, 가자.”희민은 가방끈을 꽉 쥐고 입을 꾹 다문 채 제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고, 심지어 시선마저 피했다.유준은 그 모습을 보고 미간을 찌푸리며 희민이 대체 뭘 주저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예전에는 가자고 하기만 하면 바로 따라오던 녀석이 언제부터 불러도 꿈쩍도 안하는 버릇이 생긴 거지?’“정희민!”유준의 말투는 한층 더 차가워졌고, 얼굴에도 불쾌한 기색이 떠올랐다.“소리 지르지 마세요!”세희는 퉁퉁 부은 눈으로 유준을 노려보았다.“매번 나타날 때마다 희민 오빠 데려갔잖아요. 분명 희민 오빠도 우리 엄마 아들인 걸 잘 알면서!”그러자 유준의 눈을 가늘게 떴다.“그게 어떻다는 거지? 보호자가 여기 있으니 정희민의 거취도 내가 정해!”세희는 멍한 표정으로 유준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유준의 말투에서 좋은 뜻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옷자락을 꽉 쥐고 있던 세희는 하마터면 잊을 뻔했다. 어제 CCTV에서 엄마가 심하게 구타당하고 있을 때 곁에서 구해주지도 않고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던 유준의 모습을 말이다.‘아빠는 나쁜 사람이니까 절대 좋아하지 않을 거야! 이런 아빠라면 나도 필요 없어!’세희는 용기를 내 희민의 곁으로 종종걸음으로 뛰어갔다.그리고 희민의 손을 덥석 잡은 세희는 예쁜 눈망울로 고개를 들어 정유준을 쏘아봤다.“그게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엄마가 돌아올 때까지 절대 희민 오빠를 데려갈 수 없어요!”순간 유준의 주변 공기가 서늘해지더니 말투도 한층 더 차갑게 들려왔다.“지금 내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건가?”유준의 무서운 기세에 겁에 질린 세희는 작은 몸을 움츠렸다.그리고 눈빛에 두려움이 떠오르더니 머릿속에는 강백만이 그녀의 머리채를
“가요!”희민은 앞으로 다가가 유준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입을 열었다.“어서 가요!”눈앞의 광경을 보고 유준의 얼굴은 점점 저 무서울 정도로 굳어졌다.마치 처음부터 끝까지 어머니를 해친 강하영을 유준이 잘못 비난하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참 가식적이란 말이야. 대체 무슨 짓을 했기에 애들이 엄마 말이라면 철석같이 믿는 거지? 우리 어머니를 그렇게 위했다면 왜 혼자서 관람차를 타게 한 거야?’유준은 싸늘한 표정으로 시선을 거두고 무서운 얼굴로 별장을 떠났다.차 안으로 돌아온 희민은 실망 가득한 얼굴로 유준을 바라보았다.“엄마는 저 때문에 관람차에 타지 않은 거예요. 제가 고소공포증이 있거든요. 아니면 지금쯤 다 같이 추락했을 거예요!”유준의 검은 눈동자가 순식간에 움츠러들면서, 머릿속에는 희민이 얘기한 장면이 떠오르기 시작했다.하지만 유준은 그래도 믿을 수 없었다!언론에서 어머니가 모욕당한 사실이 공개된 후로 강하영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어버렸다.이틀 뒤.하영은 희민이 전학 간 소식을 듣게 됐지만, 정확히 어디로 갔는지는 알 수 없었다.다행히 머리가 총명했던 희민이 휴대폰으로 하영에게 연락을 취했다.이틀간 푹 휴식하고 나니 하영은 걸을 수 있었고, 몸에 골절이 없는 것을 다행이라고 여겼다.기껏해야 채찍에 맞아 피부와 살갗이 찢어진 정도였다.오늘따라 햇살이 유달리 좋아 간병인이 하영에게 산책이라도 나가지 않겠냐고 묻자, 하영도 동의하고 간병인과 함께 병원 아래에서 천천히 돌아다니며 햇빛 쪼임을 했다.간병인은 하영을 부축해 벤치에 앉게 한 뒤 입을 열었다.“강하영 씨, 오늘 바람도 조금 부는 것 같은데 제가 담요라도 가져다드릴까요?”그러자 하영도 고개를 끄덕였다.“네, 고마워요. 그럼 물컵도 가져다주세요.”“네, 알겠습니다.”간병인이 떠나고, 하영은 따스한 햇살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기분도 조금 차분해지는 느낌이었다.조금 떨어진 곳에서 휠체어에 탄 채 경호원에 의해 밖에서 바람을 쐬고 있던 정주원이 하영
하영은 입술을 달싹이며, “정말 싫어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 결국 말을 바꿨다.“우리가 잘 아는 사이도 아닌데, 미워할 정도는 아니죠.”“그래요?”정주원은 조금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제 생각이지만 하영 씨는 인터넷에 떠도는 소문을 믿지 않는 것 같네요.”“믿든 안 믿든 무슨 상관이죠?”“다만 정씨 집안이 싫은 건 사실이에요.”그러자 주원의 안색이 약간 어두워졌다.“이유가 뭔지 물어도 될까요?”하영은 살짝 웃으며 눈을 떠 주원을 바라보았다.“제 몸에 있는 상처 안 보여요? 다 당신 아버지 덕분이죠!”그 사실을 전혀 몰랐던 주원은 눈살을 찌푸렸다.“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 줄 수 있어요?”하영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정창만이 그녀를 오해한 사실을 주원에게 알려주자, 주원은 미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죄송해요. 아버지가 연세가 좀 많으셔서 일 처리에 있어서 조금 극단적일 수 있어요.”하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주원은 잠시 침묵하다가 잠시 뒤에 입을 열었다.“유준은 하영 씨 보러 안 왔어요? 제가 알기로 두 사람 관계가 평범하지 않다고 들어서요.”“어차피 와도 싸우기밖에 안 할 텐데,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두 사람 예전에…….”“그쪽도 방금 예전이라고 했잖아요!”하영이 주원의 말을 끊었다.“만약 또 그 사람을 언급할 거라면 그만 얘기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미안해요. 제가 괜한 얘기를 꺼냈네요.”주원은 눈을 내리깔았다.“제가 이렇게 된 것도 유준이 때문이거든요.”하영은 그를 힐끗 바라보며 떠보듯 물었다.“원망스럽지 않아요?”주원은 쓴웃음을 지었다.“어차피 제 잘못이니, 잘못을 만회할 수 있다면 목숨이라도 내놓을 수 있어요.”하영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 만약 주원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고 있었다면 그의 말을 믿었을지 모른다.겉모습은 온화하고 점잖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짐승보다 못 한 인간이다!그렇지 않았다면 지영이 왜 그를 보자마자 당장 뛰어가서 이 악마의 목을 조르지 않고 오히
양다인은 고개를 홱 돌려 누군지 물어보려 할 때 방문이 열리고 소희원이 그녀의 방문 앞에 서서 불쾌한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렸다.“너무 잘난 척하는 거 아냐? 할아버지가 몇 번이나 불렀는데 못 들었어?”양다인은 바로 부드러운 태도로 안색을 바꿨다.“미안, 방금 통화하느라 못 들었어. 할아버지가 왜?”“무슨 일 있으면 부르지도 못해?”소희원이 코웃음을 치자 양다인은 얼른 웃으며 앞으로 다가갔다.“아니야. 내려가 할아버지 뵈러 가자.”“그럴 필요 없어!”소희원은 팔짱을 끼고 방문 앞을 막아섰고, 양다인은 그런 희원의 모습을 보고 인내심 있게 물었다.“나한테 하고 싶은 얘기라도 있어?”“맞아!”희원은 소파를 바라보며 물었다.“잠깐 들어가도 돼?”그러자 양다인은 몸을 옆으로 비키며 길을 터줬다.“들어와.”희원은 방 안에 들어와 소파에 앉아 여전히 도도한 자태를 뽐냈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양다인의 눈빛에 혐오감이 스쳤지만, 억지로 웃으며 앞으로 다가갔다.“나한테 할 얘기 있어?”“왜 유준 오빠를 속였어?”희원이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양다인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내가 뭘 속였는데?”그러자 희원이 피식 웃었다.“뭐긴 뭐겠어? 감정도 그렇고 아이 일도 그렇고, 설마 모른다고 얘기하진 않겠지?”“그건…….”양다인은 해명하기 시작했다.“예전에 유준 씨를 너무 사랑해서, 나도 모르게 속이고 말았어.”“쌤통이야!”“뭐?”희원이 낮은 소리로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지 못한 양다인이 다시 되물었다.“아무것도 아니야! 어차피 이제 다 끝난 사이니까 다시는 유준 오빠를 건드리지 마!”그 말에 양다인의 얼굴에 걸린 미소가 약간 굳어졌다.양다인은 소희원이 지금 자기한테 와서 유준에게 딴마음 품지 말라고 경고하러 온 곳이라는 것을 깨달았다.‘언제부터 내 일에 상관했다고 이러는 거야?’소씨 집안사람들에게 잘 보일 필요가 없었다면, 소희원이 이런 식으로 건방 떠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았을 것이다.양다인은 꾹 참으며 억지웃음을 지었다.
희원은 다시 소파에 앉았다.“이제 무슨 부탁인지 얘기해 봐.”“정주원 씨를 도와서 주원 씨가 유준 씨 어머니를 모욕했다는 누명을 벗겨줘!”“절대 안 돼!”희원은 생각도 안 해보고 바로 거절했다.“유준 오빠가 난처해지는 일은 절대 하지 않아!”“정유준 씨가 너랑 결혼할 것 같아?”양다인이 눈썹을 치켜 올리며 물었다.“네가 안 한다고 해도, 유준 씨는 너 신경 쓰지 않아! 어차피 할 말은 끝났으니까 돌아가서 잘 생각해 봐. 어차피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더 많을 테니까.”그러자 희원은 벌컥 성질을 냈다.“유준 오빠한테 미움받기를 원하는 거 아냐? 절대 안 해!”“정유준을 아버지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나 봐?”“너!”양다인은 그런 희원을 비꼬자 희원은 양다인을 쏘아보았다.양다인은 얼른 웃는 얼굴로 희원의 곁에 앉아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걱정하지 마. 이번 일만 잘하면 앞으로 소씨 그룹을 통째로 가질 수 있잖아. 절대 소예준한테 돌아가는 일은 없을 거야. 물론 나도 회사 일엔 관심 없어.”소희원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양다인을 빤히 쳐다보더니, 한참 뒤에 그녀에게 물었다.“설마 정주원을 마음에 둔 건 아니겠지?”“맞아!”“앞으로 정씨 집안은 정주원의 것이 될 거야! 그러니 내가 정주원 곁에 있고, 네 아버지도 소씨 그룹을 다시 손에 넣게 된다면, 우리 둘은 앞으로 김제에서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위치에 서게 될 거야!”‘미친년!’희원은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일부러 타협하는 척했다.“좋아. 일단 우리 아버지를 회사에 복귀시켜 주면 나도 네 부탁 들어줄게!”“알았어!”양다인은 소희원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까 봐 두렵지 않았다. 그녀의 아버지를 회사로 복귀시킬 수 있다는 건, 똑같이 다시 내쫓을 수 있으니까.그때 희원이 자리에서 일어났다.“좋아. 네가 먼저 약속을 지킨 뒤 정주원 씨를 도와줄 방법을 상의해 보자.”소희원은 양다인의 방을 나섰고, 문이 닫히던 순간 그녀의 눈가에 불쾌한 빛
“나도 모르죠!”현욱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혹시 무슨 일 생긴 건 아닌지 얼른 전화 받아봐요.”현욱은 알았다고 대답한 뒤 스피커 폰으로 전화를 받았다.“하영 씨, 무슨 일이야?”현욱의 물음에 하영은 애써 침착한 태도를 유지하며 입을 열었다.“배 대표님, 공장에서 갑자기 환불해 주겠다면서 비워달라고 하던데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 주시죠!”그 말에 인나와 현욱 두 사람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환불?’인나가 의아한 표정으로 현욱을 쳐다봤고, 현욱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얼른 하영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그럴 리가 없어! 나, 나는 한 번도 그런 식으로 생각해 본 적 없어!”“배 대표님, 애초에 반년 동안 계약하기로 약속했는데, 신용은 지키셔야죠!”그러자 현욱의 표정이 점점 진지하게 변했다.“자세한 건 내가 회사에 가서 확인해 보고 내일 연락 줄 테니까, 너무 급해하지 마.”“알았어요!”통화가 끝나자 인나는 아랫입술을 꾹 깨물며 현욱을 뚫어져라 쳐다봤다.“설마 이 사실을 몰랐다고 하지는 않겠죠?”현욱도 이제 슬슬 지쳤다.“나는 정말 모르는 일이에요!”“공장은 현욱 씨가 하영한테 임대해준 것이고, 현욱 씨 공장이라고 얘기했잖아요. 그런데 이제 와서 모른다는 게 말이 돼요?”화를 내는 인나를 보며 현욱은 속으로 정유준의 가족들에게 따지고 싶었다‘두 사람이 싸우는데 왜 애꿎은 나한테까지 불똥이 튀는 거야? 지금 내 신용을 바닥에 짓밟아 버리는 것도 아니고.’헌육은 얼른 인나를 다독이기 시작했다.“일단 침착해요. 지금 바로 처리하러 가면 되잖아요.”“최대한 빨리 해결하세요. 아니면 우리는 끝이니까!”말을 마친 뒤 차에서 내린 인나가 문을 쾅 하고 세게 닫아버리자 현욱의 심장마저 떨려왔다.인나가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현욱은 차에 시동을 걸며 유준에게 전화를 걸었다.한참 지나서야 전화기에서 유준의 낮게 깔린 목소리가 들려왔다.“만약 공장 때문에 전화한 거라면 끊어도 좋아.”“정유준!”현욱은 유준의 이름을 다
배현욱이 별장을 뛰쳐나간 뒤 유준의 얼굴에 차가운 조소가 떠올랐다.유준이 증거를 찾아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증거는 일이 터지기 전날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다음날.밤새 증거를 찾은 현욱은 금방 침대에 누웠을 때 인나한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현욱은 현재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잠시 생각해 보고 전화를 받으려고 했는데 그만 손가락이 미끄러지며 통화버튼을 누르고 말았다.“배현욱 씨! 어떻게 됐어요? 어제 밤새 소식이 없더니, 해명 하나 하는 게 그렇게 어려워요?”전화기에서 인나의 고함소리가 울려 퍼졌고, 머리를 긁적이며 일어나 앉은 현욱의 미간엔 피곤이 가득 쌓여있었다.“일단 침착하고 내 얘기부터 들어봐요.”현욱의 잠긴 목소리에 인나의 화도 조금은 누그러졌다.“어떻게 된 건지 얘기해 봐요.”현욱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입을 열었다.“인나 씨, 우선 사과할게요. 사실 그건 내 공장이 아니에요.”“뭐라고요?”인나가 새된 소리를 질렀다.“현욱 씨 공장이 아니라니, 처음에 분명 현욱 씨 거라고 했잖아요!”현욱은 더 숨기고 싶지 않았다. 이번 일은 그 기자만 찾으면 해결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 기자는 진작에 도망쳤는지 종적을 감췄다.휴대폰 번호도 바꾸고 가족들마저 전부 데리고 떠난 모양이었다.마치 배후에 보이지 않는 손이 이 일을 조종하고 있는 것처럼 약간의 단서도 찾을 수 없었다.“그건 유준의 공장이에요. 처음부터 정유준이 나한테 그 공장을 하영 씨한테 임대하라고 부탁했거든요.”그러자 인나는 피식 웃었다.“만약 정유준이 환불해 준다고 하지 않았으면, 나한테 이 사실을 평생 숨길 생각이었어요?”“유준의 어머니한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정유준이 왜 강제로 공장을 비워달라고 하겠어요?”“그게 하영이와 무슨 상관이죠? 이미 충분히 자책하고 있는 애한테 대체 어떻게 할 생각인데요?”“나도 아무 상관 없다는 거 알고 있어요. 그래서 밤새 단서를 찾아봤어요.”“그래요? 그래서 알아낸 거라도 있어요?”
“임 부장, 왜 대답이 없어요?”“완공되려면 적어도 한 달은 걸릴 거예요.”그러자 캐리는 미간을 찌푸렸다.“한 달이면 많은 건 아니네요. 저쪽 공장 측에서 시간을 일주일 줬는데, 이제 그 나머지 시간이 문제네요!”수진은 침묵을 지켰고, 캐리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사무실에 들어간 뒤 하영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연결되자마자 하영이 다급한 어조로 물었다.“캐리, 공장에 재고는 확인했어?”“물어봤는데 지금은 재고가 아예 없대! 회사 주문량이 지금 너무 많아!”하영은 머리가 지끈거려 미간을 꾹꾹 눌렀다.주문량이 너무 많이 골치가 아프긴 또 처음이었다.현재 공장 상황에 대해서 현욱한테서 지금까지도 연락이 없으니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캐리는 의자에 등을 기대며 누웠다.“G, 언제쯤 돌아올 수 있어? 네가 없으니 불안해.”하영은 자기 몸에 난 상처들을 둘러봤다.“일주일은 걸릴 거야…….”“아직도 일주일이나 걸려? 공장 사장과는 연락해 봤어? 뭐라고 얘기해?”“아직 소식이 없어.”“젠장!”캐리는 저도모르게 욕설을 퍼부었다.“지금 우리랑 장난해?”“그런 건 아닐 거야.”하영은 나름 분석하기 시작했다.“계약서에 분명 위약금은 3배라고 적혀 있거든. 우리를 갖고 놀기 위해 그렇게 많은 돈을 팔 수는 없겠지.”“그렇다면 우리랑 해보자는 거네!”캐리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맞아. 공장에서 찾아온 사람들이 일주일만 시간을 줄 수 있다고 했지?”“그래! 그런데 일주일 안에 공장을 찾는 게 그리 쉬운 줄 알아? 지금 우리 원단은 완전히 자급자족 상태인데 공장을 찾으려면 반드시 방직 라인과 의류 생산 라인을 같이 찾아야 하잖아!”하영은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입을 열었다.“그래. 내가 방법을 생각해 볼게.”“알았어.”전화를 끊은 뒤 하영은 또다시 몸에 감겨있는 붕대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가, 휴대폰을 꺼내 다른 의류 공장 사장한테 전화를 걸어 물어보려 할 때, 낯선 전화가 걸려왔다.“여보세요.”“강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