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은 미간을 꾹꾹 누르며 말했다.“수술 방안을 서류로 작성한 뒤 저한테 연락해 주세요. 확신이 서면 그때 수술을 진행해 주세요.”의사는 하영이 고집을 내려놓자 기쁜 표정을 지었다.“정말 잘됐네요!”지영은 병실 침대 옆에 서서 임씨 아주머니를 가리키며 물었다.“하영 씨 어머님이야?”“아뇨. 예전에 저를 보살펴 주던 임씨 아주머니에요.”하영은 침대 곁에 앉아 안타까운 눈빛으로 임씨 아주머니를 바라보았다.“거의 가족이나 마찬가지죠. 저의 친엄마랑 양모는 이미 세상을 떠났거든요.”5년이나 흘렀지만 하영은 이곳에 돌아온 뒤로 친어머니 무덤을 찾아갈 면목이 없었다.지금까지도 살인범을 돌아다니게 한다고 혹시라도 엄마가 자신을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나무랄까 봐 겁이 났다.아직은 능력 부족으로 결국 그들의 죽음을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에, 감히 친모의 묘소에 찾아갈 수 없었다.만약 진상을 밝히고 진범을 잡게 된다면 반드시 엄마의 묘소에 찾아가 머리를 조아리며 그녀의 영혼을 달랠 것이다.하영의 두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보게 된 지영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휴지를 꺼내 눈물을 닦아줬다.하영이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자 지영은 하영의 차가운 볼을 매만져 주며 미소를 지었다.“하영 씨, 울지 마. 비록 다들 안 계시지만 하영 씨 곁엔 내가 있잖아. 내가 하영 씨 엄마가 돼줄 수도 있고, 하영 씨를 딸처럼 대해줄게.”지영의 미소는 따뜻하고 순수했다.하영은 눈시울을 붉히며 참지 못하고 지영의 품에 안겼고, 지영은 하영의 긴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하영 씨, 울지 마…….”하영은 지금 이 순간 지영의 마음이 누구보다 맑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오전 11시.하영은 지영과 함께 만두를 사서 VIP 병실로 향했다.유준은 침대에 앉아 서류를 보고 있었는데, 하영과 지영이 함께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어머니……, 여긴 어떻게 오셨어요?”지영은 유준을 향해 옅은 미소를 지어 보인 뒤, 조용히 소파에 앉았다.그러자 유준의 눈가에 쓸쓸
하영은 뒤에서 들려오는 인기척에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리자, 지영은 이미 하영을 밀치고 유준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지영은 눈을 부릅뜨고 유준을 침대에 누른 채 소리 질렀다.“너구나! 바로 너야! 다 너 때문이야! 네가 나를 망쳤어! 죽어, 죽어버려!”하영은 당황한 표정으로 얼른 손에 든 만두를 제쳐두고 지영을 말렸다.“이모! 이 사람은 정유준 씨잖아요! 얼른 손 놔요!”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 유준의 얼굴은 산소부족으로 점점 벌겋게 달아오르기 시작했고, 그는 상처받은 눈으로 겨우 한 마디를 짜냈다.“건드리지 마!”하영은 유준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계속 지영을 잡아끌었다.“이모, 진정 좀 하세요. 유준 씨 갈비뼈가 부러져서 그렇게 다리로 누르면 안 돼요!”하영의 말에도 아무 반응 없는 지영의 모습에 하영은 호출 벨을 누를 수밖에 없었다.빠르게 간호사들이 도착했고, 병실 안의 상황에 깜짝 놀라더니 의사를 부르기 시작했다.의사가 진정제를 놓아주자 지영의 힘이 점차 풀리더니 그대로 유준의 곁에 쓰러졌고, 서둘러 정유준의 몸 상태를 살피고 있었는데 유준이 싸늘하고 딱딱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다들 나가!”“알겠습니다!”의사는 말을 마치고 급히 병실을 나가 문을 닫았고, 동시에 하영은 유준의 눈가에서 흐르던 눈물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의 두 눈은 빛을 잃은 듯 어둡게 변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하영의 가슴은 무언가에 막혀버린 듯 숨을 쉴 수 없었다.하영의 앞에서 늘 강하고 차가운 모습만 보여주던 유준이었는데, 지금 이 순간엔 누구보다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그 모습을 지켜볼 수 없어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내 꼴이 많이 우습지?”유준이 잠긴 목소리로 피식 웃으며 묻자, 하영은 입술을 꾹 깨물며 대답했다.“아뇨.”“아니라고? 자기 아들 목을 조르며 죽이려고 하는 어머니를 본 적 있어?”하영은 유준을 바라보며 위로를 건넸다.“아니에요, 그건 지영 이모의 본심이 아닐 거예요. 방금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괜찮았잖아요!”“그건
“네, 지금 응접실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들어오시라 할까요?”하영이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입을 열었다.“당장 모셔 와!”수진은 교장 선생님을 데리러 나갔고, 하영은 차를 끓이기 시작했다.TYC의 첫 계약 건인데 절대 홀대할 수는 없었다.고준우 교장 선생님이 사무실에 들어서자 하영은 웃으며 교장을 향해 악수를 청했다.“고준우 교장 선생님, 안녕하세요.”교장은 웃으며 하영의 손을 잡았다.“강 대표님 회사 분위기가 아주 좋던데요?”“과찬입니다.”두 사람은 소파에 앉았고 하영은 교장에게 차를 따라주었다.“교장 선생님, 차 마셔요.”“고마워요. 오늘은 학생들의 여름 교복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어서 이렇게 찾아왔어요.”“교장 선생님, 부끄럽지만 제가 이번에 처음으로 학생들의 교복 디자인을 맡게 됐는데 우선 교장 선생님의 생각부터 들어보고 싶네요.”교장은 의아한 표정으로 하영을 바라봤다. 지금까지 그의 의견을 물어본 건 하영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교장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하영에게 되물었다.“하영 씨는 여름 교복 옷감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지 궁금하네요.”하영은 고개를 끄덕이고 세희와 세준에게 옷을 골라줄 때 생각을 교장한테 얘기해줬다.그러자 교장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아이가 있었어요?”그러자 하영이 웃으며 대답했다.“네, 아이가 모두 셋이거든요.”“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군요. 아직 미혼인 줄 알았거든요. 애들은 몇 살이에요?”“다섯 살이에요.”“좋네요! 애들은 어떤 것에 관심을 두고 있나요?”“컴퓨터요. 두 아들이 프로그래밍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거든요.”그 말에 교장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언제 한 번 만나볼 수 있을까요?”“물론이죠. 교장 선생님께서 시간을 정하시죠. 그런데 지금은 우선 교복에 대해 논의해 볼까요?”두 사람은 오후 4시까지 논의한 뒤에야 교장은 회사를 떠났다.그때 마침 허시원한테서 연락이 왔다.“강하영 씨, 사모님께서 정신을 차리셨는데 언제쯤 시간이 편할까요?”하영은
하영이 막 말을 꺼내려 할 때, 캐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아니지, 친구로서 보살피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 어쨌든 너 때문에 다쳤으니까.”그 말에 하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알았으니까 여기서 방해하지 말고 얼른 손 씻고 밥이나 먹어.”“그래, 가는 건 괜찮지만 괜히 이상한 짓은 하지 마.”캐리의 당부에 하영은 어처구니없는 눈빛으로 캐리를 흘겼다.“제발 위험한 상상은 그만해줘!”10여 분 뒤 하영은 음식을 도시락에 담은 뒤 차키를 챙기며 애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잠시 나가 볼일 보고 올 테니까, 캐리 아저씨와 할머니 말씀 잘 들어야 해.”세 녀석이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하영은 이미 집을 나섰다.저녁 식사를 마치고 세 녀석은 빠른 속도로 위층으로 올라가 문은 닫아걸고 상의하기 시작했다.세준이 먼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엄마가 저녁에 분명 나쁜 아빠를 만나러 가신 게 틀림없어.”희민도 약간 미간을 좁힌 채 세희의 인형을 껴안으며 입을 열었다.“나도 아빠보러 가고 싶어.”세희는 양반다리를 하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보러 가면 되잖아. 큰일도 아닌 데 뭐.”그 말에 세준과 희민이 동시에 세희를 쳐다봤고, 세준의 눈이 가늘어지기 시작했다.“세희야, 뭔가 이상한데?”그러자 세희의 표정이 굳어졌다.“뭐, 뭐가 이상하다는 거야?”“예전에는 엄마가 아빠 만나러 가는 걸 나보다 네가 더 반대했잖아. 지금 왜 갑자기 태도가 바뀐 거지? 설마 엄마를 구해줬기 때문은 아니겠지?”세희의 머릿속에는 유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던 모습이 떠올랐다.커다란 손이 아주 든든하게 느껴졌다.세희의 귀가 빨갛게 물들기 시작하더니 세준에게 되물었다.“오빠는 아빠가 싫어?”“예전보다 싫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좋은 건 아니야.”세준의 솔직한 말에 세희는 고개를 숙이고 입술을 달싹였다.“나, 나도 그래…….”세희는 엄마와 오빠의 기분이 상할까 봐 아빠가 좋아진 것 같다고 말하지 못했다.세희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단번에 눈치챈 세준
하영은 유준의 입에서 좋은 말이 나오지 않을 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언짢은 기분으로 물건을 정리했다.“맛없으면 먹지 마세요!”‘내가 한가한 사람인 줄 알아? 앞으로 안 해주면 되지!’유준은 하영의 말투에서 가시가 돋친 것을 느끼고 눈썹을 치켜올리며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물었다.“삐졌어?”하영은 도시락을 옆에 탁- 내려놓았다.“정유준 씨, 나 바쁜 사람이에요. 음식까지 만들어 주면 가리지 말고 고마운 줄 알아야죠!”유준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하영을 잡아끌었고, 하영이 반응하기 시작했을 땐 이미 유준의 품에 안겨있었다.하영은 깜짝 놀라며 고개를 쳐들자, 빠져들 것만 같은 유준의 두 눈과 마주치고 말았다.유준은 미소를 잔뜩 머금은 눈빛으로 몸을 숙여 하영의 귓가에 속삭였다.“농담이야, 내 입맛에 꼭 맞거든.”하영의 귓불이 빨갛게 물들기 시작하더니, 얼굴마저 달아올라 유준의 몸을 밀어내려 할 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하영과 유준이 동시에 고개를 돌리니 허시원이 화들짝 놀란 눈빛으로 문 앞에 서 있었다.“저……, 저기. 죄, 죄송합니다! 제가 방해를 했군요!”말을 마친 허시원은 빠르게 문을 닫았자 유준의 표정이 어두워졌고, 하영은 어색하게 그와 거리를 두었다.“다 먹었으면 그만 돌아갈게요!”그 말을 남긴 하영은 도시락을 챙겨서 빠른 걸음으로 병실을 빠져나갔는데, 유준이 미처 잡기도 전에 이미 문을 닫아버렸다.문밖.허시원은 하영이 급하게 떠나는 것을 보고 다시 병실에 들어섰다.“대표님…….”말이 채 끝나기 전에 유준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쏘아봤고, 허시원은 몸을 흠칫 떨더니 이내 변명하기 시작했다.“대, 대표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얘기해!”유준이 싸늘한 표정으로 불쾌한 듯 한 마디 내뱉자, 허시원이 태블릿으로 메일을 클릭하며 유준에게 건넸다.“캐리가 답장을 보내왔습니다.”유준이 눈썹을 치켜 올리며 답변을 확인하던 순간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다.캐리의 답장에는 딱 한 마디만 적혀 있었다.[회사를 옮겨도 상관없어요.
“하영 씨는 사람을 관심해 줄 줄 알잖아. 계속 하영 씨 곁에 있었는데 수진 씨를 관심해 준 적 없어? 아니면 다른 사람이 관심해 주는 게 싫어? 자기를 챙겨주는 사람을 만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잖아.”“저는 필요 없어요!”지영이 몇 마디 줄줄 읊었지만 임수진은 단 한마디만 내뱉었다.수진의 보기에 하영이 자신을 관심해 주는 건, 하영의 부하이자 또 하영을 위해 중요한 것들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정리해 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만약 능력이 없었다면 눈길조차 주지 않았겠지!’게다가 수진은 그런 가식적인 것들을 필요 없었다.그러자 지영이 한참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필요한 거야. 수진 씨도 사람이고 게다가 좋은 사람이잖아. 좋은 사람은 늘 즐거워야지.”그 말에 임수진은 잠깐 멍한 표정을 지었다.“제가 왜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죠?”그러자 지영이 태블릿을 들었다.“나한테 이걸 줬잖아.”수진은 그것을 힐끗 쳐다보고 속으로 피식 웃었다.‘고작 태블릿을 전해줬다고 좋은 사람이야? 순진하네.’수진은 대답하지 않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하지만 그 뒤로 수진은 일에 집중할 수 없었고, 머리에는 자꾸만 지영의 말이 끊임없이 맴돌았다.점심시간 전.하영은 임수진을 사무실로 불렀고, 수진이 들어서자 하영이 눈을 들어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임 비서, 아침에 어제 회의록 나한테 보내지 않았지?”그러자 수진이 눈을 내리깔고 조금은 쌀쌀맞은 어조로 대답했다.“죄송합니다. 제가 소홀했습니다.”하영은 수진을 잠시 쳐다보다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괜찮아. 요즘 여기저기 업무가 많아서 피곤했을 거야.”수진은 침묵을 지켰는데, 머릿속에는 또다시 지영의 말이 맴돌았다.하영은 손을 들어 시계를 확인했다.“거의 점심시간이네. 같이 밥이나 먹으러 갈까? 수진 씨한테 할 얘기도 있거든.”“네.”11시 30분.하영은 지영과 수진을 데리고 회사 맞은편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갔다.룸에 자리 잡은 후 하영은 계약서 하나를 꺼내 수진에게 건네주었다.“확
반나절 만에 TYC의 예약은 MK의 두 배를 넘어섰다.이 사실은 패션 업계에서 큰 파문을 일으켰고, 모두가 MK가 패션업계의 선두를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해 추측하기 시작했다.기자가 TYC로 달려와 하영과 단독 인터뷰를 진행하고 싶어 했고, 인터뷰를 받아들인 하영은 또 다른 비서인 소정에게 기자와 인터뷰 시간을 조율하라고 한 뒤 응접실로 향했다.하영이 들어오는 것ㅇ르 보고 기자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하영에게 악수를 청했다.“강 대표님, 오늘 실례했습니다.”하영은 웃으며 대답했다.“괜찮으니까 앉으세요.”기자와 하영은 함께 자리에 앉았고, 기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이따 녹화가 시작되면 생방송이라 중도에 끊을 수 없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미리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없던 하영은 약간 미간을 찌푸렸지만, 그래도 고개를 끄덕였다.기자는 카메라맨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정식으로 인터뷰가 시작되자 기자가 질문하기 시작했다.“강 대표님, TYC를 설립한 지 불과 두 달 만에 매출이 MK를 훨씬 넘어섰는데 이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MK는 의류 사업만이 아니라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TYC와 MK를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려울 것 같네요. 그리고 TYC가 오늘같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건 모두 여러분의 지지와 관심 덕분이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정말 겸손하시네요. 강 대표님, 궁금한 점이 하나 있는데 왜 모든 가격이 55,000원으로 책정한 겁니까? 제가 알기로 옷감 가격이 비싸다고 알고 있거든요.”“저는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회사의 이익을 보장하면서 모두가 제가 디자인한 의상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입을 수 있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기자가 고개를 끄덕이고 질문을 계속했다.“강 대표님에게 두 아이가 있다고 들었는데, 이미 가정도 있으면서 왜 MK대표와 애매한 관계를 유지하시는 겁니까?”하영은 고개를 들어 기자를 쳐다봤다.‘왜 이런 날카로운 질문을 먼저 상의하지 않은 거지? 정말 무례하기 그지없네.’하영은 화를 참으며 싸늘
현욱은 숨이 넘어갈 정도로 웃으며 휴대폰을 들고 뛰어 들어왔다.“유준아! 이거 봐봐. 강하영 씨가 지금 인터뷰 중인데 웃겨 죽겠다니까. 글쎄 네가 질척…….”현욱의 미소가 점점 굳어지기 시작했다.현욱은 당장이라도 소나기가 쏟아질 것 같은 음울한 표정을 하고 있는 유준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특히 그의 싸늘한 눈빛은 칼날처럼 날카로웠는데 당장이라도 자신을 베어버릴 것 같았다.현욱의 시선이 유준의 손에 있는 태블릿으로 향했다.‘젠장, 폭탄을 밟았네!’유준은 화난 얼굴로 현욱을 쏘아보며 이를 악물고 물었다.“이게 웃기단 말이지?”그러자 현욱은 바로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아니, 전혀 웃기지 않아! 하나도 안 웃겨! 강하영 씨 정말 너무하네! 유준이 네가 그렇게 잘해줬는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아무리 회사 이미지 때문이라고 해도 그런 말은 하는 게 아니지!”현욱은 유준의 곁으로 다가가며 계속 말을 이었다.“유준아, 잘 생각해봐야 돼! 하영 씨는 너한테 마음이 없는 것 같은데 차라리 다른 사람과 결혼해서 하영 씨를 약 올리는 거야!”유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현욱이 얘기한, “회사 이미지”를 곱씹어보기 시작했다.‘어쩌면 기자 질문이 지나쳐서 일부러 그렇게 대답했을지도 몰라.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다른 말로 넘어갈 수 있는데 왜 하필이면 질척댄다는 단어를 쓴 거지?’유준은 치밀어 오르는 화를 억누르며 현욱에게 물었다.“여긴 왜 온 거야?”“당연히 병문안 온 거지 왜 왔겠어?”그러자 유준이 피식 웃었다.“죽을 정도 아니니까 그만 꺼져줘!”현욱은 얼른 침대 곁에 앉았다.“싫어. 혼자서 많이 외로울 텐데 친구로서 당연히 곁에 있어 줘야지. 참, MK와 관련된 의류 사업은 어떻게 할 거야? 강하영 씨 쪽에 기세가 너무 대단한데? 그런데 이상한 게 어떻게 부정적인 기사가 하나도 없을 수 있지?”현욱의 말에 허시원이 속으로 묵묵히 대답했다.‘그건 대표님께서 강하영 씨한테 걸리적거리는 사람들을 전부 치워드린 덕분이죠.’유준은 태블릿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