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못할 것도 없죠.”세희가 담담하게 말했다.“하지만 지금은 아직 얘기하고 싶지 않으니까,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알려줄게요.”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더 이상 묻지 않았다.설거지를 마치고 거실로 돌아오자, 우빈은 세희에게 말했다.“세희야, 나 잠깐 나갔다 올게. 전에 살던 집에 가보고 싶어.”세희는 의혹을 느꼈다.“네 집에 아직 누가...”말을 반쯤 할 때, 세희는 자신이 말실수를 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미안해, 그런 뜻이 아니라...”“괜찮아, 우리 외할머니 아직 살아 계시거든.”“그럼 시현 오빠와 내가 같이 널 데려다줄게.”우빈이 거절하려 할 때, 세희는 주방에서 나온 시현을 바라보았다.“우리 같이 우빈의 집에 갈까요?”시현은 의아하게 우빈을 바라보았다.“너도 고향이 여기였어?”“네, 그래서 어린 시절부터 세희와 알고 지낸 거죠.”“그랬구나.”시현이 말했다.“그럼 얼른 가자. 식사도 했으니 이제 산책을 해야지.”우빈은 입을 벌렸지만, 그들이 모두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고, 다시 말을 삼켰다.세 사람은 밖으로 나와 우빈의 집으로 향했다. 우빈의 집은 이곳과 멀지 않아, 몇 분 후에 바로 도착했다.우빈을 문 앞까지 배웅하자, 세희와 시현은 옆에서 기다렸다.우빈은 자신의 집을 바라보며,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나서야 문을 두드렸다.잠시 후, 안에서 늙은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지?”곧 문이 열리자,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몸이 구부정한 할머니가 나타났다.우빈을 본 순간, 힘이 없던 그녀는 갑자기 화를 내기 시작했다.“재수 없는 것!” 할머니는 흥분해하며 우빈을 가리켰다. “이 재수 없는 것이 감히 내 앞에 나타나다니?!”할머니의 말을 듣고,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세희와 시현은 고개를 돌려 우빈을 바라보았다. 우빈도 그저 문 앞에 서서 할머니가 손가락질하고 욕하도록 내버려 두었다.“당장 꺼져! 멀리 꺼지라고! 내 큰딸을 죽인 것도 모자라 내 막내딸까지 죽였으니, 빨리 꺼져!!”이 말을 들은 세희는 참
우빈이 말했다.“할머니, 앞으로 나이 더 드시면 혼자 지내기 불편하시잖아요.”“그것도 너와 상관이 없는 일이야!” 우빈의 할머니는 말을 마친 다음 돌아서서 문을 세게 닫았다.그 태도는 누가 봐도 가슴이 덜덜 떨릴 정도로 냉담했다.우빈은 고개를 숙여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지팡이를 짚고 세희와 시현을 향해 걸어왔다. 그리고 그는 씁쓸한 표정으로 세희에게 말했다.“이런 장면 보게 해서 미안.”세희는 입을 열어 위로하려 했지만, 옆에 있던 시현이 먼저 말했다.“지금 일부러 우리에게 보여주려고 이러는 거야?”우빈은 고개를 번쩍 들며 시현을 바라보았다. 세희도 의아하게 그를 바라보았다.“일부러라뇨?”시현은 우빈에게 말했다.“넌 네 할머니가 오늘 어떤 태도를 보일지 잘 알고 있을 텐데. 우리가 같이 오겠다고 했을 때 왜 거절하지 않았어?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남에게 이런 가정 상황을 들키는 것을 원하지 않았을 거야.”세희는 화가 나서 반박했다.“이건 너무한 거 아니에요?”“내가 너무해?” 시현은 세희를 바라보며 이해를 할 수 없었다.“난 내가 너무했다고 생각하지 않아. 우빈아, 세희를 나에게 양보하고 싶어도 이렇게 졸렬한 수단을 쓸 필요가 없어.”“네??” 세희는 멍해졌다. 그녀는 시현이 우빈이 고의로 그들의 동정을 샀다고 비난하는 줄 알았다.우빈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난 아직 세희를 양보할 생각이 없어요. 원래 나랑 같이 오는 것을 거절하고 싶었지만, 두 사람 모두 기회를 주지 않았잖아요.”말을 마치자, 우빈은 세희를 바라보았다.“내 팔자가 어떤지, 세희는 아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나도 이런 방식으로 세희를 남에게 떠넘기고 싶지 않아요.”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우빈의 팔자는 전에 지철 할아버지께서 보신 적이 있기에 난 아주 잘 알고 있어요. 다만 그 할머니는 확실히 고집이 세셔서, 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고요.”시현은 어색해하며 코를 만졌다.“미안해, 우빈아, 내가 널 오해했구나. 나는 또 세희로 하여금
우빈은 돈 봉투를 하나하나 주워 품에 꼭 안았다.시현은 더 이상 가만히 지켜볼 수가 없어서, 우빈을 도와 함께 돈을 주웠다. 그는 비록 남의 집안일에 끼어들 순 없었지만, 이럴 때 도와주지 않는 것은 정말 말이 안 됐다.시현은 주우면서 우빈을 위로했다.“너무 슬퍼하지 마. 네 할머니는 그렇게 모질게 말씀하셨지만, 다른 가족들은 널 관심할지도 모르잖아!”우빈은 억지로 담담하게 미소를 지었다,“상관없어요, 이미 익숙해졌거든요.” 시현은 잠시 생각했다.“익숙해졌다고? 네 다른 가족들도 너한테 이런 말을 한 거야?”“네, 우리 아버지 쪽에 있는 친척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내가 재수 없는 아이라고 욕한 적이 있거든요.”“그럼... 네 부모님은 언제 돌아가셨는데?”“내가 5살 때요.”“그래서 넌 이런 욕을 십여 년 넘게 먹고 있었던 거야?!” 시현은 놀란 표정으로 우빈을 바라보았다.“맞아요.”시현은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졌고,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나였다면 진작에 그 사람들 찾아가서 복수를 했을 텐데. 우빈은 이런 일을 줄곧 참아왔다니.’시현은 주운 돈 봉투를 우빈에게 건네주었다.“우빈아, 슬퍼하지 마. 앞으로 너에게 나란 친구가 하나 더 생겼잖아.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는 법이지, 안 그래?”우빈은 웃으며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일어섰다.“맞아요.”“그래!” 시현은 우빈의 어깨를 두드렸다.“가족이 널 욕하면 뭐가 어때서? 이제부터 우리가 바로 네 가족이야!”세 사람이 다시 집으로 돌아가자, 시현은 세준에게 전화를 걸어, 세희가 무사하다고 전해주었다. 그리고 저녁에 본 일까지 얘기했다.그는 초조하게 거실을 왔다 갔다 했다.“세준아, 우빈이 정말 너무 불쌍해서 해서, 경쟁하기가 좀 그러네.”[감정이 양보될 수 있는 거야?]세준은 담담하게 되물었다.“우빈의 집안 형편이 나와 너무 차이가 나잖아. 차마 그럴 수가 없단 말이야!”[네가 세희의 인정을 받으면, 그때 가서 다시 이런 지루한 문제를 생각하지 그래?]말을
인우는 영문을 몰랐다.‘시골에 내려갔을 뿐인데, 왜 갑자기 우빈 형을 포기하려는 거지?! 설마 우빈 형이 누나한테 이상한 짓을 해서 누나를 화나게 한 거야?!’인우는 갑자기 화가 나더니 몸을 돌려 자기 방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핸드폰을 꺼내 우빈에게 전화를 걸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우빈이 전화를 받았다.[어, 인우야?]전화에서 우빈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이런 목소리를 듣자, 인우의 화는 알 수 없이 사라졌다.‘우빈 형처럼 다정하고 부드러운 사람이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잖아?’인우는 가볍게 목을 가다듬었다.“우빈 형, 우리 누나랑 무슨 일 있었어요? 우리 누나가 두 사람 이제 불가능하다잖아요.”우빈은 잠시 침묵하다가 자신과 세희의 일을 인우에게 알렸다.“고작 이런 일 때문이라고요?? 그럼 그것도 우리 누나가 정말 형을 좋아한다는 말이네요.”[나도 알아. 하지만 난 여전히 세희의 생각을 존중할 거야.]“그렇게 말하지 마요.”인우가 말했다.“서로를 좋아하는 사람이 집안 문제로 헤어지는 것은 너무 말이 안 되죠! 내가 방법을 생각해 볼게요! 그럼 먼저 끊을게요, 우빈 형!”인우가 무엇을 하려는지 대충 짐작이 간 우빈은 얼른 입을 열었다.[인우야, 너 이상한 짓 하지 마!]그러나 인우는 먼저 전화를 끊었다.우빈이 다시 전화를 걸었을 때, 인우는 이미 핸드폰을 침대에 남겨둔 채 하영을 찾아갔다.하영의 침실로 달려간 다음, 인우는 문을 두드렸다.“엄마!! 엄마 빨리 문 좀 열어주세요!”하영이 대답했다.“그냥 들어와.”인우는 문을 열고 들어간 다음, 하영 옆에 있는 소파에 가서 앉았고, 막 입을 열려고 하다가 또 갑자기 고개를 돌려 사방을 둘러보았다.“아빠 안 계시죠?”하영은 웃으며 말했다.“응. 할 말 있으면 얼른 말해.”인우는 우빈 쪽에서 알게 된 것을 하영에게 알렸다.하영은 표정이 담담했다.“그래서, 넌 엄마가 뭘 했으면 좋겠어?”“엄마, 우빈 형 좀 도와주시면 안 돼요? 우빈 형과 누나가 사귀게 한 다음
인나는 전화를 받으며 하영에게 물었다.[인우에게 무슨 일 있어? 뭐가 그렇게 급한 거야? 너 설마 내 아들에게 용돈을 주지 않은 거야? 그건 아니지, 하영아!]하영은 골치가 아팠다.“인우는 지금 남의 일에 참견하고 있어.”[누구의 일인데?]“세희와 우빈이.”[그건 간섭하면 안 되지. 세희는 이미 자신의 선택이 있으니, 우리는 어른으로서 세희의 그 어떤 결정도 응원해줘야 해.]“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영은 서글프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런데 우빈 그 아이는 확실히 불쌍해.”[아무리 불쌍해도, 세희의 행복을 희생하면 안 돼.]인나가 말했다.[만약 그 아이가 믿을만하다면, 세희도 이렇게 흔들리지 않았을 거야. 하영아, 우리가 젊었을 때, 남에게 도움을 청한 적이 있니? 전에 우리에게 일어난 일은 불쌍하지 않은 거야? 사람이라면 다 이런 일을 겪어야 하지. 누구도 믿을 수 없고, 자신에게만 의지할 수밖에 없어.]“알아. 그래서 인우의 부탁을 거절했어.”[그래.]인나가 말했다.[그런데 말이야, 만약에 세희가 정말 우빈이랑 결혼을 한다면, 우리 쪽에서 혼수를 많이 주면 되잖아.]“아직 이런 얘기를 할 때가 아니야.”하영이 말했다.“그런데 세준이 그러던데, 자신의 아주 괜찮은 친구를 세희에게 소개해 줬다나.”[뭐 하는 사람이야?]“경찰서에서 일하는 아이야. 인성도 좋고, 집안 형편도 아주 좋대.”[그래?!]인나는 무척 흥분해했다.[그럼 된 거 아니야? 우리 몰래 그 아이 보러 가지 않을래?]하영은 웃으며 말했다.“넌 어쩜 나이가 들수록 오지랖인 거야?”[우리 딸 일에 내가 신경을 안 쓸 수 있겠어?][에이, 그건 그거고. 그 뭐지, 우리 내일 같이 경찰서에 찾으러 갈까?]“그래. 그럼 내가 먼저 세준에게 물어볼게. 내일 다시 그 아이 찾으러 가자.”[좋아.]저녁에, 하영은 세준이 돌아온 후에 시현의 상황에 대해 물었다.세준은 어이가 없어서 하영을 바라보며 물었다.“엄마, 뭐 하시려고요?”하영은 웃으며 말했다.“
인나가 대답했다.“그런 결혼생활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 그건 남편이 아니라 그냥 룸메이트잖아?”“그래서 제가 보기엔, 지금 시현이 세희와 가장 잘 어울려요. 저 역시 시현을 이용해서 그 두 사람 사이를 개입해, 진우빈에 대한 세희의 감정을 분산시키려 했고요.”“그럼 그 시현의 성격은?”“아주 밝고 명랑해요.”세준이 말했다.“게다가 성격도 좋고 시원시원해서, 숨김이 없는 사람이에요. 그냥 세희와 6살 차이가 나는 게 문제예요.”“그게 뭐가 어때서!”인나가 말했다.“네 아빠와 엄마도 비슷해!”하영은 어이가 없었고, 인나를 쳐다보며 말했다.“나와 유준 씨는 겨우 3살 차이야.”“그냥 두 배일 뿐이잖아?” 인나가 말했다. “남자가 여섯 살 많은 건 문제가 아니야! 그리고 나이가 좀 들어야 여자를 아낄 줄 안다고. 이렇게 된 이상, 더 기다릴 필요도 없지. 하영아, 우리 오늘 밤에 얼른 가보자!”“오늘 밤??” 하영은 인나를 쳐다보며 무척 놀랐다.“뭐가 그렇게 급해.”“빨리 확인해야 마음이 놓이니까.”“그렇게 보고 싶어도 소용 없어요. 시현이 오늘 경찰서에 없을지도 몰라요.”세준이 일깨워 주었다.“그럼 내가 연락을...”인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세희가 계단에서 내려왔다. 그녀는 얼른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세희야, 얼른 이 이모 옆에 앉아.”인나의 소리를 듣고, 세희는 고개를 숙이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거실에 사람들이 가득 모인 것을 보자, 그녀는 저도 모르게 멍해졌지만, 잠시 후, 사람들 앞으로 걸어갔다.“인나 이모, 현욱 삼촌, 여긴 어쩐 일이세요?”인나는 세희의 손을 잡고 그녀를 자신의 곁에 앉혔다.“네가 보고 싶어서 왔지.”세희는 헤헤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이모, 오늘은 이모와 이야기를 나눌 수 없어요.”“왜?”인나가 물었다.“지금 향불 가게에 가야 하거든요. 저녁에 볼일이 있어요.”전에 이옥림의 일을 다 처리했지만, 아직 왕소현을 해결하지 못했다. 그래서 오늘 저녁에 세희는 반드시 왕소현과 이
세준이 대답했다.“지금 바로 출발한다고 했어요.”그러나 말이 떨어지자, 인나는 바로 일어나서 하영에게 말했다.“하영아, 우리도 가자!”하영은 그녀를 바라보았다.“아이들을 미행하고 싶은 거야?”“이게 얼마나 좋은 기회인데. 나도 다 우리 세희의 미래를 위해서 이러는 거야.” 인나는 말을 마치고 현욱을 바라보았다.“현욱 씨는 여기서 자신의 친구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나와 하영은 먼저 가볼게요.”핸드폰을 보던 현욱은 인나에게 시선을 돌렸는데, 은근히 원망하고 있었다.“인나 씨는 날 이렇게 열정적이게 대할 순 없는 거예요?”인나는 현욱을 상대하기 귀찮아서, 하영의 팔을 안고 밖으로 나갔다.하영은 향불 가게의 주소를 잘 알고 있었다.두 사람이 도착했을 때, 길 건너편에 마침 카이엔 한 대가 세워져 있었다. 곧이어 남성 호르몬이 넘치고, 밝고 잘생긴 남자가 차에서 내렸다.인나는 눈치가 빨라 바로 하영의 손을 잡고 물었다.“하영아, 빨리 봐, 저 남자애가 바로 고시현이겠지?”하영은 시현을 바라보았다.“몸이 건장한 것을 보니 아마도.”“차에 앉아 있으니 두 사람의 대화가 잘 들리지 않는데.” 인나는 가방에서 캡 모자와 마스크 두 개를 꺼냈다.“하영아, 이거 써. 우리 몰래 가서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들어보자.”“그럴 필요 없어.”하영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내가 인우에게 문자를 보낼게. 인우도 세희와 함께 있잖아?”“맞네!” 인나는 얼른 재촉했다.“그럼 빨리 인우에게 몰래 우리에게 전화하라고 해.”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문자를 보낸 후, 인우는 바로 하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만 그는 말을 하지 않고, 통화 중인 핸드폰을 묵묵히 주머니에 넣었다.‘그래도 엄마의 호기심을 만족시켜야지.’인우는 고개를 들어 세희와 시현을 바라보았다.세희는 시현이 왜 왔는지 몰랐다. “시현 오빠는 쉴 필요도 없는 거예요? 오늘 금방 김제로 돌아왔잖아요.”시현은 웃으며 말했다.“네 가게가 열려 있기에,
“두렵지 않을 리가 없잖아?” 시현은 부적을 매만지며 말했다.“하지만 세희도 두려워하지 않으니, 나도 천천히 적응하고 싶어!”인우는 묵묵히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대단하네요! 고 과장님!”시현은 헤헤 웃었다.“사실 나도 사심이 있어서 그래.”“뭔데요?” 인우는 말하면서 세희를 바라보았다.‘설마 우리 누나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 이러는 건가?!’시현은 코를 만지며 어색하게 세희를 바라보았다.“세희야, 그럼 나도 솔직하게 말할게. 나 정말 거짓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거든. 사실 오늘 밤에 세준이가 널 보호하라고 연락한 거야.”시현의 말을 듣고 차에 탄 하영과 인나는 동시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상대방을 바라보았다.인나가 먼저 말했다.“이 아이는 너무 솔직한데?! 어떻게 바로 세준이가 보냈다고 할 수 있는 거지?!”하영이 대답했다.“계속 들어보자.”“응응!”전화 속에서 세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대충 짐작했어요. 내가 도착하자마자 시현 오빠도 바로 도착했으니까요.”세희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눈빛은 많이 의아했고, 놀라움이 가득했다. 시현이 직접 설명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비록 세준이를 배신한 거지만, 솔직하게 말하니까 나도 마음이 많이 편한 것 같아!’이때의 세희는 자신이 시현이 올 때보다 훨씬 해이해졌다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심지어 그리 많은 소외감을 느끼지 않았다.시현은 주먹을 쥐고 입을 막으며 가볍게 목소리를 가다듬었다.“물론 다른 목적이 있긴 해.”세희도 고개를 끄덕였다. “말해 봐요.”“난 반년 전에 한 살인 사건을 조사한 적이 있지만, 아직 범인을 찾지 못했어. 그 범인은 아주 똑똑했고, 심지어 시체를 분해하는 기술까지 엄청 대단했어. 그 사람은 피해자의 오장육부를 온전히 꺼냈거든. 그래서 우리는 그 범인이 해부에 종사하는 사람이거나, 해부를 전공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어.”시현이 사건을 말할 때, 세희는 그의 표정을 자세히 관찰했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웃고 있었지만, 지금은 정색하고 말을 하고
시현은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알았어, 알았어. 공주님 제발 살려주세요!!”세희는 그제야 흐뭇하게 손을 거두었다.“참, 지난번에 말한 그 사건 말이에요, 언제 해결하러 갈 거예요?”“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시현이 말했다. “네 몸은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으니까, 지금 계속 바쁘게 움직이면 안 돼. 만약에 저쪽에도 이런 악독한 귀신이 있다면, 너 또 상처를 입을지 몰라. 난 이미 죄책감 때문에 너와 결혼을 해서 평생 챙겨주고 싶으니까,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 정말 방법이 없어.”세희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시현 오빠와 결혼한다고 했어요?”“쳇.” 시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가 어때서? 나도 어깨가 넓고 근육이 있는 미남이라고!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세희는 말문이 막혔다.‘정말 뻔뻔하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칭찬하다니.’세희는 숨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시현 오빠.”“응?”“내가 지금 귀신을 잡는 일을 종사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난 사실 아주 좋은 신붓감은 아니에요. 눈치 없는 귀신들이 가끔 날 찾아와서 귀찮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난 인우와 반대로, 팔자에 음기가 가득 찼거든요.”“그러면 어떻게 되는데?”“7월 중순이 되면 많은 귀신들이 날 찾아올 거예요. 그럼 난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심지어 다칠 수도 있거든요.”“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만약 우리가 함께 한다면, 그 귀신들은 심지어 시현 오빠를 귀찮게 할 거예요.”“그래서, 이것 때문에 네가 최고의 신붓감이 아니란 거야?” 시현은 말을 마치고 웃으며 말했다. “이까짓 일로 내가 물러설 수 있을 것 같아? 세희야, 너도 날 너무 얕본 것 같아.”“그때 가면 나 때문에 모든 일이 잘 안 풀릴 텐데, 그게 두렵지도 않아요?” 세희는 시현에게 물었다.시현은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넌 우빈이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우빈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은 거야? 세희야, 넌 날 뭘로 보고.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난 두렵지
시현과 인우는 비록 귀신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검은 연기가 자신의 앞에서 천천히 흩어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인우는 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누나, 지금 어떻게 된 일이에요?”세희는 몸을 돌려 말했다.“그 귀신은 환생하고 싶지 않아서 이미 죽었어.”“귀신이 죽었다고?” 시현이 물었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뜻이야?”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을 바라보았다.“캐리 아저씨, 이제 그 여섯 명의 귀신을 좀 잡아주세요.”캐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불과 몇 분 만에 겁에 질린 그 귀신들을 세희의 앞으로 데려왔다.세희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들은 그 처녀귀신과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아니면 나와 같이 서낭당에 갈 건가요?”“서낭당에 갈래요!”“우리는 그 여자의 협박을 받아서 여기에 갇힌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벌써 떠났을 텐데!”“죽어도 우리를 괴롭히려 하다니!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이 귀신들은 그 처녀귀신이 사라진 후, 불평하기 시작했다.세희는 그들의 원망을 듣고,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지금 그 처녀귀신을 비난할 면목이 있는 거예요?!”세희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당신들을 죽인 것은 그 여자의 잘못일지라도. 당신들은 자신에게 그 어떤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만약 당신들이 그 여자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귀신으로 되어 이곳에 갇히지 않았겠죠!”“풉.” 한 여자 귀신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요? 그 여자는 늘 자신의 성적을 가지고 남을 비웃었어요. 그러지만 않았어도 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세희는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남의 성적이 우수해서, 당신들은 또 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그걸 자랑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정말 불쌍하네요! 이 세상에 당신들 같은 질투심이 강한 쓰레기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심해요, 당신들은 다음 생에도 이번 생에 지은 죗값을 치러야 하니까!”귀신들은 세희가 한 말에 화가 났지만, 캐리와 인우 때문에 화가
“말이 쉽지!” 처녀귀신은 화가 나서 말했다.“날 죽인 그 사람들은 비록 귀신이 되었지만, 나도 그들이 환생하지 못하게 붙잡아둬야 한단 말이에요!”세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 여섯 명의 학생들이 당신을 죽인 사람이었어요?”“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그들을 죽였을 것 같아요??”“그 사람들 찾아 복수를 한 이상, 이제 그만 그들을 놓아줘요. 이렇게 자신을 괴롭혀가며 그들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더 있을까요?”“그럴 순 없어요! 이렇게 쉽게 환생을 하라고 하는 건 너무 말이 안 되니까!!”처녀귀신이 노발대발했다.세희는 웃었다.“당신은 집념이 너무 커서 줄곧 이곳에 갇혀 있는 거예요. 영원히 자신의 고통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잖아요. 만약 내려가서 벌을 받고 환생하여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난다면, 이것 또한 자신의 과거를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어요?”“이렇게까지 날 가르칠 필요 없어요!”처녀귀신이 말했다.“오늘 당신들이 죽든지, 아니면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하자고요!”말을 마치자, 처녀귀신은 세희를 향해 공격하려 했다.세희는 바로 인우를 부르려고 했고, 이때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빠른 속도로 달려온 캐리는 즉시 그 처녀귀신을 먼 곳으로 밀어냈다.“좋은 말로 타일러도 듣지 않고, 심지어 세희에게 손을 대려고 하다니. 오늘 사라질 준비를 하는 게 좋겠어!”캐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붉은 옷을 입은 처녀귀신에게 말했다.“그게 뭐가 무섭다고.” 처녀귀신이 소리를 질렀다. “나도 이젠 지긋지긋해요! 이 더없이 더러운 세상! 내 부모님은 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들의 돈을 받고 바로 이 일이 없던 걸로 하자고 했어요. 내 오빠는 심지어 그들이 부자라는 것을 알고, 그들을 친구로 여겼고요! 환생할 게 뭐가 더 있겠어요? 환생해도 이렇게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마주해야 하니까, 차라리 날 죽여요. 더 이상 이 징그러운 세상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처녀귀신의 말을 듣고, 캐리는 바로 손을 써서
세희가 이렇게 말하자, 세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저녁 무렵, 인우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세희가 이미 집에 있는 것을 보았고, 무척 흥분해하며 달려갔다.“누나, 돌아왔어요?” 인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때요, 다 나은 거예요?”세희는 의미심장하게 인우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인우야, 오늘 저녁에 나 좀 도와줘.”“그래요.” 인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학교에 가는 거 맞죠?”세희는 의아하게 인우를 바라보았다.“뭐야? 너 이제 무섭지도 않는 거야?”인우는 미소를 천천히 거두었다.“누나, 귀신은 무섭지만, 난 누나가 더 이상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때 누나가 그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난 그날 정말 학교로 달려가서 그 귀신들을 죽이고 싶었어요. 그러나 시현 형이 누나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억지로 참고 가지 않았던 거예요.”세희는 뿌듯해하며 인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우리 인우 다 컸네. 누나를 걱정할 줄 다 알고.”인우는 세희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누나, 난 줄곧 누나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다음에 이런 위험한 일을 하러 간다면, 꼭 나 데리고 가면 안 돼요? 난 누나를 지켜주고 싶어요.”“그래! 저녁에 우리 가족들 함께 밥을 먹은 후에 바로 출발하자!”“좋아요!”저녁에 하영과 유준 그리고 희민이 돌아왔다. 세희가 이미 퇴원한 것을 보고, 세 사람은 기뻐해하며 그녀를 에워싸고 수다를 떨었다.저녁을 먹은 다음, 하영은 세희를 데리고 위층에 가서 간단하게 몸을 씻어주고서야 세희를 보냈다.문을 나서자마자, 세희는 시현이 그의 포르쉐와 함께 집 앞 정원에 있는 것을 보았다.세희와 인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시현을 쳐다보았다.세희가 먼저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에요?”시현은 별장을 바라보았다.“세준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나한테 연락했지 뭐. 네 기사 되어 달라고.”“우리 집에 기사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시현 오빠가 너
“그래, 우빈아, 넌 15년 동안 세희를 좋아했고, 또 세희를 위해 많은 것을 바쳤지. 하지만 그거 알아? 세희는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야. 세희가 만약 무슨 일을 알고 싶다면, 바로 감정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호흡이 흐트러진 우빈은 시현을 바라보며 다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알아요.” 우빈이 대답했다.“세희는 그 누구보다도 감성적이고 또 이성적이죠.”“그럼 만약 세희가 정말 날 선택한다면, 넌 어쩔 계획이야?”“그런 건 없어요.”우빈은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난 세희의 모든 선택을 존중할 거라고. 마찬가지로 다른 걱정 할 필요 없어요. 세희에게 거절을 당했다고 복수를 할 정도는 아니니까요.”시현은 계속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세희와 함께 하더라도 넌 세희와 계속 친구를 하겠다는 말이야?”우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나와 세희는 줄곧 친구였어요. 우리 두 사람이 사귀지 않아도, 앞으로 여전히 사이가 좋은 친구예요. 고 과장님, 세희를 좋아해도 되지만, 내가 세희와 계속 친구로 되는 것을 막을 순 없어요.”시현은 갑자기 웃었다.“그럼 됐어!”우빈은 시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시현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버튼을 눌렀다.“난 내가 세희와 사귀면, 넌 불편해서 세희와 연락 끊을 줄 알았거든.”우빈은 말문이 막혔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이제 세희를 포기하자고. 넌 정말 세희가 필요한 것 같으니까...”말을 하다 시현은 우빈을 힐끗 바라보았다.“네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들은 하지 않겠어. 아무튼 후에 생각해 봤는데, 만약 널 향한 내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세희를 포기한다면, 그건 널 무시하는 것과 같잖아.”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시현은 안으로 들어갔고 우빈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서자, 우빈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어요. 난 확실히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그래도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이런 상황이 아니잖아
시현은 말을 이어받으며 오른손을 들었다.“그때 내 오른손에 피가 가득 묻은 거 있지? 심지어 의사가 네 등의 썩은 살을 모두 베어낸 것을 직접 봤는데, 며칠째 잠을 못 잤어.”“에이, 그건 간단하죠!” 세희는 히죽거리며 말했다.“수면제 처방받으면 편안하게 잘 수 있지 않겠어요?”시현은 웃으며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세희야, 날 원망하고 싶지 않아?”“원망이요?” 세희는 시현의 뜻을 잘 몰랐다.“내가 왜요?”시현은 콧등을 긁적였다.“내가 널 데리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너도 이렇게 다치지 않았을 거야.”세희는 눈을 부라리며 시현을 바라보았다.“그건 시현 오빠 탓이 아니에요. 그 귀신들이 겁도 없이 나한테 덤빈 것뿐이니까요. 다 회복되면 그 귀신들 전부 잡아버릴 거예요!”“또 그곳에 가려고?” 시현은 경악하며 물었다.“그럼요!” 세희는 손을 내밀었다.“일곱 명의 귀신을 전부 다 데려갈 수 있다면, 염라대왕님은 좋다고 박수를 치실지도 몰라요.”시현은 세희의 얼굴에 나타난 즐거운 미소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난 오히려 네가 날 욕하면서 분풀이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홀가분한 말투로 말하는 거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그럼 너무 재미없죠! 난 시현 오빠 돈 뜯어먹는 게 더 좋은 거 같은데? 내가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으면, 날 데리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오케이!” 시현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참, 세준 오빠가 그러던데, 미정 할머니를 찾아갔다면서요?”시현은 숨김없이 대답했다.“응, 가서 어떻게 해야 널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쭤봤어.”“하하하.” 세희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날 보호한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리고 시현 오빠는 귀신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귀신과 싸우려는 거예요? 정의감과 용기로 귀신을 제압하려고요?”“내가 만약 내 정의감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엔 귀신이 없을 거야?”세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냥
시현은 세준 그들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한 다음, 혼자 의자에 앉아 멀리서 세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주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었고,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이때 간호사가 걸어왔다. 시현은 그녀를 보며 얼른 일어나 물었다.“선생님.”간호사는 그를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시죠?”“세희는 언제 중환자실에서 나올 수 있는 거죠?”“이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요 며칠 더 관찰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가씨는 제가 본 여자아이들 중에서 가장 엄중한 상처를 입으신 환자라서요. 잘못하면 흉터가 남을 텐데... 어휴...”말이 끝나자, 간호사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시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이번 생은 철저히 세희에게 빚진 셈이네.’사흘 후, 세희는 중환자실에서 나왔고, 이 일을 알게 된 하영과 유준도 얼른 병원에 찾아왔다.세희가 침대에 엎드려 멍을 때리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가슴이 아팠다.하영은 허리를 굽혀 세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세희야, 미안해. 네 오빠들이 아침에 금방 이 일을 알려줘서, 엄마와 아빠도 이제야 달려온 거야.”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괜찮아요, 엄마. 이거 봐요, 나 아직 멀쩡하잖아요?”하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걱정 마. 무슨 방법을 써서더라도 네 등의 흉터를 치료할 테니까.”“사실 난 이런 거 신경 안 써요. 등일 뿐이니, 평소에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 자신도 볼 수 없으니까,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없어요.”“네가 꾸미길 좋아한다는 거, 여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세준은 벽에 기대며 말했다.세희는 고개를 돌려 세준을 보려 했지만, 상처가 땅기는 바람에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세준은 마음이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다.“좀 움직이지 마. 나도 안 비웃을게.”유준은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너희들은 외국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좋은 성형과 의사를 찾아. 세희의 등에 절대로 흉터 남지 않게.”세준은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오자, 시현은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눈을 뜨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난 세희가 하는 일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데. 그럼 세희를 보호하려면 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지?’생각하다 시현은 핸드폰을 꺼내 세준에게 톡을 보냈다.[그 할머니 지금 어느 호텔에 계시는 거지?]얼마 지나지 않아, 세준은 시현에게 나미정이 지내고 있는 호텔 주소와 방번호를 보냈다.[고마워, 세준아.]세준은 이 문자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세희의 일, 난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야.][날 때리고 싶든, 죽이고 싶든 네 마음대로 해. 다 내 잘못이니 나도 변명할 말이 없어.]이 문자를 보낸 후, 더 이상 답장이 들어오지 않았다.시현도 더 이상 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어 호텔로 갔다.30분 후, 시현은 나미정이 있는 룸 앞에 도착했는데, 잠시 심사숙고한 다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곧 안에서 나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기다려.”문을 열자, 시현이 문밖에 서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약간 의아해했다.“네가 바로 병원에 있었던 그 총각인가?”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 저와 잠깐 얘기를 좀 나누시면 안 될까요?”“그래.” 나미정은 몸을 비키며 말했다. “들어와서 말하자꾸나.”시현은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고, 나미정은 그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무슨 일로 날 찾는 거지?”시현은 긴장이 돼서 두 손을 비볐다.“할머니, 저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해야 세희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평범한 사람이라...”나미정은 웃기 시작했다.“왜, 네가 보기에 우리와 같은 무당은 평범하지 않은 건가?”시현은 멈칫하더니 얼른 설명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아무튼 저희보다 강하고 특수한 능력이 있으시잖아요.”“그것도 다 하늘이 내려준 신기일 뿐이지.”나미정이 말했다.“그러나 우리도 평범한 사람들이야. 밥을 먹어야 하고, 또 때가 되면 죽는 법이니
세희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부적은 비록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여전히 강렬한 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세희는 숨을 들이마신 다음 천천히 일어섰다. 그 순간, 옆에서 놀던 그 귀신들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모두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들의 시선을 알아챈 세희도 눈을 돌려 귀신들을 보았다.‘또 이런 느낌이야! 이곳을 못 나가게 하는 그런 느낌!’세희는 밀려오는 공포를 참으며 용기를 내어 문 앞으로 걸어갔다.문과 가까워질수록 주위의 음기는 더욱 강렬해졌다. 심지어 세희는 자신의 영혼이 억압된 느낌을 받았다.“누나, 무서워하지 마요!!”“세희야! 용기를 내서 그곳에서 나와! 그 귀신들은 널 건드리지도, 널 다치게 하지도 못할 거야!”“누나! 나랑 형들이랑 그리고 고 과장님이 여기서 누나를 기다리고 있어요!”인우와 나미정의 목소리를 듣고, 세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가깝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다가갈 수 없는 문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세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부적이 그려진 손을 들어 다시 시도했다.이번에 그 귀신들은 섬뜩하게 웃기 시작했다. 세희가 문손잡이에 손을 얹으려 하자, 그들은 재빨리 앞으로 돌진했다.이때, 매몰찬 음기가 덮쳐왔고, 세희는 부적이 있는 그 손을 들고 돌아섰다.그 귀신들은 하마터면 세희의 영혼과 닿을 뻔했다. 그러나 세희의 손에서 나는 강렬한 양기가 서려 있는 부적을 감지한 그들은 표정이 돌변했다.세희는 뒤로 물러섰고, 등이 문에 닿는 순간, 재빨리 몸을 돌려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연 후, 그녀는 즉시 뛰쳐나갔다.이때, 줄곧 병상에 누워있던 세희는 눈을 번쩍 뜨더니 숨을 들이마셨다.세희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인우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누나! 왜 이제야 깨어난 거예요!!”그러나 세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눈을 천천히 감았다.인우는 완전히 멍해지더니 당황해진 표정으로 나미정을 바라보았다.나미정은 아주 침착하게 대답했다.“별일 아니야, 피곤해서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