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세준과 희민은 동시에 집에 돌아왔다. 세희를 보지 못하자, 두 사람은 소파에 앉아 간식을 먹는 인우에게 물었다.세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인우야, 세희는? 아직 안 돌아왔어?”인우는 감자칩을 먹으면서 대답했다.“누나는 지철 할아버지의 고향에 갔어요. 오후에 금방 떠났대요.”세준과 희민은 멈칫했다.‘세희가 왜 갑자기 그곳으로 찾아간 거지?’세준이 계속해서 물었다.“혼자 간 거야?”“처음에는 혼자였는데, 지금은 우빈 형이 쫓아가고 있으니까, 곧 두 사람이 될 거예요.”“네가 진우빈에게 세희의 일정을 알려줬어?”인우는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우빈 형이 오늘 하루 종일 누나를 찾았는데, 너무 불쌍한 것 같아서 알려주었어요. 세준 형, 누나 혼자 밖에 있으니까 너무 걱정돼죠? 그러니 우빈 형이 찾아간 것도 좋은 일이잖아요.”세준은 인우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너는 두 사람이 서로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만약 두 사람이 함께 있다가 되돌릴 수 없는 일이라도 발생한다면, 네가 책임질 거야?”인우는 멍해지더니 침을 삼켰다.“무, 무슨 일이 일어나겠어요?”“그럴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지.”희민이 말했다.“인우야, 앞으로 무슨 일을 할 때 꼭 그 결정이 가져다 올 결과부터 생각해 봐.”말이 끝나자, 희민은 세준을 바라보았다.“우리가 세희를 찾으러 갈까?”“아니.” 세준이 대답했다.“다른 사람 보낼게.”말을 마치자, 세준은 핸드폰을 꺼내 시현에게 전화를 걸면서 계단을 향해 걸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시현이 전화를 받았다.[세준아?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이틀 휴가 내서 내 동생 좀 찾아가.”[세희를 찾으라고?]시현은 다시 한번 반복하더니 곧 긴장하기 시작했다.[세희가 왜? 실종됐어?!]세준은 세희가 홀로 다른 도시로 간 일을 시현에게 알렸다.[세희도 참 겁이 없구나! 혼자 그렇게 먼 곳으로 달려갔다니! 알았어. 정확한 주소 좀 알려줘. 내가 지금 바로 비행기표 끊어서 찾아갈게.]“응, 수고
“나야 당연히 세희를 찾으러 왔지. 설마 너도??” 시현은 다시 질문을 던졌다. 이번에 그는 마침내 우빈을 자신의 라이벌이라 생각했다.우빈도 솔직하게 말했다.“맞아요.”시현은 우빈을 한참 쳐다보더니, 곧 그의 뒤에 있는 민가에 시선을 떨어뜨렸다.“세희는 왜 혼자 여기에 찾아온 거지?” 시현은 이해가 안 됐다.“아무것도 모르면서 왜 여기에 온 거예요? 또 누가 세희가 여기에 있다고 알려준 거죠?”“세준이 알려줬어. 세희의 오빠로서 자신의 동생을 걱정하기 때문에 경찰인 날 부른 건데, 이건 정상이 아닌가?”우빈은 입을 오므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몸을 돌려 문을 두드리며 세희를 찾으려 했다.그러나 노크를 하기도 전에, 시현은 우빈의 손을 덥석 잡더니 나지막이 말했다.“이제 겨우 5시 30분밖에 안 됐으니, 세희는 아직 자고 있을 거야. 우리 그냥 문 앞에 앉아 세희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리자.”우빈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문 앞의 큰 돌덩이에 앉았고, 시현이 먼저 말했다.“너 아직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잖아. 세희는 왜 이곳에 달려온 거지?”“세희는 여섯 살 때부터 이곳에 와서 지철 할아버지를 따라 귀신 잡는 능력을 배웠어요.”시현은 무척 놀랐다.“그래서 세희가 지난번에 날 도와 사건을 해결한 것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한 거야?”우빈은 고개를 끄덕였다.이때, 시현은 갑자기 자신의 팔을 만졌다.“이런 일은 너무 섬뜩한 것 같아. 아무리 생각해도 불편하네.”우빈은 조용히 듣고 있었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우빈이라고 했지?” 시현은 우빈을 바라보았다. “너도 세희를 많이 좋아하지?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달려와서 세희를 찾지 않았을 거야.”우빈은 눈을 드리웠다. “그건 과장님도 마찬가지겠죠.”“그럼!” 시현은 아주 시원하게 대답했다.“물론 세준의 부탁 때문에 찾아온 거지만, 그래도 난 세희를 많이 좋아하거든. 난 악랄한 수단을 써서 나와 세희를 빼앗지 않겠지만, 너도 날 방해
시현은 재빨리 일어서서 세희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세희야, 난 널 찾으러 왔어!”세희는 어이가 없었다.‘이 사람은 내가 여기에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지??’그러나 그녀는 즉시 깨달았다.‘강세준이 날 팔아먹은 게 분명해!! 그리고 정인우가 우빈에게 알려준 거지. 집에 배신자가 두 명이나 있다니!!’세희는 문을 닫고 냉담하게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난 오늘 고 과장님과 놀아줄 시간 없어요. 지금 지철 할아버지께 제사를 지내러 가야 하거든요.”“그래도 돼!” 시현이 말했다.“마침 우리가 왔으니 너와 함께 제사를 지내러 가면 되지. 어르신도 우릴 보시면 기분이 많이 좋으실 거야!”시현의 말에 세희는 반박할 수 없어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우빈은 말을 하지 않았지만 줄곧 세희를 바라보고 있었다. 세희도 문을 열을 때, 그를 힐끗 보았지만, 그 후에 더 이상 우빈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그녀는 보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볼 용기가 없었던 것이다.자신이 한 번만 더 쳐다보면, 우빈에 대한 감정이 더욱 짙어져 오히려 아쉬움을 느낄까 봐 두려웠다.세희는 어젯밤에 간신히 자신을 납득시켰기 때문에, 이대로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노지철의 산소는 바로 뒷산에 있었는데, 비록 걸어서 올라가야 했지만 그리 멀지 않았다.그렇게 세 사람은 뒷산으로 걸어갔다.길에서 시현은 세희에게 말했다.“세희야, 너에게 고백하고 싶은 일이 있어.”시현의 말이 떨어지자, 우빈과 세희는 동시에 그에게 시선을 던졌다.시현은 웃으며 가지런하고 하얀 이를 드러냈다. 금방 떠오르는 부드러운 햇빛 아래, 그는 유난히 명랑하고 활발해 보였다.“오늘부터 난 너에게 구애할 거야.”시현의 말이 나오자, 세희는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그녀는 충격을 받으며 시현을 바라보았다.“뭐라고요??”“너한테 구애하겠다고!” 시현이 말했다.“내 주변에도 재벌 집 아가씨들이 엄청 많거든, 물론 너도 재벌 집안 출신이지만, 그 여자들과 너무 달라서 그래! 우빈이 그러던
오늘은 바람이 없었지만, 촛불이 살짝 흔들거렸다.세희는 노지철이 바로 옆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단지 나와서 그녀를 만나지 않았을 뿐이었다.흔들리는 촛불은 노지철이 세희의 마음을 알았단 것을 표시한다.세희는 촛불을 쳐다보며 말을 하지 않고 속으로 물었다.‘할아버지, 지금 제 근처에 있으시죠? 저 지금 의문이 하나 있는데, 할아버지께서 해답을 해 주실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그러실 수 있다면, 향이 수직으로 올라가게 해주세요.’마음속으로 중얼거린 다음, 세 개의 향 연기가 수직으로 올라갔다.세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이곳에 계셨군. 할아버지도 내 마음의 소리를 들으실 수 있어.’그렇게 세희는 계속 마음속으로 물었다.‘할아버지, 우빈의 상황에 대해 잘 알고 계시잖아요. 제가 우빈과 인연이 있는 것일까요? 인연이 있다면, 향이 수직으로 올라가게 하시고, 없다면 그냥 연기를 사방으로 날리세요.’말을 마치자, 세희는 향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그러나 결과를 보기도 전에, 갑자기 큰 바람이 불어오더니, 그 연기가 모두 시현 쪽으로 날아갈 줄이야.시현은 연기에 사레가 들려 한바탕 기침을 했다.게다가 주위의 연기는 점점 짙어졌다. 이를 본 세희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이게 무슨 뜻이지???’그러나 아무리 물어봐도 그 바람은 멈출 기미가 없었다. 그래서 세희도 노지철의 대답이 무엇인지를 알 수 없었다.답을 꿰뚫어 볼 수 없자, 세희의 마음도 복잡해졌다.산에서 내려온 후, 우빈과 시현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온 세희는 그들에게 말했다.“일단 이곳에 좀 앉아 있어요. 나 잠깐 나갔다 올게요.”시현과 우빈은 서로를 마주 보며 어찌 할 바를 몰랐다.세희가 떠나자, 우빈이 입을 열었다.“나 채소 좀 사올게요.”“됐어.” 시현은 우빈의 다리를 가리키며 말했다.“다리도 불편한 사람이 오늘 먼 길을 걸었으니 일단 쉬어. 내가 갈게.”“그럼 같이 가요.” 우빈은 끝까지 버텼다.시현은 그가 집착하는 것을 보고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
“너는 한 가지 일에 너무 집착하면 안 돼. 그러다 자신의 마음을 속일 수 있거든.” 나미정은 은근히 세희를 설득하고 있었다. 그러나 세희는 지금 당사자로서 나미정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무당 할머니, 저 이해가 안 돼요.” 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사람이 어떻게 모든 일을 다 알겠어?”세희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그럼 저도 할머니께 괜히 여쭤본 거잖아요.”“너는 마음을 가라앉힐 수 없는 게 가장 큰 문제야.”나미정이 말했다.“모든 것을 다 똑똑히 물어보면, 너한테 무슨 좋은 점이 있겠어?”“그럼 당연히 모든 것을 분명히 알고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그렇게 살면 그저 피곤할 뿐이야. 나도 이제야 알겠네, 네 할아버지가 왜 너에게 인연을 보는 법을 가르쳐 주지 않았는지를.”세희가 말을 하지 않자, 나미정은 계속 말했다.“네가 계속 이 문제를 물어보려 한다면, 나도 해답을 줄 수 없어. 하지만 이것만 알려줄게. 너도 눈이 있으니, 누가 너에게 적합하고, 누가 적합하지 않은지를 분간할 수 있어. 그러나 집착하지 마. 집착하면 아는 일도 똑똑히 알아볼 수 없으니까. 이제 그만 돌아가, 집에 지금 사나이가 둘이나 널 기다리고 있지 않니?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마. 그래도 손님이니까.”쫓겨난 세희는 그저 풀이 죽은 채로 나미정과 작별한 다음, 집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었다. 가는 길에, 세희는 줄곧 그녀의 말을 되새겼다.‘집착... 내가 우빈한테 너무 집착하고 있다는 말씀이신가? 아니면 임지나가 나에게 한 말에 너무 집착하고 있다는 뜻인가? 만약 그렇다면, 그 연기가 시현 오빠를 향해 날아간 건 또 어떻게 된 일이지? 대체 그 사람을 멀리하라는 거야, 아니면 선택하라는 거야?’망연하게 집으로 돌아온 세희는 문밖에 우빈이 혼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소리를 듣고 우빈은 고개를 돌렸는데, 세희는 그를 힐끗 본 다음, 전기 자전거를 멈추었고 옆집 아주머니에게 돌려주었다.그리고 집 앞에 도착하자, 세희가 물었다.“
우빈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래서 세희야, 이제 날 포기하려고?”“그래, 우빈아.”윙 하는 소리와 함께 우빈의 머릿속은 새하얘졌다. 세희의 말은 지금 그에게 엄청난 타격을 주었다.그는 이제야 세희가 거절당했을 때, 기분이 어땠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우빈은 실망을 느끼며 눈을 드리웠다.“지금 포기한다고 해서, 앞으로도 계속 포기하려는 건 아니겠지?”“뭐?” 세희는 한동안 그게 무슨 뜻인지 몰랐다.‘이렇게 말한 이상, 우빈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텐데. 지금 날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뜻인가?’우빈은 세희를 진지하게 바라보았다.“이렇게 약속하기엔 너무 이르다는 거 나도 알아. 그러나 세희야, 날 믿어줘. 네가 날 위해 걱정하는 그런 상황은 절대로 오래 가지 않을 거야.”“노력해도 소용없어, 우빈아!” 세희는 참지 못하고 우빈을 일깨워주었다.“우리 부모님의 계좌에 돈이 얼마나 많은지 아니? 나조차도 잘 셀 수가 없는데, 넌 또 어떻게 우리 부모님을 뛰어넘으려고?”“난 평생 네 부모님을 따라잡을 수 없을 거야. 나도 잘 알아.” 우빈이 대답했다.“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지. 내가 노력하기만 하면, 사람들도 점차 날 인정할 거야.”세희는 그저 지칠 뿐이었고, 힘없이 우빈을 바라보았다.‘여전히 내 뜻을 이해하지 못했구나. 노력하면 뭐가 달라지는데? 피를 토하며 밤낮없이 돈을 벌면 또 뭐가 달라지는데? 인정하는 사람이 있다면, 우빈의 노력을 부정하는 사람이 있겠지. 그리고 부정하는 쪽은 우빈을 평생 비난하면서 트라우마를 가져다줄 거야.’세희도 지금의 우빈이 전에 거절당했던 자신과 똑같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지금 누가 뭐라 해도 우빈은 듣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시선을 거두고 담담하게 말했다. “네 마음대로 해.”말이 막 끝나자, 시현의 발자국 소리가 방안에서 들려왔다.세희는 머리를 돌려 새 앞치마를 매고 있는 시현을 바라보았다. 그는 오른손에 주걱을 들고 물었다.“여기에 앉아 바람이라도 쐬고 있는 거야? 빨리
“말 못할 것도 없죠.”세희가 담담하게 말했다.“하지만 지금은 아직 얘기하고 싶지 않으니까,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알려줄게요.”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더 이상 묻지 않았다.설거지를 마치고 거실로 돌아오자, 우빈은 세희에게 말했다.“세희야, 나 잠깐 나갔다 올게. 전에 살던 집에 가보고 싶어.”세희는 의혹을 느꼈다.“네 집에 아직 누가...”말을 반쯤 할 때, 세희는 자신이 말실수를 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미안해, 그런 뜻이 아니라...”“괜찮아, 우리 외할머니 아직 살아 계시거든.”“그럼 시현 오빠와 내가 같이 널 데려다줄게.”우빈이 거절하려 할 때, 세희는 주방에서 나온 시현을 바라보았다.“우리 같이 우빈의 집에 갈까요?”시현은 의아하게 우빈을 바라보았다.“너도 고향이 여기였어?”“네, 그래서 어린 시절부터 세희와 알고 지낸 거죠.”“그랬구나.”시현이 말했다.“그럼 얼른 가자. 식사도 했으니 이제 산책을 해야지.”우빈은 입을 벌렸지만, 그들이 모두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고, 다시 말을 삼켰다.세 사람은 밖으로 나와 우빈의 집으로 향했다. 우빈의 집은 이곳과 멀지 않아, 몇 분 후에 바로 도착했다.우빈을 문 앞까지 배웅하자, 세희와 시현은 옆에서 기다렸다.우빈은 자신의 집을 바라보며,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나서야 문을 두드렸다.잠시 후, 안에서 늙은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지?”곧 문이 열리자,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몸이 구부정한 할머니가 나타났다.우빈을 본 순간, 힘이 없던 그녀는 갑자기 화를 내기 시작했다.“재수 없는 것!” 할머니는 흥분해하며 우빈을 가리켰다. “이 재수 없는 것이 감히 내 앞에 나타나다니?!”할머니의 말을 듣고,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세희와 시현은 고개를 돌려 우빈을 바라보았다. 우빈도 그저 문 앞에 서서 할머니가 손가락질하고 욕하도록 내버려 두었다.“당장 꺼져! 멀리 꺼지라고! 내 큰딸을 죽인 것도 모자라 내 막내딸까지 죽였으니, 빨리 꺼져!!”이 말을 들은 세희는 참
우빈이 말했다.“할머니, 앞으로 나이 더 드시면 혼자 지내기 불편하시잖아요.”“그것도 너와 상관이 없는 일이야!” 우빈의 할머니는 말을 마친 다음 돌아서서 문을 세게 닫았다.그 태도는 누가 봐도 가슴이 덜덜 떨릴 정도로 냉담했다.우빈은 고개를 숙여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지팡이를 짚고 세희와 시현을 향해 걸어왔다. 그리고 그는 씁쓸한 표정으로 세희에게 말했다.“이런 장면 보게 해서 미안.”세희는 입을 열어 위로하려 했지만, 옆에 있던 시현이 먼저 말했다.“지금 일부러 우리에게 보여주려고 이러는 거야?”우빈은 고개를 번쩍 들며 시현을 바라보았다. 세희도 의아하게 그를 바라보았다.“일부러라뇨?”시현은 우빈에게 말했다.“넌 네 할머니가 오늘 어떤 태도를 보일지 잘 알고 있을 텐데. 우리가 같이 오겠다고 했을 때 왜 거절하지 않았어?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남에게 이런 가정 상황을 들키는 것을 원하지 않았을 거야.”세희는 화가 나서 반박했다.“이건 너무한 거 아니에요?”“내가 너무해?” 시현은 세희를 바라보며 이해를 할 수 없었다.“난 내가 너무했다고 생각하지 않아. 우빈아, 세희를 나에게 양보하고 싶어도 이렇게 졸렬한 수단을 쓸 필요가 없어.”“네??” 세희는 멍해졌다. 그녀는 시현이 우빈이 고의로 그들의 동정을 샀다고 비난하는 줄 알았다.우빈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난 아직 세희를 양보할 생각이 없어요. 원래 나랑 같이 오는 것을 거절하고 싶었지만, 두 사람 모두 기회를 주지 않았잖아요.”말을 마치자, 우빈은 세희를 바라보았다.“내 팔자가 어떤지, 세희는 아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나도 이런 방식으로 세희를 남에게 떠넘기고 싶지 않아요.”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우빈의 팔자는 전에 지철 할아버지께서 보신 적이 있기에 난 아주 잘 알고 있어요. 다만 그 할머니는 확실히 고집이 세셔서, 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고요.”시현은 어색해하며 코를 만졌다.“미안해, 우빈아, 내가 널 오해했구나. 나는 또 세희로 하여금
시현은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알았어, 알았어. 공주님 제발 살려주세요!!”세희는 그제야 흐뭇하게 손을 거두었다.“참, 지난번에 말한 그 사건 말이에요, 언제 해결하러 갈 거예요?”“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시현이 말했다. “네 몸은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으니까, 지금 계속 바쁘게 움직이면 안 돼. 만약에 저쪽에도 이런 악독한 귀신이 있다면, 너 또 상처를 입을지 몰라. 난 이미 죄책감 때문에 너와 결혼을 해서 평생 챙겨주고 싶으니까,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 정말 방법이 없어.”세희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시현 오빠와 결혼한다고 했어요?”“쳇.” 시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가 어때서? 나도 어깨가 넓고 근육이 있는 미남이라고!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세희는 말문이 막혔다.‘정말 뻔뻔하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칭찬하다니.’세희는 숨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시현 오빠.”“응?”“내가 지금 귀신을 잡는 일을 종사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난 사실 아주 좋은 신붓감은 아니에요. 눈치 없는 귀신들이 가끔 날 찾아와서 귀찮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난 인우와 반대로, 팔자에 음기가 가득 찼거든요.”“그러면 어떻게 되는데?”“7월 중순이 되면 많은 귀신들이 날 찾아올 거예요. 그럼 난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심지어 다칠 수도 있거든요.”“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만약 우리가 함께 한다면, 그 귀신들은 심지어 시현 오빠를 귀찮게 할 거예요.”“그래서, 이것 때문에 네가 최고의 신붓감이 아니란 거야?” 시현은 말을 마치고 웃으며 말했다. “이까짓 일로 내가 물러설 수 있을 것 같아? 세희야, 너도 날 너무 얕본 것 같아.”“그때 가면 나 때문에 모든 일이 잘 안 풀릴 텐데, 그게 두렵지도 않아요?” 세희는 시현에게 물었다.시현은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넌 우빈이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우빈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은 거야? 세희야, 넌 날 뭘로 보고.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난 두렵지
시현과 인우는 비록 귀신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검은 연기가 자신의 앞에서 천천히 흩어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인우는 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누나, 지금 어떻게 된 일이에요?”세희는 몸을 돌려 말했다.“그 귀신은 환생하고 싶지 않아서 이미 죽었어.”“귀신이 죽었다고?” 시현이 물었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뜻이야?”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을 바라보았다.“캐리 아저씨, 이제 그 여섯 명의 귀신을 좀 잡아주세요.”캐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불과 몇 분 만에 겁에 질린 그 귀신들을 세희의 앞으로 데려왔다.세희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들은 그 처녀귀신과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아니면 나와 같이 서낭당에 갈 건가요?”“서낭당에 갈래요!”“우리는 그 여자의 협박을 받아서 여기에 갇힌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벌써 떠났을 텐데!”“죽어도 우리를 괴롭히려 하다니!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이 귀신들은 그 처녀귀신이 사라진 후, 불평하기 시작했다.세희는 그들의 원망을 듣고,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지금 그 처녀귀신을 비난할 면목이 있는 거예요?!”세희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당신들을 죽인 것은 그 여자의 잘못일지라도. 당신들은 자신에게 그 어떤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만약 당신들이 그 여자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귀신으로 되어 이곳에 갇히지 않았겠죠!”“풉.” 한 여자 귀신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요? 그 여자는 늘 자신의 성적을 가지고 남을 비웃었어요. 그러지만 않았어도 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세희는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남의 성적이 우수해서, 당신들은 또 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그걸 자랑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정말 불쌍하네요! 이 세상에 당신들 같은 질투심이 강한 쓰레기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심해요, 당신들은 다음 생에도 이번 생에 지은 죗값을 치러야 하니까!”귀신들은 세희가 한 말에 화가 났지만, 캐리와 인우 때문에 화가
“말이 쉽지!” 처녀귀신은 화가 나서 말했다.“날 죽인 그 사람들은 비록 귀신이 되었지만, 나도 그들이 환생하지 못하게 붙잡아둬야 한단 말이에요!”세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 여섯 명의 학생들이 당신을 죽인 사람이었어요?”“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그들을 죽였을 것 같아요??”“그 사람들 찾아 복수를 한 이상, 이제 그만 그들을 놓아줘요. 이렇게 자신을 괴롭혀가며 그들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더 있을까요?”“그럴 순 없어요! 이렇게 쉽게 환생을 하라고 하는 건 너무 말이 안 되니까!!”처녀귀신이 노발대발했다.세희는 웃었다.“당신은 집념이 너무 커서 줄곧 이곳에 갇혀 있는 거예요. 영원히 자신의 고통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잖아요. 만약 내려가서 벌을 받고 환생하여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난다면, 이것 또한 자신의 과거를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어요?”“이렇게까지 날 가르칠 필요 없어요!”처녀귀신이 말했다.“오늘 당신들이 죽든지, 아니면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하자고요!”말을 마치자, 처녀귀신은 세희를 향해 공격하려 했다.세희는 바로 인우를 부르려고 했고, 이때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빠른 속도로 달려온 캐리는 즉시 그 처녀귀신을 먼 곳으로 밀어냈다.“좋은 말로 타일러도 듣지 않고, 심지어 세희에게 손을 대려고 하다니. 오늘 사라질 준비를 하는 게 좋겠어!”캐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붉은 옷을 입은 처녀귀신에게 말했다.“그게 뭐가 무섭다고.” 처녀귀신이 소리를 질렀다. “나도 이젠 지긋지긋해요! 이 더없이 더러운 세상! 내 부모님은 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들의 돈을 받고 바로 이 일이 없던 걸로 하자고 했어요. 내 오빠는 심지어 그들이 부자라는 것을 알고, 그들을 친구로 여겼고요! 환생할 게 뭐가 더 있겠어요? 환생해도 이렇게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마주해야 하니까, 차라리 날 죽여요. 더 이상 이 징그러운 세상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처녀귀신의 말을 듣고, 캐리는 바로 손을 써서
세희가 이렇게 말하자, 세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저녁 무렵, 인우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세희가 이미 집에 있는 것을 보았고, 무척 흥분해하며 달려갔다.“누나, 돌아왔어요?” 인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때요, 다 나은 거예요?”세희는 의미심장하게 인우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인우야, 오늘 저녁에 나 좀 도와줘.”“그래요.” 인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학교에 가는 거 맞죠?”세희는 의아하게 인우를 바라보았다.“뭐야? 너 이제 무섭지도 않는 거야?”인우는 미소를 천천히 거두었다.“누나, 귀신은 무섭지만, 난 누나가 더 이상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때 누나가 그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난 그날 정말 학교로 달려가서 그 귀신들을 죽이고 싶었어요. 그러나 시현 형이 누나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억지로 참고 가지 않았던 거예요.”세희는 뿌듯해하며 인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우리 인우 다 컸네. 누나를 걱정할 줄 다 알고.”인우는 세희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누나, 난 줄곧 누나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다음에 이런 위험한 일을 하러 간다면, 꼭 나 데리고 가면 안 돼요? 난 누나를 지켜주고 싶어요.”“그래! 저녁에 우리 가족들 함께 밥을 먹은 후에 바로 출발하자!”“좋아요!”저녁에 하영과 유준 그리고 희민이 돌아왔다. 세희가 이미 퇴원한 것을 보고, 세 사람은 기뻐해하며 그녀를 에워싸고 수다를 떨었다.저녁을 먹은 다음, 하영은 세희를 데리고 위층에 가서 간단하게 몸을 씻어주고서야 세희를 보냈다.문을 나서자마자, 세희는 시현이 그의 포르쉐와 함께 집 앞 정원에 있는 것을 보았다.세희와 인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시현을 쳐다보았다.세희가 먼저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에요?”시현은 별장을 바라보았다.“세준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나한테 연락했지 뭐. 네 기사 되어 달라고.”“우리 집에 기사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시현 오빠가 너
“그래, 우빈아, 넌 15년 동안 세희를 좋아했고, 또 세희를 위해 많은 것을 바쳤지. 하지만 그거 알아? 세희는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야. 세희가 만약 무슨 일을 알고 싶다면, 바로 감정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호흡이 흐트러진 우빈은 시현을 바라보며 다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알아요.” 우빈이 대답했다.“세희는 그 누구보다도 감성적이고 또 이성적이죠.”“그럼 만약 세희가 정말 날 선택한다면, 넌 어쩔 계획이야?”“그런 건 없어요.”우빈은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난 세희의 모든 선택을 존중할 거라고. 마찬가지로 다른 걱정 할 필요 없어요. 세희에게 거절을 당했다고 복수를 할 정도는 아니니까요.”시현은 계속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세희와 함께 하더라도 넌 세희와 계속 친구를 하겠다는 말이야?”우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나와 세희는 줄곧 친구였어요. 우리 두 사람이 사귀지 않아도, 앞으로 여전히 사이가 좋은 친구예요. 고 과장님, 세희를 좋아해도 되지만, 내가 세희와 계속 친구로 되는 것을 막을 순 없어요.”시현은 갑자기 웃었다.“그럼 됐어!”우빈은 시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시현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버튼을 눌렀다.“난 내가 세희와 사귀면, 넌 불편해서 세희와 연락 끊을 줄 알았거든.”우빈은 말문이 막혔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이제 세희를 포기하자고. 넌 정말 세희가 필요한 것 같으니까...”말을 하다 시현은 우빈을 힐끗 바라보았다.“네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들은 하지 않겠어. 아무튼 후에 생각해 봤는데, 만약 널 향한 내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세희를 포기한다면, 그건 널 무시하는 것과 같잖아.”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시현은 안으로 들어갔고 우빈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서자, 우빈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어요. 난 확실히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그래도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이런 상황이 아니잖아
시현은 말을 이어받으며 오른손을 들었다.“그때 내 오른손에 피가 가득 묻은 거 있지? 심지어 의사가 네 등의 썩은 살을 모두 베어낸 것을 직접 봤는데, 며칠째 잠을 못 잤어.”“에이, 그건 간단하죠!” 세희는 히죽거리며 말했다.“수면제 처방받으면 편안하게 잘 수 있지 않겠어요?”시현은 웃으며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세희야, 날 원망하고 싶지 않아?”“원망이요?” 세희는 시현의 뜻을 잘 몰랐다.“내가 왜요?”시현은 콧등을 긁적였다.“내가 널 데리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너도 이렇게 다치지 않았을 거야.”세희는 눈을 부라리며 시현을 바라보았다.“그건 시현 오빠 탓이 아니에요. 그 귀신들이 겁도 없이 나한테 덤빈 것뿐이니까요. 다 회복되면 그 귀신들 전부 잡아버릴 거예요!”“또 그곳에 가려고?” 시현은 경악하며 물었다.“그럼요!” 세희는 손을 내밀었다.“일곱 명의 귀신을 전부 다 데려갈 수 있다면, 염라대왕님은 좋다고 박수를 치실지도 몰라요.”시현은 세희의 얼굴에 나타난 즐거운 미소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난 오히려 네가 날 욕하면서 분풀이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홀가분한 말투로 말하는 거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그럼 너무 재미없죠! 난 시현 오빠 돈 뜯어먹는 게 더 좋은 거 같은데? 내가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으면, 날 데리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오케이!” 시현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참, 세준 오빠가 그러던데, 미정 할머니를 찾아갔다면서요?”시현은 숨김없이 대답했다.“응, 가서 어떻게 해야 널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쭤봤어.”“하하하.” 세희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날 보호한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리고 시현 오빠는 귀신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귀신과 싸우려는 거예요? 정의감과 용기로 귀신을 제압하려고요?”“내가 만약 내 정의감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엔 귀신이 없을 거야?”세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냥
시현은 세준 그들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한 다음, 혼자 의자에 앉아 멀리서 세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주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었고,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이때 간호사가 걸어왔다. 시현은 그녀를 보며 얼른 일어나 물었다.“선생님.”간호사는 그를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시죠?”“세희는 언제 중환자실에서 나올 수 있는 거죠?”“이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요 며칠 더 관찰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가씨는 제가 본 여자아이들 중에서 가장 엄중한 상처를 입으신 환자라서요. 잘못하면 흉터가 남을 텐데... 어휴...”말이 끝나자, 간호사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시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이번 생은 철저히 세희에게 빚진 셈이네.’사흘 후, 세희는 중환자실에서 나왔고, 이 일을 알게 된 하영과 유준도 얼른 병원에 찾아왔다.세희가 침대에 엎드려 멍을 때리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가슴이 아팠다.하영은 허리를 굽혀 세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세희야, 미안해. 네 오빠들이 아침에 금방 이 일을 알려줘서, 엄마와 아빠도 이제야 달려온 거야.”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괜찮아요, 엄마. 이거 봐요, 나 아직 멀쩡하잖아요?”하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걱정 마. 무슨 방법을 써서더라도 네 등의 흉터를 치료할 테니까.”“사실 난 이런 거 신경 안 써요. 등일 뿐이니, 평소에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 자신도 볼 수 없으니까,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없어요.”“네가 꾸미길 좋아한다는 거, 여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세준은 벽에 기대며 말했다.세희는 고개를 돌려 세준을 보려 했지만, 상처가 땅기는 바람에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세준은 마음이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다.“좀 움직이지 마. 나도 안 비웃을게.”유준은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너희들은 외국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좋은 성형과 의사를 찾아. 세희의 등에 절대로 흉터 남지 않게.”세준은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오자, 시현은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눈을 뜨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난 세희가 하는 일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데. 그럼 세희를 보호하려면 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지?’생각하다 시현은 핸드폰을 꺼내 세준에게 톡을 보냈다.[그 할머니 지금 어느 호텔에 계시는 거지?]얼마 지나지 않아, 세준은 시현에게 나미정이 지내고 있는 호텔 주소와 방번호를 보냈다.[고마워, 세준아.]세준은 이 문자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세희의 일, 난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야.][날 때리고 싶든, 죽이고 싶든 네 마음대로 해. 다 내 잘못이니 나도 변명할 말이 없어.]이 문자를 보낸 후, 더 이상 답장이 들어오지 않았다.시현도 더 이상 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어 호텔로 갔다.30분 후, 시현은 나미정이 있는 룸 앞에 도착했는데, 잠시 심사숙고한 다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곧 안에서 나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기다려.”문을 열자, 시현이 문밖에 서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약간 의아해했다.“네가 바로 병원에 있었던 그 총각인가?”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 저와 잠깐 얘기를 좀 나누시면 안 될까요?”“그래.” 나미정은 몸을 비키며 말했다. “들어와서 말하자꾸나.”시현은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고, 나미정은 그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무슨 일로 날 찾는 거지?”시현은 긴장이 돼서 두 손을 비볐다.“할머니, 저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해야 세희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평범한 사람이라...”나미정은 웃기 시작했다.“왜, 네가 보기에 우리와 같은 무당은 평범하지 않은 건가?”시현은 멈칫하더니 얼른 설명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아무튼 저희보다 강하고 특수한 능력이 있으시잖아요.”“그것도 다 하늘이 내려준 신기일 뿐이지.”나미정이 말했다.“그러나 우리도 평범한 사람들이야. 밥을 먹어야 하고, 또 때가 되면 죽는 법이니
세희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부적은 비록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여전히 강렬한 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세희는 숨을 들이마신 다음 천천히 일어섰다. 그 순간, 옆에서 놀던 그 귀신들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모두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들의 시선을 알아챈 세희도 눈을 돌려 귀신들을 보았다.‘또 이런 느낌이야! 이곳을 못 나가게 하는 그런 느낌!’세희는 밀려오는 공포를 참으며 용기를 내어 문 앞으로 걸어갔다.문과 가까워질수록 주위의 음기는 더욱 강렬해졌다. 심지어 세희는 자신의 영혼이 억압된 느낌을 받았다.“누나, 무서워하지 마요!!”“세희야! 용기를 내서 그곳에서 나와! 그 귀신들은 널 건드리지도, 널 다치게 하지도 못할 거야!”“누나! 나랑 형들이랑 그리고 고 과장님이 여기서 누나를 기다리고 있어요!”인우와 나미정의 목소리를 듣고, 세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가깝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다가갈 수 없는 문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세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부적이 그려진 손을 들어 다시 시도했다.이번에 그 귀신들은 섬뜩하게 웃기 시작했다. 세희가 문손잡이에 손을 얹으려 하자, 그들은 재빨리 앞으로 돌진했다.이때, 매몰찬 음기가 덮쳐왔고, 세희는 부적이 있는 그 손을 들고 돌아섰다.그 귀신들은 하마터면 세희의 영혼과 닿을 뻔했다. 그러나 세희의 손에서 나는 강렬한 양기가 서려 있는 부적을 감지한 그들은 표정이 돌변했다.세희는 뒤로 물러섰고, 등이 문에 닿는 순간, 재빨리 몸을 돌려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연 후, 그녀는 즉시 뛰쳐나갔다.이때, 줄곧 병상에 누워있던 세희는 눈을 번쩍 뜨더니 숨을 들이마셨다.세희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인우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누나! 왜 이제야 깨어난 거예요!!”그러나 세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눈을 천천히 감았다.인우는 완전히 멍해지더니 당황해진 표정으로 나미정을 바라보았다.나미정은 아주 침착하게 대답했다.“별일 아니야, 피곤해서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