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세준과 희민은 동시에 집에 돌아왔다. 세희를 보지 못하자, 두 사람은 소파에 앉아 간식을 먹는 인우에게 물었다.세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인우야, 세희는? 아직 안 돌아왔어?”인우는 감자칩을 먹으면서 대답했다.“누나는 지철 할아버지의 고향에 갔어요. 오후에 금방 떠났대요.”세준과 희민은 멈칫했다.‘세희가 왜 갑자기 그곳으로 찾아간 거지?’세준이 계속해서 물었다.“혼자 간 거야?”“처음에는 혼자였는데, 지금은 우빈 형이 쫓아가고 있으니까, 곧 두 사람이 될 거예요.”“네가 진우빈에게 세희의 일정을 알려줬어?”인우는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우빈 형이 오늘 하루 종일 누나를 찾았는데, 너무 불쌍한 것 같아서 알려주었어요. 세준 형, 누나 혼자 밖에 있으니까 너무 걱정돼죠? 그러니 우빈 형이 찾아간 것도 좋은 일이잖아요.”세준은 인우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너는 두 사람이 서로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만약 두 사람이 함께 있다가 되돌릴 수 없는 일이라도 발생한다면, 네가 책임질 거야?”인우는 멍해지더니 침을 삼켰다.“무, 무슨 일이 일어나겠어요?”“그럴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지.”희민이 말했다.“인우야, 앞으로 무슨 일을 할 때 꼭 그 결정이 가져다 올 결과부터 생각해 봐.”말이 끝나자, 희민은 세준을 바라보았다.“우리가 세희를 찾으러 갈까?”“아니.” 세준이 대답했다.“다른 사람 보낼게.”말을 마치자, 세준은 핸드폰을 꺼내 시현에게 전화를 걸면서 계단을 향해 걸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시현이 전화를 받았다.[세준아?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이틀 휴가 내서 내 동생 좀 찾아가.”[세희를 찾으라고?]시현은 다시 한번 반복하더니 곧 긴장하기 시작했다.[세희가 왜? 실종됐어?!]세준은 세희가 홀로 다른 도시로 간 일을 시현에게 알렸다.[세희도 참 겁이 없구나! 혼자 그렇게 먼 곳으로 달려갔다니! 알았어. 정확한 주소 좀 알려줘. 내가 지금 바로 비행기표 끊어서 찾아갈게.]“응, 수고
“나야 당연히 세희를 찾으러 왔지. 설마 너도??” 시현은 다시 질문을 던졌다. 이번에 그는 마침내 우빈을 자신의 라이벌이라 생각했다.우빈도 솔직하게 말했다.“맞아요.”시현은 우빈을 한참 쳐다보더니, 곧 그의 뒤에 있는 민가에 시선을 떨어뜨렸다.“세희는 왜 혼자 여기에 찾아온 거지?” 시현은 이해가 안 됐다.“아무것도 모르면서 왜 여기에 온 거예요? 또 누가 세희가 여기에 있다고 알려준 거죠?”“세준이 알려줬어. 세희의 오빠로서 자신의 동생을 걱정하기 때문에 경찰인 날 부른 건데, 이건 정상이 아닌가?”우빈은 입을 오므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몸을 돌려 문을 두드리며 세희를 찾으려 했다.그러나 노크를 하기도 전에, 시현은 우빈의 손을 덥석 잡더니 나지막이 말했다.“이제 겨우 5시 30분밖에 안 됐으니, 세희는 아직 자고 있을 거야. 우리 그냥 문 앞에 앉아 세희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리자.”우빈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문 앞의 큰 돌덩이에 앉았고, 시현이 먼저 말했다.“너 아직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잖아. 세희는 왜 이곳에 달려온 거지?”“세희는 여섯 살 때부터 이곳에 와서 지철 할아버지를 따라 귀신 잡는 능력을 배웠어요.”시현은 무척 놀랐다.“그래서 세희가 지난번에 날 도와 사건을 해결한 것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한 거야?”우빈은 고개를 끄덕였다.이때, 시현은 갑자기 자신의 팔을 만졌다.“이런 일은 너무 섬뜩한 것 같아. 아무리 생각해도 불편하네.”우빈은 조용히 듣고 있었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우빈이라고 했지?” 시현은 우빈을 바라보았다. “너도 세희를 많이 좋아하지?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달려와서 세희를 찾지 않았을 거야.”우빈은 눈을 드리웠다. “그건 과장님도 마찬가지겠죠.”“그럼!” 시현은 아주 시원하게 대답했다.“물론 세준의 부탁 때문에 찾아온 거지만, 그래도 난 세희를 많이 좋아하거든. 난 악랄한 수단을 써서 나와 세희를 빼앗지 않겠지만, 너도 날 방해
시현은 재빨리 일어서서 세희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세희야, 난 널 찾으러 왔어!”세희는 어이가 없었다.‘이 사람은 내가 여기에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지??’그러나 그녀는 즉시 깨달았다.‘강세준이 날 팔아먹은 게 분명해!! 그리고 정인우가 우빈에게 알려준 거지. 집에 배신자가 두 명이나 있다니!!’세희는 문을 닫고 냉담하게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난 오늘 고 과장님과 놀아줄 시간 없어요. 지금 지철 할아버지께 제사를 지내러 가야 하거든요.”“그래도 돼!” 시현이 말했다.“마침 우리가 왔으니 너와 함께 제사를 지내러 가면 되지. 어르신도 우릴 보시면 기분이 많이 좋으실 거야!”시현의 말에 세희는 반박할 수 없어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우빈은 말을 하지 않았지만 줄곧 세희를 바라보고 있었다. 세희도 문을 열을 때, 그를 힐끗 보았지만, 그 후에 더 이상 우빈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그녀는 보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볼 용기가 없었던 것이다.자신이 한 번만 더 쳐다보면, 우빈에 대한 감정이 더욱 짙어져 오히려 아쉬움을 느낄까 봐 두려웠다.세희는 어젯밤에 간신히 자신을 납득시켰기 때문에, 이대로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노지철의 산소는 바로 뒷산에 있었는데, 비록 걸어서 올라가야 했지만 그리 멀지 않았다.그렇게 세 사람은 뒷산으로 걸어갔다.길에서 시현은 세희에게 말했다.“세희야, 너에게 고백하고 싶은 일이 있어.”시현의 말이 떨어지자, 우빈과 세희는 동시에 그에게 시선을 던졌다.시현은 웃으며 가지런하고 하얀 이를 드러냈다. 금방 떠오르는 부드러운 햇빛 아래, 그는 유난히 명랑하고 활발해 보였다.“오늘부터 난 너에게 구애할 거야.”시현의 말이 나오자, 세희는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그녀는 충격을 받으며 시현을 바라보았다.“뭐라고요??”“너한테 구애하겠다고!” 시현이 말했다.“내 주변에도 재벌 집 아가씨들이 엄청 많거든, 물론 너도 재벌 집안 출신이지만, 그 여자들과 너무 달라서 그래! 우빈이 그러던
오늘은 바람이 없었지만, 촛불이 살짝 흔들거렸다.세희는 노지철이 바로 옆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단지 나와서 그녀를 만나지 않았을 뿐이었다.흔들리는 촛불은 노지철이 세희의 마음을 알았단 것을 표시한다.세희는 촛불을 쳐다보며 말을 하지 않고 속으로 물었다.‘할아버지, 지금 제 근처에 있으시죠? 저 지금 의문이 하나 있는데, 할아버지께서 해답을 해 주실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그러실 수 있다면, 향이 수직으로 올라가게 해주세요.’마음속으로 중얼거린 다음, 세 개의 향 연기가 수직으로 올라갔다.세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이곳에 계셨군. 할아버지도 내 마음의 소리를 들으실 수 있어.’그렇게 세희는 계속 마음속으로 물었다.‘할아버지, 우빈의 상황에 대해 잘 알고 계시잖아요. 제가 우빈과 인연이 있는 것일까요? 인연이 있다면, 향이 수직으로 올라가게 하시고, 없다면 그냥 연기를 사방으로 날리세요.’말을 마치자, 세희는 향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그러나 결과를 보기도 전에, 갑자기 큰 바람이 불어오더니, 그 연기가 모두 시현 쪽으로 날아갈 줄이야.시현은 연기에 사레가 들려 한바탕 기침을 했다.게다가 주위의 연기는 점점 짙어졌다. 이를 본 세희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이게 무슨 뜻이지???’그러나 아무리 물어봐도 그 바람은 멈출 기미가 없었다. 그래서 세희도 노지철의 대답이 무엇인지를 알 수 없었다.답을 꿰뚫어 볼 수 없자, 세희의 마음도 복잡해졌다.산에서 내려온 후, 우빈과 시현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온 세희는 그들에게 말했다.“일단 이곳에 좀 앉아 있어요. 나 잠깐 나갔다 올게요.”시현과 우빈은 서로를 마주 보며 어찌 할 바를 몰랐다.세희가 떠나자, 우빈이 입을 열었다.“나 채소 좀 사올게요.”“됐어.” 시현은 우빈의 다리를 가리키며 말했다.“다리도 불편한 사람이 오늘 먼 길을 걸었으니 일단 쉬어. 내가 갈게.”“그럼 같이 가요.” 우빈은 끝까지 버텼다.시현은 그가 집착하는 것을 보고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
“너는 한 가지 일에 너무 집착하면 안 돼. 그러다 자신의 마음을 속일 수 있거든.” 나미정은 은근히 세희를 설득하고 있었다. 그러나 세희는 지금 당사자로서 나미정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무당 할머니, 저 이해가 안 돼요.” 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사람이 어떻게 모든 일을 다 알겠어?”세희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그럼 저도 할머니께 괜히 여쭤본 거잖아요.”“너는 마음을 가라앉힐 수 없는 게 가장 큰 문제야.”나미정이 말했다.“모든 것을 다 똑똑히 물어보면, 너한테 무슨 좋은 점이 있겠어?”“그럼 당연히 모든 것을 분명히 알고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그렇게 살면 그저 피곤할 뿐이야. 나도 이제야 알겠네, 네 할아버지가 왜 너에게 인연을 보는 법을 가르쳐 주지 않았는지를.”세희가 말을 하지 않자, 나미정은 계속 말했다.“네가 계속 이 문제를 물어보려 한다면, 나도 해답을 줄 수 없어. 하지만 이것만 알려줄게. 너도 눈이 있으니, 누가 너에게 적합하고, 누가 적합하지 않은지를 분간할 수 있어. 그러나 집착하지 마. 집착하면 아는 일도 똑똑히 알아볼 수 없으니까. 이제 그만 돌아가, 집에 지금 사나이가 둘이나 널 기다리고 있지 않니?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마. 그래도 손님이니까.”쫓겨난 세희는 그저 풀이 죽은 채로 나미정과 작별한 다음, 집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었다. 가는 길에, 세희는 줄곧 그녀의 말을 되새겼다.‘집착... 내가 우빈한테 너무 집착하고 있다는 말씀이신가? 아니면 임지나가 나에게 한 말에 너무 집착하고 있다는 뜻인가? 만약 그렇다면, 그 연기가 시현 오빠를 향해 날아간 건 또 어떻게 된 일이지? 대체 그 사람을 멀리하라는 거야, 아니면 선택하라는 거야?’망연하게 집으로 돌아온 세희는 문밖에 우빈이 혼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소리를 듣고 우빈은 고개를 돌렸는데, 세희는 그를 힐끗 본 다음, 전기 자전거를 멈추었고 옆집 아주머니에게 돌려주었다.그리고 집 앞에 도착하자, 세희가 물었다.“
우빈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래서 세희야, 이제 날 포기하려고?”“그래, 우빈아.”윙 하는 소리와 함께 우빈의 머릿속은 새하얘졌다. 세희의 말은 지금 그에게 엄청난 타격을 주었다.그는 이제야 세희가 거절당했을 때, 기분이 어땠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우빈은 실망을 느끼며 눈을 드리웠다.“지금 포기한다고 해서, 앞으로도 계속 포기하려는 건 아니겠지?”“뭐?” 세희는 한동안 그게 무슨 뜻인지 몰랐다.‘이렇게 말한 이상, 우빈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텐데. 지금 날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뜻인가?’우빈은 세희를 진지하게 바라보았다.“이렇게 약속하기엔 너무 이르다는 거 나도 알아. 그러나 세희야, 날 믿어줘. 네가 날 위해 걱정하는 그런 상황은 절대로 오래 가지 않을 거야.”“노력해도 소용없어, 우빈아!” 세희는 참지 못하고 우빈을 일깨워주었다.“우리 부모님의 계좌에 돈이 얼마나 많은지 아니? 나조차도 잘 셀 수가 없는데, 넌 또 어떻게 우리 부모님을 뛰어넘으려고?”“난 평생 네 부모님을 따라잡을 수 없을 거야. 나도 잘 알아.” 우빈이 대답했다.“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지. 내가 노력하기만 하면, 사람들도 점차 날 인정할 거야.”세희는 그저 지칠 뿐이었고, 힘없이 우빈을 바라보았다.‘여전히 내 뜻을 이해하지 못했구나. 노력하면 뭐가 달라지는데? 피를 토하며 밤낮없이 돈을 벌면 또 뭐가 달라지는데? 인정하는 사람이 있다면, 우빈의 노력을 부정하는 사람이 있겠지. 그리고 부정하는 쪽은 우빈을 평생 비난하면서 트라우마를 가져다줄 거야.’세희도 지금의 우빈이 전에 거절당했던 자신과 똑같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지금 누가 뭐라 해도 우빈은 듣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시선을 거두고 담담하게 말했다. “네 마음대로 해.”말이 막 끝나자, 시현의 발자국 소리가 방안에서 들려왔다.세희는 머리를 돌려 새 앞치마를 매고 있는 시현을 바라보았다. 그는 오른손에 주걱을 들고 물었다.“여기에 앉아 바람이라도 쐬고 있는 거야? 빨리
“말 못할 것도 없죠.”세희가 담담하게 말했다.“하지만 지금은 아직 얘기하고 싶지 않으니까,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알려줄게요.”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더 이상 묻지 않았다.설거지를 마치고 거실로 돌아오자, 우빈은 세희에게 말했다.“세희야, 나 잠깐 나갔다 올게. 전에 살던 집에 가보고 싶어.”세희는 의혹을 느꼈다.“네 집에 아직 누가...”말을 반쯤 할 때, 세희는 자신이 말실수를 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미안해, 그런 뜻이 아니라...”“괜찮아, 우리 외할머니 아직 살아 계시거든.”“그럼 시현 오빠와 내가 같이 널 데려다줄게.”우빈이 거절하려 할 때, 세희는 주방에서 나온 시현을 바라보았다.“우리 같이 우빈의 집에 갈까요?”시현은 의아하게 우빈을 바라보았다.“너도 고향이 여기였어?”“네, 그래서 어린 시절부터 세희와 알고 지낸 거죠.”“그랬구나.”시현이 말했다.“그럼 얼른 가자. 식사도 했으니 이제 산책을 해야지.”우빈은 입을 벌렸지만, 그들이 모두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고, 다시 말을 삼켰다.세 사람은 밖으로 나와 우빈의 집으로 향했다. 우빈의 집은 이곳과 멀지 않아, 몇 분 후에 바로 도착했다.우빈을 문 앞까지 배웅하자, 세희와 시현은 옆에서 기다렸다.우빈은 자신의 집을 바라보며,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나서야 문을 두드렸다.잠시 후, 안에서 늙은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지?”곧 문이 열리자,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몸이 구부정한 할머니가 나타났다.우빈을 본 순간, 힘이 없던 그녀는 갑자기 화를 내기 시작했다.“재수 없는 것!” 할머니는 흥분해하며 우빈을 가리켰다. “이 재수 없는 것이 감히 내 앞에 나타나다니?!”할머니의 말을 듣고,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세희와 시현은 고개를 돌려 우빈을 바라보았다. 우빈도 그저 문 앞에 서서 할머니가 손가락질하고 욕하도록 내버려 두었다.“당장 꺼져! 멀리 꺼지라고! 내 큰딸을 죽인 것도 모자라 내 막내딸까지 죽였으니, 빨리 꺼져!!”이 말을 들은 세희는 참
우빈이 말했다.“할머니, 앞으로 나이 더 드시면 혼자 지내기 불편하시잖아요.”“그것도 너와 상관이 없는 일이야!” 우빈의 할머니는 말을 마친 다음 돌아서서 문을 세게 닫았다.그 태도는 누가 봐도 가슴이 덜덜 떨릴 정도로 냉담했다.우빈은 고개를 숙여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지팡이를 짚고 세희와 시현을 향해 걸어왔다. 그리고 그는 씁쓸한 표정으로 세희에게 말했다.“이런 장면 보게 해서 미안.”세희는 입을 열어 위로하려 했지만, 옆에 있던 시현이 먼저 말했다.“지금 일부러 우리에게 보여주려고 이러는 거야?”우빈은 고개를 번쩍 들며 시현을 바라보았다. 세희도 의아하게 그를 바라보았다.“일부러라뇨?”시현은 우빈에게 말했다.“넌 네 할머니가 오늘 어떤 태도를 보일지 잘 알고 있을 텐데. 우리가 같이 오겠다고 했을 때 왜 거절하지 않았어?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남에게 이런 가정 상황을 들키는 것을 원하지 않았을 거야.”세희는 화가 나서 반박했다.“이건 너무한 거 아니에요?”“내가 너무해?” 시현은 세희를 바라보며 이해를 할 수 없었다.“난 내가 너무했다고 생각하지 않아. 우빈아, 세희를 나에게 양보하고 싶어도 이렇게 졸렬한 수단을 쓸 필요가 없어.”“네??” 세희는 멍해졌다. 그녀는 시현이 우빈이 고의로 그들의 동정을 샀다고 비난하는 줄 알았다.우빈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난 아직 세희를 양보할 생각이 없어요. 원래 나랑 같이 오는 것을 거절하고 싶었지만, 두 사람 모두 기회를 주지 않았잖아요.”말을 마치자, 우빈은 세희를 바라보았다.“내 팔자가 어떤지, 세희는 아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나도 이런 방식으로 세희를 남에게 떠넘기고 싶지 않아요.”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우빈의 팔자는 전에 지철 할아버지께서 보신 적이 있기에 난 아주 잘 알고 있어요. 다만 그 할머니는 확실히 고집이 세셔서, 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고요.”시현은 어색해하며 코를 만졌다.“미안해, 우빈아, 내가 널 오해했구나. 나는 또 세희로 하여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