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바람이 없었지만, 촛불이 살짝 흔들거렸다.세희는 노지철이 바로 옆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단지 나와서 그녀를 만나지 않았을 뿐이었다.흔들리는 촛불은 노지철이 세희의 마음을 알았단 것을 표시한다.세희는 촛불을 쳐다보며 말을 하지 않고 속으로 물었다.‘할아버지, 지금 제 근처에 있으시죠? 저 지금 의문이 하나 있는데, 할아버지께서 해답을 해 주실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그러실 수 있다면, 향이 수직으로 올라가게 해주세요.’마음속으로 중얼거린 다음, 세 개의 향 연기가 수직으로 올라갔다.세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이곳에 계셨군. 할아버지도 내 마음의 소리를 들으실 수 있어.’그렇게 세희는 계속 마음속으로 물었다.‘할아버지, 우빈의 상황에 대해 잘 알고 계시잖아요. 제가 우빈과 인연이 있는 것일까요? 인연이 있다면, 향이 수직으로 올라가게 하시고, 없다면 그냥 연기를 사방으로 날리세요.’말을 마치자, 세희는 향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그러나 결과를 보기도 전에, 갑자기 큰 바람이 불어오더니, 그 연기가 모두 시현 쪽으로 날아갈 줄이야.시현은 연기에 사레가 들려 한바탕 기침을 했다.게다가 주위의 연기는 점점 짙어졌다. 이를 본 세희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이게 무슨 뜻이지???’그러나 아무리 물어봐도 그 바람은 멈출 기미가 없었다. 그래서 세희도 노지철의 대답이 무엇인지를 알 수 없었다.답을 꿰뚫어 볼 수 없자, 세희의 마음도 복잡해졌다.산에서 내려온 후, 우빈과 시현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온 세희는 그들에게 말했다.“일단 이곳에 좀 앉아 있어요. 나 잠깐 나갔다 올게요.”시현과 우빈은 서로를 마주 보며 어찌 할 바를 몰랐다.세희가 떠나자, 우빈이 입을 열었다.“나 채소 좀 사올게요.”“됐어.” 시현은 우빈의 다리를 가리키며 말했다.“다리도 불편한 사람이 오늘 먼 길을 걸었으니 일단 쉬어. 내가 갈게.”“그럼 같이 가요.” 우빈은 끝까지 버텼다.시현은 그가 집착하는 것을 보고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
“너는 한 가지 일에 너무 집착하면 안 돼. 그러다 자신의 마음을 속일 수 있거든.” 나미정은 은근히 세희를 설득하고 있었다. 그러나 세희는 지금 당사자로서 나미정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무당 할머니, 저 이해가 안 돼요.” 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사람이 어떻게 모든 일을 다 알겠어?”세희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그럼 저도 할머니께 괜히 여쭤본 거잖아요.”“너는 마음을 가라앉힐 수 없는 게 가장 큰 문제야.”나미정이 말했다.“모든 것을 다 똑똑히 물어보면, 너한테 무슨 좋은 점이 있겠어?”“그럼 당연히 모든 것을 분명히 알고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그렇게 살면 그저 피곤할 뿐이야. 나도 이제야 알겠네, 네 할아버지가 왜 너에게 인연을 보는 법을 가르쳐 주지 않았는지를.”세희가 말을 하지 않자, 나미정은 계속 말했다.“네가 계속 이 문제를 물어보려 한다면, 나도 해답을 줄 수 없어. 하지만 이것만 알려줄게. 너도 눈이 있으니, 누가 너에게 적합하고, 누가 적합하지 않은지를 분간할 수 있어. 그러나 집착하지 마. 집착하면 아는 일도 똑똑히 알아볼 수 없으니까. 이제 그만 돌아가, 집에 지금 사나이가 둘이나 널 기다리고 있지 않니?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마. 그래도 손님이니까.”쫓겨난 세희는 그저 풀이 죽은 채로 나미정과 작별한 다음, 집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었다. 가는 길에, 세희는 줄곧 그녀의 말을 되새겼다.‘집착... 내가 우빈한테 너무 집착하고 있다는 말씀이신가? 아니면 임지나가 나에게 한 말에 너무 집착하고 있다는 뜻인가? 만약 그렇다면, 그 연기가 시현 오빠를 향해 날아간 건 또 어떻게 된 일이지? 대체 그 사람을 멀리하라는 거야, 아니면 선택하라는 거야?’망연하게 집으로 돌아온 세희는 문밖에 우빈이 혼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소리를 듣고 우빈은 고개를 돌렸는데, 세희는 그를 힐끗 본 다음, 전기 자전거를 멈추었고 옆집 아주머니에게 돌려주었다.그리고 집 앞에 도착하자, 세희가 물었다.“
우빈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래서 세희야, 이제 날 포기하려고?”“그래, 우빈아.”윙 하는 소리와 함께 우빈의 머릿속은 새하얘졌다. 세희의 말은 지금 그에게 엄청난 타격을 주었다.그는 이제야 세희가 거절당했을 때, 기분이 어땠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우빈은 실망을 느끼며 눈을 드리웠다.“지금 포기한다고 해서, 앞으로도 계속 포기하려는 건 아니겠지?”“뭐?” 세희는 한동안 그게 무슨 뜻인지 몰랐다.‘이렇게 말한 이상, 우빈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텐데. 지금 날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뜻인가?’우빈은 세희를 진지하게 바라보았다.“이렇게 약속하기엔 너무 이르다는 거 나도 알아. 그러나 세희야, 날 믿어줘. 네가 날 위해 걱정하는 그런 상황은 절대로 오래 가지 않을 거야.”“노력해도 소용없어, 우빈아!” 세희는 참지 못하고 우빈을 일깨워주었다.“우리 부모님의 계좌에 돈이 얼마나 많은지 아니? 나조차도 잘 셀 수가 없는데, 넌 또 어떻게 우리 부모님을 뛰어넘으려고?”“난 평생 네 부모님을 따라잡을 수 없을 거야. 나도 잘 알아.” 우빈이 대답했다.“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지. 내가 노력하기만 하면, 사람들도 점차 날 인정할 거야.”세희는 그저 지칠 뿐이었고, 힘없이 우빈을 바라보았다.‘여전히 내 뜻을 이해하지 못했구나. 노력하면 뭐가 달라지는데? 피를 토하며 밤낮없이 돈을 벌면 또 뭐가 달라지는데? 인정하는 사람이 있다면, 우빈의 노력을 부정하는 사람이 있겠지. 그리고 부정하는 쪽은 우빈을 평생 비난하면서 트라우마를 가져다줄 거야.’세희도 지금의 우빈이 전에 거절당했던 자신과 똑같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지금 누가 뭐라 해도 우빈은 듣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시선을 거두고 담담하게 말했다. “네 마음대로 해.”말이 막 끝나자, 시현의 발자국 소리가 방안에서 들려왔다.세희는 머리를 돌려 새 앞치마를 매고 있는 시현을 바라보았다. 그는 오른손에 주걱을 들고 물었다.“여기에 앉아 바람이라도 쐬고 있는 거야? 빨리
“말 못할 것도 없죠.”세희가 담담하게 말했다.“하지만 지금은 아직 얘기하고 싶지 않으니까,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알려줄게요.”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더 이상 묻지 않았다.설거지를 마치고 거실로 돌아오자, 우빈은 세희에게 말했다.“세희야, 나 잠깐 나갔다 올게. 전에 살던 집에 가보고 싶어.”세희는 의혹을 느꼈다.“네 집에 아직 누가...”말을 반쯤 할 때, 세희는 자신이 말실수를 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미안해, 그런 뜻이 아니라...”“괜찮아, 우리 외할머니 아직 살아 계시거든.”“그럼 시현 오빠와 내가 같이 널 데려다줄게.”우빈이 거절하려 할 때, 세희는 주방에서 나온 시현을 바라보았다.“우리 같이 우빈의 집에 갈까요?”시현은 의아하게 우빈을 바라보았다.“너도 고향이 여기였어?”“네, 그래서 어린 시절부터 세희와 알고 지낸 거죠.”“그랬구나.”시현이 말했다.“그럼 얼른 가자. 식사도 했으니 이제 산책을 해야지.”우빈은 입을 벌렸지만, 그들이 모두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고, 다시 말을 삼켰다.세 사람은 밖으로 나와 우빈의 집으로 향했다. 우빈의 집은 이곳과 멀지 않아, 몇 분 후에 바로 도착했다.우빈을 문 앞까지 배웅하자, 세희와 시현은 옆에서 기다렸다.우빈은 자신의 집을 바라보며,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나서야 문을 두드렸다.잠시 후, 안에서 늙은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지?”곧 문이 열리자,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몸이 구부정한 할머니가 나타났다.우빈을 본 순간, 힘이 없던 그녀는 갑자기 화를 내기 시작했다.“재수 없는 것!” 할머니는 흥분해하며 우빈을 가리켰다. “이 재수 없는 것이 감히 내 앞에 나타나다니?!”할머니의 말을 듣고,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세희와 시현은 고개를 돌려 우빈을 바라보았다. 우빈도 그저 문 앞에 서서 할머니가 손가락질하고 욕하도록 내버려 두었다.“당장 꺼져! 멀리 꺼지라고! 내 큰딸을 죽인 것도 모자라 내 막내딸까지 죽였으니, 빨리 꺼져!!”이 말을 들은 세희는 참
우빈이 말했다.“할머니, 앞으로 나이 더 드시면 혼자 지내기 불편하시잖아요.”“그것도 너와 상관이 없는 일이야!” 우빈의 할머니는 말을 마친 다음 돌아서서 문을 세게 닫았다.그 태도는 누가 봐도 가슴이 덜덜 떨릴 정도로 냉담했다.우빈은 고개를 숙여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지팡이를 짚고 세희와 시현을 향해 걸어왔다. 그리고 그는 씁쓸한 표정으로 세희에게 말했다.“이런 장면 보게 해서 미안.”세희는 입을 열어 위로하려 했지만, 옆에 있던 시현이 먼저 말했다.“지금 일부러 우리에게 보여주려고 이러는 거야?”우빈은 고개를 번쩍 들며 시현을 바라보았다. 세희도 의아하게 그를 바라보았다.“일부러라뇨?”시현은 우빈에게 말했다.“넌 네 할머니가 오늘 어떤 태도를 보일지 잘 알고 있을 텐데. 우리가 같이 오겠다고 했을 때 왜 거절하지 않았어?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남에게 이런 가정 상황을 들키는 것을 원하지 않았을 거야.”세희는 화가 나서 반박했다.“이건 너무한 거 아니에요?”“내가 너무해?” 시현은 세희를 바라보며 이해를 할 수 없었다.“난 내가 너무했다고 생각하지 않아. 우빈아, 세희를 나에게 양보하고 싶어도 이렇게 졸렬한 수단을 쓸 필요가 없어.”“네??” 세희는 멍해졌다. 그녀는 시현이 우빈이 고의로 그들의 동정을 샀다고 비난하는 줄 알았다.우빈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난 아직 세희를 양보할 생각이 없어요. 원래 나랑 같이 오는 것을 거절하고 싶었지만, 두 사람 모두 기회를 주지 않았잖아요.”말을 마치자, 우빈은 세희를 바라보았다.“내 팔자가 어떤지, 세희는 아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나도 이런 방식으로 세희를 남에게 떠넘기고 싶지 않아요.”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우빈의 팔자는 전에 지철 할아버지께서 보신 적이 있기에 난 아주 잘 알고 있어요. 다만 그 할머니는 확실히 고집이 세셔서, 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고요.”시현은 어색해하며 코를 만졌다.“미안해, 우빈아, 내가 널 오해했구나. 나는 또 세희로 하여금
우빈은 돈 봉투를 하나하나 주워 품에 꼭 안았다.시현은 더 이상 가만히 지켜볼 수가 없어서, 우빈을 도와 함께 돈을 주웠다. 그는 비록 남의 집안일에 끼어들 순 없었지만, 이럴 때 도와주지 않는 것은 정말 말이 안 됐다.시현은 주우면서 우빈을 위로했다.“너무 슬퍼하지 마. 네 할머니는 그렇게 모질게 말씀하셨지만, 다른 가족들은 널 관심할지도 모르잖아!”우빈은 억지로 담담하게 미소를 지었다,“상관없어요, 이미 익숙해졌거든요.” 시현은 잠시 생각했다.“익숙해졌다고? 네 다른 가족들도 너한테 이런 말을 한 거야?”“네, 우리 아버지 쪽에 있는 친척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내가 재수 없는 아이라고 욕한 적이 있거든요.”“그럼... 네 부모님은 언제 돌아가셨는데?”“내가 5살 때요.”“그래서 넌 이런 욕을 십여 년 넘게 먹고 있었던 거야?!” 시현은 놀란 표정으로 우빈을 바라보았다.“맞아요.”시현은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졌고,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나였다면 진작에 그 사람들 찾아가서 복수를 했을 텐데. 우빈은 이런 일을 줄곧 참아왔다니.’시현은 주운 돈 봉투를 우빈에게 건네주었다.“우빈아, 슬퍼하지 마. 앞으로 너에게 나란 친구가 하나 더 생겼잖아.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는 법이지, 안 그래?”우빈은 웃으며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일어섰다.“맞아요.”“그래!” 시현은 우빈의 어깨를 두드렸다.“가족이 널 욕하면 뭐가 어때서? 이제부터 우리가 바로 네 가족이야!”세 사람이 다시 집으로 돌아가자, 시현은 세준에게 전화를 걸어, 세희가 무사하다고 전해주었다. 그리고 저녁에 본 일까지 얘기했다.그는 초조하게 거실을 왔다 갔다 했다.“세준아, 우빈이 정말 너무 불쌍해서 해서, 경쟁하기가 좀 그러네.”[감정이 양보될 수 있는 거야?]세준은 담담하게 되물었다.“우빈의 집안 형편이 나와 너무 차이가 나잖아. 차마 그럴 수가 없단 말이야!”[네가 세희의 인정을 받으면, 그때 가서 다시 이런 지루한 문제를 생각하지 그래?]말을
인우는 영문을 몰랐다.‘시골에 내려갔을 뿐인데, 왜 갑자기 우빈 형을 포기하려는 거지?! 설마 우빈 형이 누나한테 이상한 짓을 해서 누나를 화나게 한 거야?!’인우는 갑자기 화가 나더니 몸을 돌려 자기 방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핸드폰을 꺼내 우빈에게 전화를 걸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우빈이 전화를 받았다.[어, 인우야?]전화에서 우빈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이런 목소리를 듣자, 인우의 화는 알 수 없이 사라졌다.‘우빈 형처럼 다정하고 부드러운 사람이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잖아?’인우는 가볍게 목을 가다듬었다.“우빈 형, 우리 누나랑 무슨 일 있었어요? 우리 누나가 두 사람 이제 불가능하다잖아요.”우빈은 잠시 침묵하다가 자신과 세희의 일을 인우에게 알렸다.“고작 이런 일 때문이라고요?? 그럼 그것도 우리 누나가 정말 형을 좋아한다는 말이네요.”[나도 알아. 하지만 난 여전히 세희의 생각을 존중할 거야.]“그렇게 말하지 마요.”인우가 말했다.“서로를 좋아하는 사람이 집안 문제로 헤어지는 것은 너무 말이 안 되죠! 내가 방법을 생각해 볼게요! 그럼 먼저 끊을게요, 우빈 형!”인우가 무엇을 하려는지 대충 짐작이 간 우빈은 얼른 입을 열었다.[인우야, 너 이상한 짓 하지 마!]그러나 인우는 먼저 전화를 끊었다.우빈이 다시 전화를 걸었을 때, 인우는 이미 핸드폰을 침대에 남겨둔 채 하영을 찾아갔다.하영의 침실로 달려간 다음, 인우는 문을 두드렸다.“엄마!! 엄마 빨리 문 좀 열어주세요!”하영이 대답했다.“그냥 들어와.”인우는 문을 열고 들어간 다음, 하영 옆에 있는 소파에 가서 앉았고, 막 입을 열려고 하다가 또 갑자기 고개를 돌려 사방을 둘러보았다.“아빠 안 계시죠?”하영은 웃으며 말했다.“응. 할 말 있으면 얼른 말해.”인우는 우빈 쪽에서 알게 된 것을 하영에게 알렸다.하영은 표정이 담담했다.“그래서, 넌 엄마가 뭘 했으면 좋겠어?”“엄마, 우빈 형 좀 도와주시면 안 돼요? 우빈 형과 누나가 사귀게 한 다음
인나는 전화를 받으며 하영에게 물었다.[인우에게 무슨 일 있어? 뭐가 그렇게 급한 거야? 너 설마 내 아들에게 용돈을 주지 않은 거야? 그건 아니지, 하영아!]하영은 골치가 아팠다.“인우는 지금 남의 일에 참견하고 있어.”[누구의 일인데?]“세희와 우빈이.”[그건 간섭하면 안 되지. 세희는 이미 자신의 선택이 있으니, 우리는 어른으로서 세희의 그 어떤 결정도 응원해줘야 해.]“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영은 서글프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런데 우빈 그 아이는 확실히 불쌍해.”[아무리 불쌍해도, 세희의 행복을 희생하면 안 돼.]인나가 말했다.[만약 그 아이가 믿을만하다면, 세희도 이렇게 흔들리지 않았을 거야. 하영아, 우리가 젊었을 때, 남에게 도움을 청한 적이 있니? 전에 우리에게 일어난 일은 불쌍하지 않은 거야? 사람이라면 다 이런 일을 겪어야 하지. 누구도 믿을 수 없고, 자신에게만 의지할 수밖에 없어.]“알아. 그래서 인우의 부탁을 거절했어.”[그래.]인나가 말했다.[그런데 말이야, 만약에 세희가 정말 우빈이랑 결혼을 한다면, 우리 쪽에서 혼수를 많이 주면 되잖아.]“아직 이런 얘기를 할 때가 아니야.”하영이 말했다.“그런데 세준이 그러던데, 자신의 아주 괜찮은 친구를 세희에게 소개해 줬다나.”[뭐 하는 사람이야?]“경찰서에서 일하는 아이야. 인성도 좋고, 집안 형편도 아주 좋대.”[그래?!]인나는 무척 흥분해했다.[그럼 된 거 아니야? 우리 몰래 그 아이 보러 가지 않을래?]하영은 웃으며 말했다.“넌 어쩜 나이가 들수록 오지랖인 거야?”[우리 딸 일에 내가 신경을 안 쓸 수 있겠어?][에이, 그건 그거고. 그 뭐지, 우리 내일 같이 경찰서에 찾으러 갈까?]“그래. 그럼 내가 먼저 세준에게 물어볼게. 내일 다시 그 아이 찾으러 가자.”[좋아.]저녁에, 하영은 세준이 돌아온 후에 시현의 상황에 대해 물었다.세준은 어이가 없어서 하영을 바라보며 물었다.“엄마, 뭐 하시려고요?”하영은 웃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