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사람이 가게를 나서서 시현의 차에 탄 순간, 우빈은 마침 경호원과 함께 가게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는 세희가 다른 남자의 차에 올라간 것을 똑똑히 보았다.차가 떠나자, 우빈은 침묵에 잠겼다.거의 한 시간을 달린 후, 세희 일행은 풍화 아파트에 도착했다.시현은 차를 세우며 그 아파트를 힐끗 바라보았다.“범인은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그건 쉽게 알아낼 수 있어요.”세희는 말하면서 시현을 보았다.“하지만 이따가 날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하지 마요.”“그게 무슨 뜻이야?” 시현은 영문을 몰랐다. 세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그는 또 고개를 돌려 인우를 바라보았다.“우리 누나는 지금 캐리 아저씨를 찾으려고 해요. 하지만 캐리 아저씨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묻지 마요. 이따가 우리 누나가 혼잣말을 할 테니까, 시현 형은 그냥 입을 다물면 돼요.”세희의 능력이 자랑스러운 인우는 잘난 척하기 시작했다.시현은 머리를 긁적였다.“그래, 그럼 너희들이 편한 대로 해.”그러나 시현이 생각지도 못한 것은, 세희가 차에 앉아 목청을 높이며 누군가를 부르기 시작한 것이었다.“캐리 아저씨.”마치 영화에서 나오는 악마를 소환하는 일종의 의식 같아, 유난히 익살스러웠다. 그렇게 웃으려던 순간, 시현은 갑자기 싸늘한 기운을 느꼈다.그는 자기도 모르게 외투로 몸을 꽁꽁 감쌌고, 마음속으로 치솟는 불안감에 끊임없이 사방을 둘러보았다.곧이어 귓가에 세희의 목소리가 울렸다.“캐리 아저씨, 그 남자의 이름이 뭔지 알아요?”날아들어온 캐리는 세희의 옆에 앉아서 말했다.“그건 잘 몰라. 지금 그 여자 귀신을 찾아가서 물어볼 수 있는데.”“그럼 아저씨에게 잘 부탁할게요. 될수록 그 사람의 생김새까지 알아봐요.”“좋아.”세희가 말을 마치자, 시현은 그녀를 잠시 쳐다보았다. 그는 확실히 세희를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하고 있었다.‘공기와 말 몇 마디 했다고 바로 범인의 이름과 모습을 알 수 있다니? 요즘 여자아이들은 제정신이 좀 아닌 것 같아... 난 그래도 강세희가
“그래, 네 고모부는 확실히 집에 있어. 얼른 올라가.”중년 여자가 떠난 후, 세희는 놀라서 입이 쩍 벌어진 시현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콧방귀를 뀌며 복도로 걸어갔다.세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에 도착했다. 505호를 찾은 세희는 바로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야!” 시현은 즉시 세희를 불렀다.“이렇게 무턱대고 문을 두드리면 범인을 놀라게 할지도 몰라!”“그럼 문을 부수고 들어가려고요?” 세희는 시현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경찰복도 입지 않았는데, 뭐가 무서운 거예요?”시현은 말을 하지 않았고, 세희는 그런 남자를 무시하며 계속 문을 두드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세요?”“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왔는데요, 문 좀 열어 주시겠어요? 가스 검사하러 왔거든요.”세희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거짓말을 하자, 시현은 놀라서 엄지손가락을 들 뻔했다.왕철민은 관리사무소의 사람인 것을 듣고 바로 문을 열었다. 그는 눈밑에 다크서클이 무척 심했고, 정신 상태도 매우 위축되어, 딱 봐도 귀신의 ‘괴롭힘’을 받은 사람 같았다.세희는 웃으며 인사했다.“실례하겠습니다.”왕철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비켜 세희 일행더러 들어오게 했다. 다만, 두 번째로 들어온 인우를 보자, 그는 바로 눈살을 찌푸렸다.“잠깐만!”왕철민은 경계에 찬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더니 인우를 가리켰다.“이 사람은 미성년자 같은데.”세희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그래서요, 뭐가 문제죠?”말이 떨어지자, 세희는 즉시 시현을 바라보았다.“고 과장님, 얼른 범인을 제압해요!”시현은 반응이 아주 빨라서, 불과 몇 초 만에 왕철민을 붙잡았다. 그리고 긴 다리를 구부리더니, 문까지 닫았다.왕철민은 발버둥 치며 반항했지만, 전혀 시현을 당해낼 수가 없었다. 그렇게 그는 패배를 인정하고 더 이상 발버둥 치지 않았다.세희는 소파에 앉아 가슴을 안으며 왕철민을 바라보았다.“자신의 딸과 아내를 죽인 죄를 인정하는 거예요?”“인정해.” 왕철민의
세희가 입을 열었다.“그래서 배신을 당했다는 분노에 이옥림과 왕소현을 살해한 거예요?”“처음에 나도 사람을 죽일 생각하지 않았어. 그 남자와 연락을 끊으면, 나도 그 여자를 용서하겠다고 했거든. 그러나 이옥림이 어떻게 대답했는지 알아? 앞으로도 계속 바람을 피울 거래. 마음속에 이미 내가 없으니까, 제발 자신을 놓아달라고. 그리고 또 그 남자와 결혼할 거라잖아! 심지어 소현에게 내가 먼저 바람을 피웠지만, 오히려 폭행을 한다는 거짓말까지 했어. 날 보는 그 아이의 눈빛은 마치 쓰레기를 보는 것과 다름이 없었고. 난 소현을 6년 넘게 키웠는데, 결국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 그런 눈빛으로 날 보다니! 그래서 홧김에 이옥림과 그 여자 딸의 목을 졸라 죽였어.”시현이 물었다.“시체는 어디에 있죠?”“냉장고에.” 왕철민이 대답했다.“난 그 여자의 시체를 토막으로 나눈 다음, 눈알과 생식기관은 따로 파서 개에게 먹였어.”말을 마치자, 왕철민은 일어서서 침실로 향했다.“내 말 믿지 못하겠으면, 내 손에 이옥림이 불륜을 저지른 증거가 있어.”시현은 얼른 따라갔다. 왕철민이 핸드폰을 꺼내 다시 소파에 앉는 것을 보고 나서야 그는 벽에 계속 기대었다.왕철민은 이옥림이 바람을 피웠다는 증거를 탁자에 올려놓으며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다 본 세희는 마음이 복잡해졌다. 진정으로 바람을 피우고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확실히 그의 아내 이옥림이었다. 그럼 소현은 이 일을 알고 있었지만, 시체를 구하기 위해 일부러 그들을 속인 것이다.이렇게 생각하니 세희는 그제야 깨달았다.‘왕소현은 이옥림이 어디에 있는지 모를 리가 없어. 모녀는 틀림없이 함께 이 계획을 짠 것일 거야. 귀신같은 존재들은 참...’‘정말 경계할 수밖에 없군. 그렇지 않으면 언제 함정에 빠졌는지조차 모르잖아. 방금 전까지도 난 여전히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시현이 입을 열었다.“그 모녀가 남자로서의 자존심을 짓밟았어도, 사람을 죽이면 안 되죠.”“나도 이게 내 잘못이라는 것을 잘
세희는 선물을 보고 물었다.“이게 뭐예요? 도와줘서 고맙다는 답례인 가요?”시현은 어색하게 웃었다.“그런 셈이야. 하지만 내가 네 능력을 의심했기 때문에 너무 미안해서 그래.”“천만에요. 나도 이 특별한 능력 때문에 의심을 많이 받아서 다 이해해요. 이렇게까지 사과할 필요 없는데.”“아니야, 남은 남이고, 난 나니까 제발 받아줘. 게다가 만약 세준이 내가 네 능력을 의심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 자식은 아마 날 죽도록 욕할 거야.”시현의 진심 어린 사과를 듣자, 세희는 더 이상 거절을 하지 않았다.“그럼 그냥 여기에 두면 돼요. 고마워요.”세희는 인우를 힐끗 보더니, 물건을 들고 들어가라고 했다.인우가 받자, 시현은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지금 나가서 밥 먹으려고?”세희는 대답했지만, 시현이 계속 말했다.“그럼 이렇게 하자. 내가 밥 살게. 우리를 도와 사건을 해결해 줘서 감사하다는 의미로 말이야.”“아니에요.”세희는 바로 거절했다. “우린 대충 먹으면 되니까, 굳이 돈을 쓸 필요 없어요.”“에이, 그렇게 말하면 섭섭하지! 네 오빠와 내가 친구인 이상, 너도 사양하지 마.”시현의 열정에 세희는 한동안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몰랐다. 인우에게 먹을지 말지를 물어보려 하다가, 그녀는 오히려 시현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우빈을 발견했다.잔잔한 눈동자 속에는 어떤 말할 수 없는 감정이 숨어 있는 것 같았다.세희의 머릿속에 문득 수지의 말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내색하지 않고 은근히 웃더니 고개를 돌려 시현에게 대답했다.“그래요, 그럼 같이 먹으러 가요.”아니나 다를까, 우빈은 고개를 들어 세희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녀는 못 본 척 인우더러 우빈을 밀라고 한 뒤, 시현과 함께 나갔다.세희와 시현은 앞에서 걷고 있었고, 인우는 우빈을 밀고 두 사람을 따라갔다.인우는 그들의 뒷모습을 주시하며 입을 열었다.“뒤에서 보니까, 고 과장님과 우리 누나가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우빈은 저도 모르게 손잡이를 꽉 잡았다.인우는
세희는 웃으며 시현에게 물었다.“그럼 귀신과 사람, 어느 게 더 무섭다고 생각해요?”시현은 잠시 생각했다.“사람이 더 무서운 것 같아. 귀신은 기껏해야 우리에게 겁을 줄 뿐이지.”“맞아요. 사람의 마음은 헤아릴 수 없는 법이잖아요. 심지어 사람을 해치는 것도 다 사람이고요. 귀신은 말이에요, 먼저 건드리지 않는 한, 사실 그들도 우리에게 무슨 짓을 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악귀는 예외예요.”“그럼 넌 악귀를 본 적 있어?” 시현이 물었다.세희는 고개를 저었다.“나는 지철 할아버지의 보호를 받고 자라서, 아직 악귀를 본 적이 없어요. 마찬가지로 나도 악귀와 부딪치고 싶지 않고요.”“소 눈물을 바르면 귀신을 볼 수 있다고 하던데, 정말이야?”“네.” 세희는 눈썹을 들며 그를 바라보았다. “귀신 보고 싶어요?”시현은 무척 흥분하기 시작했다.“그럼! 난 과학을 믿는 사람이지만, 오늘 네 능력 덕분에 신기한 일을 많이 안 것 같아. 기회가 된다면, 나도 널 따라 귀신을 한 번 보고 싶어.”세희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왜 소풍 가는 것처럼 말하는 거예요?”세희가 시현의 말에 웃는 것을 보고, 우빈은 심장이 무언가에 맞은 것처럼 괴로웠다. 하지만 아파도 그는 내색할 수 없었다.‘난 두 사람이 얘기하지 못하게 막을 입장과 자격이 없으니까.’우빈은 레몬물을 한 잔 또 한 잔 마셨고, 혀끝에서 전해오는 신 맛에 가슴이 더욱 시큰거렸다.그는 세희와 시현에게서 시선을 강제로 거두며, 자신의 감정이 드러나지 않도록 눈을 드리웠다.‘내가 왜 이러지? 왜 이렇게 질투를 느끼는 거야?’세희는 다른 사람과 정상적으로 이야기를 나눌 뿐이었지만, 우빈은 마음이 매우 답답했다.이런 감정을 풀기 위해 우빈은 휠체어를 밀며 인우에게 말했다.“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인우도 혼자 이곳에 남고 싶지 않아 얼른 일어섰다.“같이 가요, 우빈 형!”두 사람은 시현의 주의를 끌었다. 시현은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미안. 내가 세희와 이야기를 나누느
“아니다.” 인우는 고개를 저었다.“비관적인 게 아니라, 너무 신중한 거예요! 이러면 너무 힘들 텐데! 게다가 형만 힘든 게 아니라, 형 곁에 있는 사람들도 이런 형 때문에 지칠 거예요. 시간이 지나면, 우리 누나는 점차 형을 내려놓을 것이고,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질지도 모르죠.”우빈은 인우가 말한 그런 결과를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마찬가지로 그는 세희가 줄곧 자신을 좋아할 것이라고 기대한 적도 없었다.‘세희가 만약 다른 사람을 선택한다면, 난 세희의 모든 결정을 존중할 거야. 고통스럽더라도 난 스스로 묵묵히 감당할 거라고.’우빈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인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목이 타서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았다.‘나도 할 말을 다 했으니, 두 사람 마음 대로 하라고 해.’비록 이렇게 생각했지만, 인우의 마음은 여전히 좀 불편했다. 우빈에게 거절당한 세희가 안쓰러웠던 것이다.‘좋아하는 사람에게 오히려 거절을 당하다니, 이건 갈등 때문에 헤어지는 것보다 더 괴롭잖아!’샤브샤브 가게에서, 시현은 종업원에게 따뜻한 물 한 잔을 달라고 한 다음, 세희에게 건네주었다.세희는 따뜻한 물을 보면서 눈살을 찌푸렸다.“난 뜨거운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시현은 안절부절못했다.“그, 그럼 내가 차가운 물로 바꿔줄까? 하지만 지금은 날씨가 쌀살해져서...”세희는 고개를 저었다.“됐어요, 귀찮게 그럴 필요 없어요. 그냥 따뜻한 거 마시면 돼요.”시현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그래, 날씨가 많이 추우니 뜨거운 물 많이 마셔.”우빈과 인우가 화장실에 간 후, 세희는 시현과 이야기를 나눌 마음이 없었다.시현은 아주 좋은 사람이었지만, 그녀는 저도 모르게 시현을 이용하여 우빈을 자극하고 싶었다. 비록 좀 지나치지만, 세희도 확실히 우빈이 질투하는 것을 보고 싶었다.샤브샤브 육수가 끓자, 우빈과 인우도 마침 돌아왔다.문에 들어서자마자 우빈은 시현이 세희의 그릇에 음식을 집어준 것을 보았다.인우도 이를 보고, 우빈의 뒤에서 안달이 났다.
세준은 손에 든 서류를 내려놓았다.[세희 어때? 꽤 괜찮지?]시현은 헤헤 웃으며 대답했다.“응, 내가 좋아하는 타입이야. 활발하고 명랑하고, 성격도 시원시원하고!”세준은 입술을 구부렸다.[내 동생을 좋아하게 된 것 같은데.]“왜?” 시현은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전에 날 추천했으면서, 이제는 되려 세희와 선을 그으라는 건가?”[난 그렇게 말 안 했어.]세준이 말했다. [네가 세희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면, 그건 네 능력이고. 하지만 진우빈도 세희를 좋아한다는 거 알아둬. 마찬가지로 세희도 그 사람을 좋아하고.]“너...”시현은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지금 나더러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라는 거야?!”[두 사람 아직 사귀지 않는 걸로 알고 있는데.]“아니.”시현은 마음이 다급해졌다.“서로를 좋아하는 이상, 왜 나에게 네 동생을 소개해 준 거야? 네 목적이 도대체 뭐냐고?”세준은 눈빛이 차가워졌다.[난 단지 세희에게 똑똑히 알려주고 싶었을 뿐이야. 진우빈은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니란 것을. 세희는 그 사람과 힘든 나날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챙겨주고 항상 곁에 있어줄 수 있는 더 좋은 사람과 함께 있어야 해.]시현은 머리를 긁적였다.“우리 집은 비록 돈이 있지만, 난 남을 챙길 줄 아는 사람이 아니라서. 너도 알잖아, 경찰서에 일이 많다는 거. 세희가 나와 함께 있는다면, 앞으로 늘 혼자 지낼지도 몰라.”[일단 세희 마음이나 잡아.]세준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끊긴 전화를 보면서 시현은 어이가 없었다.‘이 자식 좀 봐, 이제 겨우 스무 살인 여동생을 이렇게 빨리 시집보내고 싶은 거야? 아니면 그냥 진우빈이란 사람이 마음에 안 들어서, 날 이용하려는 건가? 이렇게 생각하니, 뭔가 속은 느낌이 드는데?’그러나 시현은 곧 이 생각을 뒤로했다. 세희는 확실히 괜찮은 여자애였으니, 만약 정말 그녀와 사귈 수 있다면, 시현도 무척 기뻤다.다른 한편, 세희는 물건을 정리한 다음, 기사를 불러 우빈을 먼저 데
“응.” 우빈이 대답했다.“난 너의 모든 결정과 생각을 존중할 거야.”“넌 마음에 내가 아예 없잖아!!” 세희는 참지 못하고 우빈을 향해 소리쳤다.“만약 날 신경 쓴다면 절대로 이런 말을 하지 않았을 거야! 우리 아빠는 우리 엄마를 매우 사랑해서, 엄마가 다른 남자와 말하는 것조차 용납할 수 없단 말이야!”“그건 소유욕 때문이지, 사랑이 아니야.”“사랑하지 않으면 소유욕이 있을 리가 없잖아! 지금 핑계 댈 필요 없어!”우빈은 세희를 바라보며 은근히 고개를 저었다.“세희야, 사람마다 사랑하는 방식이 다른 법이야. 어떤 사람은 물러설 수 있고, 어떤 사람은 상대방을 존중하며 또 어떤 사람은 상대방을 자신의 곁에 가둘 수 있어. 너에 대한 나의 감정은 존중이야. 난 너의 모든 결정을 존중할 거라고.”“개뿔!” 세희는 거친 말을 내뱉었다.“내 결정을 존중한다면, 그때 내 고백에 동의했을 거 아니야!”“그건 내 원칙이야.” 우빈은 세희의 질문에 여전히 차분하게 대답했다.세희는 화가 나서 눈시울이 붉어졌다.“원칙은 무슨! 날 좋아하지 않는 것일 뿐이지! 넌 날 갖고 싶고, 나와 함께 있고 싶은 충동이 없어!”우빈은 감정이 격해진 세희에게 한동안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그의 원칙은 매우 간단했고, 서로에 대해 알기 전에 절대로 사귀지 않는 것이었다.그러나 세희의 생각은 그와 어긋났다. ‘어쩌면 우린 정말 안 어울릴지도. 의사소통까지 이렇게 힘드니, 나중에 다른 문제는 또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우빈은 시선을 돌렸다.“돌아가, 집에 가서 푹 쉬어.”말이 끝나자, 그는 차 문을 열며 한 발을 먼저 내밀었다.“진우빈!!” 세희는 화가 나서 눈물을 흘렸다.“넌 아무런 감정도 없니?!”우빈은 침묵을 지켰고, 잠시 후 다시 차 문을 닫았다.세희는 급하게 문을 열려고 했지만, 우빈은 그녀가 열지 못하게 막았다.화가 난 세희는 차창을 마구 두드리며 소리쳤다.“진우빈, 말 똑바로 해. 대체 왜 날 외면하는 건데?!”우빈은 그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