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각, 희민과 세준은 서재에 앉아 회사 일에 대해 의논하고 있었다.두 사람의 핸드폰이 모두 울리자, 그들은 동시에 핸드폰을 확인했다. 그리고 인우가 보낸 문자를 보며, 그들은 묵묵히 눈을 마주쳤다.세준이 먼저 답장을 보냈다.[그냥 참아.]희민도 따라서 문자를 보냈다.[나도 도와줄 수가 없는 것 같군.]답장을 받은 인우는 발을 동동 구르며 울기 직전이었다. 그는 핸드폰으로 어두컴컴한 복도를 찍었다.[형들이 오지 않으면, 나 정말 귀신 때문에 죽을지도 모른다고요!!][너도 이제 14살이야. 이런 일에 직면할 때가 됐지.][네 누나는 여자아이잖아. 너도 이제 누나를 보호하는 것부터 배워야 하지 않겠어?][형들 정말 날 구하러 오지 않을 거예요?]세준이 답장했다.[지금부터 우린 남남이야.]희민도 마지막으로 답장을 보냈다.[많이 보고 배우면서 모르는 거 있으면 네 누나에게 물어봐.]인우는 화가 나서 핸드폰을 땅에 부수려 했다.‘누나가 날 괴롭히면 그만이지, 형들까지 날 관심하지 않을 줄이야!!’“알겠다.”이때 세희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갑작스러운 소리에 놀란 인우는 몸서리를 치더니, 그 바람에 핸드폰도 땅에 떨어졌다. 옆에 있던 우빈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인우는 울먹이며 핸드폰을 주우려 했는데, 허리를 굽히는 순간, 자신의 다리 사이에 흰 신발 한 켤레가 나타난 것을 보았다.그는 몸이 뻣뻣해졌고,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아아아!!! 누나!! 귀신! 귀신이 나타났어!!!”인우는 떨어진 핸드폰을 주울 새도 없이 즉시 세희를 향해 달려갔다. 심지어 그대로 뛰어올라 세희의 품에 안기기까지 했다.세희는 미처 반응을 하지 못했기에, 두 사람은 땅에 넘어졌다.우빈은 얼른 다가가서 부축했다. 세희는 인우를 발로 걷어차더니 어깨를 비비며 노호했다.“정인우, 너 호들갑 좀 떨지 마!!”인우는 세희가 뭐라고 하든 상관하지 않았고, 또 얼른 기어가서 그녀를 꼭 껴안으며 자신의 머리를 숨겼다.“귀신이야!!” 인우는 울부짖으며
“누가 한 짓이죠?” 세희는 다급하게 물었다.처녀귀신은 살며시 눈살을 찌푸렸다.“난 학교에서 그 귀신을 본 적이 없어. 여기에 온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아. 남자 귀신이었어. 그러나 그 사람의 이름이 무엇인지 나도 몰라. 난 단지 다른 귀신이 그 남자 귀신에 대해 의논하는 것을 들었을 뿐이니까.”“그럼 그 귀신들은 지금 여기에 있는 거예요?”“아니.” 처녀귀신이 대답했다. “그들은 밤에 나가서 산책하길 좋아하거든. 네가 그 귀신들을 찾으려면 아마 힘이 좀 들 거야.”세희는 답답함을 느끼며 한숨을 내쉬었다.“그럼 단서가 여기서 끊어진 거네요.”“왜 낮에 귀신들에게 물어보지 않는 거야?”세희는 눈을 부라렸다.“그럼 남들이 날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하잖아요.”처녀귀신은 어깨를 으쓱거렸다.“나도 널 도울 수가 없어. 이제 날 위해 향을 피워 줄 수 있겠지? 놀러 나간 것들이 이 냄새를 맡으면 찾아올지도 몰라.”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향과 촛불을 꺼내 처녀귀신에게 향을 피웠다.처녀귀신은 탐욕스럽게 연기 앞으로 날아가 끊임없이 흡입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세희는 사방팔방에서 밀려오는 음산함을 느꼈다.세희뿐만 아니라 우빈과 인우도 이상함을 알아차렸다. 인우는 이전보다 더 강하게 몸을 떨었다.“누나... 너무 추워요!!”세희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을 둘러보았다.“더 많은 귀신들이 찾아왔거든.”“엄마야!!”인우는 이 말을 듣자마자 얼른 우빈의 품속으로 안겼다.그 모습은 마치 위험에 처한 타조와 같았고, 무척 우스웠다.우빈은 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얼마나 많이 찾아왔는데?”세희는 대충 세어보았다.“열 명 이상.”“네가 위험해지는 거 아니야?” 우빈이 걱정스럽게 물었고, 세희는 말없이 그를 쳐다보았다.‘우빈은 자신의 안전을 걱정하지 않고, 오히려 날 걱정하다니... 정말 바보가 다름없어.’세희는 고개를 저었다.“괜찮아, 이 귀신들은 단지 향 때문에 몰려온 것뿐이지, 날 해치려는 게 아니거든...”말이
세희는 계단을 통해 아래로 내려갔다.“우리 인공 호수에 가서 상황을 알아보자.”인우는 얼른 세희를 따라갔고, 심지어 그녀의 옷을 꽉 잡으며 손을 떼려 하지 않았다. 다른 한쪽은 또 우빈의 팔을 꽉 잡고 있었는데, 두 사람 사이에서 고개를 숙이고 걸었다.“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세희는 인우가 중얼거리는 것을 듣고 골치가 아팠다.“정인우, 지금 입을 다무는 게 이런 것 중얼거리는 것보다 더 낫다고!”인우는 이 말을 듣고 순순히 입을 다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세 사람이 인공 호수에 도착하자, 세희는 사방을 둘러보았다.‘수다 떠는 귀신 몇 명이 있네.’생각하면서 그녀는 우빈을 바라보았다.“인우랑 같이 여기서 날 기다려. 내가 가서 뭐 좀 물어볼게.”우빈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세희는 얘기를 나누고 있는 남자 귀신과 여자 귀신을 향해 걸어갔다. 그들 앞에 도착하자, 그녀도 덩달아 쪼그리고 앉았다.“저기에, 뭐 좀 물어봐도 될까요?”두 귀신은 놀라서 고개를 들더니 세희를 바라보았다.“난 귀신을 볼 수 있으니까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겠어요. 이 호수에서 사람이 죽은 적 있나요?”남자 귀신은 눈을 부라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이 학교에서 죽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해마다 기숙사에서 죽은 사람들도 한둘이 아니야.”세희는 눈가가 실룩거렸다.“내 말은, 이 호수에서 죽은 사람들 중에, 원한이 가득 맺힌 귀신은 없나요?”“자살로 죽은 귀신이라면 원한이 없는 게 더 신기하지 않아?” 남자 귀신이 반박했다.세희는 말문이 턱 막혔다.‘뭐 이런 말대꾸하길 좋아하는 귀신이 다 있지?’세희는 참을성 있게 계속 물었다.“그러니까 원한이 너무 커서 사람까지 해치려는 귀신은 없어요?”“한 처녀귀신이 있지. 한이 한가득 맺혔어.”남자 귀신은 뒤에 있는 강의동을 힐끗 보더니,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그 처녀귀신은 엄청 대단해. 보기에는 말이 잘 통하는 것 같지만, 사실 마음이 무척 악독하거든! 그러나 그 귀신은 익사한 것이
학교 밖으로 나가자, 세희는 우빈이 택시에 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또 인우와 함께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돌아가는 길에 세희는 줄곧 미간을 찌푸리며 그 두 가지 정보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인우는 도리어 세희의 다리에 누워 인사불성이 되었다.세희는 인우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곰곰이 생각했다.‘학교의 귀신들은 모두 그 남자 귀신이 이곳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말했어. 계산해 보면 아마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을 거야. 게다가 이 귀신은 내 곁에 자주 나타났으니, 날 따라 여기에 왔을 가능성이 높아.’‘날 따라왔지만, 또 나에게 무슨 짓을 하지 않다니. 그 이유는 또 무엇일까?’‘우리 반 여학생을 다치게 한 것은, 그 여학생이 먼저 나에게 시비를 걸었기 때문이라면, 우빈에게 손을 댄 이유는 또 무엇이지?’‘내가 그때 우빈 때문에 화가 많이 나서, 그 귀신이 대신 복수를 해준 건가? 그럼 이 귀신은 내가 아는 사람이거나 날 좋아하고 있다는 말이잖아?!’세희는 온몸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고, 인우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진 손에 힘을 주었다.‘사람과 귀신은 절대로 얽히면 안 돼!’머리카락이 쥐어뜯긴 인우는 아파서 눈을 떴다, 통증을 호소하며 벌떡 일어났다. 그는 머리를 만지며 씩씩거렸다.“누나, 왜 내 머리를 뜯고 그래요!!”“미안. 방금 뭐 좀 생각하고 있었어.”세희는 진심으로 사과했다.“무슨 생각을 했는데요?” 인우는 중얼거렸다.세희는 자신의 생각을 인우에게 말했다.인우는 잠시 사색했다.“누나, 귀신은 집착이 아주 강한 존재라고 했었죠?”“그렇지 않으면 왜 귀신들과 말이 통하지 않겠어?” 세희가 말했다.“그들의 사고방식은 우리와 전혀 달라서, 한 가지 일에 집착하면, 끝까지...”말하면서 세희는 눈을 크게 떴다.“잠깐!!”인우는 갑자기 소리를 지른 세희 때문에 많이 놀랐다.“왜 그래요? 자꾸 날 놀라게 하지 마요!!”“기사 아저씨!” 세희는 얼른 기사의 좌석을 두드렸다.“방향 돌려요!! 지금 당장 연세병원으
“누나! 미쳤어요?!” 인우도 전과 달리 엄숙한 모습을 드러냈다.“휘발유가 샌 거 안 보여요? 지금 이곳에 폭발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요! 누난 절대로 갈 수 없어요!”세희는 미친 듯이 인우의 손을 뿌리쳤다.“난 우빈을 이대로 내버려둘 수 없어!! 이 일은 나 때문에 일어났으니, 우빈에게 무슨 일 생기면 절대로 안 된다고!!”“내가 갈게요!”인우는 세희를 잡아당겼고, 그녀가 반박하기도 전에 사고 현장을 향해 돌진했다.세희는 인우를 혼자 보내는 게 마음에 걸려, 몸을 안정시킨 뒤 바짝 따라갔다.인우는 택시 앞으로 달려가자마자, 우빈이 피투성이가 된 채로 창문에서 기어나오는 것을 보았다. 그는 얼른 손을 내밀었다.“우빈 형, 내 손 잡아요. 내가 형 끌어낼게요!”우빈은 이를 악물고 인우의 손을 잡았다.“도... 도와줘, 기... 기사가 아직 안에 갇혀 있어...”“지금 다른 사람을 돌볼 겨를이 없으니까, 형부터 먼저 나와요!”인우는 손에 힘을 실었고, 동시에 세희도 도착하더니 달려가서 그와 함께 우빈을 잡았다.두 사람이 힘을 합쳐서야 우빈을 뒷좌석에서 끌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우빈은 다리가 온통 피투성이여서 일어나지 못했다.이를 본 인우는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누나, 우빈 형을 내 등에 올려요. 빨리!”세희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인우가 시키는대로 했고, 이내 멀지 않은 곳에서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도와주세요!! 기사 아저씨가 아직 안에 있어요!!”사람들은 서로를 쳐다보다가 곧 누군가 나서서 도와주었다.그렇게 선뜻 나선 사람이 점차 많아지면서, 모두들 힘을 합쳐 기사를 차에서 끌어냈고, 택시와 먼 곳에 눕혔다.세희와 인우는 기사의 상태를 확인할 시간이 없어, 그저 우빈을 데리고 그들이 타고 온 택시에 올랐다.세희는 다급하게 기사를 향해 소리쳤다.“아저씨, 연세병원으로 가요!! 빨리요!!”기사는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차에 시동을 걸고 병원으로 향했다.차가 달리기 시작하자, 세희는 우빈을 바라보며 마음
우빈이 응급실에서 밀려나왔을 때, 날은 이미 밝기 시작했다.의사는 세희와 인우에게 우빈은 갈비뼈가 두 개 부러졌고, 종아리가 골절되었으며 전의 상처가 완치되지 않은데다 또 새로운 상처까지 입었으니, 한동안 휴식해야 할 것 같다고 알려주었다.그 말을 들은 세희는 양옆에 늘어진 주먹을 꽉 쥐었다. 처음부터 두 사람은 아무런 잘못도 없었고, 그녀도 단지 자신의 선입견 때문에 우빈과 연락이 끊긴 것뿐이었다.하지만 지금, 세희는 오히려 우빈에게 빚진 것이 많아졌다.우빈은 병실에 옮겨진 뒤에도 마취제 때문에 줄곧 잠든 상태에 처했다. 세희는 그의 옆에 말없이 앉아 있었지만, 시선은 줄곧 우빈에게 떨어졌다.인우는 세희를 위해 아침을 사왔다.“누나, 일단 뭐 좀 먹어요. 그리고 잠 좀 자고요. 난 이미 형들에게 이 일을 설명했는데, 이제 간병인을 청해준다고 했으니 누나도 이제 걱정하지 마요.”세희는 잠자코 아침을 받은 다음, 소리 없이 입에 넣었다. 그녀가 이럴수록 인우도 마음이 답답하고 괴로웠다.세희가 다 먹은 후, 인우는 입을 열었다.“누나, 나...”세희는 그를 쳐다보았다.“하고 싶은 말 있으면 그냥 해.”“내가 도울 수 있는 거 뭐 없어? 뭐든 괜찮아. 누나가 이러고 있으니까 나도 마음이 아파서 그래.”세희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정말 무슨 일 있다면, 네가 말하지 않아도 난 너에게 도움을 청할 거야. 그러나 지금 나도 아직 이 일을 해결할 방법을 생각하지 못했어.”“그래요.” 인우는 고개를 끄덕였다.“나 오늘 학교에 가야 하니까, 누나 밥 잘 챙겨 먹어야 해요. 일 있으면 나에게 문자 보내고요.”“응.”인우가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수지가 찾아왔다.그녀는 노크를 하며 들어왔는데, 세희의 눈 밑에 짙은 다크서클이 생긴 것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세희 옆에 앉은 뒤, 수지는 병상에 누워있는 우빈을 바라보았다.“세희야, 너 좀 쉬어.”세희는 소파에 기대고 있었다.“수지야, 나 이해가 안 되는 게 하나 있어.”“뭔데?
이때, 부드러운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세희는 얼른 고개를 돌려 보았는데, 전에 하얀 여우와 함께 나타난 선녀였다.세희는 기뻐서 얼른 일어섰다.“선녀 언니, 그동안 줄곧 날 찾아오지 않았잖아요.”“난 선녀가 아니야.” 여자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난 구미호 가문의 구청인이라고 해.”“청인 언니.” 세희가 물었다. “이렇게 불러도 돼요?”청인은 고개를 끄덕였다.“네가 방금 선도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들었어. 넌 특수한 무당이 아니기 때문에, 선도를 닦을 수 없는 거야. 하지만 네 운명은 아주 특별하지. 비록 네 지철 할아버지의 능력을 이어받을 수는 없지만, 신은 너에게 영안을 하사했으니, 넌 완성해야 할 일이 따로 있어.”세희는 이해하지 못했다.“그게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어요.”“이승에서 떠나려 하지 않는 귀신들은 다 자신의 유원이 있지. 그러나 넌 그 귀신들을 도와 모든 유감을 풀고, 그들로 하여금 마음 편히 떠나게 할 수 있어. 이것은 아주 중요한 임무야. 너도 잘 알잖아, 귀신들과 말이 잘 안 통한다는 거. 그래서 이 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을 거야.”세희는 그제야 알아들었다. 그녀가 바로 사람과 귀신 사이의 중개인이었던 것이다.그렇게 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청인에게 자신이 이해했다고 알려주었다. 그녀는 잠시 침묵하며 계속 물었다.“청인 언니, 뭐 좀 물어봐도 돼요?”“네가 무엇을 묻고 싶은지 나도 알아.”청아가 말했다.“하지만 이 일은 네가 스스로 조사할 수밖에 없어. 귀신은 사람을 속일 수 있으니, 그들이 하는 말을 전부 믿으면 안 되고. 꼭 주의해야 해. 쉽게 귀신들의 요구에 승낙하지 마. 그러나 어떤 귀신들은 확실히 너에게 네가 원하는 답을 가져다줄 수 있어.”말이 끝나자 청인은 세희 곁에 엎드린 어린 여우를 불렀다.“정아야, 이제 가야지.”여우는 청인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자 얼른 일어섰다. 그리고 세희를 향해 꼬리를 흔들더니 청인과 함께 그녀의 눈앞에서 사라졌다.세희는 그들이 사라지는 순간, 눈
“모르는 귀신들이야. 그들에게 부탁을 하려면 향불 정도는 태워주어야지.” 세희가 대답했다.“오빠, 저녁에 사람 찾아서 이 향불을 내 교실에 옮겨다 줘.”“내가 너랑 같이 갈게.”“아니야, 인우가 가면 돼.” 세희가 설명했다.“인우는 팔자에 양기가 가득해서, 귀신들은 감히 인우에게 접근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인우의 피에 두려움까지 느낄 수 있어.”희민은 세희를 바라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이걸 어떻게 안 거야?”“인우가 태어났을 때, 지철 할아버지가 인우의 사주를 봐주신 적이 있거든. 나에게 큰 도움이 될 거라고 하셨어. 그래서 나도 어젯밤에 억지로 인우를 끌고 간 거야.”세희가 이렇게 말하니, 희민은 바로 인우에게 전화를 걸었다.한참 뒤에야 인우가 전화를 받았는데, 마치 자고 있는 듯 나른하게 응답했다.“인우야, 저녁에 네 누나랑 같이 학교에 좀 다녀와.”희민이 부드럽게 말했다.[싫어요!!]인우는 즉시 잠이 깼고, 바로 거절했다.[난 절대로 가지 않을 거예요! 가고 싶다면 형이 가요, 내가 우빈 형 지키고 있을 테니까!]희민은 웃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래, 그럼 다음 달 생활비는...”[갈게요!]희민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인우는 태도가 바뀌었다.[형, 제발 용돈만큼은 압수하지 마요. 내가 가면 되잖아요!] 인우는 울먹이며 말했다. ‘난 어쩜 형들과 누나에게 꽉 잡혀 사는 걸까!!’희민은 세희를 바라보았고, 세희는 웃음을 참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누나 지금 옆에 있나요?]인우가 물었다.세희는 이 말을 듣고 희민의 핸드폰을 가져왔다.“정인우, 할 말 있으면 빨리해. 나 지금 엄청 바쁘거든.”[누나, 무섭게 왜 그래요! 앞으로 우빈 형이 누나 싫어할지도 몰라요!!]“빨리 말하지 못해!” 세희는 화난 척하며 말했다.[내가 언제 찾으러 가면 되는 건데요!!]“저녁에 병원으로 와. 저녁밥까지 사서.”[그럼 희민 형이 결산해 줘요!]희민은 웃으며 말했다.“오케이.”전화를 끊자, 세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