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미쳤어요?!” 인우도 전과 달리 엄숙한 모습을 드러냈다.“휘발유가 샌 거 안 보여요? 지금 이곳에 폭발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요! 누난 절대로 갈 수 없어요!”세희는 미친 듯이 인우의 손을 뿌리쳤다.“난 우빈을 이대로 내버려둘 수 없어!! 이 일은 나 때문에 일어났으니, 우빈에게 무슨 일 생기면 절대로 안 된다고!!”“내가 갈게요!”인우는 세희를 잡아당겼고, 그녀가 반박하기도 전에 사고 현장을 향해 돌진했다.세희는 인우를 혼자 보내는 게 마음에 걸려, 몸을 안정시킨 뒤 바짝 따라갔다.인우는 택시 앞으로 달려가자마자, 우빈이 피투성이가 된 채로 창문에서 기어나오는 것을 보았다. 그는 얼른 손을 내밀었다.“우빈 형, 내 손 잡아요. 내가 형 끌어낼게요!”우빈은 이를 악물고 인우의 손을 잡았다.“도... 도와줘, 기... 기사가 아직 안에 갇혀 있어...”“지금 다른 사람을 돌볼 겨를이 없으니까, 형부터 먼저 나와요!”인우는 손에 힘을 실었고, 동시에 세희도 도착하더니 달려가서 그와 함께 우빈을 잡았다.두 사람이 힘을 합쳐서야 우빈을 뒷좌석에서 끌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우빈은 다리가 온통 피투성이여서 일어나지 못했다.이를 본 인우는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누나, 우빈 형을 내 등에 올려요. 빨리!”세희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인우가 시키는대로 했고, 이내 멀지 않은 곳에서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도와주세요!! 기사 아저씨가 아직 안에 있어요!!”사람들은 서로를 쳐다보다가 곧 누군가 나서서 도와주었다.그렇게 선뜻 나선 사람이 점차 많아지면서, 모두들 힘을 합쳐 기사를 차에서 끌어냈고, 택시와 먼 곳에 눕혔다.세희와 인우는 기사의 상태를 확인할 시간이 없어, 그저 우빈을 데리고 그들이 타고 온 택시에 올랐다.세희는 다급하게 기사를 향해 소리쳤다.“아저씨, 연세병원으로 가요!! 빨리요!!”기사는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차에 시동을 걸고 병원으로 향했다.차가 달리기 시작하자, 세희는 우빈을 바라보며 마음
우빈이 응급실에서 밀려나왔을 때, 날은 이미 밝기 시작했다.의사는 세희와 인우에게 우빈은 갈비뼈가 두 개 부러졌고, 종아리가 골절되었으며 전의 상처가 완치되지 않은데다 또 새로운 상처까지 입었으니, 한동안 휴식해야 할 것 같다고 알려주었다.그 말을 들은 세희는 양옆에 늘어진 주먹을 꽉 쥐었다. 처음부터 두 사람은 아무런 잘못도 없었고, 그녀도 단지 자신의 선입견 때문에 우빈과 연락이 끊긴 것뿐이었다.하지만 지금, 세희는 오히려 우빈에게 빚진 것이 많아졌다.우빈은 병실에 옮겨진 뒤에도 마취제 때문에 줄곧 잠든 상태에 처했다. 세희는 그의 옆에 말없이 앉아 있었지만, 시선은 줄곧 우빈에게 떨어졌다.인우는 세희를 위해 아침을 사왔다.“누나, 일단 뭐 좀 먹어요. 그리고 잠 좀 자고요. 난 이미 형들에게 이 일을 설명했는데, 이제 간병인을 청해준다고 했으니 누나도 이제 걱정하지 마요.”세희는 잠자코 아침을 받은 다음, 소리 없이 입에 넣었다. 그녀가 이럴수록 인우도 마음이 답답하고 괴로웠다.세희가 다 먹은 후, 인우는 입을 열었다.“누나, 나...”세희는 그를 쳐다보았다.“하고 싶은 말 있으면 그냥 해.”“내가 도울 수 있는 거 뭐 없어? 뭐든 괜찮아. 누나가 이러고 있으니까 나도 마음이 아파서 그래.”세희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정말 무슨 일 있다면, 네가 말하지 않아도 난 너에게 도움을 청할 거야. 그러나 지금 나도 아직 이 일을 해결할 방법을 생각하지 못했어.”“그래요.” 인우는 고개를 끄덕였다.“나 오늘 학교에 가야 하니까, 누나 밥 잘 챙겨 먹어야 해요. 일 있으면 나에게 문자 보내고요.”“응.”인우가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수지가 찾아왔다.그녀는 노크를 하며 들어왔는데, 세희의 눈 밑에 짙은 다크서클이 생긴 것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세희 옆에 앉은 뒤, 수지는 병상에 누워있는 우빈을 바라보았다.“세희야, 너 좀 쉬어.”세희는 소파에 기대고 있었다.“수지야, 나 이해가 안 되는 게 하나 있어.”“뭔데?
이때, 부드러운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세희는 얼른 고개를 돌려 보았는데, 전에 하얀 여우와 함께 나타난 선녀였다.세희는 기뻐서 얼른 일어섰다.“선녀 언니, 그동안 줄곧 날 찾아오지 않았잖아요.”“난 선녀가 아니야.” 여자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난 구미호 가문의 구청인이라고 해.”“청인 언니.” 세희가 물었다. “이렇게 불러도 돼요?”청인은 고개를 끄덕였다.“네가 방금 선도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들었어. 넌 특수한 무당이 아니기 때문에, 선도를 닦을 수 없는 거야. 하지만 네 운명은 아주 특별하지. 비록 네 지철 할아버지의 능력을 이어받을 수는 없지만, 신은 너에게 영안을 하사했으니, 넌 완성해야 할 일이 따로 있어.”세희는 이해하지 못했다.“그게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어요.”“이승에서 떠나려 하지 않는 귀신들은 다 자신의 유원이 있지. 그러나 넌 그 귀신들을 도와 모든 유감을 풀고, 그들로 하여금 마음 편히 떠나게 할 수 있어. 이것은 아주 중요한 임무야. 너도 잘 알잖아, 귀신들과 말이 잘 안 통한다는 거. 그래서 이 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을 거야.”세희는 그제야 알아들었다. 그녀가 바로 사람과 귀신 사이의 중개인이었던 것이다.그렇게 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청인에게 자신이 이해했다고 알려주었다. 그녀는 잠시 침묵하며 계속 물었다.“청인 언니, 뭐 좀 물어봐도 돼요?”“네가 무엇을 묻고 싶은지 나도 알아.”청아가 말했다.“하지만 이 일은 네가 스스로 조사할 수밖에 없어. 귀신은 사람을 속일 수 있으니, 그들이 하는 말을 전부 믿으면 안 되고. 꼭 주의해야 해. 쉽게 귀신들의 요구에 승낙하지 마. 그러나 어떤 귀신들은 확실히 너에게 네가 원하는 답을 가져다줄 수 있어.”말이 끝나자 청인은 세희 곁에 엎드린 어린 여우를 불렀다.“정아야, 이제 가야지.”여우는 청인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자 얼른 일어섰다. 그리고 세희를 향해 꼬리를 흔들더니 청인과 함께 그녀의 눈앞에서 사라졌다.세희는 그들이 사라지는 순간, 눈
“모르는 귀신들이야. 그들에게 부탁을 하려면 향불 정도는 태워주어야지.” 세희가 대답했다.“오빠, 저녁에 사람 찾아서 이 향불을 내 교실에 옮겨다 줘.”“내가 너랑 같이 갈게.”“아니야, 인우가 가면 돼.” 세희가 설명했다.“인우는 팔자에 양기가 가득해서, 귀신들은 감히 인우에게 접근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인우의 피에 두려움까지 느낄 수 있어.”희민은 세희를 바라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이걸 어떻게 안 거야?”“인우가 태어났을 때, 지철 할아버지가 인우의 사주를 봐주신 적이 있거든. 나에게 큰 도움이 될 거라고 하셨어. 그래서 나도 어젯밤에 억지로 인우를 끌고 간 거야.”세희가 이렇게 말하니, 희민은 바로 인우에게 전화를 걸었다.한참 뒤에야 인우가 전화를 받았는데, 마치 자고 있는 듯 나른하게 응답했다.“인우야, 저녁에 네 누나랑 같이 학교에 좀 다녀와.”희민이 부드럽게 말했다.[싫어요!!]인우는 즉시 잠이 깼고, 바로 거절했다.[난 절대로 가지 않을 거예요! 가고 싶다면 형이 가요, 내가 우빈 형 지키고 있을 테니까!]희민은 웃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래, 그럼 다음 달 생활비는...”[갈게요!]희민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인우는 태도가 바뀌었다.[형, 제발 용돈만큼은 압수하지 마요. 내가 가면 되잖아요!] 인우는 울먹이며 말했다. ‘난 어쩜 형들과 누나에게 꽉 잡혀 사는 걸까!!’희민은 세희를 바라보았고, 세희는 웃음을 참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누나 지금 옆에 있나요?]인우가 물었다.세희는 이 말을 듣고 희민의 핸드폰을 가져왔다.“정인우, 할 말 있으면 빨리해. 나 지금 엄청 바쁘거든.”[누나, 무섭게 왜 그래요! 앞으로 우빈 형이 누나 싫어할지도 몰라요!!]“빨리 말하지 못해!” 세희는 화난 척하며 말했다.[내가 언제 찾으러 가면 되는 건데요!!]“저녁에 병원으로 와. 저녁밥까지 사서.”[그럼 희민 형이 결산해 줘요!]희민은 웃으며 말했다.“오케이.”전화를 끊자, 세희는
“향불 가게 하나 차려줄래?” 세희는 애교를 부렸다.“가게는 내가 다 정했으니까, 이제 돈만 내면 돼” [강세희!]세준은 갑자기 볼륨을 높이더니 노발대발했다.[지금 넌 학교에 가서 공부나 잘해!!]세희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공부하는 게 향불 가게를 차리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다고. 오빠, 나 좀 도와주라.”[그럴 순 없어!]이 말을 남긴 후, 세준은 직접 전화를 끊었다. 그러나 세희가 욕을 퍼붓기도 전에 희민의 핸드폰이 울렸다.세준의 전화인 것을 보자, 희민은 연결버튼을 누르는 동시에 스피커를 켰다. 그리고 세희를 힐끗 바라보며 물었다.“세준아, 왜 그래?”[세희가 만약 너에게 가게 하나 사달라고 부탁한다면, 절대로 허락하지 마!]세준이 말했다.“나 다 들었어!!”세희는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네가 한 말 똑똑히 들었다고! 강세준, 난 너와 연 끊고 살 거야!! 나한테 돈을 주지 않으면 그만이지, 희민 오빠까지 사주지 말라고 꼬드기다니! 너 정말 나쁜 오빠야!!!”세준은 이마에 핏줄이 나타났다.[강세희, 말 똑바로 해!!]“안 들려, 하나도 안 들려! 향불 가게 차려주지 않으면 나도 학교에 가지 않을 거야!”“그러기만 해!!”“그럼 두고 보자고!”희민은 머리가 아팠다.“두 사람은 왜 말만 하면 싸우는 건데? 세준아, 내가 세희와 잘 얘기해 볼게.”세준은 화가 나서 전화를 끊었다.희민은 핸드폰을 내려놓은 후, 세희에게 물었다.“세희야, 향불 가게를 차리려는 이유가 뭐야?”“향불 가게라 하지만, 난 밤에만 문을 열 거야.” 세희가 설명했다.“사실 귀신을 접대하는 가게라 할 수 있지.”희민은 멍해졌다.“이유는?”“이승에 남은 귀신들의 완성하지 못한 소원을 들어준 다음, 그들이 편하게 떠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야.” 세희는 진지하게 말했다.“그럼 처음에 나한테 부탁했으면 됐잖아? 왜 세준을 찾은 거야?”세희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그냥 세준 오빠를 도발하고 싶었을 뿐이야. 그런데 이렇게 반대할 줄
“알았어, 10시 이후에 붙이면 되는 거야?” 수지가 물었다.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나머지는 만일을 대비하기 위해서 준비해 놓은 거야. 수지야, 두려워하지 마. 비록 귀신은 무섭지만, 보이지 않는 척하기만 하면, 그들도 너에게 무슨 짓 하지 않을 거야.”수지는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부적을 잘 챙겼다.“알았어, 세희야. 넌 안심하고 일 처리하러 가. 여긴 내가 지키고 있을 테니까.”말하던 중, 병실 문이 열리더니 인우가 졸린 표정으로 들어왔다.“수지 누나, 누나.” 인우는 나른하게 손을 들어 그녀들에게 인사를 했다. 곧이어 그는 사 온 저녁을 탁자 위에 올려놓더니 하품을 하며 1인용 소파에 앉아 눈을 감았다.“누나, 이따가 갈 때, 나 불러요. 너무 졸리니까 좀 자야겠어요.”수지는 소파 위의 작은 담요를 가지고 와서 인우에게 덮어주었고, 거개를 돌려 세희에게 물었다.“저녁에 인우를 데리고 학교에 갈 거야?”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앞으로 인우는 나와 같이 귀신을 잡아야 할 것 같아. 양기로 가득 찬 피가 나에게 큰 도움이 되거든.”수지는 멍하니 있다가 곧 피식 웃었다.“꼭 인우의 피를 빨 것처럼 말하네.”“그건 아니야.” 세희는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귀찮은 악귀를 만날 때, 인우는 손가락을 베어야 하지.”“그런 귀신을 만난 적이 있어?” 수지는 충격을 받으며 물었다.“악귀는 어떻게 되는데?”세희는 냉소를 지었다.“악귀는 죽음을 달가워하지 않는 귀신에 속해서, 엄청 교활해. 심지어 보통 귀신들보다 훨씬 세지. 사람을 속이고 해치는 온갖 악행을 저지르면서 말이야! 어젯밤에 한 악귀에게 속았어. 분명히 이 일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일부러 거짓말을 한 거야. 오늘 저녁에 다시 그 귀신을 만나러 갈 거야.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지 알아낼 거라고!”사실 처음에 세희도 잘 몰랐다. 만약 청인이 일깨워 주지 않았다면, 그녀는 자신이 그 처녀귀신에게 속았다는 것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수지는 걱정스럽게 세희를
세희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인우를 밀었다.“정인우, 도대체 뭐가 그렇게 무서운 거야??”인우는 머리를 푹 숙이며 심지어 눈까지 감았다.“누나는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니까 두렵지 않겠지만, 난 아니잖아요! 귀신이 너무 무서워요!!”“넌 이미 날 따라 이 일을 하기 시작했어.” 세희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안심해. 네가 귀신을 볼 수 있어도, 귀신은 감히 너에게 접근하지 못할 거야.”인우는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번쩍 들어 되물었다.“왜요?”세희는 인우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아예 부적 한 장을 꺼내 인우의 몸에 붙였다.“이따가 귀신을 본다면, 나에게 네 손을 줘. 그럼 너도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거야.” 세희가 말했다.인우는 멍하니 세희를 따라갔다. 그러나 그녀가 한 말 때문에 그도 많이 안심이 되었다.그러나 고개를 든 순간, 인우의 눈앞에서 하얀 그림자가 휙 지나갔고, 인우는 놀라서 눈을 부릅뜨더니 안색이 돌변했다.겁에 질린 인우는 세희를 껴안고 와와 소리쳤다.“누나! 귀신!! 나 귀신 봤어요!! 귀신이 있다고요!!!”세희는 날아가는 처녀귀신을 바라보며 말했다.“맞아, 그것은 흰 옷을 입은 처녀귀신이야. 괜찮아, 그 귀신은 이미 다른 데로 놀러 갔어.”‘뭐? 귀신이 혼자 놀러간다고?! 그럴 리가! 전혀 믿기지가 않아!’세희는 직접 강의동에 가지 않고, 인우를 데리고 인공 호수에 갔다.어젯밤 상황에 따르면, 이 귀신들은 모두 이쪽에서 노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눈을 꼭 감은 인우를 데리고 호숫가에 도착하자, 세희는 그의 팔을 두드렸다.“됐어, 이제 안전하니까 눈 떠.”인우는 세희의 말을 믿고 눈을 번쩍 떴다.그러나 앞에 삼삼오오 무리를 지은 귀신을 보았을 때, 인우는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고, 마치 수시로 기절이라도 할 것 같았다.세희는 인우의 뒤통수를 세게 쳤다.“정신 차려!! 그들은 널 해치지 않을 거야!!”인우는 아파서 정신을 차렸는데, 앞에 있는 수많은 귀신들을 보며 눈물을 흘리기 직전이었다
인우는 용기를 내어 앞의 있는 귀신들을 바라보았고, 서서히 적응한 다음 다시 세희에게 말했다.“누나, 나 이제 두렵지 않아요. 귀신들은 사실 보통 사람과 비슷한 것... 어머 깜짝이야!!”인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와 1미터도 안 되는 곳에 머리가 눌려서 변형된 귀신이 지나갔다. 겁에 질린 인우는 또다시 타조처럼 머리를 안고 땅바닥에 엎드려 부들부들 떨었다.세희는 길게 한숨을 쉬며 앞으로 다가가서 인우의 옷깃을 잡은 다음, 그를 끌고 강의동으로 갔다.두 사람은 어젯밤에 찾아간 그 교실에 도착했다.세희는 위의 교실들을 한 바퀴 돌아다녔지만, 그 처녀귀신을 찾지 못했기에 향을 피워 그녀를 유인하려고 했다.향에 불이 붙자, 세희는 뒤로 물러났고, 이때, 누군가 나타났다.그 처녀귀신은 거꾸로 매달린 모습으로 세희 앞에 나타났다.세희는 매우 침착했지만, 한쪽에 있던 인우는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그는 비록 전처럼 비명을 지르지는 않았지만, 제자리에 서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앞에 있는 처녀귀신은 비록 얼굴이 파랗게 질렸지만, 이목구비는 정말 정교했다. 청순하면서도 사랑스러움을 잃지 않은 미모였다.인우는 많은 미녀를 만났지만, 이런 용모의 여인은 확실히 많이 보지 못했다. 그래서 그도 참지 못하고 처녀귀신에게 시선을 주었고, 두려움이 싹 가셨다.그러나 앞에 있는 귀신은 지금 탐욕스럽게 앞에 있는 향을 바라보며 끊임없이 흡입하고 있었다.처녀귀신을 보자, 세희는 냉소를 하며 손을 들어 그 향을 억지로 꺾었다.처녀귀신은 멍해지더니 분노에 찬 눈빛으로 세희를 쳐다보았다. 인우조차도 의아하게 세희를 바라보았다.“이게 무슨 뜻이야?”“무슨 뜻일 것 같아요?”세희가 되물었다.“내가 물어본 일에 대해 잘 알면서도, 거짓말로 날 속였잖아요.”처녀귀신은 놀라움을 느꼈다.“그걸 어떻게 알았지?”“그건 당신이 상관할 바가 아니에요. 오늘 내가 다시 찾아온 것은 바로 당신에게 이 일을 똑똑히 묻고 싶어서예요.”처녀귀신은 웃으며 공중에 떠서 다리를 꼬
시현은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알았어, 알았어. 공주님 제발 살려주세요!!”세희는 그제야 흐뭇하게 손을 거두었다.“참, 지난번에 말한 그 사건 말이에요, 언제 해결하러 갈 거예요?”“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시현이 말했다. “네 몸은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으니까, 지금 계속 바쁘게 움직이면 안 돼. 만약에 저쪽에도 이런 악독한 귀신이 있다면, 너 또 상처를 입을지 몰라. 난 이미 죄책감 때문에 너와 결혼을 해서 평생 챙겨주고 싶으니까,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 정말 방법이 없어.”세희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시현 오빠와 결혼한다고 했어요?”“쳇.” 시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가 어때서? 나도 어깨가 넓고 근육이 있는 미남이라고!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세희는 말문이 막혔다.‘정말 뻔뻔하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칭찬하다니.’세희는 숨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시현 오빠.”“응?”“내가 지금 귀신을 잡는 일을 종사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난 사실 아주 좋은 신붓감은 아니에요. 눈치 없는 귀신들이 가끔 날 찾아와서 귀찮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난 인우와 반대로, 팔자에 음기가 가득 찼거든요.”“그러면 어떻게 되는데?”“7월 중순이 되면 많은 귀신들이 날 찾아올 거예요. 그럼 난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심지어 다칠 수도 있거든요.”“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만약 우리가 함께 한다면, 그 귀신들은 심지어 시현 오빠를 귀찮게 할 거예요.”“그래서, 이것 때문에 네가 최고의 신붓감이 아니란 거야?” 시현은 말을 마치고 웃으며 말했다. “이까짓 일로 내가 물러설 수 있을 것 같아? 세희야, 너도 날 너무 얕본 것 같아.”“그때 가면 나 때문에 모든 일이 잘 안 풀릴 텐데, 그게 두렵지도 않아요?” 세희는 시현에게 물었다.시현은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넌 우빈이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우빈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은 거야? 세희야, 넌 날 뭘로 보고.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난 두렵지
시현과 인우는 비록 귀신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검은 연기가 자신의 앞에서 천천히 흩어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인우는 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누나, 지금 어떻게 된 일이에요?”세희는 몸을 돌려 말했다.“그 귀신은 환생하고 싶지 않아서 이미 죽었어.”“귀신이 죽었다고?” 시현이 물었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뜻이야?”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을 바라보았다.“캐리 아저씨, 이제 그 여섯 명의 귀신을 좀 잡아주세요.”캐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불과 몇 분 만에 겁에 질린 그 귀신들을 세희의 앞으로 데려왔다.세희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들은 그 처녀귀신과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아니면 나와 같이 서낭당에 갈 건가요?”“서낭당에 갈래요!”“우리는 그 여자의 협박을 받아서 여기에 갇힌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벌써 떠났을 텐데!”“죽어도 우리를 괴롭히려 하다니!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이 귀신들은 그 처녀귀신이 사라진 후, 불평하기 시작했다.세희는 그들의 원망을 듣고,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지금 그 처녀귀신을 비난할 면목이 있는 거예요?!”세희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당신들을 죽인 것은 그 여자의 잘못일지라도. 당신들은 자신에게 그 어떤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만약 당신들이 그 여자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귀신으로 되어 이곳에 갇히지 않았겠죠!”“풉.” 한 여자 귀신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요? 그 여자는 늘 자신의 성적을 가지고 남을 비웃었어요. 그러지만 않았어도 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세희는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남의 성적이 우수해서, 당신들은 또 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그걸 자랑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정말 불쌍하네요! 이 세상에 당신들 같은 질투심이 강한 쓰레기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심해요, 당신들은 다음 생에도 이번 생에 지은 죗값을 치러야 하니까!”귀신들은 세희가 한 말에 화가 났지만, 캐리와 인우 때문에 화가
“말이 쉽지!” 처녀귀신은 화가 나서 말했다.“날 죽인 그 사람들은 비록 귀신이 되었지만, 나도 그들이 환생하지 못하게 붙잡아둬야 한단 말이에요!”세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 여섯 명의 학생들이 당신을 죽인 사람이었어요?”“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그들을 죽였을 것 같아요??”“그 사람들 찾아 복수를 한 이상, 이제 그만 그들을 놓아줘요. 이렇게 자신을 괴롭혀가며 그들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더 있을까요?”“그럴 순 없어요! 이렇게 쉽게 환생을 하라고 하는 건 너무 말이 안 되니까!!”처녀귀신이 노발대발했다.세희는 웃었다.“당신은 집념이 너무 커서 줄곧 이곳에 갇혀 있는 거예요. 영원히 자신의 고통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잖아요. 만약 내려가서 벌을 받고 환생하여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난다면, 이것 또한 자신의 과거를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어요?”“이렇게까지 날 가르칠 필요 없어요!”처녀귀신이 말했다.“오늘 당신들이 죽든지, 아니면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하자고요!”말을 마치자, 처녀귀신은 세희를 향해 공격하려 했다.세희는 바로 인우를 부르려고 했고, 이때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빠른 속도로 달려온 캐리는 즉시 그 처녀귀신을 먼 곳으로 밀어냈다.“좋은 말로 타일러도 듣지 않고, 심지어 세희에게 손을 대려고 하다니. 오늘 사라질 준비를 하는 게 좋겠어!”캐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붉은 옷을 입은 처녀귀신에게 말했다.“그게 뭐가 무섭다고.” 처녀귀신이 소리를 질렀다. “나도 이젠 지긋지긋해요! 이 더없이 더러운 세상! 내 부모님은 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들의 돈을 받고 바로 이 일이 없던 걸로 하자고 했어요. 내 오빠는 심지어 그들이 부자라는 것을 알고, 그들을 친구로 여겼고요! 환생할 게 뭐가 더 있겠어요? 환생해도 이렇게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마주해야 하니까, 차라리 날 죽여요. 더 이상 이 징그러운 세상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처녀귀신의 말을 듣고, 캐리는 바로 손을 써서
세희가 이렇게 말하자, 세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저녁 무렵, 인우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세희가 이미 집에 있는 것을 보았고, 무척 흥분해하며 달려갔다.“누나, 돌아왔어요?” 인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때요, 다 나은 거예요?”세희는 의미심장하게 인우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인우야, 오늘 저녁에 나 좀 도와줘.”“그래요.” 인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학교에 가는 거 맞죠?”세희는 의아하게 인우를 바라보았다.“뭐야? 너 이제 무섭지도 않는 거야?”인우는 미소를 천천히 거두었다.“누나, 귀신은 무섭지만, 난 누나가 더 이상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때 누나가 그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난 그날 정말 학교로 달려가서 그 귀신들을 죽이고 싶었어요. 그러나 시현 형이 누나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억지로 참고 가지 않았던 거예요.”세희는 뿌듯해하며 인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우리 인우 다 컸네. 누나를 걱정할 줄 다 알고.”인우는 세희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누나, 난 줄곧 누나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다음에 이런 위험한 일을 하러 간다면, 꼭 나 데리고 가면 안 돼요? 난 누나를 지켜주고 싶어요.”“그래! 저녁에 우리 가족들 함께 밥을 먹은 후에 바로 출발하자!”“좋아요!”저녁에 하영과 유준 그리고 희민이 돌아왔다. 세희가 이미 퇴원한 것을 보고, 세 사람은 기뻐해하며 그녀를 에워싸고 수다를 떨었다.저녁을 먹은 다음, 하영은 세희를 데리고 위층에 가서 간단하게 몸을 씻어주고서야 세희를 보냈다.문을 나서자마자, 세희는 시현이 그의 포르쉐와 함께 집 앞 정원에 있는 것을 보았다.세희와 인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시현을 쳐다보았다.세희가 먼저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에요?”시현은 별장을 바라보았다.“세준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나한테 연락했지 뭐. 네 기사 되어 달라고.”“우리 집에 기사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시현 오빠가 너
“그래, 우빈아, 넌 15년 동안 세희를 좋아했고, 또 세희를 위해 많은 것을 바쳤지. 하지만 그거 알아? 세희는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야. 세희가 만약 무슨 일을 알고 싶다면, 바로 감정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호흡이 흐트러진 우빈은 시현을 바라보며 다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알아요.” 우빈이 대답했다.“세희는 그 누구보다도 감성적이고 또 이성적이죠.”“그럼 만약 세희가 정말 날 선택한다면, 넌 어쩔 계획이야?”“그런 건 없어요.”우빈은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난 세희의 모든 선택을 존중할 거라고. 마찬가지로 다른 걱정 할 필요 없어요. 세희에게 거절을 당했다고 복수를 할 정도는 아니니까요.”시현은 계속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세희와 함께 하더라도 넌 세희와 계속 친구를 하겠다는 말이야?”우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나와 세희는 줄곧 친구였어요. 우리 두 사람이 사귀지 않아도, 앞으로 여전히 사이가 좋은 친구예요. 고 과장님, 세희를 좋아해도 되지만, 내가 세희와 계속 친구로 되는 것을 막을 순 없어요.”시현은 갑자기 웃었다.“그럼 됐어!”우빈은 시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시현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버튼을 눌렀다.“난 내가 세희와 사귀면, 넌 불편해서 세희와 연락 끊을 줄 알았거든.”우빈은 말문이 막혔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이제 세희를 포기하자고. 넌 정말 세희가 필요한 것 같으니까...”말을 하다 시현은 우빈을 힐끗 바라보았다.“네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들은 하지 않겠어. 아무튼 후에 생각해 봤는데, 만약 널 향한 내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세희를 포기한다면, 그건 널 무시하는 것과 같잖아.”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시현은 안으로 들어갔고 우빈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서자, 우빈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어요. 난 확실히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그래도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이런 상황이 아니잖아
시현은 말을 이어받으며 오른손을 들었다.“그때 내 오른손에 피가 가득 묻은 거 있지? 심지어 의사가 네 등의 썩은 살을 모두 베어낸 것을 직접 봤는데, 며칠째 잠을 못 잤어.”“에이, 그건 간단하죠!” 세희는 히죽거리며 말했다.“수면제 처방받으면 편안하게 잘 수 있지 않겠어요?”시현은 웃으며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세희야, 날 원망하고 싶지 않아?”“원망이요?” 세희는 시현의 뜻을 잘 몰랐다.“내가 왜요?”시현은 콧등을 긁적였다.“내가 널 데리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너도 이렇게 다치지 않았을 거야.”세희는 눈을 부라리며 시현을 바라보았다.“그건 시현 오빠 탓이 아니에요. 그 귀신들이 겁도 없이 나한테 덤빈 것뿐이니까요. 다 회복되면 그 귀신들 전부 잡아버릴 거예요!”“또 그곳에 가려고?” 시현은 경악하며 물었다.“그럼요!” 세희는 손을 내밀었다.“일곱 명의 귀신을 전부 다 데려갈 수 있다면, 염라대왕님은 좋다고 박수를 치실지도 몰라요.”시현은 세희의 얼굴에 나타난 즐거운 미소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난 오히려 네가 날 욕하면서 분풀이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홀가분한 말투로 말하는 거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그럼 너무 재미없죠! 난 시현 오빠 돈 뜯어먹는 게 더 좋은 거 같은데? 내가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으면, 날 데리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오케이!” 시현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참, 세준 오빠가 그러던데, 미정 할머니를 찾아갔다면서요?”시현은 숨김없이 대답했다.“응, 가서 어떻게 해야 널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쭤봤어.”“하하하.” 세희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날 보호한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리고 시현 오빠는 귀신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귀신과 싸우려는 거예요? 정의감과 용기로 귀신을 제압하려고요?”“내가 만약 내 정의감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엔 귀신이 없을 거야?”세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냥
시현은 세준 그들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한 다음, 혼자 의자에 앉아 멀리서 세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주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었고,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이때 간호사가 걸어왔다. 시현은 그녀를 보며 얼른 일어나 물었다.“선생님.”간호사는 그를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시죠?”“세희는 언제 중환자실에서 나올 수 있는 거죠?”“이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요 며칠 더 관찰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가씨는 제가 본 여자아이들 중에서 가장 엄중한 상처를 입으신 환자라서요. 잘못하면 흉터가 남을 텐데... 어휴...”말이 끝나자, 간호사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시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이번 생은 철저히 세희에게 빚진 셈이네.’사흘 후, 세희는 중환자실에서 나왔고, 이 일을 알게 된 하영과 유준도 얼른 병원에 찾아왔다.세희가 침대에 엎드려 멍을 때리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가슴이 아팠다.하영은 허리를 굽혀 세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세희야, 미안해. 네 오빠들이 아침에 금방 이 일을 알려줘서, 엄마와 아빠도 이제야 달려온 거야.”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괜찮아요, 엄마. 이거 봐요, 나 아직 멀쩡하잖아요?”하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걱정 마. 무슨 방법을 써서더라도 네 등의 흉터를 치료할 테니까.”“사실 난 이런 거 신경 안 써요. 등일 뿐이니, 평소에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 자신도 볼 수 없으니까,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없어요.”“네가 꾸미길 좋아한다는 거, 여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세준은 벽에 기대며 말했다.세희는 고개를 돌려 세준을 보려 했지만, 상처가 땅기는 바람에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세준은 마음이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다.“좀 움직이지 마. 나도 안 비웃을게.”유준은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너희들은 외국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좋은 성형과 의사를 찾아. 세희의 등에 절대로 흉터 남지 않게.”세준은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오자, 시현은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눈을 뜨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난 세희가 하는 일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데. 그럼 세희를 보호하려면 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지?’생각하다 시현은 핸드폰을 꺼내 세준에게 톡을 보냈다.[그 할머니 지금 어느 호텔에 계시는 거지?]얼마 지나지 않아, 세준은 시현에게 나미정이 지내고 있는 호텔 주소와 방번호를 보냈다.[고마워, 세준아.]세준은 이 문자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세희의 일, 난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야.][날 때리고 싶든, 죽이고 싶든 네 마음대로 해. 다 내 잘못이니 나도 변명할 말이 없어.]이 문자를 보낸 후, 더 이상 답장이 들어오지 않았다.시현도 더 이상 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어 호텔로 갔다.30분 후, 시현은 나미정이 있는 룸 앞에 도착했는데, 잠시 심사숙고한 다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곧 안에서 나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기다려.”문을 열자, 시현이 문밖에 서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약간 의아해했다.“네가 바로 병원에 있었던 그 총각인가?”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 저와 잠깐 얘기를 좀 나누시면 안 될까요?”“그래.” 나미정은 몸을 비키며 말했다. “들어와서 말하자꾸나.”시현은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고, 나미정은 그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무슨 일로 날 찾는 거지?”시현은 긴장이 돼서 두 손을 비볐다.“할머니, 저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해야 세희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평범한 사람이라...”나미정은 웃기 시작했다.“왜, 네가 보기에 우리와 같은 무당은 평범하지 않은 건가?”시현은 멈칫하더니 얼른 설명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아무튼 저희보다 강하고 특수한 능력이 있으시잖아요.”“그것도 다 하늘이 내려준 신기일 뿐이지.”나미정이 말했다.“그러나 우리도 평범한 사람들이야. 밥을 먹어야 하고, 또 때가 되면 죽는 법이니
세희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부적은 비록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여전히 강렬한 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세희는 숨을 들이마신 다음 천천히 일어섰다. 그 순간, 옆에서 놀던 그 귀신들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모두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들의 시선을 알아챈 세희도 눈을 돌려 귀신들을 보았다.‘또 이런 느낌이야! 이곳을 못 나가게 하는 그런 느낌!’세희는 밀려오는 공포를 참으며 용기를 내어 문 앞으로 걸어갔다.문과 가까워질수록 주위의 음기는 더욱 강렬해졌다. 심지어 세희는 자신의 영혼이 억압된 느낌을 받았다.“누나, 무서워하지 마요!!”“세희야! 용기를 내서 그곳에서 나와! 그 귀신들은 널 건드리지도, 널 다치게 하지도 못할 거야!”“누나! 나랑 형들이랑 그리고 고 과장님이 여기서 누나를 기다리고 있어요!”인우와 나미정의 목소리를 듣고, 세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가깝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다가갈 수 없는 문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세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부적이 그려진 손을 들어 다시 시도했다.이번에 그 귀신들은 섬뜩하게 웃기 시작했다. 세희가 문손잡이에 손을 얹으려 하자, 그들은 재빨리 앞으로 돌진했다.이때, 매몰찬 음기가 덮쳐왔고, 세희는 부적이 있는 그 손을 들고 돌아섰다.그 귀신들은 하마터면 세희의 영혼과 닿을 뻔했다. 그러나 세희의 손에서 나는 강렬한 양기가 서려 있는 부적을 감지한 그들은 표정이 돌변했다.세희는 뒤로 물러섰고, 등이 문에 닿는 순간, 재빨리 몸을 돌려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연 후, 그녀는 즉시 뛰쳐나갔다.이때, 줄곧 병상에 누워있던 세희는 눈을 번쩍 뜨더니 숨을 들이마셨다.세희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인우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누나! 왜 이제야 깨어난 거예요!!”그러나 세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눈을 천천히 감았다.인우는 완전히 멍해지더니 당황해진 표정으로 나미정을 바라보았다.나미정은 아주 침착하게 대답했다.“별일 아니야, 피곤해서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