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서 쫓겨난 세준과 희민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희민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세준아, 이제 세희의 생각에 따라 우리 아무 말도 하지 말자.”“희민아, 우리는 6살 때 외국에 가서 그 킬러들을 따라 잔혹한 훈련을 받았고, 생존조차 보장할 수 없는 되는 우림을 드나들었어. 생사를 앞두고도 우린 물러선 적이 없잖아?”희민은 잠시 침묵했다.“세희는 여자아이이니, 우리와 달라.”“내 말 못 알아들었어?” 세준은 희민을 응시하며 물었다.“알아.”희민이 말했다.“넌 세희가 어려움에 직면하여, 스스로 마음속의 매듭을 풀게 하고 싶은 거잖아.”“응.”희민은 어쩔 수 없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세준아, 넌 자신을 엄격하게 요구해도 되지만, 세희가 이 문제를 외면하는 것도 세희의 자유라고.”“그럼 앞으로는?” 세준은 계속 물었다. “해결할 수 없는 어려움에 부딪히면 계속 외면하라고?”희민은 침묵에 잠겼다.“그래서 지금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바로 진우빈을 찾아내서 세희를 그 사람의 앞에 보내려는 거야?”“응.” 세준이 대답했다.“그래야만 세희는 그동안 맺힌 마음의 매듭을 풀 수 있어. 그리고 진우빈이 어떤 사람인지, 자신의 감정을 베풀어도 되는 사람인지를 똑똑히 보게 할 수 있잖아.”“만약 그럴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면? 만약 세희가 더 큰 타격을 받는다면?”세준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목소리 역시 얼음처럼 차가워졌다.“그럼 난 그 사람을 죽여버릴 거야.”희민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컴퓨터를 꺼내 우빈의 자료를 찾았다.5분도 안 되어 희민은 컴퓨터를 세준에게 보여주었다.“김제대학, 대학교 2학년.”세준은 우빈의 자료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위에는 우빈의 사진이 있었다. 마른 체구에 깨끗한 모습은 어린 시절과 다름없었고, 꽤 잘생겼다.이목구비 역시 무척 부드러워, 소녀들이 선호하는 타입이었다. 세준의 시선은 우빈의 전공에 떨어졌다.‘장례학과?’‘이게 뭐야? 세희와 같은 길을 걷겠다고?’세준은 노트북을 덮었다.
인우는 두 사람이 싸우는 것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은근히 기뻤다.“누나, 세준이 형에게 잡혀 사는 사람이었어요?”“너 입 닥쳐!!”“닥쳐!”세준과 세희는 인우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그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인우는 억울하게 입을 벌렸다.“난...”말이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인우야, 두 사람의 싸움에 끼어들지 마. 오히려 네가 당할 거야.”단정하게 차려입은 희민이 인우의 곁에 나타났고, 그에게 남매의 싸움을 멀리하라고 일깨워 주었다.인우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희민의 팔을 껴안았다.“희민이 형, 오늘 나 학교에 데려다줄 거죠?”희민은 웃으며 말했다.‘아니, 난 세희를 학교에 데려다줘야 하거든.”인우는 땅이 꺼지도록 숨을 내쉬었다.“나 정말 주워온 아이인 가봐...”희민은 여전히 웃으며 말했다.“익숙해질 거야.”아침 10시, 세희는 세준과 희민에게 이끌려 학교로 갔다.원장님은 교수님을 찾아, 직접 세희를 데리고 반급으로 향했다. 그러나 이번에 세준과 희민은 함께 가지 않았다.세희는 그들을 노려보며 교수님을 따라 떠났다.허 교수는 웃으며 세희에게 말했다.“세희야, 우리 반의 세 번째 여학생이 된 것을 축하한다.”세희는 무뚝뚝하게 대답했다.“아, 정말 행운이네요...”교수님은 세희에게 장례학과의 장점에 대해 설명했고, 세희는 그저 지루할 뿐이었다.계단을 오를 때, 귓가에 갑자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우빈아! 나 좀 기다려!”이 이름을 듣고, 세희는 순식간에 발걸음을 멈추었고, 눈도 휘둥그레졌다.교수님은 혼자 중얼거리며 계속 위층으로 올라갔지만, 곁에 세희가 없는 것을 보고 얼른 고개를 돌렸다.“세희야? 왜 그래?”세희는 멍하니 침을 삼켰다.‘나 방금 뭘 들었지?’‘우빈?’‘이 익숙하면서도 낯선 이름... 그 사람일까?’‘내가 아는 그 진우빈일까? 아니면 그냥 성이 다른 사람일까?’“세희야??”교수님은 다시 세희를 불렀고, 그녀는 그제야 반응하며 고개를 들어 교수님을 바라보았
여자는 더욱 어리둥절해진 표정으로 우빈을 바라보았다. “우빈아, 너...”그러나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우빈은 다리를 들어 세희를 뒤쫓아갔다.여자는 얼른 소리쳤다.“우빈아, 여기 1학년의 교실인데, 네가 왜 들어가는 거야??”우빈은 여자의 말을 아랑곳하지 않고, 곧장 교실로 들어가 세희를 찾았다.‘14년! 이 14년 동안 세희에 관한 소식이 조금도 없었어!’‘방금 내 앞에 나타난 사람은 세희가 틀림없어.’비록 성인이 됐지만, 어렸을 때와 별로 큰 차이가 없었다. 우빈은 그녀의 맑은 두 눈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특히 방금 차갑게 대답한 말이 가장 좋은 증거야. 그 여자아이가 바로 세희라고!’우빈은 교실로 뛰어들어갔고, 교수님이 세희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보고, 문득 발걸음을 멈추었다.방금 자리에 앉은 세희는 그를 힐끗 보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세희는 모르는 척하며 교수님의 잔소리를 계속 들었다.우빈은 교실 문 앞에 서서 하영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두 사람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지만, 우빈은 저도 모르게 아득한 거리감을 느꼈다.방금 그의 곁에 있던 그 여자도 따라 들어오더니, 우빈의 팔을 잡고 말했다.“대체 뭐 하는 거야, 우빈아. 교실로 들어가야지.”우빈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며 저도 모르게 자신의 손을 뺐다. 그는 다시 세희를 바라보았고, 그제야 천천히 눈을 드리우며 몸을 돌렸다.“아무것도 아니야.”우빈은 여자의 말에 대답하며 천천히 교실에서 나갔다. 그는 일부러 속도를 늦추며 발을 내디뎠고, 세희가 입을 열어 자신의 이름을 부르기를 기대했다.그러나 그는 끝내 그녀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여자는 따라서 나간 뒤, 다시 멈춰 서서 교실 안의 세희를 바라보았다.그렇게 한참을 바라보고 나서야 그녀도 떠났다.계단을 향해 걸어가면서 여자가 물었다. “우빈아, 너 방금 그 여자와 아는 사이 맞지?”우빈은 입술을 오므리며 담담하게 말했다.“임지나, 이건 너랑 상관없는 일이야. 너 오늘 질문이 좀 많은 것 같아.
전화를 끊고, 세희는 교문을 향해 걸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잠깐만.”세희는 자신을 부르는 것이 아닌 줄 알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는데, 그 사람은 직접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어쩔 수 없었던 세희는 발걸음을 멈추었고, 눈을 들어 아침에 만난 적이 있는 그 여자를 바라보았다.‘진우빈의 곁을 따라다닌 여자였지. 두 사람 사이가 좋아 보였는데.’세희는 담담하게 임지나를 바라보았다.“무슨 일 있어?”“나 임지나라고 해.” 임지나는 세희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반가워.”세희는 임지나의 손을 힐끗 보았다.“난 너에 대해 관심이 없는데.”말이 끝나자, 세희는 임지나를 피하고 떠나려 했다. 그러나 임지나는 계속 쫓아가더니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너 우빈이랑 아는 사이지?”세희는 앞을 쳐다보며 임지나의 말을 듣지 못한 것처럼 대답하지 않았다.“두 사람 아는 사이인 거 맞지? 그런데 왜 모르는 척하는 거야?”세희는 임지나의 목소리에 짜증이 나서 숨을 크게 들이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많이 심심해?”“우빈이에 관한 일이라면 하나도 심심하지 않아.”세희는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다시 한번 말하지만, 난 그 사람 몰라. 무슨 문제 있으면 그 사람에게 물어봐, 나 찾아오지 말고. 알았어?”말이 끝나자, 세희는 발걸음을 재촉했다.임지나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세희의 팔을 잡았다.“넌 확실히 우빈이 알고 있잖아. 지금 외면하는 게 분명하다고!”세희는 참다못해 임지나의 손을 뿌리치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경고했다.“난 그쪽과 모르는 사이니까, 나 건드리지 마!”임지나도 덩달아 화를 냈다.“너 때문에 우빈이 오전 내내 말 안 한 거 알아?!”임지나의 말에 세희는 다시 걸음을 멈추었다.‘나 때문에 진우빈이 오전 내내 말을 안 했다고?’생각도 잠시, 세희는 다시 이성을 되찾았다.‘그게 나와 무슨 관계가 있지? 진우빈이 밥을 먹지 못하더라도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잖아!’이번에 임지나가 그녀의 뒤에서 무슨 말을
세희는 그제야 생각이 나서 입을 열었다.“차 샀어?”세준은 키득거리더니 손을 들어 잘난척했다.세희는 천천히 세준 앞으로 다가갔고, 세준이 고개를 돌린 순간, 재빨리 자신의 이마로 그의 이마를 들이받았다.“아-”세준은 아파서 소리를 질렀다.세희는 피식 웃으며 덧니 두 개를 내밀었고, 교활하게 웃었다.“야.” 세준은 이마를 가리며 말했다.“한동안 가만히 놔뒀더니, 까불고 있어.”세희는 눈썹을 치켜세웠다.“난 복수를 할 거야! 그러니까 건드리지 마!”세준은 고개를 저었다.“밥 먹으러 가자.”“응!”김제 대학.임지나는 식당에서 한참을 찾다가 구석에 앉아 있는 우빈을 찾았다. 그녀는 식판을 들고 우빈의 맞은편에 앉았다.우빈은 고개를 들어 임지나를 본 후, 계속 고개를 숙이고 밥을 먹었다.“넌 밥이 넘어가니?” 임지나는 어이가 없었다.“무슨 일 있어도 말을 하지 않다니.”“별일 없어.” 우빈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임지나는 콧방귀를 뀌며 핸드폰을 꺼내 우빈에게 그 사진을 보여주었다.“자, 네가 아는 그 여자에게 이미 남자친구가 생겼으니까, 너도 너무 슬퍼하지 말고 마음 접어.”임지나가 충고했다.우빈은 눈을 들어 사진을 보았다.그러나 순간, 그는 눈살을 찌푸리고 임지나를 바라보았다.“왜 남의 사진을 찍은 거야?”“남이 아니야!”임지나가 말했다.“아침에 네가 쫓아간 그 여자를 찍은 거지!”우빈은 분노를 느꼈다.“임지나, 이 일은 너와 아무런 상관도 없지 않아?”임지나는 멍해졌다. “왜 화를 내고 그래?”우빈은 젓가락을 내려놓았다.“임지나, 나도 진지하게 말하는 거지만, 이제 세희 찾아가지 마! 그리고, 세희가 무엇을 하더라도, 그것은 세희의 자유야. 몰래 남을 찍는 것은 세희를 존중하지 않는 거라고!”임지나는 우빈을 쳐다보며 영문을 몰랐다.“야, 진우빈, 너 멍청이냐? 강세희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는데, 아직도 그 사람을 좋아하다니. 너 어디 아픈 거 아니야? 더 이상 고집 부리지 말고, 너에게 잘해 주는 사람을
세희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내가 변태라고? 그럼 만약 네가 날 이 학교로 보내지 않았으면, 나도 이렇게 할 리가 없었잖아?”“그럼 이렇게 하면 너한테 무슨 좋은 점이 있는 거지?”세준이 되물었다.“진우빈이 어려움을 알고, 스스로 너에게서 떨어졌으면 좋겠어? 그럼 너희들 사이의 문제도 영원히 해결되지 않을 거 아니야? 겁쟁이.”“누가 겁쟁이라는 거야! 그럼 넌 겁쟁이의 오빠가 되는 거잖아!”세희는 화가 나서 생각도 하지 않고 말했다.말을 마치자, 그녀는 표정이 굳어졌다.세준은 오히려 웃음을 터뜨렸다.“네가 겁쟁이란 것을 인정한 거네.”“너랑 쓸데없는 얘기하고 싶지 않아. 그래서 대체 나랑 같이 갈 거야 말 거야?” 세희가 협박했다.“나랑 같이 가지 않으면, 난 앞으로 희민 오빠한테 학교에 데려다 달라고 부탁할 거야.”“제발 그랬으면 좋겠어.” 세준은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 “내가 한가한 줄 알아?”세희는 화가 나서 입을 오므리더니, 차 문을 열고 혼자 학교에 들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세준도 끝내 같이 내려왔다. 그녀는 세준을 보며 헤헤 웃더니, 그의 뒤로 달려갔다. 그리고 힘껏 뛰어올라 세준의 목을 끌어안았다.“날 죽일 작정이야?!” 세준은 성급하게 낮은 소리로 외쳤다.“오빠, 업어줘.” 세희는 손을 떼지 않고 애교를 부렸다. “세준 오빠 짱이야.”세준은 어쩔 수 없이 세희의 엉덩이를 받치며 위로 살짝 들었다. 그녀는 그의 얼굴에 다가가서 부드럽게 불렀다.“오빠.”“음.”“출발!”세준은 세희가 무슨 말을 할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자신의 귓가에 고함을 지를 줄은 몰랐다.세준이 세희를 업고 학교에 들어서자, 한 무리의 학생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세준과 세희는 그들의 시선을 무시하고 교실로 걸어갔다.강의동 앞에 도착할 때, 세희는 호기심에 세준을 쳐다보았다.“넌 왜 조금도 헐떡이지 않는 거지?”“아, 힘들어 죽겠네.” 세준은 담담하게 받아쳤고, 세희는 화가 나서 그의 어깨를 세게 두드렸다.“강세희!!”
그러나 우빈은 부모님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집안에 아무런 배경이 없는 사람일 뿐이었다. 그러니 또 어떻게 눈앞에 있는 남자와 비교를 하겠는가.우빈은 눈을 드리우며 천천히 한 걸음 물러섰다.그가 뒤로 물러서는 것을 보고, 세희는 심장이 조여왔다. 그녀는 감정을 억누르고 세준에게 말했다.“언제까지 멍 때리고 있을 거야? 얼른 가자!”세준은 냉소를 지으며 우빈에게서 시선을 거두었고, 세희를 업고 교실로 향했다.그러나 임지나는 지나가다 마침 이 장면을 보았다.고개를 숙이고 제자리에 서 있는 우빈을 보며, 그녀의 마음은 마치 바늘에 찔린 것처럼 아팠다.점심때 우빈이 뭐라고 했든, 임지나는 그의 팔을 잡아당기며 위층으로 끌고 갔다. 우빈은 반응을 하고 손을 빼려 했지만, 임지나는 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한 손으로 잡지 못하자, 그녀는 두 손으로 우빈을 끌고 계단을 향했다.“임지나, 뭐 하려는 거야?!”우빈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강세희를 좋아하는 이상, 왜 똑똑히 설명하지 않는 건데?!”임지나는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우빈은 입술을 오므렸다.“나와 세희의 일에 끼어들지 마.”“그럴 순 없어!” 임지나는 눈시울을 붉혔다.“난 네가 강세희 때문에 이렇게 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 우빈아, 너도 입이 있어, 설명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고!!”“그만해!” 우빈은 임지나를 뿌리쳤다.“난 세희 곁에 설 자격이 없어! 네 마음은 알겠지만 앞으로 이러지 마!”말이 끝나자, 우빈은 몸을 돌려 성큼성큼 떠났다. 임지나는 두 손을 꼭 쥐며 그런 우빈을 바라보았다.잠시 후, 임지나는 다시 고개를 들어 계단을 바라보았고, 아무 생각 없이 위층으로 달려갔다.세희의 교실 앞으로 달려가자, 세희를 업었던 남자는 여전히 그녀의 곁에 있었다.임지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세희의 앞으로 다가가서 물었다.“강세희, 우빈에게 상처 좀 주지 말아줄래?!”세희와 세준은 눈을 들어 임지나를 바라보았다.임지나의 태도에 세준은 차가운 기운을 뿜어내기 시작했고, 눈
두 사람의 말소리를 듣고, 교실 안의 학생들은 잇달아 그들에게 시선을 던졌다. 그러나 아무도 나서서 말리지 못했는데, 세준의 차가운 카리스마에 겁이 났기 때문이다.세희도 이 상황을 보고 얼른 일어섰다.“강세준, 그 손 놓지 못해!”세준은 아랑곳하기는커녕, 심지어 손에 힘을 더 주었다.임지나의 얼굴이 점점 창백해지자, 세희는 다급하게 세준의 팔을 잡았다.“오빠! 그만하라고!! 여긴 학교란 말이야!”임지나가 아픔에 곧 눈물을 흘리려는 순간, 세준은 그제야 혐오에 찬 눈빛으로 손을 거두었다.그는 주머니에서 수건을 꺼내 손을 닦은 뒤, 바닥에 버린 다음 세희에게 말했다.“강세희, 될수록 이 일을 빨리 해결했으면 좋겠어! 만약 더 이상 겁쟁이처럼 남의 뒤에 숨을 거면, 앞으로 날 오빠라고 부르지도 마!”이 말을 남긴 다음, 세준은 화가 난 채로 교실을 나갔다.세준이 정말 화가 났다는 것을 알아차린 세희는 힘없이 다시 의자에 앉았다. 그녀는 냉담하게 눈을 들어 공포에 질린 임지나를 바라보았다.“계속 오해할 거야?”세희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임지나는 물끄러미 제자리에 서 있었고, 한참 후에야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방금 그 남자, 네 오빠였어?”“응.” 세희는 인정했다.“그것도 내 친오빠야. 이제 다 물어봤어? 그럼 이만 떠나지 그래.”임지나는 눈알을 돌리더니 다시 세희를 바라보았고, 잠시 후 교실을 떠났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 일은 학교에 소문이 쫙 퍼졌다. 동시에 우빈도 이 사실을 전해들었다.하지만 그는 세희를 찾아가지 않았는데, 찾아가도 그녀가 자신과 말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어쩌면 우리는 방금 만난 서로에게 냉정해질 시간을 더 줘야 할지도.’사흘 후, 하영과 유준이 귀국했다.세희가 대학에 갔다는 것을 안 그들은 가장 먼저 학교로 달려가 그녀를 마중했다. 가는 길에 세준과 희민, 그리고 인우까지 불렀다.온 가족이 출동했기 때문에, 유준도 많은 경호원을 배치했다.학교 문 앞에 도착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