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우는 세희의 명령을 거역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는 겁에 질린 채로 앞으로 다가가더니 고분고분 인사했다.“희민이 형, 세준이 형, 누나...”세준과 희민이 막 대답하려고 할 때, 세희는 인우의 귀를 잡아당겼다.“정인우, 나와 함께 오빠들 마중하러 오라고 했는데, 넌 오히려 다른 아가씨에게 작업을 걸어!!”인우는 아파서 소리를 질렀고, 재빨리 세희의 손을 두드렸다.“누나, 아파, 아파요!! 잘못했어요! 이 손 좀 놔요!”희민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세희야, 그냥 말로 해. 인우는 이제 겨우 14살이니, 노는 것을 좋아해도 정상이지.”세준은 희민을 힐끗 쳐다보았다.“또 시작이네, 넌 동생들 편을 들지 않으면 어디 덧나는 거니?”‘세희와 인우는 다 우리 친동생이잖아...’세희는 인우를 놓아주었다.“다음에 또 나에게 들키면, 3일 동안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할 줄 알아! 들었어?”“네네네!”인우는 귀를 비비며 연신 승낙했다. 그리고 세준과 희민에게 말했다.“집에 돌아온 것을 열렬히 환영해요!”세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응, 이제 같이 밥 먹으러 가자.”저녁 무렵, 시스틴 레스토랑.세준과 희민은 외국에 여행하러 간 하영과 유준에게 전화를 했고, 세희는 인우와 함께 음식을 시켰다.종업원이 요리를 한가득 올리자, 세준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희민도 멍하니 바라보다가 곧바로 세희와 인우를 바라보았다.“너희들...”“다 먹을 수 있어요!”인우가 대답했다.“누나는 입맛이 얼마나 좋은지, 돼지 한 마리라도 다 먹을 수 있을걸요. 그거 모르죠? 누나가 집에 돌아오면, 셰프들이 얼마나 바쁜지... 아...”말을 마치기도 전에, 세희는 인우의 머리를 세게 때렸다.“누가 말하라고 했어?!” 세희는 인우를 노려보았다.“넌 나보다 더 많이 먹으면서, 내가 뭐라고 했니?”인우는 억울하게 세준과 희민을 바라보았다.“형들, 누나 좀 봐요!! 형들 없을 때, 누나는 줄곧 이렇게 날 괴롭혔고, 아빠 엄마도 그런 누나를 방임하셨단 말이
세준과 희민은 다시 고개를 돌려 세희를 바라보았다.세준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뭘 웃어?”“아무것도 아니야.” 세희는 고개를 저었다. “참, 너희들 이제 다시 떠날 필요가 없는 거지?”“출장을 하지 않는 한, 우리는 줄곧 김제에 있을 거야.”희민이 설명했다.세준이 물었다.“그러는 넌?”세희는 눈을 드리우며 접시에 있는 파스타를 말았다.“나도 일하는 것 외에 떠나지 않을 거야. 지철 할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으니, 매년 제사를 세 번 지내면 되거든.”세준과 희민은 저도 모르게 멍해졌다.“지철 할아버지는 작년에 돌아가셨어요.”인우는 세희를 힐끗 본 다음, 설명을 했다.“천수를 다한 셈이죠. 편히 돌아가셨지만, 갑작스럽긴 했어요.”노지철을 언급하자, 세희는 저도 모르게 가슴이 찡해졌다. 그녀는 우는 것보다 더 못생긴 웃음을 억지로 짜내며 말했다.“아, 지철 할아버지는 이미 90세가 되셨으니, 다 정상이지.”세희가 억지로 버티는 모습을 보고, 세준과 희민은 마음이 아팠다.‘이렇게 큰일이 일어났는데도 우리에게 말하지 않고 지금까지 숨겼다니.’‘세희는 정말 다 컸구나. 좋은 일만 얘기하고, 괴로움을 털어놓지 않는 나이가 됐어.’세준이 입을 열었다.“엄마가 그러던데, 너 대학에 가고 싶지 않다면서?”“응.” 세희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고개를 들지 않았기에 그녀는 세준의 어두워진 표정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희민은 따라서 물었다.“이유는?”“일이 너무 많아서. 여기 아니면 저기에 일이 있으니, 툭하면 결석하는 건 너무 귀찮잖아. 그래서 대학을 포기한 거야.”인우는 즉시 세희를 들추었다.“누나, 어떨 때는 두 주일 내내 할 일이 하나도 없으면서. 이거 완전히 핑계잖아요!”세희는 멈칫하더니 재빨리 눈을 들어 세준과 희민의 안색을 살폈다.그들이 모두 엄숙하게 자신을 보는 것을 보고, 세희는 고개를 돌려 인우를 노려보았다.“넌 그 입이 문제야.”“인우가 사실을 말한 게 무슨 잘못이야??” 세준은 불쾌하게 말했다.“무
‘진우빈...’세준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아주 익숙한 이름 같은데...’“몰라요?” 인우가 말했다.“누나 어렸을 때, 사이 좋은 친구가 하나 있었잖아요.”인우의 말에 세준은 그제야 생각났다.“응, 그래서?”“바로 이 사람 때문이에요. 이 일 때문에 엄마는 항상 한숨을 쉬었거든요.”세준은 인우를 쳐다보았다.“요점을 말해.”인우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 진우빈이 갑자기 사라져서 누나와 연락을 하지 않은 거예요. 누나는 충격을 받고 학교에 가고 싶지 않았던 거죠.”세준은 이 일의 심각성을 알아차렸다.“그 감정이 지금까지 지속된 거야?”“네.”인우가 말했다.“아빠도 설득하신 적이 있지만, 누나의 고집이 너무 세서, 누가 말해도 소용없었어요.”세준은 시선을 거두며 계단을 쳐다보았다.그와 희민은 이 일에 대해 전혀 몰랐다.‘이 사람에게 대체 얼마나 큰 매력이 있길래, 세희가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거지?’세준은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알았어, 너 내일 학교에 가야 하니까 먼저 올라가서 쉬어.”“네.”인우가 올라간 후, 세준도 일어나서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는 세희를 찾아가서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뜻밖에도 희민이 들어왔다.“세준아, 세희에 관한 일...”“마침 세희를 찾아가서 이 일을 말하려던 참이었어. 그때 우리가 진우빈이라는 사람을 조사했었잖아, 그 사람이 관건이야.”희민은 멈칫하더니, 우빈이 누군지 전혀 반응하지 못했다.“세희와 함께 부모님의 결혼식에 참석한 그 남자아이.”이렇게 말하자, 희민은 바로 기억이 났다.“그 사람이었구나. 그런데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같이 세희를 찾아가면 알게 될 거야.”희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세준을 따라 세희의 침실로 걸어갔다.세준은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세희야, 나야.”“들어와, 문 잠그지 않았어!”세희가 대답했다.세준은 문을 밀고 들어갔고, 세희는 이때 책상 앞에 앉아 부적을 그리고 있었다. 세준은 들어갈 준비를 했지만, 희민은
방에서 쫓겨난 세준과 희민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희민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세준아, 이제 세희의 생각에 따라 우리 아무 말도 하지 말자.”“희민아, 우리는 6살 때 외국에 가서 그 킬러들을 따라 잔혹한 훈련을 받았고, 생존조차 보장할 수 없는 되는 우림을 드나들었어. 생사를 앞두고도 우린 물러선 적이 없잖아?”희민은 잠시 침묵했다.“세희는 여자아이이니, 우리와 달라.”“내 말 못 알아들었어?” 세준은 희민을 응시하며 물었다.“알아.”희민이 말했다.“넌 세희가 어려움에 직면하여, 스스로 마음속의 매듭을 풀게 하고 싶은 거잖아.”“응.”희민은 어쩔 수 없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세준아, 넌 자신을 엄격하게 요구해도 되지만, 세희가 이 문제를 외면하는 것도 세희의 자유라고.”“그럼 앞으로는?” 세준은 계속 물었다. “해결할 수 없는 어려움에 부딪히면 계속 외면하라고?”희민은 침묵에 잠겼다.“그래서 지금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바로 진우빈을 찾아내서 세희를 그 사람의 앞에 보내려는 거야?”“응.” 세준이 대답했다.“그래야만 세희는 그동안 맺힌 마음의 매듭을 풀 수 있어. 그리고 진우빈이 어떤 사람인지, 자신의 감정을 베풀어도 되는 사람인지를 똑똑히 보게 할 수 있잖아.”“만약 그럴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면? 만약 세희가 더 큰 타격을 받는다면?”세준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목소리 역시 얼음처럼 차가워졌다.“그럼 난 그 사람을 죽여버릴 거야.”희민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컴퓨터를 꺼내 우빈의 자료를 찾았다.5분도 안 되어 희민은 컴퓨터를 세준에게 보여주었다.“김제대학, 대학교 2학년.”세준은 우빈의 자료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위에는 우빈의 사진이 있었다. 마른 체구에 깨끗한 모습은 어린 시절과 다름없었고, 꽤 잘생겼다.이목구비 역시 무척 부드러워, 소녀들이 선호하는 타입이었다. 세준의 시선은 우빈의 전공에 떨어졌다.‘장례학과?’‘이게 뭐야? 세희와 같은 길을 걷겠다고?’세준은 노트북을 덮었다.
인우는 두 사람이 싸우는 것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은근히 기뻤다.“누나, 세준이 형에게 잡혀 사는 사람이었어요?”“너 입 닥쳐!!”“닥쳐!”세준과 세희는 인우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그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인우는 억울하게 입을 벌렸다.“난...”말이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인우야, 두 사람의 싸움에 끼어들지 마. 오히려 네가 당할 거야.”단정하게 차려입은 희민이 인우의 곁에 나타났고, 그에게 남매의 싸움을 멀리하라고 일깨워 주었다.인우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희민의 팔을 껴안았다.“희민이 형, 오늘 나 학교에 데려다줄 거죠?”희민은 웃으며 말했다.‘아니, 난 세희를 학교에 데려다줘야 하거든.”인우는 땅이 꺼지도록 숨을 내쉬었다.“나 정말 주워온 아이인 가봐...”희민은 여전히 웃으며 말했다.“익숙해질 거야.”아침 10시, 세희는 세준과 희민에게 이끌려 학교로 갔다.원장님은 교수님을 찾아, 직접 세희를 데리고 반급으로 향했다. 그러나 이번에 세준과 희민은 함께 가지 않았다.세희는 그들을 노려보며 교수님을 따라 떠났다.허 교수는 웃으며 세희에게 말했다.“세희야, 우리 반의 세 번째 여학생이 된 것을 축하한다.”세희는 무뚝뚝하게 대답했다.“아, 정말 행운이네요...”교수님은 세희에게 장례학과의 장점에 대해 설명했고, 세희는 그저 지루할 뿐이었다.계단을 오를 때, 귓가에 갑자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우빈아! 나 좀 기다려!”이 이름을 듣고, 세희는 순식간에 발걸음을 멈추었고, 눈도 휘둥그레졌다.교수님은 혼자 중얼거리며 계속 위층으로 올라갔지만, 곁에 세희가 없는 것을 보고 얼른 고개를 돌렸다.“세희야? 왜 그래?”세희는 멍하니 침을 삼켰다.‘나 방금 뭘 들었지?’‘우빈?’‘이 익숙하면서도 낯선 이름... 그 사람일까?’‘내가 아는 그 진우빈일까? 아니면 그냥 성이 다른 사람일까?’“세희야??”교수님은 다시 세희를 불렀고, 그녀는 그제야 반응하며 고개를 들어 교수님을 바라보았
여자는 더욱 어리둥절해진 표정으로 우빈을 바라보았다. “우빈아, 너...”그러나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우빈은 다리를 들어 세희를 뒤쫓아갔다.여자는 얼른 소리쳤다.“우빈아, 여기 1학년의 교실인데, 네가 왜 들어가는 거야??”우빈은 여자의 말을 아랑곳하지 않고, 곧장 교실로 들어가 세희를 찾았다.‘14년! 이 14년 동안 세희에 관한 소식이 조금도 없었어!’‘방금 내 앞에 나타난 사람은 세희가 틀림없어.’비록 성인이 됐지만, 어렸을 때와 별로 큰 차이가 없었다. 우빈은 그녀의 맑은 두 눈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특히 방금 차갑게 대답한 말이 가장 좋은 증거야. 그 여자아이가 바로 세희라고!’우빈은 교실로 뛰어들어갔고, 교수님이 세희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보고, 문득 발걸음을 멈추었다.방금 자리에 앉은 세희는 그를 힐끗 보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세희는 모르는 척하며 교수님의 잔소리를 계속 들었다.우빈은 교실 문 앞에 서서 하영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두 사람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지만, 우빈은 저도 모르게 아득한 거리감을 느꼈다.방금 그의 곁에 있던 그 여자도 따라 들어오더니, 우빈의 팔을 잡고 말했다.“대체 뭐 하는 거야, 우빈아. 교실로 들어가야지.”우빈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며 저도 모르게 자신의 손을 뺐다. 그는 다시 세희를 바라보았고, 그제야 천천히 눈을 드리우며 몸을 돌렸다.“아무것도 아니야.”우빈은 여자의 말에 대답하며 천천히 교실에서 나갔다. 그는 일부러 속도를 늦추며 발을 내디뎠고, 세희가 입을 열어 자신의 이름을 부르기를 기대했다.그러나 그는 끝내 그녀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여자는 따라서 나간 뒤, 다시 멈춰 서서 교실 안의 세희를 바라보았다.그렇게 한참을 바라보고 나서야 그녀도 떠났다.계단을 향해 걸어가면서 여자가 물었다. “우빈아, 너 방금 그 여자와 아는 사이 맞지?”우빈은 입술을 오므리며 담담하게 말했다.“임지나, 이건 너랑 상관없는 일이야. 너 오늘 질문이 좀 많은 것 같아.
전화를 끊고, 세희는 교문을 향해 걸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잠깐만.”세희는 자신을 부르는 것이 아닌 줄 알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는데, 그 사람은 직접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어쩔 수 없었던 세희는 발걸음을 멈추었고, 눈을 들어 아침에 만난 적이 있는 그 여자를 바라보았다.‘진우빈의 곁을 따라다닌 여자였지. 두 사람 사이가 좋아 보였는데.’세희는 담담하게 임지나를 바라보았다.“무슨 일 있어?”“나 임지나라고 해.” 임지나는 세희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반가워.”세희는 임지나의 손을 힐끗 보았다.“난 너에 대해 관심이 없는데.”말이 끝나자, 세희는 임지나를 피하고 떠나려 했다. 그러나 임지나는 계속 쫓아가더니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너 우빈이랑 아는 사이지?”세희는 앞을 쳐다보며 임지나의 말을 듣지 못한 것처럼 대답하지 않았다.“두 사람 아는 사이인 거 맞지? 그런데 왜 모르는 척하는 거야?”세희는 임지나의 목소리에 짜증이 나서 숨을 크게 들이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많이 심심해?”“우빈이에 관한 일이라면 하나도 심심하지 않아.”세희는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다시 한번 말하지만, 난 그 사람 몰라. 무슨 문제 있으면 그 사람에게 물어봐, 나 찾아오지 말고. 알았어?”말이 끝나자, 세희는 발걸음을 재촉했다.임지나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세희의 팔을 잡았다.“넌 확실히 우빈이 알고 있잖아. 지금 외면하는 게 분명하다고!”세희는 참다못해 임지나의 손을 뿌리치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경고했다.“난 그쪽과 모르는 사이니까, 나 건드리지 마!”임지나도 덩달아 화를 냈다.“너 때문에 우빈이 오전 내내 말 안 한 거 알아?!”임지나의 말에 세희는 다시 걸음을 멈추었다.‘나 때문에 진우빈이 오전 내내 말을 안 했다고?’생각도 잠시, 세희는 다시 이성을 되찾았다.‘그게 나와 무슨 관계가 있지? 진우빈이 밥을 먹지 못하더라도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잖아!’이번에 임지나가 그녀의 뒤에서 무슨 말을
세희는 그제야 생각이 나서 입을 열었다.“차 샀어?”세준은 키득거리더니 손을 들어 잘난척했다.세희는 천천히 세준 앞으로 다가갔고, 세준이 고개를 돌린 순간, 재빨리 자신의 이마로 그의 이마를 들이받았다.“아-”세준은 아파서 소리를 질렀다.세희는 피식 웃으며 덧니 두 개를 내밀었고, 교활하게 웃었다.“야.” 세준은 이마를 가리며 말했다.“한동안 가만히 놔뒀더니, 까불고 있어.”세희는 눈썹을 치켜세웠다.“난 복수를 할 거야! 그러니까 건드리지 마!”세준은 고개를 저었다.“밥 먹으러 가자.”“응!”김제 대학.임지나는 식당에서 한참을 찾다가 구석에 앉아 있는 우빈을 찾았다. 그녀는 식판을 들고 우빈의 맞은편에 앉았다.우빈은 고개를 들어 임지나를 본 후, 계속 고개를 숙이고 밥을 먹었다.“넌 밥이 넘어가니?” 임지나는 어이가 없었다.“무슨 일 있어도 말을 하지 않다니.”“별일 없어.” 우빈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임지나는 콧방귀를 뀌며 핸드폰을 꺼내 우빈에게 그 사진을 보여주었다.“자, 네가 아는 그 여자에게 이미 남자친구가 생겼으니까, 너도 너무 슬퍼하지 말고 마음 접어.”임지나가 충고했다.우빈은 눈을 들어 사진을 보았다.그러나 순간, 그는 눈살을 찌푸리고 임지나를 바라보았다.“왜 남의 사진을 찍은 거야?”“남이 아니야!”임지나가 말했다.“아침에 네가 쫓아간 그 여자를 찍은 거지!”우빈은 분노를 느꼈다.“임지나, 이 일은 너와 아무런 상관도 없지 않아?”임지나는 멍해졌다. “왜 화를 내고 그래?”우빈은 젓가락을 내려놓았다.“임지나, 나도 진지하게 말하는 거지만, 이제 세희 찾아가지 마! 그리고, 세희가 무엇을 하더라도, 그것은 세희의 자유야. 몰래 남을 찍는 것은 세희를 존중하지 않는 거라고!”임지나는 우빈을 쳐다보며 영문을 몰랐다.“야, 진우빈, 너 멍청이냐? 강세희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는데, 아직도 그 사람을 좋아하다니. 너 어디 아픈 거 아니야? 더 이상 고집 부리지 말고, 너에게 잘해 주는 사람을
시현은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알았어, 알았어. 공주님 제발 살려주세요!!”세희는 그제야 흐뭇하게 손을 거두었다.“참, 지난번에 말한 그 사건 말이에요, 언제 해결하러 갈 거예요?”“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시현이 말했다. “네 몸은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으니까, 지금 계속 바쁘게 움직이면 안 돼. 만약에 저쪽에도 이런 악독한 귀신이 있다면, 너 또 상처를 입을지 몰라. 난 이미 죄책감 때문에 너와 결혼을 해서 평생 챙겨주고 싶으니까,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 정말 방법이 없어.”세희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시현 오빠와 결혼한다고 했어요?”“쳇.” 시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가 어때서? 나도 어깨가 넓고 근육이 있는 미남이라고!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세희는 말문이 막혔다.‘정말 뻔뻔하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칭찬하다니.’세희는 숨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시현 오빠.”“응?”“내가 지금 귀신을 잡는 일을 종사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난 사실 아주 좋은 신붓감은 아니에요. 눈치 없는 귀신들이 가끔 날 찾아와서 귀찮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난 인우와 반대로, 팔자에 음기가 가득 찼거든요.”“그러면 어떻게 되는데?”“7월 중순이 되면 많은 귀신들이 날 찾아올 거예요. 그럼 난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심지어 다칠 수도 있거든요.”“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만약 우리가 함께 한다면, 그 귀신들은 심지어 시현 오빠를 귀찮게 할 거예요.”“그래서, 이것 때문에 네가 최고의 신붓감이 아니란 거야?” 시현은 말을 마치고 웃으며 말했다. “이까짓 일로 내가 물러설 수 있을 것 같아? 세희야, 너도 날 너무 얕본 것 같아.”“그때 가면 나 때문에 모든 일이 잘 안 풀릴 텐데, 그게 두렵지도 않아요?” 세희는 시현에게 물었다.시현은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넌 우빈이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우빈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은 거야? 세희야, 넌 날 뭘로 보고.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난 두렵지
시현과 인우는 비록 귀신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검은 연기가 자신의 앞에서 천천히 흩어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인우는 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누나, 지금 어떻게 된 일이에요?”세희는 몸을 돌려 말했다.“그 귀신은 환생하고 싶지 않아서 이미 죽었어.”“귀신이 죽었다고?” 시현이 물었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뜻이야?”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을 바라보았다.“캐리 아저씨, 이제 그 여섯 명의 귀신을 좀 잡아주세요.”캐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불과 몇 분 만에 겁에 질린 그 귀신들을 세희의 앞으로 데려왔다.세희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들은 그 처녀귀신과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아니면 나와 같이 서낭당에 갈 건가요?”“서낭당에 갈래요!”“우리는 그 여자의 협박을 받아서 여기에 갇힌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벌써 떠났을 텐데!”“죽어도 우리를 괴롭히려 하다니!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이 귀신들은 그 처녀귀신이 사라진 후, 불평하기 시작했다.세희는 그들의 원망을 듣고,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지금 그 처녀귀신을 비난할 면목이 있는 거예요?!”세희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당신들을 죽인 것은 그 여자의 잘못일지라도. 당신들은 자신에게 그 어떤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만약 당신들이 그 여자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귀신으로 되어 이곳에 갇히지 않았겠죠!”“풉.” 한 여자 귀신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요? 그 여자는 늘 자신의 성적을 가지고 남을 비웃었어요. 그러지만 않았어도 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세희는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남의 성적이 우수해서, 당신들은 또 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그걸 자랑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정말 불쌍하네요! 이 세상에 당신들 같은 질투심이 강한 쓰레기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심해요, 당신들은 다음 생에도 이번 생에 지은 죗값을 치러야 하니까!”귀신들은 세희가 한 말에 화가 났지만, 캐리와 인우 때문에 화가
“말이 쉽지!” 처녀귀신은 화가 나서 말했다.“날 죽인 그 사람들은 비록 귀신이 되었지만, 나도 그들이 환생하지 못하게 붙잡아둬야 한단 말이에요!”세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 여섯 명의 학생들이 당신을 죽인 사람이었어요?”“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그들을 죽였을 것 같아요??”“그 사람들 찾아 복수를 한 이상, 이제 그만 그들을 놓아줘요. 이렇게 자신을 괴롭혀가며 그들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더 있을까요?”“그럴 순 없어요! 이렇게 쉽게 환생을 하라고 하는 건 너무 말이 안 되니까!!”처녀귀신이 노발대발했다.세희는 웃었다.“당신은 집념이 너무 커서 줄곧 이곳에 갇혀 있는 거예요. 영원히 자신의 고통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잖아요. 만약 내려가서 벌을 받고 환생하여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난다면, 이것 또한 자신의 과거를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어요?”“이렇게까지 날 가르칠 필요 없어요!”처녀귀신이 말했다.“오늘 당신들이 죽든지, 아니면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하자고요!”말을 마치자, 처녀귀신은 세희를 향해 공격하려 했다.세희는 바로 인우를 부르려고 했고, 이때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빠른 속도로 달려온 캐리는 즉시 그 처녀귀신을 먼 곳으로 밀어냈다.“좋은 말로 타일러도 듣지 않고, 심지어 세희에게 손을 대려고 하다니. 오늘 사라질 준비를 하는 게 좋겠어!”캐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붉은 옷을 입은 처녀귀신에게 말했다.“그게 뭐가 무섭다고.” 처녀귀신이 소리를 질렀다. “나도 이젠 지긋지긋해요! 이 더없이 더러운 세상! 내 부모님은 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들의 돈을 받고 바로 이 일이 없던 걸로 하자고 했어요. 내 오빠는 심지어 그들이 부자라는 것을 알고, 그들을 친구로 여겼고요! 환생할 게 뭐가 더 있겠어요? 환생해도 이렇게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마주해야 하니까, 차라리 날 죽여요. 더 이상 이 징그러운 세상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처녀귀신의 말을 듣고, 캐리는 바로 손을 써서
세희가 이렇게 말하자, 세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저녁 무렵, 인우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세희가 이미 집에 있는 것을 보았고, 무척 흥분해하며 달려갔다.“누나, 돌아왔어요?” 인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때요, 다 나은 거예요?”세희는 의미심장하게 인우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인우야, 오늘 저녁에 나 좀 도와줘.”“그래요.” 인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학교에 가는 거 맞죠?”세희는 의아하게 인우를 바라보았다.“뭐야? 너 이제 무섭지도 않는 거야?”인우는 미소를 천천히 거두었다.“누나, 귀신은 무섭지만, 난 누나가 더 이상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때 누나가 그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난 그날 정말 학교로 달려가서 그 귀신들을 죽이고 싶었어요. 그러나 시현 형이 누나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억지로 참고 가지 않았던 거예요.”세희는 뿌듯해하며 인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우리 인우 다 컸네. 누나를 걱정할 줄 다 알고.”인우는 세희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누나, 난 줄곧 누나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다음에 이런 위험한 일을 하러 간다면, 꼭 나 데리고 가면 안 돼요? 난 누나를 지켜주고 싶어요.”“그래! 저녁에 우리 가족들 함께 밥을 먹은 후에 바로 출발하자!”“좋아요!”저녁에 하영과 유준 그리고 희민이 돌아왔다. 세희가 이미 퇴원한 것을 보고, 세 사람은 기뻐해하며 그녀를 에워싸고 수다를 떨었다.저녁을 먹은 다음, 하영은 세희를 데리고 위층에 가서 간단하게 몸을 씻어주고서야 세희를 보냈다.문을 나서자마자, 세희는 시현이 그의 포르쉐와 함께 집 앞 정원에 있는 것을 보았다.세희와 인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시현을 쳐다보았다.세희가 먼저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에요?”시현은 별장을 바라보았다.“세준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나한테 연락했지 뭐. 네 기사 되어 달라고.”“우리 집에 기사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시현 오빠가 너
“그래, 우빈아, 넌 15년 동안 세희를 좋아했고, 또 세희를 위해 많은 것을 바쳤지. 하지만 그거 알아? 세희는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야. 세희가 만약 무슨 일을 알고 싶다면, 바로 감정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호흡이 흐트러진 우빈은 시현을 바라보며 다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알아요.” 우빈이 대답했다.“세희는 그 누구보다도 감성적이고 또 이성적이죠.”“그럼 만약 세희가 정말 날 선택한다면, 넌 어쩔 계획이야?”“그런 건 없어요.”우빈은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난 세희의 모든 선택을 존중할 거라고. 마찬가지로 다른 걱정 할 필요 없어요. 세희에게 거절을 당했다고 복수를 할 정도는 아니니까요.”시현은 계속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세희와 함께 하더라도 넌 세희와 계속 친구를 하겠다는 말이야?”우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나와 세희는 줄곧 친구였어요. 우리 두 사람이 사귀지 않아도, 앞으로 여전히 사이가 좋은 친구예요. 고 과장님, 세희를 좋아해도 되지만, 내가 세희와 계속 친구로 되는 것을 막을 순 없어요.”시현은 갑자기 웃었다.“그럼 됐어!”우빈은 시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시현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버튼을 눌렀다.“난 내가 세희와 사귀면, 넌 불편해서 세희와 연락 끊을 줄 알았거든.”우빈은 말문이 막혔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이제 세희를 포기하자고. 넌 정말 세희가 필요한 것 같으니까...”말을 하다 시현은 우빈을 힐끗 바라보았다.“네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들은 하지 않겠어. 아무튼 후에 생각해 봤는데, 만약 널 향한 내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세희를 포기한다면, 그건 널 무시하는 것과 같잖아.”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시현은 안으로 들어갔고 우빈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서자, 우빈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어요. 난 확실히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그래도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이런 상황이 아니잖아
시현은 말을 이어받으며 오른손을 들었다.“그때 내 오른손에 피가 가득 묻은 거 있지? 심지어 의사가 네 등의 썩은 살을 모두 베어낸 것을 직접 봤는데, 며칠째 잠을 못 잤어.”“에이, 그건 간단하죠!” 세희는 히죽거리며 말했다.“수면제 처방받으면 편안하게 잘 수 있지 않겠어요?”시현은 웃으며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세희야, 날 원망하고 싶지 않아?”“원망이요?” 세희는 시현의 뜻을 잘 몰랐다.“내가 왜요?”시현은 콧등을 긁적였다.“내가 널 데리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너도 이렇게 다치지 않았을 거야.”세희는 눈을 부라리며 시현을 바라보았다.“그건 시현 오빠 탓이 아니에요. 그 귀신들이 겁도 없이 나한테 덤빈 것뿐이니까요. 다 회복되면 그 귀신들 전부 잡아버릴 거예요!”“또 그곳에 가려고?” 시현은 경악하며 물었다.“그럼요!” 세희는 손을 내밀었다.“일곱 명의 귀신을 전부 다 데려갈 수 있다면, 염라대왕님은 좋다고 박수를 치실지도 몰라요.”시현은 세희의 얼굴에 나타난 즐거운 미소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난 오히려 네가 날 욕하면서 분풀이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홀가분한 말투로 말하는 거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그럼 너무 재미없죠! 난 시현 오빠 돈 뜯어먹는 게 더 좋은 거 같은데? 내가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으면, 날 데리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오케이!” 시현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참, 세준 오빠가 그러던데, 미정 할머니를 찾아갔다면서요?”시현은 숨김없이 대답했다.“응, 가서 어떻게 해야 널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쭤봤어.”“하하하.” 세희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날 보호한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리고 시현 오빠는 귀신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귀신과 싸우려는 거예요? 정의감과 용기로 귀신을 제압하려고요?”“내가 만약 내 정의감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엔 귀신이 없을 거야?”세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냥
시현은 세준 그들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한 다음, 혼자 의자에 앉아 멀리서 세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주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었고,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이때 간호사가 걸어왔다. 시현은 그녀를 보며 얼른 일어나 물었다.“선생님.”간호사는 그를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시죠?”“세희는 언제 중환자실에서 나올 수 있는 거죠?”“이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요 며칠 더 관찰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가씨는 제가 본 여자아이들 중에서 가장 엄중한 상처를 입으신 환자라서요. 잘못하면 흉터가 남을 텐데... 어휴...”말이 끝나자, 간호사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시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이번 생은 철저히 세희에게 빚진 셈이네.’사흘 후, 세희는 중환자실에서 나왔고, 이 일을 알게 된 하영과 유준도 얼른 병원에 찾아왔다.세희가 침대에 엎드려 멍을 때리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가슴이 아팠다.하영은 허리를 굽혀 세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세희야, 미안해. 네 오빠들이 아침에 금방 이 일을 알려줘서, 엄마와 아빠도 이제야 달려온 거야.”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괜찮아요, 엄마. 이거 봐요, 나 아직 멀쩡하잖아요?”하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걱정 마. 무슨 방법을 써서더라도 네 등의 흉터를 치료할 테니까.”“사실 난 이런 거 신경 안 써요. 등일 뿐이니, 평소에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 자신도 볼 수 없으니까,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없어요.”“네가 꾸미길 좋아한다는 거, 여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세준은 벽에 기대며 말했다.세희는 고개를 돌려 세준을 보려 했지만, 상처가 땅기는 바람에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세준은 마음이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다.“좀 움직이지 마. 나도 안 비웃을게.”유준은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너희들은 외국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좋은 성형과 의사를 찾아. 세희의 등에 절대로 흉터 남지 않게.”세준은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오자, 시현은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눈을 뜨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난 세희가 하는 일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데. 그럼 세희를 보호하려면 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지?’생각하다 시현은 핸드폰을 꺼내 세준에게 톡을 보냈다.[그 할머니 지금 어느 호텔에 계시는 거지?]얼마 지나지 않아, 세준은 시현에게 나미정이 지내고 있는 호텔 주소와 방번호를 보냈다.[고마워, 세준아.]세준은 이 문자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세희의 일, 난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야.][날 때리고 싶든, 죽이고 싶든 네 마음대로 해. 다 내 잘못이니 나도 변명할 말이 없어.]이 문자를 보낸 후, 더 이상 답장이 들어오지 않았다.시현도 더 이상 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어 호텔로 갔다.30분 후, 시현은 나미정이 있는 룸 앞에 도착했는데, 잠시 심사숙고한 다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곧 안에서 나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기다려.”문을 열자, 시현이 문밖에 서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약간 의아해했다.“네가 바로 병원에 있었던 그 총각인가?”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 저와 잠깐 얘기를 좀 나누시면 안 될까요?”“그래.” 나미정은 몸을 비키며 말했다. “들어와서 말하자꾸나.”시현은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고, 나미정은 그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무슨 일로 날 찾는 거지?”시현은 긴장이 돼서 두 손을 비볐다.“할머니, 저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해야 세희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평범한 사람이라...”나미정은 웃기 시작했다.“왜, 네가 보기에 우리와 같은 무당은 평범하지 않은 건가?”시현은 멈칫하더니 얼른 설명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아무튼 저희보다 강하고 특수한 능력이 있으시잖아요.”“그것도 다 하늘이 내려준 신기일 뿐이지.”나미정이 말했다.“그러나 우리도 평범한 사람들이야. 밥을 먹어야 하고, 또 때가 되면 죽는 법이니
세희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부적은 비록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여전히 강렬한 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세희는 숨을 들이마신 다음 천천히 일어섰다. 그 순간, 옆에서 놀던 그 귀신들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모두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들의 시선을 알아챈 세희도 눈을 돌려 귀신들을 보았다.‘또 이런 느낌이야! 이곳을 못 나가게 하는 그런 느낌!’세희는 밀려오는 공포를 참으며 용기를 내어 문 앞으로 걸어갔다.문과 가까워질수록 주위의 음기는 더욱 강렬해졌다. 심지어 세희는 자신의 영혼이 억압된 느낌을 받았다.“누나, 무서워하지 마요!!”“세희야! 용기를 내서 그곳에서 나와! 그 귀신들은 널 건드리지도, 널 다치게 하지도 못할 거야!”“누나! 나랑 형들이랑 그리고 고 과장님이 여기서 누나를 기다리고 있어요!”인우와 나미정의 목소리를 듣고, 세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가깝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다가갈 수 없는 문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세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부적이 그려진 손을 들어 다시 시도했다.이번에 그 귀신들은 섬뜩하게 웃기 시작했다. 세희가 문손잡이에 손을 얹으려 하자, 그들은 재빨리 앞으로 돌진했다.이때, 매몰찬 음기가 덮쳐왔고, 세희는 부적이 있는 그 손을 들고 돌아섰다.그 귀신들은 하마터면 세희의 영혼과 닿을 뻔했다. 그러나 세희의 손에서 나는 강렬한 양기가 서려 있는 부적을 감지한 그들은 표정이 돌변했다.세희는 뒤로 물러섰고, 등이 문에 닿는 순간, 재빨리 몸을 돌려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연 후, 그녀는 즉시 뛰쳐나갔다.이때, 줄곧 병상에 누워있던 세희는 눈을 번쩍 뜨더니 숨을 들이마셨다.세희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인우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누나! 왜 이제야 깨어난 거예요!!”그러나 세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눈을 천천히 감았다.인우는 완전히 멍해지더니 당황해진 표정으로 나미정을 바라보았다.나미정은 아주 침착하게 대답했다.“별일 아니야, 피곤해서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