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희는 계속 소리쳤다.“난 새로운 친구를 원하지 않아요! 난 우빈이만 원한다고요! 우빈이는 떠나면 새로운 친구들을 많이 사귈 것이고, 시간이 길어지면 예전의 친구인 날 잊을 거예요!”하영은 미간을 비볐다. 옆에 있던 유준은 손에 든 자료를 내려놓으며 그녀에게 물었다.“세희가 아직도 떼를 쓰고 있는 거야?”“네.” 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계속 울고 있으니 나도 이제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모르겠어요.”유준은 일어서서 하영의 핸드폰을 가져갔다.핸드폰을 귓가에 대는 순간, 세희의 울음소리가 또렷이 들려왔고, 유준은 저도 모르게 가슴이 아팠다.“세희야.” 유준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더 이상 울지 마.”“아빠도 내가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세희는 억울함을 느꼈다.“난 단지 내 친구를 곁에 남기고 싶을 뿐인데, 그게 그렇게 큰 잘못이에요?”“굳이 그 아이를 남겨야겠어? 이 세상에 친구가 그 사람 하나뿐이냐고?”“맞아요!” 세희는 단호하게 말했다.“난 오직 우빈이란 친구만 원해요! 다른 사람들은 다 진심이 아니란 말이에요!!”유준은 냉소를 지었다.“그래, 진우빈을 남기고 싶으면 네가 스스로 방법을 생각해! 우리는 절대로 너를 도와주지 않을 거야. 만약 너 자신의 능력으로 그 아이를 설득할 수 없다면, 더 이상 보채지 마!”세희는 순식간에 울음을 뚝 그치더니 입술을 오므렸다.“내가요?”“네가 그 아이를 남기려는 것이지, 우리가 아니잖아.”유준은 하영의 옆에 앉았다.“자신만의 생각을 갖고 있는 이상, 네가 스스로 이 일을 해결해 봐.”하영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유준을 바라보았다.“유준 씨, 세희는 아직 어리니까 너무 몰아붙이지 마요...”유준은 그녀를 바라보며 먼저 말을 하지 말라고 표시했다.“눈물은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어. 화를 내는 것도 마찬가지야.” 유준은 계속 세희를 인도했다.“비록 뜻대로 되지 않은 일이 있겠지만, 네가 열심히 하기만 하면 생각지 못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세희는
우빈은 세희를 바라보며 솔직하게 말했다.“나 여기에 꽤 오랫동안 서 있었는데.”세희는 멈칫하더니, 그의 시선을 마주했다.“그럼 내가 방금 집에서 소리 지른 것도...”“응.” 우빈이 대답했다. “다 들었어. 세희야, 화난 건 알겠지만 정말 미안해.”세희는 입술을 오므렸다.“넌 잘못을 하지 않았으니 나에게 사과할 필요가 없어.”“아니, 나 때문에 네가 울게 된 거잖아. 그러니 그것도 다 내 잘못이지.” 우빈이 말했다.“세희야, 나도 네 곁을 떠나고 싶지 않아...”그러자 우빈은 숨을 들이쉬었다.“그런데 이건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하지만 날 믿어, 떨어져 있더라도 난 절대로 너와 연락을 끊지 않을 거야, 응?”세희는 다시 눈시울을 붉혔다.“정말 여기에 남을 수 없는 거니?”“응.”우빈은 단호하게 말했다.“아직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나이가 아니라서.”“내가 아무리 애원해도?” 세희는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응.”세희는 실망을 느끼며 눈을 드리웠다.“난 너와 헤어지고 싶지 않아.”“아무도 이별을 마주하고 싶지 않을 거야.” 우빈이 말했다.“그건 너도, 나도 마찬가지일걸. 하지만 세희야,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봐.”세희는 우빈을 한 번 바라보더니, 곧 고개를 들어 반짝이는 밤하늘을 바라보았다.우빈은 세희의 곁으로 다가가서 그녀와 함께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봤어? 우리가 어디에 있든, 함께 이 하늘을 볼 수 있어. 모든 일출, 모든 노을, 모든 푸른 하늘, 모든 밤.”세희는 아쉬움이 커져만 갔고, 울고 싶은 충동을 꾹 참았다.“우빈아, 우리 평생 좋은 친구가 되는 거야, 응?”우빈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이 하늘에 대고 맹세할게. 난 평생 세희를 가장 중요한 사람으로 여길 거야.”세희는 훌쩍이며 우빈을 바라보았다.“그럼 나도 널 강요하지 않을게. 김제로 돌아가면 꼭 자신을 잘 챙겨.”우빈도 따라서 시선을 거두며 세희를 향해 담담하게 웃었다.“내 걱정만 하지 말고, 너도 자
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너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거야?”인나는 가슴을 달랬다.“긴장해서 그러잖아. 지난번에 산부인과 의사에게 물어봤는데, 보통 둘째를 낳을 때, 양수가 예정일보다 훨씬 일찍 터질 거라고 했어. 그런데 네 배는 아직도 인기척이 없으니, 난 걱정이 돼서 잠도 안 오고, 입맛도 없잖아.”“너도 참.” 하영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유준 씨와 현욱 씨가 책을 그렇게 뒤졌다고 하면서, 사실 넌 그들보다 더 걱정하고 있네.”인나는 헤헤 웃으며 손을 하영의 배에 올려놓았다.“나도 하루빨리 우리 작은 왕자님을 만나고 싶어서 그런 거지. 이제 곧 내 아이가 될 텐데.”말이 떨어지자, 하영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었다. 곧이어 그녀는 자신의 배를 어루만지더니 미간을 세게 찌푸리기 시작했다.인나는 멍하니 그런 하영을 바라보았다.“하영아?”하영은 뻣뻣하게 고개를 숙이며 자신의 두 다리를 바라보았다. 이때, 투명한 액체가 그녀의 다리를 따라 줄줄 흐르고 있었다.하영은 인나의 팔을 덥석 잡았고, 배에서 간간이 통증이 전해왔다.“인나야, 구급차 불러!!”인나는 눈을 부릅뜨며 소리도 따라서 높아졌다.“양수가 터진 거야?!”인나의 우렁찬 목소리가 자리에 앉은 유준과 현욱의 귀에 똑똑히 들려왔다.두 사람은 나란히 고개를 들더니 서로 눈을 마주친 뒤, 손에 든 책을 내려놓고 곧장 하영을 향해 달려갔다.유준은 긴장을 하며 그녀를 살펴보았다.“왜 그래?”하영은 얼굴이 점차 하얗게 질렸다.“양수가 터졌어요. 유준 씨, 구급차, 빨리 구급차 불러요!”유준은 허리를 굽혀 하영을 안았다. 그의 잘생긴 얼굴에는 당황과 긴장이 드러났지만, 여전히 차분하게 일을 안배했다.“그래도 우리가 운전하는 게 더 빠를 거야. 현욱아! 빨리 운전해!”현욱은 안절부절못하며 그제야 반응했다.“알았어, 내가 운전할게. 하영 씨, 심호흡해요! 심호흡하는 거 잊지 마요!!”그렇게 하영은 병원으로 옮겨졌다. 유준은 그녀를 이동식 침대에 올려놓았고, 하영은 유준의 손
현욱의 말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유준은 어두운 표정으로 몸을 돌려 한쪽 자리에 앉았다. 그는 두 손으로 이마를 받치며 온몸을 가볍게 떨었다.‘출산의 고통이 아주 심하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지만, 하영을 이토록 아프게 할 줄은 정말 몰랐어.’유준은 평소에 하영이 아프다고 말하는 것을 거의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 그녀는 끊임없이 소리를 질렀다.‘이럴 줄 알았다면, 하영이 임신하지 않도록 내가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출산의 통증에 대해, 유준은 책에서 본 적이 있었다. 온몸의 뼈를 부러뜨린 후에 다시 맞춘 다음 계속 부러뜨리는 것과 같다고 했다.‘한 아이를 낳는 것조차 하영을 이렇게 힘들게 하다니, 그럼 전에 삼둥이를 가졌을 때는?’그는 상상을 할 수가 없었다!! 심지어 그때의 유준은 하영의 옆에 있어주지도 못했다.검은 눈동자에는 점차 눈물이 고였고, 유준은 숨을 깊이 들이마신 다음, 고개를 들어 수술실을 바라보았다. 가슴이 너무 두근거려서 그는 자신을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시간은 1분1초 지나갔고, 현욱과 인나 두 사람도 끊임없이 밖에서 서성였다. 때로 수술실과 시간을 한 번 보니, 그들은 더욱 긴장해졌다.현욱은 또다시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한 시간이나 지났는데, 왜 아직도 끝나지 않은 거지?”“나도 몰라요. 심지어 난 하영이 제왕 절개 수술을 한 건지 아니면 자연분만을 한 건지도 잘 모르겠어요.”그러나 인나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소씨 부부, 예준과 주희, 그리고 소희원이 이쪽으로 황급히 달려왔다.예준은 수술실을 바라보더니, 성큼성큼 유준의 앞으로 걸어갔다.“어떻게 됐어?”유준의 목소리는 무척 떨렸다.“아직 수술 중이야.”송유라가 사람들을 위로했다.“괜찮아, 유준아. 하영은 임신 말기에도 운동을 많이 했으니 꼭 무사할 거야.”송유라의 말이 떨어지자, 수술실의 빨간 불이 갑자기 꺼졌다.모두들 재빨리 수술실 앞으로 걸어갔다.3분도 안 되는 시간에 수술실 문이 열렸고, 간호사가 아이를 안고 나왔다. 그
저녁, 주진우는 이 좋은 소식을 방금 훈련하고 돌아온 세준과 희민에게 알렸다. 심지어 그들이 하영과 영상 통화를 해서 남동생을 만나는 것에 동의했다.두 사람은 유준에게 전화를 걸었고, 유준은 바로 받았다.새까맣게 탄 두 아이를 보자, 유준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야유했다.“너희들 아프리카에 간 거야?”세준은 입술을 삐죽거렸다.“아빠가 와서 훈련을 받아보든가요.”희민은 세준의 어깨를 두드렸다.“세준아, 본론부터 말하자, 시간이 얼마 없어.”세준은 고개를 끄덕였다.“동생은요?”유준은 카메라를 작은 아기 침대에 누워 있는 아이에게 돌렸고, 눈빛에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여기.”세준은 한 번 보더니 눈썹을 찌푸렸다.“왜 이렇게 못생겼어?”희민도 멍해졌다. “이게 우리 동생이야?”“원숭이야!”이때, 문 앞에서 세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유준은 의아하게 고개를 돌렸는데, 세희가 인나의 손을 잡고 나타난 것을 보았다.“세희야? 네가 왜 돌아왔어?”세희는 아기 침대를 향해 걸어갔다.“지철 할아버지를 따라 이웃 도시에 갔는데, 엄마가 동생을 낳았다고 해서 찾아왔어요. 사진도 봤어요! 동생 정말 너무 못생겼는데! 쭈글쭈글해서 보면 볼수록 원숭이 같아요!”“맞아.” 세준은 맞장구를 쳤다. “이거 엄마가 낳은 아이 맞아요? 뭐가 잘못된 거 아니에요?”인나는 맞장구를 치고 있는 두 아이를 바라보았다.“갓난 아이라서 그래. 너희 동생은 말할 것도 없고, 너희 세 사람도 어렸을 때 이렇게 생겼다니깐.”희민이 말했다.“쭈글쭈글하지만, 못생긴 편은 아니에요.”“그래!” 인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도 우리 희민이가 말을 할 줄 아네!”“엄마는요?”세준이 물었다.유준은 아직 잠든 하영에게 카메라를 돌렸다.“피곤해서 아직 쉬고 있어.”세준과 희민 두 사람은 조용히 하영을 바라보았다. 모자가 마음이 통했는지, 하영은 갑자기 눈을 움직이더니 눈을 떴다.옆에서 소리가 나는 것을 듣고, 하영은 즉시 고개를 돌려 핸드폰을 보았다.햇볕
“정인우.” 유준의 시선은 아이의 몸에 떨어졌다.“사람 인자에 집 우자. 인간으로서의 본분을 잘 지키고, 자신의 가족을 잊지 말라는 뜻이야.”“와!” 세희의 눈동자에 반짝반짝 빛이 났다.“우리의 이름보다 더 듣기 좋은 것 같아요!”말이 끝나자, 세희는 눈을 가늘게 뜨며 유준을 야유했다.“아빠, 동생만 사랑하는 거 맞죠!”유준은 가볍게 웃으며 세희를 자신의 다리에 올려놓았다.“아빠는 너희들의 이름이 더 듣기 좋다고 생각해. 굳이 누구의 편을 들라고 한다면, 아빠는 우리 세희의 편만 들어줄 거야.”“네?” 세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동생이 제일 어린데, 왜 동생 편을 들어주지 않는 거예요?”“난 인우와 네 오빠들을 공평하게 대할 거야. 그러나 세희는 아빠의 유일한 딸이기 때문에 아빠는 네 편만 들어줄 거야.”유준은 자신이 인우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는 이 아이가 하영을 얼마나 고통스럽게 했는지를 직접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지금 이 아이에 대해 전혀 감정이 없었다.세희는 웃으며 유준을 껴안았다.“아빠가 날 가장 많이 사랑할 줄 알았어요! 하지만 이렇게 되면 인우가 좀 불쌍한데. 아빠, 그래도 인우에게 좀 잘해줘요!”유준은 웃으면서 세희의 작은 얼굴을 만졌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사흘 후, 하영은 집으로 돌아왔다.세희는 한동안 학교에 가지 않고 매일 하영과 인우의 곁에 있어주었다.하영이 인우를 낳은 날, 세희는 이 기쁜 소식을 우빈에게 알려줬지만, 며칠이 지나도 그녀는 답장을 받지 못했다.그래서 세희는 점점 우울해졌다.하영과 함께 있을 때, 그녀는 참지 못하고 핸드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에 놓으며 문자를 기다렸다.세희가 멍을 때리자, 하영은 다 먹은 죽을 한쪽에 놓고 물었다.“세희야, 너 왜 그래? 요 며칠 어디 아픈 거야?”이 말을 들은 세희는 생각을 접으며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별일 아니에요, 엄마. 그냥 우빈이의 문자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에요.”‘우빈이...’하영의
하영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맞아요.”“이유가 뭐야?”“우빈이 때문에요.”하영은 힘없이 말했다.“세희가 우빈을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그 아이와 연락이 닿지 않아서 울었고요.”유준의 잘생긴 얼굴은 점차 어두워졌다.“내가 가서 얘기 좀 해볼게.”“가지 마요!” 하영은 급히 입을 열어 유준을 막았다.“그냥 혼자 있게 해줘요. 당신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그럼 그 남자아이에게 빠지도록 내버려 둘 거야?” 유준은 세희의 상황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하영은 고개를 저었다.“그런 게 아니에요. 세희는 지금 우빈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잘 모르고 있으니, 굳이 우리가 밝혀줄 필요가 있을까요? 그리고 우리가 잘못 생각했을지도 몰라요. 세희는 단지 이 우정을 너무 중시하고 있을 뿐이죠.”유준은 하영의 옆에 앉았다.“만약 우리가 도와주지 않는다면, 세희는 아마도 줄곧 우울하게 지낼 거야.”“세희를 믿어요.” 하영이 말했다.“난 내 딸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루든 이틀이든, 1년이든 2년이든, 세희는 스스로 깨닫게 될 거예요. 유준 씨, 사람마다 겪어야 할 일이 다 다른 법이잖아요. 우리도 다 그렇게 버텨오지 않았나요?”유준은 아름다운 눈썹을 찌푸리고 눈을 들어 방문을 바라보았다.‘내 딸이 겪을 필요가 없는 고통을 하루빨리 내려놓았으면 좋겠는데.’방에서, 세희는 침대에 엎드려 한참 동안 울었고, 너무 피곤한 나머지, 핸드폰을 안은 채 잠이 들었다.깨어났을 때, 날은 이미 어두워졌다.창밖에 높이 걸려 있는 달을 바라보니, 눈물에 세희의 시선이 다시 희미해졌다.‘우빈아, 네가 말했잖아, 우리는 평생 좋은 친구가 될 거라고. 하지만 넌 왜 내가 널 찾을 수 없게 핸드폰을 꺼버린 거야?’‘우리가 같은 하늘을 볼 수 있다고 말했는데, 그럼 내가 지금 바라보고 있는 달을 너도 볼 수 있는 거니? 너 아직 김제에 있는 거 맞지? 그럼 넌 지금 또 무엇을 하고 있는 거야?’‘내가 널 찾지 못하면 슬퍼할지
14년 후.공항 안, 많은 사람들은 머리를 높이 묶고 쏜살같이 질주하는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군중을 누비며 출구로 달려갔다.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훤칠한 두 남자를 보자, 소녀는 젖 먹던 힘을 다해 마지막 스퍼트를 했다.“희민 오빠!! 세준 오빠!!”세희는 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돌아선 두 남자 앞으로 돌진했다. 그리고 두 팔을 벌려 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두 남자는 황급히 두 팔을 벌려 세희와 포옹을 했다.“오빠들! 귀국한 것을 환영해!!!”세희는 두 사람의 목을 꼭 껴안으며 힘껏 비볐다.“세희야, 어른이 됐는데도 아직 애교를 부리기 좋아하다니.”“강세희!! 지금 날 죽이려는 거야??”두 남자가 동시에 입을 열자, 세희는 눈시울을 붉히며 그들을 놓아주었다. 그리고 그녀는 눈가의 눈물을 닦았다.곧이어 세희는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세준과 희민을 향해 하얀 이빨을 드러냈다.“오빠들, 집에 돌아온 것을 환영해.”세준은 입술을 구부리며 세희의 머리를 두드렸다.“응, 돌아왔어.”희민은 우아하게 웃었다.“마중하러 오느라 수고했어.”세희는 헤헤 웃으며 그들 두 사람을 향해 하얀 손을 내밀었다.“그럼, 두 분 먼저 마중 나온 비용을 지불해주세요.”세준은 웃음이 순식간에 굳어지더니 이를 갈며 입을 열었다.“어쩐지 좋다고 마중을 나왔더라니!”희민은 어쩔 수 없이 말했다.“지난 주에 준 용돈은 벌써 다 쓴 거야?”세희는 민망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에이, 오빠들도 내 체질이 좀 특수한 거 잘 알잖아. 난 평소에 돈을 너무 많이 들고 다닐 수 없단 말이야. 희민 오빠가 1000만 원을 주자마자, 나 부주의로 학교의 호수에 빠졌어. 그래서...”세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추궁했다.“그래서 뭐?”“그래서 9000만 원을 다 기부했지 뭐야!” 세희는 방긋 웃었다.희민은 담담하게 웃으며 핸드폰을 꺼냈다.“그럼 내 카드 써. 넌 돈을 많이 들고 다닐 수 없으니, 이렇게 하는 게 더 좋을 거야.”세준은 희민을 보
시현은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알았어, 알았어. 공주님 제발 살려주세요!!”세희는 그제야 흐뭇하게 손을 거두었다.“참, 지난번에 말한 그 사건 말이에요, 언제 해결하러 갈 거예요?”“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시현이 말했다. “네 몸은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으니까, 지금 계속 바쁘게 움직이면 안 돼. 만약에 저쪽에도 이런 악독한 귀신이 있다면, 너 또 상처를 입을지 몰라. 난 이미 죄책감 때문에 너와 결혼을 해서 평생 챙겨주고 싶으니까,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 정말 방법이 없어.”세희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시현 오빠와 결혼한다고 했어요?”“쳇.” 시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가 어때서? 나도 어깨가 넓고 근육이 있는 미남이라고!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세희는 말문이 막혔다.‘정말 뻔뻔하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칭찬하다니.’세희는 숨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시현 오빠.”“응?”“내가 지금 귀신을 잡는 일을 종사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난 사실 아주 좋은 신붓감은 아니에요. 눈치 없는 귀신들이 가끔 날 찾아와서 귀찮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난 인우와 반대로, 팔자에 음기가 가득 찼거든요.”“그러면 어떻게 되는데?”“7월 중순이 되면 많은 귀신들이 날 찾아올 거예요. 그럼 난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심지어 다칠 수도 있거든요.”“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만약 우리가 함께 한다면, 그 귀신들은 심지어 시현 오빠를 귀찮게 할 거예요.”“그래서, 이것 때문에 네가 최고의 신붓감이 아니란 거야?” 시현은 말을 마치고 웃으며 말했다. “이까짓 일로 내가 물러설 수 있을 것 같아? 세희야, 너도 날 너무 얕본 것 같아.”“그때 가면 나 때문에 모든 일이 잘 안 풀릴 텐데, 그게 두렵지도 않아요?” 세희는 시현에게 물었다.시현은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넌 우빈이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우빈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은 거야? 세희야, 넌 날 뭘로 보고.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난 두렵지
시현과 인우는 비록 귀신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검은 연기가 자신의 앞에서 천천히 흩어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인우는 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누나, 지금 어떻게 된 일이에요?”세희는 몸을 돌려 말했다.“그 귀신은 환생하고 싶지 않아서 이미 죽었어.”“귀신이 죽었다고?” 시현이 물었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뜻이야?”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을 바라보았다.“캐리 아저씨, 이제 그 여섯 명의 귀신을 좀 잡아주세요.”캐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불과 몇 분 만에 겁에 질린 그 귀신들을 세희의 앞으로 데려왔다.세희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들은 그 처녀귀신과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아니면 나와 같이 서낭당에 갈 건가요?”“서낭당에 갈래요!”“우리는 그 여자의 협박을 받아서 여기에 갇힌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벌써 떠났을 텐데!”“죽어도 우리를 괴롭히려 하다니!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이 귀신들은 그 처녀귀신이 사라진 후, 불평하기 시작했다.세희는 그들의 원망을 듣고,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지금 그 처녀귀신을 비난할 면목이 있는 거예요?!”세희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당신들을 죽인 것은 그 여자의 잘못일지라도. 당신들은 자신에게 그 어떤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만약 당신들이 그 여자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귀신으로 되어 이곳에 갇히지 않았겠죠!”“풉.” 한 여자 귀신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요? 그 여자는 늘 자신의 성적을 가지고 남을 비웃었어요. 그러지만 않았어도 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세희는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남의 성적이 우수해서, 당신들은 또 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그걸 자랑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정말 불쌍하네요! 이 세상에 당신들 같은 질투심이 강한 쓰레기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심해요, 당신들은 다음 생에도 이번 생에 지은 죗값을 치러야 하니까!”귀신들은 세희가 한 말에 화가 났지만, 캐리와 인우 때문에 화가
“말이 쉽지!” 처녀귀신은 화가 나서 말했다.“날 죽인 그 사람들은 비록 귀신이 되었지만, 나도 그들이 환생하지 못하게 붙잡아둬야 한단 말이에요!”세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 여섯 명의 학생들이 당신을 죽인 사람이었어요?”“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그들을 죽였을 것 같아요??”“그 사람들 찾아 복수를 한 이상, 이제 그만 그들을 놓아줘요. 이렇게 자신을 괴롭혀가며 그들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더 있을까요?”“그럴 순 없어요! 이렇게 쉽게 환생을 하라고 하는 건 너무 말이 안 되니까!!”처녀귀신이 노발대발했다.세희는 웃었다.“당신은 집념이 너무 커서 줄곧 이곳에 갇혀 있는 거예요. 영원히 자신의 고통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잖아요. 만약 내려가서 벌을 받고 환생하여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난다면, 이것 또한 자신의 과거를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어요?”“이렇게까지 날 가르칠 필요 없어요!”처녀귀신이 말했다.“오늘 당신들이 죽든지, 아니면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하자고요!”말을 마치자, 처녀귀신은 세희를 향해 공격하려 했다.세희는 바로 인우를 부르려고 했고, 이때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빠른 속도로 달려온 캐리는 즉시 그 처녀귀신을 먼 곳으로 밀어냈다.“좋은 말로 타일러도 듣지 않고, 심지어 세희에게 손을 대려고 하다니. 오늘 사라질 준비를 하는 게 좋겠어!”캐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붉은 옷을 입은 처녀귀신에게 말했다.“그게 뭐가 무섭다고.” 처녀귀신이 소리를 질렀다. “나도 이젠 지긋지긋해요! 이 더없이 더러운 세상! 내 부모님은 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들의 돈을 받고 바로 이 일이 없던 걸로 하자고 했어요. 내 오빠는 심지어 그들이 부자라는 것을 알고, 그들을 친구로 여겼고요! 환생할 게 뭐가 더 있겠어요? 환생해도 이렇게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마주해야 하니까, 차라리 날 죽여요. 더 이상 이 징그러운 세상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처녀귀신의 말을 듣고, 캐리는 바로 손을 써서
세희가 이렇게 말하자, 세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저녁 무렵, 인우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세희가 이미 집에 있는 것을 보았고, 무척 흥분해하며 달려갔다.“누나, 돌아왔어요?” 인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때요, 다 나은 거예요?”세희는 의미심장하게 인우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인우야, 오늘 저녁에 나 좀 도와줘.”“그래요.” 인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학교에 가는 거 맞죠?”세희는 의아하게 인우를 바라보았다.“뭐야? 너 이제 무섭지도 않는 거야?”인우는 미소를 천천히 거두었다.“누나, 귀신은 무섭지만, 난 누나가 더 이상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때 누나가 그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난 그날 정말 학교로 달려가서 그 귀신들을 죽이고 싶었어요. 그러나 시현 형이 누나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억지로 참고 가지 않았던 거예요.”세희는 뿌듯해하며 인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우리 인우 다 컸네. 누나를 걱정할 줄 다 알고.”인우는 세희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누나, 난 줄곧 누나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다음에 이런 위험한 일을 하러 간다면, 꼭 나 데리고 가면 안 돼요? 난 누나를 지켜주고 싶어요.”“그래! 저녁에 우리 가족들 함께 밥을 먹은 후에 바로 출발하자!”“좋아요!”저녁에 하영과 유준 그리고 희민이 돌아왔다. 세희가 이미 퇴원한 것을 보고, 세 사람은 기뻐해하며 그녀를 에워싸고 수다를 떨었다.저녁을 먹은 다음, 하영은 세희를 데리고 위층에 가서 간단하게 몸을 씻어주고서야 세희를 보냈다.문을 나서자마자, 세희는 시현이 그의 포르쉐와 함께 집 앞 정원에 있는 것을 보았다.세희와 인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시현을 쳐다보았다.세희가 먼저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에요?”시현은 별장을 바라보았다.“세준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나한테 연락했지 뭐. 네 기사 되어 달라고.”“우리 집에 기사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시현 오빠가 너
“그래, 우빈아, 넌 15년 동안 세희를 좋아했고, 또 세희를 위해 많은 것을 바쳤지. 하지만 그거 알아? 세희는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야. 세희가 만약 무슨 일을 알고 싶다면, 바로 감정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호흡이 흐트러진 우빈은 시현을 바라보며 다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알아요.” 우빈이 대답했다.“세희는 그 누구보다도 감성적이고 또 이성적이죠.”“그럼 만약 세희가 정말 날 선택한다면, 넌 어쩔 계획이야?”“그런 건 없어요.”우빈은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난 세희의 모든 선택을 존중할 거라고. 마찬가지로 다른 걱정 할 필요 없어요. 세희에게 거절을 당했다고 복수를 할 정도는 아니니까요.”시현은 계속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세희와 함께 하더라도 넌 세희와 계속 친구를 하겠다는 말이야?”우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나와 세희는 줄곧 친구였어요. 우리 두 사람이 사귀지 않아도, 앞으로 여전히 사이가 좋은 친구예요. 고 과장님, 세희를 좋아해도 되지만, 내가 세희와 계속 친구로 되는 것을 막을 순 없어요.”시현은 갑자기 웃었다.“그럼 됐어!”우빈은 시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시현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버튼을 눌렀다.“난 내가 세희와 사귀면, 넌 불편해서 세희와 연락 끊을 줄 알았거든.”우빈은 말문이 막혔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이제 세희를 포기하자고. 넌 정말 세희가 필요한 것 같으니까...”말을 하다 시현은 우빈을 힐끗 바라보았다.“네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들은 하지 않겠어. 아무튼 후에 생각해 봤는데, 만약 널 향한 내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세희를 포기한다면, 그건 널 무시하는 것과 같잖아.”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시현은 안으로 들어갔고 우빈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서자, 우빈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어요. 난 확실히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그래도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이런 상황이 아니잖아
시현은 말을 이어받으며 오른손을 들었다.“그때 내 오른손에 피가 가득 묻은 거 있지? 심지어 의사가 네 등의 썩은 살을 모두 베어낸 것을 직접 봤는데, 며칠째 잠을 못 잤어.”“에이, 그건 간단하죠!” 세희는 히죽거리며 말했다.“수면제 처방받으면 편안하게 잘 수 있지 않겠어요?”시현은 웃으며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세희야, 날 원망하고 싶지 않아?”“원망이요?” 세희는 시현의 뜻을 잘 몰랐다.“내가 왜요?”시현은 콧등을 긁적였다.“내가 널 데리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너도 이렇게 다치지 않았을 거야.”세희는 눈을 부라리며 시현을 바라보았다.“그건 시현 오빠 탓이 아니에요. 그 귀신들이 겁도 없이 나한테 덤빈 것뿐이니까요. 다 회복되면 그 귀신들 전부 잡아버릴 거예요!”“또 그곳에 가려고?” 시현은 경악하며 물었다.“그럼요!” 세희는 손을 내밀었다.“일곱 명의 귀신을 전부 다 데려갈 수 있다면, 염라대왕님은 좋다고 박수를 치실지도 몰라요.”시현은 세희의 얼굴에 나타난 즐거운 미소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난 오히려 네가 날 욕하면서 분풀이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홀가분한 말투로 말하는 거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그럼 너무 재미없죠! 난 시현 오빠 돈 뜯어먹는 게 더 좋은 거 같은데? 내가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으면, 날 데리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오케이!” 시현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참, 세준 오빠가 그러던데, 미정 할머니를 찾아갔다면서요?”시현은 숨김없이 대답했다.“응, 가서 어떻게 해야 널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쭤봤어.”“하하하.” 세희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날 보호한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리고 시현 오빠는 귀신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귀신과 싸우려는 거예요? 정의감과 용기로 귀신을 제압하려고요?”“내가 만약 내 정의감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엔 귀신이 없을 거야?”세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냥
시현은 세준 그들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한 다음, 혼자 의자에 앉아 멀리서 세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주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었고,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이때 간호사가 걸어왔다. 시현은 그녀를 보며 얼른 일어나 물었다.“선생님.”간호사는 그를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시죠?”“세희는 언제 중환자실에서 나올 수 있는 거죠?”“이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요 며칠 더 관찰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가씨는 제가 본 여자아이들 중에서 가장 엄중한 상처를 입으신 환자라서요. 잘못하면 흉터가 남을 텐데... 어휴...”말이 끝나자, 간호사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시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이번 생은 철저히 세희에게 빚진 셈이네.’사흘 후, 세희는 중환자실에서 나왔고, 이 일을 알게 된 하영과 유준도 얼른 병원에 찾아왔다.세희가 침대에 엎드려 멍을 때리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가슴이 아팠다.하영은 허리를 굽혀 세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세희야, 미안해. 네 오빠들이 아침에 금방 이 일을 알려줘서, 엄마와 아빠도 이제야 달려온 거야.”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괜찮아요, 엄마. 이거 봐요, 나 아직 멀쩡하잖아요?”하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걱정 마. 무슨 방법을 써서더라도 네 등의 흉터를 치료할 테니까.”“사실 난 이런 거 신경 안 써요. 등일 뿐이니, 평소에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 자신도 볼 수 없으니까,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없어요.”“네가 꾸미길 좋아한다는 거, 여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세준은 벽에 기대며 말했다.세희는 고개를 돌려 세준을 보려 했지만, 상처가 땅기는 바람에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세준은 마음이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다.“좀 움직이지 마. 나도 안 비웃을게.”유준은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너희들은 외국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좋은 성형과 의사를 찾아. 세희의 등에 절대로 흉터 남지 않게.”세준은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오자, 시현은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눈을 뜨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난 세희가 하는 일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데. 그럼 세희를 보호하려면 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지?’생각하다 시현은 핸드폰을 꺼내 세준에게 톡을 보냈다.[그 할머니 지금 어느 호텔에 계시는 거지?]얼마 지나지 않아, 세준은 시현에게 나미정이 지내고 있는 호텔 주소와 방번호를 보냈다.[고마워, 세준아.]세준은 이 문자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세희의 일, 난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야.][날 때리고 싶든, 죽이고 싶든 네 마음대로 해. 다 내 잘못이니 나도 변명할 말이 없어.]이 문자를 보낸 후, 더 이상 답장이 들어오지 않았다.시현도 더 이상 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어 호텔로 갔다.30분 후, 시현은 나미정이 있는 룸 앞에 도착했는데, 잠시 심사숙고한 다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곧 안에서 나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기다려.”문을 열자, 시현이 문밖에 서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약간 의아해했다.“네가 바로 병원에 있었던 그 총각인가?”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 저와 잠깐 얘기를 좀 나누시면 안 될까요?”“그래.” 나미정은 몸을 비키며 말했다. “들어와서 말하자꾸나.”시현은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고, 나미정은 그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무슨 일로 날 찾는 거지?”시현은 긴장이 돼서 두 손을 비볐다.“할머니, 저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해야 세희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평범한 사람이라...”나미정은 웃기 시작했다.“왜, 네가 보기에 우리와 같은 무당은 평범하지 않은 건가?”시현은 멈칫하더니 얼른 설명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아무튼 저희보다 강하고 특수한 능력이 있으시잖아요.”“그것도 다 하늘이 내려준 신기일 뿐이지.”나미정이 말했다.“그러나 우리도 평범한 사람들이야. 밥을 먹어야 하고, 또 때가 되면 죽는 법이니
세희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부적은 비록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여전히 강렬한 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세희는 숨을 들이마신 다음 천천히 일어섰다. 그 순간, 옆에서 놀던 그 귀신들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모두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들의 시선을 알아챈 세희도 눈을 돌려 귀신들을 보았다.‘또 이런 느낌이야! 이곳을 못 나가게 하는 그런 느낌!’세희는 밀려오는 공포를 참으며 용기를 내어 문 앞으로 걸어갔다.문과 가까워질수록 주위의 음기는 더욱 강렬해졌다. 심지어 세희는 자신의 영혼이 억압된 느낌을 받았다.“누나, 무서워하지 마요!!”“세희야! 용기를 내서 그곳에서 나와! 그 귀신들은 널 건드리지도, 널 다치게 하지도 못할 거야!”“누나! 나랑 형들이랑 그리고 고 과장님이 여기서 누나를 기다리고 있어요!”인우와 나미정의 목소리를 듣고, 세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가깝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다가갈 수 없는 문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세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부적이 그려진 손을 들어 다시 시도했다.이번에 그 귀신들은 섬뜩하게 웃기 시작했다. 세희가 문손잡이에 손을 얹으려 하자, 그들은 재빨리 앞으로 돌진했다.이때, 매몰찬 음기가 덮쳐왔고, 세희는 부적이 있는 그 손을 들고 돌아섰다.그 귀신들은 하마터면 세희의 영혼과 닿을 뻔했다. 그러나 세희의 손에서 나는 강렬한 양기가 서려 있는 부적을 감지한 그들은 표정이 돌변했다.세희는 뒤로 물러섰고, 등이 문에 닿는 순간, 재빨리 몸을 돌려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연 후, 그녀는 즉시 뛰쳐나갔다.이때, 줄곧 병상에 누워있던 세희는 눈을 번쩍 뜨더니 숨을 들이마셨다.세희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인우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누나! 왜 이제야 깨어난 거예요!!”그러나 세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눈을 천천히 감았다.인우는 완전히 멍해지더니 당황해진 표정으로 나미정을 바라보았다.나미정은 아주 침착하게 대답했다.“별일 아니야, 피곤해서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