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준은 다리를 들어 하영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하영의 앞에 도착하기도 전에, 눈앞에 갑자기 몇 사람이 튀어나왔다.“정 대표님!” 인나는 피식 웃으며 유준을 바라보았다.“우리 하영이 너무 아름답지 않아요?”유준은 정신을 차렸지만, 시선은 여전히 수줍음에 고개를 들지 못한 하영에게 떨어졌다.“응.” 유준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확실히 아름답지.”“그래요! 하영이 그렇게 아름다운데, 우리가 어떻게 쉽게 데려가도록 내버려두겠어요?”인나는 드디어 속마음을 드러냈고, 유준은 그제야 그녀들의 계획을 알아차렸다. 신부 들러리는 결코 만만한 사람들이 아니었다.신랑 들러리들이 놀림을 당한 이상, 유준은 또 어떻게 쉽게 하영을 데려갈 수 있겠는가?유준은 내색하지 않고 눈썹을 치켜세웠다.“말해봐, 요구가 뭐야?”“아주 간단해요.”진연월이 입을 열었다. “3분 안으로 강 사장님의 결혼반지를 찾아내시면 돼요.”유준은 방을 한 번 훑어보았다.“이렇게 간단한 거야?”“간단하다고요?” 소희원은 혀를 내둘렀다.“유준 오빠, 이건 쉽지가 않아요. 어디에 숨겼는지 상상조차 하지 못할 걸요.”유준은 키득거리며 곧 하영을 향해 걸어갔다. 점점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에 하영은 멍하니 유준을 바라보았다.하영 앞에 이르자, 유준은 몸을 숙이고 그녀의 허리를 안았다. 그리고 하영이 놀란 가운데, 그는 가볍게 그녀를 안고 일어섰다.결혼반지가 하영의 드레스 밑에 있을 줄 알았던 유준은 침대에 아무것도 없는 것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유준 씨! 여기에 반지 없으니까 빨리 내려줘요!” 하영은 황급히 유준을 밀어내며 다시 침대에 앉았다.“풉.” 인나는 크게 웃었다.“정 대표님, 저희가 하영의 웨딩드레스 밑에 반지를 숨길 줄 알았어요??”유준의 잘생긴 얼굴은 즉시 어두워졌고, 그는 눈을 돌려 이미 옷을 갈아입고 들어온 현욱과 기범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유준의 어두운 시선에 그만 멍해졌다.“왜 그래, 유준아?” 현욱이 먼저 물었다.“이번에 인나 씨가
가방에 정말 하영의 결혼반지가 있을 줄이야.“찾았어!”현욱은 결혼반지를 유준에게 건넨 다음, 의기양양하게 인나를 바라보았다.“우리 유준이 얼마나 똑똑한데! 하영 씨가 힌트를 주지 않아도 찾을 수 있다고요!”“알았어요, 당신들 정말 대단하네요! 됐죠? 정 대표님, 얼른 하영을 안고 일어서야죠!”유준은 반지를 챙기며 하영의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한쪽 무릎을 꿇고, 하얗고 예쁜 하영의 발을 들어 구두를 신겨주었다.하영의 얼굴은 잘 익은 토마토처럼 빨개졌고, 부드러운 눈빛은 자신을 위해 구두를 신겨주고 있는 유준의 잘생긴 얼굴에 떨어졌다.그는 듣기 좋은 말을 하거나, 애정 어린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지 않았다. 그러나 유준의 부드러운 행동에는 하영을 향한 세심한 배려가 가득했다.구두를 신은 후, 한쪽의 기범은 흥분해하며 큰 소리로 외쳤다.“뽀뽀해! 뽀뽀해!”유준은 고개를 홱 돌리며 기범을 노려보았다. 기범은 일부러 못 본 척하더니 현욱까지 끌고 함께 소란을 피웠다.일시에 방에서 사람들의 왁자지껄한 소리로 가득 찼다.유준은 눈을 들어 하영을 바라보았고, 하영도 마침 고개를 들어 그의 시선을 마주했다.하영의 온화하고 반짝이는 눈동자를 보며, 유준은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그녀는 더 이상 유준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사람들을 한 바퀴 바라보았다.“시, 시간도 다 됐으니, 일단... 으윽...”하영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유준은 그녀의 머리를 꽉 잡으며 몸을 기울여 키스했다.사람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핸드폰을 꺼내 이 화면을 찍으려고 할 때, 유준은 이미 입술을 뗐다.“와, 유준아, 우리가 사진 좀 찍게 할 순 없는 거야!!”“그렇게 빨리 키스할 필요가 있어? 좀 보여주면 어디 덧나냐고!!”유준은 그들을 무시하고 몸을 숙여 침대에 앉아 있는 하영을 안았다.“가자!”구석에 서서 구경하던 시원은 재빨리 돈 봉투가 가득 담긴 상자를 안고 앞으로 다가가서 돈 봉투를 신부 들러리들에게 일일이 나누어주었다.저녁의 결혼식은 온 도시의
희민도 머리가 아팠다.“세희 설마 진우빈을 집에 데리고 간 것은 아니겠지?”“그럴 가능성도 있어!” 세준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우리에게 지금 핸드폰이 있었더라면, 난 당장 세희에게 전화를 해서 그 녀석을 제대로 혼냈을 텐데!”희민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됐어, 우리 지금 그렇게 많은 일을 상관할 처지가 아니잖아. 하지만 아빠가 있으니, 꼭 세희를 잘 단속할 거야.”“김제에 있을 땐 단속할 수 있어도, 시골에 내려가면 아무도 모르잖아!” 세준은 스크린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이를 갈았다.결혼식장에서, 세희와 우빈은 나란히 하영의 앞에서 걸으며 꽃잎을 뿌렸다. 그리고 하영은 소진호의 팔을 안고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나아갔다.앞에 있는 유준은 검은색 양복을 입고 있었고, 훤칠한 모습으로 제자리에 서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하영을 응시했다.유준 앞에 도착하자, 세희와 우빈의 임무는 끝났고, 그들은 손을 잡고 무대에서 내려갔다.소진호는 한숨을 돌리더니 하영의 손을 잡고 가볍게 그녀의 손을 유준의 손에 올려놓았다.“유준아, 오늘부터 우리 하영이를 자네에게 맡기마.” 소진호는 눈시울을 살짝 붉혔다.“앞으로 하영이를 잘 챙겨주고, 많이 사랑해야 한다!”유준은 그윽하게 하영을 바라보며 정중하게 약속했다.“제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저는 하영을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 것입니다.”소진호는 흐뭇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고개를 돌려 하영에게 말했다.“하영아, 난 먼저 내려가겠다.”하영은 코끝이 찡해졌다.“감사합니다, 삼촌.”소진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려 떠났다.하영은 소진호가 내려간 것을 지켜본 다음, 고개를 들어 유준을 보았다.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더니 담담하게 웃었고, 돌아서서 현장에 있던 모든 손님들을 바라보았다.사회자도, 쓸데없는 말도 없이 의식은 곧바로 진행되었다.세희는 다시 무대에 올라갔는데, 손에 작은 반지 케이스 두 개를 들고 두 사람에게 말했다.“아빠! 제일 예쁜 우리 엄마에게 결혼반지를 껴줘
“아니.”유준은 확고하게 말했다.“네가 마음속으로 무엇을 생각하든, 지금부터 죽을 때까지 넌 나 정유준의 아내야. 그럼 앞으로 잘 부탁할게.”하영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앞으로 당신이 내 곁에 있어줘서 정말 고마워요.”유준의 눈빛은 하영의 붉은 입술에 천천히 떨어졌고, 그는 그녀의 허리를 안더니 자신의 앞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몸을 숙여 하영의 부드러운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무대 아래의 현욱은 흥분해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유준아! 하영 씨! 두 사람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아!!”인나도 따라서 일어섰다.“하영아, 평생 행복하게 잘 살자!!”이 말을 듣고, 다른 손님들도 잇달아 소리쳤다.“두 사람 꼭 행복해야 돼!!!”...시간은 빠르게 흘러갔고, 이제 사흘 뒤면 겨울방학이었다.세희는 책상 위의 챙겨야 할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옆에 있던 우빈도 그녀를 도왔다.세희는 가방을 닫으며 말했다. “우빈아, 나 이제 다시 김제로 돌아갈 거야. 너 올해 방학에도 돌아갈 거라고 했잖아. 언제 돌아가는데?”우빈은 잠시 멈추더니 눈을 살짝 드리웠다. “세희야,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세희는 고개를 들어 우빈을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야?”“내년에 난 돌아오지 않을 거야.” 우빈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아쉬움이 가득했다.세희는 눈을 크게 떴다.“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김제로 전학 가는 거야?”우빈은 고개를 끄덕였다.“응, 우리 이모는 여전히 김제로 돌아가고 싶어 하시거든. 그래서 나도 함께 돌아가는 거지.”세희는 얼른 손에 든 가방을 내팽개치며 조급해했다.“우빈아, 네 이모한테 잘 말해 봐. 정 안 되면, 나와 지철 할아버지를 따라 같이 지내도 되잖아! 우리 얼마 전에 다 같이 잘 지내지 않았어?”우빈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이모는 동의하시지 않을 거야. 이모는 아직도 그때 지철 할아버지에게 신세를 너무 많이 졌다고 괴로워하시고 있거든.”세희는 눈시울을 붉혔다.“정말 갈 거야?”“응.” 우빈은 은근히 숨
노지철은 고개를 흔들었다.“세희야, 다른 건 다 들어줄 수 있지만, 유독 이 일은 안 돼. 사람은 항상 이별에 익숙해져야 해. 이 일은 내가 처음부터 가르쳐 줬잖아.”세희는 계속 눈물을 훔쳤다.“하지만...”“그런 건 없어.” 세희가 우는 것을 보며 노지철은 마음이 아팠지만, 끼어들 수 없는 일에 절대로 참견하면 안 됐다. 그는 세희에게 많은 설명을 하지 않았다. 필경 어떤 일은 아이가 스스로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인생은 험난하고 슬픈 동시에 또 씁쓸하고 기쁜 여정이기에, 인생이란 무엇인지는 오로지 이 수많은 감정을 느껴봐야 진정으로 이를 느낄 수 있다.세희와 한참을 같이 있어주다가 노지철은 그제야 계속 말했다.“세희야,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우빈과 제대로 작별을 해야지.”“싫어요! 전 작별 인사를 하지 않을 거예요! 작별이 제일 싫단 말이에요!”세희는 소리를 지른 다음, 자신의 이불 속으로 숨었고, 울음소리도 점점 커졌다.우빈의 집에서.저녁 식사 때, 우빈은 입맛이 없었지만, 가족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몇 입 먹은 다음 다시 젓가락을 내려놓았다.식탁에서 내려온 그는 마당으로 걸어갔다. 우빈 이모는 얼른 소리쳤다. “우빈아, 어디 가려는 거야?”우빈은 돌아서서 말했다.“세희와 약속했거든요, 저녁 다 먹으면 숙제를 가르쳐주겠다고.”“이모가 데려다 줄까?”“아니에요, 이모. 바로 코앞인 걸요.” 말을 마치고 우빈은 마당을 나섰다. 문을 나선 그는 발걸음이 점차 빨라졌고, 어느새 노지철의 집에 도착했다.안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자, 우빈은 바로 손을 들어 문을 두드리려 했다. 그러나 오후에 세희가 더 이상 자신을 상대하고 싶지 않은 모습을 생각하니, 우빈은 묵묵히 손을 거두었다.그는 고개를 숙이고 문 앞에 서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부모님이 떠난 후로, 우빈은 늘 이모를 따라 이리저리 떠돌아다녔다.학교도 많이 바꾸었고, 새로운 친구도 적지 않게 사귀었지만,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은 친구는 세희뿐이었다. 그는 그녀에게서 생기와
세희는 계속 소리쳤다.“난 새로운 친구를 원하지 않아요! 난 우빈이만 원한다고요! 우빈이는 떠나면 새로운 친구들을 많이 사귈 것이고, 시간이 길어지면 예전의 친구인 날 잊을 거예요!”하영은 미간을 비볐다. 옆에 있던 유준은 손에 든 자료를 내려놓으며 그녀에게 물었다.“세희가 아직도 떼를 쓰고 있는 거야?”“네.” 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계속 울고 있으니 나도 이제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모르겠어요.”유준은 일어서서 하영의 핸드폰을 가져갔다.핸드폰을 귓가에 대는 순간, 세희의 울음소리가 또렷이 들려왔고, 유준은 저도 모르게 가슴이 아팠다.“세희야.” 유준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더 이상 울지 마.”“아빠도 내가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세희는 억울함을 느꼈다.“난 단지 내 친구를 곁에 남기고 싶을 뿐인데, 그게 그렇게 큰 잘못이에요?”“굳이 그 아이를 남겨야겠어? 이 세상에 친구가 그 사람 하나뿐이냐고?”“맞아요!” 세희는 단호하게 말했다.“난 오직 우빈이란 친구만 원해요! 다른 사람들은 다 진심이 아니란 말이에요!!”유준은 냉소를 지었다.“그래, 진우빈을 남기고 싶으면 네가 스스로 방법을 생각해! 우리는 절대로 너를 도와주지 않을 거야. 만약 너 자신의 능력으로 그 아이를 설득할 수 없다면, 더 이상 보채지 마!”세희는 순식간에 울음을 뚝 그치더니 입술을 오므렸다.“내가요?”“네가 그 아이를 남기려는 것이지, 우리가 아니잖아.”유준은 하영의 옆에 앉았다.“자신만의 생각을 갖고 있는 이상, 네가 스스로 이 일을 해결해 봐.”하영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유준을 바라보았다.“유준 씨, 세희는 아직 어리니까 너무 몰아붙이지 마요...”유준은 그녀를 바라보며 먼저 말을 하지 말라고 표시했다.“눈물은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어. 화를 내는 것도 마찬가지야.” 유준은 계속 세희를 인도했다.“비록 뜻대로 되지 않은 일이 있겠지만, 네가 열심히 하기만 하면 생각지 못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세희는
우빈은 세희를 바라보며 솔직하게 말했다.“나 여기에 꽤 오랫동안 서 있었는데.”세희는 멈칫하더니, 그의 시선을 마주했다.“그럼 내가 방금 집에서 소리 지른 것도...”“응.” 우빈이 대답했다. “다 들었어. 세희야, 화난 건 알겠지만 정말 미안해.”세희는 입술을 오므렸다.“넌 잘못을 하지 않았으니 나에게 사과할 필요가 없어.”“아니, 나 때문에 네가 울게 된 거잖아. 그러니 그것도 다 내 잘못이지.” 우빈이 말했다.“세희야, 나도 네 곁을 떠나고 싶지 않아...”그러자 우빈은 숨을 들이쉬었다.“그런데 이건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하지만 날 믿어, 떨어져 있더라도 난 절대로 너와 연락을 끊지 않을 거야, 응?”세희는 다시 눈시울을 붉혔다.“정말 여기에 남을 수 없는 거니?”“응.”우빈은 단호하게 말했다.“아직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나이가 아니라서.”“내가 아무리 애원해도?” 세희는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응.”세희는 실망을 느끼며 눈을 드리웠다.“난 너와 헤어지고 싶지 않아.”“아무도 이별을 마주하고 싶지 않을 거야.” 우빈이 말했다.“그건 너도, 나도 마찬가지일걸. 하지만 세희야,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봐.”세희는 우빈을 한 번 바라보더니, 곧 고개를 들어 반짝이는 밤하늘을 바라보았다.우빈은 세희의 곁으로 다가가서 그녀와 함께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봤어? 우리가 어디에 있든, 함께 이 하늘을 볼 수 있어. 모든 일출, 모든 노을, 모든 푸른 하늘, 모든 밤.”세희는 아쉬움이 커져만 갔고, 울고 싶은 충동을 꾹 참았다.“우빈아, 우리 평생 좋은 친구가 되는 거야, 응?”우빈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이 하늘에 대고 맹세할게. 난 평생 세희를 가장 중요한 사람으로 여길 거야.”세희는 훌쩍이며 우빈을 바라보았다.“그럼 나도 널 강요하지 않을게. 김제로 돌아가면 꼭 자신을 잘 챙겨.”우빈도 따라서 시선을 거두며 세희를 향해 담담하게 웃었다.“내 걱정만 하지 말고, 너도 자
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너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거야?”인나는 가슴을 달랬다.“긴장해서 그러잖아. 지난번에 산부인과 의사에게 물어봤는데, 보통 둘째를 낳을 때, 양수가 예정일보다 훨씬 일찍 터질 거라고 했어. 그런데 네 배는 아직도 인기척이 없으니, 난 걱정이 돼서 잠도 안 오고, 입맛도 없잖아.”“너도 참.” 하영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유준 씨와 현욱 씨가 책을 그렇게 뒤졌다고 하면서, 사실 넌 그들보다 더 걱정하고 있네.”인나는 헤헤 웃으며 손을 하영의 배에 올려놓았다.“나도 하루빨리 우리 작은 왕자님을 만나고 싶어서 그런 거지. 이제 곧 내 아이가 될 텐데.”말이 떨어지자, 하영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었다. 곧이어 그녀는 자신의 배를 어루만지더니 미간을 세게 찌푸리기 시작했다.인나는 멍하니 그런 하영을 바라보았다.“하영아?”하영은 뻣뻣하게 고개를 숙이며 자신의 두 다리를 바라보았다. 이때, 투명한 액체가 그녀의 다리를 따라 줄줄 흐르고 있었다.하영은 인나의 팔을 덥석 잡았고, 배에서 간간이 통증이 전해왔다.“인나야, 구급차 불러!!”인나는 눈을 부릅뜨며 소리도 따라서 높아졌다.“양수가 터진 거야?!”인나의 우렁찬 목소리가 자리에 앉은 유준과 현욱의 귀에 똑똑히 들려왔다.두 사람은 나란히 고개를 들더니 서로 눈을 마주친 뒤, 손에 든 책을 내려놓고 곧장 하영을 향해 달려갔다.유준은 긴장을 하며 그녀를 살펴보았다.“왜 그래?”하영은 얼굴이 점차 하얗게 질렸다.“양수가 터졌어요. 유준 씨, 구급차, 빨리 구급차 불러요!”유준은 허리를 굽혀 하영을 안았다. 그의 잘생긴 얼굴에는 당황과 긴장이 드러났지만, 여전히 차분하게 일을 안배했다.“그래도 우리가 운전하는 게 더 빠를 거야. 현욱아! 빨리 운전해!”현욱은 안절부절못하며 그제야 반응했다.“알았어, 내가 운전할게. 하영 씨, 심호흡해요! 심호흡하는 거 잊지 마요!!”그렇게 하영은 병원으로 옮겨졌다. 유준은 그녀를 이동식 침대에 올려놓았고, 하영은 유준의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