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준은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말문이 막힌 유준을 보고, 하영은 웃으며 볼 옆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다.“유준 씨, 어떤 감정은 항상 저도 모르게 드러나거든요. 당신이 말하고 싶지 않으면 나도 강요하지 않을게요. 언젠가 똑똑히 생각한 후에 우리 다시 미래에 관에 이야기해요.”말이 끝나자, 하영은 맨 앞에 있는 아이들을 쫓아가 그들의 손을 잡고 웃으며 앞으로 걸어갔다.하영의 뒷모습을 보고, 유준은 생각에 잠긴 듯했다.다음날, 일행은 짐을 챙겨 다시 김제로 돌아왔다.별장에 돌아오자마자 하영은 주강의 전화를 받았다.하영은 전화를 받는 동시에 스피커를 눌렀고, 아이들을 위해 과일을 씻으면서 입을 열었다.“주강 오빠.”주강의 관심이 핸드폰에서 들려왔다.“하영 씨, 나도 이제야 부진석이 한 일을 알았는데, 이제 괜찮은 거예요?”방금 주방에 도착한 유준은 주강의 말을 똑똑히 들었다.유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식탁에 놓인 하영의 핸드촌을 불쾌하게 노려보았다.“주강 오빠는 소식이 여전히 빠르네요. 난 아무 일도 없으니까 안심해요.”“내 소식이 빠른 게 아니고요.”주강이 말했다.“인터넷에서 지금 검색어 1위가 바로 부진석이거든요. 난 그 사람이 자살할 줄은 정말 몰랐어요.”하영은 사과를 깎다 멈칫했다.“주강 오빠, 이 일은 언급하고 싶지 않아요. 다 지나간 일이니까요.”“미안해요. 참, 오늘 저녁에 시간 있어요? 밥 사주고 싶은데.”“시간 없어요!”갑자기 유준의 소리가 하영의 뒤에서 울렸다.하영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는데, 유준이 이미 그녀의 곁으로 와서 핸드폰을 든 것을 보았다.주강은 웃으며 말했다.“정 대표님, 남의 전화를 엿듣는 것은 아주 예의가 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하는데.”“당신이 나 몰래 내 여자를 만나는 건 매너가 있고요?”“정 대표님, 나와 하영 씨는 아무래도 협력 관계이니, 저희가 같이 밥을 먹는 건 굳이 당신의 동의를 거칠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요?”유준은 차갑게 웃었다.“다른 협력자들도 당신처럼 내 여자
‘어차피 유준 씨가 조급해하는 것이지, 내가 아니잖아.’‘그렇게 오랫동안 기다렸으니 좀 더 기다려도 괜찮아.’2층, 서재에서.유준은 답답하게 테이블 앞에 앉아 있었다.하영이 주강과 전화할 때의 말투를 생각하면, 유준은 안달이 날 지경이었다.‘염주강이 뭐라고 이렇게 차별을 할 수 있는 거지?’마침 현욱이 갑자기 전화를 걸었는데, 유준은 힐끗 본 다음 바로 받았다.“중요한 일 없으면 빨리 끊어!”유준은 넥타이를 잡아당기며 말했다.현욱은 잠시 멍해졌다.“유준아, 집에 도착하자마자 무슨 약이라도 잘못 먹었어?!”유준은 활활 타오르는 분노를 참으며 말투도 따라서 거칠어졌다.“할 말 있으면 빨리 해!”“알았어.” 현욱이 말했다.“기범이 같이 모이자고 전화했는데, 이틀 후에 또 출국한다나.”“시간 없어!”유준은 한마디로 거절했다.“저녁에 다른 일 있어.”“오후에 커피 좀 마시는 것뿐인데, 시간이 없다고?”‘오후라면 저녁에 돌아와서 하영과 함께 염주강을 만나러 갈 수 있지.’‘나도 이번 기회에 뭐 좀 물어볼 수 있고.’“주소 보내.”30분 후, 유준과 현욱 그리고 기범은 카페에서 만났다.기범은 서글픈 표정으로 두 사람 앞에 앉아 입을 열었다.“난 정말 너희들이 부러워.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할 수 있다니.”현욱은 기범을 야유했다.“왜? 네 아버지가 또 너를 출국시켜 외국 여자와 맞선을 보러 가라고 강요했어?”“이번에는 외국 여자가 아니야.” 기범이 말했다. “맞선 상대가 외국에 있는 거지. 군대의 한 사령관의 딸인데, 성질이 엄청 나쁘다고 들었어.”현욱은 웃음을 참았다.“그게 얼마나 좋아, 마침 너처럼 바람기 많은 놈을 제압할 수 있잖아!”“네가 더 바람기가 많겠지!” 기범은 기분 나빠 하며 현욱을 노려보았다.“난 너처럼 방탕한 남자를 본 적이 없어.”“내가 방탕하다고?!”현욱은 목에 힘을 주며 말했다.“나 지금 얼마나 착실한데!”기범은 현욱을 크게 비웃었다.“네가 착실하다고? 인나 씨가 네 곁에
말이 끝나자, 유준은 자연스럽게 하영에게서 차 열쇠를 받았다.세준은 옆에 서서 유준을 살펴보았다.“아빠, 틀렸어요. 엄마는 다른 사람과 맞선을 보러 가는 게 아니에요.”유준은 항상 자신을 까칠하게 대하던 꼬마를 바라보았다.“그럼 뭔데?”세준은 웃으며 하영을 바라보았다.“엄마처럼 이렇게 예쁜 미인이 왜 선을 보겠어요? 엄마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너무 많아서 아마 지구를 몇 바퀴나 돌아야 할걸요?”희민은 따라서 맞장구를 쳤다.“지난번에 인나 이모에게서 들었는데, 엄마 회사의 고위층들도 모두 엄마를 좋아한대요.”유준의 잘생긴 얼굴은 먹구름으로 뒤덮였다.“네 엄마는 딴마음을 품은 사람들을 거들떠보지도 않을 거야.”‘회사 고위층?’유준은 차갑게 웃었다.‘보아하니 나도 하루빨리 계획대로 움직여야 할 것 같군.’하영은 손목시계를 바라보았다.“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더 이상 출발하지 않으면 지각할 거야. 남자분들, 이제 그만 출발할까요?”한 시간 뒤, 하영과 유준은 두 아이를 데리고 레스토랑에 도착했다.그들은 주강이 예약한 룸에 들어갔고, 문을 열자, 주강은 이미 안에 앉아 있었다.하영을 본 주강은 웃으며 일어섰다.“왔어요.”하영은 앞으로 다가갔다.“주강 오빠, 미안해요. 길이 좀 막혀서 늦었네요.”“괜찮아요.” 주강은 고개를 들어 유준을 바라보았다.“정 대표님, 오랜만이네요.”유준은 가벼운 콧방귀를 뀌며 웃는 듯 마는 듯한 했다.“평생 안 봐도 되는데.”주강은 유준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두 아이에게도 인사를 한 다음 자리에 다시 앉았다.하영은 아이들에게 우유를 따라준 후에야 주강에게 물었다.“오늘 무슨 일로 날 찾은 거예요?”“그럼 직접 말할게요.”주강의 표정이 엄숙했다.“소희원 씨는 하영 씨의 사촌 여동생이니, 내가 희원 씨와 한 번 만나게 해줄 순 없나요?”하영은 멍하니 있다가, 유준과 시선을 교환한 후 다시 주강을 바라보았다.“지난번의 일 때문에 희원을 만나려는 거예요?”주강은 고개를 끄덕였다.“
주강은 웃으며 희원을 바라보았다.“지난번 일은 정말 고마웠어요.”주강은 한쪽에 있는 비서를 쳐다보았고, 비서는 얼른 준비한 선물을 들고 희원의 곁으로 다가갔다.“작은 성의이니 받아 줬으면 좋겠네요.’희원은 대범하게 받은 다음, 주강에게 물었다.“열어도 돼요?”“물론이죠.”희원은 위의 리본을 뜯은 다음, 선물 상자를 열었다.안에 있는 물건을 보며 희원은 눈이 휘둥그레졌다.멍하니 있다, 희원은 얼른 상자를 닫으며 물었다.“이건 어떻게 얻은 거예요?! 이것은 범어 대사가 직접 조각한 거 맞죠?!”“지난번에 희원 씨 목에 목걸이가 있는 것을 보고, 이런 물건을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어요.”“엄청 좋아해요!!”희원은 두 눈을 반짝이며 하영을 향해 말했다.“언니, 염 대표님이 나에게 준 보석이 범어 대사가 직접 만드신 거예요! 전에 예준 오빠에게 부탁한 적이 있지만, 구하지 못했거든요!”하영은 이 방면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범어 대사가 누구인지도 잘 몰랐다.그래서 하영은 그저 담담하게 웃으며 대답했다.“좋아하면 됐어.” 유준의 시선은 주강에게 떨어졌다.‘이 사람의 눈에 은근히 열정이 드러난 것 같은데.’‘염주강이 하영을 바라볼 때, 난 이런 열정을 본 적이 한 번 없는데.’‘설마 희원에게 마음이 움직인 건 아니겠지?’유준은 떠보았다.“염 대표님의 목표가 이렇게 빨리 바뀔 줄은 정말 몰랐네요.”주강은 희원의 웃는 얼굴에서 시선을 거두며 유준을 바라보았다.“정 대표님, 지금 날 떠보고 싶은 건가요?”유준은 차갑게 웃었다.“염 대표님 지금 좋아하는 대상이 생긴 이상, 왜 굳이 하영을 붙잡고 늘어진 거죠?”희원은 의아하게 고개를 들어 주강을 보더니 또 하영을 보았다.하영은 희원의 시선을 느끼며 천천히 설명했다.“나와 염 대표님은 아무런 관계가 없으니 이상한 생각하지 마.”“이상한 생각하지 않았어요.” 희원이 말했다.“하지만 나도 좀 궁금하네요. 유준 오빠가 말한 염 대표님이 좋아하는 대상이 누군지를. 혹시 날 말하는
하영은 웃으며 말했다.“이건 주강 오빠가 스스로 희원과 이야기해 봐야 할 것 같아요.”주강은 술잔을 들었다.“하영 씨, 오늘 밤 희원 씨를 초대해 줘서 고마워요.”하영도 마찬가지로 잔을 들었다.“주강 오빠는 그동안 날 그렇게 많이 도와주었는데, 이게 또 뭐라고요.”저녁에 하영과 유준은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세수를 한 다음, 하영은 세희의 음성 통화를 받았다.그리고 전화를 받자, 세희의 답답한 목소리가 전해왔다.“엄마, 오빠들 내일 떠나는 거 맞죠?”하영은 멈칫했다.“세희야, 오빠들이 너에게 말한 거야?”“네.” 세희가 말했다.“엄마, 오빠들 내일 언제 가요?”하영은 아직 욕실에서 샤워를 하고 있는 유준을 바라보았다.“엄마도 잘 모르겠어. 아빠가 샤워 마치면 엄마가 다시 물어볼게, 응?”“알았어요. 엄마, 우리 다른 얘기하면서 아빠 나올 때까지 기다려요.”하영은 세희와 함께 일상에 관한 얘기를 나누었고, 10분 뒤, 유준은 목욕가운을 입고 나왔다.세희의 활기찬 목소리가 핸드폰에서 들려오자, 머리를 닦던 유준은 침대 옆으로 가서 앉았다.“11시가 넘었는데, 세희는 왜 아직도 안 자는 거지?”하영은 몸을 일으켜 세웠다.“유준 씨, 세준과 희민이 내일 언제 떠나는지 알아요?”유준은 하영의 핸드폰을 바라보았다.“세희는 이미 알고 있는 거야?”“네!” 세희가 대답했다.“오빠들이 알려줬어요. 아빠, 나 오빠들 바래다주고 싶어요.”“그럼 넌 울지도 몰라.”유준이 말했다.“그래서 오지 않는 게 좋을 텐데.”세희는 얼른 거절했다.“싫어요! 난 오빠들 공항으로 바래다줄 거예요. 이번에 떠나면 다음에 언제 또 볼 수 있을지 모르잖아요.”세희는 울먹이며 곧 눈물을 흘릴 것만 같았다.유준은 바로 마음이 약해졌다.“알았어, 내일 전용기 보내서 너 데리러 갈게.”말하면서 유준은 침대 머리맡에 있는 핸드폰으로 진연월에게 전화를 걸어, 빠른 시간 내에 헬리콥터를 배치하여 세희를 데리러 가라고 했다.다음날, 하영은 아
하영은 젓가락을 든 손에 힘을 주었다.‘괜찮아, 희민아. 정말 엄마가 보고 싶으면, 엄마가 너희들 만날 방법 잘 생각해볼게.”희민은 멍해졌다.“그곳은...”하영은 고개를 저으며 희민의 말을 끊었다.“비록 그런 규정이 정해져 있지만, 때로는 다른 방법이 있지 않겠어?”희민은 잠시 생각하며 머리를 끄덕였다.“맞아요, 우리가 인정받기만 하면 틀림없이 가장 빠른 시간 내로 엄마를 만날 수 있을 거예요.”하영은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아이들과 밥을 다 먹은 후, 그녀는 위층으로 올라가서 아이들의 짐을 정리해 주었다.이번에 하영은 유준의 수하들에게 맡기지 않고, 스스로 세준과 희민의 옷이며 쓰는 물건을 트렁크에 넣었다.하나하나 정리하니, 하영은 점점 더 괴로움과 아쉬움을 느꼈다. 마지막에 그녀는 멈추며 고개를 숙여 소리 없이 흐느꼈다.문밖에서, 유준은 아래층으로 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방을 지나다가 반쯤 열린 문을 통해 그는 하영이 자신을 등진 채 바닥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하영의 얇은 어깨가 가볍게 떨리는 것을 보며, 유준은 눈빛이 어두워졌다.그는 잠시 서 있다가 문을 밀고 하영의 곁으로 걸어갔다.발자국 소리를 들은 하영은 아이들인 줄 알고 얼른 눈물을 닦았다. 고개를 들어 유준을 보자, 그녀는 당황해지더니 시선을 돌렸다.“당신이 왜 왔어요...”“내가 안 오면 계속 혼자 울고 있을 거 아니야.” 유준은 몸을 웅크리고 앉아 하영을 도와 아이들의 물건을 트렁크에 넣었다.“놔둬요, 유준 씨. 내가 하면 돼요.”“11시에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혼자서 언제까지 치우려고?” 유준이 물었다.“지금 이미 8시 30분이야.”하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말없이 아이들의 옷을 정리했다.마지막까지 정리한 그녀는 그제야 유준이 옷을 갤 줄 모른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옷을 엉망진창으로 뭉친 다음, 트렁크 틈새에 쑤셔 넣었다.하영은 웃으며 유준을 바라보았다.“당신은 가장 기본적인 것도 할 줄 모르는 것 같아요.”유준은 살
주진우는 담담하게 웃었다.“유준아, 난 이 아이들을 내 친손자처럼 생각하고 있으니,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그의 말에 하영은 마음이 조금 놓였다.일행은 세준과 희민을 탑승구로 데려다주었고, 하영은 아이들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그녀는 열심히 미소를 지으며 두 손으로 아이들의 팔을 잡았다.“이제 10분 뒤면 너희들도 떠나야 해. 그곳에 가면, 누구를 따르든 꼭 자신을 잘 챙겨야 해. 자신을 너무 힘들게 하지 말고.”세준과 희민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세준이 먼저 말했다.“엄마, 안심하세요. 나와 희민이는 가능한 한 빨리 돌아올 거예요.”“엄마도 자신을 잘 챙겨야 해요.” 희민은 방긋 웃었다.“아빠와 함께 노력해서 우리에게 여동생 하나 더 낳아줘요.”하영은 멍하니 있다가 희민의 작은 코를 만졌다.“엄마와 아빠는 아직 관계를 정하지 못했으니, 이 일은 아직 멀었어.”옆에서 세희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유준은 갑자기 고개를 숙이며 옆에 있는 하영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무슨 말을 하려 할 때, 뒤에서 다급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오빠!! 희민 오빠!!!”세희의 함성이 들려오자, 사람들은 분분히 뒤를 돌아보았다.세희는 작은 몸으로 여러 여객들을 비집고 가장 빠른 속도로 세준과 희민 앞으로 달려가 그들 두 사람의 목을 껴안았다.“나 왔어!”세희는 울면서 그들 두 사람을 안으며 말했다.“내가 너희들 A국으로 바래다주러 왔어. 늦지 않아서 다행이야.”세준과 희민은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두 사람은 세희가 아주 멀리서 달려와 그들을 배웅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세준과 희민은 갑자기 눈시울을 붉혔다. 이것은 그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이별 선물과 다름없었다.두 사람은 세희를 꼭 껴안으며 감정을 억누르고 그녀를 달랬다.“됐어! 울지 마!” 세준은 세희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사람들 앞에서 창피하지도 않나 봐.”희민의 검고 큰 눈에는 사랑이 가득 어려 있었다.“세희야, 우리 배웅하러 달려와 줘서 고마워. 수고했어.”세희
세준과 희민은 자신이 울면 세희가 더욱 그들을 보내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기다리고 있을게! 세희는 매일 핸드폰을 보면서 너희들이 문자 보내기를 기다릴 거야... 난 고분고분 어른이 될 거야. 밥도 잘 챙겨 먹고, 장난도 안 치고... 흑흑... 너희들도 꼭 일찍 돌아와...”하영은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고, 유준은 앞으로 가서 가볍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이번 이별은 모든 사람의 마음을 유난히 침울하게 했다.세희는 학교에 가야 하기 때문에, 세준과 희민을 배웅한 후, 점심을 먹고는 또 서둘러 비행기를 타고 돌아갔다.하영은 텅 빈 별장을 보면서 마음속까지 텅 빈 것만 같았고, 소파에 앉아 멍을 때렸다.그녀는 자꾸 아이들이 아직 출국하지 않았다고 느꼈는데, 수시로 위층에서 뛰어내려와 주방에 가서 우유를 마실 것 같았다.하영이 슬픈 것을 보며, 유준은 휴대전화를 꺼내 인나에게 문자를 보냈다.한 시간도 안 되자, 인나가 마인하우스에 나타났다. 문을 여는 순간, 인기척을 들은 하영은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인나를 보자, 그녀의 눈빛에 나타난 흥분은 점차 사라졌다.이를 본 인나는 가볍게 한숨을 쉬며 하영의 옆에 앉았다.“하영아, 아직도 아이들 생각하고 있는 거야?”하영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응, 여전히 적응할 수가 없네. 세준과 희민은 이미 떠났고, 세희도 우리와 잠깐 밥을 먹은 다음, 바로 떠났어...”“세 아이들도 모두 너랑 똑 닮은 것 같아.”인나가 말했다.“너 그때 김제에서 떠나 S국으로 가려고 할 때도 자신의 목표를 생각하며 미련없이 떠났잖아.”하영은 멍해지더니 자신도 모르게 웃었다.“난 어쩔 수 없이 떠난 거잖아.”“너도 참. 그럼 아이들은 널 떠나고 싶어서 떠난 줄 알아?” 인나는 하영의 손을 잡았다.“이제 그런 말 하지 말고, 오후에 우리 쇼핑하러 가자!”“잠깐!” 하영은 인나를 바라보았다.“네가 왜 갑자기 온 거야?”인나는 고개를 돌려 사방을 둘러보았는데, 유준이 없는 것을 보고서야 목소리를 낮추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