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은 인나를 바라보았다.“뭔데 그렇게 놀라는 거야?”인나는 핸드폰을 하영에게 보여주었다.“정유준 말이야, 널 찾지 못해서 나한테 문자를 엄청 많이 보낸 거 있지? 20여 통의 문자를 보내고 나서야 전화를 한 거야.”하영은 문자를 읽다 바로 피식하고 웃기 시작했다.“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전화를 한 셈인가?”인나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너희들 지금 감정이 아주 좋네.”“응!” 하영은 대범하게 인정했다.“유준 씨 기억을 되찾았거든.”“그 남자가 직접 말한 거야?!” 인나는 충격을 금치 못했다.“언제?”하영은 담담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유준 씨는 나에게 말하지 않았어. 아마 그 사람 자신도 말을 잘못했단 것을 모를걸. 나도 어제 이 일을 알아차린 거야.”“너희 두 사람...”인나는 놀라서 입을 막았다.“우리가 어제 한 말을 듣고, 정유준의 남자 본성이 불타오르기 시작한 건가?”하영의 귓불이 약간 빨개졌다.“아마도... 그런 것 같아...”“너무 잘 됐네, 하영아!”인나는 진심으로 자신의 절친을 위해 기뻐했다.“하지만, 정유준이 말하지 않으면 너도 말하지 마. 그 남자가 언제까지 참나 두고 보자고!”“알아.”하영은 문득 유준이 때로는 정말 유치하다고 느꼈다.한 시간 뒤, 하영과 인나는 다시 산꼭대기에 도착했다. 차가 아직 멈추지 않았지만, 하영은 마음이 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그녀는 차 문을 열던 동작을 멈칫하더니 손을 자신의 가슴 위에 얹었다.인나는 몸을 내밀며 물었다.“왜 그래? 어디 아파??”하영은 가슴을 억누르며 말했다.“괜찮아, 그냥 심장이 좀 빨리 뛰어서 그래.” “심장...”인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곧 불행이 닥치는 거 아니야!!”하영은 눈을 부라리며 인나를 바라보았다.“인나야, 이상한 말 좀 하지 마. 사람 당황하게.”인나는 얼른 ‘퉤퉤퉤’한 다음 다시 입을 열었다.“밤을 새워서 그래. 우리 빨리 위층으로 올라가 자자.”“좋아.”두 사람은 차에
하영은 참지 못하고 이마를 짚었다. ‘이렇게 말하면 오히려 문자를 보냈단 것을 알려주고 있잖아...’우람한 남자가 말했다.“보냈든 안 보냈든, 오늘 두 사람은 반드시 우리와 함께 가야 해요!”인나와 하영은 놀라서 눈을 부릅떴다.“당신들 누구죠?!”하영은 급히 인나를 뒤로 감쌌다.“여기 CCTV가 있으니, 눈치가 있는 사람이라면 함부로 움직이지 마요!”“CCTV? 이걸 말하는 거예요?” 이때, 그 여위고 허약한 남자가 핸드폰을 들었다.핸드폰에는 마침 그들 네 사람이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핸드폰 스크린이 번쩍이더니 화면은 직접 어두워졌다.인나는 다리가 걷잡을 수 없이 떨렸다.“이봐요, 제발 우릴 납치하지 마요. 우리에게 돈이 있으니 원하는 만큼 다 줄게요, 네? 두 배든 3배든 다 상관없다고요!”“우리는 돈을 원하지 않아요.” 여위고 허약한 남자가 입을 열었다. “우리는 단지 선생님의 명령에 따라 움직일 뿐이니까!”“선생님...” 하영의 머릿속에 누군가의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고, 당황한 기색이 점차 사라지더니 바로 진정을 되찾았다.하영은 예리하게 남자를 쳐다보며 물었다.“부진석 맞죠?!”여윈 남자가 가볍게 웃었다.“누구인지는 잠든 후에 다시 천천히 생각해 봐요!”말이 떨어지자, 엘리베이터에서 땡 하는 소리가 났다.문이 천천히 열릴 때, 하영은 인나의 손목을 힘껏 잡고 그녀를 데리고 뛰쳐나가려 했다.그러나 우람한 남자가 곁에 서 있었으니, 하영과 인나가 아무리 빨라도 남자는 손을 내밀면 됐다.우람한 남자에게 잡히자, 하영은 미친 듯이 발버둥 치며 복도를 향해 소리쳤다.“정유준, 살려줘요!! 살려... 윽...”인나도 여윈 남자에게 잡혀 입이 틀어막혔고, 전혀 소리를 내지 못했다.얼굴을 감싸고 있던 비단 수건에 두 사람은 의식을 점차 잃더니 몸도 따라서 나른해졌다.이때, 방 안.현욱은 유준의 방 소파에 나른하게 누워 하품을 하며 투덜댔다.“인나 씨와 하영 씨는 왜 아직도
현욱의 말을 무시하며, 유준은 문을 연 뒤 인나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현욱도 얼른 뒤따라 나갔는데, 두 사람이 나가자마자 복도에서 인나의 휴대전화 벨소리가 울릴 줄은 또 누가 알았겠는가.현욱은 유준 때문에 잔뜩 긴장했지만, 이 순간 다시 안심을 했다.그는 유준의 팔에 툭툭 치며 말했다.“인나 씨 핸드폰이 울린 이상, 두 사람 여기에 있다는 것을 증명하지! 인나 씨와 하영 씨는 분명히 우리와 장난치고 있을 거야! 이따가 절대 가만 안 둬!”그러나 유준은 전혀 경각심을 늦추지 않았다!심지어 차가운 기운은 점차 음침한 기운으로 변했다!유준은 핸드폰 벨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따라갔는데, 엘리베이터 앞에 떨어진 인나의 핸드폰을 보았다.바닥에 떨어진 눈에 띄는 노란색 핸드폰 케이스가 바로 인나가 줄곧 사용했던 것이었다!유준이 성큼성큼 엘리베이터 앞으로 걸어가자, 여전히 반응하지 못한 현욱도 계속 따라갔다.핸드폰 벨소리와 점점 가까워지자, 유준은 몸을 숙여 핸드폰을 주웠고, 현욱은 그제야 제자리에 멍해졌다.“인나 씨의... 핸드폰?!” 현욱은 다급하게 전화를 들었다.“왜 여기에 있는 거지?!”유준은 위험한 기운이 스며든 눈을 약간 가늘게 떴다.“지금 당장 아래층에 내려가서 프런트에게 하영과 우인나 씨를 본 사람이 있는지 물어봐. 난 아이들 찾아갈게!”현욱은 심각성을 깨닫고 얼른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1층에 도착한 현욱은 가장 먼저 프런트를 찾아가서 물었다.“방금 혹시 두 여자가 들어오는 거 못 봤어요?!하나는 머리를 높이 묶은 여자이고, 다은 하나는 검은 곱슬머리를 한 여자인데, 두 사람 모두 키가 1미터 68센티미터 정도예요! 시간은 대략 20분 전! 아니면 누가 두 사람 데리고 나가는 거 못 봤어요?!”직원들은 서로를 쳐다보았다.“손님, 일단 조급해하지 마세요.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현욱은 여기서 시간을 낭비하며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남자는 사자처럼 포효를 했다.“빨리 생각 좀 해봐요! 아니면 감시 카메라를 조사하든
유준도 이때 경호원의 전화를 받았는데, 구석구석 다 찾아봤지만 하영과 인나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산 아래의 경찰도 곧 도착했고, 호텔의 화장실도 놓치지 않고 모든 방을 수색했지만 여전히 두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유준은 이 소식을 들은 후, 분노가 차오르더니 주먹으로 유리창을 내리쳤다!유리가 깨지는 소리에 두 아이는 동시에 몸을 떨며 충격 받은 눈빛으로 손을 살짝 떨고 손등에 피가 흐르는 남자를 바라보았다.희민과 세준은 이를 악물었다. 지금은 시간이 촉박해서 그들도 유준을 위로할 시간이 없었다!마찬가지로 두 아이는 지금 위로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유준은 안색이 음침한 채 창가에 서 있었다.이 일을 한 사람은 진석 말고 다른 아무도 없었다.그리고 다른 사람이라면 흔적을 이토록 깔끔하게 지웠을 리가 없었다!지금 유준을 괴롭게 하는 문제는 단 하나 뿐이었다.‘부진석은 도대체 하영을 어디에 숨긴 거야!!’지금 진석의 세력을 철저히 제거했으니, 유준이 가장 두려운 것이 바로 진석이 하영을 데리고 자신의 곁을 완전히 떠나는 것이었다!이렇게 되면 정말 바다에서 바늘을 찾는 것처럼 전혀 손을 쓸 방법이 없을 것이다.현욱은 경찰에서 조서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왔다.컴퓨터 앞에 앉아 분주한 두 아이들을 보며, 현욱은 소파에 주저앉아 두 손으로 머리를 움켜잡았다.한참 뒤, 현욱은 낮은 소리로 고함을 질렀다.“정말 괘씸하군!!! 이 일은 틀림없이 부진석이 한 짓일 거야!! 틀림없어!!”현욱은 고함을 지른 다음 또 목이 메기 시작했다.“유준아, 방법 좀 생각해서 인나 씨와 하영 씨를 찾아! 부진석은 하영 씨를 좋아하니까 분명히 그녀를 해치지 않겠지만, 틀림없이 우리 인나 씨를 해결할 거야!”유준은 이를 악물었다.“나도 잘 알고 있어! 그곳에 배치한 경호원을 철수시켰으니 이제 바로 이 산과 이 마을을 샅샅이 조사할 거야! 진연월 쪽도 움직일 거고!”이때, 세준은 고개를 돌려 유준을 바라보았다.“차량 번호는요! 연월 이모는
“희민이 방화벽을 뚫은 ID를 알아내야 추적할 수 있어요.” 세준은 작은 눈살을 찌푸리며 설명했다.희민이 대답했다.“30분, 30분만 줘!”30분은 긴 시간이 아니었지만, 그들에게 있어 1분 1초가 흐르는 것은 무척 괴로운 일이었다.희민은 심지어 10여 분이 지난 뒤, 고도의 긴장으로 코에서 검붉은 코피가 흘러나왔다.모두들 희민의 상황에 놀라 심장이 조여왔다.희민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작은 손으로 닦은 다음, 계속 스크린을 바라보았다.그리고 오히려 입을 열어 다른 사람들을 위로했다.“걱정할 필요 없어요. 의사 선생님은 회복기에 가끔 코피를 흘리는 것이 정상적인 상황이라고 말했거든요. 조금 있다 엄마를 찾은 후, 다시 휴식을 좀 취하면 돼요.”희민이 설명하자, 모두들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마침 29분 뒤, 희민은 엔터키를 두드렸다.“됐다! id를 찾았으니 이제 세준이 네 차례야.”“넌 가서 쉬고 있어. 나머지는 나한테 맡기면 되니까.”작은 얼굴이 창백해진 희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힘없이 의자에 기대었다.유준은 희민의 작은 몸을 안았고, 희민은 피곤하게 눈을 떴다.“아빠, 난 괜찮아요...”“말 들어!” 유준은 희민을 안고 침실에 들어갔다.“일단 자. 소식 있으면 가장 먼저 너에게 알려줄 테니까.”“네...”불과 몇 시간 만에 현욱은 온갖 세상일을 겪은 것처럼 고단해졌다.유준이 침실을 나서자, 현욱은 쓴웃음을 지으며 자신을 비웃었다.“유준아, 나 가끔 나 자신이 세준과 희민보다 못하다는 느낌이 들더라.”유준은 현욱을 노려보았다.“넌 언제 쓸모가 있었지?”현욱은 말문이 막혔다.“그건 그래...”“유일한 장점은 일편단심 하나 뿐이지.”유준은 또 가볍게 한마디 덧붙였다.현욱은 머리를 긁적였다.“네 말이 맞아. 내 마음속에는 확실히 인나 씨밖에 없어.”다른 한편, 진석은 혼수상태에 빠진 하영을 데리고 그들이 원래 묵었던 민박집으로 돌아왔다.이곳의 경호원은 이미 전부 철수되어 가장 안전한 곳이었다.그리고 인나는
“헛된 망상을 하고 있네!”인나는 다시 격노했다.“정유준이 널 가만둘 것 같아? 지금 무슨 말도 안 돼는 꿈을 꾸고 있는 거야?!”“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네 도움이 필요한 거야.” 진석이 말했다.인나는 진석을 노려보았다.“내가 절친을 팔아먹고, 또 절친의 남자친구를 배신해서 너처럼 극악무도한 자식을 도와줄 것 같아?? 내 부모님의 목숨을 가지고 날 협박할 건가? 부진석, 너 정말 너무 웃기는군. 지금 널 도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텐데!”인나가 사실을 말하자, 진석은 무기력감을 느꼈다.남자는 점차 낮아진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래, 나 지금 확실히 아무것도 없어. 그러니 난 하영을 데리고 갈 수밖에 없다고.”인나는 차가운 눈으로 진석을 바라보았다.“그런 말로 날 감동시킬 수 있을 것 같아? 네가 양다인 시켜 하영을 향해 총을 쏜 일, 나 아직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 그리고 너의 비열한 수단에 못 이겨 하마터면 건물에서 뛰어내릴 뻔한 일도 내 머릿속에 아직 생생하다고. 나한테 도움을 청해도 돼. 하지만 내가 살아있는 한, 난 절대 네 요구에 승낙하지 않을 테니까!”진석은 몸을 굽혀 두 팔꿈치로 다리를 짚더니 고개를 숙였다.“널 찾아오기 전에, 난 일이 이렇게 될 줄 알았어. 우인나, 난 인정해. 내가 엉망진창으로 졌다는 것을. 하지만 난 여전히 살고 싶어!”“살아서 뭐 하게?” 인나는 참지 못하고 진석을 욕했다.“너 같은 짐승은 하루빨리 지옥에 내려가야 하는 거 아니야?!”“내가 지금 살아가는 유일한 희망이 바로 하영이 남은 인생을 지내는 것을 직접 지켜보는 거야.”“그게 뭐야?” 인나가 물었다.“좋아하는 사람에게서 자신이 부족한 것을 되찾으려고? 네 인생의 아쉬움을 메우려는 것이냐고?”진석은 침묵했지만, 인나에게 있어 이것이 바로 대답이었다.그녀는 마음속이 복잡해졌다.‘부진석은 악인이고 나쁜 사람이지만, 또 확실히 잔혹한 일을 많은 겪은 불쌍한 사람이었지. 그러나 아무리 불쌍하더라도 이렇게 남을
진석은 입술을 오므렸다.인나가 말했다.“거봐, 내가 이렇게 제안을 해도 소용이 없잖아? 네 결말은 이미 정해져 있다고.”“그래도 난 하영을 포기하지 않을 거야.”진석은 일어서서 말했다.“3일 안으로 난 모든 것을 준비한 다음, 하영을 데리고 떠날 거야. 지금은 비록 날 도와줄 부하가 없지만, 돈만 있으면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없지!”진석의 마지막 말을 듣고 인나는 마음속으로 경계를 하기 시작했다!‘3일이면 부진석이 대량의 자금으로 사람을 매수하여 하영을 데려가기에 충분하다고!’인나는 진석이 떠나는 뒷모습을 보고 급히 소리쳤다.“부진석, 더 이상 잘못을 고집하지 마! 하영은 절대로 너와 같이 떠날 리가 없다고!”진석은 발걸음을 멈추었다.“이 두가지 선택밖에 없는 거 아닌가?”이 말을 버리고 진석은 방 문을 열고 나갔다.인나는 얼른 침대에서 뛰어내려 진석을 따라서 나가려고 했는데, 뜻밖에도 문을 열자 밖에 우람한 남자가 길을 막고 있는 것을 보았다.억지로 상대하는 것도 타당한 방법이 아니어서, 인나는 어쩔 수없이 문을 닫고 다시 침대에 앉았다.다른 한편.진석은 하영의 방에 들어섰고, 이때의 하영은 여전히 침대에 누워 조용히 자고 있었다.진석은 침대에 앉아 하영의 정교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손을 들어 하영의 볼에 떨어진 잔머리를 가볍게 넘겨주었다.“하영아.” 진석은 잠긴 목소리로 입을 열며 눈 밑에 부드러운 물결이 떠올랐다.“넌 여전히 5년 전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변화가 없군. 만약 널 향한 내 마음을 좀 더 일찍 알아차렸더라면, 이 모든 일에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을까? 아니면, 내가 지금 조금만 더 노력한다면, 너도 완전히 나의 것으로 되는 것일까?”말하면서 진석은 목이 메기 시작했다.“난 내가 졌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현실은 내가 패배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어. 난 모든 것을 뒤로할 수 있어. 그러나 너만큼은... 내 곁에 남아서 나와 함께 있어주면 안 돼?”눈물이 진석의 눈에서 흘러내리더니 하영의
하영은 힘없는 몸을 억지로 지탱했다. 진석은 다가가서 도와주려 했지만, 손이 닿기도 전에 하영이 매정하게 뿌리쳤다.“나 다치지 마요!” 하영은 진석을 몹시 노려보았다.진석은 손을 거두며 하영이 스스로 몸을 일으킨 다음, 침대 머리맡에 기대도록 내버려 두었다.“내가 전에 충분히 설명한 것 같은데요? 바보라도 알아들을 수 있는 거 아닌가요!”진석은 눈을 드리웠다. “응, 나도 알아.”“아는 사람이 이렇게 여러 차례 날 데려가요?!” 하영은 감정이 격해지기 시작했다.“부진석, 난 당신처럼 양심 없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진석은 입술을 오므리더니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고개를 들었다.“하영아, 나랑 같이 가자, 응?”“가요?” 하영은 차갑게 웃었다.“어디로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당신의 고집과 이기심 때문에 얼마나 많은 억울한 사람이 죽었는지 아냐고요?! 당신은 자수한 다음 지옥에 가서 참회를 해야 해요. 이렇게 살아있으면 우리가 숨쉬는 공기조차 더럽히고 있으니까!”“그 사람들이 억울하다고 생각한 이상, 난?” 진석은 눈에 고통이 가득했다.“난 그런 위로를 받을 자격이 없는 거야? 남들의 위로는 원하지 않아. 하지만 왜 내 모든 과거를 알고 있는 너마저... 날 조금도 불쌍하다고 여기지 않는 거지?”진석의 말에 하영은 구역질이 났다.“불쌍하다고 여기라고요?” 하영은 비아냥거렸다.“난 차라리 밖에 떠돌아다니는 개를 동정하겠어요. 그러니 난 절대로 당신과 함께 떠날 리가 없어요! 만약 강제로 나를 데리고 떠나려 한다면, 각오하는 게 좋을 거예요. 난 수시로 경찰에게 신고할 테니까!”진석은 엄청난 상처를 받으며 지칠 대로 지쳤다.“그럼 말해봐,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진석은 힘없이 물었다.“난 당신이 죽었으면 좋겠어요.”하영은 비할 데 없이 냉담한 감정으로 말했다.“영원히 환생할 수 없게!”진석은 쓴웃음을 지었다. “이렇게 하면 날 용서해 줄 거야?” “이걸로 내 용서를 받을 줄 알았어요?”“네가 나를 용서
시현은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알았어, 알았어. 공주님 제발 살려주세요!!”세희는 그제야 흐뭇하게 손을 거두었다.“참, 지난번에 말한 그 사건 말이에요, 언제 해결하러 갈 거예요?”“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시현이 말했다. “네 몸은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으니까, 지금 계속 바쁘게 움직이면 안 돼. 만약에 저쪽에도 이런 악독한 귀신이 있다면, 너 또 상처를 입을지 몰라. 난 이미 죄책감 때문에 너와 결혼을 해서 평생 챙겨주고 싶으니까,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 정말 방법이 없어.”세희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시현 오빠와 결혼한다고 했어요?”“쳇.” 시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가 어때서? 나도 어깨가 넓고 근육이 있는 미남이라고!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세희는 말문이 막혔다.‘정말 뻔뻔하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칭찬하다니.’세희는 숨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시현 오빠.”“응?”“내가 지금 귀신을 잡는 일을 종사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난 사실 아주 좋은 신붓감은 아니에요. 눈치 없는 귀신들이 가끔 날 찾아와서 귀찮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난 인우와 반대로, 팔자에 음기가 가득 찼거든요.”“그러면 어떻게 되는데?”“7월 중순이 되면 많은 귀신들이 날 찾아올 거예요. 그럼 난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심지어 다칠 수도 있거든요.”“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만약 우리가 함께 한다면, 그 귀신들은 심지어 시현 오빠를 귀찮게 할 거예요.”“그래서, 이것 때문에 네가 최고의 신붓감이 아니란 거야?” 시현은 말을 마치고 웃으며 말했다. “이까짓 일로 내가 물러설 수 있을 것 같아? 세희야, 너도 날 너무 얕본 것 같아.”“그때 가면 나 때문에 모든 일이 잘 안 풀릴 텐데, 그게 두렵지도 않아요?” 세희는 시현에게 물었다.시현은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넌 우빈이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우빈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은 거야? 세희야, 넌 날 뭘로 보고.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난 두렵지
시현과 인우는 비록 귀신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검은 연기가 자신의 앞에서 천천히 흩어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인우는 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누나, 지금 어떻게 된 일이에요?”세희는 몸을 돌려 말했다.“그 귀신은 환생하고 싶지 않아서 이미 죽었어.”“귀신이 죽었다고?” 시현이 물었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뜻이야?”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을 바라보았다.“캐리 아저씨, 이제 그 여섯 명의 귀신을 좀 잡아주세요.”캐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불과 몇 분 만에 겁에 질린 그 귀신들을 세희의 앞으로 데려왔다.세희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들은 그 처녀귀신과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아니면 나와 같이 서낭당에 갈 건가요?”“서낭당에 갈래요!”“우리는 그 여자의 협박을 받아서 여기에 갇힌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벌써 떠났을 텐데!”“죽어도 우리를 괴롭히려 하다니!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이 귀신들은 그 처녀귀신이 사라진 후, 불평하기 시작했다.세희는 그들의 원망을 듣고,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지금 그 처녀귀신을 비난할 면목이 있는 거예요?!”세희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당신들을 죽인 것은 그 여자의 잘못일지라도. 당신들은 자신에게 그 어떤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만약 당신들이 그 여자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귀신으로 되어 이곳에 갇히지 않았겠죠!”“풉.” 한 여자 귀신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요? 그 여자는 늘 자신의 성적을 가지고 남을 비웃었어요. 그러지만 않았어도 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세희는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남의 성적이 우수해서, 당신들은 또 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그걸 자랑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정말 불쌍하네요! 이 세상에 당신들 같은 질투심이 강한 쓰레기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심해요, 당신들은 다음 생에도 이번 생에 지은 죗값을 치러야 하니까!”귀신들은 세희가 한 말에 화가 났지만, 캐리와 인우 때문에 화가
“말이 쉽지!” 처녀귀신은 화가 나서 말했다.“날 죽인 그 사람들은 비록 귀신이 되었지만, 나도 그들이 환생하지 못하게 붙잡아둬야 한단 말이에요!”세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 여섯 명의 학생들이 당신을 죽인 사람이었어요?”“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그들을 죽였을 것 같아요??”“그 사람들 찾아 복수를 한 이상, 이제 그만 그들을 놓아줘요. 이렇게 자신을 괴롭혀가며 그들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더 있을까요?”“그럴 순 없어요! 이렇게 쉽게 환생을 하라고 하는 건 너무 말이 안 되니까!!”처녀귀신이 노발대발했다.세희는 웃었다.“당신은 집념이 너무 커서 줄곧 이곳에 갇혀 있는 거예요. 영원히 자신의 고통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잖아요. 만약 내려가서 벌을 받고 환생하여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난다면, 이것 또한 자신의 과거를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어요?”“이렇게까지 날 가르칠 필요 없어요!”처녀귀신이 말했다.“오늘 당신들이 죽든지, 아니면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하자고요!”말을 마치자, 처녀귀신은 세희를 향해 공격하려 했다.세희는 바로 인우를 부르려고 했고, 이때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빠른 속도로 달려온 캐리는 즉시 그 처녀귀신을 먼 곳으로 밀어냈다.“좋은 말로 타일러도 듣지 않고, 심지어 세희에게 손을 대려고 하다니. 오늘 사라질 준비를 하는 게 좋겠어!”캐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붉은 옷을 입은 처녀귀신에게 말했다.“그게 뭐가 무섭다고.” 처녀귀신이 소리를 질렀다. “나도 이젠 지긋지긋해요! 이 더없이 더러운 세상! 내 부모님은 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들의 돈을 받고 바로 이 일이 없던 걸로 하자고 했어요. 내 오빠는 심지어 그들이 부자라는 것을 알고, 그들을 친구로 여겼고요! 환생할 게 뭐가 더 있겠어요? 환생해도 이렇게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마주해야 하니까, 차라리 날 죽여요. 더 이상 이 징그러운 세상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처녀귀신의 말을 듣고, 캐리는 바로 손을 써서
세희가 이렇게 말하자, 세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저녁 무렵, 인우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세희가 이미 집에 있는 것을 보았고, 무척 흥분해하며 달려갔다.“누나, 돌아왔어요?” 인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때요, 다 나은 거예요?”세희는 의미심장하게 인우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인우야, 오늘 저녁에 나 좀 도와줘.”“그래요.” 인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학교에 가는 거 맞죠?”세희는 의아하게 인우를 바라보았다.“뭐야? 너 이제 무섭지도 않는 거야?”인우는 미소를 천천히 거두었다.“누나, 귀신은 무섭지만, 난 누나가 더 이상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때 누나가 그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난 그날 정말 학교로 달려가서 그 귀신들을 죽이고 싶었어요. 그러나 시현 형이 누나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억지로 참고 가지 않았던 거예요.”세희는 뿌듯해하며 인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우리 인우 다 컸네. 누나를 걱정할 줄 다 알고.”인우는 세희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누나, 난 줄곧 누나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다음에 이런 위험한 일을 하러 간다면, 꼭 나 데리고 가면 안 돼요? 난 누나를 지켜주고 싶어요.”“그래! 저녁에 우리 가족들 함께 밥을 먹은 후에 바로 출발하자!”“좋아요!”저녁에 하영과 유준 그리고 희민이 돌아왔다. 세희가 이미 퇴원한 것을 보고, 세 사람은 기뻐해하며 그녀를 에워싸고 수다를 떨었다.저녁을 먹은 다음, 하영은 세희를 데리고 위층에 가서 간단하게 몸을 씻어주고서야 세희를 보냈다.문을 나서자마자, 세희는 시현이 그의 포르쉐와 함께 집 앞 정원에 있는 것을 보았다.세희와 인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시현을 쳐다보았다.세희가 먼저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에요?”시현은 별장을 바라보았다.“세준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나한테 연락했지 뭐. 네 기사 되어 달라고.”“우리 집에 기사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시현 오빠가 너
“그래, 우빈아, 넌 15년 동안 세희를 좋아했고, 또 세희를 위해 많은 것을 바쳤지. 하지만 그거 알아? 세희는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야. 세희가 만약 무슨 일을 알고 싶다면, 바로 감정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호흡이 흐트러진 우빈은 시현을 바라보며 다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알아요.” 우빈이 대답했다.“세희는 그 누구보다도 감성적이고 또 이성적이죠.”“그럼 만약 세희가 정말 날 선택한다면, 넌 어쩔 계획이야?”“그런 건 없어요.”우빈은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난 세희의 모든 선택을 존중할 거라고. 마찬가지로 다른 걱정 할 필요 없어요. 세희에게 거절을 당했다고 복수를 할 정도는 아니니까요.”시현은 계속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세희와 함께 하더라도 넌 세희와 계속 친구를 하겠다는 말이야?”우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나와 세희는 줄곧 친구였어요. 우리 두 사람이 사귀지 않아도, 앞으로 여전히 사이가 좋은 친구예요. 고 과장님, 세희를 좋아해도 되지만, 내가 세희와 계속 친구로 되는 것을 막을 순 없어요.”시현은 갑자기 웃었다.“그럼 됐어!”우빈은 시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시현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버튼을 눌렀다.“난 내가 세희와 사귀면, 넌 불편해서 세희와 연락 끊을 줄 알았거든.”우빈은 말문이 막혔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이제 세희를 포기하자고. 넌 정말 세희가 필요한 것 같으니까...”말을 하다 시현은 우빈을 힐끗 바라보았다.“네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들은 하지 않겠어. 아무튼 후에 생각해 봤는데, 만약 널 향한 내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세희를 포기한다면, 그건 널 무시하는 것과 같잖아.”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시현은 안으로 들어갔고 우빈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서자, 우빈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어요. 난 확실히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그래도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이런 상황이 아니잖아
시현은 말을 이어받으며 오른손을 들었다.“그때 내 오른손에 피가 가득 묻은 거 있지? 심지어 의사가 네 등의 썩은 살을 모두 베어낸 것을 직접 봤는데, 며칠째 잠을 못 잤어.”“에이, 그건 간단하죠!” 세희는 히죽거리며 말했다.“수면제 처방받으면 편안하게 잘 수 있지 않겠어요?”시현은 웃으며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세희야, 날 원망하고 싶지 않아?”“원망이요?” 세희는 시현의 뜻을 잘 몰랐다.“내가 왜요?”시현은 콧등을 긁적였다.“내가 널 데리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너도 이렇게 다치지 않았을 거야.”세희는 눈을 부라리며 시현을 바라보았다.“그건 시현 오빠 탓이 아니에요. 그 귀신들이 겁도 없이 나한테 덤빈 것뿐이니까요. 다 회복되면 그 귀신들 전부 잡아버릴 거예요!”“또 그곳에 가려고?” 시현은 경악하며 물었다.“그럼요!” 세희는 손을 내밀었다.“일곱 명의 귀신을 전부 다 데려갈 수 있다면, 염라대왕님은 좋다고 박수를 치실지도 몰라요.”시현은 세희의 얼굴에 나타난 즐거운 미소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난 오히려 네가 날 욕하면서 분풀이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홀가분한 말투로 말하는 거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그럼 너무 재미없죠! 난 시현 오빠 돈 뜯어먹는 게 더 좋은 거 같은데? 내가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으면, 날 데리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오케이!” 시현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참, 세준 오빠가 그러던데, 미정 할머니를 찾아갔다면서요?”시현은 숨김없이 대답했다.“응, 가서 어떻게 해야 널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쭤봤어.”“하하하.” 세희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날 보호한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리고 시현 오빠는 귀신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귀신과 싸우려는 거예요? 정의감과 용기로 귀신을 제압하려고요?”“내가 만약 내 정의감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엔 귀신이 없을 거야?”세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냥
시현은 세준 그들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한 다음, 혼자 의자에 앉아 멀리서 세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주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었고,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이때 간호사가 걸어왔다. 시현은 그녀를 보며 얼른 일어나 물었다.“선생님.”간호사는 그를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시죠?”“세희는 언제 중환자실에서 나올 수 있는 거죠?”“이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요 며칠 더 관찰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가씨는 제가 본 여자아이들 중에서 가장 엄중한 상처를 입으신 환자라서요. 잘못하면 흉터가 남을 텐데... 어휴...”말이 끝나자, 간호사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시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이번 생은 철저히 세희에게 빚진 셈이네.’사흘 후, 세희는 중환자실에서 나왔고, 이 일을 알게 된 하영과 유준도 얼른 병원에 찾아왔다.세희가 침대에 엎드려 멍을 때리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가슴이 아팠다.하영은 허리를 굽혀 세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세희야, 미안해. 네 오빠들이 아침에 금방 이 일을 알려줘서, 엄마와 아빠도 이제야 달려온 거야.”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괜찮아요, 엄마. 이거 봐요, 나 아직 멀쩡하잖아요?”하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걱정 마. 무슨 방법을 써서더라도 네 등의 흉터를 치료할 테니까.”“사실 난 이런 거 신경 안 써요. 등일 뿐이니, 평소에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 자신도 볼 수 없으니까,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없어요.”“네가 꾸미길 좋아한다는 거, 여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세준은 벽에 기대며 말했다.세희는 고개를 돌려 세준을 보려 했지만, 상처가 땅기는 바람에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세준은 마음이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다.“좀 움직이지 마. 나도 안 비웃을게.”유준은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너희들은 외국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좋은 성형과 의사를 찾아. 세희의 등에 절대로 흉터 남지 않게.”세준은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오자, 시현은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눈을 뜨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난 세희가 하는 일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데. 그럼 세희를 보호하려면 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지?’생각하다 시현은 핸드폰을 꺼내 세준에게 톡을 보냈다.[그 할머니 지금 어느 호텔에 계시는 거지?]얼마 지나지 않아, 세준은 시현에게 나미정이 지내고 있는 호텔 주소와 방번호를 보냈다.[고마워, 세준아.]세준은 이 문자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세희의 일, 난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야.][날 때리고 싶든, 죽이고 싶든 네 마음대로 해. 다 내 잘못이니 나도 변명할 말이 없어.]이 문자를 보낸 후, 더 이상 답장이 들어오지 않았다.시현도 더 이상 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어 호텔로 갔다.30분 후, 시현은 나미정이 있는 룸 앞에 도착했는데, 잠시 심사숙고한 다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곧 안에서 나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기다려.”문을 열자, 시현이 문밖에 서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약간 의아해했다.“네가 바로 병원에 있었던 그 총각인가?”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 저와 잠깐 얘기를 좀 나누시면 안 될까요?”“그래.” 나미정은 몸을 비키며 말했다. “들어와서 말하자꾸나.”시현은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고, 나미정은 그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무슨 일로 날 찾는 거지?”시현은 긴장이 돼서 두 손을 비볐다.“할머니, 저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해야 세희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평범한 사람이라...”나미정은 웃기 시작했다.“왜, 네가 보기에 우리와 같은 무당은 평범하지 않은 건가?”시현은 멈칫하더니 얼른 설명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아무튼 저희보다 강하고 특수한 능력이 있으시잖아요.”“그것도 다 하늘이 내려준 신기일 뿐이지.”나미정이 말했다.“그러나 우리도 평범한 사람들이야. 밥을 먹어야 하고, 또 때가 되면 죽는 법이니
세희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부적은 비록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여전히 강렬한 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세희는 숨을 들이마신 다음 천천히 일어섰다. 그 순간, 옆에서 놀던 그 귀신들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모두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들의 시선을 알아챈 세희도 눈을 돌려 귀신들을 보았다.‘또 이런 느낌이야! 이곳을 못 나가게 하는 그런 느낌!’세희는 밀려오는 공포를 참으며 용기를 내어 문 앞으로 걸어갔다.문과 가까워질수록 주위의 음기는 더욱 강렬해졌다. 심지어 세희는 자신의 영혼이 억압된 느낌을 받았다.“누나, 무서워하지 마요!!”“세희야! 용기를 내서 그곳에서 나와! 그 귀신들은 널 건드리지도, 널 다치게 하지도 못할 거야!”“누나! 나랑 형들이랑 그리고 고 과장님이 여기서 누나를 기다리고 있어요!”인우와 나미정의 목소리를 듣고, 세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가깝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다가갈 수 없는 문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세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부적이 그려진 손을 들어 다시 시도했다.이번에 그 귀신들은 섬뜩하게 웃기 시작했다. 세희가 문손잡이에 손을 얹으려 하자, 그들은 재빨리 앞으로 돌진했다.이때, 매몰찬 음기가 덮쳐왔고, 세희는 부적이 있는 그 손을 들고 돌아섰다.그 귀신들은 하마터면 세희의 영혼과 닿을 뻔했다. 그러나 세희의 손에서 나는 강렬한 양기가 서려 있는 부적을 감지한 그들은 표정이 돌변했다.세희는 뒤로 물러섰고, 등이 문에 닿는 순간, 재빨리 몸을 돌려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연 후, 그녀는 즉시 뛰쳐나갔다.이때, 줄곧 병상에 누워있던 세희는 눈을 번쩍 뜨더니 숨을 들이마셨다.세희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인우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누나! 왜 이제야 깨어난 거예요!!”그러나 세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눈을 천천히 감았다.인우는 완전히 멍해지더니 당황해진 표정으로 나미정을 바라보았다.나미정은 아주 침착하게 대답했다.“별일 아니야, 피곤해서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