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요??”현욱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때 주민이 우리를 협박했을 때, 누가 나서서 우리 가문을 도와줬는데요?!”배정일이 말했다.“그 여자가 조금 도와줬다고 내가 우리 가문 전체를 걸어 나서야 하는 거야?”“조금요?!”현욱은 배정일이 점점 낯설어졌다.“아버지, 이런 배은망덕한 분이셨어요?”“그 누가 와도 난 우리 가문을 걸 수 없어!”“마지막 한 번만 더 물어볼게요. 정말 가만히 보고만 계실 거예요?” 현욱은 실망을 금치 못했다.“그래! 난 절대로 끼어들지 않을 거야!”현욱은 배정일을 비웃었다.“내 아버지가 이런 사람이라니...”말이 끝나자, 현욱은 몸을 돌려 별장을 떠났다.30분 후, 현욱은 인나의 집에 나타났다.그는 인나의 집 앞에 오랫동안 묵묵히 서 있었지만, 시종 문을 두드릴 용기가 없었다.‘지금 나한테 또 무슨 낯짝이 있다고.’당시 현욱의 집안이 곤경에 처했을 때, 인나는 의롭게 외국에서 돌아와 그들을 도와 난관을 해결했다.심지어 자신의 명성까지 걸고 그들을 도왔던 것이다.그러나 현욱 아버지는 사람을 이용하고 나서 즉시 발뺌을 하는 사람이었다.현욱은 쓴웃음을 지었다.그러나 그가 몸을 돌려 떠나려 할 때, 문이 갑자기 열렸다.인나는 쓰레기봉투를 들고 있었는데, 문 앞에 서 있는 현욱을 보고 깜짝 놀랐다.“밤, 밤중에 아무 말도 없이 왜 여기에 서 있는 거예요?!”현욱은 고개를 숙인 채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쓰레기를 버릴 거면 내가 대신 버려줄 거예요. 그리고 나도 갈 거예요.”인나는 수상함을 감지하고 자세히 현욱을 바라보았다.두 눈이 빨개진 현욱의 모습에 그녀는 멍해졌다. “왜 그래요, 현욱 씨?”“아니에요.”현욱은 앞으로 가서 인나의 쓰레기봉투를 가져갔다.“일찍 쉬어요, 갈게요.”“스톱!” 인나는 현욱을 불렀다. “들어와서 똑똑히 말해요! 난 두 번 다시 말하고 싶지 않아요. 내 성질이 어떤지, 현욱 씨도 잘 알잖아요!”현욱은 잠시 머뭇거렸고, 인나를 화나게
말이 끝나자, 현욱은 휴대전화를 꺼내 기범에게 전화를 걸었다.상황을 똑똑히 들은 후. 기범이 말했다.“알았어. 내일 우리 아버지에게 물어볼게. 지금은 너무 늦어서 이미 주무셨거든. 그나저나 현욱아, 나도 이런 말 하고 싶지 않지만, 네 아버지 정말 웃긴다.”기범은 하마터면 듣기 거북한 말을 할 뻔했다.‘현욱이 네 아버지도 정말 사람이 아니구나.’현욱이 말했다.“계속 이러면 앞으로 아무도 도와주지 않을 거야.”“됐어, 너도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고 일찍 자.”전화를 끊은 현욱은 핸드폰을 내려놓았다.그는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놀고 있는 인나를 조심스럽게 바라보았다.잠시 침묵한 후, 현욱이 입을 열었다.“인나 씨, 나 오늘 여기서 자면 안 돼요?”“여기에 남고 싶으면 그냥 남아요. 내가 없을 때 현욱 씨도 자주 이곳에 왔잖아요?” 인나는 게임을 하느라 현욱을 보지도 않았다.오히려 현욱이 흥분해하며 어쩔 바를 몰랐다.그는 황급히 일어나 이부자리를 찾았는데, 또 무슨 생각이 난 듯 다시 돌아왔다.“인나 씨, 내가 여기서 지낼 수 있다는 건 우리 화해했다는 뜻이죠?”인나는 현욱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전혀 들리지 않았다.그녀는 대충 얼버무리며 대답했다. “응, 맞아요, 그래요.”현욱은 멈칫하더니 곧 손을 뻗어 인나의 얼굴을 받치고 그녀의 입술에 뽀뽀했다.인나는 갑자기 눈을 부릅뜨며 온몸이 굳어졌다.현욱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오늘부터 난 우리 두 사람의 미래를 위해 계획할 거예요!”인나는 반응을 하더니 바로 쿠션을 들고 현욱을 향해 던졌다.“배현욱! 당신 미쳤어요?!”인나가 소리쳤다. “나 에이즈 환자예요! 왜 뽀뽀하고 그래요?!”현욱은 쿠션을 안으며 말했다.“난 상관없어요. 어차피 침으로 전염되는 건 아니잖아요. 설사 전염됐다 하더라도 난 신경 쓰지 않아요. 우리 다시 화해했으니 당연히 어려움을 함께 헤쳐나가야겠죠?”인나는 그를 노려보았다.“내가 언제 화해하겠다고 했어요?!”“방금 그렇게 대답했잖아요!”“방
말이 끝나자마자 인나는 현욱의 넥타이를 잡더니 남자가 고개를 숙이게 한 다음,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다음날, 오후.현욱은 기범의 전화를 받았다.전화가 연결되자, 현욱은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기범아, 네 아버지 뭐래?”“이 일은 좀 심각하니까 일단 방법을 생각해서 부진석의 내막을 조사해야만 이 일을 처리할 수 있대. 그러나 우리 아버지 태도를 보면, 아마도 우릴 도와줄 거야.”“역시 네 아버지구나.” 현욱이 말했다.“우리 아버지 눈에는 이익밖에 안 보여.”기범은 잠시 침묵했다.“사실 나도 우리 아버지가 이렇게 빨리 승낙하실 줄은 몰랐어. 우리 아버지는 유준과 사이가 보통이었고, 네 아버지와 유준처럼 관계가 그리 좋지 않았거든,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신속하게 승낙하실 수가 있지?”이에 현욱도 덩달아 의심했다.“네가 이렇게 말하니까 나도 이상하다고 생각해. 네 아버지는 이런 시비에 끼어드는 것을 가장 싫어하는 사람인데, 이번에 왜 이렇게 적극적이신 거지? 유준을 위해서라면 몰라도, 지금 유준은 이미 떠났잖아.”“그래!”기범이 말했다.“그래서 나도 이해가 안 가. 됐어, 아버지가 조사 끝나면 다시 너에게 말할게.”“그래.”기범과 전화를 한 다음, 현욱은 이 일을 인나에게 알렸다.이때 인나는 마침 하영과 함께 회의를 마쳤다.문자를 보자, 인나는 재빨리 하영에게 기범의 아버지가 이 일을 도와주려 한다고 알려주었다.하영은 이 소식을 듣고 한숨을 돌렸다.“기범 씨의 아버지는 나름 능력이 있으신 분이니, 그의 도움으로 우리는 부진석을 순조롭게 해결할 수 있을 거야. 이제부터는 시간 문제지.”말이 끝나자마자 하영의 핸드폰이 울렸다.하영은 핸드폰을 확인해 보니 세희의 전화인 것을 보고 얼른 받았다.“세희야.”말하면서 하영은 문을 밀고 사무실로 들어갔다.“엄마.” 세희의 즐거운 목소리가 핸드폰에서 들려왔다. “나 이제 돌아가요!”하영은 어리둥절해졌다.“돌아온다고? 이제 돌아오면 안 가도 되는 거야? 언제?”“에이, 그
인나는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알아. 현욱 씨가 날 위해 이렇게 큰 희생을 했으니 나도 당연히 현욱 씨를 잘 대해줘야지.”하영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고 웃으며 가족 단톡방에 문자를 보냈다.[세준아, 희민아, 세희가 오늘 김제에 돌아올 거야.]오후 3시 30분, 인나와 하영은 회사에서 출발하여 아이들을 데리고 공항에 가려고 했다.차가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하영은 길가에 있는 시원을 발견했다.그는 진석의 차에서 내린 후, MK 로 가려고 했다.하영은 얼른 기사를 불렀다.“차 세워!”기사는 얼른 브레이크를 밟았고, 인나는 멍하니 하영을 바라보며 물었다.“하영아, 왜 그래?”하영은 사방을 관찰하며 차 문을 열었다.“나 방금 허 비서 봤어. 오 기사, 일단 아크로빌에 가서 아이들 데리러 가.”이 말을 듣고 인나도 황급히 차 문을 열고 내렸다.하영의 걸음을 따라 두 사람은 시원을 따라잡았다.하영은 시원 앞으로 달려가서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허 비서!”시원은 발걸음을 멈추며 갑자기 자신의 앞에 나타난 하영과 인나를 바라보았다.“강 사장님, 우 부사장님, 무슨 일로 절 찾으시는 건지 모르겠네요.”시원은 무뚝뚝하게 물었다.“허 비서, 나도 길거리에서 당신과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싶지 않아요. 지금 뒤에 레스토랑이 있으니 일단 들어가서 이야기하죠.”“강 사장님.” 시원은 차갑게 말했다. “난 할 말 없어요.”“당신이 김두범과 밀접한 연락을 하고 있다는 것을 부진석에게 들키고 싶지 않는다면 얼른 나 따라와요!”하영은 엄숙하게 말했다.시원은 잠시 침묵하다 몸을 돌려 레스토랑을 향해 걸어갔다.하영과 인나도 얼른 따라갔다.룸에서.세 사람이 소파에 앉자 하영은 바로 말했다.“허 비서, 나와 인나는 이미 조사를 했는데, 허 비서의 할머니는 지금 진석의 사람들에게 감시를 당하고 있기에 지금 부진석의 곁에 있는 것도 어쩔 수가 없는 일이죠.”시원은 눈을 떨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잠시 후 입을 열었다.“부 대표님은
하영은 그동안 양다인을 감시하던 그 기자의 연락처를 시원에게 주었다.그리고 또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자세히 소통했다.하영은 시원을 오래 남기지 않았고, 그가 떠난 후, 그녀들은 직접 카페 뒷문으로 떠났다.마침 기사가 캠핑카로 바꾼 다음, 세 아이를 데리고 도착했는데 일행은 공항을 향해 출발했다.공항에 도착하는 순간, 세희의 전화가 걸려왔다.하영은 받으면서 차 문을 열고 내렸다.“세희야, 엄마 도착했는데. 비행기에서 내렸어?”“네, 내렸어요!” 세희는 흥분해하며 말했다.“나 엄마 봤어요!!”하영의 귓가에 세희의 함성이 들려왔다.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리니, 세희가 노지철에게서 손을 떼며 재빨리 자신을 향해 나는 듯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하영의 품에 인긴 후, 하영은 얼른 세희를 안았다.세희는 하영의 목을 안고 세게 비볐다.“엄마, 세희는 엄마가 너무 보고 싶었어요.”하영은 그녀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엄마도 우리 세희 너무 보고 싶었어.”“아...”옆에 서서 눈시울을 붉힌 인나가 부러워하며 입을 열었다.“세희야, 넌 이 이모가 그립지도 않나 봐?”세준은 눈을 들어 인나를 힐끗 보았다.“그리워도 소용없죠. 연락이 닿아야 말이지.”인나는 세준을 노려보았다.“이 자식이, 또 얻어맞고 싶은 거야?!”“맞아요!” 세희는 하영의 품에서 몸을 곧게 펴고 말했다.“세희는 이모가 오빠 때리는 것을 응원해요! 오줌을 지리도록 때려야 해요!”세준은 웃는 듯 마는 듯 세희를 바라보았다.“밖에서 어떻게 괴롭힘을 당했는지를 벌써 잊은 거야?”세희는 말이 막히더니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건 내가 그들 같은 쓰레기들과 따지고 싶지 않아서 그래!”말하던 중, 노지철이 하영 그들의 앞으로 걸어왔다.하영은 공손하게 인사했다.“선생님, 세희를 데리고 다니시느라 수고가 많으세요.”노지철은 손을 흔들며 웃었다.“세희는 영리해서 수고는 무슨.”인나도 다가와서 노지철에게 인사를 했다.“선생님, 세희를 그렇게 챙겨주
하영은 옆에서 함께 놀고 있는 네 아이를 바라보았다.“세희도 가야 하는 거예요?”노지철이 대답했다.“가는 게 제일 좋지. 세희는 똑똑하고 또 그 방면의 천부적인 재능이 있으니 많이 듣고 많이 보는 것이 가장 좋아.”“그럼 제가 내일 차를 배치해서 목적지로 데려다 드릴게요. 그 위치는 어디죠?”노지철이 막 말을 하려고 하자 하영은 계속해서 말했다.“선생님, 방금 제 호의를 이미 거절하신 이상, 이런 작은 일은 그냥 저에게 맡기세요.”“그런 거 아니다, 상대방이 데리러 온다고 했으니 귀찮게 그럴 거 없다.”“그렇군요...”하영이 말했다.“그래요, 그럼 저녁에 저희 집에 묵으시죠. 내일 상대방더러 데리러 오라고 해요.”“그럼 부탁한다.”“부탁은 무슨.”다른 한 편.세희는 수지의 곁에 앉아 물었다.“수지야, 우리 오빠가 너 괴롭히지 않았어?”수지는 웃으며 물었다.“어떤 게 괴롭힘을 당하는 건데?”세희는 작은 입술을 내밀며 잠시 생각했다.“너한테 막 화를 내는 거지, 표정이 썩은 데다 툭하면 말로 널 공격하는 거야!”수지는 저도 모르게 세준을 보았고, 그녀는 작은 입술을 오므리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생각했다.세희는 수지가 얼른 대답하지 않는 것을 보고 즉시 알아차렸다.“틀림없이 그런 적 있는 거구나!!”수지는 멍하니 있다가 얼른 설명했다.“아니야, 세희야, 나 때문에”“강세준!!”수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세희는 세준을 향해 소리쳤다.세준은 고개를 돌려 세희를 바라보았다.“무슨 말을 하고 싶은데?”세희는 허리를 짚으며 깜찍하면서도 매섭게 물었다.“어떻게 수지에게 화를 낼 수 있니?”이 말을 듣자, 세준은 수지를 바라보았다.수지는 즉시 고개를 저으며 자신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표시했다.세준은 차갑게 웃더니 세희에게 물었다.“돌아오자마자 염수지를 위해 나서려는 거야?”세희는 흥얼거리며 말했다.“수지가 얼마나 좋은데, 너 왜 자꾸 수지를 괴롭히는 거야? 좀 부드럽게 대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네.”하영이 말했다.“그럼 저 먼저 세희 데리고 밥 먹으러 갈게요.”말이 끝나자, 하영은 세희를 데리고 아침을 먹으러 갔다.밥을 다 먹자마자 송지철의 핸드폰이 울렸다.그는 간단하며 인사한 뒤, 주방에서 나온 세희를 바라보았다.“세희야, 참배자가 도착했으니 우리도 출발하자꾸나.”세희는 졸린 두 눈을 비비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아버지.”말이 끝나자, 세희는 고개를 들어 하영을 바라보았다.“엄마, 나 이제 할아버지와 일보러 갈게요.”“응, 엄마가 문 앞까지 데려다줄게.”세 사람이 별장을 나서자, 문 앞에는 눈부신 빨간색 지프차가 세워졌다.차 문이 열렸고 선글라스를 쓴 여자가 차에서 내려왔다.여자의 반쯤 드러낸 얼굴을 본 순간, 익숙함이 하영의 마음속을 스쳐 지나갔다.여자가 선글라스를 벗은 후에야 하영은 그 사람이 진연월이라는 것을 깨달았다.‘진 사장님은 또 어떻게 선생님과 알게 된 거지?’진연월은 노지철을 향해 인사를 한 뒤 하영을 바라보았다.“강 사장님, 공교롭게도 또 이렇게 만났네요.”“진 사장님께서 선생님을 찾으실 줄은 몰랐어요.”노지철은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두 사람 아는 사이였군.”“선생님, 저와 강 사장님은 한 번 만났을 뿐, 잘 아는 사이라고 할 순 없죠.”말이 끝나자 진연월은 하영에게 말했다.“강 사장님, 저는 또 선생님께서 풍수를 봐주셨으면 하는 곳이 있기에 먼저 가볼게요.”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제 딸도 잘 부탁드릴게요.”진연월의 시선은 하영 곁에 서 있는 세희에게 떨어졌다.그녀는 놀란 기색이 번쩍하더니, 곧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꼬마야, 안녕.”세희는 진연월을 향해 뽀얀 작은 손을 내밀었다.“안녕하세요, 저는 강세희라고 하는데 앞으로 잘 부탁드릴게요!”진연월은 세희의 손을 가볍게 잡았다.“그래, 그럼 나와 함께 갈까, 세희 아가씨?”“네.” 세희는 응답하며 하영에게 말했다. “엄마, 우리 먼저 갈게요!”하영은 세희의 머리를 만졌다.“할아버지와 진 사장님의
진석은 눈을 드리웠다.“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넌 역시 내가 보이지 않을 거잖아?”하영이 대답했다. “그런 가설 하지 마요!”말이 끝나자, 하영은 몸을 돌려 별장에 들어가려 했지만 진석은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하영은 벗어나려 했지만 진석은 놓을 의사가 없었다.그는 눈 밑의 고통이 전부 보일 정도로 맑은 눈으로 하영을 바라보았다.“네가 답을 알려줬으면 좋겠어...”“그런 거 없어요!” 하영은 재빨리 진석의 말을 끊었다.“당신은 내 생활을 망쳤는데, 왜 나한테 대답을 얻으려 하는 거죠?! 부진석, 당신은 정말 냉혹한 사람이에요! 감정이라곤 아예 없는 사람!”이 말을 남기고, 하영은 진석의 손을 뿌리치며 별장으로 들어갔다.그 문이 다시 두 사람을 가로막는 것을 보면서 진석의 마음은 천만 개의 바늘에 찌른 것처럼 아팠다.하영이 죽으려고 하는 것을 본 순간부터, 진석은 그제야 하영을 향한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를 깨달았다.진석은 하영을 잃을까 봐 두려웠고, 또한 하영이 자신의 눈앞에서 완전히 사라질까 봐 두려웠다.그는 이 감정을 마음속에서 쫓아내고 싶었지만, 오히려 자꾸만 하영과 S국에 있었던 그 시절을 떠올렸다.웃고 떠드는 나날은 언제나 따뜻하고 평온했다.그것이야말로 진석이 갈망하는 삶이었다.그리고 그는 단지 하영을 곁에 남겨 두고 싶었고, 다른 그 어떤 사람도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러나 지금 진석이 가장 신경 쓰고 있는 사람은 그를 악마로 여기고 있었다.진석은 쓴웃음을 지었다.‘이게 벌인가?’다른 한편.진연월과 노지철, 그리고 세희는 아직 개업하지 않은 새 백화점에 도착했다.눈 앞에 있는 백화점을 보며 세희는 감탄했다.“우와, 백화점이 너무 크네요”진연월은 웃으며 소개했다.“그래, 현재 김제에서 부지면적이 가장 넓은 백화점은 ‘Y'밖에 없거든.”세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백화점으로 다가갔다.진연월은 노지철과 세희를 데리고 1층 전체를 돌아본 후, 물었다.“선생님, 여기에 어떤 풍수를 설치해야 하는 거
시현은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알았어, 알았어. 공주님 제발 살려주세요!!”세희는 그제야 흐뭇하게 손을 거두었다.“참, 지난번에 말한 그 사건 말이에요, 언제 해결하러 갈 거예요?”“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시현이 말했다. “네 몸은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으니까, 지금 계속 바쁘게 움직이면 안 돼. 만약에 저쪽에도 이런 악독한 귀신이 있다면, 너 또 상처를 입을지 몰라. 난 이미 죄책감 때문에 너와 결혼을 해서 평생 챙겨주고 싶으니까,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 정말 방법이 없어.”세희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시현 오빠와 결혼한다고 했어요?”“쳇.” 시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가 어때서? 나도 어깨가 넓고 근육이 있는 미남이라고!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세희는 말문이 막혔다.‘정말 뻔뻔하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칭찬하다니.’세희는 숨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시현 오빠.”“응?”“내가 지금 귀신을 잡는 일을 종사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난 사실 아주 좋은 신붓감은 아니에요. 눈치 없는 귀신들이 가끔 날 찾아와서 귀찮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난 인우와 반대로, 팔자에 음기가 가득 찼거든요.”“그러면 어떻게 되는데?”“7월 중순이 되면 많은 귀신들이 날 찾아올 거예요. 그럼 난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심지어 다칠 수도 있거든요.”“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만약 우리가 함께 한다면, 그 귀신들은 심지어 시현 오빠를 귀찮게 할 거예요.”“그래서, 이것 때문에 네가 최고의 신붓감이 아니란 거야?” 시현은 말을 마치고 웃으며 말했다. “이까짓 일로 내가 물러설 수 있을 것 같아? 세희야, 너도 날 너무 얕본 것 같아.”“그때 가면 나 때문에 모든 일이 잘 안 풀릴 텐데, 그게 두렵지도 않아요?” 세희는 시현에게 물었다.시현은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넌 우빈이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우빈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은 거야? 세희야, 넌 날 뭘로 보고.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난 두렵지
시현과 인우는 비록 귀신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검은 연기가 자신의 앞에서 천천히 흩어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인우는 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누나, 지금 어떻게 된 일이에요?”세희는 몸을 돌려 말했다.“그 귀신은 환생하고 싶지 않아서 이미 죽었어.”“귀신이 죽었다고?” 시현이 물었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뜻이야?”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을 바라보았다.“캐리 아저씨, 이제 그 여섯 명의 귀신을 좀 잡아주세요.”캐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불과 몇 분 만에 겁에 질린 그 귀신들을 세희의 앞으로 데려왔다.세희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들은 그 처녀귀신과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아니면 나와 같이 서낭당에 갈 건가요?”“서낭당에 갈래요!”“우리는 그 여자의 협박을 받아서 여기에 갇힌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벌써 떠났을 텐데!”“죽어도 우리를 괴롭히려 하다니!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이 귀신들은 그 처녀귀신이 사라진 후, 불평하기 시작했다.세희는 그들의 원망을 듣고,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지금 그 처녀귀신을 비난할 면목이 있는 거예요?!”세희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당신들을 죽인 것은 그 여자의 잘못일지라도. 당신들은 자신에게 그 어떤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만약 당신들이 그 여자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귀신으로 되어 이곳에 갇히지 않았겠죠!”“풉.” 한 여자 귀신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요? 그 여자는 늘 자신의 성적을 가지고 남을 비웃었어요. 그러지만 않았어도 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세희는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남의 성적이 우수해서, 당신들은 또 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그걸 자랑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정말 불쌍하네요! 이 세상에 당신들 같은 질투심이 강한 쓰레기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심해요, 당신들은 다음 생에도 이번 생에 지은 죗값을 치러야 하니까!”귀신들은 세희가 한 말에 화가 났지만, 캐리와 인우 때문에 화가
“말이 쉽지!” 처녀귀신은 화가 나서 말했다.“날 죽인 그 사람들은 비록 귀신이 되었지만, 나도 그들이 환생하지 못하게 붙잡아둬야 한단 말이에요!”세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 여섯 명의 학생들이 당신을 죽인 사람이었어요?”“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그들을 죽였을 것 같아요??”“그 사람들 찾아 복수를 한 이상, 이제 그만 그들을 놓아줘요. 이렇게 자신을 괴롭혀가며 그들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더 있을까요?”“그럴 순 없어요! 이렇게 쉽게 환생을 하라고 하는 건 너무 말이 안 되니까!!”처녀귀신이 노발대발했다.세희는 웃었다.“당신은 집념이 너무 커서 줄곧 이곳에 갇혀 있는 거예요. 영원히 자신의 고통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잖아요. 만약 내려가서 벌을 받고 환생하여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난다면, 이것 또한 자신의 과거를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어요?”“이렇게까지 날 가르칠 필요 없어요!”처녀귀신이 말했다.“오늘 당신들이 죽든지, 아니면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하자고요!”말을 마치자, 처녀귀신은 세희를 향해 공격하려 했다.세희는 바로 인우를 부르려고 했고, 이때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빠른 속도로 달려온 캐리는 즉시 그 처녀귀신을 먼 곳으로 밀어냈다.“좋은 말로 타일러도 듣지 않고, 심지어 세희에게 손을 대려고 하다니. 오늘 사라질 준비를 하는 게 좋겠어!”캐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붉은 옷을 입은 처녀귀신에게 말했다.“그게 뭐가 무섭다고.” 처녀귀신이 소리를 질렀다. “나도 이젠 지긋지긋해요! 이 더없이 더러운 세상! 내 부모님은 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들의 돈을 받고 바로 이 일이 없던 걸로 하자고 했어요. 내 오빠는 심지어 그들이 부자라는 것을 알고, 그들을 친구로 여겼고요! 환생할 게 뭐가 더 있겠어요? 환생해도 이렇게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마주해야 하니까, 차라리 날 죽여요. 더 이상 이 징그러운 세상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처녀귀신의 말을 듣고, 캐리는 바로 손을 써서
세희가 이렇게 말하자, 세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저녁 무렵, 인우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세희가 이미 집에 있는 것을 보았고, 무척 흥분해하며 달려갔다.“누나, 돌아왔어요?” 인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때요, 다 나은 거예요?”세희는 의미심장하게 인우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인우야, 오늘 저녁에 나 좀 도와줘.”“그래요.” 인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학교에 가는 거 맞죠?”세희는 의아하게 인우를 바라보았다.“뭐야? 너 이제 무섭지도 않는 거야?”인우는 미소를 천천히 거두었다.“누나, 귀신은 무섭지만, 난 누나가 더 이상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때 누나가 그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난 그날 정말 학교로 달려가서 그 귀신들을 죽이고 싶었어요. 그러나 시현 형이 누나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억지로 참고 가지 않았던 거예요.”세희는 뿌듯해하며 인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우리 인우 다 컸네. 누나를 걱정할 줄 다 알고.”인우는 세희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누나, 난 줄곧 누나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다음에 이런 위험한 일을 하러 간다면, 꼭 나 데리고 가면 안 돼요? 난 누나를 지켜주고 싶어요.”“그래! 저녁에 우리 가족들 함께 밥을 먹은 후에 바로 출발하자!”“좋아요!”저녁에 하영과 유준 그리고 희민이 돌아왔다. 세희가 이미 퇴원한 것을 보고, 세 사람은 기뻐해하며 그녀를 에워싸고 수다를 떨었다.저녁을 먹은 다음, 하영은 세희를 데리고 위층에 가서 간단하게 몸을 씻어주고서야 세희를 보냈다.문을 나서자마자, 세희는 시현이 그의 포르쉐와 함께 집 앞 정원에 있는 것을 보았다.세희와 인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시현을 쳐다보았다.세희가 먼저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에요?”시현은 별장을 바라보았다.“세준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나한테 연락했지 뭐. 네 기사 되어 달라고.”“우리 집에 기사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시현 오빠가 너
“그래, 우빈아, 넌 15년 동안 세희를 좋아했고, 또 세희를 위해 많은 것을 바쳤지. 하지만 그거 알아? 세희는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야. 세희가 만약 무슨 일을 알고 싶다면, 바로 감정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호흡이 흐트러진 우빈은 시현을 바라보며 다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알아요.” 우빈이 대답했다.“세희는 그 누구보다도 감성적이고 또 이성적이죠.”“그럼 만약 세희가 정말 날 선택한다면, 넌 어쩔 계획이야?”“그런 건 없어요.”우빈은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난 세희의 모든 선택을 존중할 거라고. 마찬가지로 다른 걱정 할 필요 없어요. 세희에게 거절을 당했다고 복수를 할 정도는 아니니까요.”시현은 계속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세희와 함께 하더라도 넌 세희와 계속 친구를 하겠다는 말이야?”우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나와 세희는 줄곧 친구였어요. 우리 두 사람이 사귀지 않아도, 앞으로 여전히 사이가 좋은 친구예요. 고 과장님, 세희를 좋아해도 되지만, 내가 세희와 계속 친구로 되는 것을 막을 순 없어요.”시현은 갑자기 웃었다.“그럼 됐어!”우빈은 시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시현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버튼을 눌렀다.“난 내가 세희와 사귀면, 넌 불편해서 세희와 연락 끊을 줄 알았거든.”우빈은 말문이 막혔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이제 세희를 포기하자고. 넌 정말 세희가 필요한 것 같으니까...”말을 하다 시현은 우빈을 힐끗 바라보았다.“네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들은 하지 않겠어. 아무튼 후에 생각해 봤는데, 만약 널 향한 내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세희를 포기한다면, 그건 널 무시하는 것과 같잖아.”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시현은 안으로 들어갔고 우빈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서자, 우빈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어요. 난 확실히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그래도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이런 상황이 아니잖아
시현은 말을 이어받으며 오른손을 들었다.“그때 내 오른손에 피가 가득 묻은 거 있지? 심지어 의사가 네 등의 썩은 살을 모두 베어낸 것을 직접 봤는데, 며칠째 잠을 못 잤어.”“에이, 그건 간단하죠!” 세희는 히죽거리며 말했다.“수면제 처방받으면 편안하게 잘 수 있지 않겠어요?”시현은 웃으며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세희야, 날 원망하고 싶지 않아?”“원망이요?” 세희는 시현의 뜻을 잘 몰랐다.“내가 왜요?”시현은 콧등을 긁적였다.“내가 널 데리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너도 이렇게 다치지 않았을 거야.”세희는 눈을 부라리며 시현을 바라보았다.“그건 시현 오빠 탓이 아니에요. 그 귀신들이 겁도 없이 나한테 덤빈 것뿐이니까요. 다 회복되면 그 귀신들 전부 잡아버릴 거예요!”“또 그곳에 가려고?” 시현은 경악하며 물었다.“그럼요!” 세희는 손을 내밀었다.“일곱 명의 귀신을 전부 다 데려갈 수 있다면, 염라대왕님은 좋다고 박수를 치실지도 몰라요.”시현은 세희의 얼굴에 나타난 즐거운 미소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난 오히려 네가 날 욕하면서 분풀이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홀가분한 말투로 말하는 거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그럼 너무 재미없죠! 난 시현 오빠 돈 뜯어먹는 게 더 좋은 거 같은데? 내가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으면, 날 데리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오케이!” 시현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참, 세준 오빠가 그러던데, 미정 할머니를 찾아갔다면서요?”시현은 숨김없이 대답했다.“응, 가서 어떻게 해야 널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쭤봤어.”“하하하.” 세희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날 보호한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리고 시현 오빠는 귀신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귀신과 싸우려는 거예요? 정의감과 용기로 귀신을 제압하려고요?”“내가 만약 내 정의감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엔 귀신이 없을 거야?”세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냥
시현은 세준 그들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한 다음, 혼자 의자에 앉아 멀리서 세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주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었고,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이때 간호사가 걸어왔다. 시현은 그녀를 보며 얼른 일어나 물었다.“선생님.”간호사는 그를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시죠?”“세희는 언제 중환자실에서 나올 수 있는 거죠?”“이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요 며칠 더 관찰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가씨는 제가 본 여자아이들 중에서 가장 엄중한 상처를 입으신 환자라서요. 잘못하면 흉터가 남을 텐데... 어휴...”말이 끝나자, 간호사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시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이번 생은 철저히 세희에게 빚진 셈이네.’사흘 후, 세희는 중환자실에서 나왔고, 이 일을 알게 된 하영과 유준도 얼른 병원에 찾아왔다.세희가 침대에 엎드려 멍을 때리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가슴이 아팠다.하영은 허리를 굽혀 세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세희야, 미안해. 네 오빠들이 아침에 금방 이 일을 알려줘서, 엄마와 아빠도 이제야 달려온 거야.”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괜찮아요, 엄마. 이거 봐요, 나 아직 멀쩡하잖아요?”하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걱정 마. 무슨 방법을 써서더라도 네 등의 흉터를 치료할 테니까.”“사실 난 이런 거 신경 안 써요. 등일 뿐이니, 평소에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 자신도 볼 수 없으니까,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없어요.”“네가 꾸미길 좋아한다는 거, 여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세준은 벽에 기대며 말했다.세희는 고개를 돌려 세준을 보려 했지만, 상처가 땅기는 바람에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세준은 마음이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다.“좀 움직이지 마. 나도 안 비웃을게.”유준은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너희들은 외국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좋은 성형과 의사를 찾아. 세희의 등에 절대로 흉터 남지 않게.”세준은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오자, 시현은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눈을 뜨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난 세희가 하는 일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데. 그럼 세희를 보호하려면 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지?’생각하다 시현은 핸드폰을 꺼내 세준에게 톡을 보냈다.[그 할머니 지금 어느 호텔에 계시는 거지?]얼마 지나지 않아, 세준은 시현에게 나미정이 지내고 있는 호텔 주소와 방번호를 보냈다.[고마워, 세준아.]세준은 이 문자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세희의 일, 난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야.][날 때리고 싶든, 죽이고 싶든 네 마음대로 해. 다 내 잘못이니 나도 변명할 말이 없어.]이 문자를 보낸 후, 더 이상 답장이 들어오지 않았다.시현도 더 이상 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어 호텔로 갔다.30분 후, 시현은 나미정이 있는 룸 앞에 도착했는데, 잠시 심사숙고한 다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곧 안에서 나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기다려.”문을 열자, 시현이 문밖에 서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약간 의아해했다.“네가 바로 병원에 있었던 그 총각인가?”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 저와 잠깐 얘기를 좀 나누시면 안 될까요?”“그래.” 나미정은 몸을 비키며 말했다. “들어와서 말하자꾸나.”시현은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고, 나미정은 그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무슨 일로 날 찾는 거지?”시현은 긴장이 돼서 두 손을 비볐다.“할머니, 저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해야 세희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평범한 사람이라...”나미정은 웃기 시작했다.“왜, 네가 보기에 우리와 같은 무당은 평범하지 않은 건가?”시현은 멈칫하더니 얼른 설명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아무튼 저희보다 강하고 특수한 능력이 있으시잖아요.”“그것도 다 하늘이 내려준 신기일 뿐이지.”나미정이 말했다.“그러나 우리도 평범한 사람들이야. 밥을 먹어야 하고, 또 때가 되면 죽는 법이니
세희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부적은 비록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여전히 강렬한 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세희는 숨을 들이마신 다음 천천히 일어섰다. 그 순간, 옆에서 놀던 그 귀신들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모두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들의 시선을 알아챈 세희도 눈을 돌려 귀신들을 보았다.‘또 이런 느낌이야! 이곳을 못 나가게 하는 그런 느낌!’세희는 밀려오는 공포를 참으며 용기를 내어 문 앞으로 걸어갔다.문과 가까워질수록 주위의 음기는 더욱 강렬해졌다. 심지어 세희는 자신의 영혼이 억압된 느낌을 받았다.“누나, 무서워하지 마요!!”“세희야! 용기를 내서 그곳에서 나와! 그 귀신들은 널 건드리지도, 널 다치게 하지도 못할 거야!”“누나! 나랑 형들이랑 그리고 고 과장님이 여기서 누나를 기다리고 있어요!”인우와 나미정의 목소리를 듣고, 세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가깝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다가갈 수 없는 문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세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부적이 그려진 손을 들어 다시 시도했다.이번에 그 귀신들은 섬뜩하게 웃기 시작했다. 세희가 문손잡이에 손을 얹으려 하자, 그들은 재빨리 앞으로 돌진했다.이때, 매몰찬 음기가 덮쳐왔고, 세희는 부적이 있는 그 손을 들고 돌아섰다.그 귀신들은 하마터면 세희의 영혼과 닿을 뻔했다. 그러나 세희의 손에서 나는 강렬한 양기가 서려 있는 부적을 감지한 그들은 표정이 돌변했다.세희는 뒤로 물러섰고, 등이 문에 닿는 순간, 재빨리 몸을 돌려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연 후, 그녀는 즉시 뛰쳐나갔다.이때, 줄곧 병상에 누워있던 세희는 눈을 번쩍 뜨더니 숨을 들이마셨다.세희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인우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누나! 왜 이제야 깨어난 거예요!!”그러나 세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눈을 천천히 감았다.인우는 완전히 멍해지더니 당황해진 표정으로 나미정을 바라보았다.나미정은 아주 침착하게 대답했다.“별일 아니야, 피곤해서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