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끝나자, 현욱은 휴대전화를 꺼내 기범에게 전화를 걸었다.상황을 똑똑히 들은 후. 기범이 말했다.“알았어. 내일 우리 아버지에게 물어볼게. 지금은 너무 늦어서 이미 주무셨거든. 그나저나 현욱아, 나도 이런 말 하고 싶지 않지만, 네 아버지 정말 웃긴다.”기범은 하마터면 듣기 거북한 말을 할 뻔했다.‘현욱이 네 아버지도 정말 사람이 아니구나.’현욱이 말했다.“계속 이러면 앞으로 아무도 도와주지 않을 거야.”“됐어, 너도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고 일찍 자.”전화를 끊은 현욱은 핸드폰을 내려놓았다.그는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놀고 있는 인나를 조심스럽게 바라보았다.잠시 침묵한 후, 현욱이 입을 열었다.“인나 씨, 나 오늘 여기서 자면 안 돼요?”“여기에 남고 싶으면 그냥 남아요. 내가 없을 때 현욱 씨도 자주 이곳에 왔잖아요?” 인나는 게임을 하느라 현욱을 보지도 않았다.오히려 현욱이 흥분해하며 어쩔 바를 몰랐다.그는 황급히 일어나 이부자리를 찾았는데, 또 무슨 생각이 난 듯 다시 돌아왔다.“인나 씨, 내가 여기서 지낼 수 있다는 건 우리 화해했다는 뜻이죠?”인나는 현욱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전혀 들리지 않았다.그녀는 대충 얼버무리며 대답했다. “응, 맞아요, 그래요.”현욱은 멈칫하더니 곧 손을 뻗어 인나의 얼굴을 받치고 그녀의 입술에 뽀뽀했다.인나는 갑자기 눈을 부릅뜨며 온몸이 굳어졌다.현욱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오늘부터 난 우리 두 사람의 미래를 위해 계획할 거예요!”인나는 반응을 하더니 바로 쿠션을 들고 현욱을 향해 던졌다.“배현욱! 당신 미쳤어요?!”인나가 소리쳤다. “나 에이즈 환자예요! 왜 뽀뽀하고 그래요?!”현욱은 쿠션을 안으며 말했다.“난 상관없어요. 어차피 침으로 전염되는 건 아니잖아요. 설사 전염됐다 하더라도 난 신경 쓰지 않아요. 우리 다시 화해했으니 당연히 어려움을 함께 헤쳐나가야겠죠?”인나는 그를 노려보았다.“내가 언제 화해하겠다고 했어요?!”“방금 그렇게 대답했잖아요!”“방
말이 끝나자마자 인나는 현욱의 넥타이를 잡더니 남자가 고개를 숙이게 한 다음,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다음날, 오후.현욱은 기범의 전화를 받았다.전화가 연결되자, 현욱은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기범아, 네 아버지 뭐래?”“이 일은 좀 심각하니까 일단 방법을 생각해서 부진석의 내막을 조사해야만 이 일을 처리할 수 있대. 그러나 우리 아버지 태도를 보면, 아마도 우릴 도와줄 거야.”“역시 네 아버지구나.” 현욱이 말했다.“우리 아버지 눈에는 이익밖에 안 보여.”기범은 잠시 침묵했다.“사실 나도 우리 아버지가 이렇게 빨리 승낙하실 줄은 몰랐어. 우리 아버지는 유준과 사이가 보통이었고, 네 아버지와 유준처럼 관계가 그리 좋지 않았거든,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신속하게 승낙하실 수가 있지?”이에 현욱도 덩달아 의심했다.“네가 이렇게 말하니까 나도 이상하다고 생각해. 네 아버지는 이런 시비에 끼어드는 것을 가장 싫어하는 사람인데, 이번에 왜 이렇게 적극적이신 거지? 유준을 위해서라면 몰라도, 지금 유준은 이미 떠났잖아.”“그래!”기범이 말했다.“그래서 나도 이해가 안 가. 됐어, 아버지가 조사 끝나면 다시 너에게 말할게.”“그래.”기범과 전화를 한 다음, 현욱은 이 일을 인나에게 알렸다.이때 인나는 마침 하영과 함께 회의를 마쳤다.문자를 보자, 인나는 재빨리 하영에게 기범의 아버지가 이 일을 도와주려 한다고 알려주었다.하영은 이 소식을 듣고 한숨을 돌렸다.“기범 씨의 아버지는 나름 능력이 있으신 분이니, 그의 도움으로 우리는 부진석을 순조롭게 해결할 수 있을 거야. 이제부터는 시간 문제지.”말이 끝나자마자 하영의 핸드폰이 울렸다.하영은 핸드폰을 확인해 보니 세희의 전화인 것을 보고 얼른 받았다.“세희야.”말하면서 하영은 문을 밀고 사무실로 들어갔다.“엄마.” 세희의 즐거운 목소리가 핸드폰에서 들려왔다. “나 이제 돌아가요!”하영은 어리둥절해졌다.“돌아온다고? 이제 돌아오면 안 가도 되는 거야? 언제?”“에이, 그
인나는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알아. 현욱 씨가 날 위해 이렇게 큰 희생을 했으니 나도 당연히 현욱 씨를 잘 대해줘야지.”하영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고 웃으며 가족 단톡방에 문자를 보냈다.[세준아, 희민아, 세희가 오늘 김제에 돌아올 거야.]오후 3시 30분, 인나와 하영은 회사에서 출발하여 아이들을 데리고 공항에 가려고 했다.차가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하영은 길가에 있는 시원을 발견했다.그는 진석의 차에서 내린 후, MK 로 가려고 했다.하영은 얼른 기사를 불렀다.“차 세워!”기사는 얼른 브레이크를 밟았고, 인나는 멍하니 하영을 바라보며 물었다.“하영아, 왜 그래?”하영은 사방을 관찰하며 차 문을 열었다.“나 방금 허 비서 봤어. 오 기사, 일단 아크로빌에 가서 아이들 데리러 가.”이 말을 듣고 인나도 황급히 차 문을 열고 내렸다.하영의 걸음을 따라 두 사람은 시원을 따라잡았다.하영은 시원 앞으로 달려가서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허 비서!”시원은 발걸음을 멈추며 갑자기 자신의 앞에 나타난 하영과 인나를 바라보았다.“강 사장님, 우 부사장님, 무슨 일로 절 찾으시는 건지 모르겠네요.”시원은 무뚝뚝하게 물었다.“허 비서, 나도 길거리에서 당신과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싶지 않아요. 지금 뒤에 레스토랑이 있으니 일단 들어가서 이야기하죠.”“강 사장님.” 시원은 차갑게 말했다. “난 할 말 없어요.”“당신이 김두범과 밀접한 연락을 하고 있다는 것을 부진석에게 들키고 싶지 않는다면 얼른 나 따라와요!”하영은 엄숙하게 말했다.시원은 잠시 침묵하다 몸을 돌려 레스토랑을 향해 걸어갔다.하영과 인나도 얼른 따라갔다.룸에서.세 사람이 소파에 앉자 하영은 바로 말했다.“허 비서, 나와 인나는 이미 조사를 했는데, 허 비서의 할머니는 지금 진석의 사람들에게 감시를 당하고 있기에 지금 부진석의 곁에 있는 것도 어쩔 수가 없는 일이죠.”시원은 눈을 떨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잠시 후 입을 열었다.“부 대표님은
하영은 그동안 양다인을 감시하던 그 기자의 연락처를 시원에게 주었다.그리고 또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자세히 소통했다.하영은 시원을 오래 남기지 않았고, 그가 떠난 후, 그녀들은 직접 카페 뒷문으로 떠났다.마침 기사가 캠핑카로 바꾼 다음, 세 아이를 데리고 도착했는데 일행은 공항을 향해 출발했다.공항에 도착하는 순간, 세희의 전화가 걸려왔다.하영은 받으면서 차 문을 열고 내렸다.“세희야, 엄마 도착했는데. 비행기에서 내렸어?”“네, 내렸어요!” 세희는 흥분해하며 말했다.“나 엄마 봤어요!!”하영의 귓가에 세희의 함성이 들려왔다.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리니, 세희가 노지철에게서 손을 떼며 재빨리 자신을 향해 나는 듯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하영의 품에 인긴 후, 하영은 얼른 세희를 안았다.세희는 하영의 목을 안고 세게 비볐다.“엄마, 세희는 엄마가 너무 보고 싶었어요.”하영은 그녀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엄마도 우리 세희 너무 보고 싶었어.”“아...”옆에 서서 눈시울을 붉힌 인나가 부러워하며 입을 열었다.“세희야, 넌 이 이모가 그립지도 않나 봐?”세준은 눈을 들어 인나를 힐끗 보았다.“그리워도 소용없죠. 연락이 닿아야 말이지.”인나는 세준을 노려보았다.“이 자식이, 또 얻어맞고 싶은 거야?!”“맞아요!” 세희는 하영의 품에서 몸을 곧게 펴고 말했다.“세희는 이모가 오빠 때리는 것을 응원해요! 오줌을 지리도록 때려야 해요!”세준은 웃는 듯 마는 듯 세희를 바라보았다.“밖에서 어떻게 괴롭힘을 당했는지를 벌써 잊은 거야?”세희는 말이 막히더니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건 내가 그들 같은 쓰레기들과 따지고 싶지 않아서 그래!”말하던 중, 노지철이 하영 그들의 앞으로 걸어왔다.하영은 공손하게 인사했다.“선생님, 세희를 데리고 다니시느라 수고가 많으세요.”노지철은 손을 흔들며 웃었다.“세희는 영리해서 수고는 무슨.”인나도 다가와서 노지철에게 인사를 했다.“선생님, 세희를 그렇게 챙겨주
하영은 옆에서 함께 놀고 있는 네 아이를 바라보았다.“세희도 가야 하는 거예요?”노지철이 대답했다.“가는 게 제일 좋지. 세희는 똑똑하고 또 그 방면의 천부적인 재능이 있으니 많이 듣고 많이 보는 것이 가장 좋아.”“그럼 제가 내일 차를 배치해서 목적지로 데려다 드릴게요. 그 위치는 어디죠?”노지철이 막 말을 하려고 하자 하영은 계속해서 말했다.“선생님, 방금 제 호의를 이미 거절하신 이상, 이런 작은 일은 그냥 저에게 맡기세요.”“그런 거 아니다, 상대방이 데리러 온다고 했으니 귀찮게 그럴 거 없다.”“그렇군요...”하영이 말했다.“그래요, 그럼 저녁에 저희 집에 묵으시죠. 내일 상대방더러 데리러 오라고 해요.”“그럼 부탁한다.”“부탁은 무슨.”다른 한 편.세희는 수지의 곁에 앉아 물었다.“수지야, 우리 오빠가 너 괴롭히지 않았어?”수지는 웃으며 물었다.“어떤 게 괴롭힘을 당하는 건데?”세희는 작은 입술을 내밀며 잠시 생각했다.“너한테 막 화를 내는 거지, 표정이 썩은 데다 툭하면 말로 널 공격하는 거야!”수지는 저도 모르게 세준을 보았고, 그녀는 작은 입술을 오므리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생각했다.세희는 수지가 얼른 대답하지 않는 것을 보고 즉시 알아차렸다.“틀림없이 그런 적 있는 거구나!!”수지는 멍하니 있다가 얼른 설명했다.“아니야, 세희야, 나 때문에”“강세준!!”수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세희는 세준을 향해 소리쳤다.세준은 고개를 돌려 세희를 바라보았다.“무슨 말을 하고 싶은데?”세희는 허리를 짚으며 깜찍하면서도 매섭게 물었다.“어떻게 수지에게 화를 낼 수 있니?”이 말을 듣자, 세준은 수지를 바라보았다.수지는 즉시 고개를 저으며 자신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표시했다.세준은 차갑게 웃더니 세희에게 물었다.“돌아오자마자 염수지를 위해 나서려는 거야?”세희는 흥얼거리며 말했다.“수지가 얼마나 좋은데, 너 왜 자꾸 수지를 괴롭히는 거야? 좀 부드럽게 대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네.”하영이 말했다.“그럼 저 먼저 세희 데리고 밥 먹으러 갈게요.”말이 끝나자, 하영은 세희를 데리고 아침을 먹으러 갔다.밥을 다 먹자마자 송지철의 핸드폰이 울렸다.그는 간단하며 인사한 뒤, 주방에서 나온 세희를 바라보았다.“세희야, 참배자가 도착했으니 우리도 출발하자꾸나.”세희는 졸린 두 눈을 비비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아버지.”말이 끝나자, 세희는 고개를 들어 하영을 바라보았다.“엄마, 나 이제 할아버지와 일보러 갈게요.”“응, 엄마가 문 앞까지 데려다줄게.”세 사람이 별장을 나서자, 문 앞에는 눈부신 빨간색 지프차가 세워졌다.차 문이 열렸고 선글라스를 쓴 여자가 차에서 내려왔다.여자의 반쯤 드러낸 얼굴을 본 순간, 익숙함이 하영의 마음속을 스쳐 지나갔다.여자가 선글라스를 벗은 후에야 하영은 그 사람이 진연월이라는 것을 깨달았다.‘진 사장님은 또 어떻게 선생님과 알게 된 거지?’진연월은 노지철을 향해 인사를 한 뒤 하영을 바라보았다.“강 사장님, 공교롭게도 또 이렇게 만났네요.”“진 사장님께서 선생님을 찾으실 줄은 몰랐어요.”노지철은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두 사람 아는 사이였군.”“선생님, 저와 강 사장님은 한 번 만났을 뿐, 잘 아는 사이라고 할 순 없죠.”말이 끝나자 진연월은 하영에게 말했다.“강 사장님, 저는 또 선생님께서 풍수를 봐주셨으면 하는 곳이 있기에 먼저 가볼게요.”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제 딸도 잘 부탁드릴게요.”진연월의 시선은 하영 곁에 서 있는 세희에게 떨어졌다.그녀는 놀란 기색이 번쩍하더니, 곧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꼬마야, 안녕.”세희는 진연월을 향해 뽀얀 작은 손을 내밀었다.“안녕하세요, 저는 강세희라고 하는데 앞으로 잘 부탁드릴게요!”진연월은 세희의 손을 가볍게 잡았다.“그래, 그럼 나와 함께 갈까, 세희 아가씨?”“네.” 세희는 응답하며 하영에게 말했다. “엄마, 우리 먼저 갈게요!”하영은 세희의 머리를 만졌다.“할아버지와 진 사장님의
진석은 눈을 드리웠다.“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넌 역시 내가 보이지 않을 거잖아?”하영이 대답했다. “그런 가설 하지 마요!”말이 끝나자, 하영은 몸을 돌려 별장에 들어가려 했지만 진석은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하영은 벗어나려 했지만 진석은 놓을 의사가 없었다.그는 눈 밑의 고통이 전부 보일 정도로 맑은 눈으로 하영을 바라보았다.“네가 답을 알려줬으면 좋겠어...”“그런 거 없어요!” 하영은 재빨리 진석의 말을 끊었다.“당신은 내 생활을 망쳤는데, 왜 나한테 대답을 얻으려 하는 거죠?! 부진석, 당신은 정말 냉혹한 사람이에요! 감정이라곤 아예 없는 사람!”이 말을 남기고, 하영은 진석의 손을 뿌리치며 별장으로 들어갔다.그 문이 다시 두 사람을 가로막는 것을 보면서 진석의 마음은 천만 개의 바늘에 찌른 것처럼 아팠다.하영이 죽으려고 하는 것을 본 순간부터, 진석은 그제야 하영을 향한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를 깨달았다.진석은 하영을 잃을까 봐 두려웠고, 또한 하영이 자신의 눈앞에서 완전히 사라질까 봐 두려웠다.그는 이 감정을 마음속에서 쫓아내고 싶었지만, 오히려 자꾸만 하영과 S국에 있었던 그 시절을 떠올렸다.웃고 떠드는 나날은 언제나 따뜻하고 평온했다.그것이야말로 진석이 갈망하는 삶이었다.그리고 그는 단지 하영을 곁에 남겨 두고 싶었고, 다른 그 어떤 사람도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러나 지금 진석이 가장 신경 쓰고 있는 사람은 그를 악마로 여기고 있었다.진석은 쓴웃음을 지었다.‘이게 벌인가?’다른 한편.진연월과 노지철, 그리고 세희는 아직 개업하지 않은 새 백화점에 도착했다.눈 앞에 있는 백화점을 보며 세희는 감탄했다.“우와, 백화점이 너무 크네요”진연월은 웃으며 소개했다.“그래, 현재 김제에서 부지면적이 가장 넓은 백화점은 ‘Y'밖에 없거든.”세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백화점으로 다가갔다.진연월은 노지철과 세희를 데리고 1층 전체를 돌아본 후, 물었다.“선생님, 여기에 어떤 풍수를 설치해야 하는 거
노지철은 눈살을 찌푸렸다.“8월 6일로 바꿔, 그날은 개한테 좋지 않아 개띠가 오면 안 되거든. 개업 당일은 성대할수록 좋고, 소리도 커야 한다. 그리고 제사상을 차려. 돼지머리, 술은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나머지는 과일과 만두만 있으면 된다. 가장 중요한 점은 개업 전날 돈을 밖으로 뿌려라.”“돈을 뿌려요?” 진연월은 이해하지 못했다.“그게 무슨 뜻이죠?”“축의금이나 세뱃돈을 준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노지철이 말했다.“장사가 잘되려면 먼저 돈을 내야 하는 법이지. 사방의 영혼들에게 너희들이 이곳을 점용했다고 고하는 동시에 통행료를 주는 거야. 그리고 돈을 내야 하는 이유는 이곳이 확실히 풍수가 좋기 때문이지. 돈이라는 것은 벌기 전에 쓸 줄 알아야 하거든. 뿌려야 할 작은 돈을 뿌리면 큰돈이 자연히 돌아오는 법이야.”진연월은 이번에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뜻밖에도 이렇게 많은 주의점이 있을 줄이야.’그녀는 노지철이 한 말을 하나하나 기억했다.“선생님, 이번에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이다. 저희도 정말 이런 일을 몰랐으니까요.”진연월과 노지철이 아직도 말을 하고 있는데, 세희의 시선이 갑자기 서북쪽에 떨어졌다.한 그림자가 작은 통로로 날아드는 것을 보고 세희는 얼른 노지철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할아버지!”노지철은 고개를 숙이고 물었다.“왜 그래?”세희는 손가락을 들어 방금 본 그림자의 방향을 가리켰다.“저쪽에 불결한 물건이 있어요!”노지철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가자, 가서 한 번 보자꾸나.”그들이 그곳으로 걸어가는 것을 보고, 진연월은 영문 모른 채 표지판을 바라보았다.‘화장실? 저쪽에 뭐가 있다는 거지?’세 사람이 작은 통로로 걸어가자, 세희는 다시 그 그림자를 보았다.이번에 그 그림자는 더욱 뚜렷해진 채 세희의 앞에 떠 있었다.그 여자는 붉은 저고리를 입고 있었고, 폭포처럼 긴 검은 머리를 뒤로 한 채 얼굴의 화장은 정교하면서도 기괴했다.노지철도 똑똑히 보았다.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