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한창 생각하고 있을 때, 하보연은 벨을 눌러 간호사를 불렀다.간호사가 들어오자, 주민은 흠칫 놀랐다.그러나 하보연은 그녀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았고, 직접 간호사에게 주민이 이성을 잃었다고 말했다.거의 폐허로 된 병실을 보며 간호사는 주민을 붙잡고 진정제를 주입했다.그 후 며칠, 하영은 매일 진석이 경호원에게 보내준 약을 받을 수 있었다.그리고 진석은 또 오미숙에게 반드시 하영이 먹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고 분부했다.그러나 오미숙은 눈치 있게 진석이 준비한 약을 매일 분량에 따라 싱크대에 버렸다.주민의 일이 일단락된 후. 인나는 하영더러 이 일을 계속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그러나 하영이 하보연에게 전해줄 때, 하보연은 오히려 지금 주민이 이미 미쳤고 매일 진정제를 맞아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었다.이 소식을 듣자, 하영과 인나는 모두 깜짝 놀랐다.하보연은 그녀들에게 자세히 설명했다. 주민은 이런 일이 발생한 후, 줄곧 진석을 만나지 못한 데다 또 자신의 몸에 큰 문제가 생겼단 것을 알고 정신이 점차 무너졌던 것이다.그러나 하영과 인나는 모두 이뿐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주민은 자신이 오히려 인나와 하영에게 쓰던 약을 복용했다는 것을 알고 멘붕을 한 게 틀림없었다.남을 죽이려다 오히려 자신이 피해를 입었다니.이런 타격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은 겨우 없을 것이다.5월 중, 하영과 인나 두 사람은 함께 S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S국의 날씨는 아직 그렇게 덥지 않았고 외출하기에 딱이었다.14시간 후, 두 사람은 S국에 도착했다.공항을 나서자, 인나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하영아, 나 지금 그 당시 너 찾으러 S국에 왔을 때로 돌아간 것 같아.”하영은 웃으며 말했다.“그래, S국에는 너무 많은 추억이 있지. 내가 산 그 집은 아마 곰팡이가 꽉 꼈을 거야.”인나와 하영 두 사람은 차에 탔고, 창밖의 풍경을 보면서 인나는 감탄했다.“사실 나 가끔 후회하고 있어. 만약 설날에 내가 너희들과 영원히 함께 하고 싶다는 소원을 빌
“괜찮아.”벨라가 말했다.“캐리도 어린애가 아니니 이런 일이 생긴 이상, 다 그 자신의 문제지. 캐리가 어떤 성격인지 난 잘 알고 있으니까 너희들도 죄책감 느낄 필요 없어.”오기 전에 하영은 벨라가 이렇게 말할 줄 알았다.벨라는 성격이 아주 좋았고 또 속이 매우 너그러워서 캐리의 죽음을 하영의 탓이라 생각하지 않았다.그러나 결국 벨라는 자신의 아들을 먼저 보냈으니, 그녀가 개의치 않는다고 말할수록 하영은 더욱 미안해졌다.인나가 말했다.“벨라 아주머니, 이제야 캐리를 보러 와서 죄송해요.”“괜찮아.”벨라가 말했다.“너희들에게 무슨 일 일어났는지, 사실 캐리도 전에 다 말해줬어. 너희들이 이렇게 시간을 내서 캐리를 보러 올 수 있는 것만으로 난 이미 무척 기쁘구나. 오늘 난 다른 일이 좀 있어서 너희들과 함께 갈 수 없을 것 같아. 참, 너희들 대략 언제 돌아갈 예정이지?”하영이 대답했다.“이곳에 일주일 정도 더 있을 거예요. S국의 회사와 상담할 일도 좀 있거든요.”“그래.” 벨라가 말했다. “그럼 우리 모레 오후 1시에 만날까?”“네.”벨라의 집을 나선 후, 인나와 하영은 목적 없이 거리에서 걷고 있었다.“하영아, 우리 과일이나 술 같은 거 사야 하는 거 아니야?” 인나가 물었다.하영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캐리는 외국인이니 아마 우리의 풍습에 익숙하지 않을 거야.” 인나는 멍해졌다.“맞다, 캐리는 줄곧 우리 곁에 있는 데다 한국어까지 점점 유창하게 말하고 있었으니 나 이미 그를 우리나라 사람으로 착각한 거 있지?”하영이 말했다.“이따 돌아가서 어느 교회의 목사님이 유명한지 보자. 캐리에게 성경이라도 읽어 달라고 부탁하면 나름 캐리를 위해 뭔가를 한 셈이잖아.”“그래.”인나는 말을 하며 시선은 갑자기 길 건너편에 두 줄로 서 있는 경호원에게 떨어졌다.빌딩 안에서 양복 차림을 한 남자가 걸어나왔다.경호원은 얼른 앞으로 다가가더니 남자 곁으로 가서 검은 우산을 받쳐주었다.남자는 길가의 검은 차를 향해 걸어갔
‘내 시력은 줄곧 좋았어, 그것도 엄청.’‘게다가 그렇게 눈에 띄는 사람이 바로 멀지 않은 길 건너편에 서 있었잖아!’인나는 하영이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 것을 보고 재빨리 휴대전화를 꺼내 현욱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현욱 씨, 지금 바빠요? 안 바쁘면 차 번호 좀 알아봐 줄 수 있어요??]하영과 함께 작은 장난감 가게에 들어설 때, 인나는 현욱의 답장을 받았다.[바쁘진 않아요. 그런데 갑자기 차 번호는 왜요? 하영 씨랑 S국에 가지 않았나요?][맞아요, 지금 S국의 차를 조사하는 거예요! 알아낼 방법 있어요??][S국엔 내가 아는 사람이 없어서 조사하기가 쉽지 않은데,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인나는 방금 본 일을 현욱에게 알렸다.현욱은 크게 웃는 이모티콘을 보내며 답장을 했다.[인나 씨 잘못 본 거 아니에요? S국에는 지하 세력이 적지 않아서 이렇게 큰 기세의 조직 우두머리도 꽤 많아요.]인나는 화난 이모티콘을 보냈다.[왜 현욱 씨까지 날 믿지 않는 거예요! 내 시력이 엄청 좋은 거 몰라요?!][화내지 마요. 나도 지금 분석하고 있잖아요. 유준은 이미 실종된 지 3개월이 다 되어 가는데, 어떻게 이렇게 공교롭게 인나 씨 눈앞에 나타났겠어요? 더군다나 그렇게 많은 경호원을 데리고 있는 이상, 틀림없이 누군가 유준의 정체를 알고 있을 거 아니에요. 그런데 우리는 왜 아무런 소식도 얻지 못했을까요? 그리고 다른 하나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유준이 사고 난 곳은 A국이지 S국이 아니란 거죠.]현욱의 분석은 틀리지 않았지만, 인나는 여전히 자신이 본 것을 믿고 있었다.‘다들 믿지 않으면 그만이지 뭐! 내가 스스로 사람 찾아서 조사할 거야!’하영과 함께 아이들, 그리고 직원들에게 줄 선물을 산 후, 두 사람은 집으로 돌아왔다.인나는 한참이나 생각했지만 오직 두 사람밖에 생각해 내지 못했다.‘세준과 희민은 능력이 모두 뛰어나니 이 단서를 따라 무언가를 알아낼지도 몰라!’인나는 두 아이가 보고 싶다는 핑계로 하영에게서 세준의 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진석은 앨리더러 가보라고 했다.그리고 앨리가 떠나자마자 진석은 경호원을 불러 앨리를 꼭 잘 지켜보라고 분부했다.“무슨 상황 있으면 가장 먼저 나에게 보고해.”이튿날, 인나는 잠에서 깨자마자 세준의 답장을 받았다.[누구?]이 두 글자를 본 인나는 어이가 없었다.[넌 이제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 거야? 이 녀석이!]세준은 재빨리 답장했다.[아, 알았어요, 인나 이모 맞죠? 왜 나더러 이 차 번호를 조사하라는 거죠?]인나는 어제 일어난 일을 세준에게 설명했다.[이모 지금 일어났어요?]인나는 곧장 침대에서 일어나더니 세준에게 전화를 걸었다.세준은 얼른 받았다.“잠깐만요 이모! 지금 이모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잘 알지만, 나 아직 학교에 있으니 간단하게 말해요!”“흥, 눈치가 빠르군! 내가 이렇게 말하면 네가 안 믿을 줄 알았어. 그래도 한 번 알아봐주면 안 돼? 정말 네 아빠일 수 있잖아?”“엄마는 이 사실 아세요?”“알아.”“엄마도 안 믿죠?”“쓸데없는 소리만 할래?”“아, 그런데 나더러 조사하라고요? 자료를 찾는데만 해도 시간이 엄청 걸리잖아요!”인나는 화가 나서 이를 갈았다.“이 녀석이! 네가 조사하지 않으면 난 희민에게 부탁할 거야!!”“그래요!” 세준은 담담하게 말했다.“희민이 만약 이모를 도울 수 있다면 난 바로 입 다물게요.”인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게 무슨 뜻이야??”“이모, 사람을 찾는 일에 있어서 내 능력은 세준보다 훨씬 못해요.”이때, 희민의 목소리가 핸드폰에서 들려왔다.인나는 그제야 깨달았다.‘이 녀석은 지금 내가 자신에게 부탁하길 바라는 거구나!!’하영을 위해서 인나는 꾹 참으며 말했다.“우리 착한 세준아, 이모가 이렇게 부탁할게. 네 엄마 봐서라도 나 좀 도와주면 안 될까?”순간 세준은 몸에 닭살이 돋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인나의 전화를 끊었다.인나는 눈을 크게 뜨며 핸드폰을 바라보았다.전화를 막 다시 걸려던 참에 세준의 문자가 들어왔다.[조사할게요! 할
인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목사님 이게 무슨 뜻이야??”“잘 모르겠어...” 하영은 벨라를 바라보며 대답했다.“벨라 아주머니, 캐리의 유골이 여기에 있는 거 맞죠?”벨라도 망연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맞아, 내가 직접 묻었어.”세 사람은 놀라움과 침묵에 빠졌다.‘캐리의 유골이 여기에 있는 이상, 이것이 왜 무의미한 일이지??’국내에서, 세희의 담임 선생님은 노지철에게 연락을 하며 세희를 데리러 오라고 통지했다.“세희가 갑자기 열이 나서 도무지 수업에 집중할 수가 없거든요.”노지철은 황급히 학교에 달려갔고, 세희를 본 순간, 그는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러나 학교에서 노지철은 함부로 말을 하거나 움직일 수 없었기에 먼저 세희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세희를 안고 집으로 돌아온 노지철은 세희를 침대 위에 올려놓았다.혼수상태에 빠진 세희에게 해열 패치를 붙여주고 나서야 그는 따라온 그 ‘사람’을 바라보았다.“이렇게 계속 세희를 따라다니면, 이번에 세희가 열이 내려가도 다음에 네 영향을 받아 병이 날 거야!”상대방은 세희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저 안 가면 안 돼요?”“그래도 되지만 세희한테 가까이 다가가지 마! 멀리서 세희를 지켜보는 건 나도 의견이 없다. 그러나 만약 너 때문에 아이가 계속 아프다면 나도 너 봐주지 않을 거야!”“알았어요.”상대방이 말했다.“그렇게 약속할게요. 하지만 전 세희와 이야기 나누고 싶어요. 지금은 오직 세희만이 날 볼 수 있거든요.”노지철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너도 참 불쌍한 사람이구나. 하지만 지금은 아직 때가 아니야. 결국 세희에게 아직 널 데리고 있을 능력이 없기 때문에 그동안 세희를 위해서라도 좀 참아라.”“네, 선생님 말씀대로 할게요.” 상대방이 응답했다. “그럼 세희에게 그럴 능력이 있게 되면, 전 계속 세희를 따를 수 있나요?”“그건 세희 마음에 달려 있으니 난 대신 결정할 수 없다.”“네, 알겠어요. 감사합니다, 선생님.”노지철은 손을 흔들었다.“
“만약에 무슨 중요한 정보라도 있다면?” 희민이 물었다.“난 포기하고 싶지 않아.”“방화벽 돌파하려고 너무 애쓰지 마.” 세준이 말했다.“너 아프면 엄마도 따라서 마음이 조급해질 거야.”희민은 자리에서 일어나 세준과 함께 침대에 누웠지만 편히 잠들 수 없었다.‘상대는 도대체 누구일까? 그 세력은 또 얼마나 대단한 거지? 이렇게 신중한 이유는 또 무엇이고?’‘방화벽에 한 층 또 한 층의 방어를 설치하다니.’‘아빠일까?’‘그런데 만약 아빠라면, 왜 바로 우릴 찾아오지 않은 거지?’‘우리는 아빠가 엄청 그리운데, 엄마도...’수많은 의문을 안고 희민은 천천히 잠들었다.다음날, 하영과 인나는 벨라와 작별을 한 다음, 귀국하는 비행기에 올라탔다.그리고 꼬박 하룻밤을 날아서야 김제로 돌아왔다.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하영은 염주강의 문자를 받았다.[문자 보면 바로 전화 줘요.]하영은 인나와 함께 차에 탄 후, 주강에게 전화를 걸었다.주강은 바로 연결되었다.“돌아왔어요?”“네, 방금 비행기에서 내렸어요. 그런데 무슨 일 있어요?”“네, 나 지금 이미 확실한 소식을 들었는데, 5일 후, 주주총회가 열릴 거예요.”“5일 후요?!” 하영은 멍해졌다. “그럼 주강 오빠는...”“괜찮아요, 아직 시간 남았어요.”주강이 말했다.“그동안 난 줄곧 김제에 있었고, MK측 주주들의 주식도 거의 다 인수했거든요. 그리고 주주총회 당일, 난 사람 찾아 소식 하나를 발표할 거예요.”“무슨 소식인데요?” 하영이 물었다.주강은 웃으며 말했다.“한 번 기대해 봐요. 지금은 일단 푹 쉬어요.”하영도 웃으며 입을 열었다.“주강 오빠, 지금 뜸 들이는 거예요?”“난 또 다른 일이 있으니까 먼저 끊을게요.”“그래요.”전화를 끊은 후, 인나는 눈썹을 치켜세웠다.“하영아, 솔직히 말해. 너 염주강과 대체 무슨 사이야?”하영은 의문을 느끼며 눈살을 찌푸렸다.“나랑 주강 오빠??”“응!”인나는 분석하기 시작했다.“염 대표는 돈이 많은 기업가
문자를 보낸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세준의 전화가 들어왔다.“나 지금 추적할 수가 없어요. 상대방은 방화벽을 너무 많이 설치해서 이미 희민에게 넘겼거든요.”인나는 방화벽에 대해 잘 몰랐지만, 듣기만 해도 까다로운 것 같았다.“너희들 너무 힘들게 조사하지 마. 어차피 급하지 않으니까.”“네, 알았어요. 그런데 이모... 그 사람이 아빠인 거 정말 확실해요?”인나는 한숨을 쉬었다.“만약 확실하지 않다면 내가 또 어떻게 너희들에게 부탁할 수 있겠니?”세준은 침묵을 지켰다.‘그럼 아빤 왜 돌아오지 않은 거지?’“세준아.” 인나는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너희 아빠 말이야, 혹시 기억 잃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세준은 눈살을 찌푸렸다.“왜 그렇게 말하는 건데요?”“아직 살아있는데 너희들에게 연락하지 않았잖아. 기억을 잃는 것 외에 또 무슨 이유가 있겠어.”“됐어요, 정보 알아낸 후에 다시 얘기해요.”“응, 소식 있으면 가장 먼저 나에게 알려줘.”5월 25일, MK는 주주총회를 열어 회장을 재선출했다.엄청 큰 회의실에는 이미 많은 주주들이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진석이 도착하자, 일부 주주들은 코웃음을 치며 그를 바라보았다.“정 대표님이 계실 때는 회장으로 될 생각을 하시지도 않았는데, 지금은 생판 모르는 남이 와서 MK를 모두 삼키려 하다니, 욕심도 정도껏 해야지!”“누가 아니래?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줄 아나 봐.”“남의 자리를 차지한 사생아 주제에. 정씨 가문에 변고가 생기지 않았다면, 이 사람은 대표님으로 될 자격조차 없었을 거야!”진석은 사람들의 비웃음을 전혀 안중에 두지 않았다.‘권력에 눈독 들이는 광대들일 뿐이지.’자리에 앉은 후, 진석은 변호사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변호사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이제부터 새로운 회장님을 선출하겠습니다. 이번 선거 결과는 투표와 주식 점유율에 의해 결정되는데, 투표수와 지분이 더 많은 쪽이 MK 새로운 회장님을 맡게 될 것입니다.”말이 떨어지자, 주주들이 반박하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정 대표님은 경선에 참여하실 수 없기에 기권한 것으로 간주하겠습니다. 그리고 주주들이 넘긴 주식을 계산해 보니 그 신비로운 주식 소유자는 총 27%의 지분으로 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3위는 부 대표님으로 주식 점유율은 21%입니다. 이렇게 되면 그분이 가지고 있는 주식은 부 대표님보다 약간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진석의 안색은 점차 심각해졌다.‘이 사람은 도대체 누구일까? 대체 어떻게 이 주주들에게서 이렇게 많은 주식을 사간 거지?’‘문제는 이 늙은 여우들이 어째서 양도를 한 거냐고?’이제 주식이 한 사람의 손에 모였으니 진석도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비록 주식 점유율에서 밀려났지만, 다음 투표 선거에서 진석은 이미 만반의 준비를 했다.진석은 변호인에게 말했다.“만약 이 주주가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거나 회장 경선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기권으로 되는 건가요?”“네, 규정에 따라 1시간 이내로 주주총회에 출석하지 않으면 자진 기권으로 간주하게 될 것입니다.”말이 끝나자 변호사는 손목시계를 보았다.“회의가 시작된 지 52분이 지났기에 아직 8분 남았습니다.”“8분밖에 안 남았으니, 상대방은 틀림없이 오지 않을 거예요.”진석 측에 서 있던 주주가 입을 열었다.“상대방이 오든 안 오든 난 먼저 부 대표님에게 투표할게요!”“나도요!”“한 표 추가!”적지 않은 주주들이 분분히 손을 들어 투표했는데, 적어도 7명이 진석을 선택했다.진석까지 합치면 모두 14명인데, 당사자는 투표에 참여할 수 없었기에 현재 비긴 셈이었다.진석이 물었다.“만약 투표수가 일치하고 또 상대방이 오지 않았다면 내가 회장으로 취임하는 건가요?”변호사가 대답했다.“그렇습니다. 부 대표님, 이제 4분만 더 기다리시죠.”시간이 점차 흐르자, 진석에게 투표하지 않은 몇몇 주주들은 안절부절못했다.그들은 목소리를 낮추어 의논했다.“염 대표는 대체 올 건가 말 건가? 만약 오지 않으면 이 사생아가 회장으로 될지도 모른다고!”“3분밖에 안
시현은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알았어, 알았어. 공주님 제발 살려주세요!!”세희는 그제야 흐뭇하게 손을 거두었다.“참, 지난번에 말한 그 사건 말이에요, 언제 해결하러 갈 거예요?”“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시현이 말했다. “네 몸은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으니까, 지금 계속 바쁘게 움직이면 안 돼. 만약에 저쪽에도 이런 악독한 귀신이 있다면, 너 또 상처를 입을지 몰라. 난 이미 죄책감 때문에 너와 결혼을 해서 평생 챙겨주고 싶으니까,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 정말 방법이 없어.”세희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시현 오빠와 결혼한다고 했어요?”“쳇.” 시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가 어때서? 나도 어깨가 넓고 근육이 있는 미남이라고!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세희는 말문이 막혔다.‘정말 뻔뻔하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칭찬하다니.’세희는 숨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시현 오빠.”“응?”“내가 지금 귀신을 잡는 일을 종사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난 사실 아주 좋은 신붓감은 아니에요. 눈치 없는 귀신들이 가끔 날 찾아와서 귀찮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난 인우와 반대로, 팔자에 음기가 가득 찼거든요.”“그러면 어떻게 되는데?”“7월 중순이 되면 많은 귀신들이 날 찾아올 거예요. 그럼 난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심지어 다칠 수도 있거든요.”“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만약 우리가 함께 한다면, 그 귀신들은 심지어 시현 오빠를 귀찮게 할 거예요.”“그래서, 이것 때문에 네가 최고의 신붓감이 아니란 거야?” 시현은 말을 마치고 웃으며 말했다. “이까짓 일로 내가 물러설 수 있을 것 같아? 세희야, 너도 날 너무 얕본 것 같아.”“그때 가면 나 때문에 모든 일이 잘 안 풀릴 텐데, 그게 두렵지도 않아요?” 세희는 시현에게 물었다.시현은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넌 우빈이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우빈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은 거야? 세희야, 넌 날 뭘로 보고.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난 두렵지
시현과 인우는 비록 귀신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검은 연기가 자신의 앞에서 천천히 흩어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인우는 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누나, 지금 어떻게 된 일이에요?”세희는 몸을 돌려 말했다.“그 귀신은 환생하고 싶지 않아서 이미 죽었어.”“귀신이 죽었다고?” 시현이 물었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뜻이야?”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을 바라보았다.“캐리 아저씨, 이제 그 여섯 명의 귀신을 좀 잡아주세요.”캐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불과 몇 분 만에 겁에 질린 그 귀신들을 세희의 앞으로 데려왔다.세희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들은 그 처녀귀신과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아니면 나와 같이 서낭당에 갈 건가요?”“서낭당에 갈래요!”“우리는 그 여자의 협박을 받아서 여기에 갇힌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벌써 떠났을 텐데!”“죽어도 우리를 괴롭히려 하다니!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이 귀신들은 그 처녀귀신이 사라진 후, 불평하기 시작했다.세희는 그들의 원망을 듣고,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지금 그 처녀귀신을 비난할 면목이 있는 거예요?!”세희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당신들을 죽인 것은 그 여자의 잘못일지라도. 당신들은 자신에게 그 어떤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만약 당신들이 그 여자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귀신으로 되어 이곳에 갇히지 않았겠죠!”“풉.” 한 여자 귀신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요? 그 여자는 늘 자신의 성적을 가지고 남을 비웃었어요. 그러지만 않았어도 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세희는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남의 성적이 우수해서, 당신들은 또 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그걸 자랑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정말 불쌍하네요! 이 세상에 당신들 같은 질투심이 강한 쓰레기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심해요, 당신들은 다음 생에도 이번 생에 지은 죗값을 치러야 하니까!”귀신들은 세희가 한 말에 화가 났지만, 캐리와 인우 때문에 화가
“말이 쉽지!” 처녀귀신은 화가 나서 말했다.“날 죽인 그 사람들은 비록 귀신이 되었지만, 나도 그들이 환생하지 못하게 붙잡아둬야 한단 말이에요!”세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 여섯 명의 학생들이 당신을 죽인 사람이었어요?”“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그들을 죽였을 것 같아요??”“그 사람들 찾아 복수를 한 이상, 이제 그만 그들을 놓아줘요. 이렇게 자신을 괴롭혀가며 그들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더 있을까요?”“그럴 순 없어요! 이렇게 쉽게 환생을 하라고 하는 건 너무 말이 안 되니까!!”처녀귀신이 노발대발했다.세희는 웃었다.“당신은 집념이 너무 커서 줄곧 이곳에 갇혀 있는 거예요. 영원히 자신의 고통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잖아요. 만약 내려가서 벌을 받고 환생하여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난다면, 이것 또한 자신의 과거를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어요?”“이렇게까지 날 가르칠 필요 없어요!”처녀귀신이 말했다.“오늘 당신들이 죽든지, 아니면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하자고요!”말을 마치자, 처녀귀신은 세희를 향해 공격하려 했다.세희는 바로 인우를 부르려고 했고, 이때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빠른 속도로 달려온 캐리는 즉시 그 처녀귀신을 먼 곳으로 밀어냈다.“좋은 말로 타일러도 듣지 않고, 심지어 세희에게 손을 대려고 하다니. 오늘 사라질 준비를 하는 게 좋겠어!”캐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붉은 옷을 입은 처녀귀신에게 말했다.“그게 뭐가 무섭다고.” 처녀귀신이 소리를 질렀다. “나도 이젠 지긋지긋해요! 이 더없이 더러운 세상! 내 부모님은 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들의 돈을 받고 바로 이 일이 없던 걸로 하자고 했어요. 내 오빠는 심지어 그들이 부자라는 것을 알고, 그들을 친구로 여겼고요! 환생할 게 뭐가 더 있겠어요? 환생해도 이렇게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마주해야 하니까, 차라리 날 죽여요. 더 이상 이 징그러운 세상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처녀귀신의 말을 듣고, 캐리는 바로 손을 써서
세희가 이렇게 말하자, 세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저녁 무렵, 인우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세희가 이미 집에 있는 것을 보았고, 무척 흥분해하며 달려갔다.“누나, 돌아왔어요?” 인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때요, 다 나은 거예요?”세희는 의미심장하게 인우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인우야, 오늘 저녁에 나 좀 도와줘.”“그래요.” 인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학교에 가는 거 맞죠?”세희는 의아하게 인우를 바라보았다.“뭐야? 너 이제 무섭지도 않는 거야?”인우는 미소를 천천히 거두었다.“누나, 귀신은 무섭지만, 난 누나가 더 이상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때 누나가 그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난 그날 정말 학교로 달려가서 그 귀신들을 죽이고 싶었어요. 그러나 시현 형이 누나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억지로 참고 가지 않았던 거예요.”세희는 뿌듯해하며 인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우리 인우 다 컸네. 누나를 걱정할 줄 다 알고.”인우는 세희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누나, 난 줄곧 누나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다음에 이런 위험한 일을 하러 간다면, 꼭 나 데리고 가면 안 돼요? 난 누나를 지켜주고 싶어요.”“그래! 저녁에 우리 가족들 함께 밥을 먹은 후에 바로 출발하자!”“좋아요!”저녁에 하영과 유준 그리고 희민이 돌아왔다. 세희가 이미 퇴원한 것을 보고, 세 사람은 기뻐해하며 그녀를 에워싸고 수다를 떨었다.저녁을 먹은 다음, 하영은 세희를 데리고 위층에 가서 간단하게 몸을 씻어주고서야 세희를 보냈다.문을 나서자마자, 세희는 시현이 그의 포르쉐와 함께 집 앞 정원에 있는 것을 보았다.세희와 인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시현을 쳐다보았다.세희가 먼저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에요?”시현은 별장을 바라보았다.“세준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나한테 연락했지 뭐. 네 기사 되어 달라고.”“우리 집에 기사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시현 오빠가 너
“그래, 우빈아, 넌 15년 동안 세희를 좋아했고, 또 세희를 위해 많은 것을 바쳤지. 하지만 그거 알아? 세희는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야. 세희가 만약 무슨 일을 알고 싶다면, 바로 감정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호흡이 흐트러진 우빈은 시현을 바라보며 다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알아요.” 우빈이 대답했다.“세희는 그 누구보다도 감성적이고 또 이성적이죠.”“그럼 만약 세희가 정말 날 선택한다면, 넌 어쩔 계획이야?”“그런 건 없어요.”우빈은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난 세희의 모든 선택을 존중할 거라고. 마찬가지로 다른 걱정 할 필요 없어요. 세희에게 거절을 당했다고 복수를 할 정도는 아니니까요.”시현은 계속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세희와 함께 하더라도 넌 세희와 계속 친구를 하겠다는 말이야?”우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나와 세희는 줄곧 친구였어요. 우리 두 사람이 사귀지 않아도, 앞으로 여전히 사이가 좋은 친구예요. 고 과장님, 세희를 좋아해도 되지만, 내가 세희와 계속 친구로 되는 것을 막을 순 없어요.”시현은 갑자기 웃었다.“그럼 됐어!”우빈은 시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시현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버튼을 눌렀다.“난 내가 세희와 사귀면, 넌 불편해서 세희와 연락 끊을 줄 알았거든.”우빈은 말문이 막혔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이제 세희를 포기하자고. 넌 정말 세희가 필요한 것 같으니까...”말을 하다 시현은 우빈을 힐끗 바라보았다.“네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들은 하지 않겠어. 아무튼 후에 생각해 봤는데, 만약 널 향한 내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세희를 포기한다면, 그건 널 무시하는 것과 같잖아.”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시현은 안으로 들어갔고 우빈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서자, 우빈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어요. 난 확실히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그래도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이런 상황이 아니잖아
시현은 말을 이어받으며 오른손을 들었다.“그때 내 오른손에 피가 가득 묻은 거 있지? 심지어 의사가 네 등의 썩은 살을 모두 베어낸 것을 직접 봤는데, 며칠째 잠을 못 잤어.”“에이, 그건 간단하죠!” 세희는 히죽거리며 말했다.“수면제 처방받으면 편안하게 잘 수 있지 않겠어요?”시현은 웃으며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세희야, 날 원망하고 싶지 않아?”“원망이요?” 세희는 시현의 뜻을 잘 몰랐다.“내가 왜요?”시현은 콧등을 긁적였다.“내가 널 데리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너도 이렇게 다치지 않았을 거야.”세희는 눈을 부라리며 시현을 바라보았다.“그건 시현 오빠 탓이 아니에요. 그 귀신들이 겁도 없이 나한테 덤빈 것뿐이니까요. 다 회복되면 그 귀신들 전부 잡아버릴 거예요!”“또 그곳에 가려고?” 시현은 경악하며 물었다.“그럼요!” 세희는 손을 내밀었다.“일곱 명의 귀신을 전부 다 데려갈 수 있다면, 염라대왕님은 좋다고 박수를 치실지도 몰라요.”시현은 세희의 얼굴에 나타난 즐거운 미소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난 오히려 네가 날 욕하면서 분풀이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홀가분한 말투로 말하는 거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그럼 너무 재미없죠! 난 시현 오빠 돈 뜯어먹는 게 더 좋은 거 같은데? 내가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으면, 날 데리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오케이!” 시현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참, 세준 오빠가 그러던데, 미정 할머니를 찾아갔다면서요?”시현은 숨김없이 대답했다.“응, 가서 어떻게 해야 널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쭤봤어.”“하하하.” 세희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날 보호한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리고 시현 오빠는 귀신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귀신과 싸우려는 거예요? 정의감과 용기로 귀신을 제압하려고요?”“내가 만약 내 정의감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엔 귀신이 없을 거야?”세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냥
시현은 세준 그들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한 다음, 혼자 의자에 앉아 멀리서 세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주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었고,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이때 간호사가 걸어왔다. 시현은 그녀를 보며 얼른 일어나 물었다.“선생님.”간호사는 그를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시죠?”“세희는 언제 중환자실에서 나올 수 있는 거죠?”“이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요 며칠 더 관찰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가씨는 제가 본 여자아이들 중에서 가장 엄중한 상처를 입으신 환자라서요. 잘못하면 흉터가 남을 텐데... 어휴...”말이 끝나자, 간호사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시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이번 생은 철저히 세희에게 빚진 셈이네.’사흘 후, 세희는 중환자실에서 나왔고, 이 일을 알게 된 하영과 유준도 얼른 병원에 찾아왔다.세희가 침대에 엎드려 멍을 때리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가슴이 아팠다.하영은 허리를 굽혀 세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세희야, 미안해. 네 오빠들이 아침에 금방 이 일을 알려줘서, 엄마와 아빠도 이제야 달려온 거야.”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괜찮아요, 엄마. 이거 봐요, 나 아직 멀쩡하잖아요?”하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걱정 마. 무슨 방법을 써서더라도 네 등의 흉터를 치료할 테니까.”“사실 난 이런 거 신경 안 써요. 등일 뿐이니, 평소에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 자신도 볼 수 없으니까,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없어요.”“네가 꾸미길 좋아한다는 거, 여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세준은 벽에 기대며 말했다.세희는 고개를 돌려 세준을 보려 했지만, 상처가 땅기는 바람에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세준은 마음이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다.“좀 움직이지 마. 나도 안 비웃을게.”유준은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너희들은 외국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좋은 성형과 의사를 찾아. 세희의 등에 절대로 흉터 남지 않게.”세준은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오자, 시현은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눈을 뜨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난 세희가 하는 일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데. 그럼 세희를 보호하려면 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지?’생각하다 시현은 핸드폰을 꺼내 세준에게 톡을 보냈다.[그 할머니 지금 어느 호텔에 계시는 거지?]얼마 지나지 않아, 세준은 시현에게 나미정이 지내고 있는 호텔 주소와 방번호를 보냈다.[고마워, 세준아.]세준은 이 문자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세희의 일, 난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야.][날 때리고 싶든, 죽이고 싶든 네 마음대로 해. 다 내 잘못이니 나도 변명할 말이 없어.]이 문자를 보낸 후, 더 이상 답장이 들어오지 않았다.시현도 더 이상 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어 호텔로 갔다.30분 후, 시현은 나미정이 있는 룸 앞에 도착했는데, 잠시 심사숙고한 다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곧 안에서 나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기다려.”문을 열자, 시현이 문밖에 서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약간 의아해했다.“네가 바로 병원에 있었던 그 총각인가?”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 저와 잠깐 얘기를 좀 나누시면 안 될까요?”“그래.” 나미정은 몸을 비키며 말했다. “들어와서 말하자꾸나.”시현은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고, 나미정은 그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무슨 일로 날 찾는 거지?”시현은 긴장이 돼서 두 손을 비볐다.“할머니, 저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해야 세희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평범한 사람이라...”나미정은 웃기 시작했다.“왜, 네가 보기에 우리와 같은 무당은 평범하지 않은 건가?”시현은 멈칫하더니 얼른 설명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아무튼 저희보다 강하고 특수한 능력이 있으시잖아요.”“그것도 다 하늘이 내려준 신기일 뿐이지.”나미정이 말했다.“그러나 우리도 평범한 사람들이야. 밥을 먹어야 하고, 또 때가 되면 죽는 법이니
세희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부적은 비록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여전히 강렬한 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세희는 숨을 들이마신 다음 천천히 일어섰다. 그 순간, 옆에서 놀던 그 귀신들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모두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들의 시선을 알아챈 세희도 눈을 돌려 귀신들을 보았다.‘또 이런 느낌이야! 이곳을 못 나가게 하는 그런 느낌!’세희는 밀려오는 공포를 참으며 용기를 내어 문 앞으로 걸어갔다.문과 가까워질수록 주위의 음기는 더욱 강렬해졌다. 심지어 세희는 자신의 영혼이 억압된 느낌을 받았다.“누나, 무서워하지 마요!!”“세희야! 용기를 내서 그곳에서 나와! 그 귀신들은 널 건드리지도, 널 다치게 하지도 못할 거야!”“누나! 나랑 형들이랑 그리고 고 과장님이 여기서 누나를 기다리고 있어요!”인우와 나미정의 목소리를 듣고, 세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가깝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다가갈 수 없는 문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세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부적이 그려진 손을 들어 다시 시도했다.이번에 그 귀신들은 섬뜩하게 웃기 시작했다. 세희가 문손잡이에 손을 얹으려 하자, 그들은 재빨리 앞으로 돌진했다.이때, 매몰찬 음기가 덮쳐왔고, 세희는 부적이 있는 그 손을 들고 돌아섰다.그 귀신들은 하마터면 세희의 영혼과 닿을 뻔했다. 그러나 세희의 손에서 나는 강렬한 양기가 서려 있는 부적을 감지한 그들은 표정이 돌변했다.세희는 뒤로 물러섰고, 등이 문에 닿는 순간, 재빨리 몸을 돌려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연 후, 그녀는 즉시 뛰쳐나갔다.이때, 줄곧 병상에 누워있던 세희는 눈을 번쩍 뜨더니 숨을 들이마셨다.세희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인우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누나! 왜 이제야 깨어난 거예요!!”그러나 세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눈을 천천히 감았다.인우는 완전히 멍해지더니 당황해진 표정으로 나미정을 바라보았다.나미정은 아주 침착하게 대답했다.“별일 아니야, 피곤해서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