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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0화

역시나 운명은 두 사람과 아주 큰 장난을 쓰고 있었다.

믿음이라는 건 그렇게 쉽게 세워지지 않고 아이러니하게도 어렵게 세워진 믿음은 와르르 무너지기 여간 쉽지 않다.

적어도 지금으로서 유시아는 다시 그를 쉽게 믿지 않을 것이다.

임재욱은 침대 머리에 가만히 기대어 서서히 초점을 흩트렸다.

보고 있는 것은 없으나 마음속은 꽉 채워진 채, 때론 또 엄청 텅텅 비어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유시아가 잠을 설칠까 봐 임재욱은 홈닥터에게 수면제 성분이 들어가 있는 약도 좀 첨부해 달라고 부탁했다.

하여 유시아는 밤새 아주 잠을 깊이 잤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나 보니 어느새 8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밤새 꿈도 꾸지 않고 푹 잔 것이 컨디션도 제법 좋아진 것만 같았다.

고개를 돌려보니 자기를 마주한 채 자는 임재욱이 보였다.

아침 햇살이 창문을 뚫고 들어와 임재욱의 얼굴에 비치자, 그의 이목구비는 더더욱 또렷하게 보였고 천금으로 살 수 없는 예술품과 같았다.

유시아의 허리를 꼭 안고 있는 그는 마치 그녀가 도망이라도 갈까 봐 걱정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유시아는 손을 내밀어 그의 팔을 떼려고 했으나 결국 인기척에 그가 깨나고 말았다.

“자기야...”

눈을 천천히 뜨고 잠결에 유시아를 부르며 이마에 뽀뽀까지 했다.

“잘 잤어?”

‘자기야’라는 호칭에 유시아는 순간 당황했다.

순간 유시아는 어젯밤에 있었던 모든 일이 꿈이었으면 했고 가능하다면 기억이 삭제되었으면 했다.

그렇게라도 계속 자신을 속여 이 남자의 부드러움에 몸을 푹 잠기고 싶었다.

하지만 기억은 생생하고 잊히지 않았다.

어젯밤의 기만이 실마리가 되어 그동안에 있었던 모든 불쾌함을 일일이 끄집어냈다.

“왜 그래?”

임재욱은 말하면서 조금 더 다가가 턱으로 그녀의 이마를 비볐다.

“열은 다행히 내렸네. 자기야, 좀 어때?”

“많이 좋아졌어요. 고마워요.”

말함과 동시에 유시아는 그의 팔을 허리에서 떼어버리고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수도를 켜자 물이 콸콸 나오기 시작했다.

한 손으로 세면대를 짚은 채 정신을 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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