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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3화

몇 년이 지나고 나서 유시아는 구청 밖에서 임재욱이 했던 ‘맹세’를 떠올리면서 쓴웃음을 짓게 될 것이다.

그 웃음 뒤에는 부러움도 깃들여 있다.

역시나 그 어느 때라도 하느님은 임재욱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시고 유시아에게는 지옥을 선물해 주었다.

회가 거듭날수록 점점 더 잔인하고 끔찍한 지옥을.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아픈 지옥을.

...

혼인 신고는 그리 복잡한 일이 아니었다.

모든 절차를 끝내기까지 30분 정도밖에 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청에서 나온 두 사람의 손에는 혼인 신고서가 들어 있었다.

어젯밤 잠은 설쳤으나 사진은 그나마 잘 나온 편이었다.

커플 셔츠로 맞춰 입은 두 사람의 얼굴에는 다크서클이 아닌 찬란한 웃음이 걸려 있었다.

구석 자리에 구청의 낙인까지 제대로 박혀 있었다.

또 한 번의 결혼으로 두 사람 모두 흥분한 기색이 역력한 채 레스토랑으로 가서 축배를 들기로 했다.

한껏 즐기고 나서 임재욱은 그녀를 데리고 임씨 가문 고택으로 향했다.

혼인 신고를 했다는 건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니 임태훈에게 이 좋은 소식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좋은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아니면 외면할지 임재욱은 이에 대해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냥 모든 절차를 일일이 밟고 싶었다.

고택 안은 쓸쓸해 보일 정도로 넓은 편이다.

평소에 임태훈과 임청아 두 사람만 이곳에서 지내고 있는데 주인보다 하인이 몇 배나 더 된다.

그러나 오늘 집으로 들어서는 순간 평소와 다른 분위기를 느끼게 되었다.

하인은 두 사람을 안쪽으로 모시고 다과를 내놓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어르신께서 아가씨랑 싸우셨습니다. 그래서 지금 엄청 화가 난 상태세요.”

임재욱은 그 말을 듣고서 눈살을 찌푸렸다.

“뭐 때문에 싸운 건데요?”

그가 알기로 임태훈은 유일한 손녀를 끔찍이 여겨 평소에 못된 소리 한번 하지 않았었다.

임청아가 한서준 좋다고 기어이 결혼하겠다고 했을 때도 임태훈은 고개를 끄덕였고 성대하게 약혼식까지 준비해 주었다.

이쯤에서 만족할 법도 한 임청아인데, 대체 무슨 일로 싸웠는지 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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