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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3화

임재욱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자, 유시아는 그가 아직도 삐친 줄 알고 소리를 한껏 낮추었다.

“잘못했어요. 앞으로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요. 네?”

임재욱은 그제야 안고 있던 뭉치를 내려놓고 책상 쪽으로 다가와 앉아 웃는 듯 마는 듯 유시아를 바라보았다.

“유시아, 나한테 부탁할 일이라도 있어?”

그렇지 않고서는 유시아처럼 줏대가 있는 사람이 이럴 수가 없다.

심씨 가문을 위해서 직접 찾아와 부탁을 하긴 했어도 잘 보이려고 아첨을 떨었던 적은 없었다.

유시아는 그 말에 살짝 굳어졌다. 들고 있는 죽을 내려놓고 천천히 다가가 그의 맞은 편에 서서 용기를 냈다.

“돈이 필요해서 그래요!”

임재욱은 덤덤하게 대답하고서 다시 물었다.

“얼마나?”

“2억 정도?”

유시아는 한참 생각하다가 대답한 것이다.

구체적인 금액은 유시아도 내내 고민했던 바이다.

부유한 생활에 습관 되어 있었던 이채련이기에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은 몇억으로도 여생을 즐기면서 살 수 있을 것 같았으나 유시아는 임재욱이 자기와 흥정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높게 부른 것이다.

금액을 듣고서 임재욱은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 돈으로 뭐 하려고?”

돈에 대해서 별다른 개념이 없었던 유시아인데 갑자기 2억을 요구하고 있으니 이상한 낌새를 느끼게 된 것이다.

“돈 좀 가지고 있으려고요.”

유시아는 나지막이 중얼거리면서 책상 위에 있는 장식품을 만지작거렸다.

“많이 요구한 것도 아니잖아요. 별장이랑 아파트 모두 재욱 씨한테로 넘겨줬는데, 부동산 찾아서 팔아버리면 2억보다 더 나올 수도 있고요.”

임재욱은 두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리 와 봐.”

유시아는 고분고분 다가갔고 임재욱은 그녀를 자기 허벅지 위로 끌어안았다.

그 모습에 유시아는 놀리지도 않고 발버둥 치지도 않았다.

“카드로 보내줄 수 있죠? 가능한 한 빨리 보내주세요.”

“돈으로 안전감을 느끼는 거야?”

유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았어. 마침 은행에 아는 친구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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