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21화

유시아는 성격이 좋은 사람이라 보통 화를 잘 내지 않은 편이다.

고마운 줄도 모르고 이채련이 자꾸 막무가내로 하는 것을 보고 슬슬 짜증이 나서 대꾸하기 시작했다.

“아주머니께서 절 싫어하신다는 거 잘 알고 있어요. 만약 아무런 일도 없었으면 이렇게 나타나서 굳이 그런 쓴 소리를 들을 이유도 없었을 거예요. 근데 제가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떻게 시름 놓고 갈 수가 있겠어요! 사기당하고 스스로 목숨까지 끝내려고 했던 아주머니를 어떻게 혼자 두고 가냐고요!”

어찌 됐든 이채련은 소현우의 어머니이다.

아무런 일도 없었으면 평생 마주치지 않고 그렇게 살았을 건데 좋지 않은 일이 생겼으니 그럴 수가 없었다.

이대로 뒤돌아서서 떠났다가 또다시 병원 옥상에서 뛰어내렸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 유시아는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유시아는 그 간호사에게 말했다.

“얘기 좀 하고 있을게요.”

간호사는 고개를 끄덕이고서 쟁반을 들고 나갔다.

두 사람만 병실에 덩그러니 남게 되었고 유시아는 천천히 병상 옆으로 다가갔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씀해 주시면 안 돼요? 왜 꼭 이렇게까지 하셔야 하는지...”

소현우가 죽었을 때도 이채련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하지 않았었다.

이미 오랜 시간이 흘렀고 그 아픔 속에서 어느 정도 헤어 나왔을 건데 단지 사기당한 것 때문에 이 지경이 된다는 게 실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쩌면 또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채련을 고개를 획 돌리고 고집을 피웠다.

“너랑 상관없는 일이야. 내가 죽든 말든 그것도 너랑 상관없는 일이니 그만 신경 써!”

“현우 엄마잖아요... 그 이유 하나만으로 저 갈 수 없어요.”

유시아는 이채련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나지막이 말했다.

“무슨 일이 있든 일단은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 현우도 그걸 원하고 있을 거예요. 이렇게 힘들게 지내시는 걸 보고 싶지 않아 할 거예요. 괜찮으시면 제가 자주 댁으로 찾아가서...”

이채련은 바로 단호하게 거절하는데.

“필요 없어! 우리 집안과 넌 아무런 사이도 아니야!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