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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2화

용재휘가 그림을 그만두었다는 말을 듣게 되는 순간 유시아는 입맛이 뚝 떨어져 버렸다.

미술에 대한 천부적인 재능이 있을뿐더러 용재휘의 그림 작품은 늘 살아 숨 쉬고 있는 느낌을 주곤 했다.

그 말인즉슨, 그림을 그만두기에는 아까운 인재라는 말이다.

임재욱과 그러한 일이 일어나지만 않았어도 어쩌면 당분간 해외로 갈 일도 없이 평범하게 좋아하는 그림 그리면서 사랑을 쏟아부은 화실을 운영하면서 살았을지도 모른다.

심하윤은 고개를 들자마자 한껏 어두워진 유시아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안쓰러워서인지 천천히 위로하기 시작했다.

“시아야, 심각하게 생각할 것 없어. 언젠가는 가업 이어받으러 해외로 떠났어야 했어. 다만 부득이한 일로 좀 앞당겨진 것뿐이야. 삼촌이랑 숙모에게 자식이라고는 재휘 하나뿐인데, 당연히 가업을 이어가게끔 했을 거야. 내 말은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니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라는 거야. 미술에서 큰 성과를 따내지 못한 이상 재휘는 집안 어른들의 지시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어. 하물며 삼촌 눈에는 재휘 그림 실력은 한낱 보잘것없고 동네 아이들이나 가르쳐줄 수 있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고 계시거든.”

유시아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어색한 분위기가 잠시 흐르고 심하윤은 한참 지나고 나서야 나지막이 물었다.

“잘 지냈어?”

실은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묻고 싶었으나 미안한 마음에 도통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임재욱 그 나쁜 놈 옆에서 잘 지낼 리가 없다는 걸 뻔히 알고 있는데.

만약 심씨 가문의 일만 아니었다면 유시아는 이렇게 살지 않아도 된다면서.

심하윤은 생각하면 할수록 죄책감이 깊어져 목소리가 점점 줄어들었다.

“시아야, 뭐라고 말하면 좋을지 실은 모르겠어...”

그런 그녀를 향해 유시아는 봄날의 햇살처럼 웃었다.

“괜찮아요. 저한테 미안해할 필요 없어요. 어쩌면 재욱 씨랑 특별한 인연이 있어서 자꾸 이렇게 얽히고 있을 수도 있고요. 그리고 저 아주 잘 지내고 있어요. 언니가 생각하고 있는 그런 일들은 없어요.”

홀가분한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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