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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6화

유시아는 얼굴을 한쪽으로 돌려 임재욱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럼, 정유라 씨한테 물어보러 가세요.”

말은 하지 않아도 임재욱은 어느 정도 짐작이 갔다. 정유라의 입에서 좋은 말이 나올리가 없다면서.

하여 더 이상 묻지도 않고 웃으면서 자기와 눈이 마주치게끔 유시아의 어깨를 꼭 움켜쥐었다.

“무슨 말을 했든 마음에 두지 마. 그냥 혼자서 헛소리했다고 생각해.”

유시아는 그런 그의 두 눈을 마주하면서 아랫입술을 살포시 깨물었다.

“네.”

오후쯤이 되자 손님들이 하나둘씩 떠나기 시작했다.

따라서 임태훈의 포커페이스도 점점 벗겨지기 시작했는데, 임재욱이든 임청아든 염장지르는 법을 제대로 알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들이 데리고 온 유시아든 한서준이든 모두 임태훈이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다.

하필이면 비할 데 없이 위풍당당한 칠순 잔치로 데리고 왔으니, 화를 억누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임재욱은 그런 그의 눈치를 보고 싶지도 않고 끝나는 즉시 유시아를 데리고 나왔다.

그림레이크로 돌아왔을 때 시간은 딱 마침 오후였다.

도우미 허씨 아주머니가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대표님, 아가씨, 오셨어요. 저녁 준비할까요?”

“네.”

임재욱은 신발을 갈아 신으면서 말했다.

“담백한 음식으로 준비하세요.”

칠순 잔치 자리에 산해진미로 별의별 음식이 다 있었지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집밥이다.

“시아야, 넌 뭐 먹고 싶어?”

“뭐나 상관없어요.”

유시아 역시 하이힐을 벗고 푸근한 슬리퍼로 갈아신고서는 바로 침실로 향했다.

늦은 밤, 임재욱은 서재에서 업무를 보고 유시아는 방안에서 조각상을 보고 스케치를 하고 있었다.

용재휘의 손에서 화실을 건네받은 뒤로 임재욱은 별장에 방 한 칸을 마련하여 화실로 쓰게끔 했다.

그녀가 지루해할까 봐 일부러 전문적인 도구와 조각상을 여러 개나 준비해 두었다.

펜을 잡고 있는 유시아는 그림을 그리다가 서서히 넋이 나가기 시작했다.

‘넌 네가 원하는 자유를 얻을 수 있어.’

한서준의 말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임재욱이 지금처럼 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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