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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3화

정월 대보름 그날 클럽에서 도승우가 했던 말이 거짓말 같지는 않았다.

신서현이 세상을 떠난 지도 여러 해가 지났는데 굳이 망자에게 구정물을 쏟을 필요가 없단 말이다.

신서현에 대한 임재욱의 마음이 어느 정도로 깊은지 도승우도 모르고 있었기에 그가 뱉었던 말들에 대해 대가를 치르게 된 것이다.

하지만 도승우 뿐만 아니라 심하윤도 신서현에 대한 평가가 좋지는 않았다. 극히 혐오하는 정도라고 표현할 정도로.

두 사람 모두 연예계에서 인맥이 좀 있는 편인데, 그런 그들마저도 신서현에 대해 그러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건 신서현이 정말로 그렇게 살았다는 게 아닐지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전에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고 지금은 알고 싶어졌다.

신서현에 대해서 임재욱이 대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눈살을 찌푸리고 사색이 잠겨 있는 유시아의 모습을 보고서 임재욱은 그만 참지 못하고 물었다.

“시아야, 왜 그래?”

유시아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며 가볍게 웃었다.

“별거 아니에요.”

‘됐어! 이미 죽은 사람 두 번 죽이는 일이니 그만두자.’

신서현이 어떤 사람이든 이미 죽은 건 사실이고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그것도 유시아 아버지의 차에 깔려서.

그냥 지금 이대로 임재욱이 생각하고 있는 신서현의 완벽한 이미지를 유지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유시아는 이 화제에 대해 더 이상 생각하고 말하고 싶지도 않아 잠시 임재욱과 함께 여기저기 인사를 하고서는 몰래 뒷문을 통해 클럽 뒤에 있는 정원으로 향했다.

정운시의 봄은 다른 곳보다 좀 늦게 오는 편이다.

지금 이 시기의 정원은 그 어떠한 아름다움도 보이지 않는다.

유시아는 돌의자에 앉아서 들고 있던 가방을 열었다.

하이힐에 시달린 발과 다리도 좀 쉴 겸 화장도 좀 고칠 겸.

임태훈의 칠순 잔치에 하객들뿐만 아니라 기자들까지 우르르 몰려 들었다. 카메라 셔틀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하도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던 바람에 유시아는 얼굴 근육이 뭉친 것만 같았다.

쿠션 뚜껑을 닫는 순간 뒤에서 귀에 익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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