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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부드러우면서도 거친 키스.

이경은 눈을 뜨고 키스하는 세나를 바라보았고, 두 사람은 서로 더 가까이 붙었다.

그는 세나의 촘촘하면서도 긴 속눈썹이 살짝 떨리는 것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세나도 긴장되고 무서웠다.

가슴이 한쪽이 무언가에 찔린 것처럼 마음이 불편한 것도 있었다.

표정이 진지해진 이경은 손을 뒤로 돌려 세나의 잘록한 허리를 움켜쥐고 더욱 깊게 키스했다.

...

‘뜨거워’

몸이 바다 위 배처럼 떠오르더니 기복을 일으키며 파도를 타고 내려앉는 것 같이 가라앉았다.

세나는 양 손끝을 가죽시트가 씌워진 의자 위에 올린 채 고개를 젖히고 남자가 쏟아내는 키스를 받았다.

어두운 차 안, 분위기가 점점 고조되면서 신음이 들려왔다.

세나는 눈을 질끈 감고 있었는데 마음속에서 아픔과 통쾌하다는 생각이 교차했다.

“지금 무슨 생각 해요?”

세나의 몸 위에서 이경은 그녀의 턱을 잡고 몸을 더 바싹 붙였다.

그녀는 입술을 깨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눈 떠봐요.”

이경은 세나의 허리를 감싸고서 몸 위에서 뜨거운 입김을 귓가에 뿜으며 말했다.

더 이상 견디기 힘든 듯 세나는 눈을 떴고 검고 차가운 눈동자와 마주했다.

이럴 때조차 이경의 눈은 여전히 아무런 감정이 없어 보였다.

“내가 누구인지 알겠어요?”

이경은 세나의 턱을 잡고서 아래쪽의 그녀를 쳐다보았다.

“부, 부이경 대표님!”

세나는 나지막이 이경의 이름을 부르며 수치스러우면서 애매한 감정을 느꼈다.

“그래, 기억해요. 전 부이경이예요.”

이경은 세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더니 다시 몸을 숙여 진하게 키스했다.

숙취로 머리가 너무 아파왔다.

세나는 눈을 떴지만 눈앞이 캄캄해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낯선 방안, 침대 시트는 축축하게 말려있고 바닥은 남자와 여자의 옷가지로 널려 있었다.

그녀는 잠깐 멍하니 있다가 어젯밤의 기억이 한순간 머릿속에 가득 떠올랐다.

‘망했다!’

‘어떡하지? 나 술 취해서 부 대표랑 잤나 봐!’

놀라서 숨을 깊게 들이마신 세나가 바닥에 있는 옷가지를 주워 몸을 가리고는 침대에서 재빨리 내려가려 했다. 그때 작은 소리와 함께 욕실 문이 열렸다.

안에서 검은 가운을 입은 이경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깼어요?”

허스키하면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세나는 창피함 때문에 이경의 눈을 올려다보지도 못하고 고개를 떨군 채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 그게, 부 대표님, 어젯밤 일은 제가...”

“이혼하세요.”

아무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냉정한 목소리가 세나의 말을 끊었다.

순간 당황한 세나는 멍하니 있다가 정신이 들자 맞은편 이경을 쳐다보았다.

“예?”

이경은 세나 앞쪽에 있는 소파에 앉아 물 한 잔을 들어 그녀에게 건네더니 차분한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

“당장 이혼하라고요.”

놀란 세나는 아무 말 없이 이경이 건네는 물을 받았다.

“부 대표님,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는데요?”

세나를 바라보는 이경이 눈을 가늘게 뜨며 얼음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결혼한 사람 남자 친구는 못 해요.”

이경은 담담한 눈빛으로 세나를 보며 입을 열어 한마디 한마디 천천히 말했다.

“그러니 반드시 이혼하세요.”

‘결정을 못 한다면 내가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 줄테니.’

세나는 순간 멍해졌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지?’

‘유부녀의 남자 친구가 되고 싶지 않은 것과 내가 이혼해야 하는 것이 무슨 상관이라고? 아무리 내가 이혼할 계획이라지만...’

‘잠깐만!’

세나는 순간 깨달았다.

‘설마 지금 날 책임지겠다는 건 아니겠지?’

“부 대표님, 어젯밤에는 제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셨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모두 성인이니 이런 일쯤은 별로 큰일도 아니고요. 게다가 전 처음도 아니고 대표님께서 그러실 필요가...”

“처음입니다.”

이경이 무뚝뚝하게 말을 끊었다.

“네? 뭐라고요?”

“처음.”

이경은 차가운 눈빛으로 세나를 바라보며 애매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요, 난 처음이라고요.”

세나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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