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우면서도 거친 키스. 이경은 눈을 뜨고 키스하는 세나를 바라보았고, 두 사람은 서로 더 가까이 붙었다. 그는 세나의 촘촘하면서도 긴 속눈썹이 살짝 떨리는 것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세나도 긴장되고 무서웠다. 가슴이 한쪽이 무언가에 찔린 것처럼 마음이 불편한 것도 있었다. 표정이 진지해진 이경은 손을 뒤로 돌려 세나의 잘록한 허리를 움켜쥐고 더욱 깊게 키스했다. ...‘뜨거워’ 몸이 바다 위 배처럼 떠오르더니 기복을 일으키며 파도를 타고 내려앉는 것 같이 가라앉았다. 세나는 양 손끝을 가죽시트가 씌워진 의자 위에 올린 채 고개를 젖히고 남자가 쏟아내는 키스를 받았다. 어두운 차 안, 분위기가 점점 고조되면서 신음이 들려왔다. 세나는 눈을 질끈 감고 있었는데 마음속에서 아픔과 통쾌하다는 생각이 교차했다. “지금 무슨 생각 해요?” 세나의 몸 위에서 이경은 그녀의 턱을 잡고 몸을 더 바싹 붙였다. 그녀는 입술을 깨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눈 떠봐요.” 이경은 세나의 허리를 감싸고서 몸 위에서 뜨거운 입김을 귓가에 뿜으며 말했다. 더 이상 견디기 힘든 듯 세나는 눈을 떴고 검고 차가운 눈동자와 마주했다. 이럴 때조차 이경의 눈은 여전히 아무런 감정이 없어 보였다. “내가 누구인지 알겠어요?” 이경은 세나의 턱을 잡고서 아래쪽의 그녀를 쳐다보았다. “부, 부이경 대표님!” 세나는 나지막이 이경의 이름을 부르며 수치스러우면서 애매한 감정을 느꼈다. “그래, 기억해요. 전 부이경이예요.” 이경은 세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더니 다시 몸을 숙여 진하게 키스했다. 숙취로 머리가 너무 아파왔다.세나는 눈을 떴지만 눈앞이 캄캄해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낯선 방안, 침대 시트는 축축하게 말려있고 바닥은 남자와 여자의 옷가지로 널려 있었다. 그녀는 잠깐 멍하니 있다가 어젯밤의 기억이 한순간 머릿속에 가득 떠올랐다. ‘망했다!’ ‘어떡하지? 나 술 취해서 부 대표랑 잤나 봐!’ 놀라서 숨을 깊게 들이마신 세나가 바
표정이 진지한 이경은 농담의 기색이 조금도 없었다. 세나는 그 자리에 멍하니 있었다. 귀밑이 온통 빨갛게 달아오르며 어색하고 쑥스러운 느낌이 들었다.‘어제 내가 먼저 저 사람을 유혹한 것은 사실이지만, 부이경 대표 같은 남자는 여자와 자는 것이 자주 평범하고 일상적인 일이라 아무렇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 그런데 방금 뭐라고?’ ‘처음?’ 이경은 자신 앞에 고개를 숙이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세나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쇄골이 반쯤 드러난 채로 이경의 셔츠를 입고 있었고 그 위에는 붉은 키스 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이경은 어젯밤의 기억이 되살아나 머쓱한 표정으로 눈길을 돌렸다. “일주일 드리죠.” 이경은 조용히 일어서며 차분한 목소리로 분명하게 말했다. “일주일 후에 이혼합의서를 내 눈으로 꼭 확인할 겁니다.” 세나는 운전기사가 운전하는 전용차 뒷좌석에 앉아있었다.숙취가 아직 가시지 않았는지 머리가 여전히 아픈 그녀는 양미간을 누르며 이경이 말한 이혼에 대해 생각했다. 모든 것이 마치 꿈만 같았다. ‘너무 황당해서 말도 안 나와. 하룻밤 사이에 남편이 내 비서와 바람을 피우고, 난 바에 가서 술에 취해 만난 다른 파트너와 잠을 잤는데, 지금 그 남자에게 이혼을 요구받았다니?’ 다소 황당하긴 했지만 세나의 표정은 굳어있었다. 그녀는 이경이 이혼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어도 어차피 이혼하려고 했었다.‘전성빈, 날 배신하고 나 모르게 바람을 피웠지. 절대 못 참아. 그럼 나 강세나가 뭐가 되겠어?’ ‘그래 이혼이야. 당연히 이혼해야 해.’ ‘하지만 이렇게 쉽게 떠날 순 없지. 가기 전에 그 년놈에게 따끔하게 본때를 보여 줘야 해.’...운전기사는 세나를 도시 북쪽의 B동 단독주택 구역으로 데려다주었다. 이곳은 2년 전 세나가 큰 사업에 성공해 돈을 번 후 성빈이 매입한 곳으로 인테리어를 마치고 전씨 집안 식구들이 모두 이곳으로 이사했다. 세나는 집 앞에 서서 머리를 정리하고 문을 밀고 들어갔다. “아이고, 사모님 드디어 오셨
‘이 집에서 내가 여태 심한 치욕과 온갖 굴욕을 당해도 참은 게 바로 저 쓰레기 같은 남자를 위해서였어?’ 마음이 조금 가라앉자 그녀는 눈을 감은 채 눈물을 닦았고 다시 의연한 모습이 되려고 노력했다. “세나야?” “세나야, 왜 방문을 잠갔어?” 성빈은 마음이 놓이지 않아 세나를 따라 올라왔다. 어제 니정은 성빈을 차로 유인해서 일부러 유혹했는데 참지 못한 성빈은 바로 차 안에서 니정과 관계를 맺었다. 그런데 세나 역시 어제 밤새 집에 돌아오지 않아 성빈은 그녀에게 자신들의 관계가 들킨 것이 아닌지 조금 걱정되었다. ‘세나가 정말 뭔가를 알고 있는 건 아니겠지?’ “세나야, 강세나.” “문을 왜...” ‘찰칵’하고 문이 열렸다. 성빈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며 방문을 열었다. “세나야, 세나 맞아? 이게 지금 무슨?”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 곱게 화장을 한 세나는 뿔테 안경을 벗고 머리도 느슨하고 부드럽게 풀어헤친 모습이었다. 그녀가 입고 있는 빨간 드레스는 보기 드물게 매혹적이고 그녀의 이목구비는 말할 수 없이 농염하여 매력이 넘쳐흘렀다. “세나야? 무슨 일이야?” 성빈은 순간 멍해졌고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는 줄곧 세나가 매우 예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결혼한 후로 그녀가 꾸미는 것을 거의 볼 수 없었고, 점점 세나의 원래 모습을 잊게 되어 이제는 생각도 나지 않았다. 세나는 자신 앞에서 말까지 더듬는 성빈을 보며 기가 막힌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여전히 미소를 지어 보였다. “왜? 여보? 내가 이렇게 입는 게 어색해?” “아니.” 성빈은 부드러운 눈으로 세나를 바라보았다. “그냥 조금 의외라서.” 세나는 미소를 지은 채로 눈썹을 치켜세웠다. “어? 의외라고? 늙어버린 나는 이렇게 꾸밀 자격도 없다는 거야?” “당연히 아니지.” 성빈은 앞으로 몇 걸음 다가와 그녀를 부드럽게 바라보았다. “내 마음속에서 당신은 어떤 모습이든 항상 가장 아름다워.” 말하면서 성빈은 고개를 숙여 세나에게 키스하려고 했다. 세나는
“무슨 일이야?” 하이힐을 신은 세나는 손에 서류 파일을 들고 서 있었다. 입고 있는 예쁜 붉은 치마는 고혹적이었고 예쁜 이목구비는 머리 위 하얀 조명 아래서 더 뚜렷하게 보였다.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당황한 니정의 안색이 안 좋아졌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세나에게 다정하게 다가가 팔짱을 끼었다. “그냥 언니가 아닌 거 같아서 적응이 안 됐어요.” “그럼 천천히 적응해.” 세나는 담담한 표정으로 니정에게서 손을 빼더니 몸을 돌려 책상 앞으로 다가갔다. “음.” 니정은 예전처럼 세나의 맞은편에 앉아 애교를 떨며 말했다. “전 그래도 세나 언니의 예전 모습이 더 예쁜 거 같아요. 지적으로 보이잖아요.” 세나는 고개를 들지도 않고 계약서를 살펴보며 입가에 비아냥거리는 웃음을 띠었다. “그러면 네가 그런 스타일로 꾸미면 되겠네.” 니정은 대꾸하지 못했고, 당황한 안색을 보였다. “참, 전근 관련해서 전할 말이 있어.” 세나는 서류 한 부를 니정쪽으로 밀었다. 니정의 표정이 바뀌었다. ‘전근이라고? 설마 전 대표님과의 일을 알고서 다른 곳으로 날 보내려는 건 아니겠지?’ “전 전근은 가고 싶지 않은데요? 뭐 저한테 화난 거 있어요? 제가 무슨 실수를 했나요? 전 언니 곁에 계속 있고 싶어요.” 세나는 니정의 애교에 아랑곳하지 않고 눈썹을 치켜들었다. “일단 서류부터 봐.” 니정은 입술을 깨물고 서류 파일을 열었다. “세나 언니, 이건?” 니정의 얼굴에 복잡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전 대표님의 곁에서 일하라고요?” “맞아.” 세나는 책상 위에 놓인 커피를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왜? 싫어?”니정의 눈에 탐욕의 빛이 순간 떠올랐다. ‘내가 싫겠어? 당연히 좋지.’ ‘전 대표님 옆에서 일하면 환심을 살 수 있는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거고, 그러면 더 빨리 언니 대신 전씨 집안의 사모님이 될 수 있는데.’ ‘하지만...’ “세나 언니,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요?” 니정은 서류를 다시 세나에
예전이라면 성빈은 세나를 건드릴 마음도 없었을 것이다. 결국 촌스럽고 무뚝뚝한 여자는 남자를 성적으로 자극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빈을 세나의 모습에 매우 놀랐다. 그는 세나가 열심히 꾸미면 눈부시게 빛나는 아름다운 보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세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그 순간 뜻밖에도 세나가 그것을 피했다. 자신의 애정 표현이 거절당하자, 성빈의 마음속에서 세나를 차지하고 싶은 더 강한 욕망이 싹텄다. “세나야, 튕기지 말라고.” 성빈은 넥타이를 풀었다. “솔직히 당신도 항상 나를 원했잖아. 직원들도 다 퇴근했으니 여기에서 무슨 짓을 해도 아무도 우리를 방해하지 않을 거야.” 세나는 오늘 사무실에서 있었던 성빈과 니정의 불륜 행각을 머릿속에 떠올리고는 속이 메스꺼웠다. 똑똑똑-세나가 가까이 다가온 성빈을 밀치려고 할 때 누군가 사무실 문에 노크했다. “강 이사님, 부 대표님이 오셨습니다.” ‘부이경?’ ‘갑자기 여긴 왜 왔지?’ 세나는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분에게 전해요. 난 이미 퇴근했으니 다음에 시간을 정해 다시 만나자고요.” “왜? 안 만나게?” 성빈은 조금 못마땅하다는 눈빛으로 세나를 바라보았다. “부 대표와의 프로젝트가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 “음, 정말 내가 그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어?” 세나는 냉소했다. ‘그래 전성빈, 이 남자가 원래 눈앞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사랑 따위는 상관없는 위선자였다는 걸 왜 여태 잊었지?’ ‘이 남자가 부이경과 나 사이에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또 무슨 낯짝을 드러낼까?’원래 세나는 뭔가 어색해서 이경과의 만남을 거절하려고 했다. 하지만 지금 성빈의 불만스러운 눈초리에 복수를 하려는 마음이 빠르게 싹텄다. 그래서 이경을 만나기로 했다. 신분이 특별해서인지 이경의 곁에는 경호원과 비서가 항상 동행했다. 사무실에는 비록 많은 사람이 있었지만 세나는 여전히 이경을 제대로 쳐다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게 무슨?” “강 이사님!” 세나가 이경을 미처 밀어내기도 전에 니정이 들이닥쳤다. 아직 사무실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성빈은 문틈 사이로 이경이 세나에게 가까이 붙어 있는 모습을 똑똑히 보게 되었다. “부, 부 대표님?” 성빈은 아내가 바람피우는 모습을 발견한 사람처럼 놀라며 차가운 표정으로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갔다. “오해예요.” 세나는 니정의 모습을 보고서 애써 평정심을 유지한 채 두 발짝 뒤로 물러나 이경과 거리를 두었다. ‘난 아직 성빈 씨와 니정이 나를 배신했다는 확실한 증거를 아직 손에 넣지 못했어. 저 두 사람이 먼저 내 약점을 잡게 해서는 안돼.’ “오해요?” 니정은 다부지고 잘생긴 이경의 얼굴을 탐욕스럽게 몇 번 더 바라보고 질투심을 억눌렀다. 그녀는 뒤를 돌아보며 따라 들어오던 성빈에게 미소를 지었다. “아마도 선남선녀이신 강 이사님께서 부 대표님과 속삭일 정도로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계셨나 봐요. 비록 사무실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당황한 세나의 표정이 갑자기 차갑게 가라앉았다. 니정의 말은 세나를 더 난감하게 만들었다. ‘선남선녀, 다정한 모습의 두 사람?’ 이경의 신분 때문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감히 그에게 밉보일까 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모든 이목이 세나에게로 향했다. “강세나!” 성빈이 앞으로 다가와 세나를 구석으로 끌고 갔다. “당신 왜 이렇게 분수가 없어?” 화가 치밀어 올랐는지 목소리가 꽤 커서 복도에 있는 사람들까지도 다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마치 세나의 배신을 남들에게 대놓고 알리는 것과 같았다. “아무런 증거도 없이 지금 내가 잘못했다고 하는 거야?” 기가 막힌 세나는 성빈의 손을 뿌리쳤다. “그리고 부 대표 같은 사람에게 나 같은 사람이 가당키나 해?” 성빈은 턱을 바짝 당기고 의심의 눈으로 이경을 바라보았다. 이경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팔짱을 끼고서 자신과는 상관없는 연극을 보듯 바라봤다. 하지만 그에게서 아무것도 묻지 말라는 카리스마가 짙
세나가 회의를 한다고 큰소리치자 성빈은 마음이 착잡한 채로 사무실을 떠났고 니정도 당연히 빠른 걸음으로 그 뒤를 따라갔다. “전 대표님, 수상하지 않아요?” 두 사람이 차에 오르자 니정이 성빈의 가슴에 머리를 기댔다. “됐어. 내가 언제 꼭 증거를 잡을 거야.” 성빈은 음흉하게 실눈을 뜨고 몸을 뒤집어 니정 위에 올라 마음속의 분노를 모두 그녀에게 발산했다. 니정은 성빈의 움직임에 맞추어 주었지만 그녀에 눈에는 악랄한 기운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보아하니 내가 좀 더 신경을 써봐야겠는데?’ ...밤이 깊어지고 사무실에 있던 다른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뒤에 세나는 이미 연락된 사람들을 안으로 들였다. “강 이사님, 이 몰카들을 어디에 설치하시려고요?” “앞 사무실에요.” 세나는 이들을 데리고 성빈의 사무실로 들어가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에 카메라를 설치하게 한 뒤 핸드폰에 있는 소프트웨어에 연결되도록 했다. 핸드폰에서 몇 개의 화면이 사무실의 중요한 각도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을 확인하고 그녀는 만족스럽게 몰카를 설치한 사람들에게 돈을 주었다. 사무실을 나서자 세나는 기분이 매우 좋았다. ‘일단 전성빈, 그놈이 바람을 피웠다는 증거만 잡으면 난 두둑하게 위자료를 받을 수 있어.’ ‘전씨 가문에서 그렇게 여러 해 동안 내게 굴욕을 주었으니 나도 당연히 내 이익은 챙겨야지.’ “기분이 좋으신가 보네요.” 뒤에서 불쑥 들려오는 소리에 세나의 입가에 미소가 사라졌다. 그녀는 순간 뒤를 돌아보았고, 이경의 잘생긴 얼굴을 본 순간 마치 잘못하다 걸린 것처럼 바로 그를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끌고 갔다. 이경은 세나에게 이끌려 구석으로 끌려갔고 두리번거리는 세나의 어처구니없는 모습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어쩐지 사람들이 몰래 바람을 피우는 것을 좋아하더라니, 다 이런 짜릿함을 만끽해서였군요.” “부 대표님, 저희는 바람을 피우는 게 아니에요.” 세나는 고개를 돌려 이경을 보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우린 뭔가요? 강 이
“그래요, 일주일.” 이경도 차마 더 이상 몰아붙일 수 없었고 앞에 있는 세나만 빤히 쳐다보고는 그대로 돌아섰다. “휴.” 세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마음속으로는 욕설을 퍼부었다. ‘저 남자, 왜 이렇게 막무가내지?’ 그대로 벽에 등을 붙인 그녀는 주위에 남아 있는 채 가시지 않은 이경의 온기를 느끼며 괜히 가슴이 뛰었다. 이때 맞은편 길모퉁이. 한 사람이 몰래 숨어서 핸드폰으로 세나과 이경의 만남을 촬영하고 있었다. 그 두 사람이 떠나고 난 후 그 사람은 만족스러운 듯 휴대폰 촬영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찍힌 사진들을 보며 냉소를 흘렸다. ‘강세나, 벌써 이렇게 꼬투리가 잡히다니.’ ‘이제 넌 끝이야!’ ...세나가 전씨 집안의 집에 돌아와 보니 가라앉은 이상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소파에 앉아 있던 장화숙과 설아는 세나가 집 안으로 들어오는 발소리를 듣고 반응조차 하기 귀찮았다. 그녀를 그저 투명 인간 취급했다. 세나는 아랑곳하지 않았지만 자기 방에 들어서자 놀라서 표정이 금세 바뀌었다. “이모, 여기 제 물건들이 왜 다 없어졌어요?” 오영미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걸음을 멈추고 귀찮다는 듯이 대답했다. “사모님, 어젯밤에는 집에 돌아오지도 않으셨고, 오늘 밤에도 또 이렇게 밤늦게 돌아오셔서, 저희는 사모님이 이 집을 무시해서 그런 줄 알았어요.” “짝!” 오영미는 의기양양하게 장화숙에게 칭찬을 받을 거라고 생각하던 참이었는데 뜻밖에도 세나에게 뺨을 한 대 맞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꽤 세게 맞은 터라 오영미는 비틀거리다가 땅에 쓰러졌다. “사모님! 제가 그래도 여기 전씨 집안에서 이렇게 오래 일한 사람인데 어떻게 저를 때릴 수 있어요?”오영미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자신의 붉어진 뺨을 만지며 원망스러운 눈빛을 보였다. 가사도우미이긴 했어도 어쨌든 그녀는 세나의 친어머니와 같은 나이의 사람이었다. “또 무슨 일이야?” 인기척을 들은 장화숙이 급히 위층으로 올라왔다. 지금 성빈이 없으니 세나도 그녀 앞에서 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