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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전성빈... 전성빈...’

세나는 허리를 반듯이 폈고 얼굴의 안경은 그새 어디론가 사라져 한 쌍의 예쁜 눈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녀는 손을 뻗어 검고 낡은 외투를 벗으며 셔츠를 밖으로 빼 입었다. 묶었던 머리를 풀자 새까만 머리가 길게 늘어졌고, 가방에서 립스틱을 꺼낸 그녀는 하이힐을 벗었다...

쏴쏴쏴-

화장실에 간 세나는 흘러내리는 수돗물을 보면서 정신이 조금씩 되살아났다.

고개를 들어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자 맑은 눈동자와 하얀 치아, 아름다운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화장은 하지 않은 채 입술만 붉게 립스틱을 발랐지만 사람의 마음을 흔들 만큼 매우 아름다웠다.

대학 시절에도 그녀는 학교의 미녀로 소문 나 수많은 남자가 좋아했었다.

결혼 후에 성빈이 말했다.

“세나야, 나는 다른 사람과 너의 이 아름다움을 공유하고 싶지 않아. 넌 내 것이니까.”

그래서 세나는 그 후로 두꺼운 렌즈의 안경을 쓰고 머리를 묶어 다소 올드하게 자신을 꾸몄다.

‘그런데...’

‘그런데 전성빈, 너는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야?’

분노한 세나의 눈 밑은 온통 새빨개졌고, 이를 세게 악물어 입에서는 약간의 피비린내가 났다.

‘왜?’

‘전성빈, 저 자식은 버젓이 내 앞에서 바람을 피우는데, 나는 왜 여전히 그놈을 위해 얌전히 지내야 하지?’

‘네가 감히 나에게 이런 짓을 해?’

세나는 주먹을 꽉 쥐며 눈빛을 가라앉히고 화장실을 나섰다.

어두운 긴 복도에는 사람을 매료시키는 형형색색의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세나는 아직 술기운이 완전히 가시지 않아 벽에 기대어 비틀거리며 밖으로 나갔다.

그녀의 아픔과 고통, 모든 감정이 무방비 상태로 모두 드러났다.

이경은 세나가 넋이 나간 채 이곳으로 오는 것을 보고 따라온 자신의 알 수 없는 감정에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세나의 모습을 보고 마음속에서 조금의 동요가 일었다.

바로 그때 비틀거리던 세나가 이경의 품으로 쓰러졌다.

이경은 눈썹을 올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강 이사님.”

세나는 누군가 자신을 차갑고 감정 없는 목소리로 부르는 것을 듣고 가늘게 눈을 떴다.

그녀가 고개를 들자 각지고 반듯한 실루엣에 얇은 입술을 일직선으로 굳게 오므린 채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한 남자가 보였다

세나의 흐릿했던 시선이 점차 또렷해졌다.

이윽고 그녀는 앞에 있는 남자의 정체를 알아보았다.

“부, 부 대표님?”

비틀비틀 몸을 세운 세나는 눈을 찡그리며 앞에 있는 이경을 바라보았다.

“부 대표님이 여긴 어떻게?”

이경은 눈살을 찌푸리며 앞에 서 있는 세나를 바라보았다.

“강 이사님, 혹시 어린 여자에게 남편을 빼앗겨서 이렇게까지 술을 마신 겁니까? 사랑할 가치도 없는 그런 남자를 위해서?”

세나는 이경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단지 성빈이 그녀를 배신한 고통으로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놈에게 다른 여자가 생겼어.’

‘그놈이 나를 배신했다고.’

“강 이사님?”

품 안에서 세나의 부드러운 몸이 느껴지자 이경은 불편한 듯 살짝 표정을 찡그리며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이경이 고개를 숙여 세나를 보려 하자 갑자기 세나가 부드러운 입술을 이경의 입술에 부딪혀 왔다.

은은한 술 냄새가 나는 키스가 시작되었고 동시에 세나의 가느다란 몸이 이경의 품에 안겨왔다.

놀란 이경은 눈빛이 약간 변하며 손을 내밀어 세나를 밀치려 했지만, 그녀는 이경을 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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