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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세나 언니? 왜 그래요?”

니정은 세나의 앞에서 손을 흔들면서 깜박이는 눈으로 그녀를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언니, 정말 괜찮아요? 아니면 제가 전 대표님한테 전화할까요? 아무래도 오늘 저녁에는 일찍 집으로 돌아가는 게 좋겠어요. 회사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

세나 눈앞의 니정은 여전히 순진하게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한 얼굴이다.

세나는 손톱이 살 속에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꽉 움켜쥐고 애써 감정을 억누르면서 가벼운 웃음을 터뜨렸다.

“응, 괜찮아. 너 먼저 가.”

이럴 때 세나가 괜히 화를 낸다면 웃음거리가 될 수 있었다.

“예, 알겠어요.”

니정이 환하게 웃으며 다시 팔짱을 끼려 하자 세나는 그것을 슬그머니 피했다.

JSH그룹은 몇 년 전부터 경영이 어려워졌지만, 세나가 성빈과 결혼한 후 3년 동안 그녀 덕분에 그해 말부터 순조롭게 D시의 상위 그룹에 진입했다.

더욱이 이번 달에는 BM그룹과 제휴하기로 합의해 그룹의 장래도 밝다고 할 수 있었다.

세나가 화장실에서 나왔을 때 축하 연회가 막 시작되고 있었다.

다소 올드하고 평범한 오피스 정장 차림으로 연회장에 들어섰기 때문에 아무도 세나가 누구인지 알아채지 못했다.

앞에서 손님들이 흰색 정장을 입은 잘생긴 남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들렸다. 바로 세나의 남편 성빈에 관한 것이다.

세나는 평소처럼 앞쪽으로 가지 않고 술 한 잔을 손에 들고는 연회장 구석에 앉았다.

‘성빈 씨가 언제부터 니정이와 그런 사이가 됐지?’

‘그 둘이 나를 속이고 어디까지 발전한 거야?’

‘성빈 씨가 정말 니정이를 사랑해서? 아니면 내가 전씨 집안을 위해 아이를 낳지 못해 실망해서 이러는 걸까?’

세나는 머릿속에서 갖가지 생각들을 하며 자신도 모르게 연이어 술을 여러 병 들이켰고 점차 의식이 흐려졌다.

잠시 후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한 세나는 일어나 밖으로 나가 바람을 좀 쐬려고 했다.

많은 사람 사이를 지나 복도에 다다르자 주위가 조용하게 변했다.

창문을 열었지만 바람이 충분히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아예 하이힐을 벗고 창턱에 손을 짚고 그 위로 올라갔다. 바람 속의 냉기로 안경 렌즈에 김이 서리자 안경을 벗어 던졌다. 그녀가 창턱에 앉자마자 갑자기 나타난 손에 허리가 잡혀 떨어졌고 그대로 누군가의 가슴에 부딪혔다.

“아!”

세나는 어느새 따뜻한 품에 반듯하게 누워 안겨있었다. 세나가 눈을 뜨자 상대의 검고 차가운 두 눈과 마주쳤다.

“부 대표님?”

세나는 실눈을 떠 앞에 있는 남자가 누구인지 다시 한 번 확인하다. 순간 놀라 황급히 몸을 일으키며 그를 밀어냈다.

검은 정장 차림의 부이경은 칼날처럼 날카롭고 늠름한 턱선의 얼굴에 무표정이었다. 잡고 있던 세나의 허리를 놓아주면서 그는 세나의 얼굴을 살폈고 이내 안심하는 표정을 지었다.

“강 이사님, 괜찮나요?”

순간 술이 확 깬 세나는 이경이 자신의 행동을 오해했다고 생각하고 즉시 설명했다.

“그냥 바람을 좀 쐬고 싶어서요. 그러니 부 대표님께서 다른 오해는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두 사람은 그동안 프로젝트 때문에 많이 접촉하기는 했지만 세나는 자신 눈앞에 있는 이경의 성격에 대해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많았다.

“그래요?”

이경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세나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하고 잠시 동안 바라보다가 조금 떨어져 섰다.

“전 또 강 이사님이 이 프로젝트를 포기하고 도망가려는 줄 알았어요.”

세나는 그의 말에 볼이 살짝 상기되며 구부정한 자세로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부 대표님, 농담 마세요.”

말을 마칠 때 찬바람이 불자 세나는 자신이 여전히 맨발로 땅을 밟고 있고 안경도 어디로 갔는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근시가 있어서 어두운 복도에서 혼자 안경을 찾을 수 없다.

이경은 눈앞의 세나를 자세히 바라보았다.

‘지난 몇 년 동안 전 대표와 함께한 후부터 강 이사는 자신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잊고 사는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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