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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오르는 복수의 꽃
불타오르는 복수의 꽃
작가: 주소골

제1화

D시에선 이미 가을이 스며들어, 공기가 서서히 서늘해지고 있었다.

강세나는 화장실 칸에 기대어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화면에 비친 남자의 옆모습은 바로 그녀의 남편, 전성빈이었다.

남자 옆에 있는 여자의 얼굴은 모자이크 되어 있고, 어깨 뒤의 장미 문신만이 선명했다.

그 순간, 문밖에서 물소리와 직원들의 희미한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니까, 강 이사님이 하루 종일 일에 치여서 대표님이 바람을 피워도 모를 만큼 바쁘다고?”

“그렇다니까. 벌써 결혼한 지 3년이 다 됐는데, 아이도 없잖아.”

“내가 듣기로는 강 이사님 불임이라던데...”

웅성거리던 소리는 멀어져 갔고, 화장실 안은 다시 조용해졌다.

창백한 얼굴의 세나는 천천히 문을 열고, 화장실 거울 앞에 섰다

올드하지만 깔끔한 정장에 수수한 화장, 뒤로 묶은 긴 머리, 수려한 콧등 위에 얹은 뿔테 안경은 그녀의 촌스러움을 더 강조하는 듯했다.

거울 속 자신을 올려다보자, 아까 핸드폰에서 본 사진이 다시 떠올랐다.

‘말도 안 돼. 어떻게 저 사진 속 남자가 내 남편 성빈 씨일 수 있지?'

‘내가 불임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도 성빈 씨는 포기하지 않았고, 결혼 3년 동안 내가 바쁜 회사 일을 도와줬을 때도 이 남자는 언제나 나에게 따뜻하게 잘 대해줬는데...'

“어, 세나 언니.”

갑자기 뒤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나는 생각을 접고 마음을 진정시켰다.

“언니, 무슨 일 있어요? 왜 이렇게 안색이 안 좋아요?”

송니정은 그녀에게 다가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니야, 괜찮아.”

세나는 찬물로 가볍게 세수를 하고 고개를 들었다. 그제야 송니정이 흰색 탱크톱 긴 드레스를 입고, 곱슬머리를 위로 올린 채 예쁜 화장에 오른쪽 눈가에 큐빅을 장식한 것이 보았다.

“오늘 어디 가? 왜 이렇게 잘 꾸몄어?”

세나는 자연스럽게 휴지로 손을 닦으며 물었다.

니정은 눈웃음을 지으며 다정하게 세나의 팔짱을 끼었다.

“언니, 잊었어요? 오늘 저녁이 회사 축하 연회가 있잖아요. BM그룹과 프로젝트 합작 기념으로요.”

‘축하 연회...?’

세나는 그제야 지난 3개월 동안 이리저리 바쁘게 일하며 마침내 BM그룹과의 프로젝트 합작 계약을 성사시켰고, 오늘 밤 그에 대한 축하 연회가 열릴 예정이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아까 문자 때문에 까맣게 잊고 있었네.’

“니정아, 잠깐만...”

세나는 니정이 낀 팔짱을 풀며 무심결에 그녀의 등 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그때 니정의 어깨너머로 선명한 장미 문신이 보였다.

“세나 언니? 왜 그래요?”

니정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어깨를 살짝 기울이자, 문신은 더 뚜렷이 드러났다.

그 순간 세나의 심장이 요동치며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핸드폰 속 사진이 합성일 것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사진 속 문신의 주인공을 직접 확인한 이상 더는 자신을 속일 수 없었다.

‘왜 하필 니정인 거지...?’

니정은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세나의 눈에 띄어 회사에 들어왔고, 몇 년 동안 세나는 그녀를 친동생처럼 아껴왔다. 성빈도 가끔 니정이한테 너무 지나치게 잘해주는 거 아니냐며 비꼬듯 말하곤 했다.

‘난 전혀 눈치채지 못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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